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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쉬기도 버거울 정도의 높이에 그토록 정교한 무언가가 있을 것이라 어느 누가 짐작이라도 했겠는가? 이미 사라진 지 오래, 그러나 잉카, 마야 문명을 향한 우리의 동경은 그칠 줄을 모른다. 비록 서양 제국주의의 침략을 받고 쇠퇴했다고는 하나, 지난 역사는 그들이 지닌 잠재력을 우리에게 보여주기에 전혀 부족하지가 않다. 그러나 남미의 현실은 찬란함과는 거리가 멀다. 유구한 역사를 고려하면 이해하기 힘들다. 곳곳이 무정부주의에 가까운 혼란에 빠져 있다. 마약 거래상들에게 남미의 많은 국가들은 제 목적을 달성하기에 안전한(?) 장소로 여겨지고 있다. 나와 같은 평범한 사람은 그 높은 악명에 질려 남미 여행은 꿈꾸질 못한다. 두려운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자는 그 곳을 택했다. 여행사에 의존치 아니하고 아예 그 사회로 뛰어들었으니 그녀의 여행은 여행이라기 보단 머묾에 가까워 보인다. 무엇보다도 놀라운 점은 그녀가 이미 결혼해 아이의 엄마라는 점이다. 금전적인 것도 물론 문제였겠으나 피붙이를 떼어놓은 채 그토록 긴 시간을 버티는 것은 아이에게뿐만 아니라 그녀에게도 힘겨운 일이었을 것이다. 그녀가 남미에서 본 것은 희망이었다. 그들은 함께 했고 부당함에 맞서 싸웠다. 약하디 약했기에 쉽사리 꺼질 것만 같았던 불꽃이 긴 세월을 견딜 수 있었던 것은 서로를 향한 믿음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굳이 베네수엘라에서의 차베스 열풍을 말하지 않더라도, 이미 우리나라에선 산산이 부서져 찾아보기 힘든 공동체가 있기에 남미로부터 절망을 말하는 것은 예의가 아니란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그녀가 본 희망은 새싹에 불과했다. 어린 싹이 거대한 나무로 자라나기 위해선 갖은 시련을 견디어내야만 한다. 그리고 얼마나 오랜 시간이 필요할지 기약조차 하기 힘들 때도 많다. 우리보다 한 때 잘 살았던 이 대륙의 현실을 보며, 난 지금의 우리를 걱정하기 시작했다. 앞으로 어떠한 삶을 살게 될까? 최근 들어 더욱 깊어만 가는 갈등을 생각할 때마다 나의 가슴은 멍멍하다. 경제가 어려워질수록 극소수의 부유층은 더욱 윤택한 삶을 산다고 했던가? 어쩌면 현실의 암울함은 누군가에겐 한 줄기의 빛처럼 여겨질지도 모른단 생각을 하니 기분이 묘하다. 낙후된 경제 때문에 남미의 많은 국가들은 우리에게 무시를 당하곤 한다. 그렇지만 대다수 원주민들의 가난하면서도 치열한 삶은 지난 날 우리의 모습과 닮았다. 절대 빈곤. 낯선 외국인을 향해 거리낌없이 손을 내밀던 우리 자신의 예전 모습을 떠올리면 구걸을 아무렇지 않게 여기는 그들의 모습도 이해가 간다. 이 책에는 그 흔한 추천사도 없다. 낯선 땅에 거침없이 발을 디딘 그녀의 용기를 칭찬할 수도 있었을 것이고 남미의 현실을 엿보고 온 그녀의 세밀함을 언급할 수도 있었을 텐데 아무도 그 일을 하지 않았다. 그녀가 본 희망을 희망으로 온전히 받아들이는 이가 그리 많지 않기 때문이리란 생각을 해 본다. 여느 곳보다도 이념의 대립이 심각한 곳이 우리 땅이기에… 한 동안 완화되는 듯했으나 뿌리까지 완벽히 제거되지 못한 논쟁은 다시금 뜨겁게 일어나고 있지 않은지… 이 책을 읽으며 나는 훗날 우리 사회가 희망적인 결론을 얻는다면 참 좋겠지만, 혹 그럴 수 없을 경우를 상상해 보았다. 사회를 바꾸기 위한 움직임은 우리 사회에도 존재한다. 그렇지만 좌파는 분열로 망한다는 누군가의 말처럼, 현실을 바로잡으려는 이들이 좌파인지 여부는 차치하자, 우린 이미 서로 너무 다른 길을 걸어왔다. 남미 사회의 다수가 공유한 절대 빈곤과 같은 공통 분모가 우리에겐 존재치 않는다. 우린 과연 하나가 될 수 있을까. 믿고 내 가방을 맡길 수 있는 사람이 내 주위엔 얼마나 될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