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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아씨들... 분명히 예전에 읽었던 책이다. 세계명작 전집속에 들어있었을 것이 틀림없고, 당연히 내가 빠뜨리지 않고 읽었을 책이다. 그러나 그 내용이 생각나지 않는다. '죄와벌'은 사람을 죽인 후에 주인공이 겪는 번뇌에 관한 책이고, '변신'은 갑자기 벌레로 변한 사람이 겪는 갈등에 관한 책이다. 그러나 '작은 아씨들'은 그 유명한 제목에도 불구하고 내용이 생각나지 않았다. 그 제목이 말하는대로 아가씨들에 관한 책인 것은 틀림없을 터인데... 그러나 '작은 아씨들'이라는 책이 준 울림이 잘 기억이 자지 않으면서도 '작은아씨들여 영원히 안녕'이라는 작은 아씨들을 리메이크한 책이라는 이 책을 읽게 된 것은 아마도 내 무의식속에 남아 있는 작은 아씨가 나에게 준 감동이 나를 이 책으로 끌어당겼기 때문일 것이다. 그랬을 것이다. 아름다운 표지와, 멋있는 제목의 글씨체, 내가 읽기 좋아하는 분량의 예쁜 책이라는 것 이외에 바로 그런 점들이 나를 이 책으로 끌어당긴 요인이 될 것이다. 책을 읽으면서 희미하게, 아주 천천히 그것이 나에게로 다가왔다. 희뿌연 안개 너머로 보일듯이 보이지 않는 희멀건 그림자의 움직임 같은 것. 먼 시간의 지평을 넘어서 나에게로 다가온 것은 내가 잊고 있었으나 아직은 내 속에 남아있던 청년기의 감성이었다. 그러나 이 책은 작은 아씨들의 틀을 지니고 있으나 보다 실질적인 이야기들을 하고 있다. 사람이 세상을 살아가고, 아픔과 열정을 경험하며 살아간다는 것, 그리고 그 아픔의 뒤에서 화해와 용서가 이루어진다는 거대한 감동의 드라마는 변함이 없다. 그러나 그 이야기가 오늘날 우리가 살아가는 구체적인 시대를 배경으로 이루어진다는 것은, 그 시대가 가져온 세상을 살아가는 어법의 변화만큼이나 의미가 있는 일이다. 그래서 이 책은 아름다운 먼 이야기가 아니라, 오늘날의 우리들의 삶에 관한 이야기가 되기 때문이다. 오늘날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을 규정하는 가장 큰 사건 하나를 꼽으라고 하면 바로 9.11사태일 것이다. 뉴욕경제의 심장부인 쌍둥이 빌딩에 대한 테러는 그 후의 세상이 움직이는 틀을 근본적으로 바꾸어 놓은 사건이었다. 그런데 우연하게도 그와 꼭 같은 9월 11일. 1973년의 칠레에서도 그에 못지 않게 커다란 사건이 일어났었다. 한 나라의 대통령이 자신의 대통령궁에서 반란군들에 의해 총을 맞고 죽음을 당한 사건이었다. 그 대통령의 죽음 뒤에는 그 나라에 대한 이권이 걸린 나라와 기업들이 있었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이 '작은 아씨들이여 영원히 안녕'이라는 책은 바로 이 두가지 사건을 꿰는 삶에 관한 이야기이다. 세상에 어떤 사건이 일어나던 사람의 삶은 근본적으로 동일하다. 태어나고 성장하고 사랑과 아픔을 겪으며 서서히 늙어간다. 그러나 사람이 태어나 이 세상에 존재하며서 누구나 동일하게 겪는 그 생활사에 구체적인 영향을 미치는 외부적인 요인이 미치는 힘 또한 지대하다. 이 책은 바로 그 점을 세밀하게 그리고 있는 것이다. 사람의 삶은 인간의 보편적인 조건과, 그 인간이 살아가는 세상의 특수한 조건, 그리고 그 세상을 살아가는 인간의 의지에 의해서 서로 다른 궤적을 그리게 되는 것이 아닐까. 이 책의 주인공인 네명의 서로 다른 아가씨들. 서로 성격과 세상을 받아들이는 방식이 다른 여인들은 그 세상을 각자의 방식으로 살아간다. 그리고 책의 마지막에 그들은 그들이 성장했던 옛 마을에서 다시 만나게 된다. 세상이 아직은 그들을 아프게 하지 않았던 그 시절, 거대한 도시이지만 칙칙한 느낌으로 다가왔던 수도 산티아고보다 비할수 없이 작은 마을이지만, 그녀들에게는 그 무엇에 비교할 수도 없을 정도로 아름다운 풍요의 요람이었던 그 마을(푸에블로는 마을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로의 회귀... 그리고 그 옛 추억의 궤적이 그들의 눈 앞에서 사라지는 것을 체험하는 경험... 파블로 네루다의 도움을 받은 아옌데의 선거 혁명과, 그에 대한 피노체트의 반혁명에 관한 이야기는 우리들에게도 잘 알려진 역사적 사건이다. 그리고 얼마전 피노체트를 법정에 세운 칠레는 이제 겨우 그 아픔에서 벗어나기 시작하고 있다. 그 많은 아름에 대한 증언문학들의 사다리를 딪고 서서, 이 책은 시대의 아픔을 통해 성장하는 인간이라는 것에 대한 깊이 있는 성찰을 한 수작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 책은 과거 칠레의 9.11을 넘어서, 오늘날의 세상을 규정하는 미국의 9.11(서로 피해를 당하는 나라가 바뀌었다)이란 세상에 대한 성찰과, 인간의 삶에 대한 긍정, 그리고 삶의 아름다움과 가치에 대한 연민으로 가득찬 무척 아름다운 책이다. 문학이 역사에 메몰되어서도 안되지만, 구체적인 삶의 모습에 대한 이해가 빠진 문학 또한 큰 울림을 얻기가 힘들다. 무척 아름답고 빼어난 문체로 서술된 이 책은 그 쉽지 않는 작업을 구현한 무척 매력적인 작품이다. 세상을 바라보는 작가의 따뜻한 시선과 사람의 삶에 대한 애틋한 마음, 그리고 어떤 아픔속에서도 잃어버리지 않는 긍정... 그것이 멋진 번역으로 우리에게 다가온 이 책에서 얻는 큰 감동일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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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시절 <<작은 아씨들>>은 내게 "로망"이었다.^^ 여자 형제 없이 자란 내게 4명의 자매들이 벌이는 기특하고, 특별하고 화려한 나날들이 얼마나 부러웠던지... 각각의 캐릭터가 확실하게 살아있어 마치 내 이웃에 사는 이들 같았던 작은 아씨들! 그리고 그때의 나처럼 여자 형제 없이 자라고 있는 딸에게도 <<작은 아씨들>>은 특별한 책이다. 단지 그 이유 때문에... 이 책을 골랐다. 작가의 자전적 삶이 <<작은 아씨들>>에 비유되며 칠레의 삶을 잘 대변하고 있다는 설명을 읽고 마냥 기대에 부풀어 있었다. 같은 이유로 딸은 내게 어떤 내용이냐고 자꾸... 자꾸 물었다. 절대 대답해줄 수 없는 질문을. 너무 어려웠다, 내게는. 우선 사건의 진행을 따라가는 서술이 아닌 주인공들의 의식의 흐름을 따라가야 하는 서술이 머리에 잘 들어오지 않았다. 겨우 이들에게 무슨 일이 있었는지를 이해하기 시작하면, 전혀 다른 시간과 공간에서 다른 주인공이 같은 서술적 흐름을 보여준다. 마치 퍼즐을 하나하나 맞추듯이. 그러니 이 책에서 중요한 것은 "사건"이 아닌, 각각의 이들에게 나타난 사건에 대한 자신들만의 해석과 행동을 이해하는 것이 된다. 아주 먼 옛날, 메르세데스 집안의 시초가 되는 두 사촌이 있었다. 한 여성은 임신한 채로 어려움에 처해 있었고, 그녀를 거두어 준 수녀였던 또다른 사촌은 호세 호아킨이라는 이름과 거대한 유산을 남긴다. 그렇게 유전자는 반복하여 이어지고 이어졌다. 그리고 마침내 그녀들에게 이른다. <<작은 아씨들>>과 완벽하게 닮아있는 사촌들, 니에베스, 아다, 루스와 롤라까지. 막대한 유산은 생산 활동이 아닌 그저 품위를 지키기 위한 형제들과 그의 부인들을 위해, 그리고 카실다 고모할머니가 끔찍이 사랑하는 조카들을 위해 사용되어졌고, 어느 순간 이 모든 것들이 순식간에 사라져버렸다. 그녀들이 유복하고 행복한 어린시절을 보낸 반면에 청소년 시절을 거치며 가난과 증오, 복수로 이어진다. "나는 아주 일찌감치 이 세상의 가치들을 포기했다. 우리 사촌자매들이 호시탐탐 욕심내는 가치들, 그러니까 아름다움과 재능과 부를 포기했다.내게는 모두 덧없어 보였다. 그리고 그것을 소유하기도 힘들어 보였다. 그래서 나는 착한 쪽을 택했다. "...147p 그녀들은 모든 것이 아닌 단 한 가지씩을 택했다. 그리고 어쩌면 그랬기에 그녀들이 원하는 것을 이룰 수 있었다. 이해할 수 없고 지저분했던 과거를 통해서 자신들을 치유하고 서로를 이해하며 다독였다. "칠레"라는 나라의 정치적 상황과 시대 변화를 따라 그녀들은 최선을 다해 살아왔고 그녀들의 과거를 극복해 나아갔다. 이 책을 통해 내가 공감할 수 있었던 부분은... 여성들의 심리이다. 함께 자라나 경쟁하고 비교되고 사랑할 수밖에 없는 자매라는 존재들. 그녀들에겐 자신들끼리의 해결해야 할 문제가 있고 그것을 극복하고 나서야 진정한 자매가 되는 것이 아닐까 생각했다. 아다와 롤라(조와 에이미처럼)가 모든 것을 극복하지는 못했을지언정 어느 정도 서로의 치부를 덮어줄 수는 있게 된 것처럼. 아마도 이 책이, 아다의 소설이 상처 치유의 역할이 되었으리라 생각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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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자매는 아니지만, 그 이상으로 어린 시절을 함께 했던 4명의 사촌자매들의 이야기.
한사람의 시점이 아닌, 4명 각자의 시점으로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다.
약간, 어수선하게 읽은 감도 있지만, 그 이야기들이 공통으로 삼고 있는 날짜가 9월 11일.
소설이기에 가능한 설정이 아닐까 싶기도 하지만...
제재소를 운영하는 고모 할머니 덕에 풍요로운 어린 시절을 보냈다. 그러다 집안이 망하고, 어른이 되어서는 첫째 언니만 빼고 성공하는 여성들이 된다.
소설을 쓰는 자매도 등장하고...
자매들의 이야기라는 게 기억에 강하게 남는다. 그런 경험이 없기에, 부러운 시선으로 읽기도 했지만, 친자매가 아니어도 끈끈한 정이 이어질 수 있다는 게, 부러웠다.
칠레라는 나라가 생소했는데, 문학을 통해 가보지 못한 곳을 상상할 수 있어 좋았다.
그리고 이 책을 통해, <작은 아씨들>이란 옛소설을 읽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읽어내지 못한 부분이 더 많을 듯 하긴 하지만, 내가 경험해 보지 못한 삶을 읽어냈다는 생각은 충분히 든 소설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