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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회에 달하는 [홍루몽]이 대단원의 막을 내린다. 이야기의 한 축으로 목석전맹이라는 전생의 인연으로 엮인 가보옥과 임대옥, 금옥량연이라는 현생의 운명으로 엮인 가보옥과 설보차의 삼각관계는 5권에서 대옥의 죽음으로 그 파국을 암시했다면 6권에서는 보옥의 출가로 비극적인 사랑을 마무리한다. 대옥을 그리워하던 보옥은 인사불성이 되고 마침 어느 중이 가지고 온 통령보옥을 보고 원기를 차리는가 싶더니 갑자기 뒤로 넘어지며 정신을 잃는다. 보옥의 혼백이 육신을 떠나 선계로 들어선다. 그곳에서 죽었던 누이들을 만나고 자신이 신영시자임을 알게 된다. 속세로 다시 돌아온 보옥은 부인인 보차, 시녀인 습인 등에게 거리를 두기 시작한다. 과거 날이 되자 보옥은 조카인 란과 함께 과거를 보고 소문없이 사라진다. 그 길로 속세를 떠나 대황산으로 들어간 것이다. 강주의 선초가 본래의 자태로 돌아갔으니 통령의 옥이 제자리로 돌아가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허나 현생의 인연을 맺었던 금옥량연은 어찌하란 것인지? 보옥이 사라지고난 후 보차는 자신이 임신했음을 알게 된다.
가씨 가문의 저택 안에 있는 대관원이라는 정원에 모여 사는 12미녀들의 삶이 봉건제의 예법에 구속당하면서 비극적인 결말을 맞이한다. 주인공들의 꿈은 덧없기만 하다. 그 중심에 대옥과 보차가 자리하고 있었다.
이야기의 다른 한 축인 가씨 가문의 몰락 역시 그 파국을 향한다. 녕국부의 가진이 유부녀를 취한 사실 등이 탄로 나면서 세습직의 박탈은 물론 모든 재산을 몰수당하고, 가진은 외지로 유배길을 떠난다. 영국부의 가사 또한 무고한 백성을 학대했다는 여러 건의 중죄를 탄핵받는다. 장부가 압수되면서 희봉이 고리대금업을 한 것이 드러나자 가사는 금의부에 갇히고 가련은 관직을 삭탈 당한다. 가사의 재산 역시 압수되고 가진과 마찬가지로 세습직마저 박탈당한다. 액운은 가정도 비켜나지 못했다. 관원들을 잘못 감독했다하여 탄핵 받았으나 그의 강직함을 알고 있던 황제는 관직만 강등시켜 경성으로 돌아오게 한다. 하지만 가모가 죽은 후 가모의 장례조차 치를 돈이 궁하기만 하다.
조상의 음덕으로 부귀영화를 누리지만 후손들은 사치와 방탕을 일삼는다. 가문의 운세가 기우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 과정에서 도덕적 타락은 많은 사람들을 적으로 만들고, 그들은 음해를 서슴치 않는다. 또한 가문이 기우는 과정에서 첩의 자식들과 하인들은 자신들의 이익만을 챙기기에 혈안이 된다. 친척, 하인, 첩과 서자 할 것 없이 바야흐로 한 몫을 잡기 위해 동분서주한다. 재물을 두고 벌어지는 인간 군상들의 위선적인 행태는 예나 지금이나 하등 다를 바 없음을 보여주고 있다.
책의 제목인 홍루몽은 ‘붉은 누각의 꿈’이라는 뜻이라고 한다. 붉은 누각에서 꾸는 꿈은 아름답지만 짧기만 하다. 인생이란 계절에서 봄은 그리 길지 않은 셈이다. 결국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이나 가문의 몰락으로 꿈들이 사라지면서 인생의 허무함을 느끼게 만든다.
책 말미에 공공도인이 등장한다. 처음 이야기가 시작되면서 신화세계를 다룰 때 청경봉 앞을 지나다 돌 위에 새겨진 글을 베꼈던 도인이다. 그가 몇 겁의 세월이 흐른 후 조설근에게 베껴왔던 책을 던져주고 사라지면서 중얼거린다. ‘과연 한낱 부질없고 황당한 얘기로다! 지은 사람도 모르고, 베낀 사람도 모르며, 독자도 알 수 없구나. 결국 붓장난으로 사람의 마음을 기쁘게 해준 데 불과한 것을!’
120회의 이야기를 읽으면서 아무도 모르는 것을 읽고서 한순간 읽는 기쁨을 맛보았다면 그것으로 족하다는 말 일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