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쎄인트의 冊이야기 2017-080
문학과지성 시인선-266 【 새들의 꿈에서는 나무 냄새가 난다 】 _마종기 저 | 문학과지성사
1. “작은 호수가 노래하는 거/ 너 들어봤니/ 피곤한 마음은 그냥 더 잠자게 하고/ 새벽 숲의 잡풀처럼 귀 기울이면/ 진한 안개 속에 몸을 숨긴 채/ 물이 노래하는 거 들어봤니?/ 긴 피리 소리 같기도 하고/ 첼로 소리인지 아코디언인지/ 멀리서 오는 밝고 얇은 소리에/ 새벽안개가 천천히 일어나/ 잠 깨라고 수면에서 흔들거린다/ 아, 안개가 일어나 춤을 춘다/ 사람 같은 형상으로 춤을 추면서/ 안개가 안개를 걷으며 웃는다/ 그래서 온 아침이 한꺼번에 일어난다/ 우리를 껴안는/ 눈부신 물의 메아리” 「메아리」 전문
강과 호수는 완전히 다르다. 강은 흐름이 있다. 소리가 있다. 반면 호수는 조용하다. 물의 흐름이 아주 없는 것은 아니다. 단지 수면(水面)상으로 잘 감지가 안 되는 것뿐이다. 낚시광 친구가 있다. 그 친구 따라서 호수, 양어장 낚시를 종종 간 적이 있다. 내 낚싯줄엔 어쩌다 교통사고로 걸린 물고기가 가끔 있을 뿐이었다. 낚시보다 호수를 덮는 안개가 좋았다. 시인의 표현처럼 ‘진한 안개’였다. 안개의 두께를 느낄 정도였다. 그리고 보니 나도 물의 노래 소리를 들은 듯싶다. 아침 안개는 그리 오래 안 간다. 해와 교대한다. 새벽안개가 진짜 안개다. 새벽 공기가 안개를 지나 나의 뇌를 적시며 지나갔다. 이 시의 끝부분 ‘눈부신 물의 메아리’라는 표현이 참 좋다. 시각과 청각이 한 줄에 담겨있다.
2. “봄밤에 혼자 낮은 산에 올라/ 넓은 하늘을 올려보는 시간에는/ 두렵고 떨리는 마음으로/ 별들의 뜨거운 눈물을 볼 일이다/ 상식과 가식과 수식으로 가득 찬/ 내 일상의 남루한 옷을 벗고/ 두렵고 떨리는 마음으로, 오늘 밤/ 별들의 애잔한 미소를 볼 일이다// 땅은 벌써 어두운 빗장을 닫아걸어/ 몇 개의 세상이 더 가깝게 보이고/ 눈을 떴다 감았다 하며 느린 춤을 추는/ 별밭의 노래를 듣는 침묵의 몸/ 멀리 있는 줄만 알았던 당신/ 맨발에, 두렵고 떨리는 마음으로.” _「두렵고 떨리는 마음으로」 전문
두렵고 떨리는 마음. 두려워서 떨리는 것이 아니라, 떨려서 두렵다. 영(靈)보다 신(身)이 먼저 반응한다. 신체적인 반응이 더 빠르다. 별들이 뜨거운 눈물을 흘리는 것은 무슨 연유일까? 시인은 신(神)을 생각하며 두렵고 떨린다. 그가 유난히 죄를 많이 지어서가 아니다. 상식과 가식과 수식으로 가득 찬 시인의 일상이라고 했지만, 그 나쁜 증상이 주변에 너무 많이 퍼져있기 때문에 안타깝다. 별밭의 노래를 듣노라면, 멀리 있는 줄만 알았던 그분이 곁에 와 있는 것을 느낀다. 신을 벗어야한다. 내가 서 있는 모든 곳이 거룩한 장소가 되어야한다. 그렇게만 된다면, 이 세상은 더욱 평화로운 호흡을 하게 될 것이다.
3. 마종기 시인을 알게 된 것은 오래 전 일이다. 1970년대 초로 기억된다. 문학잡지에서 시인의 시를 처음 만나고, 그 뒤로 『평균률』이라는 독특한 판형의 시집을 통해서 다시 만났었다. 시인은 젊었고, 나는 어렸었다. 『평균률』은 결혼 후 몇 번의 이사과정 중 사라졌다. 독특한 판형 탓이었을까? 서가에서 언제나 좀 튀었던 것 같다. 그래서 그런가? 사라진 이유가? 시인은 그동안 미국에가 살면서도 시심(詩心)을 놓지 않고 있었다는 점이 참으로 대단하다고 생각했다. 타국에서 모국어로 시를 쓰는 시인에 대한 관심이 시인의 아버지가 동화작가 마해송이라는 사실보다 늘 먼저였다. 각 나라 언어마다 빛깔과 향기가 다르다. 전문직 종사자로서 생활하던 시인에게 모국어로 시를 쓰는 것은, 일제하 시대에 목숨 걸고 모국어로 시를 쓰던 시인들의 마음과 비슷하지 않았을까? 그 시(詩)들이, 시심(詩心)이, 시인을 살리는 글자가 되고, 글이 되고, 심상(心象)이 되었으리라 짐작한다. “나는 내가 살아있다는 것을 몰랐다/ 저기 누군가 귀를 세우고 듣는다/ 멀리까지 마중 나온 바다의 문 열리고/ 이승을 건너서, 집 없는 추위를 지나서/ 같은 길 걸어가는 사람아/ 들리냐” _「길」 부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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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종기 시인의 시집을 오랜만에 읽는다. 처음에 의사가 시를 쓰면 얼마나 쓸까, 하며 혼자 무시했던 기억도 난다. 근거없는 무시였다.
17년 전에 쓰여진 이번 시집에서는 어쩔 수 없이(?) 미국으로 떠난 후 자신과 자신의 조국을 되돌아 보는 시인의 마음이 고스란히 드러나 있다. 그 마음에는 그리움도 있다. 다행히 그리움 속에 후회는 보이지 않는다. 오히려 받아들여야 한다면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겠다는 담담함이 있다. 그래도, 여전히 내 눈에는 나이 먹는다는 것이 그리 유쾌한 일임은 아니라는 생각을 버릴 수 없다.
이번 시집에서는 '그레고리안 성가 1' '저녁 풍경화'가 좋았다. 지금 생각해 보니 시가 보내는 이미지가 상대적으로 더 잘 드러나서 이해하기 쉬웠기 때문인것 같다. 또 다른 이유는 내가 좋아하는 시 스타일이 따로 있다는 생각도 했다. 선명한 시각적 이미지, 쓸쓸함, 담담하게 받아들임 같은 감각들이 나타나는 시가 좋다.
시를 잘 안 읽는다. 더 많이 읽어야 겠다. |
| 시집 제목이 마음에 들어서 샀다. 나는 이 시인을 모른다. 처음 시인의 시를 읽는다. 새들의 꿈에서 나무 냄새가 난다니 그건 무슨 뜻일까 생각했다. 시를 읽는 동안 왜 이 시어 한 구절이 시집의 제목이 되었는지 알 수 있었다. 그것은 시인의 꿈에서는 고향에 대한 생각, 그리움, 후회, 아쉬움 등의 떠난 자만이 알 수 있는 냄새가 나기 때문이다. 그래서 시인은 자신의 꿈속에서나마 떠나온 고향, 모시지 못한 부모님, 두고 온 친구를 보고 싶었던 것이다. 이제 나이가 들어 시인은 자신이 떠나와서 잃어버린 것에 대해 생각하고 있다. 누구나 어떤 시기 선택을 해야 할 때가 있다. 그리고 그 선택이 인생 전체를 사로잡는 멍에가 된다는 것을 뒤늦게 알게 된다. 떠나지 않았다면 어땠을까... 남부럽지 않아 보이는 인생을 산 것 같은 시인은 말하고 있다. 그래서 산다는 건 다 마찬가지가 되는 것이다. 가진 자나 못 가진 자나 이룬 자나 못 이룬 자나 한 세상 사는 것도 마찬가지고 한 세상 뜨는 것도 마찬가지다. 우리가 세상을 떠날 때 남기고 가는 것은 후회와 미련뿐인 것이다. 그것을 감추고 각색하느라 우리 참 힘들게 살고 있다. 시인이 말한다. 그러지 말라고. 어차피 남는 건 허무함과 그리움뿐이라고... 내 꿈에서는 어떤 냄새가 날까? 코가 막혀 정작 자신은 맡지도 못하면서 생각을 한다. 바다에 작은 배 떠나간다. 등대가 빛을 비춘다. 그 빛을 제때 볼 수 있기를... 어쩌면 아직 나는 미련을 가져도 되지 싶다. 욕심을 부려도 좋지 싶다. 그래도 남은 시간이 있으니, 어쨌든 갈 때 후회하고 털어내지 못하고 갈 테니까... |
| '시인의 일용할 양식이자 무기인 '모국어'가 변방의 외국어가 되는 이국에서 부쳐 온 시들'(p99) 이라는 해설을 덧붙이지 않더라도 그의 시 속에서는 절절한 고향에 대한 그리움과 모국어에 대한 간절함, 그리고 부정(父情)을 향한 아련함이 느껴진다. 37년동안 모국을 떠나 있었던 시인... 낯선 땅에서 이방인으로 살아가는 고통보다 그를 더 힘들 게 했던 것은 아버지 나라에 대한 그리움이 아니었을까... 치열한 삶 속에서도 모국어에 대한 갈망은 그를 끊임없이 채찍질하고, 그는 그 아픔을 시로 토해낸다. '시간이 타고 있는 불 속에 뛰어들어야/ 내 불을 끌 수 있으리라 믿고 있었다 / 화상의 역사를 다 가릴 수는 없었지만 / 이제는 맨 마지막 장을 뒤집어야 할 때, / 푸르던 유혹은 창밖으로 날아가고 / 시차를 넘어서는 한 사내의 방황을 찾아서 -- /'(p27) 지독한 방황의 나날이 끝나고 이순이 넘은 나이로 그 시절을 되돌아보는 시인의 여유로움... 그 속에선 이제서야 비로소 고향에 돌아온 듯한 편안함이 느껴진다. '그러면 나는 이제 누구인가 / 겨울바람에 피부가 터진 / 말채나무가 대답도 없이 웃는다 / 꿈꾸는 사람은 행복하다' 늘 고향을 꿈꾸고, 모국어로 노래하는 시인. '새들의 꿈에서는 나무 냄새가 나듯...' 그의 노래 속에서는 고향의 흙냄새가 배어 있다. 시집을 덮으며, '고향'이 없고 '모국'을 모르는 젊은 세대의 한 사람으로서 모국어의 가치와 고향의 푸근함을 다시금 생각해본다. 먼저 길떠난 자가 남긴 표식을 발견했을 때의 감동... 그리고, 그 길을 따라 걷는 기분... 감동적이다. '이제 나이 좀 들어 생각해보니 / 세상의 제일은 따뜻한 것이었네 / 내가 항상 기대고 사는 편안한 당신이여 / 욕심이 사람을 시들게 한다지. / 그 부드러운 흰색 불빛이 시든 목화밭이라니! / 당신 이름을 부르면 부끄럽기만 하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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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나이를 먹어야 하는 것일까에 대한 생각을 하게 되는 때가 종종 있다. 어떤 모습으로 늙어야 할지, 어떤 생각으로 인생을 마무리해야 하는지 요즘 들어 자꾸만 그런 생각을 한다. 내가 벌써 그만큼의 나이를 먹은 것일까 싶기도 한데, 난 그런 생각을 하고 있을 때의 기분이 별로 싫지 않다. 그리고 이 시집을 읽게 되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