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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옮긴 사람은 이런 말을 썼다. 그것은 사람들은 자기 자신한테 관심이 많기 때문에 다른 사람 일에는 마음 쓰지 못한다고. 정말 그럴까. 솔직히 말하면 나도 꽤 다른 사람이 어떻게 생각할까에 대해 마음 쓴다. 그리고 나를 싫어하지만은 않기를 바란다. 이 책 안에 나온 오노자키 아이만큼은 아니더라도 비슷했던 때가 있었던 것 같기도 하다. 어딘가 무리에 끼어있어야 마음 편하고 쓸쓸하지 않았다. 지금은 그렇게 하고 싶어도 할 수 없지만 말이다. 그래도 모두가 같은 것을 갖고 있어야 한다는 것은 없었다. 그것이 조금 부러운 적도 있었다. 그 무리는 한사람 한사람이 다르다는 것을 받아들였다. 어쩌면 그게 좋았던 것인지도 모르겠다. 나는 혼자여도 외롭지 않게 지내는 사람이 부럽다. 여기에서는 아마도 사요리가 그렇지 않나 싶다. 그래도 나름대로 고민이 있고 상처도 받았다.
오노자키 아이한테는 세명의 친한 친구가 있다. 쉬는 시간이면 네사람의 리더인 아이아이라고 하는 이마이 아이의 책상 둘레에 모인다. 유키포는 스기모토 유키코로 활발한 아이다. 곳코, 미야기 곳코는 조용히 있는 아이로 자기주장을 잘하지 않는다. 오노자키 아이는 아이들이 오노자라고 불렀다. 이마이 아이가 3학년 때 전학 오고 나서 ‘아이 짱’이라고 했던 것이 아이아이가 붙인 오노자로 굳었다. 오노자키는 그게 조금 싫었지만 겉으로 나타내지는 않았다. 아이들은 아이아이가 하는 말에 따랐고 인기도 많았다. 오노자키는 그냥 모두와 같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12월에는 긴 줄넘기놀이가 유행했다. 오노자키는 줄넘기를 하다 잘못해서 다른 아이들한테 폐를 끼칠까봐 주로 줄 돌리기를 했다. 하지만 사요리는 자신 때문에 다른 사람이 잘 못해도 별로 마음 쓰지 않았다. 하고 싶은대로 하는 아이였다. 오노자키는 사요리를 모두와는 다른 아이라고 여겼다. 그러면서 친하게 지내지는 않았다. 아이아이, 유키포 그리고 곳코 세아이만이 친한 친구라고 생각했다.
목요일이면 네사람은 학교가 끝나고 함께 모일 수 있었다. 오노자키는 언니가 아파서 집안 일을 돕기도 해서 학원에는 다니지 않았다. 다른 세아이는 모두 학원에 다녔다. 목요일에는 아무도 학원에 가지 않았다. 그래서 그날은 네사람이 곳코나 유키포 집에 모였다. 사요리는 목요일이면 동물 돌보는 일을 했다. 오노자키는 사요리가 목요일에 할 일이 있어서 자기들한테 끼워달라고 하지 않아서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유키포의 집에 모이기로 했다. 오노자키 집에서 유키포 집이 가장 멀었다. 오노자키는 유키포네 집에 마지막으로 가지 않기를 바랐다. 이런 생각은 잘 모르겠다. 마지막에 가면 어떻고 맨 처음에 가면 어떤지……. 아이아이는 유키포네 집에 와서 할머니가 보내주신 선물을 자랑했다. 그리고 모두 함께 산 시계를 보이게 하고는 시계와 같은 색의 펜을 나눠주었다. 오노자키는 오렌지였는데 그 색의 펜이 없었다 어쩌면 노란색 펜을 받을 수 있지 않을까 기대했는데 아이아이가 그 색을 자기도 좋아한다고 했다. 그래서 오노자키는 초록색이 좋겠다고 했다. 하지만 아이아이는 갈색을 주었다. 오노자키는 그냥 받았다.
기분이 조금 나빠진 오노자키는 곳코가 가져온 십대 잡지를 거칠게 폈다. 거기에는 아이들한테 인기있는 판타스틱 걸 상표의 목도리가 나와 있었다. 아이아이, 유키포, 곳코도 그것을 봤다. 오노자키는 그 목도리가 갖고 싶다는 말을 바로 못했다. 아이아이가 먼저 갖고 싶다고 하니, 유키포와 곳코도 이어서 말했다. 그에 질세라 오노자키도 목도리가 갖고 싶다고 했다. 네사람은 모두 그 목도리를 사자고 했다. 그러고는 아이아이는 축구 소년 이소하라 류자키한테 고백하고 싶다고 했다. 유키포도 류키를 좋아한다면서 혼자만 고백하면 안 된다고 했다. 이 고백도 네사람이 다 같이 하자고 했다. 사실 오노자키는 류키가 아닌 이와사키 쓰바사한테 더 관심이 있었다. 그런데도 같이 하자는 말에 아무 말도 안 했다. 얼마 뒤 아이아이가 판타스틱 걸 목도리를 하고 왔다. 할머니가 사줬다고 했다. 그런데 오노자키와 곳코는 아이아이의 목도리가 진짜가 아니라는 것을 알아봤다. 그것은 두사람만의 비밀로 하기로 했다.
오노자키는 아빠 회사 거래처에서 열린 시 응모전에 시를 낸 것이 입석작으로 뽑혔다. 그것이 《움트는 때》라는 책으로 묶여졌다. 그런데 책 안에 있는 시를 보니 제목과 이름만 맞고 내용은 오노자키가 쓴 것이 아니었다. 모처럼 엄마한테 칭찬받아서 좋아했는데 그렇게 돼서 실망했다. 저녁 시간에 그것에 대해 말하니 아빠와 언니의 상태가 좀 이상했다. 실제로 그 시를 쓴 것은 오노자키의 언니였다. 오노자키는 아빠와 언니한테 화를 내고 오랫동안 말하지 않고 지냈다. 시에 나온 것이 자신의 마음과 똑같은 것도 싫었다. 만약 누군가가 그것을 보면 어쩌나 하는 걱정도 했다. 자신의 마음을 누구한테도 들키고 싶지 않았다. 얼마 뒤 아빠는 오노자키한테 판타스틱 걸 목도리를 사다주었다. 오노자키는 그것으로 일을 해결하려 하다니 하면서도 한편으로는 목도리가 생겨서 기뻤다. 다음 날 바로 목도리를 하고 학교에 갔다. 그런데 아이아이, 유키포, 곳코가 오노자키를 따돌린다는 느낌이 들었다 곳코한테 물어보니 목도리가 아이아이 것과 같지 않아서라고 말했다. 오노자키의 판타스틱 걸 목도리는 진짜였다. 왠지 우습기도 하다. 오노자키는 목도리를 학교에서는 하지 않았다.
목도리를 하지 않은 오노자키를 아이아이는 받아들여주기는 했다. 그런데 세아이들과 함께 말해도 하나도 즐겁지 않고 답답한 느낌이 들었다. 목요일의 모임을 약속하지도 않았다. 오노자키는 집에 갔다가 밖으로 나왔다. 그리고 학교에 갔다. 학교에는 사요리가 있었다. 오노자키는 사요리와 과자를 먹으며 이야기했다. 다음 날 사요리가 오노자키한테 인사하니 다른 아이들이 볼까봐 걱정했다. 오노자키는 목요일에 대한 것은 없었던 것처럼 아이아이의 책상 둘레에 갔다. 그랬더니 세사람은 종업식 때 류키한테 모두 고백할거라면서 류키를 불러오는 것을 오노자키한테 하라고 했다. 그것 때문에 오노자키는 공부 시간에 집중하지 못했다. 선생님이 곧 종업식이니까 자기 물건을 집에 가지고 가라고 했다. 다른 아이들은 모두 돌아갔는데 사요리가 울고 있었다. 거기에 이와사키 쓰바사가 있었다. 오노자키는 사요리한테 가서 무슨 일이냐고 했다. 쓰바사는 오노자키가 오자 마음을 놓고 먼저 갔다. 사요리 종이 가방 속에 ‘분위기 좀 파악해, 바보야!’라고 써진 쪽지가 있었다. 오노자키는 그것을 보고 조금 놀랐다. 그것은 아이아이, 유키포, 곳코 그리고 오노자키 네사람이 한 거였다. 그리고 잊고 있었다.
사요리는 자신이 분위기를 잘 모르는 것에 대해 말했다. 자기도 잘하고 싶은데 혼자 재미있게 놀다보면 다른 사람 일은 잊어버린다고 했다. 그리고 쪽지가 아니라 직접 말했다면 좋았을거라고도 했다. 오노자키는 사요리가 아무것도 느끼지 못한다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라는 것을 알았다. 쪽지에 대해서는 모른 척하고 찢어버렸다. 집에 가는 길에는 곳코가 나타나서 류키를 불러내는 것을 그만두라고 했다. 곳코는 류키와 사귀는 사이라고 했다 아이아이가 고백해도 안 될 테니 부르지 않는 게 낫다고 했다. 그리고 아이아이한테는 아빠가 없기도 하다고. 곳코가 아이아이한테 미움받기 싫어한다고 오노자키는 생각했다. 그런 생각을 하는 것은 유키포나 오노자키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오노자키는 왜 솔직하게 말하지 못하는 것인가에 대해 생각했다. 그리고 이 아이들과 자신이 정말 친구인지도 말이다. 종업식 날 오노자키는 유키를 부르고 아이아이, 유키포, 곳코한테 고백하라고 했다. 그리고 오노자키는 쓰바사한테 고백하려고 했다. 하지만 말은 못하고 카드를 보낼 테니 주소를 가르쳐달라고 말했다. 오노자키는 아이아이, 유키포, 곳코와 멀어졌다는 느낌이 들었지만 그렇게 두렵지는 않았다. 사요리한테는 미안하다는 말을 하려고 했지만 못했다. 그래도 오노자키는 사요리에 대해 더 알고 싶고 친구가 되고 싶다는 마음을 깨달았다.
희선
☆―
“외로울 때, 슬플 때, 이런저런 때 지구를 거꾸로 돌려놓아. 그럼, 모두 거꾸로 되잖아. 나는 뭐든 할 수 있는 대단한 천재이고, 모두에게서 사랑받는 귀여운 스타라고 생각하는 거야. 슬픈 일도 없어지고 모두를 행복하게 해 준다, 그렇게 생각하면 자꾸 즐거워져서 싫은 일을 모조리 잊어버리게 돼.” (127쪽)
-사요리가 철봉에 거꾸로 매달리게 된 까닭
나는 지금까지 아이아이 무리와 똑같이 하고 다니기를 좋아했다. 그 모습이 정말 좋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하지만 좋아하지도 않으면서 똑같이 하고 다닌다면 금방 지쳐 버릴 것이다. 게다가 아무리 친한 친구라도 똑같을 수는 없다.
그 아이들이 싫어진 건 아니다. 그 무리에 들어가 있으면 마음이 놓인다. 그래서 앞으로도 친하게 지내고 싶다. 하지만 오로지 친하게 지내기 위해서 나 스스로에게 거짓말하는 건 그만 하고 싶다. (153~154쪽)
때론 거짓말을 해야 할 일이 있을지도 모른다. 모든 사람이 진심을 내보이며 사귀는 건 꽤 어려운 거다. 하지만 더는 마음에 상처를 입고, 마음이 꼬인 채 있을 수 없다. (15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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