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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는 회사에서 몇몇이 모여 했었던 아침 스터디의 대상으로 선택했었는데, 중간에 파토나면서 그냥 혼자 읽게된 책이다.
대학원에 있었던 7년뿐이긴 했지만 실험을 하던 real field의 과학계에서 떠나와 (역시 이제 2년 밖에 안됐지만) 과학기술 정책 또는 과학기술 예측의 영역으로 넘어오고 나서 느끼는 가장 큰 차이는, 자기의 연구분야에 대해서만 알면 됐던 현장 연구자와는 달리 과학기술 전반을 다뤄야하다보니 좀더 깊으면서도 넓은 시야를 가져야한다는 점이었다. 특히 보통 과학기술을 전공하지 않았거나 떠난지 아주 오래된 영역에 있는 사람들과 과학기술에 대한 이야기를 해야하니, 과학기술과 그 바깥 영역의 상호작용에 대한 이해가 필수적으로 다가온다. 그래서 이런저런 공부가 필요하다고 느꼈고, 그 일환 중 하나가 이번 '과학기술과 사회'이다.
저자가 이 책을 쓴 것은 1991년, 우리말 번역이 나온 것이 1998년이니, 원판은 거의 20년이 되었고, 번역판으로 보더라도 10년이 넘은 옛 책이다. 그래서인지 몇몇 표현에서 상당히 옛스러운 버젼들이 보이는데, 예를 들어 이미 폐지된 미국의 OTA가 주요사례로 언급된 점이나, 주요 자본주의 선진국들에 대한 설명이 지금과는 많이 맞지 않는다는 점, 각종 예시가 80년대에 머물러있어 지금의 사례로 인용하기에는 너무 out-of-date하다는 점 등등이 그렇다.
물론 이런 구식의 냄새는 예시 또는 사례에서 그런 것이고, 이 책에서 말하는 주요 논점은 세월의 영향을 받지 않는다. 많은 이야기들이 있지만 이 책의 가장 중요한 포인트는 '과학기술 역시 사회와 영향을 주고받는다'라는 점이다. 쉽게 생각하면 자연현상에 대한 객관적 검증 및 이용을 목적으로 하는 과학기술은 주변을 둘러싸고 있는 사회에서 무슨 짓을 하더라도 항상 같은 결론이 나와야하는 것 아닌가 싶지만, 아주아주 기초과학이 아닌 이상 이런 과정을 거치지 않는다는 것은 이미 우리 사회에서도 분명하게 드러난 적이 있다. 당장 최근만 생각해도 광우병, 대운하, 그리고 각종 환경영향평가에서 한 사안을 두고 완전히 다른 결론을 이야기하는 과학기술자들이 있지 않았던가.
과학기술이라는 '객관적 과정'을 통해 도출하는 결론들도 다르게 나오는 마당에, 과학기술 정책이나 과학기술의 사회적 수용이라는 측면을 생각해봤을 때 과학기술자의 또는 과학기술 후원자의 정치적 사회적 배경에 따라 과학기술의 연구 및 활용 경로가 달라질 것이라는 점은 쉽게 예상할 수 있다. 이렇게 과학기술이 '객관적'이라는 허상을 벗게 되면 과학기술자 역시 자신의 연구와 지식이 객관적이며 유일무이한 결론이라는 생각에 빠져있을 수만은 없다. 그 연구가 사실이라는 점을 확인받기 위한 활동이 따로 필요하게 되고, 이 활동에는 과학기술계 내의 정치적 영향력 확대 뿐만 아니라 시민사회 등 외부 세계와의 접점을 만들기 위한 노력도 포함된다. 다시 말해서 과학기술자는 과학기술 연구만 하면 된다는 것은 이미 옛 이야기이며, 자신의 연구활동을 자신이 속한 사회의 정치, 경제, 문화의 측면에서 바라보고 알리고 적응시키기 위한 노력 역시 과학기술자의 본분이라는 말이다.
사실 아직까지도 (나를 비롯해서) 과학기술은 과학기술자의 영역이라는 관념이 강하다. 가장 쉽게 생각해서 어차피 연구를 위한 자금을 끌어오려면 과학기술 영역 밖에 있는 사회를 설득해야하는 것이므로, 과학기술과 사회의 상호작용은 피할 수가 없다. 갈수록 과학기술의 진보가 전체 사회 및 시민에게 미치는 영향이 극도로 커지고있는 만큼 과학기술에 일반 시민이 참여하는 것을 회피하는 것은 편협한 시각이다. 문제는 어떤 방법으로 상호작용을 얻고, 어느 정도로 참여시키는가 하는 점인데... 이 책에서는 중간기술, 사회주의적 과학기술, 여성주의적 과학기술 등 몇몇 관점을 소개하기도 했지만, 사실 우리 사회에서는 일단 어떤 형태의 참여라도 받아들이고 시작하는 것이 필요할 것 같다. 기술영향평가만 해도 겨우 몇 번 하다 수용이 제대로 안되는 바람에 잘 안돌아간 실정 아니던가. 물론 철저하게 자본의 논리에 맞춰가고 있는 현재 한국 과학기술의 방향을 돌릴 수 있는 새로운 과학기술 관점의 도입이 필요한 것도 사실이다.
이 책, 나 같은 사람이 starting material로 삼기에 딱 좋았던 것 같다. 문제는 이 책에서 얻은 관점들을 확장시키고 내 활동과 생업에 접목시키는 것인데.. 고민이 많아지는구나.
상업화, 재편, 관리로 대표되는 현대 과학정책의 특징은 과학자들이 일상적인 연구 네트워크를 벗어나 정책수립이나 경제의 영역에 '계산적 행위자(calculative actors)'로서 참여할 것을 요구한다.
한울 아카데미, Andrew Webster 지음, 김환석 & 송성수 옮김, 230 pag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