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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사람을 사랑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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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하는 저자이기에, 평이 좋기에, 세일을 하니까 등 책 한권을 구입할 때도 나름 이유를 가지고 있다. 영화도 마찬가지다. 가장 먼저 선택되는 기준은 작품성이고 다음엔 친숙한 배우나 영화감독, 자신이  좋아하는 장르, 마지막으로 입소문이다. 그러나 이 모든 조건에 부합되지 않지만 기억된 지식으로 보게 되는 영화가 있다. ‘트리스탄, 이졸데’가 이런 경우다. 바그너의 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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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하는 저자이기에, 평이 좋기에, 세일을 하니까 등 책 한권을 구입할 때도 나름 이유를 가지고 있다. 영화도 마찬가지다. 가장 먼저 선택되는 기준은 작품성이고 다음엔 친숙한 배우나 영화감독, 자신이  좋아하는 장르, 마지막으로 입소문이다. 그러나 이 모든 조건에 부합되지 않지만 기억된 지식으로 보게 되는 영화가 있다. ‘트리스탄, 이졸데’가 이런 경우다. 바그너의 오페라로 잘 알려져 있기에 보고 싶었고, 영화를 보고 난 후에는 숀 코넬리와 리차드 기어의 매력이 화면에 넘쳤던 ‘카멜롯의 전설’이 떠올랐다. 아더왕과 그의 기사 란슬롯, 그리고 왕비 귀네비어가 ‘카멜롯의 전설’에 등장한다면 ‘트리스탄 이졸데’ 에도 똑같이 마크왕, 그의 기사 트리스탄, 그리고 왕비 이졸데의 슬프고 아프지만 아름다운 사랑이 토대를 이루고 있다. 이유는 두 영화 다 중세 로맨스의 토대를 이룬 켈트인의 전설을 소재로 만든 영화이기에 서사는 거의 일치한다. 차이가 있다면 카멜롯의 전설은 남성적인 영화(아무래도 숀 코넬리, 리처드 기어라는 배우 때문)지만 트리스탄과 이졸데는 여성적인 느낌을 갖게 하는 영화다. 남녀 주인공인 제임스 프랭코는 젊고 연약한 이미지를 가지고 있고, 소피아 마일즈의 청순한 섹시함과 12세기 아일랜드의 아름다운 풍경이 아우러져 입안에서 감도는 커피 향처럼 달콤한 영화가 탄생됐다. 

 


아일랜드의 거대한 산맥을 롱컷으로 잡으며 사냥을 하고 있는 어린 트리스탄과 아버지의 모습이 보인다. 토끼 한 마리를 잡고 즐거운 모습으로 나란히 들판을 걷는 두 사람의 모습이 정겹다(이런 장면은 반드시 비극과 이어진다는 것을 이제 안다^^) 행복도 잠시, 로마제국이 멸망한 후 아일랜드는 영국의 각 부족을 지배하고 있었다. 이들이 모여 하나의 힘으로 결속될 것을 두려워 한 아일랜드는 각 부족의 연합을 철저히 감시하고 있었는데 트리스탄의 아버지와 콘월 부족의 족장 마크(루퍼스 스웰)를 중심으로 비밀 회합을 갖는다. 그러나 이 정보가 세어나감으로 인해 아일랜드에 의해 잔혹한 학살이 진행되는 데 이때 트리스탄은 부모를 잃게 되고 간신히 살아남은 마크는 어린 트리스탄을 양아들로 키운다. 

 


세월이 흐르고 트리스탄은 콘월 부족의 최고 전사로 성장한다. 그는 마크와 함께 각 부족들을 설득해 연합군을 형성하고 아일랜드에 저항한다. 이때 싸움 중에 트리스탄은 독이 묻어있는 칼에 베어 치명상을 입게 된다. 마크와 그의 부하들은 트리스탄이 죽은 것으로 알고 전통적인 장례의식에 따라 배에 띄워 바다로 보내지며 자연스럽게 화장이 진행된다. 그러나 악천후로 인해 불이 꺼지고 트리스탄이 타고 있던 배는 아일랜드의 한 해변에 도착한다. 아버지의 야심으로 인해 사랑이 없는 결혼을 해야 하는 이졸데는 이곳에 은신처를 만들어 놓고 마음을 달래고 있다. 바닷가를 산책하던 어느 날 이졸 데는 해변으로 밀려온 트리스탄의 배를 발견한다. 그의 체온을 보존하기 위해 알몸으로 트리스탄의 옆에 눕는 그녀는 자신의 신분을 숨긴 채 트리스탄을 치료한다. 언제나 그렇듯이 두 사람의 운명적인 사랑이 시작되고 거처가 탄로 난 트리스탄은 이졸데의 도움으로 아일랜드를 탈출해 영국으로 돌아온다. 이때 두 사람의 이별 장면은 로맨스 영화의 전통 방식을 따른다. 같이 가자고 애원하는 트리스탄, 같이 갈 수 없음을 알고 있는 이졸데.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의 아픔이다. “당신이 살아있다는 소식을 들으며, 당신 생각을 할게요!” 

이때부터 이졸데는 바닷가에 앉아 하염없이 트리스탄을 생각하며 그리움의 시간을 보낸다. 

 


자신의 권력을 유지하기 위하여 아일랜드 왕 돈차더는 무술대회를 열고 우승한 기사에게 자신의 딸 이졸데를 줄 것이란 미끼를 던진다. 마크의 존재감을 높이기 위해 이 대회에 참가한 트리스탄이 우승 했을 때 뛸 듯이 기뻐하는 이졸데. 이제 사랑하는 사람의 아내가 될 것이란 기대감 때문이다. 그러나 그들의 사랑은 점점 더 아프고 고통스럽게 다가온다. 두 사람의 사랑을 알고 있던 아버지는 트리스탄이 마크 왕을 대리한 기사이기에 당연히 이졸데와 결혼할 사람은 마크 왕이란 선언을 한다. 오열하는 이졸데는 우리의 사랑을 모든 사람에게 알리자고 하나 트리스탄은 단호하게 자신은 마크 왕을 대신한 사람이라며 반대한다. 깊어지는 사랑만큼 감당해야할 사랑의 아픔도 비례한다. 


마크 왕과 결혼하게 된 이졸데의 아픔과 갈등, 이를 바라보고 괴로워하는 트리스탄, 두 사람의 관계를 모르고 트리스탄을 자신의 아들처럼 사랑하고 왕위까지 물려주려고 하는 마크. 이들의 삼각관계는 결국 비극으로 끝나지만 사랑은 아름답다. 두 사람의 사랑을 알게 된 마크는 그들의 영원한 사랑을 위해 도망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 준다. 그러나 마크의 사랑을 알게 된 트리스탄은 자신의 사랑보다 위기에 처한 나라를 구하고자 기꺼이 전쟁에 참여하고 결국 죽음을 맞이한다. 

 


“삶이 죽음보다 위대하다 할지라도 사랑에 비하면 하잘 것 없어” 이졸데를 향한 변함없는 사랑을 고백하며 숨을 거두는 트리스탄을 보며 오열하는 이졸데‘  

영화의 마지막 엔딩은 이들의 사랑이 얼마나 깊고 위대했는가를 보여준다. 트리스탄이 죽음으로 아일랜드의 침공을 막았기에 마크는 영국의 왕이 되었고 태평성대를 누리게 된다. 트리스탄이 죽은 자리에 이졸데는 버드나무 두 그루를 심었는데 서로 뒤엉켜 잘 자라다가 사라졌다고 한다. 


가을은 이루어질 질 수 없는 아픈 사랑이 잘 어울리는 계절이다. 누구나 한번쯤은 사랑의 열병에 앓았던 경험이 있기에 계절은 가끔 그 사랑에 대한 추억을 떠올리게 한다. 그때는 고통스러웠고 아팠고 힘들었지만 지금은 잘 채색된 수채화처럼 아름답게 남아있기에 그 사랑이 더욱 그리운 이유다. 특히 요즘처럼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쟁취하는 사랑을 전리품으로 챙기는 시대에 순수한 사랑이 주는 울림은 크다. 영화가 가지고 있는 가치 가운데 하나는 세상이 아무리 혼탁하다 할지라도 맑은 영혼을 가진 사람들을 화면 속에서 만나게 될 때 얻는 삶에 대한 깨달음이다. ‘한 사람을 사랑했네’ 사랑에 대한 아름다운 정의다.  


YES마니아 : 로얄 j*****r 2014.10.22. 신고 공감 5 댓글 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