| 이쁜 보라색 양장본의 책이다. 사실 첨 도서관에서 이 책을 빌릴 땐 사이즈도 이쁘고, 일본 여류작가 "하야시 마리코" 라는 이름을 어디선가 얼핏 들어본 적이 있은 것도 같았는데다가 결정적으로 보라색 책이라 과감하게 선택하였다. 사실 곧 기말고사 기간이라 읽을 시간이 없을 듯 하였는데 이게 왠 걸 이 책은 옴니버스로 되어 있었는데 첫번째 스토리를 읽고 너무 재미있어 결국 이 책은 12개의 모든 스토리가 내게 정독케 되는 행운을 얻었다. 음,,결론부터 말하자면 호옷-! 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잼있었다 (게다가 야시시하기까지!) 12편의 옴니버스로 구성되어 있는데 각각 1인칭 주인공 시점이다 근데 각각의 작품에서의 주인공들의 관계가 묘하게도 각기 모두 연결되어 있다. 12명의 나이도 성별도 모두 다른 남녀를 통해 진정한 사랑이란 어떤 것인지 결혼이란 과연 무엇인가에 대해 아주 재미있게 고민할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 마치 아주 재미있는 영화를 한 편 본 듯한 기분이 드는 정말로 매력적인 책이다. 정말 대박이었다. |
| 하야시 마리코의 글에는 무슨무슨'척!'이 없어서 좋다. 하야시 마리코 책의 주인공들에겐 가식의 탈이 없어서 좋단 얘기다. 그녀의 첫번째 수필집 '룬룬을 사서 집으로 가자'를 오래전에 읽은 기억이 난다. 잘난척,고상한 척하는 우리의 이쁜 수필들이 질려있는 네게 통쾌함을 맛보게 해준 책.(지금도 그렇지만 그때도 역시 꼬여있었구면. 왜 다 척!으로 생각한단 말인가!!) 이 책은 사랑의 여러가지 모습을 주인공의 꼬리에 꼬리를 물고 보여준다. 주인공들이 모두 촘촘히 얽혀 있는 셈. 이 책의 주인공들은 솔직한 만큼, 인간적인 만큼 추하기도 하다. 사랑의 뒷모습은 왜 그렇게들 구리구리한가. 남편은 거들떠 봐주지도 않는 자신의 아름다운 손을 아껴주는 애인, 자신의 아이까지 가졌다가 지우고 버림받은 가슴 아픈 추억속의 여인이 사랑의 허상같은 앞모습이라면, 잘 가꾼 손을 쳐다보지도 않고 침대로 떠미는 애인과 남의 아이를 그의 아이인척 했던 옛애인은 사랑의 추하고 서글픈 뒷모습이다. 재미있지만 씁쓸하다. 늘 뒷모습은 우리를 씁쓸하게 하는것처럼. 젊었을 땐 인정하고 싶지는 않았지만 나이를 먹으면서 인정하고 공감하게 되는 그런 맛이다. 그럼에도 아직도 순수하고 열정적인 사랑을 꿈꾼다. 아마 하야시도, 이 책속의 주인공들도 그러할 것이다. 킬링타임용으로 권한다. 특히 여자들에게.(참. 난 이 책을 실내 자전거를 타며 읽었는데 시간이 무지 빨리 갔다!) |
|
みんなの秘密 :: 林 眞理子 [제리 스프링거쇼] 나 [오프라 윈프리쇼] 등으로 대표되는 미국의 토크쇼를 보다보면 별의별 인간 군상과 쉽게 납득할 수 없는 방법으로 매여있는 관계들의 사연에 경악을 금치 못할 때가 많다. 과장되기 쉬운 미디어 이다보니 어디까지 진실인지 알 도리는 없어도 상식을 벗어난 관계와 그것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방송, 재밌다고 환호하는 방청객이나 시청자들을 보면 아연실색을 넘어 공포마저 느낄 지경이다. 최근엔 우리나라에서도 케이블 방송을 통해 이런 비슷한 류의 토크쇼를 볼 수가 있는데, 미국 방송만큼의 수위는 아니더라도 비틀어진 관계가 날 것 그대로 보여진다는 점에 있어선 별 다를 바가 없다. 사실 이런 방송이 불필요하다고 보지는 않는다. 시청자의 알 권리 운운을 떠나 지구상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들에 대해 솔직히 말하고 보이는 것은 나쁜 일이 아니다. 가식을 걷어낸다는 점에 있어선 바람직하기도 하다. 문제는 이것이 흥미 자극 위주의 옐로 저널리즘적으로만 흘렀을 때의 얘기다. '그러한' 관계들을 보며 발을 구르고 웃고 멸시에 가까운 비난을 하기 위해 이런 방송들을 즐겨본다면 정말 걱정해야 할 것은 '그러한' 관계들의 사람들보다 자신들의 관계는 멀쩡하다고 착각하는 시청자들이다. 저들이 왜 저러한 처지에 놓였나 진중히 고찰하지도 않고 정작 당사자들은 오죽 괴롭고 답답하면 TV 매체까지 빌렸겠나 하는 동정심도 없이 그저 자신의 도덕적 우월감을 확인해 보겠다는 태도로 타인의 처지나 관계를 평가하는 것은 오만하기 이를 데 없는 일이다. 저들이 선택할 수 밖에 없었던 관계를 보며 주어지는 환경이 인간에게 어떤 영향을 끼치는가를 생각하고 자신도 그 덫에 걸릴 수 있다는 인간의 한계를 함께 공감하며 스스로도 어떤 벗어날 수 없는 괴로움과 트라우마 때문에 한 두개 정도 비틀린 관계를 맺고 있지 않나를 돌아보는 자성의 기회로 삼아야함이 옳지 않을까. 앞 얘기에 나왔던 등장 인물이 다음 이야기에선 주인공이 되는 연작 단편으로 이루어진 이 소설은 열 두명의 남녀의 비틀린 관계와 일탈된 삶을 그리고 있다. 일찍 결혼하고 아이를 낳아 더이상 성취할 것이 없는 여성이 불륜의 사랑을 통해서라도 자기 가치를 인정 받고 싶어한다든가(※ 매니큐어를 바르는 여자), 가족을 위해 평생 헌신하는 일에 환멸을 느낀 가장이 옛사랑을 그리워 한다든가(※ 후회하는 남자), 선천적인 육체로 남자들에게는 이용 당하고 여자들에게는 질시를 받는 여성이 스스로를 내팽겨 친다든가(※ 꽃이 시든다), 아이들에게 올인하는 아내를 보며 자신의 어머니를 그리워하다 못해 딸에게 이상 성욕이 생기는 아버지(※ 어머니의 노래), 반대로 아버지에 대한 원망과 증오 때문에 아저씨뻘의 남성과의 관계에 빠져드는 딸(※ 반짝이는 비), 좋아하던 사촌 누나에게 모욕 당한 뒤 살인 미수까지 저지르고 평생 여자 편력이 생겨버린 남자(※ 사촌 죽이기), 권태감으로 성적 자신감을 잃어 과거에 만났던 여자를 통해 마음을 회복한다는 이야기(※ 꿈속의 여자) 등이다. 또, 남편의 바람끼를 묵인하며 완벽한 가사일에서 만족을 찾으려던 주부가 자기보다 못한 주부의 꼬투리를 잡으며 일그러진 열등감을 보이는 이야기나(※ 밤에 말하는 여자), 자신의 부모가 부끄러웠다는 과거로 자기는 완벽한 부모가 됨으로써 아이를 통해 자기 인생을 수정하고자 하는 주부의 이야기(※ 기도), 엄마의 지나친 가정 교육으로 거식증과 동성애에 빠져드는 딸의 이야기(※ 새끼 손가락), 남편을 사랑하지만 아이가 없어 허무함과 자책감을 이기지 못해 비굴한 남자와 마조히즘적 불륜에 빠져드는 아내(※ 엘리베이터 타는 여자), 그런 아내의 불륜을 알면서도 역시 자책감과 책임감 때문에 아내를 감싸고 관계를 협박하는 불륜 남성을 청부 살해토록 사주하는 남편의 이야기까지 매우 극단적으로 보이면서도 왠지 현실에서 몇번쯤 들어봤을법한 인간적 사연들이 읽혀진다. 도무지 납득할 수 없는 이야기들이라기엔 그들의 처지와 선택에 동정과 공감이 간다. 그들이 비난 받을 부분이 있다면 일탈을 했다는 그 자체보다 주어진 삶에 만족하지 못하고 자신감을 잃었다는 부분이다. 그런데 주어진 삶에 바로 납득하고 만족한다는 건 사실 어려운 일이다. 나이가 어리다면 경험 부족으로 앞날이 보이지 않아 쉽게 포기하게 되고, 나이가 많더라도 좌절을 반복했다면 자포자기의 구렁텅이에서 빠져 나오기가 갈수록 어려워진다. 성공보다는 실패를 더 많이 겪게 되는 사람이란 존재는 그저 살기 위해 일어나 자신의 삶의 중심을 세우고자 온갖 방법을 다하려 들 뿐이다. 그게 설령 도덕적으로 어긋난 일탈일지언정 경우에 따라선 어떻게든 살아 보겠다는 삶에 대한 의지나 용기로도 볼 수 있지 않을까. 눈에 띄는 일탈은 아닐지라도 삶의 순간 순간에 있어 '자포자기' 라는 일탈은 사람 누구나가 한번쯤 저지르는 일이 아닌가. 자포자기와 삶에 대한 만족은 종이 한장 차이인지도 모른다. 삶의 흐름에 적응하는 것은 의지 없는 체념일 수도 있고 일탈이라도 시도해 보는 것은 자기 인생에 대한 도전일 수도 있다. 그러니 타인의 삶의 방식을 함부로 비판하거나 단정 내릴 수도 없고 나 자신의 삶의 방식이 옳다고 자부할 수만도 없다. 서넷이 모였을 때 타인에 대한 험담이 화제가 되면 불편해지는 이유다. 그들을 비난하는 나에겐 인간 관계나 방식에 아무런 문제가 없을까? 내가 그와 같은 처지라면 결단코 그런 선택을 안할 수 있을까? 설령 안하더라도 그런 유혹에 빠질 수도 있을거라고 심정적으로 공감할 수는 없을까? 나는 얼마나 내 삶에 자신감을 갖고 만족하고 있으며 포기하지 않고 도전하고 있을까. 타인의 약한 부분을 보고 자신의 강함을 확인하려 드는 것은 자가당착이라는 위험성을 줄 수 있는 방법이다. 나의 약함을 살펴 보고 타인의 강함을 배우는 것이야말로 보다 더 전진하는 삶이 아니겠는지. 번역판 제목은 [커플 게임] 이라고 이목을 끌고자 하는 타이틀로 나왔지만 원제대로 [모두의 비밀みんなの秘密] 혹은 [누구나의 비밀] 로 나왔으면 더 좋았을 뻔 했다. 열 두명의 사연만 골라 내었을 뿐 사실 누구나 관계 부조화를 겪는 비밀 한 두개쯤은 있다는 의미다. 발랄한 연애물을 기대했던 독자에게라면 '뭐 이런 불편 이야기들이 있나' 하고 찜찜해 할지 몰라도 한번쯤은 스스로 극복하지 못한 관계를 성찰할 수 있는 계기가 되어줄 것 같다. 일탈적 관계를 옹호하거나 타당성을 주기는 어렵더라도 인간이 처해지는 환경에 대해 연민을 갖는 것만으로도 자신에게 주어진 것에 감사하고 위안할 수도 있을 것이며 그들에게 일말이라도 남아있는 삶의 의지를 보며 자신만의 용기를 되새겨볼 수도 있을 것이다. 인간 내면의 방어 기제를 바로 보는 것, 그것은 남의 이야기가 아니라 바로 나 자신의 이야기 이기에. |
| 그런 때가 있다. 읽다보면 이상하게 여자 작가들의 작품들만 계속 읽고 있다거나, 처절한 사랑 이야기만 들입다 읽고 있는 그런 경우. 이번엔 계속되는 불륜이다. 저자인 하야시 마리코는 우리에겐 생소하지만 역자의 말에 의하면 일본에선 이름만 대면 누구나 알 정도의 유명한 작가란다. 주로 젊은 여성들이 좋아한다는데, 읽고 나면 그럴 법 하기도 하군, 고개 끄덕이게 된다. ''오랫동안 시침떼어온 사람들의 본성을 내숭 떨지 않는 살아 있는 필체로 표현하는 탁월함''이라고 역자가 밝히고 있는 작가의 섬세한 털털함이 젊은 여성들에게 통할 것 같다. 여럿과 함께 있을 때에는 밝힐 수 없었던 젊은 여성 특유의 섬세한 내숭을 별다른 가감없이 작가가 건드리고 있으니, 어차피 홀로 조용히 책을 들여다 보고 있을 젊은 여성은 키득키득 거리게 될 것이 분명하다. 책은 단편으로 나뉘어도 무방한 독립된 열두개의 이야기로 이루어져 있다. 그런데 이 각각의 단편들은 묘하게 연결되어 있다. 그러니까 대체적으로 바로 앞의 소설에서 주인공의 시점에 잡혀 있던 조연급의 인물이 다음 소설에서는 주인공이 되어 나타나는 것이다. 일종의 연작이라고도 할 수 있고, 체인 구조로 이어져 있다고도 할 수 있다. 그것이 가볍게 읽는 독자의 재미를 더욱 살풋하게 만들고 있다. 문학적 성취가 드높다고 할 수는 없으나, 역자의 말마따나 서른 중반에서 마흔 중반의 남녀, 그리고 이들의 자식뻘 되는 이들인 이십대 초중반의 딸들이 가지는 연애의 방식 내지는 연애의 행태를(그것이 일반적인 것인지 아닌지는 논외로 치고) 꽤나 직설적으로 그리고 있다는 점에서 읽을만하다. 열두개의 이야기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다음과 같다. 계보라도 만들어볼까 했지만, 후, 그럴 것 까지는 없을 듯 싶고. 서른 네 살의 전업주부 료코-결혼식 피로연에서 만난 다자키. 료코의 남편 구라타 고이치-구라타의 대학시절 연인 히로코. 남편과 이혼한 히로코-우연히 히로코의 육체를 산 남자 가와하라 소이치. 얼마전 모친상을 다한 요코의 남편이며 미유키의 아버지인 가와하라 소이치-거리의 젊은 여인들을 사는 그. 가와하라의 딸 미유키-그녀의 나이든 섹스 파트너 미즈타니. 여색을 밝히는 것으로 정평이 나있는 미즈타니 유지-그의 사촌누나였으며 고등학교때 사망한 치요코. 미즈타니 유지의 부인 미즈타니 마사코-마사코의 신경을 거슬리는 앞집의 아키코. 마사코와 한동네에 사는 하야카와 기미요-그녀의 엄마의 죽음, 남편, 딸. 거식증에 걸린 적이 있는 기미요의 딸 유코-유코의 병 치료를 도왔으며 레즈비언 관계에 있는 에리. 기미요의 남편 히카루-그의 대학시절의 애인 유리코. 오빠가 죽어 데릴 사위를 얻는 바람에 자신의 성을 간직하고 있는 마야 유리코-유리코의 섹스 파트너 사카다. 유리코와의 정사 사진을 미끼로 협박하는 사카다-사카다를 청부살인하기로 작정하는 유리코의 남편 츠네오. 아, 그리고 책을 읽다가 정말인가? 싶은 부분이 하나 눈에 잡혔다. 첫사랑이라는 단어에 대한 환상을 여지없이 깨는 부분이기는 한데, 내 생각에도(하지만 난 남자잖아) 그러리라고 여기기는 하는 그런 부분... "...대부분의 경우, 여자가 잊지 못하는 건 현재의 남자나 기껏 해봐야 그전의 남자 정도이다. 십 수년 전의 남자 따위를 기억하는 여자는 소설이나 영화에서의 미화일 뿐이다. 첫경험의 상대였다고 해서 남자의 기억이 특별한 색채를 지니는 것은 아니다. 여자가 첫 섹스에서 크게 기억하고 있는 부분은, 육체적인 고통이나 미숙했던 자신의 몸에서 풍겨났던 땀냄새의 두려움 정도일 것이다..." 정말 그런가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