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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자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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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자국은 내가 어렸을 때부터 어머니에게서 받고 느낀 것들이다. 그것은 어머니의 자국이며 사랑이며, 슬픔이다. 어머니가 해준 음식과 함께 그 재료에 난 칼자국을 먹으며 간과 창자 심장과 콩팥은 점점 자란다. 그러기 때문에 나는 그것이 아프다. 엄마의 장례식장에 온 딸이 칼을 통한 엄마에 대한 기억을 떠올린다. 에피소드 같은 작은 사건들을 늘어놓는다. ‘맛나당’ 이라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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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자국은 내가 어렸을 때부터 어머니에게서 받고 느낀 것들이다. 그것은 어머니의 자국이며 사랑이며, 슬픔이다. 어머니가 해준 음식과 함께 그 재료에 난 칼자국을 먹으며 간과 창자 심장과 콩팥은 점점 자란다. 그러기 때문에 나는 그것이 아프다.

엄마의 장례식장에 온 딸이 칼을 통한 엄마에 대한 기억을 떠올린다. 에피소드 같은 작은 사건들을 늘어놓는다. ‘맛나당’ 이라는 칼국수집을 억척스럽게 꾸려오고, 아버지가 몸매가 좋은 때밀이 여자와 커플링을 나눠끼는 것을 보고, 화투패에 가서 판돈을 올리며 잠시나마 스트레스를 푸는 것이 어머니의 삶이다. 그 삶 속에는 어머니의 슬픔과, 생활력과 고됨이 있다. 어머니의 순탄치 않은 삶에는 항상 칼이 있다. 그 칼은 마치 어머니이기도 하다. 칼을 수십 번씩 갈며 자식들을 먹여 살린다. 닳고 닳는 칼처럼 어머니 자신도 닳아간다. 하지만 칼은 어머니의 마지막 자존심이자, 뿌리칠 수 없는 것이다. ‘어두운 내 몸속에는 실로 무수한 칼자국이 새겨져 있다. 그것은 혈관을 타고 다니며 나를 건드린다. 내게 어미가 아픈 것은 그 때문이다. 기관들이 다 아는 것이다. 나는 ‘가슴이 아프다’라는 말을 물리적으로 이해한다. 자식은 어머니에게서 받은 칼자국을 느낀다. 나는 어머니가 떠나고 난 후 허기를 느낀다. 마지막에 어머니가 쓰던 칼로 사과를 맛있게 깎아 먹으면서 그 칼자국이 계속 이어져갈 것을 암시한다.

김애란의 소설에서는 유독 아버지가 나약하거나 부재인 상태로 나타난다. 그것은 ‘달려라,아비’ 에서도 그랬고 칼자국에서도 드러난다. 칼자국에서는 그 시대의 상황이나, 가족의 모습이 드러난다. 그런 것들과 대조되어 어머니의 삶 그 자체가 더 분명하게 드러나는 것 같다.

칼자국을 읽으면서 문체가 매우 인상적이었다. 감각적이면서도 톡톡 튀는 문체들을 읽는데 재미를 더해주었다. ‘내 컴컴한 아가리 속으로 김치와 함께 들어오는 어머니의 손가락 맛이랄까. 살맛은 미지근하니 담담했다. 식칼이 배추 몸뚱이를 베고 지나갈 때 전해지는 그 서걱하는 질감과 싱그러운 소리가 나는 참 좋았다. 어둑한 부엌 안, 환풍기 사이로 들어오던 햇빛의 뼈와 그 빛 가까이에 선 어머니의 옆모습’ 이라는 부분이라던지, ‘오른손이 칼질을 하는 동안 왼손 손가락 두 개는 칼 박자에 맞춰 아장아장 뒷걸음쳤다.’ 라는 부분을 읽을 때면 상상이 가면서 문체가 재밌고 참신했다.

담담하고 일상적이게 이어가지만 그 속에 분명히 매력이 있다. 그래서 김애란 소설을 참 좋아하는데, 칼자국도 정말 인상적이었다.

j*****7 2011.12.20. 신고 공감 1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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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자국 - 2008년 제9회 이효석 문학상 수상 작품집, 해토,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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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자국> - 2008년 제9회 이효석 문학상 수상 작품집, 해토, 2008 김애란의 첫 장편 소설 <두근 두근 내 인생>이 출간되면서, 다시 한번 그녀에게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그녀는 첫 책이 나오기도 전에 단편 <달려라 아비>로 한국일보문학상을 받았다. 그 다음 발표한 단편 <칼자국>으로 이효석 문학상까지 받게 된다. 보수성 짙은 한국 문단에서 이례적인 일들을 만들어 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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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자국> - 2008년 제9회 이효석 문학상 수상 작품집, 해토, 2008

김애란의 첫 장편 소설 <두근 두근 내 인생>이 출간되면서, 다시 한번 그녀에게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그녀는 첫 책이 나오기도 전에 단편 <달려라 아비>로 한국일보문학상을 받았다. 그 다음 발표한 단편 <칼자국>으로 이효석 문학상까지 받게 된다. 보수성 짙은 한국 문단에서 이례적인 일들을 만들어 내고 있다. 독자들이 그녀의 첫 장편을 기다리는 이유도 이러한 기대감이 반영되어 있기 때문이다. <칼자국>은 칼을 소재로 질퍽한 현실과 싸워온 우리 어머니 이야기를 이야기다. 그런 어머니를 통해 삶을 정하는 작가의 밝고 유쾌함이 곳곳에 베여있다.

눈 크고 이마가 잘 생겨 인기가 좋았던 어머니는, 말없이 바라만 보던 아버지를 선택했다. 신혼 초 인천에서 살림을 시작했지만, 배부터 불러 결혼한 부모님을 탐탁하게 생각하지 않았던 외가에서는 전혀 도움을 주지 않다. 어려운 사람에도 아버지는 여물지 못한 사람이었다. 자신은 스탱 가락지 하나 못해 주었으면서도, 어머니가 힘들게 마련해준 결혼반지를 신혼 첫날 저당 잡혀 잊어버리는 그런 난감한 사람이다.

앳된 새댁이었던 어머니는 1500원을 주고 산 ‘특수 스댕’ 칼을 가지고, ‘맛나당’이라는 칼국수 집을 시작한다. 아버지는 체면이 안 선다고 반대를 했지만 살림이 불어나면서, 모든 것을 어머니에게 떠넘긴다. 그러면서도 아버지의 난감함은 계속 된다. 유흥비로 쓴 사채 빛 20만 원을 500만원으로 만들기도 하고, 고향 선배 보증을 서 어머니를 궁지로 몰아넣는다. 그런 일을 겪으며, 여자로서의 따뜻함을 받지도 못했지만, 어머니는 묵묵히 칼질을 한다.

어머니는 칼끝으로 평생 누군가를 거둬 먹여야 하기에 무심하게 오늘도 칼질을 한다.

-끝-



s****r 2011.07.09. 신고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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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의 칼은 도마 위를 뚜벅뚜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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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가신 어머니를 1인칭 회상 형식으로 쓴 작품이다. 감정적으로 흐르기 쉬운 ‘어머니’라는 제재를 이성적 시각으로 썼다. 특히 칼이 도마 위를 걷는다는 표현이 마치 어머니의 당당한 삶을 대변하듯 경쾌하다. 어쩌면 암울할 수 있는 어머니 인생이 음식과 요리를 통해 따뜻하게 표현됐다.   작가의 시대에 어머니하면 칼을 떠올리는 건 당연하다. 그 시대 어머니들은 자식을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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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가신 어머니를 1인칭 회상 형식으로 쓴 작품이다. 감정적으로 흐르기 쉬운 ‘어머니’라는 제재를 이성적 시각으로 썼다. 특히 칼이 도마 위를 걷는다는 표현이 마치 어머니의 당당한 삶을 대변하듯 경쾌하다. 어쩌면 암울할 수 있는 어머니 인생이 음식과 요리를 통해 따뜻하게 표현됐다.

 

작가의 시대에 어머니하면 칼을 떠올리는 건 당연하다. 그 시대 어머니들은 자식을 위해 늘 음식을 만들고 계셨으니까. 지금은 외식의 입맛에 길들여진 데다 조미료를 넣지 않아 맛이 나지 않는 어머니의 음식이 약간 소외되고 있다. 그래서 요즘의 ‘엄마’들이 음식을 만든다는 것 조차 조금은 생소하게까지 느껴진다.

 

근래 와서 요리를 주제로 한 화려한 영화가 인기가 있는데 서서히 사라져가는 ‘음식 만드는 어머니’를 보며 투박한 모성애를 느껴볼 수 있는 작품이다.

 



s******2 2009.09.11. 신고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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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란이'를 아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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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란이'를 아십니까? 『달려라 아비』와 『침이 고인다』의 저자이자, 영원한 '문단의 여동생' 김애란 작가 말입니다.   그녀의 두 번째 소설집 『침이 고인다』에서 가장 인상 깊게 읽었던 「칼자국」이라는 단편이 2008년 제9회 이효석 문학상의 주인공이 되었습니다. 현재 문학 분야를 맡고 있는 저는, 이 책을 처음 본 순간 나도 모르게 "아, 애란이다!"하며 반가워 했습니다. 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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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란이'를 아십니까? 『달려라 아비』와 『침이 고인다』의 저자이자, 영원한 '문단의 여동생' 김애란 작가 말입니다.

 

그녀의 두 번째 소설집 『침이 고인다』에서 가장 인상 깊게 읽었던 「칼자국」이라는 단편이 2008년 제9회 이효석 문학상의 주인공이 되었습니다. 현재 문학 분야를 맡고 있는 저는, 이 책을 처음 본 순간 나도 모르게 "아, 애란이다!"하며 반가워 했습니다. 사실 김애란 작가가 저보다 나이가 많지만, 왠지 '애란이'라는 별명이 너무나 잘 어울려서 말이죠. 심지어 전작보다 더 성숙해진 『침이 고인다』을 읽으며 '잘 크고 있어~'라며 흐뭇해하기까지 했더랍니다.(웃음)

 

김애란 작가에 대한 저의 모순적인 마음은 하나가 더 있습니다. 일종의 '배신감'이랄까요. 그녀의 글을 읽고 나면 '너무 좋다'는 마음과 동시에 '이런 글을, 나보다 두 살밖에 많지 않은 사람이 썼다니', 하는 억울한 마음이 들기도 합니다. 특히 「칼자국」은 '어머니'라는 단어 하나만으로도 눈물 흘릴 수 있는 세상의 모든 딸들에게, 가슴에 칼자국을 새기는 듯한 통증을 남기는 단편입니다.

 

그렇습니다. "어머니의 칼끝에는 평생 누군가를 거둬 먹인 사람의 무심함이 서려 있"듯이, 김애란 작가의 글에는 평생을 사람들과 함께 부대끼며 살고, 살아내고, 살아올 수 있었던 사람의 담담함이 배어 있습니다.

 

이번 이효석 문학상 작품집에는 김애란 작가의 또 다른 글 「큐티클」을 비롯하여, 전회 수상자 박민규 특유의 허를 찌르는 결말을 보여주는 「낮잠」, 그리고 추천 우수작으로 김도연의 「북대」, 김윤영의 「내게 아주 특별한 연인」, 백가흠의 「그런, 근원」, 손홍규의 「푸른 괄호」, 정미경의 「타인의 삶」, 한창훈의 「삼도노인회 제주여행기」가 수록되어 있습니다.

 

지금 강원도 평창군 봉평에는 메밀꽃이 한창이랍니다. 9월 6일부터 닷새 동안은 제10회 효석문화제도 열린다고 하네요. 어느덧 성큼 다가와버린 가을에 잘 어울리는 문학상 작품집입니다.

 

컨텐츠팀 정현경 (http://blog.yes24.com/tkfkwlek)

 http://blog.yes24.com/document/1072410

 

t******k 2009.02.09. 신고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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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울하며 비루한 일상들---[한국소설-2008 이효석 문학상 수상작품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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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 여러 명이 써 놓은 소설집을 읽고 이렇게 우울함을 느끼기는 처음인 것 같다. 다른 사람들은 이 책을 어떻게 읽어낼지 모르겠지만, 나는 그랬다. 서글프고 고단하면서 이렇게 살아야만 하나, 결국 죽음에 이르고 말 것을 이렇게 매일매일 아둥바둥 살아야 하나, 무슨 영광이 기다리고 있을 것이라고 지금 참고 견디면서 내일을 꿈꾸어야 하나.   2008년 수상작품집이니 2007
"우울하며 비루한 일상들---[한국소설-2008 이효석 문학상 수상작품집]" 내용보기

개인적으로 여러 명이 써 놓은 소설집을 읽고 이렇게 우울함을 느끼기는 처음인 것 같다. 다른 사람들은 이 책을 어떻게 읽어낼지 모르겠지만, 나는 그랬다. 서글프고 고단하면서 이렇게 살아야만 하나, 결국 죽음에 이르고 말 것을 이렇게 매일매일 아둥바둥 살아야 하나, 무슨 영광이 기다리고 있을 것이라고 지금 참고 견디면서 내일을 꿈꾸어야 하나.

 

2008년 수상작품집이니 2007년부터의 우리 시대를 직접적으로 반영하는 글이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그게 바로 우리의 현재 삶의 모습일 텐데, 정말 한 편 한 편 우울하기 짝이 없다. 막연히 사는 게 힘든 모양이다, 나만 그런 게 아닐 거야, 이렇게 기운이 안 나서야... 싶던 것들이 이 책 속에 그대로 담겨 있다. 내 비록 오래 살아온 게 아니지만 이럴 수는 없는 노릇인데, 지난 날 아무리 암흑같은 세월이라고 해도 그때는 버틸 무언가가 숨은 빛처럼 우리를 끌어당기고는 있었는데.

 

늙어가는 것도 두렵고 죽음 앞에서 죽음을 기다리는 일도 지긋지긋할 것 같다. 피할 수도 없는 노릇인데, 어찌 이리도 무기력할 수밖에 없는 것인지. 살아서는 살만하다 싶은 마음이 생겨야 하루하루가 그래도 좋은 것이 될 수 있는데, 어떻게 이렇게 계속 살아야만 하나 그리고 왜 살아야 하나 싶어진다면 얼마나 기막힐 것인가.

 

이만큼의 집중력을 쏟아 읽기도 어려운데, 또 이만큼 맥빠지는 독서여서 더욱 처량하다. 책 탓이 아니라 시대 탓이라고, 아무리 스스로를 위로하려고 해도 기운이 되살아나지 않는 독서 후기다.

YES마니아 : 로얄 j***6 2008.10.22. 신고 공감 0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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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 이효석 문학상 수상작품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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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상작 , 김애란 / 칼자국 수상작가 자선작 , 김애란 / 큐티클 기수상작가 자선작 , 박민규 / 낮잠   추천 우수작 김도연 / 북대 김윤영 / 내게 아주 특별한 연인 3 백가흠 / 그런, 근원 손홍규 / 푸른 괄호 정미경 / 타인의 삶 한창훈 / 삼도노인회 제주여행기   2007년 작품집을 무척 재밌게 읽어서 2008년도 작품집도 도서관에서 빌렸다. 2007년 수상자가 박민규씨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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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상작 , 김애란 / 칼자국

수상작가 자선작 , 김애란 / 큐티클

기수상작가 자선작 , 박민규 / 낮잠

 

추천 우수작

김도연 / 북대

김윤영 / 내게 아주 특별한 연인 3

백가흠 / 그런, 근원

손홍규 / 푸른 괄호

정미경 / 타인의 삶

한창훈 / 삼도노인회 제주여행기

 

2007년 작품집을 무척 재밌게 읽어서 2008년도 작품집도 도서관에서 빌렸다. 2007년 수상자가 박민규씨였고 첫번째 추천 우수작이 김애란씨였는데 올해는 김애란씨가 상을 받았다. 빌려놓고 목차를 살펴보니 와, 내가 가장 좋아하는 작가 중의 하나인 김애란, 그에 대한 몇 가지 글이 덤으로 실려 있다. '김애란의 문학적 자전'과 '내가 만난 김애란 1', '내가 만난 김애란 2'. 1은 소설가 김중혁이 쓴 글이고 2는 그의 쌍둥이 언니 김애연씨가 쓴 글이다. 김애연씨도 글을 참 잘 쓴다.

가장 마음에 와 닿았던 작품은 박민규의 '낮잠'이었다. 2007년도 수상작 '누런 강 배 한 척'은 그의 이전 작품들과는 많이 다르다. 문장을 단락 띄우기로 끊는 솜씨라든가 웃음이 픽 하고 나오는 매력적인 문장은 여전했지만 주제의 무거움과, 그 무거운 주제를 대하는 작가의 태도는 예상 밖이었다. '낮잠' 역시 비슷하다. 나이 든 사람들의 이야기. '아버지'로 살아온 늙고 초라한 남자의 이야기이다. 와, 정말 박민규의 다음 책이 기대된다. 여러 문학 잡지에 이미 실은 단편을 묶은 소설집은 아니면 좋겠다. 장편소설이면 좋겠다!

다시 일을 할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오가는 직장인들을 바라보는 스스로의 진심에 나는 좌절했었다. 그토록 지긋지긋했던 그 삶이, 결국 내가 원하는 삶이었다니. 언젠가 퇴직을 하면, 하는 상상으로 33년의 직장 생활을 견뎌내지 않았던가. 내 삶은 과연 무엇이었을까. 삶이란... 무엇일까. (낮잠, 71쪽)

김애란씨의 '큐티클'은 이전 작품들과 비슷한 느낌이다. 20대 후반 젊은 도시 직장인 여성이 주인공이다. 도시의 삶에 대한 기막힌 표현들이 마구 공감을 일으키는 작품이다. 그렇지만 조금 식상한 느낌도 든다. 이전의 두 소설집을 워낙 재밌게 읽었고 공감하는 부분이 무척 많았던 터라, 여전히 그런 감각이 날카롭게 살아있는 작품이지만, 이젠 조금 다른 무언가를 기대하게 된달까.

이런저런 곁눈질과 시행착오 끝에 가까스러 얻게 된 한 줌의 취향. 안도할 만한 기준을 얻는 데 얼마나 많은 비용이 들었던지. 상품 사이를 산책할 때 나는 엄격한 동시에 부드러운 사람이 됐다. 내가 원하는 게 무엇인지 알고 있다는 데서 오는 여유. (큐티클, 37쪽)

선배는 만나자는 말에, 처음에 당황하다가 곧 약속을 잡자고 했다. 귀찮을 법도 한데, 성공한 사람으로서 조언을 해줄 수 있는 자기 위치가 싫지 않은 눈치였다. (큐티클, 47쪽)

백가흠씨의 작품은 처음 읽어 본다. 여러 책에서 그의 이름은 자주 접했는데. 그의 인터뷰 기사를 읽다가 썩 마음에 들지는 않았다. 속된 말로 좀 싸가지 없는 느낌? 근데 작품을 접해보니 인상적이다. 문체도 매끄럽다. 주인공 근원의 삶이 생생하다.

한가지 궁금한 것. 이효석 문학상은 대체 어떤 상이지? 이미 발표된 젊은 작가들의 단편 소설 상인가? 

a*****l 2008.11.15. 신고 공감 0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