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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은 그냥 받아들이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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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나에게 걷는다는 것은 별다른 생각 없이 자연스러운 일이었던 것 같다. 어려서 학교에 다닐 때부터 지금 생각해보면 꽤나 먼 거리였음에도 걸어 다녔고, 그런 생활은 서울로 올라오기 전까지 계속되었다. 하긴 그 시절에야 차를 타고 싶어도 다니는 차가 없었으니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지만 말이다. 서울에 올라와서도 웬만한 거리는 걸어 다녔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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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나에게 걷는다는 것은 별다른 생각 없이 자연스러운 일이었던 것 같다. 어려서 학교에 다닐 때부터 지금 생각해보면 꽤나 먼 거리였음에도 걸어 다녔고, 그런 생활은 서울로 올라오기 전까지 계속되었다. 하긴 그 시절에야 차를 타고 싶어도 다니는 차가 없었으니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지만 말이다. 서울에 올라와서도 웬만한 거리는 걸어 다녔던 것 같다. 어떤 때는 학교가 일찍 파하는 날, 시청 앞에서 당시 집이 있었던 봉천동까지 걸어간 기억이 아직도 있는걸 보면, 걷는다는 걸 오히려 좋아하지 않았나 싶기도 하다. 그러다 보니 친구들과 어울려 산에 다니기 시작했고, 한때는 우리나라의 모든 산을 오르겠다는 조금은 허황된 생각까지도 했던 것 같다.

 

내가 걷는 생활에 종지부를 끊은 것은 신도시에 있는 아파트로 입주하면서이다. 막상 입주는 했지만 교통편이 아주 불편하여 차를 가지고 출퇴근을 했다. 처음에는 새로운 노선이 들어오면 곧 대중교통을 이용하겠다고 마음 먹었지만, 한 육 개월 정도 지나자 '편함'이라는 습관이 몸과 마음을 점령해버렸다. 그때부터 아주 가까운 거리가 아니면 당연하다는 듯 차를 가지고 이동했다. 주말이면 가까운 산에 오르던 것도 흐지부지해졌다. 그렇게 몇 년을 살다 보니 나에게 걷는다는 것은 그 자체가 특별한 일이 되어버렸다. 그러면서 나타난 현상은 걷는다는 것에 대한 환상이 생기기 시작했다. 그래서 언젠가부터 산티아고 순례길을 걸어보겠다고 작정을 하고 있지만 그것이 가능할지 어떨지는 나 자신도 잘 모르겠다. 그 흔한 둘레길도 한번 걸어보지 않았으니 어쩌면 꿈만 야무진 것인지도 모른다.

 

내가 이렇게 걷는 것에 대해 주절주절 말을 하는 이유는 아마 '걷다'라는 것에 나 나름대로의 의미를 부여하고 있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산티아고 순례길을 걸어보겠다는 꿈을 꾸고 있기도 하고, 이 책의 제목을 보고서 '걷는다'의 또 다른 의미를 생각하는 것 일 게다. 산티아고 순례길을 걷고 싶은 이유는 아무런 연고가 없는 곳에서 몇 날 며칠이고 걸으면서 나에 대해 생각해보고 싶기 때문이다. 지나온 삶을 반추해보고, 나란 누구이고, 또 무엇인지에 대해 진지하게 성찰해보고 싶은 것이다. 가끔가다 나도 내가 낯설기에 어쩌면 나 스스로도 자신에 대해 잘 알지 못하고 지금까지 살아온 것은 아닌지 하는 생각이 들곤 한다. 그래서 아무도 없는 곳에서, 아무런 간섭 없이 온전히 나 자신에 대해서만 생각해보고 싶은 마음이 순례길을 걷고 싶은 희망으로 다가온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런가 하면 이 책의 제목을 보고서 생각하는 '걷다'는 나 혼자가 아닌 다른 누군가와 같이 걷는 것을 생각하게 만든다. 쉽게 말해서 우리는 같이 걷는 사람을 두고 동반자라고 말한다. 동반자가 꼭 걷는 것에만 쓰이는 단어는 아니지만, 무엇을 하든 같이 할 때 우리는 흔히 같은 길을 간다고 말한다. 그러기에 둘이서 같이 걷는 길은 자신만의 속도나 자신만의 방향이 아닌 상대방의 속도와 방향까지 신경 쓰며 걷는 길이기도 하다. 비록 같은 곳을 보면서 걷더라도 그 과정이 결코 순탄치 않은 것이 우리들의 삶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는 서로 조심하라고 말하며 걸었다]는 제목만 보고서도 책을 다 읽은 것 같은 느낌이 들었는지도 모른다.

 

장석주시인과 박연준시인이 같이 걸었던 길은 시드니의 지인이 빌려준 집에서 보낸 한달 간이다. 이 책은 그들이 한달 동안 같은 방향을 보고 걸었던 길에 대해 서로의 시선으로 쓴 글이다. 같이 걷고 그 느낌을 책으로 내는 것으로 결혼식을 대신했다는 저자들, 그들이 걸었던 길은 서로에 대한 이해의 길이 아니었나 싶다. 천천히 오래 걸어 가자는 박연준 시인과, 너무 멀지도 않고, 너무 가깝지도 않은 그 거리를 유지한 채 남은 생을 살아가고 싶다는 장석주 시인, 그들이 걷는 길은 사랑의 길이기에 앞서 이해의 길이 될 것이 분명하다는 생각이 든다. 이해라는 말의 반대편에 있는 게 사랑이라고 말하는 것을 보니 말이다.

 

그들은 아마 오늘도 서로 조심하라고 말하며 걷고 있을 게다.

k*****1 2016.03.06. 신고 공감 9 댓글 18
리뷰 총점 종이책
『우리는 서로 조심하라고 말하며 걸었다』
"『우리는 서로 조심하라고 말하며 걸었다』" 내용보기
봄이 왔다는데 봄을 즐기지 못할 뿐만 아니라 봄이 왔는지 갔는지도 분간 못할 지경이었다. 창밖으로 눈길 한번 주기 어려운 일상이다. 더구나 창을 등지고 앉아있으니.체육 수업을 대신하여 어느 반을 들어가게 되었고 아이들과 함께 운동장에 나올 수 있었다. 개학 후 한 낮에 학교 건물 밖을 나온 것은 그날이 처음이었다. 근 두 달만에 오전 11시의 햇볕을 흡수한다. 햇살은 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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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이 왔다는데 봄을 즐기지 못할 뿐만 아니라 봄이 왔는지 갔는지도 분간 못할 지경이었다. 창밖으로 눈길 한번 주기 어려운 일상이다. 더구나 창을 등지고 앉아있으니.

체육 수업을 대신하여 어느 반을 들어가게 되었고 아이들과 함께 운동장에 나올 수 있었다. 개학 후 한 낮에 학교 건물 밖을 나온 것은 그날이 처음이었다. 근 두 달만에 오전 11시의 햇볕을 흡수한다. 햇살은 참으로 눈부셨다. 아이들은 푸른 운동장에서 축구를 하고 나는 경기장 스탠드에서 어슬렁 거렸다. 햇볕에 굳었던 머릿 속이 녹아 내리는 듯 하다. 이 책을 가지고 나오길 참 잘 했다며 나 자신을 칭찬했다. 바닥에 벚꽃눈이 흩어져 있었다. 비록 만개한 벚꽃은 구경도 못했지만 벚꽃잎들이 바닥 곳곳에 누워 마지막까지 혼신의 힘을 다해 빛을 내고 있어줘서 고마웠다. 그곳에 책을 눕혔더니 훌륭한 침대가 되어준다.

 

 

 

이 책을 읽고 싶었던 이유는 마침 어느 분의 글에서 장석주 교수의 책 리뷰를 읽은 터였고 바로 이어 나도 장석주 교수의 책을 직접 만나게 되었기 때문이다. 그 와중에 들린 결혼 선언 소식. 페이스북에서 접한 결혼 소식은 내 머리를 탁 치는 듯 하였고 관음증을 동반한 호기심으로 책을 구입했다. 아마도 나 같은 속물적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여럿 있었으리라. 이는 스물 다섯 살 차이를 극복한, 그것도 사제 간의 사랑에서 발전했다하니. 그 한 줄기 문장만으로도 세간의 관심을 받는 건 당연지사. J♥P연인도 그것을 의식했기 때문에 처음엔 부정하려했고 남의 눈을 의식했을테니까.

 

 

 

[결혼선언]을 대신한 책이다. 시인 박연준과 시인이면서 인문학과 철학을 넘나들며 글을 쓰는 저술가이면서 출판인, 대학 교수직 등 타이틀이 많은 장석주의 글이 책의 반씩 차지하고 있다. 시드니에서 한달간 체류한 시간을 엮은 책이다. 난다 출판사에서 [걸어본다]시리즈를 내고 있나보다. 일종의 여행에세이인 것이다. 박연준 시인의 글이 먼저 실렸다. 나와 비슷한 나이대이고 여성이라서인지 그녀의 글이 내게 더 잘 맞았다. 쑥쑥 빨아들이는 기분으로 글을 읽어갔다. 반면 장석주 시인의 글은 어렵고 건조하며 감정을 절제한 글로 읽힌다. 쭉쭉 읽어나가지 못하고 쭉 뻗은 도로에 좁은 간격으로 놓인 방지턱이 있는 것 마냥 턱턱 막힌다. 그래서 읽는 데 오래 걸렸다.

각자가 어느 상황에 대해 교차된 시선으로 풀어놓은 글은 몇 안된다. 내가 이 책을 읽고 싶었던 목적을 상실한 것을 뒤늦게서야 확인했다. 그나마 박연준 시인의 글은 여행 에세이로 잘 맞았지만 장석주 시인의 글은 하나의 소재를 파고드는 경우가 많아서 여행 에세이 느낌이 거의 없다. 인문학서의 색깔이 짙었다. 나의 내공이 부족한 탓이다. 아니, 취향의 차이로 평가하련다. 두 분의 사랑이 얼마나 애틋하고 깊은지가 더 궁금했던 나에겐 장석주 시인의 글이 부담스러울 수밖에. 박연준 시인을 만난 것이 행운이다. 그것이 이번 독서의 수확이다.

 

YES마니아 : 로얄 g********s 2016.04.24. 신고 공감 6 댓글 10
리뷰 총점 종이책
그들이 들려줄 다음 이야기들이벌써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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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서로 조심하라고 말하며 걸었다> 박연준 시인의 글을 읽어나가는 중에 무심히 만난 이 글이 제목이었고,이 책의 제목은 시 구절처럼 느껴졌다.그랬다.그녀의 글을 읽는동안 왜 나는 긴 문장을 읽으면서도 시를 읽는 느낌을 계속 받았을까?  평소 익숙한 서울이 아니라 낯선  공간 시드니에서 아무런 제약없이 사랑하는 남자와 오롯이 시간을 보낼 수 있게 된 그녀의 글들은 아
"그들이 들려줄 다음 이야기들이벌써 기다려진다" 내용보기

 <우리는 서로 조심하라고 말하며 걸었다>

박연준 시인의 글을 읽어나가는 중에 무심히 만난 이 글이 제목이었고,이 책의 제목은 시 구절처럼 느껴졌다.그랬다.그녀의 글을 읽는동안 왜 나는 긴 문장을 읽으면서도 시를 읽는 느낌을 계속 받았을까?

 평소 익숙한 서울이 아니라 낯선  공간 시드니에서 아무런 제약없이 사랑하는 남자와 오롯이 시간을 보낼 수 있게 된 그녀의 글들은 아름다운 사유로 가득했다. 낯선 공간,자유로이 쓸 수 있는 시간,사랑하는 사람과 같이라는 세 박자가 어우러지면 이런 생각과 문장들이 만들어지는 걸까? '와 이쁘다.우와 좋다' 이런 감탄사를 내뱉으며 빠져들었다.

 

바람 좋고 햇빛 좋은 테라스에서 책을 읽고,낯선 도시를 하염없이 걷고, 맛있는 요리를 하고 너무나 평범한 일상을 보낸다. 때로는 혼자 ,때로는 그와, 가끔은 그 도시의 지인들과......평범함 속에서도 여행자처럼 도시의 아름다운 곳들을 얘기해줘서 그 곳으로 달려가고 싶은 충동을 일으키게도 했다. 참 좋은 글들을 많이 만났다. 

'좋은 이유는 말할 수 없고,나쁜 점은 여러가지를 말할 수 있는데도 그 사람이 좋은 것,콩깍지가 벗겨졌는데도 그 사람이 좋은 것이 사랑'이라는 그녀의 말이  사랑의 정의에 가장 가깝다고 느껴졌다. 그녀는 회전목마 타는 아이들을 바라보는 부모들을 보며 자식은 세상 밖으로 나가려 하고,한곳에 붙박여 목이 빠지도록 아이를 기다리는 늙은 부모을 떠올리며 미래를 봐버린 것처럼 슬퍼했다.'이름이 중요한 법이다 무엇이든 호명하고,불러주고,사랑해주는 순간 빛나게 된다.완전히 달라진다.'란 문장은 뻔히 아는 얘기지만 그녀를 통해 들으니 다시금 큰 의미로 다가오고,'아무것도 안 할 수도,울 수도,잘 수도 꼬박 샐수도 있는 밤은 잉여고 선물이고,자유다,밤은 치유의 힘을 갖고 있다' 는 말에 밤을 사랑하고 싶은 마음까지 들었다.

 

마음에 속쏙 들어오는 그녀의 글들보다 더 마음에 들었던 것은 주어진 시간을 최대한 충실하게 즐기고 있는 모습이었다. 충실하다는 말은 바쁘게가 아니라 온전히 주어진 시간을 즐기고 있다는 것이다.

나는 찬찬히 하루를 즐기는 것을 잘 하지 못한다. 바쁘다는 말은 좀 멀찍이 떨어뜨려두고 느릿느릿 보낼 수 있는 나의 하루를 만들어 보고 싶다. 꼭 여행지가 아니어도 일상에서도 충분히 할 수 있을텐데 그런 마음을 먹지 못하는 것뿐일테니.

 

너무 그녀의 얘기만 했다.그의 얘기도 해야지. 같은 에피소드를 가지고 다른 얘기를 듣는 재미가 솔쏠했다.하나의 책이지만 두 사람의 글이다 보니 두 권의 책을 보듯이 다른 느낌이었다. 부드러운 그녀에 비해 그의 글은 힘이 있고,솔직 담백했다. 일상의 얘기들 속에서 들려주는 그의 생각들은 내 마음에 쏙쏙 박혀왔다.'느림은 우리를 시간의 부자로 만든다.''오늘의 삶이 곧 미래의 삶이다.' 다시금 나의 삶을 돌아보는 글귀들을 만났다.

 

두 사람이 시드니에서 가장 즐겼던 일이 뭐였을까 생각해보니 걷기였다. 사랑하는 두 사람이 나란히 걸으며 같은 풍경을 바라보며 얼마나 많은 얘기들을 나누었을까? 앞으로 사랑한 것 보다 더 많은 날들을 사랑하며 살아갈 그들이 만들어 내는 이야기들은 이 책 속에서 들려 주었던 이야기들보다 더 아름다운 이야기들일것이라 생각한다.

j*****3 2016.03.08. 신고 공감 6 댓글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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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와 JJ의 시드니 생활에는 사랑이 묻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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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혼자가 있는 줄 모른 채 우연히 만난 여인에게 빠져드는 운명은 상냥하고 순수한 로테에게 끌려 마음의 짐을 내려놓지 못한 베르테르는 권총으로 자살하고 만 비련의 주인공 역을 맡은 뮤지컬 관람을 앞두고 집을 떠나는 길에 책 한 권을 꺼내들었다. 남해에서 부산까지 가는 버스에서 읽을 요량으로 도착한 책들 중 한 권을 선택하는 일이 쉽지만은 않았다. 며칠 전에 장석주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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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약혼자가 있는 줄 모른 채 우연히 만난 여인에게 빠져드는 운명은 상냥하고 순수한 로테에게 끌려 마음의 짐을 내려놓지 못한 베르테르는 권총으로 자살하고 만 비련의 주인공 역을 맡은 뮤지컬 관람을 앞두고 집을 떠나는 길에 책 한 권을 꺼내들었다. 남해에서 부산까지 가는 버스에서 읽을 요량으로 도착한 책들 중 한 권을 선택하는 일이 쉽지만은 않았다. 며칠 전에 장석주 시인의 독서 경험과 애장하는 도서 중심의 여운 있는 글을 읽어서인지 한 권이 책으로 부부의 연을 맺었음을 독자들에게 선포하는 통과의례에 해당하는 글이 궁금해서였다.

 

    때 늦은 겨울비가 차창을 때리고 스물다섯이라는 나이 차를 뛰어넘는 사랑의 열매에 더 관심이 가는 것은 가보지 않은 길을 걷는 부부의 용기가 부러워서일 것이다. 스승과 제자의 인연으로 만나 서로를 향하여 뛰는 가슴을 억누르며 이것은 아니라고 손사래를 칠 때마다 숙명의 끈은 자꾸만 보이지 않는 선으로 이어져 둘을 견고하게 묶어주었는지도 모른다. 맑은 영혼으로 서정적인 감수성을 키우며 살아온 시인의 생활 속에 깊이 밴 사랑의 정서는 이성적인 판단으로 이해되지 않는 마음의 시킴이었다.

 

    청정 지역의 광활한 공간에서 자연적 질서를 거역하지 않고 살아가려던 두 사람에게 번잡한 공간을 벗어나 투명한 하늘 아래 비취색 물결을 보면서 걷고 걸으며 여유롭게 지낼 수 있는 안식의 시간이 주어졌다. 시드니 북서쪽 동네인 글레노리의 대저택에서 한 달 동안 머물며 둘 만의 세계를 이어나간다. 나와 너가 만나 우리가 된 두 시인은 한 집에서 함께 사는 일에 익숙지 않았지만 서로 조심하라며 말을 건네는 배려가 돋보였다. 10년을 연애하고 한 보금자리에 둥지를 털었지마는 혼자 살던 시간에 익숙했던 이들에게는 자신의 영역에 들어온 이가 이런저런 이야기를 건네며 간섭받는 일이 달갑지 않은 일이다.

 

   짐을 꾸리고 여행길에 오르기 전 낯선 공간에서의 생활이 두렵기도 하지만 둘이 함께 하는 여행이기에 설렘이 더했을 것이다. 한자리에서 잠들었다가 눈을 뜨고 상대의 눈을 바라보며 민낯으로 인사를 건네며 조금씩 둘은 서로에게 젖어간다. 살아내야 할 삶에서 비껴나 느긋하게 움직이며 물상의 움직임에 반응하는 시간은 속력을 내며 왜 이러고 사는지도 묻지 않은 채 살고 있는 현대인들의 삶과는 대별된다. 도시에 자연을 인공적으로 조성한 왕실 정원을 찾아 갖가지 나무들의 향연을 보면서 걷는 일은 지금껏 살았던 삶을 뒤집는 일이라는 점에서 소요하는 삶이라 일컫는 저자는 걷기 예찬론자로 비춰진다. 걸음으로써 마음의 고요를 찾고 가슴속 응어리를 풀어내며 지냈던 지난날 노모와의 10년 생활이 쉽지 않을진대 원망이나 푸념은 보이지 않는다.

 

   글레노리 주택에서 글쓰기와 명상으로만 보내던 날들은 부부가 수도원에서 수행하는 것처럼 보일 정도로 자기만의 세계 속으로 침잠하였다. 아내는 남편의 고집은 따를 자가 없을 것이라며 남편의 속살을 드러내고 간섭받기를 싫어하는 점을 알아 그의 영역을 침해하지 않으려 애썼다. 침묵을 지키며 글쓰기에 빠져 있는 남편에게 항변이라도 하듯 고요한 밤 거룩한 밤을 피아노로 수차례 연주했다는 상상만으로도 웃음이 피어오른다. 무료함을 달랠 길이 없어 P를 좀 봐 달라는 신호를 JJ에게 보냈지만 허사였다. 포도주 한 병을 마시고 토한 붉은 포도주가 흥건한 바닥에 널브러진 아내를 보면서 죄책감과 연민, 안도감이 교차했다는 진솔한 표현에는 낯선 공간에서 느끼는 부부의 동질성 회복은 연대로 나아갈 것이다

  

   시드니에 도착한 뒤 마중 나온 이의 환대를 받으며 글레노리 올드 노던 로드에 위치한 저택으로 이동하여 여장을 풀고 변화된 환경에 적응하며 살아가는 실험 기간은 한 달이라는 시간이지만 심리적인 시간은 상대적이라 가늠하기 힘들어 보인다. 낯선 공간의 이방인으로 현지인들의 속살들을 들여다보며 소소한 행복을 발견하고 심심함을 애써 지우려 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를 받아들이며 낯선 곳을 둘러보다 시큰둥해지면 책을 펼쳐 읽는 시간은 자유로운 시간을 만끽하는 여유로 채워진다. 가속도가 붙지 않는 공간에서는 조바심을 낼 일도 없고 무한 경쟁의 각축전을 벌일 필요가 없으니 시간도 더디 흘러간다

 

   달콤한 이름만큼이나 연인들의 애정 행각이 자연스레 벌어지는 곳 달링 하버 주변을 걸으며 사유 속으로 빠져드는 시간은 다른 생활의 흔적을 각인하는 시간이기도 하다. 카지노에서 기분 좋을 만큼의 소비로 모험을 거는 시간은 인생의 희로애락을 맛보며 기분을 전환할 수 있는 시간의 영역이었다. 아무리 좋은 곳이라 하더라도 몸에 배인 섭생까지 버리면서 현지 생활에 적응하기는 힘들다. 된장찌개의 구수한 맛을 그리워하고 김치찌개의 얼큰함에 빠져 보는 상상만으로도 이민자들은 행복을 떠올리게 될 것만 같다. 시드니 생활에 익숙할 즈음 살던 공간으로 돌아온 부부는 각기 다른 색깔로 그동안의 일상을 기술한 것처럼 서로의 세계를 존중하며 감성적인 영역을 키워 늦게 만난 인연을 소중히 보듬고 살아갈 시간들로 채워가길 바라는 마음이 커져만 간다.

 

 

n*****9 2016.02.11. 신고 공감 5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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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카의 결혼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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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는 전날 내리던 비의 여운이 아침까지 길게 이어져 유유히 떠다니는 구름 위에 어둡게 내려앉아 있었다. 조카의 결혼식에 참석하기 위해 일찍 집을 나선 길, 주말 휴일의 게으름에서 비롯된 창백한 고요가 도시 전체를 뒤덮고 있는 듯했다. 나는 처음 가보는 도로로 차를 몰았고, 산과 들에는 며칠 전에 내린 눈이 달마시안의 얼룩 무늬처럼 어지러웠으며, 이제 막 젊은 부모가 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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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는 전날 내리던 비의 여운이 아침까지 길게 이어져 유유히 떠다니는 구름 위에 어둡게 내려앉아 있었다. 조카의 결혼식에 참석하기 위해 일찍 집을 나선 길, 주말 휴일의 게으름에서 비롯된 창백한 고요가 도시 전체를 뒤덮고 있는 듯했다. 나는 처음 가보는 도로로 차를 몰았고, 산과 들에는 며칠 전에 내린 눈이 달마시안의 얼룩 무늬처럼 어지러웠으며, 이제 막 젊은 부모가 되기로 결심한 조카의 결심에 머리가 무거웠다.

 

"'젊은'이란 말과 '부모'라는 말을 붙여놓으면 왠지 애틋하다. 아이 때문에 서둘러 어른이 되어야 했을 사람들. 부모이기 이전에 자식이었던 사람들. 아이들이 자라는 속도에 맞춰, 어쩌면 그보다 더 빨리 늙어갈 사람들. 그들은 목마가 한 바퀴 돌아 자기 아이를 만나게 될 때마다 웃으며 손을 흔들었다. 아이가 한 바퀴의 세상을 구경할 때까지 그 자리에 붙박여 기다리는 모습에서 부모된 자들의 천형天刑을 감지할 수 있었다. 회전목마만큼 부모와 자식 관계를 잘 설명해주는 것이 또 있을까." (p.64)

 

컨벤션홀이라고 명명된 예식홀에는 여느 집회 장소처럼 엄숙하거나 조용하지 않았다. 신랑이 될 사람과 신부가 될 사람의 새로운 출발을 축하하는 자리라기보다는 그들의 예식을 빌미로 그동안 잊고 지냈던 사람의 생사를 자신의 두 눈으로 직접 확인하고야 말겠다는 듯 사람들은 저마다 참석한 사람들 한 사람 한 사람의 얼굴을 자세히 훑고 있었다. 으레 그렇듯 예식은 눈 깜박할 사이에 끝나 버렸다. 함께 온 사람들을 챙기느라, 또는 반가운 사람들과의 뒤늦은 인사를 나누느라 식당으로 향하는 길은 왁자지껄 소란하고 붐볐다.

 

뷔페의 음식은 종류만 많았지 실상 눈길 한 번으로 손님의 시선을 사로잡을 만큼 식욕을 돋구지는 못했다. 그것은 어쩌면 식당 주인의 전략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접시에 담아 온 음식에 몇 번 손이 갔는가 싶자 사람들은 다들 지친 표정으로 풀어졌다. 그렇게 풀어진 채로 조용히 늙어가고 있는 듯했다.

 

다음 순서의 예식 손님들이 우르르 몰려왔고, 우리는 서둘러 내몰렸다. 서둘러 떠나기에는 뭔가 아쉬웠고, 마땅히 갈 곳도 없이 미적거리거나 어슬렁거리던 사람들은 식당 입구에 놓인 티테이블에 옹기종기 앉아 자판기 커피를 마셨다. 언제였던가, 새댁이었고 새신랑이었던 사람들은 한동안 시간이 흐른 어느 예식장에서 이제 겨우 걸음마를 배우는 어린 아이의 손을 잡은 초보 엄마, 초보 아빠였다가, 다시 얼마만큼 세월이 흐른 어느 날 누군가의 장례식장에서는 훌쩍 자란 아들 딸을 앞세우고 저만치 뒤에서 느린 걸음을 걷는 제법 익숙한 모습의 부모였는데, 어제는 줄 끊어진 연처럼 어느 한 순간 툭 하고 끊어진 아이들을 어디엔가 버려둔 채 부모라는 이름표만 가슴에 매단 채였다.

 

"멀어지는 도시를 향해 나도 모르게 '안녕'이라고 말했다. 다른 어떤 말도 떠오르지 않았다. 이유 없이 가슴이 뭉클했다. 이쪽에서 저쪽으로, 바다를 잠깐 건너는 것뿐인데 무언가 중요한 것과 작별하는 것처럼 가슴이 아팠다. 이렇게 아름다운 순간은 살면서 많이 오지 않겠구나. 지금 내가 인생에서, 가장 아름다운 순간을 관통하고 있다는 것을 '직감적으로' 깨달았다. 아름다운 순간은 붙잡아둘 수 없다. 안녕, 안녕, 누구에게랄 것 없이, 몇 번이나 인사했다." (p.89)

 

고등학생이거나, 대학생이거나, 취업을 준비하는 사회 초년생인 그 시절의 아이들은 이제 오직 그들만의 이유로 바빴고 어느 예식장에도 모습을 드러내지 않은 채 그저 늙었거나 늙어가는 부모들의 입에서 단지 이름으로만 호명되었다. 이름도 잊은 채 그저 아무개의 아빠나 엄마로 불리우는 우리는 ~했었거나,~했었야만 했거나, ~했을 것으로 추측되는 과거형의 이야기들을 한동안 쏟아냈다. 나는 그들 속에서 조금씩 늙었거나 늙어갔거나 오래도록 늙은 채였다.

 

"그가 울음을 터뜨린 것은 아름다움에 대한 감탄 때문이 아니라 깊은 무력감 때문이다. 아름다움이 눈앞에 있는데 그걸 소유할 수 없다는 사실에 절망한 것이다. 장 그르니에는 그 충격을 이렇게 압축한다. "우리를 가득 채워야 할 것이 오히려 우리 안에 끝없는 공허함을 키운다." 아름다움은 한 개인에게 영속적 귀속이 불가능하다. 그것은 단 한 번 불꽃처럼 타올랐다가 덧없이 스러지는 것이며, 두번 되풀이할 수 없는 기적이다." (p.148)

 

우리는 예식장에서 서둘러 떠나는 몇몇과 작별을 했고, 여기 남아서 흐르는 시간을 마냥 붙들고 싶어했던 하릴없이 배회하던 몇몇 사람들과 함께 혼주였던 누나의 집으로 옮겨갔다. 그들의 입에선 그 자리에 없는 아이들의 이름이 또 다시 차례로 불려졌고, 서울대나 경찰대 등 그들이 다니는 학교가 호명될 때마다 아직 중학생이거나 고등학생인 부모의 입에서는 부러움의 말들이 코러스처럼 퍼졌다.

 

헤어져 집으로 돌아오던 시간, 도로에는 암흑처럼 어둠이 내려앉았고 긴 전조등 불빛을 토해내는 차량들 사이로 나는 조금씩 세월을 토하거나 토해냈거나 잊었거나 잊으려 애썼을 것이다. 집에 도착해서도 밤이 늦도록 잠이 오지 않았고,나는 박연준(35)·장석주(60) 두 시인이 함께 낸 책 <우리는 서로 조심하라고 말하며 걸었다>를 읽었다. 이 책은 스물 다섯 살의 나이차를 극복하고 10년 열애 끝에 결혼한 두 사람이 9월 초부터 한 달 동안 호주 시드니에서 살았던 기록을 책으로 엮은 것이라고 했다.

 

시드니 북서쪽 동네 글레노리의 한 동포 집을 빌려 일종의 신혼여행처럼 지냈던 날들을 들려주는 이 책은 한가운데 16쪽짜리 사진첩을 경계로 앞부분은 박연준 시인의 기록이고 뒷부분은 장석주 시인의 글로 구성되어 있다. 두 사람은 여느 신혼부부처럼, 사소한 일로 다투고 삐치거나 같이 산책을 한다. 그리고 영원처럼 사랑을 다짐한다. 나는 문득 조카 생각을 했고, 잘 살았으면 기도했다. 그대로 밤이 깊었다.

이달의 사락 s*****l 2016.01.31. 신고 공감 5 댓글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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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서로 조심하라고 말하며 걸었다/박연준, 정석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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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모자여, 외투여,두 주먹을 호주머니에 집어넣고 나가자.자, 길을 떠나자!자, 가자!   -프레데리크 그로, 『걷기, 두 발로 사유하는 철학』     책을 펴면 1부 박연준 편에서 맨 먼저 만날 수 있는 글이다. 서문에는 이 책이 두 사람의 결혼 선언을 대신하는 것이며 이 책을 펴는 처음과 끝에 김민정 시인이 있었다고 적고 있다. 난다의 편집자인 김민정 시인은 책 속에 있는 문장
"우리는 서로 조심하라고 말하며 걸었다/박연준, 정석주" 내용보기

, 모자여, 외투여,

두 주먹을 호주머니에 집어넣고 나가자.

, 길을 떠나자!

, 가자!

 

-프레데리크 그로, 걷기, 두 발로 사유하는 철학

 

 

 

책을 펴면 1부 박연준 편에서 맨 먼저 만날 수 있는 글이다. 서문에는 이 책이 두 사람의 결혼 선언을 대신하는 것이며 이 책을 펴는 처음과 끝에 김민정 시인이 있었다고 적고 있다. 난다의 편집자인 김민정 시인은 책 속에 있는 문장에서 핵심을 잘도 찾아 제목으로 앉힌다. 이 책의 제목 역시 이 두 사람이 시드니에 도착한 첫날쇼핑한 물건들을 두 손에 들고 걸어가며 했던 말을  찾아낸 것이다. 25년의 나이차로 결혼 한 두 사람의 에세이라고 해서 10년의 연애기간동안 이 사람들은 서로 이런 마음으로 지냈고, 그걸 여기에 조심스럽게 써놓았겠다고 생각했던 내 짐작이 머쓱해지는 순간이었다. 둘은 바쁜 도시 생활 대신 비어있는 호주의 지인 집에서 한 달간 생활을 하고 돌아왔다. 그 소회를 따로 적어놓은 글이 이 책이다. 둘의 시시콜콜한 연애담을 은근히 기대했던 나는 약간 김이 빠질 수 밖에 없었다.

 

 

박연준 시인은 아주 감성적으로 한달동안의 시드니 생활을 그려냈다. 호주의 드넓은 공간 덕분인지 그곳에서는 사람들의 표정이나 행동에서 바쁨이 보이지 않는다고 한다. 아이를 기르면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이 그 아이가 현재 행복해한지를 묻고 상황을 지켜본다거나, 어디를 가든 비어있는 공간을 즐기는 모습은 분명 부러운 점이다. 하지만 시인은 자신이 천상 한국인 아줌마일 수밖에 없다고 고백한다. 현관문만 열면 원하는 것을 마음껏 구할 수 있는 우리나라의 상가들, 익숙한 바쁨과 스쳐지나가는 사람들의 무표정을 보고서야 자신이 있어야 할 곳으로 돌아왔다는 안도감을 느끼는 것을 보면 그랬다.

 

 

시인의 글이어서 그런지 문장이 간결하고 아름답다. 꼭 써야할 말만 써서 지루하지 않았다. 그 와중에 재치도 있어 때때로 웃어가며 읽을 수 있었다.

 

 

1부가 붉은색으로 박연준 시인의 여행기를 적었다면 2부는 푸른색으로 쓴 정석주 작가의 여행기다. 같은 시간, 같은 장소를 여행했는데도 그 느낌과 생각이 확연히 다르게 표현 된 것이 신기하다. 나는 1부를 재미있게 읽었던 반면 2부는 좀 지루했다. 그 이유는 다독가로 유명한 장석주 작가가 글의 꼭지마다 인용한 내용들 때문이기도 했고, 자신의 생각을 단정적으로 정의한 후 그 정의를 뒷받침하기 위해 문장을 이끌어가는 문체가 좀 마음에 들지 않아서였다. 가령 발바닥은 항상 옳다라는 문장으로 시작해서 걷기예찬을 하는 내용이 있는데, 어떤 여지를 남겨두지 않고 자신의 주장을 거칠게 표현하는 방식이 썩 마음에 들어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한 달 동안 낯선 곳에서 아무런 의무도 지지 않은 채 한가로운 시간을 가질 수 있다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는데 그 시간을 상상해 볼 수 있는 책이었다.

    

t******e 2016.02.15. 신고 공감 2 댓글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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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서로 조심하라고 말하며 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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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한 지 벌써 5년이 지났다. 이 책을 읽으면서 나는 그 시절의 우리를 계속 떠올려보지 않을 수 없었다.결혼하면 나의 인생이 드라마처럼 바뀔 것만 같았고, 혼자서도 행복했지만 결혼하면 더 행복해질 것만 같았다. 나혼자 걷는 인생이 아닌 둘이 같이 걷는 인생을 살고 싶었다.그러나 결혼은 엄연한 현실이었다. 내가 원하는 것을 왜 주지 않냐고 싸웠고, 왜 나만큼 너도 하지 않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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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한 지 벌써 5년이 지났다.

이 책을 읽으면서 나는 그 시절의 우리를 계속 떠올려보지 않을 수 없었다.

결혼하면 나의 인생이 드라마처럼 바뀔 것만 같았고, 혼자서도 행복했지만 결혼하면 더 행복해질 것만 같았다. 나혼자 걷는 인생이 아닌 둘이 같이 걷는 인생을 살고 싶었다.

그러나 결혼은 엄연한 현실이었다. 

내가 원하는 것을 왜 주지 않냐고 싸웠고, 왜 나만큼 너도 하지 않는 거냐고 싸웠다.

싸우고 나면 결혼하기 전에 싸웠을 때보다 더 마음이 좋지 않았고, 이게 좋아서 한 결혼인가 싶었다.

결혼하고 한 1~2년은 정말 피터지게 싸웠다. 그런데 기막힌 건 지금은 싸우지도 않는다는 것이다.

 

멋진 커플의 결혼 선언을 대신한 이 책은 결혼을 결심하고 행복했던 우리, 결혼하고 나서 죽도록 싸우고

미워했던 우리, 이제는 오래된 좋은 친구같아진 우리를 생각하게 해주었다.

 

이토록 멋진 커플의 앞날에 빛나는 행복히 가득하길 바란다.

우리도 서로 조심하라고 말하며 걸어갈테니.   

YES마니아 : 골드 h********3 2016.05.25. 신고 공감 1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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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서로 조심하라고 말하며 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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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어보기 전부터 이 글을 쓴 두 사람의 시인은 결혼을 하고, 여행을 떠난 이야기를 적은 글 이라고 조금은 막연하게 알고 있었다. 그래서인가, [우리는 서로 조심하라고 말하며 걸었다]라는 제목은 도대체 어디에서 나온 것일까,가 가장 궁금했었다. 이런 궁금증은 나만 갖고 있는 것일까? 혹시 책을 읽지 않았는데 나처럼 궁금해할 사람이 있을지 몰라 냉큼 스포일러를 퍼뜨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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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어보기 전부터 이 글을 쓴 두 사람의 시인은 결혼을 하고, 여행을 떠난 이야기를 적은 글 이라고 조금은 막연하게 알고 있었다. 그래서인가, [우리는 서로 조심하라고 말하며 걸었다]라는 제목은 도대체 어디에서 나온 것일까,가 가장 궁금했었다. 이런 궁금증은 나만 갖고 있는 것일까?

혹시 책을 읽지 않았는데 나처럼 궁금해할 사람이 있을지 몰라 냉큼 스포일러를 퍼뜨리듯이 툭 털어놓는다. 이 말은 JJ-그들이 서로를 표현하고 있는 그대로 적어놓자면 - 의 글이 아니라 P의 글에 담겨있다. 책을 읽기 전에 어디 야생의 숲에서 길이라도 잃은 것일까,혹은 시드니 외곽의 오지 비스무레한 곳에서 야생동물과 마주치기라도 했을까, 라는 쌩뚱맞은 상상을 하며 긴박한 상황을 떠올려봤지만 그것과는 전혀 다르게 그들은 도심의 한복판에서 지나쳐가는 차량에 치일까봐 서로를 끌어당기며 '서로' 조심하라고 말하며 걸었던 것이다. 아, 김빠진다는 느낌은 아니지만 왠지 무덤덤해 보이면서도 서로를 사랑하고 있는 마음을 슬그머니, 아니, 조금은 더 강하게 드러내고 있는 문장이 아니던가. 시드니에서 한달을 생활했다는 것도 부러운데 그들의 사랑과 결혼 선물이라고 말하고 있는 이 책의 존재조차 부러워지고 있다.

 

두 사람의 글이 교차되어 편집되기에는 표현되는 글이 너무 달라서였을까. 각자의 생각과 느낌, 일상의 묘사가 따로 떨어져있다. 시드니에서의 생활은 분명 두 사람이 함께였을텐데 글로 표현된 그들의 모습은 사뭇 다른 느낌이었다. 그런데 왠지 그것이 싫지가 않다. 두 권의 책을 읽는 느낌과 동시에 한 권의 책을 읽는 느낌인 것이.. 뭐라 딱 꼬집어 얘기하기는 힘들지만 그냥 좋은데? 라고 말하고 싶은 그런.

혼자 괜히 키득거리게 되는 것은 뮤지컬 관람을 하는 두 사람의 이야기인데, 솔직히 처음부터 나는 P의 이야기를 읽으며 나중에 JJ는 과연 그에 대해 뭐라고 썼을까,가 더 궁금했었는데 별 얘기없이 슬그머니 지나가고 있어서 괜히 놀려주고 싶은 마음이 생기기도 했다. 한사람은 계속 졸고 있다가 기가막힌 타이밍 - 박수를 쳐야하는 부분에서 정확이 깨어나 열렬한 박수를 치곤했다,라고 하는데 한사람은 지독한 풍자와 익살에도 잘 웃지 않는 경성사회에서 살고 있는게 틀림없다며 호주 노인들이 우습지 않은 대목에서도 웃고 있다는 이야기를 늘어놓고 있다.

그리고 그만큼이나, 아니 그보다 더 흥미진진하게 들여다보게 되는 일명 '싸움'이야기, 그러니까 그들의 멋진 표현으로 말하자면 '와인 한 병이 누워있다' '바람이 불고 수염은 자란다'를 읽다보면 재미있게 느끼다가도 또 뭔가 그들만의 사랑표현이 보여지는 것 같아 샘이 나기도 한다. 조율이 안된 피아노를 음이 틀려가며 거룩한 밤 고요한 밤을 되풀이하며 연주하고 있는데, 그것을 또 격정적으로 연주하고 있다며 전혀 거룩하지도 고요하지도 않은 밤을 보내고 있으리라 생각하는 그들의 모습이 왠지 '싸움'이라고 하기엔 적절하지가 않은 듯 하다. 그것에는 '와인'의 역할이 한 몫 단단히 한탓도 있겠지만.

 

여행이라기보다는 일상의 모습과 같은, 일상이라고 하기에는 조금 더 특별해 보이는 그들의 이야기를 조금은 가볍게 표현했지만 이 책에는 '걷기'와 '산책하기'에 담겨있는 사색의 모습이 진중하게 박혀있다. 그래서 어쩌면 더 좋았는지도 모른다.

두 사람의 글 표현이 사뭇 다른 느낌이어서 두 권의 책을 읽는 느낌과 동시에 한 권의 책을 읽는 느낌이라고 했지만 솔직히 말하자면 그 사색의 모습때문에 더욱더 그랬다는 이야기를 빼놓으면 안될 것 같다.

 

 

 

 

 

 

 

 

이달의 사락 r***2 2016.02.26. 신고 공감 1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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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을 본 물건들이 모두 네 봉지나 되었다. 무거운 짐을 들고 걸어가려니 시드니 땅이 넓다는 생각이 들었다. JJ와 쇼핑한 물건들을 두 봉지씩 나눠 들고 걸어가는데, 차가 쌩하니 지나갔다.  우리는 서로 조심하라고 말하며 걸었다. /p22'난다' 에서 출간하고 있는 걸어본다 시리즈를 드문드문, 손이 가는 대로 읽고 있다. 제일 먼저 구입했던 책은 아직도 읽지 않고 책장 속에 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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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을 본 물건들이 모두 네 봉지나 되었다. 무거운 짐을 들고 걸어가려니 시드니 땅이 넓다는 생각이 들었다. JJ와 쇼핑한 물건들을 두 봉지씩 나눠 들고 걸어가는데, 차가 쌩하니 지나갔다.  우리는 서로 조심하라고 말하며 걸었다. /p22



'난다' 에서 출간하고 있는 걸어본다 시리즈를 드문드문, 손이 가는 대로 읽고 있다. 제일 먼저 구입했던 책은 아직도 읽지 않고 책장 속에 있지만,  <우리는 서로 조심하라고 말하며 걸었다> 는 누구의 글인지도 모르고 제목만으로도 읽어보고 싶었던 책이었다.  지난해 <소란>으로 먼저 접했던 박연준 시인과 장석주 시인 부부가 결혼식을 올리지 않고 결혼식을 대신할 책으로 엮은 어쩌면 청첩장과도 같은, 한국이 아닌 시드니에서 한 달여간을 살며 그들이 함께 쓴 책이다. 장석주 시인의 책을 추천하는 지인들이 많았지만 지독히도 에세이적 취향인 내가 찾아 읽었던 적은 없던 작가라 그들이 함께 쓴 글이 어떨지 궁금한 마음에 펼쳐 들었다. 



박연준(35)·장석주(60) 두 시인이 함께 낸 책 [우리는 서로 조심하라고 말하며 걸었다](난다)는 책을 통해 두사람의 결혼 사실을 알리는, 청첩장과도 같은 책이다. 10년 열애 끝에 올 1월 혼인신고를 했지만 결혼식을 올리지는 않았던 이들이 9월 초부터 한달 동안 호주 시드니에서 살았던 기록이다./한겨레 | 한겨레 최재봉 선임기자




숨이 막힐 때가 있다. 인생이 단 한 번이라는 생각을 하면,

이번 생이 처음이자 마지막일지도 모르는데,이렇게 살아도 되나?  목뒤가 서늘해질 때가 있다  내가 겪어온 '어제'들이 날아가버린 날들이 아니라 몸에 배이고 스미는 날들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태어난 이후로 줄곧 시간을 써왔구나, 나는 오래되었구나.  인생은 낡았다!  앞으로 더 낡아갈 일밖에 없는 것인가?

​삶은 현재진행형이다.  과거도 미래도 수면 아래 있다.  오직 현재만이 '사실적으로' 작동한다.  잘사는 것에 대해서라면 관심이 없다.  다만 많은 것들을 충분히, 고루 느끼고싶다.  상처는 두렵지 않다.  후회가 두렵다.  오라, 갖가지 경험들, 내가 느낄 감정들, 인생을 좌지우지할 천 가지 얼굴들이여!  나쁜 경험이란 없다.  겪지 말았더라면, 생각했던 일들도 지나고 나면 괜찮았다. 

누군가 내 삶을 세탁해 입어보라고, '처음' 선물한 것 같다.

입어볼까?  오래된 처음처럼, 꼭 맞기를.   /p16~19 박연준




박연준 시인의 글을 시작으로 책은 시작 되고있다.   서로에 대한 고백과도 같은 시로 시작하는 박연준 시인의 시를 읽으면서 시드니에서 한 달여간의 생활이 그들의 결혼 생활에 어떠한 영향을 주게 될까? 라는 생각을 해보기도 했다.   남녀간의 사랑에 대해 많은 글들이 출간 되었고 출간되고 있다.  하지만 이들의 이야기를 읽다보면 절절한 사랑보다 서로의 믿음에 기반한 삶이 있는것 같다고나 할까?  길고긴 10년의 연애 끝에 결혼을 결심하게 된 그들, 생각보다 많은 나이차에 놀랐지만 아마도 공감할 수 있는 부분이 있기에 긴 시간동안 지내오면서 함께 사는 일까지 결심하게 된 것이 아닐까?  시드니의 자연속에서 글을 읽고, 걷고, 자연속에서 많은 생각과 글을 집필 할 수 있었던 건, 그리고 그들이 함께 보낸 공간에서 각자의 생각을 담은 글을 한 권의 책으로 엮을 수 있었던 건, 매력적인 생각이었다.




"우리는 책 사이에서만, 책을 읽어야 비로소 사상으로 나아가는 그런 존재가 아니다.  야외에서, 특히 길 자체가 사색을 열어주는 고독한 산이나 바닷가에서 생각하고, 걷고, 뛰어오르고, 산을 오르고, 춤추는 것이 우리의 습관이다." 니체는 날마다 걸으며 상상하고 발견하고 경이로 전율하면서 사유를 확장해나간다. 그는 철학사에서 빛나는 누구보다도 걷기에 열광했던 건각으로 기억되어야만 한다 /p171  장석주



우리는 매일 밤 죽는다  잠은 작은 죽음이다  날마다 잠에 드는 까닭에 날마다 죽는 것이다.  아침에는 새로운 생명을 얻어 부활한다.  우리는 날마다 삶과 죽음을 번갈아 겪으면서 큰 죽음을 맞는다.  잠이 작은 죽음이라면 큰 죽음은 영원한 망각에 드는 일이다.  작은 죽음들은 큰 죽음을 위해 드는 보험이다.  우리는 잠자면서 망각과 죽음에 드는 연습을 한다.  삶이라는 전투를 끝내고 망각과 안식에 들때 치명적인 실수를 범하지 않기 위하여!  작은 죽음들을 잘 치르는 사람이 큰 죽음도 잘 맞을 것이다. /p194  장석주




공감하며 함께 거니는듯 읽었던 박연준 시인의 글을 지나, 시드니에서의 사진들을 몇 장 지나고 나면 장석주 시인의 글이 이어지는데.... 솔직히 장석주 시인의 글이 어렵다고 해야하나?  문학교수님을 모시고 여행을 하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장석주 시인도 조금은 쉽게 다른 문학서적의 인용을 조금 줄여 주었더라면, 박연준 시인과 밸런스가 맞지 않았을까?  하는 조금은 아쉬운 생각도 들었다.  아마도 내가 그의 글을 아직 접하지 않아서 였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많은 문장 속에서 마음을 붙잡는 문장들도 꽤 있었으니 그의 책도 조만간 찾아서 읽어보리라 생각해보게 된다.    그들이 함께 거닐었던 시드니,  함께여서 서로를 보듬으며 지냈던 한 달 여간의 시간.  다시 일상으로 돌아와 가끔은 그곳이 그리우리라 생각되는 시간들.  이 책을 읽고 아직 가보지 못한 그 곳이 조금은 궁금해졌다.  기회가 되어 시드니에 방문할 일이 생긴다면 장석주 시인의 글을 다시 곱씹으며 읽어보고 싶은 생각을 해보게 된다.




낯선 곳을 여행해보면 안다.

여행은 불편을 동반한 낯선 상황의 연속이라는 것을.

불안과 스트레스를 동반하며

그리 익숙함을 그리워하게도 만든다는 것을.


돌아와보면 안다.

익숙할 때 즈음 그곳을 떠나왔음을,

이곳의 익숙함이 달콤하고 감동스럽게 느껴지지만

잠깐일 뿐이라는 것을,

조만간 권태에 빠져,

불편과 낯선 상황을 향해 달아나고 싶어할 것임을.


일상을 여행처럼, 여행을 일상처럼 살 수 있다면 좋겠다. 

서울을 서울 밖에서 바라보듯 거리를 두고,

돌아와서도 헤매야 한다. /p100  박연준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d******7 2016.02.18. 신고 공감 1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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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천히 걸으면서 주변 돌아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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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길을 걸을 때마다 스마트폰을 보는 일이 많아졌다. 이전에는 주변에 어떤 가게가 생겼는지, 어떤 사람이 어떤 걸음 걸이로 걷고 있는지 종종 살펴보았지만, 우리는 스마트폰 화면을 보면서 위험천만한 걸음걸이를 걷는다. 그것이 잘못되었음을 알지만, 우리는 좀처럼 고치지 못한다. 사람이 스마트폰에 집착을 보이는 까닭은 단순히 중독성 때문일까? 아니면, 스마트폰을 통해 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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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는 길을 걸을 때마다 스마트폰을 보는 일이 많아졌다. 이전에는 주변에 어떤 가게가 생겼는지, 어떤 사람이 어떤 걸음 걸이로 걷고 있는지 종종 살펴보았지만, 우리는 스마트폰 화면을 보면서 위험천만한 걸음걸이를 걷는다. 그것이 잘못되었음을 알지만, 우리는 좀처럼 고치지 못한다.


 사람이 스마트폰에 집착을 보이는 까닭은 단순히 중독성 때문일까? 아니면, 스마트폰을 통해 이루어지는 소통을 중시하는 관계 때문일까? 어느 이유라고 하더라도 스마트폰은 우리가 현재 걷는 길을 오롯이 바라보는 일을 방해한다. 조심하며 걸어야 하는 길을 위험하게 걷게 한다.


 아마 여기에는 스마트폰 중독만이 아니라 빨리빨리 문화에 익숙한 우리의 습관도 이유가 될 것이다. 인터넷 상에서 퍼지는 각종 루머와 정보를 조금이라도 더 빨리 알아야 우리는 다른 사람과 대화할 수 있고, 외톨이가 되지 않을 수 있다. 우리는 빠르게 흐르는 정보 소용돌이 속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책 <우리는 서로 조심하라고 말하며 걸었다>는 시드니에서 보낸 두 저자의 한가로움, 빠르게 흘러가는 한국에서 벗어난 고요함이 느껴지는 시드니의 일상을 담은 기록이다. 시드니의 일상을 담은 기록이라고 하더라도 시드니에 거주하는 사람들보다 자신들이 겪은 이야기를 기록한 글이다.


 책을 읽는 동안 하루가 48시간인 것 같다고 하는 저자의 말이 부럽게 느껴졌다. 한국에서는 어떻게 천천히 보내려고 해도 무엇을 해야 한다는 강박증이 너무 심하다. 휴식 시간이 있어도 휴식 시간 같지 않고, 마냥 흘러가는 시간 속에서 하늘을 쳐다보려고 해도 이게 멍청한 일인 것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한국에서 살게 되면, 한국적일 수밖에 없게 된다는 것. 그것은 우리에게 당연한 일상이지만, 빨리빨리에서 벗어나 시간의 한적함을 느낄 수 있는 과정은 정녕 밖으로 나가야 하는 걸까. 시드니에서 보낸 저자들의 이야기는 비오는 아침에 빗소리를 들으니 더욱 부러워졌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간간이 들리는 새소리에 귀 기울이며, 책을 읽거나 글을 쓰는 일이다. 그러다 마음의 공백이 커지면, 그 마음을 애써 채우고자 피아노를 연주한다. 피아노를 몇 번이고 연주하면서 텅 빈 마음에 피아노 소리가 가득 채워지기를 바란다. 고요함이 점점 채워진다.


 우리는 너무 빨리빨리 무엇을 하려고 하기에 좀처럼 마음을 들여다 보지 못한다. 내 곁에 있는 사람이 어떤 얼굴을 하고 있는지 알지 못한다. <우리는 서로 조심하라고 말하며 걸었다>는 두 명의 저자가 각자 기록한 시드니에서 보낸 일상이다. 그 일상은 제목에서 그대로 느껴졌다.


 길을 걸을 때는 조심하며 걸어야 한다. 우리는 찰나에 불과한 이 순간의 연속을 살아가는 힘 없는 사람일 뿐이다. 지나간 풍경, 지나간 사람, 지나간 마음은 다시 붙잡을 수 없다. 그러니 조심히 걸으면서 천천히 지나가는 풍경을 마음에 새길 수 있도록 하자. 그게 여유 있는 삶이 아니겠는가.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YES마니아 : 플래티넘 이달의 사락 o*****s 2016.02.13. 신고 공감 1 댓글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