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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학자 사쿠라이 스스무. 그는 우주 여행을 하고 싶지 않다는 말로 ‘수학으로 우주 제패’를 시작한다. 우주 여행은 자본과 자원의 낭비이며 우주 환경을 더럽히는 일이 될 뿐이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더구나 현재 지구상에서 벌어지고 있는 전쟁과 약탈 등을 감안하면 그들이 무턱 대고 우주에 가는 것은 재앙의 시작이 될 수 있다고 저자는 말한다. 저자는 자연을 자연 그대로 순수하게 감상하는 일과 수학을 학문으로서 순수하게 탐구하는 일 사이에는 공통점이 있다고 말하며 그런 순수한 수학을 되찾고 싶다고 말한다.
저자에 의하면 우주 제패란 순수 학문인 수학으로 우리의 광활한 우주가 가진 신비와 낭만을 느끼는 것이다. 논리와 객관을 갖춘 상상 여행인 것이다. 이는 어느 면 물리학에서의 사고 실험을 연상하게 한다. 저자는 수학으로 우주를 제패하는 일은 어떻게 무한을 유한으로 파악하느냐에 성패가 달렸다고 말한다. 그럼 우주 제패에 물리학은 어떤 관계를 갖는가. 물리학은 우주 제패의 수단인 수학과 맞물려 발전한 학문이다. 수학과 물리학 모두 수식과 기호를 이용해 공식이나 법칙을 나타내므로 형제와 같지만 다른 부분이 분명 있다.
물리학의 한 분야인 양자역학이 관측자의 존재 여부에 따라 사물이 존재할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고 보는 데 비해 인간이 존재하든 그렇지 않든 3.141592... 로 정해진 원주율을 통해 알 수 있듯 수학은 인간에 의존하지 않는다. 저자는 우주는 아득히 먼 곳에 있지 않고 지금 여기 우리와 함께 있다고 말한다. 저자는 수학을 우주와 인간의 두뇌를 연결하는 언어로 정의한다. 하지만 저자도 말했듯 인간의 두뇌는 우주를 담고 있기에 우주보다 더 큰 존재이다.
흥미로운 점은 수학에서 말하는 선은 길이는 있지만 폭이 없고 점은 위치는 있지만 면적이 없다는 점이다. 도형도 머릿 속에서만 존재한다. 무한히 펼쳐진 평면도 지구상 어디에도 실재하지 않는다. 우주 제패는 이런 사고를 거듭 훈련하는 것이다. 저자에 의하면 18 세기에서 19 세기는 유럽을 중심으로 수학을 이용해 우주를 제패하는 데 필요한 준비를 한 기간이었다. 비유클리드 기하학을 어떻게 이해하느냐가 우주 제패의 중요한 관건이다. 휘어진 우주를 생각하는 발상의 전환이 필요한 상황이다.
저자에 의하면 노트에 그린 평행선이 평평하게 느껴지는 것은 어마어마하게 큰 지구의 극히 일부분에 해당한다. 이런 사실을 이해하는 것이 발상의 전환이다. 수학자 가우스는 휘어진 세계를 곡률(曲率)로 설명했다.(곡률은 곡선의 휘어진 정도를 말한다. 직선의 곡률은 0이다.) 공간의 휘어짐에 대해 말할 때 거론해야 할 사람으로 아인슈타인을 빼놓을 수 없다. 그는 뉴턴이 발견한 만유인력의 발생 원리를 해명했다. 그는 물체가 존재함으로써 주위 공간이 일그러지기(휘기) 때문에 중력이 발생한다고 보았다.
저자는 물체가 공간의 일그러짐과 경사(傾斜)를 만들어 서로 끌어당기는 듯 보이는 현상이 중력이라 말한다. 저자는 또한 중력은 시간의 흐름에도 영향을 미친다고 설명한다. 중력이 약할수록 시간의 흐름 또한 느려지므로 우주 공간에 떠 있는 인공위성 안에서는 지구상에서보다 시간이 천천히 흐른다는 것이다. 저자는 거듭 우리가 볼 수 있는 것은 가시광선에 한정될 뿐이고 볼 수 있는 사물의 크기 역시 한정적인 데다가 로켓 기술이 아무리 발달해도 목성까지 밖에 갈 수 없다고 말하며 그 한계를 뛰어넘는 것은 수학이라는 열차에 올라타 여행하는 것이라 말한다.
저자는 다양체에 대해 이야기한다. 그리고 구조를 파악하는 일은 우주를 제패하는 데 없어서는 안 된다고 말한다. 저자에 의하면 눈으로 볼 수 없는 우주를 일부에 의지해 유추할 때 필요한 것이 위상기하학이다. 저자는 우주는 계속 팽창하고 있으니 구(球) 같은 형태라 생각하기 쉽지만 사실은 도넛 같은 토러스(torus)형태로 추정된다고 말한다. 저자는 우주의 모습을 파악하기 위해서는 4차원 공간을 머리에 그리는 훈련을 해야 한다고 말하며 우리가 눈 앞에 있는 3차원 물체를 보면서 눈 앞에 없는 공간을 떠올리는 것이 바로 그런 예에 속한다고 설명한다.
저자에 의하면 인간은 본래 망막이 2차원이기 때문에 2차원으로 사물을 볼 수 밖에 없지만 눈에 비치는 사물을 상상력을 발휘해 더욱 깊이 있게 3차원으로 본다.(3차원 공간이나 세계도 우리의 머릿 속에서 만들어진다는 뜻이다.) 우주처럼 휘어진 공간을 설명하는 데 필요한 것이 비유클리드 기하학이며 이를 새로운 공간 이론으로 발전시킨 것이 리만 기하학이다. 저자는 우주 제패란 곧 우주의 근원을 찾는 것으로 여기에는 우주를 시간과 공간으로 보는 두 기지 방식이 있다고 말한다. 물론 시간과 공간은 분리 불가능하다. 그러니 여기서는 편의상 그렇게 본다는 뜻이다.
물질을 구성하는 소립자를 해명하는 것도 중요한 부분이다. 일본의 난부 이치로와 고토 데츠오가 발표한 끈이론에 의하면 소립자는 0차원의 점이 아닌 공간을 점유하는 1차원의 끈이다. 26차원이라는 상상 불가의 고차원적 시공이 아니면 안정적인 운동을 할 수 없다고 말하는 끈이론의 난점을 보완한 이론이 초끈이론이다. 초끈이론의 핵심은 수학적인 개념 대칭성을 도입한 초대칭성이다. 초대칭성은 보존과 페르미온이라는 상이한 성질의 두 입자의 교체에 대응하는 대칭성을 말한다.
미시세계를 기술하는 양자역학과 거시세계를 기술하는 상대성이론을 통합할 것으로 기대되는 초끈이론은 26차원이 아닌 10차원의 시공까지만 생각하면 된다. 끈이론과 초끈이론은 우주에 작용하는 네 가지 힘(약력, 강력, 전자기력, 중력)의 정체를 밝힐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저자에 의하면 현(炫)이 어떻게 진동하는가에 따라 다양한 음들이 만들어지듯 끈이 어떻게 진동하는가에 따라 다양한 소립자들이 만들어진다.
영자역학은 현재를 무한한 과거에서 온 파동함수와 무한한 미래에서 온 파동함수가 충돌해 생겨난 존재로 본다. 흥미로운 사실이다. 초끈이론은 우주는 갓 태어났을 때 10차원 시공이었는데 10의 44제곱분의 1초만에 4차원과 6차원으로 분리되었으며 그렇게 분리된 순간을 빅뱅이라 부린다. 저자는 6차원은 사라진 것이 아니라 분리된 순간의 형태로 우주에 존재하는 데 너무 작아서 4차원 시공에 사는 우리로서는 인식할 수 없다고 말한다.(결론은 우주는 빅뱅 이전에 탄생했다는 것이다.)
초끈이론에는 다섯 가지 모델이 있다. 이 이론들을 통일하기 위해 등장한 이론이 M이론이다. 초끈이론에서 우주는 10차원이지만 M이론에서 우주는 11차원이다. 초끈이론은 고립자를 1차원의 끈으로 간주하지만 M이론은 2차원의 막(membrane)이나 면으로 인식, 막 상태의 물체가 진동함으로써 다양한 소립자가 만들어진다고 추정한다. 우주는 0에서 탄생했다. 그렇게 무에서 태어났으니 넘쳐나는 에너지를 제(除)하여 0으로 만드는 마이너스 에너지 가 어딘가에 있으리라 추정된다. 수학으로 우주를 제패하는 것은 무한을 탐구하는 것이다.(수야말로 무한의 세계를 엿볼 수 있는 영역이다.)
저자는 무한을 설명하려면 반드시 유한한 이론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즉 유한으로 밖에 파악하지 못하는 우주의 다양한 현상 속에 보이지 않는 형태로 무한이 숨어 있는 것이다. 무한에는 가산(可算)무한과 불가산(不可算) 무한이 있다. 자연수의 경우 전자에, 무리수의 경우 후자에 속한다. 수로 따지면 무리수 즉 불가산 무리수가 압도적으로 많다.(밀도가 높고 진하다.) π는 대표적 초월수이다. 방정식의 해(解)가 없기 때문이다. √2처럼 끝없이 계속되지만 제곱하면 정수가 나오는 수는 초월수가 아니다.
저자는 우주를 제패하는 것은 곧 소수(素數)를 제패하는 것이라 말한다. 소수가 분포하는 방식을 정확하게 알 수 있다면 우주물리학에서 소립자를 해명할 수 있다.(소수를 모르면 우주는 영원한 수수께끼로 남을 것이다. 지금까지 발견된 최대 소수인 980만 8,358 자리까지의 소수도 극히 일부에 지나지 않는다. 무한은 무한이라는 뜻이다.) 소수를 통해 밝혀진 수의 세계의 구조와 소립자를 통해 밝혀진 우주의 구조가 이론상으로 거의 같다는 것이 저자의 결론이다.
제타함수는 수의 세계나 우주에서 그 자체로 볼 수 없는 무한을 유한한 것으로 바꾸어 보게 하는 것이다. 오일러, 가우스, 리만으로 이어지는 20세기 수학은 무한과 싸워온 역사라 할 수 있다. 그 역사는 우주의 근원을 밝히는 이론과 얽혀있는 역사이기도 하다. 수학과 물리학의 불가분의 관계, 그것은 무한과 우주의 근원의 불가분의 관계이기도 하다. 그 관계에 주목해야 할 것이다. 수학을 위해서든 물리학을 위해서든. 물론 양자의 상호 연결을 위해서라면 더 좋을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