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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가 내렸습니다. 찌질찌질하게 내렸습니다. 봄비치고는 좀 어둡고 차가웠습니다.
오전에 밖에서 자판기 커피 한 잔 마시고 현장으로 들어가는데... 입구 문앞에서 열나게 뛰어가고 있었습니다. 누가요? 달팽이가요. 어디로 가고 있는 걸까요? 설마 공장안으로 들어가는 건 아니었겠지요.
강낭콩크기정도 되는, 그 세계에서는 꽤 큰 놈이었습니다. 내 눈썰미가 대단한 게지요. 내 눈에 걸렸으니까요. 그놈이 그렇게 문 앞에서 얼쩡거리다가는 십중팔구 밟혀서 깨져 죽습니다. 어떻게 공장안으로 무사히 진입한다하더라도 독한 공장안에서 버티기가 힘들 것입니다. 당연합니다. 벌레가 공장안으로 들어와 두시간 이상을 버티는 걸 본 적이 없습니다. 한번도...
손바닥에 올려서 공장안으로 들어왔습니다. 하얀 종이위에 올려 놓았습니다. 더듬이를 쭉 빼밀고 점액질을 바닥에 깔면서이리저리 옮겨 다닙니다. 돋보기로 더듬이를 살피니 더듬이 끝에 까만 눈동자가 보입니다. 나를 보고 있을까요? 그렇지는 않겠지요. 껍질에 크고 작은 검은 점들이 수십개가 있습니다. 자신을 보호하는 위장무늬입니다. 종이가 건조합니다. A4종이 한장을 다 통과할려면 몸속의 점액질을 다 내놓아야 할 것입니다. 건조하다는 걸 금방 알아 차립니다. 몸을 껍질안에 다 집어 넣고 바닥에 딱 붙어 버립니다.
그놈은 그렇게 오후 늦게까지 A4용지 위에 붙어 있었습니다. 깜박 잊고 있다가 오후 늦게 생각이 났습니다. 밖으로 데리고 나가 괜찮은 풀을 찾았습니다. 잔디밭에 민들레 한 포기가 소담스럽게 자라고 있었습니다. 꽃망울 두개가 길게 올라와 있었고 아직 꽃은 터뜨리지 않았습니다. 잎위에는 물방울 몇개가 얹혀 있습니다. 그 물방울위에 내려 놓았습니다. 금방 알아 차립니다. 스스로 막아 놓았던 껍질 속에서 발(배?)이 나오고 머리가 나오고 더듬이가 쭉 빠집니다. 이내 중심을 잡고 몸을 바로 세웁니다. 물을 먹었을까요? 물방울 하나가 없어졌습니다. 날이 어두워 지고 나는 안으로 들어 왔습니다.
한 시간 후에 다시 나가 보았습니다. 얘가 보이지 않습니다. 민들레 잎을 슬쩍 들쳐 보았습니다. 미안!!! 민들레 잎 아래 붙어서 제대로 자리잡고 있었습니다. 내가 쑤석거린 꼴이 되었습니다.
달팽이에 관심을 가진지는 오래되었습니다. 얘길 하자면 깁니다.
달팽이의 습생을 알고 싶어 책을 검색해 보지만 엉뚱한 책들만 잔뜩 나옵니다. 이내 포기합니다. 어찌어찌 하다가 권 오길교수의 이 <달팽이>를 찾았습니다. 하지만 품절이었습니다. 수년 전이었습니다. 혹시 헌 책이라도 올라올까 싶어 수년째 기다려 봤지만 감감 무소식입니다. 그러다가 생각난게 대학도서관이었습니다. 있었습니다. 빌려와서 읽었습니다.
달팽이, 蝸牛(와우), snail, @...... 있는 듯 없고 없는 듯 있으며 가는 듯 안가고 안 가는 듯 가는 존재...
...... 蝸牛禪師가 ...곧 달팽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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