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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비시선-2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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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 그 별은 아무에게나 보이는 것은 아니다 그 별은 어둠속에서 조용히 자기를 들여다볼 줄 아는 사람의 눈에나 모습을 드러낸다.첫장을 열자 마자 와락 껴앉고 싶은 시를 만났다.읽고,또 읽어도 좋다,정말 좋다.왜 나에게는 희망이 안보이냐고 따져 물어 오는 사람에게 이것 이상 가는 답변이 있을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모든 것이 그렇겠지만,결국 자신을 얼마나 바로 볼수 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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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

그 별은 아무에게나 보이는 것은 아니다

그 별은 어둠속에서 조용히

자기를 들여다볼 줄 아는 사람의 눈에나 모습을 드러낸다.

첫장을 열자 마자 와락 껴앉고 싶은 시를 만났다.
읽고,또 읽어도 좋다,정말 좋다.
왜 나에게는 희망이 안보이냐고 따져 물어 오는 사람에게 
이것 이상 가는 답변이 있을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모든 것이 그렇겠지만,결국 자신을 얼마나 바로 볼수 있는 눈을 가졌는지에 따라 인생은 행복할 수 도 있겠고,힘겨울 수도 있는 것일테니까...
그런데,이렇게 읽으면서 좋다,좋구나를 연발하면서,왜 나는 이 시집을 처음 만나는 것인냥 생각했는지 알수가 없다.
마치,처음 마주한 시들인 것 마냥 감동을 한껏 하며 넘겨가다,깜짝 놀랐다.
어디선가 낯익은 시를 발견하고 만것이다.
10초정도의 정적이 흐르고,후다닥 책장으로 달려가 확인하고 나서 느껴진 좌절감이라니..
근데,그때는  왜 <희망>이란 시가 안보였던 것일까?

<독경>

일하고 돌아와

발 씻고

나를 마주해 앉다

 

빈 마음자리에서 차오르는

빛!

..독경 역시도 메모를 하는 순간에는 좋다,이러면서 읽었는데,이미 구입했던 시집이란 사실을 기억하고 있으려니,왠지 그때도 이 시를 좋다고 생각했었던 것은 아닐까?

<누가 어머니의 가슴에 삽날을 들이대는가>
 
당신들은
시인을 아주 비현실적인 사람이라고 생각할지 모릅니다
그렇습니다
실용주의를 자처하는 당신들 눈에는
시인은 아마도 가장 비실용적인 인간일 것입니다
그러나 누가  무어라 해도 시인은 생태주의자일 수밖에 없습니다
새에게는 새의 길이 있고 물에게는 물의 길이 따로 있습니다
물이 산을 넘지 못하고 산이 물을 건너지 못하는 것인데
당신들은 산을 뚫어 물길을 만든다고 합니다
산으로 간 배는 돌아오지 않습니다
강은 어머니나 같은 것입니다
제발 우리어머니를 그냥 두세요
나는 아주 불길한 꿈을 꾸다다 몸서리치며 일어나 이렇게 씁니다

한반도 굽이굽이
어머니이신 강이여
누가 당신 가슴에 삽질을 합니다
어머니 아픈 가슴에
제 무덤을 파고 있습니다
스며라 배암
징그러운 저놈의 살모사(殺母蛇) 대가리!

'누가 어머니의 가슴에 삽날을 들이대는가' 덕분에 이미 구입했던 시집이란 사실을 깨달았다.
여러면에서 나에겐 의미 있는 시가 되어 준 샘인가~
애써 나를 위로해 보자면,모든것엔 때가 있는 법이라고..
그때는 오로지 이 시밖에는 보이지 않았다고 항변하고 싶다.
다시 읽으면서,이 시집 참말 좋구나 라는 말을 수없이 반복했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누군가는 진정성이 느껴지지 않아,라며 나를 질책할 것 만 같다.
시집의 제목처럼,돌아다 보면 문득,나는 어제의 나와 다를 것이라 생각하지만,다르지 않았고
내일의 나는 좀 달라져 있길 바라겠지만,그 또한 집착이며 욕심일지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돌아다 보면 문득>이란 시집을 통해 누구에게나 있을 법한 후회와 쓸쓸함에 대한 일기를 만난듯한 기분,이 기분만큼은 오랫동안 간직하고 싶다.
(아마,이제 또 사는 일은 없을 것이다.만약 있다면 누군가에게 선물할때 뿐일것...)
돌아다 보면 문득이란 말은,빨리빨리의 반대말과 같았고,천천히 가자와 닮은 꼴의 말이란 생각을 했다.

w*******i 2011.04.22. 신고 공감 1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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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두 편이 일년 농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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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내가 많이 망가졌다는 것을 안다 이진명 시인의 시를 읽으며     나는 내가 왜 이렇게 모래처럼 외로운지를 알았다 나의 불온성에 비추어 나도 내가 많이 망가졌음을 안다 그리고 모든 망가지는 것들이 한때는 새것이었음을   하지만 나에게 무슨 영광이 있었던가 두 눈을 똑바로 뜨고 세상을 바라보았으나 사람들은 내가 한쪽 눈으로만 본다고 그래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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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내가 많이 망가졌다는 것을 안다

이진명 시인의 시를 읽으며

 

 

나는 내가 왜 이렇게 모래처럼

외로운지를 알았다

나의 불온성에 비추어

나도 내가 많이 망가졌음을 안다

그리고 모든 망가지는 것들이 한때는

새것이었음을

 

하지만 나에게 무슨 영광이 있었던가

두 눈을 똑바로 뜨고

세상을 바라보았으나

사람들은 내가 한쪽 눈으로만 본다고

그래서 세상을 너무 단순하게 생각한다고

세상은 그렇게 일목요연한 게 아니라고

 

네 자신이 다른 사람들의 눈에

보이는 것 이상의 다른 무엇일 거라고

결코 상상해서는 안된다고

환상에서 깨어나라고 이념을 내려놓으라고

그런데도 내 눈에 흙이 들어가기 전에는

버릴 수 없는 꿈이 있기에

 

나는 내가 많이 망가졌음을 알면서도

아직 망가지지 않았다고 우기면서

내가 더 망가지기 전에

세상이 바뀔 것이라는

희망을 버리지 않아서 그래서

나는 더 외로운 것임을 모르지 않는다

 

 

# 이야기 1

2008년 9월 17일, 북 콘서트 현장이다. 북 콘서트 1주년을 축하하는 특집 자리이다. 소설이나 시를 노래로 만든 가수가 나와 노래를 하고 작가는 낭독을 한다. 제일 먼저 나온 가수는 힙합 그룹 타타클랜이다. 금방 노래를 따라 부르게 하는 「젓가락」을 불렀고, 손홍규 작가의 소설을 노래로 만든 「봉섭이 가라사대」를 불렀다. 손홍규 작가는, 읽지 않았지만, 봉섭이 같은 느낌이다.

두 번째 손님들은 서유미 작가의 소설을 현악4중주로 풀어낸 콰르텟 엑스의 「쿨하게 한 걸음」이다.  콰르텟 엑스는 수려한 용모와 매너가 돋보이는데 작가는 수더분하다. 귀에 익은 음악인 「시네마 천국」를 연주해서 환한 꽃밭 마음이 되게 했다.

그리고 정희성 시인의 낭독, 「나도 내가 많이 망가졌다는 것을 안다」! 부르르 전율이 인다. 혼신의 힘을 기울여 진정으로 하는 낭독, 나직하면서도 단호하게 내뱉는 시어들로 감전되었다. 시집 한 권 이상의 감동이다. 이래서 낭독이 좋다. 이 시 한 편의 낭독을 듣기 위해 오늘 북 콘서트에 왔다 해도 전혀 아깝지 않다는 생각이다.

게다가 하이 미스터 메모리의 「아른다움이 나를 멸시한다」,「빈센트」는 얼마나 감미로우며 애정을 들끓게 하던지, 토미 기타의 「대한민국 원주민」, 「롤리팝」, 「Let it be」는 얼마나 힘이 넘치고 가슴을 뛰게 하던지!

 

# 이야기 2

세기가 바뀌는 것을 몇 해 앞둔 시기다. 강남에 있는 잠원동으로 출근을 하고 있었는데 배짱이 맞는 회사 동료들이 있었다. 우리는 의형제까지 맺으며 우정을 나누었다. 문학을 나누기도 했는데 주로 술집에서였다. 술집 이름은 「저문 강에 삽을 씻고」! 정희성 시인의 시집 제목을 술집 이름으로 쓰고 있는 곳이었다. 그 집은 해직 교사가 운영하고 있었고, 해직 교사와 ‘저문 강에 삽을 씻고’의 이미지가 잘 어울리는 그런 술집이었다. 당연히 우리 패거리는 술집 주인장과 자주 폭음을 했고 어떤 때는 술집 문을 아예 닫고 우리끼리만 마셨다.

그러던 어느 날 우리는 술집 이름을 처음 만든 시인을 초대하여 잔치판을 벌이기로 했다. 시를 통해 좋아하게 된 시인에게 자랑스럽게 우리의 아지트와 우정을 보여주고 싶었던 것이다. 하여 나는 시인에게 정성껏 초대 편지를 했고 잔칫날을 무척 기다렸다. 그러나 시인은 잔칫날 아무리 기다려도 나타나지 않았다. 그런데 얼마 뒤 시인은 조용히 술집에 와 혼자 술을 마시고 사라졌다. 사라진 뒤에야 술집 주인은 사라진 사람이 시인이라는 것을 깨달았고 우리 모두는 잔칫날 시인이 온 것보다 더 감동했다. 아울러 시인을 더 좋아하게 되었다.

 

 

# 이야기 3

북 콘서트가 끝나고 근처 술집에 들어섰다. 언덕 위에 마당이 있는 술집. 북 콘서트에서 만난 두 명의 지기와 함께다. 한 명은 존경하는 박종호 선생님. 최근 선생님은 내게 몇 번이나 전자 편지로 초대를 했는데 끝내 거기에 갈 수 없어 죄송했다. 그런데 북 콘서트에서 우연히 만나게 되다니. 나는 선생님과 나란히 앉아 북 콘서트를 보며 행복했다. 고마웠다. 그런데 술까지 한잔 같이 하게 된 것이다.

다른 한 명은 동년배의 벗. 우리는 친구가 되자고 하고서도 서로 존댓말을 쓰는 사이다. 이미 친구로 받아들였으면서도 걸찍하게 술 한잔을 하고 나서 존대를 하지 않기로 한 것이다. 그런데 오늘에서야 비로소 말을 놓을 수 있는 여건이 되었다. 유쾌한 자리. 우리는 하하하하 웃으며 여러 이야기를 했고 북 콘서트를 평가했으며 아울러 ‘저문 강에 삽을 씻고’에 얽힌 이야기들 - 시집과 술집과 노래들 - 을 풀어냈다. 그리고 다시 확인할 수 있었다. 정희성 시인의 넉넉하고 드러내지 않는 품성을. 박종호 선생님이 정희성 시인을 알고 있어서 알려지지 않은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던 것이다. 

 

# 이야기 4

북 콘서트에서 받은 시인의 서명이 들어 있는 시집을 읽는다. 서명을 하면서 날짜를 쓰지 않을 정도로 서툰 시인의 나직한 목소리가 담긴 시집이다. 이번 시집은 ‘이야기 시’라 할 만한 「맞수」,「내가 아는 선배」가 우선 눈길을 끈다. 둘 다 산문시다. 그러고 빙그레 웃게 하는 「새우젓 사러 광천에 가서」,「태백산행」 덕분에 시인의 유머 감각을 확인한다. 아울러 시인이 어떤 사람들을 마음에 담고 있는지 제목만으로도 알 수 있는 「시인 박영근」,「권정생」을 안타까운 마음으로 읽는다. 「나도 내가 많이 망가졌다는 것을 안다」는 여전히 감동으로 다가오거니와 시인의 풍모가 잘 드러난 시 한 편도 조용히 가슴에 와 닿는다.

 

 

작은 밭

 

 

평생 아이들 자라는 것만 보다가

퇴임하고 들어앉은 나에게

허구헌 날 방구들만 지고 있으면 어떡하냐고

아내가 불쑥 내민 호미 한 자루

하느님, 나는 손톱 밑에 흙을 묻혀본 적 없고

상추 한잎 이웃과 나눈 일이 없습니다

아내가 얻어놓은 작은 밭이랑에

어떻게 아이들을 심을까요

내 서툰 호미질이

어린 상추싹을 다치게 할까 걱정입니다


YES마니아 : 골드 g*******g 2009.02.25. 신고 공감 1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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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다보면 문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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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이다! 가을 하면 왠지 모르게 쓸쓸함과 외로움이라는 감정이 휘몰아 닥친다. 몇 해 전부터 드높은 파아란 가을 하늘을 올려다볼 때면, 그 청명함에 오히려 눈시울이 붉어지기 시작하였다. 그리하여 시집들로 즐비한 곳으로 발걸음이 절로 향한다. 돌아다보면 문득!? 제목이 무척 감미롭다고 할까? 어떤 그리움을 가득 안고 애처롭게 누군가를 기다리는 시선과 마주한 느낌이었다. 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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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이다! 가을 하면 왠지 모르게 쓸쓸함과 외로움이라는 감정이 휘몰아 닥친다. 몇 해 전부터 드높은 파아란 가을 하늘을 올려다볼 때면, 그 청명함에 오히려 눈시울이 붉어지기 시작하였다. 그리하여 시집들로 즐비한 곳으로 발걸음이 절로 향한다.

돌아다보면 문득!? 제목이 무척 감미롭다고 할까? 어떤 그리움을 가득 안고 애처롭게 누군가를 기다리는 시선과 마주한 느낌이었다. 돌아다보면 문득 무엇을 그리게 될까? 문득문득 떠오르는 그 무엇, 뭔가 툭툭 떨어지는 느낌은 수없이 꽂혀 있는 다른 시집들 중에서 유난히 빛나고 있었다. 가을의 헛헛함을 풍성함으로 바꿀 수 있길 바라는 간절함으로 보름 가까이 곁에 두고, 펼쳐보고 펼쳐보았다.

 

<<돌아다보면 문득>> 이 시집 말이다. 착착 감긴다. 한 구절 한 구절 시·공간을 넘나들며 생경하게 다가오면서, 끊임없이 혀끝을 맴돈다. 뭐라 쉽게 설명할 수 없는 그 무엇인가가 ‘톡톡’하고 가슴을 두드리고, 긴 여운을 남기며 깊게 울린다.

 

‘그 별은 아무에게나 보이는 것은 아니다/ 그 별은 어둠속에서 조용히/ 자기를 들여다볼 줄 아는 사람의 눈에나 모습을 드러낸다’는 서시희망」은 마구마구 가슴을 뛰게 하였다. ‘희망’이란 것을 난생 처음 느낀 듯! 어둠 속에서나 그 빛을 발하는 별들처럼, 희망이란 것이 본디 절망과 고통 속에서 더욱 찬란하게 빛을 발하는 것이니, 그 어둠속에서 자신의 내면을 찬찬히 들여다보아야 한다는 명쾌한 진리가 쿵쾅쿵쾅 심장을 뛰게 하였다. 그리곤 곧장 희망을 에두른다. 어둠속에서나 드러나는 별, 그 빛 안에 어둠이 있다고, 그 어둠 속에서 홀로 쓸쓸했다고 말이다.(어둠속에서」) 누구나 그렇게 생각할 지도 모른다. 자신만의 문제인 냥, 홀로 자신이란 벽에 갇혀 세상을 등지기 일쑤이지만, 그럼에도 그 쓸쓸함을 찾아 기차 타고 정동진에 가보란다. 그 곳의 소나무 한 그루와 작은 벤치엔 먼저 온 외로움이 기다리고 있단다.(「바닷가 벤치」)

서시 「희망」,「어둠속에서」와「바닷가 벤치」이렇게 연달아 있는 세 편의 시는 하나의 이미지를 그리며, 마음 속 가을의 묵은 감정들을 씻어주었다. 나만의 쓸쓸함, 외로움이 마지막 “너보다 먼저 온 외로움이 너를 기다리고 있다”(「바닷가 벤치」)는 구절에서 봄눈 녹듯 사르르 녹아버렸다. 가슴 속 응어리가 한 순간에 풀린 듯하다.

 

제1부 마지막 시 ‘절망의 반대가 희망은 아니다/ 어두운 밤하늘에 별이 빛나듯/ 희망은 절망 속에 싹트는 거지/ 만약에 우리가 희망함이 적다면/ 그 누가 이 세상을 비추어줄까’(「희망공부」)을 통해 희망하기를 멈추지 않겠다는 굳은 다짐을 하게 된다. 좌절, 열패감 속에서도 희망의 작은 싹을 틔우고 또 틔우기 위해 노력해야 하는 것은 바로 우리다. 그렇게 ‘희망공부’에 끝없이 매진하라 소리 높인다.

 

‘나의 고향은 공간 속에 있지 않고/ 머나먼 시간 속에 있다/ 어린시절 부르던/ 흘러간 노래 한 소절과/ 그것이 떠올리는 시간/ 아득히 먼 별에 숨어 있는 한 송이 꽃처럼/ 믿을 수 없는 기억 속에’, 「나의 고향은」이란 시가 또한 무척 인상적이었다. 가장 진귀한 보석처럼 가슴 속에 박혔다. 고향과 유년시절의 추억, 무의식 속의 처절한 그리움이 지금 순간순간 속에서 생생하게 되살아난다. 아득한 상실의 아픔이 「나의 고향은」을 통해 치유되고 위로받았다.

 

2008년의 시간을 거슬러 그 당시를 시를 통해 뒤돌아본다. 현실의 문제를 결코 외면할 수 없었던 시인, 그의 통찰과 연민과 애증은 여전히 뿌리 깊숙이 자리한 우리의 사회 문제를 날카로운 시선으로 바라보게 된다. 희망을 이야기하되, 현실을 직시하고, 그 속 현실 인식을 놓치지 않고 있다.

 

이젠 달력도 11월이다. 11월~ 벌써 한 해가 얼마 남지 않았다는 생각에, ‘그 동안 뭘 했던가?’ 자조 섞인 푸념을 늘어놓으며, 아쉬움에 고개를 떨어뜨린다. 자꾸만 뒤돌아본다. 그럼에도, 자~ 이젠 「11월은 모두 다 사라진 것은 아닌 달」이란 시를 통해 힘을 내보면 어떨까? 큰 소리내어 읊어보련다.

‘11월은 모두 다 사라진 것은 아닌 달/ 빛 고운 사랑의 추억이 남아 있네 / 그대와 함께한 빛났던 순간 / 지금은 어디에 머물렀을까 / 어느덧 혼자 있을 준비를 하는 / 시간은 저만치 우두커니 서 있네 / 그대와 함께한 빛났던 순간 / 가슴에 아련히 되살아나는 / 11월은 모두 다 사라진 것은 아닌 달 / 빛 고운 사랑의 추억이 나누끼네’

 

쓸쓸함과 외로움에 파묻히기 쉬운 이 가을, 나는 정희성의 시집 <<돌아다보면 문득>>을 통해 한결 뽀송뽀송 가벼운 마음과 포근함으로 이겨낼 수 있었다. 가슴 속 희망의 불꽃이 일렁이며, 힘을 내었다.

몇 번이고 들락날락 갈필을 못 잡고 버둥거리는 내게 쉼 없이 맑게 갠 얼굴로 묵묵히 위로해 주고 보듬어 주었다. (‘시는 맑게 갠 얼굴로 제자리에 있다’ 91, 해설 박수연). 마치 느닷없이 가을산을 찾아 정처 없이 헤매다가 어떤 위안을 찾듯이, 정희성의 시는 그렇게 산처럼 어디 안 가고 제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그리곤 갈팡질팡한 마음을 감싸주었다.

‘가까이 갈 수 없어 / 먼발치에 서서 보고 돌아왔다/ 내가 속으로 그리는 그 사람마냥 / 산이 어디 안 가고 / 그냥 거기 있어 마음 놓인다’ 「산」

d******3 2010.11.04. 신고 공감 0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