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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에 이 책을 접했을 때 역사소설을 주로 쓰던 김상렬 작가가 쓴 작품이라 어렵지 않을까 걱정했다.
그런데 작가의 일상생활과 전원생활등의 자전적 체험을 진솔하게 표현해서인지 읽으면서 쉽게 마음에 와닿았다. 이 책이 담고 있는 이야기는 총 10편이다.
작가의 산뱅이 마을 생활을 바탕으로 마을 사람을 한 명씩 주인공으로 내세운 똥빵, 헛개나무 집, 직가스 장군, 꿈, 꽃길, 산뱅이 이야기, 콩 등이 이 책의 줄기를 이루고 있다. 그리고 작가 가족의 일상이 녹아 있는 봄날,염색하다, 하늘연못에서의 하룻밤, 그리고 고종이 덕혜옹주에게 보내는 편지 형식의 소설 마지막 날들도 있다.
책의 대표작은 아니지만 개인적으로 마음이 가는 작품은 <봄날, 염색하다>이다. 작가 부부의 소소한 일상과 작가의 첫사랑 이야기나 부인에 대한 사랑을 담고 있는 이 작품이 가장 와닿는 것은 아무래도 자연인으로서 작가의 평범한 일상이 드러나 있고 그것에 오랜 부부만이 가질 수 있는 오래 묵은 은은한 와인 같은 사랑이 흐르고 있기 때문이다.
“도대체 사랑이라는 게 뭘까? 당신은 날 사랑하긴 하는 거야?”
이제는 나이들어 머리가 하얘지는 부부...부인은 늘 남편의 머리를 염색해 준다. 그러나 부인은 늘 혼자 염색을 한다. 그것이 여인으로서의 신비감을 지키고 싶어서인지 아니면 '주는 사랑'을 실천하고 싶어서인지 모른다. 그런데 왠지 이 부분이 가장 마음을 울렸다.
흔한 부부싸움과는 반대의 풍경이서서일까? 서로 해준 것을 따지며 다투는 대신 상대방에게 늘 주면서도 생색내지 않고 조용히 아껴주는 미덕, 그 마음의 아름다움... 왠지 책을 덮은 후에도 그것이 오랫동안 잊혀지지 않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