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 한국인들한테 가장 친숙한 중국의 왕조가 바로 명나라다. 조선 왕조가 일본의 침략을 받은 임진왜란 때, 군대를 보내 조선을 도와준 나라가 명나라였기 때문이다. 그런 이유로 우리 조상들, 조선 시대 선비들이 명나라라고 하면 부모의 나라처럼 극진히 섬기고 숭배하다가 북방에서 새로 일어나 명나라를 적대하는 청나라를 무턱대고 적대하는 바람에 그만 정묘호란과 병자호란이라는 두 번의 비극적인 전란을 겪어야 했지만, 그 이후로도 무려 300년 가까이 우리 조상들은 명나라를 숭상했다. 임진왜란 때 도와준 의리를 갚는다는 차원에서 본다면 긍정적일 수 있지만, 백성과 나라의 안전을 지키는 차원에서 본다면 시대의 변화를 읽지 못한 잘못된 외교 정책에서 비롯된 비극이라고 볼 수도 있다. 사실 역사란 어떻게 해석하느냐에 따라 같은 사건도 정반대의 시각에서 해석할 수 있으니 그거야 보는 사람들의 가치관에 달린 문제다. 각설하고 명나라는 어떻게 흥하고 망했는지에 대해 이 책, 중국을 말한다 13권에서 잘 요약하여 보여주고 있다. 한 마디로 말해서 명나라는 농민 반란으로 일어나 농민 반란으로 망한 나라였다. 가난한 떠돌이 주원장이 사람들을 모아 반란을 일으켜 이민족인 몽골족이 세운 원나라를 무너뜨리고 그들을 다시 원래의 고향인 북방의 몽골 초원으로 쫓아낸 다음, 중원을 회복하여 차지한 나라가 명나라였다. 이 명나라는 주원장의 손자이자 3번째 황제인 주체, 즉 영락제 때에 그 국력이 최전성기에 달했다. 황제가 직접 50만 대군을 이끌고 몽골 초원으로 원정을 떠나 원나라의 잔당들을 토벌했고 환관 정화로 하여금 3만 명의 인원으로 구성된 대함대를 편성하여 동남아와 인도와 아라비아와 아프리카에 이르는 방대한 해상 무역로를 개척토록 한 이른바 정화의 대항해도 바로 명나라 영락제 때에 이루어진 일이었다. 그런 이유로 과거 한국에서 나왔던 무협소설들의 단골 배경이 바로 명나라 영락제 시기였다. 하기야 이때가 중화 즉 중국의 국력이 가장 극성기에 달했던 시기였으니까. 그런데 영락제 때 힘을 너무 많이 써버린 탓인지 영락제 이후로 명나라의 국력은 서서히 기울기 시작한다. 6번째 황제인 영종 때는 몽골에 다시 토벌을 나갔다가 매복에 걸려 전군이 전멸당하고 황제가 사로잡히는 치욕까지 겪어야 했으니까. 그리고 정화의 대항해가 끝난 이후 명나라는 해상 무역을 사실상 폐쇄시켜서 밀무역이 들끓었고 왜구, 즉 일본 해적들이 중국 해안을 자주 약탈하는 행패까지 저질렀다. 아울러 명나라는 영락제 때부터 황제들이 환관들을 등용하였는데 문제는 이 환관들이 지독하게 이기적이고 탐욕스러우면서 부패한 자들이라 온갖 횡포를 부리며 명나라의 국력을 기울게 만드는 원흉이 되었다는 것이다. 이 책에서 언급한 유근과 위충현이 그 대표적인 환관들인데, 특히 위충현 때 명나라는 아예 살아있는 위충현을 신으로 섬기는 사당까지 짓고 조정의 대신들이 앞다투어 위충현의 양자이자 손자로 들어가겠다고 비굴하게 굴만큼 나라의 기강이 땅바닥에 떨어졌다. 이런 위충현의 국정농단을 바로잡은 사람이 숭정제인데, 문제는 이 사람이 사실상 명나라의 마지막 황제였다는 점이다. 왜냐하면 지금의 만주 즉 중국 동북 지역에서 일어난 여진족의 후금(청)이 명나라를 공격해 왔고 17세기로 접어들면서 중국 대륙이 잇따른 흉년과 기근에 시달리며 굶주린 농민들이 살기 위해 반란을 일으켰는데 그 중 한 명이 바로 틈왕이라 불리던 반란군 지도자 이자성이었다. 이 이자성은 용감하고 배포가 큰 인물이라 수많은 농민들로부터 열렬한 환대를 받았고, 급기야 관군들도 하나씩 굴복시켜 자기 편으로 만들면서 대순이라는 독자적인 나라마저 세운다. 그리고 이자성이 이끄는 반란군이 명나라의 수도인 북경을 향해 진군하자 수많은 관군과 관리들이 앞다투어 이자성한테 항복하는 바람에 결국 숭정제는 도적한테 사로잡히는 치욕을 겪지 않기 위해 스스로 목을 매어 목숨을 끊었고, 이로써 사실상 명나라는 망하고 만다. 하지만 이자성은 명나라를 대신할 새로운 통일왕조의 황제가 되지 못했으니, 명나라와 청나라의 국경을 지키는 요새인 산해관의 주둔군을 지휘하던 장군 오삼계가 청나라에 항복하여 그들의 길잡이가 되어 이자성을 공격했기 때문이다. 결국 이자성은 북경에서 40일 동안 있다가 달아났고, 그의 빈자리는 여진족 청나라가 차지하고 말았다. 이러한 혼란스러운 시대의 상황을 이 책, 중국을 말한다 13권에서는 화려한 사진과 그림 도판 및 풍부한 해설들로 중국사를 잘 모르는 독자들한테도 알기 쉽게 잘 설명해 주고 있다. 명나라의 흥망성쇠에 관심이 많은 독자들한테 꼭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