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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을 전공해서 일까... 진은영 시인은 본인의 시도 철학적으로 쓰고, 다른 사람들의 시도 철학적으로 해석하는 것 같다. 하지만 어려운 철학용어는 없고, 철학적 분위기만 풍기며 쉽고 간결하게 해석을 한다. 예전에 시창작을 지도하던 교수님은 자신의 철학을 시로 쓰되, 어려운 말은 싹 다 빼버리고 투사와 해석으로 시를 쓰라고 했었는데, 이젠 투사와 해석을 어떻게 했었는지 가물가물하고, 그저 읽고 내맘에 와닿는데로 받아들인다.
시집 [훔쳐가는 노래]에서 쓸모없는 거룩함과 쓸모없는 부끄러움을 얘기하고, "지금 주머니에 있는 것을 다 줘 그러면 / 사랑해주지, 가난한 아가씨야"라는 도발적인 언어로 독자를 당황시키던 시인은 한결 부드러워지고 따뜻해졌다. 또한 그동안 자신이 읽은 시들을 많이 참고하고 그 시들의 세계를 확장시켜셔 시를 써왔음을 느낄 수 있었다. [훔쳐가는 노래]에서 내용은 당연히 달랐지만, 유사제목들이 제법 발견되었기에... 이 책은 본인의 시가 아닌 타인의 시, 그것도 세계 각국의 시인들이 쓴 시들을 읽어주고, 그 안에서 사람사는 냄새를 맡고, 혹시 독자가 놓칠 것 같은, 아니면 독자도 알았으면 싶은 부분을 콕 짚어주기도 하며 잘 보이지 않는 행간까지 조근조근 속삭여주는 책이다. 소중한 것을 팔아서 하찮은 것을 사는 습관이 있다던 시인은 아직도 그 습관을 버리지 못했을 것 같다. 아니, 버리고 싶어하지 않고 오히려 그 습관을 즐기고 있을 것 같다. 세속적으로 소중한 것들은 내다 팔고, 세속의 사람들이 하찮게 여기는 것들을 다시 사서 다듬은 뒤에 그것을 시로 내놓는 것은 아닐까.
너무나 많은 것들 -- 앨런 긴즈버그
너무나 많은 공기 너무나 많은 음식 너무나 많은 맥주 너무나 많은 담배
너무나 많은 철학 너무나 많은 주장 그러나 너무나 부족한 공간 너무나 부족한 나무 너무나 많은 경찰 너무나 많은 컴퓨터 너무나 많은 가전제품
(...중략...)
너무나 많은 욕심 너무나 많은 양복 너무나 많은 서류 너무나 많은 잡지 (중략)
지하철에 탄 너무나 많은 피곤한 얼굴들 (...중략...) 너무나 많은 살인 너무나 많은 학생 폭력 너무나 많은 돈 너무나 많은 가난 너무나 많은 금속물질 너무나 많은 비만 너무나 많은 헛소리 그러나 너무나 부족한 침묵 122p.-125p.
미국의 유명 시인의 시인데, 진은영시인은 너무나 많은 거짓, 책임전가, 정치인, 슬픔, 고통, 분노, 무기력, 망각을 얘기하며 거기에 대응하는 너무나 부족한 정직, 합리성, 진실, 희망...을 말한다. 언제부터 이렇게 됐을까. 우리 사는 세상은 사람이 사는 세상인데, 다들 못살겠다는 말을 더 많이 하고 사니... 아주 가끔, 아주 가끔씩 살만하다는 말이 들리는 세상... 그래도 시인의 말처럼 "너무나 많은 새해들"이 계속 있다는 것에 위안을 받아본다.
참고로 앨런 긴즈버그는 미국의 시인인데, 류시화 시인의 시 제목에도 나온다.
만약 앨런 긴즈버그와 함께 세탁을 한다면 -- 류시화
"만약 당신과 함께 지구별 한 골목에서 세탁소를 연다면 당신이 미국을 세탁기 안에 집어넣는 동안 나는 세탁법이 불분명한 정치인들을 비눗물 속에 담글 것이다... 하략".
류시화 제3시집 [나의 상처는 돌 너의 상처는 꽃] 中 에서 86p.
류시화도, 앨런 긴즈버그도 사람을 정말 사랑하고 있음이 느껴진다. 지구의 한쪽이 잘못된 생각을 가진 사람들로 인해 오염되고 망가지는 것을 안타깝게 생각하고 있음이 절실하게 느껴진다. 보통의 사람들이 사는데 급급해서 쉽게 망각하는 세상의 모든 것들을 시인들은 시로 일깨워줘야 할 의무를 타고난 사람들인 것 같다.
카프카 -- 남진우
城은 멀다 짙은 안개 속 날개 잘린 새들이 더듬거리며 벽을 기어 내려온다 단식광대가 쇠창살에 매달려 멍한 눈으로 해 지는 지평선을 보고 있다 이불을 둘둘 감고 고치 속으로 이제 막 빠져나오는 사내의 여윈 손 시골의사가 조심스레 죽은 자의 눈꺼풀을 쓸어내린다 어느 길모퉁이에선 또 한 사람이 돌멩이에 맞아 개처럼 죽어가고 영원히 열리지 않는 문 앞에서 서성이던 이는 마침내 몸을 돌려 비좁은 골목길을 빠져 나간다
어둠 속에서 누군가 소리친다 다시, 처음부터 다시 써! 210p.-211p.
한 작품에 카프카의 작품이 여럿 나온다. [성], [단식광대], [변신], [시골의사]... 도달할 수 없는 성에 오르려는 측량기사 k도, 단식을 쇼로 보여주던 광대의 단식 이유가 입맛에 맞는 것이 없었다는 것도, 처음엔 측은한 눈길과 보살핌을 받다가 버리고 싶은 천덕꾸러기가 되어 죽어간 벌레인간 그레고르도, 한밤중 환자에게 갔다가 모든 것을 잃은 시골의사에게서도 진은영 시인은 흥미와 더불어 인간의 비애를 느낀다고 한다. 이 작품들의 핵심을 꼭 집어서 짧은 시로 승화시킨 시인 남진우. 평론가로만 늘 생각했었는데, 역시 시인이다. 인생은 소설처럼 다시 쓸 수 없어서 훨씬 어렵다는 누군가의 말에, 진은영 시인은 다시 쓸 수 있어 삶도 소설처럼 심오하고 아름답다고 믿는다며 반론을 제기한다. 카프카의 말처럼 한 권의 책이 우리 내면의 얼어붙은 바다를 도끼로 깨 줄 때, 우리의 삶은 다시 처음부터 써내려갈 수 있다고... 카프카의 말에 힘입어서 삶을 다시 쓰라는 남진우 시인에게 한 표를 던진 진은영 시인... 나도 여기에 슬쩍 끼어서 감히 한 표를 던져본다!
칠 조심 -- 보리스 파스테르나크
<칠 조심>-- 내 마음이 조심하지 않는 바람에 내 기억은 종아리와 뺨과 팔과, 입술과, 눈에 온통 얼룩져버렸다.
내가 너를 그 모든 성공과 실패보다 더 사랑한 것은, 너와 함께 있으면 누르스름한 흰 빛이 하얗게 되기 때문이었다.
그러니 내 어둠 또한 친구야, 맹세하건데, 어떻게 하얗게 되리, 헛소리보다도, 전등갓보다도 이마에 감은 흰 붕대보다도 더 하얗게! 268p.-269p.
[닥터 지바고]로 노벨문학상까지 수상했던 러시아 작가 보리스 파스테르나크가 사실은 러시아에서 완전 유명한 시인이었다니... 아직도 정말 모르는 게 너무 많다는 것을 이 책을 읽으며 느끼고 배우고 있다. 조심하지 않아서 칠을 한 벤치에 앉았다가 옷에 얼룩이 묻듯이, 마음 또한 조심하지 않으면 얼룩이 생길 수 있다는 시인의 조언... 그렇지만 시인의 속마음도 이런 조심은 하고 싶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나 역시 이런 조심은 하고 싶지 않고. 보리스의 시가 너무 아름다워서 미칠 것 같은 마음이 든다는 진은영 시인은 이 마음을 가지고 앞으로 계속 시를 쓸 수 있을 것이다. 시로 얼룩진 마음, 간결하고 맑고 아름다운 시어에 온 마음과 영혼이 얼룩진다면 그보다 행복한 게 또 있을까 싶다. 그래서 더더욱 하고싶지 않은 칠 조심!!!
선선한 바람이 부는 이 가을, [시시하다]를 읽으며, 시시(詩詩)한 시간을 갖다 보니, 책을 잡은 내 손도, 책을 보는 내 눈도, 책을 읽는 내 입술도, 그리고 책 속에 스미는 내 마음도 모두모두 아름답고 처절하며, 가난하고 부하며, 날카롭고 둥그런 시어들에 퐁당 빠져서 온통 얼룩져 버렸다. 세탁할 생각이 없는 마음을 햇빛 잘 드는 베란다의 빨래 건조대에 살짝 널어놓았다. 축축한 시어들은 보송보송해지고, 갑갑한 시어들은 상큼해지고, 아픈 시어들은 건강해지기를... 거기에 얹어서 내마음도 살랑살랑 가벼워지기를 바라보는 아주 시시(詩時)한 오후다.
[시시하다]를 읽으며, 올해 구입해서 한 번 만 슬쩍 훑어보고 리뷰는 올리지 않은 시집들을 찾아봤다. 음... 시집이 여섯권이나 밀려있군. 언제나 시집은 한 번 읽고는 끝내질 못한다. 다른 책도 마찬가지지 만, 특별히 시를 읽을 때는, 시 뿐만 아니라 행간을 읽어야 하기에 늘 한 번으로는 부족하다. 시는 행간 의 의미, 여백의 의미를 더 많이 들여다보고 생각해야 하기에... 매번 읽을 때 마다, 느낌도, 감동도, 색깔도 다르게 보인다. 이 가을 시시한 시간을 틈틈이 보내야겠다.
※ 이 리뷰는 출판사 위즈덤하우스의 서평단에 당첨하여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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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은영 시인이 6년동안 한국일보에 "아침을 여는 시"로 소개한 시들 중 92편을 가려 뽑아서 책으로 엮었다. 일간지마다 시를 소개하는 난이 있다보니 이런 종류의 책이 더러 나왔다. 많은 시인들이 일간지 독자들에게 자신의 감상평을 곁들여 시를 소개하는 것이 이제는 낯설지 않다.
'조심하지 않는 바람에 마음이 온통 시로 얼룩졌다'라는 고백을 부제로 삼았다. 시라는 것은 묘해서 모르고 살 수도 있지만 알게 되면 좀처럼 끊을 수 없는 마성이 있다. 부제를 읽으며 조심하면 시를 피할 수 있을까? 모르고 사는 편이 더 나을까? 자문해본다. 시는 모르는 것보다는 아는 것이 낫다는 것이 내 답이다. 시를 통해 보는 세상도 다른 세상 못지 않게 아름답기 때문이다.
비슷한 류의 책들과 비교해 이 책에서 두드러지는 특징은 외국시 소개가 많다는 것이다. 시라는 것이 워낙 세심하게 언어를 조탁하는 것이라서 자국어가 아니면 시인이 쓴 원래의 느낌을 전달 받기 어렵다고 생각한다. 해서 다른 분야보다 번역시 영역이 확장되기 어렵다. 그래서 이 책에 소개된 외국시들이 무척 반가웠다.
자주 시집을 구매하는 편이다. 시집을 읽을 때는 특별히 마음을 끄는 시가 있으면 귀퉁이를 접어둔다. 다 읽고 난 후 접혀진 쪽수가 많으면 기분이 좋은데, 한 시집에서 접힌 부분이 10쪽이 넘을 때가 그다지 많지 않다. 이 책도 습관처럼 모퉁이를 접으며 읽었는데 국내는 물론 외국에서도 유명한 시들을 모아놓아서 그런지 접힌 쪽수가 제법 많았다.
그 중에 두 편만 소개해보면.
마치 뭐나 되는 것처럼 / 앙드레 프레노
마치 죽음이 끝장을 낼 수나 있는 것처럼. 마치 삶이 승리할 수나 있는 것처럼.
마치 긍지가 응수나 되는 것처럼. 마치 사랑이 원군이나 되는 것처럼.
마치 실패가 무슨 시련이나 되는 것처럼. 마치 행운이 무슨 허락이나 되는 것처럼.
마치 산사나무가 무슨 예언이나 되는 것처럼. 마치 신들이 우리를 사랑이나 했던 것처럼.
나의 까마귀 / 레이먼드 카버
까마귀 한 마리가 내 창문 밖 나뭇가지로 날아들었다 이 까마귀는 테드 휴즈의 것도 갈 웨이의 것도 프로스트의 것도 파스테르나크의 것도 로르카의 것도 아니고 또한 전쟁터에서 피를 파먹는 호머의 까마귀도 아니다. 이것은 그저 까마귀일 뿐 아무 곳에도 결코 아귀가 맞지 않는 삶 아무 것도 말할 만한 것이 없는 새일 뿐이다 잠시 가지에 머물렀다가 날렵하게 아름다운 몸짓을 지으며 날아갔다 내 인생 밖으로
-이 두편은 마지막 행을 읽을 때 마음에서 '쿵'하는 소리를 들었다.
진은영 시인의 추천시들을 읽으면서 몰랐던 시인을 알게 되고, 새롭게 알게 된 시인의 시집을 찾아 읽는 즐거움을 느꼈다. 여러 갈래로 뻗은 덩굴을 하나하나 매만지다가 손끝에 닿는 열매를 찾는 기분과 조금은 통할 듯하다. 가을밤에 읽으니 그 크기가 배로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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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외 시인들의 시와 저자의 에세이가 함께 들어있는 시집이다. 요즘 몇 편의 시집을 읽었는데, 시는 참 어렵다고 다시 느꼈다. 솔직히 뭐라고 하는지 잘 모르겠는 시들이 대부분이니 말이다. 너무 빨리 읽으려고 했기 때문일까. 시도 좀 더 들여다봐야 한꺼풀씩 속내를 보여주는지 모른다. 그 지난한 과정을 보내야 비로소 시가 안으로 들어오는 것 같다. 시시한 과정이 필요하다. 세상이 시시해지면 더 시시한 기분을 알아차릴지도 모르겠다. 이 책은, 시 옆에 저자의 글이 있으니 조금 이해하는데 있어서 도움이 되었다. 사랑, 현실에서의 아픔, 혼란스러움 같은 느낌의 시가 많았다.
모월모일의 별자리에서는 사랑했지만 이루어지지 못한 사람들이 떠오른다. 혹은 사랑하다가 이별해야 했던 사람들. 먼저 그 사람을 보내야만 했던 슬픔을 별자리의 독거, 눈물많이 지나가 물때자국이 선명하다고 표현한다. 별자리는 각자 빛이 나기에 혼자여도 아름다워 보인다. 사랑했지만 떨어져서 빛나야 했던 견우와 직녀도 생각난다. 혼자 있어야 할 숙명인지도 모른다. 하늘이 그렇게 원하기 때문에, 각자의 역할에 충실하라는 뜻일지도.
당신의 텍스트6-수신확인은 헤어지자는 말을 했지만, 수신확인과 확인안함으로 나열되어 있다. 헤어지자고 한 사람의 의중은 무엇이었을까. 그가 더 사랑했던 것 같다. 그는 헤어지자고 했지만, 그 사람이 확인했는지 계속해서 확인하면서 미련을 두고 있다. 반면, 헤어지자는 말을 듣는 쪽은 수신확인도 하지 않는다. 그 사람은 벌써 마음이 떠나갔기에 미련이 없었다. 두 사람은 그동안 왜 만났던 것일까. 진정 사랑했으면 미련이 남고 기다리는 마음이 있어야 할텐데. 이에 저자는 이렇게 말한다. "사랑하는 사람의 숙명적인 정체는 기다리는 사람, 바로 그것이다."
미국 방언협회에 명왕성 되다 Plutoed라는 단어가 새로 생겼다고 한다. 태양계로부터 소외당했다는 뜻이다. 명왕성은 강제로 잊혀지게 되었다. 우리 주변에도 비일비재하게 갑자기 어느 집단에서, 단체, 조직에서 배제되는 경우가 있다. 문제는 배제될만한 행동을 하지 않않는데, 당하게 되는 차별이 아닐까 싶다. 시, 명왕성 되다는 지하철 2호선의 문이 닫힐 때, 새로운 세계가 있다고 말한다. 이 세계에서 밀려난 또 다른 세계. 궤도에서 이탈한 자들, 자유로운 자들만이 꿈꾸고 들어갈 수 있는 세계일까. 매일 내리는 역이 일정하다면 오늘 하루쯤은 저자의 말처럼 해보는 게 어떨까. "오늘은 내려야 할 역을 지나쳐보고 싶습니다."
다행한 일들. 때로운 전혀 반갑지 않을 일들이 도움이 되기도 한다. 그래서 세상에 전혀 쓸모없는 일은 없는 것 같다. 대표적으로 먹구름을 들 수 있겠다. 맑은 해를 가리는 먹구름은 자칫 부정적인 인상을 주지만, 먹구름도 햇빛처럼 생명을 유지하는데 도움을 준다. 비가 그렇다. 침통더위에 초목들도 힘들어 할 때, 비가 내려 그들의 생명을 지켜주었다. 다행한 일인 것이다. 우리가 바다에 사는 생물이라면 크게 기뻐하지 않았을지도 모르지만 어쨌든 비가 내려, 다행이다.
사랑이란, 이 세상의 모든 것. 우리가 사랑이라 알고 있는 모든 것. 그거면 충분해, 하지만 그 사랑을 우린 자기 그릇만큼 밖에는 담지 못하지. -에밀리 디킨슨, 사랑이란 이 세상의 모든 것-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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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시詩時하다 | 진은영 | 손엔 | 예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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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시원해졌다. 장마철에도 내리지 않던 비를 느닷없이 퍼붓더니 말이다. 이렇게 모든 것은 순식간에 일어나고, 순식간에 바뀌고, 순식간에 경이로워지는 것일까. 지난여름은 참으로 뜨거웠다. 온 사방이 땡볕에 갇혔고, 나는 자유를 박탈당했다. 해마다 여름이면 연례행사처럼 다녀오곤 했던 바닷가를 찾지 않았다. 덩달아 해변의 모래사장에 발목을 담그는 일도 차단되었다. 그에 따라 발가락 사이로 한량없이 빠져나가던 모래알갱이들의 감촉도 느낄 수 없었다. 나의 여름은 그렇게 끝이 났다. 그것은 지극히 당연한 현실이다. 가없는 마음으로 만지작거려야 할 시간들이다. 지난 것들은 늘 아련한 그리움 되어 내게 말을 건다. 매화나무가지 사이로 갈바람이 와르르 쏟아진다.
나는 대학원에서 현대시를 세부전공하였다. 그래서 세상에 태어난 모든 시(詩)를 사랑한다. 오늘처럼 갈바람이 자꾸만 불러내는 날엔 시를 감상하기 참 좋다. 이런 날, 운 좋게도 나는 한 권의 시집을 만났다. 오래된 습관처럼, 고칠 수 없는 버릇처럼 늘 시집을 품고 살지만, 오늘 내가 만난 시집 <<시시詩時하다>>(예담)는 좀 더 특별했다. 진은영 시인이 한국일보 ‘아침을 여는 시’에 연재(2011~2016)한 작품 중에서 92편을 골라 엮은 책이었다. 거기엔 시처럼 맑고 청량감이 느껴지는 에세이도 함께 실렸다. 어떤 작품에서도 모호성은 발견되지 않았다. 의미는 깊되, 쉽고 간결한 작품들로 꽉 채워져 있었다.
문장부호가 삐딱한, 낯설게 하기에 충실한, 제 맘대로 어긋난, 발상이 기발하고 독특한, 아주 인상 깊은, 니노 니콜로프의 <혼란>을 감상해보기로 하자.
혼란이 지배할 때 굶주림은 자기를 위해 존재한다고 웨이트리스는 생각하기 시작한다, 승객들은 자기를 위해 존재한다고 스튜어디스는 생각하기 시작한다, 환자는 자기를 위해 존재한다고 약사는 생각하기 시작한다, 작가는 자기를 위해 존재한다고 평론가는 생각하기 시작한다―
혼란이 지배할 때 나 역시, 사랑하는 이여, 당신이 나를 위해 태어났다고 생각하기 시작한다. ―니노 니콜로프, <혼란> 전문
총 2연 12행의 형식을 취한 <혼란>이란 작품을 눈여겨보면 참 재미있는 장치 하나를 만날 수 있다. 보통의 시작품들과 달리 1연의 3, 5, 7행의 종결어미에 온점(.) 대신 반점(,)이 찍혔다. 모든 시인(詩人)의 작품은 문장부호 하나하나까지도 시인이 쏟아낸 언어라고 하였다. 이 말인 즉, 우리가 어떤 작품을 감상하고 필사를 하거나 옮겨 적을 때는 함부로 다루어서는 안 된다는 뜻이다. 이는 독자로서 절대 지켜야 할 약속이다. 다시 위에서 말한 1연의 3, 5, 7행의 종결어미에 왜 온점 대신 반점을 찍었는지, 당시 시인은 어떤 시상을 떠올리고, 어디에서 영감을 얻어 이 작품을 창작했는지, 독자로 하여금 한 번쯤 깊이 고민하게 만든 작품이 아닐까 싶다. 이런 연유로 ‘니노 니콜로프’의 다른 작품에도 호기심이 발동한다. 시 감상은 이렇게 독자의 유기적 상상력을 이끌어낸다. 그것이 매력이다.
사랑주고 사랑받기 위해 태어난 시집 <<시시詩時하다>>는 두고두고 감상하기 좋은 책이다. 양장본이라 소장 가치도 충분하고, 사랑하는 사람, 보고픈 사람, 늘 그리운 사람에게 선물해도 참 괜찮겠다.
오래 전에 접었던 그것! 다시 시(詩)가 쓰고 싶은 날이다.
창문을 통해서 나가는 거다
갇혀 있는 몸이니 창문을 통해서 가는 거다 다른 세계로 사람들이 아름다움 착함 참됨을 뜨거운 열정을 그리고 행복을 완벽하게 흉내 내는 세계로 또한 너의 감옥 짤막한 틈
하지만 이 욕망은 바람의 빛깔을 하고 있다.
―폴 엘뤼아르, <더 멀리> 전문
밤의 피리
어둠 속에 하나씩 불붙이는 세 개피 성냥 첫 개피는 너의 얼굴 모두 보려고 둘째 개피는 너의 두 눈을 보려고 마지막 개피는 너의 입을 보려고 그리고 송두리째 어둠은 너를 내 품에 안고 그 모두를 기억하려고
―자크 프레베르, <밤의 파리> 전문
-2016.8.26(금). ⓒ 심은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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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다가 보게 된 것인지 정확하게 기억나지는 않는다.
엄마가 그 해 여름에 돌아가시고 처음으로 맞는 늦가을 혹은 초겨울이었다.
나는 심신이 지친 상태였고, 깊은
우울과 불면증에 시달리고 있었다.
신해욱의 시를 찾다가 발견했던 것 같다.
끝나지 않는 것에 대한 생각
신해욱
누군가의 꿈속에서 나는 매일 죽는다
나는 따뜻한 물에 녹고 있는
얼음의 공포
물고기 알처럼 섬세하게
움직이는 이야기
나는 내가 사랑하는 것들을
하나하나 열거하지 못한다
몇 번씩 얼굴을 바꾸며
내가 속한 시간과
나를 벗어난 시간을
생각한다
누군가의 꿈을 대신 꾸며
누군가의 웃음을
대신 웃으며
나는 낯선 공기이거나
때로는 실물에 대한 기억
나는 피를 흘리고
나는 인간이 되어가는 슬픔
이 시가 그 당시의 내 심정과 흡사하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 그래서 거듭 거듭 시를 읽었다.
‘나는 인간이 되어가는 슬픔’이라는
마지막 행이 가슴을 쳤다.
지금 내가 느끼는 이 깊은 슬픔도 내가 인간이 되어간다는 의미일까. 하지만 대체 그게 무슨 의미란 알인가. 그런 생각들.
그런데 인터넷에서 검색한 이 시의 하단엔 이런 글이 덧붙여 있었다.
의미를 알아차리기 전에 그냥 차분하게 들려오는 작은 소리만으로 위로를 받을
수 있어요. 시인의 목소리가 그렇습니다. 이 소리는 거창하지도
않고 과잉도 없어요. '누군가'라는 익명의 존재가 등장하는
많은 시가 사회의 일방적인 규정 속에서 자아를 잃어가는 고통에 대해 웅변적으로 노래합니다. 그런데 이
시는 꼭 그런 것 같지 않아요. 진정한 자아가 상실된 삶을 격렬히 비판하기보다는 사라지고 나타나는 일들에
대한 조용한 응시가 있어요.
성장하는 것이든 늙어가는 것이든 모든 변화는 공포와 망설임을 동반합니다. 따뜻한 물속에서 조금씩 녹는 일은 얼음에 좋은 일일까요? 나쁜 일일까요? 내 안에서, 내 주변에서 물고기 알처럼 섬세하게 꼬물거리는 일들을
지켜봅니다. 그러면 그 끝나지 않는 변화가 나에게 진정 어떤 의미인지 알 수 있어요.
‘해요’체로 써진 겸손한 문장들.
‘성장하는 것이든 늙어가는 것이든 모든 변화는 공포와 망설임을 동반합니다.’
이 한 문장을 거듭 거듭 읽었다. 내가
느끼는 공포라는 것이 ‘엄마의 부재’라는 어떤 변화에 필연적으로
따르는 감정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건 좋은 거라든가 나쁜 거라고 가치 판단을 할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라, 그 ‘끝나지 않는 변화’를 섬세하게 지켜본 뒤에야 그것이 내게 어떤 의미인지를 알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당시엔 그 말이 확 와닿지는 않았지만, 마치 호의를 품고 해주는 선배의 말처럼 그 말이 따뜻하게 느껴져서 부인하고 싶지도, 거부하고 싶지도 않았다. 그래서 그 말을 그 자체로 마음에 품었던 것 같다.
그 일이 계기가 되어 종종 시인이 연재하는 ‘시로 여는 아침’을 들어가곤 했다.
시인이 소개하는 시도 시려니와, 그 시 밑에 단 시인의 단상을 읽는 게 좋았다.
“모호하고 이유는 알 수 없지만 자꾸 기억나는 시, 그런 시를 읽다 보면 삶에 대한 참을성을 기르게 되는 것 같아요. 그런
단번에 이해되지 않는 것들이 어쩌면 생의 가장 아름다운 부분일 수도 있음을 가르쳐줄 수 있지요.” (진은영)
아주 아주 힘들었던 시기, 그야
말로 ‘근근히’ 살아냈던 시기에 내게 미음 같은 존재가 되어주었던
게 시였는데, 그런 의미에서 진은영 시인도 참 고마운 존재 중 한 명이다.
진은영 시인은 소설가 김연수와 동갑인데,
내게는 둘의 이미지가 매우 비슷한다.
인간적이고 따뜻하다. 자폐적이지도
않고, 허세를 부리지도 않는다. 끊임없이 공부하고 사유하는
인간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다정하게 말을 건네는 사람들이다.
이 책은 2011년부터 2016년까지 시인 진은영 시인이 한국일보에 연재한 ‘진은영의 시로
여는 아침’ 가운데 92편을 골라 엮은 책인데, 책을 받자마자 가장 먼저 찾아본 게 위에서 언급한 신해욱의 시다.
삶이 내게 가장 엄혹한 시기에 만났던 그 시와, 그 시에 덧붙여졌던 시인의 말은 그때와 다름없었다.
오랜만에 신해욱의 시와 진은영의 글을 읽어보았다. 그 사이 5년의 시간이 지났고, 그
변화가 내게 어떤 의미인지는 아직 잘 모르겠지만(아직 종결된 것이 아니기에), 조용하게 위로를 건네는 착한 선배 같던 진은영의 이미지는 그때나 지금이나 여전했다. 삶을 깊숙이 관통하는 성숙하고 철학자적인 시선과 더불어 다정하게 위로를 건네는 사려 깊은 마음씨.
진은영이 신해욱에게 했던 표현을 그대로 인용하자면 ‘의미를 알아차리기 전에 그냥 차분하게 들려오는 작은 소리만으로 위로를 받을 수 있’는 것이 바로 시인 진은영의 목소리다. 거창하지도 않고 과잉도 없는
목소리. 조용하게 위로를 건네는 착한 선배 같은.
시인의 연재를 꼬박꼬박 따라갔더 사람들에게도 한 권으로 묶어나는 종이책이
가지는 의미가 크겠고, 연재 사실을 전혀 몰랐던 독자라고 하더라도 시가 인간에게 줄 수 있는 다종다양한
사유와 감정들과 함께 시인이자 철학자인 진은영이 건네는 따뜻하고 성숙한 목소리를 들을 수 있는 귀한 기회가 될 수 있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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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장을 전부 시집으로 채우고 싶었던 때도 있었다. 시를 사랑한다고 생각했다. 깊이를 잴 수 없을 정도로 사랑한다고 믿었었다. 그러나 허울뿐인 사랑은 사랑이 아님을 안다. 더 많이 읽고 더 많이 생각하고 더 많이 알리고 더 많이 지켜봐 주어야 하는 사랑임을 안다. 최근 SNS를 시작으로 #문단_내_성폭력에 대한 진실이 쏟아져 나왔다. 내가 소장한 시집, 밑줄 긋고 옮겨 적은 시가 있었다. 시에 대한 애정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다양한 시를 알고 싶었던 때, 시인이 시를 통해 말하는 의미가 무엇인지 찾고 싶었던 때는 돌아오지 않을지도 모른다. 흐트러진 애정을 응집시켜야 한다. 부서진 사랑을 모아야 한다. 깨어진 사랑에 베일지라도 말이다. 안부가 슬픔을 깨운다는 김소연 시인의 시처럼. 잘 지내냐는 안부는 안 듣고 싶어요. 안부가 슬픔을 깨울 테니까요. 슬픔은 또다시 나를 살아 있게 할 테니까요. (그래서 - 김소연, 72쪽)
그래도 시, 시를 읽는다. 시인이 고른 시, 시인이 속삭이는 시를 듣는다. 『시시하다』는 진은영 시인이 고른 92편의 시와 함께 시인의 짧은 감상(해설)을 만날 수 있다. 좋아하는 시도 있고 처음 만나는 시도 있다. 익숙하면서도 낯선 외국 시인의 이름도 있다. 짧은 시도 있고 아주 긴 시도 있다. 詩時하다를, 시가 있는 시간이라고 읽는다. 시가 필요한 시간, 시가 있어 좋은 시간도 괜찮겠다. 한 편의 시를 읽는 시간은 길지 않으니 잠깐의 여유 혹은 잠깐의 바람이 통하는 시간이라도 할까. 가만히 시를 읽는 동안엔 시와 하나가 될 수도 있다는 믿음이 있다. 천천히 시를 읽는 동안에는 시의 숨결을 느낄 수 있다는 착각에 빠져도 좋다.
검은 옷의 사람들 밀려 나온다. 볼펜을 쥔 손으로 나는 무력하다. 순간들 박히는 이 거룩함. 점점 어두워지는 손끝으로 더듬는 글자들, 날아오르네. 어둠은 깊어가고 우리가 밤이라고 읽는 것들이 빛나갈 때. 어디로 갔는지. 그러므로 이제 누구도 믿지 않는다. (금요일 - 유희경)
너무 아파서 혼자만 깨어 있는 밤, 거울을 보면 한 사람이 세상에서 가장 찡그린 표정으로 날 쳐다보는 게 문득 우스워지곤 했어요. 그게 위로가 되었어요. (112~113쪽) 유희경의 시는 금요일에 읽지 않아도 혼자 깊은 밤을 견디는 이라면 진은영의 감상처럼 충분히 위로가 될 것이다. 무리에 속하지 않고 밤의 무리에 스며드는 시간, 더 이상 외롭지도 쓸쓸하지도 않겠지. 불안한 세상, 어디에서도 소소한 기쁨과 작은 위안을 얻지 못하는 우리에게 불어오는 날카롭고 시린 바람을 막아줄지도 모른다. 때로는 우연히 만난 한 편의 시가 전하는 뜨거운 온기가 오랫동안 우리를 데워주기도 하니까.
마치 죽음이 끝장을 낼 수나 있는 거처럼. 마치 삶이 승리할 수나 있는 것처럼. 마치 긍지가 응수가 되는 것처럼. 마치 사랑이 원군이나 되는 것처럼. 마치 실패가 무슨 허락이나 되는 것처럼. 마치 산사나무가 무슨 예언이나 되는 것처럼. 마치 신들이 우리를 사랑이나 했던 것처럼. (마치 뭐나 되는 것처럼 - 앙드레 프레노, 182쪽) 최근에는 그림과 함께 읽는 시, 사진과 함께 읽는 시, 테마가 있는 시가 많다. 어떤 시를 읽어야 할까, 어떤 시가 좋을까. 92편의 시 가운데 맴도는 시가 나는 좋은 시라 생각한다. 어딘가 기록하고 싶은 시, 좋은 이에게 이런 시가 있다고 말해주고 싶은 시. 뭔가 내 마음을 더하고 싶은 시. 그냥 끌리는 대로 읽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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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시 하 다 " 이책은 시집이다. 난 어려을적부터 시를 좋아했다. 학교다닐적 시가 한창 유행했던때가 있었다. 친구들과 시집을 읽는걸 너무 좋아했고 아이들과 돌려보면서 이야기를 나누고 했는데..요즘아이들이라면 생각도 못할 일이지 않은가..잘생기고 젊은 시인에 책은 완전 아이돌급으로 팬이 있을정도였으니까..시에 인기는 정말 내가 살던 그 시간속에서는 소중한 추억으로 남아있다. 그떄 그시절 나도 시인이 되고 싶다는 생각에 연습장 가득 시를 써내려가곤 했었는데...결혼을 하고 아이를 키우면서 아이들에게 책으로 동시를 읽어주면서 시를 읽었을까..지금은 다 커버려 시라는 존재는 나에게 의미가 없어져버린 시간으로 남아버렸는데... 나에 감성이 다시금 꿈틀거림을 느끼게 해주는 시가 한가득인 책이 이책인거 같다. 시는 대부분 사랑,이별,그리움....이 주제로 이루어져 있으나 이책에 저자 진은영씨 시는 정말 특이하고 색다른 여태까지 읽어보지 못한 다른 세상인거 같아 새롭게 나에게 다가오는거 같다.
"조심하지 않는 바람에 마음이 온통 시로 얼룩졌다." 책표지에 쓰여진 글귀부터가 마음을 사로잡는거 같다. 저자는 오랜시간 한국일보에 "아침을 여는 시"를 연재했다고 한다. 그 시들중 92편을 골라 엮은책이 이책 "시시하다"이다. 한국시에서 외국시까지 관록있는 시인에서 젊은 시인까지 시인이자 철학자의 안목으로 본 시들과 자신이 특별히 사랑하는 시의 목록들로 채워져있다.저자는 철학과를 졸업해서인지 철학적인 요소들이 많이 가미된 시들도 보인다. 시들로 끝나는것이 아니라 시를 읽고 자신만의 색으로 풀어낸 에세이는 다른 시각으로 비춰져서 우리 삶속에 묻혀 흘러가는 시간인듯 편안하고 다정하게 일상을 위로하는듯 하다.
책속으로 들어가 보면 이렇게 사이사이 사진으로도 같이 어울려진 글귀들이 마음을 자극하는듯 하다.
비는 멈추지 않고 사랑은 시작될 기미도 없는 날들이라도 우린 충분히 버틸수 있어요. 사랑의 시를 먹으며....
이런 비오는날 어울리는 시라는 생각에 끄적여본다.
시는 간결하고 짧은 문장들로 마음을 툭툭 치는거 같다. 사는게 바빠서 지나치며 살아온 시간들에 내 마음속 깊은곳에 가두고 얽매어서 묶어두었던 마음속이 시를 읽으면 튀어나와서 자극을 하는거 같아 나는 시를 읽는걸 좋아한다,
시간은 의미없이 흘러가는거 같지만 우리는 그 시간속에서 아주 많은것을 이루고자 바쁘게 살아갈수밖에 없는 시간들이지만 우리 스스로 위로하며 살아야한다. 나도 휴식이 필요한 순간이 있으니.. 그럴떄 따뜻한 차한잔과 시를 읽어보길 권한다. 진부하게 느껴질 말로 받아드려 질테지만 분명 그것은 자신에게 소중한 시간이 됨을 알수 있을것이다.
이책속에서는 파블로 네루다의 말을 빌어 '시가 내게로 오는'순간이 있다. 어렵게 느껴지던 시가 속사정을 헤아리면서 단번에 이해되기도 하고 같은시라도 한해 한해 다르게 읽힌다.그만큼 마음의 절실함과 닿을때 시는 더욱 매력적으로 다가온다.... 이글귀가 너무 공감되어서..이글을 읽는 모든이들과 함께하고 싶다.
시는 그렇다.내 마음이 힘들고 괴로울떄 힘이 될수도 어쩔떄는 똑같은 내용인데도 불구하고 아무렇치도 않던 감정에 가시가 쏫기도 하는거 같다.우울하고 슬픈일에는 펑펑 눈물을 쏟아낼수도 있고 위로가 될수도 있는것이다.
이책은 손안에 쥐어지는 아주 딱맞는 사이즈로 언제어디서든 우리에게 작고 깊은 위로에 책이 되어줄수 있을것이다. 시라는 의미를 모르는 사람들도 다시금 시를 읽어보길 바란다.그것은 자신에게 또다른 친구로 다가올것이 분명하기 떄문이다.
시는 내 손안에서 위로가 되어줄수 있는 소중한 것이 될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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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시를 읽는다. 7월말 오랜만에 가본 시 관련 자리. 팟캐스트 '젊은 시인의 다락방' 공개방송에 다녀온 이후로 다시 읽고 약 하루 1편의 시구를 손글씨로 옮기고 있다. 책장에 꽂혀 있던 빛바랜 시집들을 다시 꺼내보며 과거 시를 쓰던 때를 떠올리며 마주하는 시간. 감수성 높은 자정을 넘어 선택하는 시들...시를 읽는 것을 알았는지 다시 시와 관련된 책들이 다가온다. 『詩 읽는 CEO, 처음 시작하는 이에게』 를 시작해 두 번째로 내게 온 책. 『시詩시時하다-진은영의 시가 필요한 시간』. 복학해서 시집으로 만났던 시인이라 낯설지 않은 진은영 시인. 시인의 시와 관련된 에세이라 더 읽고 싶었다. 책의 컬러는 갑자기 다가온 날씨처럼 가을을 떠올리게 된다. 휴대성 높은 규격의 크기는 정말 마음에 드는 점이다. 들고 다니며 언제라도 꺼내볼 수 있는 정도의 크기 딱 내 스타일이다. 중간중간 만나는 사진과 문장들 급하게 읽기 보다는 여유롭게 가방에 넣고 다니며 읽기 좋을 책이다. 심보선 시인의 추천의 글로 시작되는 책은 'Ⅰ- 이별의 순간', 'Ⅱ - 나만의 인생', 'Ⅲ - 네가 꿈꾸는 것은', 'Ⅳ - 다행한 일들'의 총 네 부분으로 나뉜다. 한국 시인의 시들은 물론 해외 시인들의 시를 함께 만날 수 있고, 뒤에 진은영 시인의 에세이를 만나게 된다. '시가 읽히지 않는 시대'라는 말을 들었는데 이런 책이 나왔다는 것은 아직 시를 찾는 이들이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 아닌가 싶다. 난해해서 읽기 거부감이 드는 시는 아니다. 시 읽는 즐거움과 시인의 에세이가 시에 대한 여운을 이어간다. 위로가 필요하고 다시 시를 읽는 시간. 내게 시가 필요한 시간이 아닌가 싶다. 이렇게 시에 대한 관심이 크게 드는 것을 보면. 마지막으로 시집을 구입한지 몇 년이 지났다. 다시 시가 내게 오는 때인 것 같다. 서늘해진 날씨처럼 가을이 다가오는 계절, 단풍 같은 시 에세이를 읽으면 어떨지? 창 밖에 풀벌레 우는 소리가 깊어가는 늦은 밤 서평을 쓴다. 다시 다가오는 시와 시인의 에세이를 함께 접하기 좋은 시간이었다. 아직 떨어져 있던 시간 때문에 거리감은 있으나 책을 읽으며 조금 간격을 좁힌 게 아닌가 생각하며 글을 줄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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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심하지 않는 바람에 마음이 온통 시로 얼룩졌다’ 라는 부제가 붙어 있다, 시시詩時하다, 라는 제목 뒤이다. ‘진은영의 시가 필요한 시간’ 이라는 표현도 붙어 있는데, 시시詩時하다, 라는 제목 앞이다. 진은영의 시집이 세 권, 《일곱 개의 단어로 된 사전》(2003), 《우리는 매일매일》(2008), 《훔쳐가는 노래》(2012), 있는데 모두 좋았다. 《시시詩時하다》는 시인의 시가 아니라 시인이 좋아하며 본 시에 대한 시인의 단상으로 가득하다.
“성장하는 것이든 늙어가는 것이든 모든 변화는 공포와 망설임을 동반합니다. 따듯한 물속에서 조금씩 녹는 일은 얼음에게 좋은 일일까요, 나쁜 일일까요? 내 안에서, 내 주변에서 물고기 알처럼 섬세하게 꼬물거리는 일들을 지켜봅니다. 그러면 그 끝나지 않는 변화가 나에게 진정 어떤 의미인지 알 수 있어요.” (p.89)
“시인들의 영원한 레퍼토리는 사랑, 혁명, 죽음. 그 중에서도 단연코 죽음이 최고지요. 어수선하지만 혁명은 생각조차 할 수 없었던 시대를 살아간 시인이 여럿일 테고요. 드물기는 하지만 사랑이 멀리 비켜간 생도 있어요. 그런 경우엔 신에 대한 사랑을 노래했죠. 그렇지만 죽음은 모든 시인들, 아니 모든 사람들에게 일어나는 유일한 공통의 사건입니다. 그것은 모든 이들의 삶과 가까워요. 릴케는 죽음은 우리의 삶과 함께 성장하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p.193)
ps. 책에는 네 개의 챕터가 있고, 각각의 챕터에는 이런 시들이 실려 있다. Ⅰ 이별의 순간 : 너는 말했다_뻬이따오, 환절기_박준, 네 이름은 손 안의 한 마리 새_마리아 츠베타예바, 당신 생각_김태형, 숲에 관한 기억_나희덕, 낯선 여인이 나온 어느 날 오후의 꿈_로버트 블라이, 세 개의 벽과 두 개의 문_쥘 쉬페르비엘, 某月某日의 별자리_황학주, 손가락이 뜨겁다_채호기, 그녀_배용제, 밤의 파리_자크 프레베르, 고슴도치_폴리 클라크, 적과 친구_이진희, 행복한 사랑은 없다_루이 아라공, 그녀가 처음, 느끼기 시작했다_김민정, 당신의 텍스트 6_성기완, 이별의 순간_슈테판 도이나슈, 항구_리처드 브라우티건, 나는 알고 있다_기유빅, 어른스런 입맞춤_정한아, 사막_이문재, 텅 빈 우정_심보선, 그래서_김소연 Ⅱ 나만의 인생 : 질문의 책-44_파블로 네루다, 나만의 인생_하재연, 로션의 테두리_최정진, 서봉氏의 가방_천서봉, 알 수 없어요_황인숙, 끝나지 않는 것에 대한 생각_신해욱, 수채_손택수, 마흔한 번의 낮과 밤_권혁웅, 음악 감상_윤병무, 사라진 계단_김행숙, 명왕성 되다(plutoed)_이재훈, 모스크바의 하루_사라 키르쉬, 미망(未忘) 혹은 비망(備忘) 4_최승자, 밤 지하철_캐사 폴릿, 금요일_유희경, 밤의 놀이터_이원, 첫사랑_이영주, 등_김선우, 너무나 많은 것들_앨런 긴즈버그, 단 하나의 백자가 있는 방_황인찬, 두 개의 4월_다니카와 슌타로, 커다란 플라타너스 앞에서_김기택, 느린 노래가 지나가는 길_이기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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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고향에 내려가면서 ktx안에서 읽게 된 시집... 기차안에서 거의 다 읽었는데 집에와서 주문 일이 계속들어와 잊고 있다가 며칠전에 모임에 갔다가 미션이 시집낭독이라 다시 한번 더 읽게 되었다. 일단 표지 부터 마음에 든다. 일본 소설책 같은 느낌도 들고 고급스러우면서도 비밀스러운 젊은날의 일기장같아서 열정적인 뭐 그런 느낌이 들게 하는 표지인거 같다. 작년가을에 ktx안에는 조금 불안한 마음으로 읽었는데.. 어제 다 읽었때는 조금 설레이고 젊어진 기분이 들었다. 예전에 사춘기때는 헤르만 헤세나 친구가 선물해준 박준시집...그외에도 많이 읽었던 것 같다. 20대 중반에는 감정이 넘쳐 흘러서 칼릴지브란이나 예츠시를 좋아했다. 시시하다 에는 국내 및 국외 시인의 시가 이별의 순간, 나만의 인생,내가 꿈꾸는 것은, 다행한 일들로 4파트로 나눠져 있다. 92편의 시 에는 진은영 작가의 시에 대한 느낌 및 정보를 에세이식으로 있다. 내가 아무런 정보도 없이 시를 읽고 나서 진은영 작가의 에세이를 읽으면 시에 대해 한번더 생각하게 된다. 시에 대한 나의 감정에 에세이를 읽고 그 감정이 더해지는 느낌...감정이 조금더 충만해지는 느낌이 들기도 한다. 간간이 나오는 멋진 풍경 ...그곳을 바라보며 내가 시를 읽고 있다는 상상을 하게 된다. ![]() 그녀 - 배용재 거리에서 한 여자가 스쳐간다 불현듯 아주 낯익은 , 뒤돌아 본다 그녀는 나와 상관없는 거리로 멀어진다. 도무지 생각나지 않는, 철 지난 외투 주머니에서 발견된 메모지처럼 그녀는 기억의 지느러미를 흔들고 거슬러 오르면 전생의 내 누이, 그보다 몇 겁 전생에서 나는 작은 바위였고 그녀는 귀퉁이로 피어난 들풀이었는지 모른다. 그녀가 벌레엿고 나는 먹이였거나, 하나의 반짝거림으로 우주 속을 떠돌때 지나친 어느 별일지 모른다 뒤돌아보는 사이, 수천 겁의 생이 흘러버리고 그녀가 시야에서 사라졌다 스쳐간 바람, 또는 향기는 아니었을까 반짝이며 내 곁을 지나친 무수한 그녀들, 먼 별을 향해 떠나가고, --------------------------------------------------------- 이별의 순간 - 슈테판 도이나슈 우리들 사이의 거리는 번개가 된다 그리고 새들은 따스한 재를 통해 날아간다. 창백한 소리를 지르며, 그리고 달리기 선수처럼 빨리 지나가는 이방인도 느끼지 못한다. 그의 가슴이 우리의 눈 사이에서 절망 속에 빛났던 가느다란 끈을 찢었다는 것을. --------------------------------------------------------- 그래서 -김소연 나만의 인생 -하재연 내 눈동자는 나의 것 눈썹을 깜박이는 것도 나의 의지입니다. 고개를 돌려 당신을 바라보는 것도 나의 의지 내 손은 나의 것 담배를 피우거난 비벼 끄는 것은 나의 의지입니다 연기가 피어올라 공중으로 사라져가듯. 나의 말은 나에게 나와 당신에게로 흘러들어갑니다 당신이 나의 말을 이해할 수 없다면 그것은 내 뜻이 아닙니다 그렇지 않은가요? 어느 날 당신은 누군가를 사랑하게 되고 거리에 불이 켜지면 나는 거리로 나갑니다 어느 날 가로등들이 꺼졌다 켜졌다 하듯이 당신은 누군가를 만나게 되고 나는 쏟앚는 불빛을 거리에서 맞습니다 나의 의지는 나만의 것이지만, --------------------------------------------------------- 알 수 없어요 -황인숙 내가 멍하니 있으면 누군가 묻는다 무슨 생각을 그리 골똘히 하느냐고 내가 생각에 빠져 있으면 누군가 묻는다 왜 그리 멍하니 있느냐고 거미줄처럼 얽힌 복도를 헤매다 보니 바다, 바닷가를 헤매다보니 내 좁은방. 오랫동안의 바쁜일이 끝나고 -로버트블라이 몇 주 동안이나 책상에만 매달려 있다 마침내 밖으 로 걸어 나간다 달은 지고, 터덜대는 발걸음에, 별 하나 없다. 빛이 라곤 흔적조차 없다! 만일 이 허허벌판에 말 한 마디가 나를 향해 달려온 다면? 고독 속에서 보내지 않은 모든 날들은 낭비였다. ------------------------------------------------------- 행복한 사랑은 없다 -루이 아라공 .... 인생, 그것은 무기 없는 병정들을 닮았다 다른 운명을 위해 옷을 입힌 병정들을 그들이야 아침에 일어난들 무엇하리 저녁이면 할 일도 확신도 없는 그 모습 다시 볼 것을 이렇게 말하라, 나의 생이여 그리고 눈물을 참으라 행복한 사랑은 없다 ...... 텅빈 우정 -심보선 .... 당신과 내가 원하기만 한다면 동시에 함께 웃을 수 있는 것처럼. 당신과 내가 원하기만 한다면 모든것이 동시에 끝날 것입니다. 감사 -비스와바 쉽보르스카 ..... 내가 그 선한 양의 무리 속에서 늑대가 아니라는 사실에 기쁨을 느낀다. 그들과 함께하면 평화롭고, 그들과 함께하면 자유롭다. 그것은 사랑이 가져다 줄 수도, 빼앗아갈 수도 없는 소중한 것이다. ..... 시집을 읽으면서 내 맘이 조금 젊어진듯해진다는 것이다. 참 신기하다. 몇년동안 시집을 잘 읽지 않았는데 작년에 한번 읽고 올해 우연한 기회에 또 한 번 읽다보니... 메말라져가는 내 감정에 물을 부은 듯은 듯한 기분이 든다. 특히, 내 마음에 와 닿는 시들이 많아서 가끔씩 읽기에 소장용으로 좋은 것 같다. ** 이 리뷰는 YES24 서평이벤트를 통해 출판사 "위즈덤하우스"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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