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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산한 가을 바람소리, [홍루몽 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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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루몽]을 읽기 시작한지 한 달이 되어간다. 봉건제도하에서 한 가문의 흥망성쇠와 비극적인 사랑을 통해 인간관계를 알려준다는 이 소설을 읽어보겠다고 마음먹은 지는 오래되었다. 어렵게 읽기 시작했지만 처음에는 등장인물들이 너무 많고 이름이 비슷비슷하여 그들의 이야기를 엮어 이해하는데 힘이 들었다. 총 120회 이야기 분량을 매권 20회씩 엮었지만 각 회마다 별도의 에피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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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루몽]을 읽기 시작한지 한 달이 되어간다. 봉건제도하에서 한 가문의 흥망성쇠와 비극적인 사랑을 통해 인간관계를 알려준다는 이 소설을 읽어보겠다고 마음먹은 지는 오래되었다. 어렵게 읽기 시작했지만 처음에는 등장인물들이 너무 많고 이름이 비슷비슷하여 그들의 이야기를 엮어 이해하는데 힘이 들었다. 총 120회 이야기 분량을 매권 20회씩 엮었지만 각 회마다 별도의 에피소드 형식으로 되어 있기에 권(卷)의 의미는 없어 보인다. 물론 이야기의 연속성은 이어지지만 말이다. 이 말은 매권을 읽고서 그 책에 대한 독후(讀後)를 남긴다는 것이 그렇게 용이하지 않다는 뜻이기도 하다. 3권과 4권을 묶은 것도 그러해서다.

 

책을 읽으면서 먼저 봉건제사회에서 귀족가문의 생활상이 눈길을 끈다. 가족들이 모두 모여살기에 집의 규모가 크리라는 것은 이해가 되지만 상상이상이다. 또한 각 사람마다 시녀가 4명이상 많게는 8명까지 두고 있고, 집안일을 하는 곳곳마다 하인과 그들을 총괄하는 사람들 또한 만만치 않은 것은 마치 조그만 기업을 보는 듯 했다. 하인들은 그 가문에서 태어났거나 혹은 어렸을 때 돈을 주고 사온 이들이었지만 노비는 아니었다. 철저하게 돈으로 얽힌 사람들이었다. 신분제사회에서 인간 역시 돈으로 매매되는 상품의 일종이었다. 그러기에 잘못을 저지르면 쫓겨  나기도 하고 그렇게 자리가 비면 새로운 사람을 구하기도 한다. 이렇게 수많은 사람들이 살아가는 집의 살림살이 또한 만만치가 않다. 하인과 시녀를 포함 가족들 모두가 매달 급에 맞는 월급을 받고 있으며, 그것과는 별도로 먹고 입고 노는데 들어가는 비용은 상상을 불허한다. 매일같이 벌어지는 잔치의 하루 비용은 하층 일반백성들의 연간 생활비를 훌쩍 넘긴다. 이런 비용은 가주가 관직에 있으며 받는 녹봉과는 별개로 세습귀족으로써 별도의 장원을 두고서 얻는 수입으로 충당된다. 그렇지만 곳곳에서 줄줄 샌다. 하인들 모두 호시탐탐 한푼두푼 돈을 노린다. 소설의 배경이 되는 가씨 가문 역시 그러하기에 갈수록 재정압박을 받는 모습이 그려진다.

 

가씨 가문의 많은 구성원들이 첩을 두고 있다. 시녀들 중 마음에 들면 첩으로 삼는다. 심지어는 가모나 부친의 시녀라 할지라도 자신에게 내려주기를 청하고 있으며, 그들 또한 아래 사람에게 애정의 표시로 자신들의 시녀를 종종 내려준다. 시녀들은 철저하게 주인에게 종속되며 특히 남성에게 종속된 시녀는 성(性)의 대상이 될 수밖에 없다. 따라서 처첩간의 갈등도 서사의 중요한 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영국부의 안살림을 총괄하고 있는 왕희봉은 가련이 자신 몰래 우이저를 첩으로 맞아들이자 겉으로는 살갑게 대하지만 뒤로 술수를 써서 우이저를 죽음에 이르게 만든다. 그러나 희봉의 건강 또한 좋지 않아 아이를 유산하고 자리에 누워 지내는 날이 많아진다. 당연히 영국부 하인들의 기강이 해이해진다.

 

이야기의 다른 한축인 가보옥과 임대옥, 설보차의 사랑이야기는 아직 그 비극을 드러내지 않았다. 보옥과 대옥은 서로를 맘에 두고 있지만 내색을 하지 않는다. 그런 가운데 대옥의 병은 깊어만 간다. 보옥과 대차는 이종사촌지간으로 사이좋은 오누이이다. 허나 가모나 설부인은 보옥과 대차가 짝으로 맺어지길 마음에 담고 있다. 이들과 보옥의 누이들이 머무르고 있는 대관원에도 변화가 찾아온다. 보옥을 나쁘게 물들인다 하여 많은 시녀들이 쫓겨나고, 보차는 어머니의 병환을 시중들기 위해 집으로 돌아간다. 그리고 영춘은 혼인을 하기 위해 대관원을 떠난다.

 

                                       (보옥, 대옥, 보차의 관계) 

                                                                 가모 

                                                 남매          |              자매

                        임여해〓가민     ↔     가정〓왕부인    ↔    설부인〓 설?

                                    |                              |                                    |

                                임대옥         ↔          가보옥             ↔          설보차

                                              (고종사촌)                    (이종사촌)

 

매회를 거듭하여 책을 읽으면서 아쉬웠던 점은 내가 한시(漢詩)에 대해서 모른다는 점이었다. 서로의 마음을 빗대거나 대관원의 사계절을 묘사한 오언과 칠언으로 된 절구와 율시들이 많이 등장하지만 그저 해석을 보면서 이해하고 있다. 한시를 알아서 운율까지 느낄 수 있다면 더 좋을 것이란 생각이 읽을 때마다 든다. 이제 소설은 종반부로 치닫고 있다. 이들의 사랑과 가씨 가문의 몰락이 어떤 절정을 맺을지 기대와 아쉬움을 갖고 다음 권으로 넘어간다.

k*****1 2020.02.15. 신고 공감 15 댓글 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