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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은 따뜻할 수도, 위험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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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마스 핀천, 돈 드릴로, 필립 로스와 함께 이 시대를 대표하는 미국 소설가 네 명 가운데 하나인 코맥 맥카시의 대표작 <모두 다 예쁜 말들>을 읽었습니다. 작가는 이 작품을 시작으로 해서 <국경을 넘어>, <평원의 도시들>까지 국경연작을 완성하였습니다. 하지만 저는 첫 작품을 가장 늦게 읽고 말았습니다. 특히 <평원의 도시들>에서는 이 작품의 주인공이 등장하는데 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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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마스 핀천, 돈 드릴로, 필립 로스와 함께 이 시대를 대표하는 미국 소설가 네 명 가운데 하나인 코맥 맥카시의 대표작 모두 다 예쁜 말들을 읽었습니다. 작가는 이 작품을 시작으로 해서 국경을 넘어>, <평원의 도시들까지 국경연작을 완성하였습니다. 하지만 저는 첫 작품을 가장 늦게 읽고 말았습니다. 특히 평원의 도시들에서는 이 작품의 주인공이 등장하는데 그의 어린 시절을 모르고 읽었기 때문에 성격을 파악하는데 다소 어려움이 있었습니다.

 

이야기는 주인공 존 그래디가 외할아버지의 장례식에 참석하는데서 시작합니다. 아버지의 죽음을 계기로 집을 떠나 샌앤토니오에서 배우로 활동하는 어머니는 목장을 팔기로 합니다. 소년은 친구 롤린스와 함께 국경을 넘어 멕시코에서 일자리를 얻었습니다. 열여섯 살이라는데 벌써 말을 다루는 솜씨가 만만치가 않습니다. 목장 주인은 그래디의 말 다루는 솜씨에 반하여 목부로 일하면서 야생마를 길들이고 종마와 교배하여 혈통이 좋은 말을 얻기로 합니다.

 

제목에서 느끼는 것이지만 이 책의 중요한 화두는 말입니다. 그래디가 말을 좋아하는 이유는 사람을 좋아하는 이유와 똑 같았습니다. “그들에게는 피가 있고 피에는 열기가 있다. 그의 모든 존경과 모든 사랑과 모든 취향은 뜨거운 심장을 향한 것이었고, 그것은 영원히 변함없을 것이었다.(13)” 그래디와 롤린스의 삶을 꼬이게 만든 것도 말입니다. 멕시코로 향하는 길에 합류한 블레빈스가 타고온 좋은 말을 악천후에 잃었는데 그 말을 멕시코 사람에 차지한 것을 되찾는 과정에서 불상사가 생긴 것입니다.

 

그 사건이 화근이 되어 그래디와 롤린스는 감옥에 갇히고 죽음의 일보 전까지 가게 되지만 구사일생 목숨을 구하게 됩니다. 두 사람이 경찰에 잡혀가게 된 배경에는 그래디를 고용한 목장주가 있었습니다. 그래디가 목장 주의 딸 알레한드라와 사귀게 된 것이 들통이 난 것입니다. 결국 알레한드라는 그래디와 헤어지겠다고 하면서 그래디는 목숨을 건질 수 있었던 것입니다. 자초지종을 알게 된 그래디는 알레한드라와 마지막으로 만난 뒤에 목장으로 가서 정리를 하고 고향으로 돌아가기로 합니다. 고향으로 가기 전에 자신과, 롤린스 그리고 블레빈스의 말을 되찾고야 말았습니다.

 

그래디가 고향에 돌아왔을 때는 아버지는 이미 돌아가셨고, 집안일을 도와주던 아부엘라도 죽어서 장례를 치르게 됩니다. 장례식에 참석한 뒤 그래디는 다시 고향을 등지면서 이야기가 마무리됩니다. “기다란 검은 그림자는 마치 세상에 유일한 존재의 그림자인 양 말을 바싹 뒤따랐다. 그러다 어두워지는 땅속으로, 다가올 세상 속으로 점점 사라져 갔다.(412)” 그래디의 이야기는 평원의 도시들로 이어지게 됩니다만, 작가는 초원에서 생활하는 사나이들의 거친 삶을 잘 묘사하고 있습니다.

 

텍사스와 멕시코 사이의 국경을 넘나들면서 전형적인 서부의 풍경과 서부 사나이의 삶을 마치 손에 잡힐 듯이 읽힙니다. 평원을 달리는 기차의 모습을 그린 다음 장면이 좋은 예입니다. “곧 떠오를 태양을 맴도는 상스러운 위성인 양 기차는 머리 동쪽에서부터 요란하게 짖으며 달려오고, 얽히고설킨 메스키트 덤불을 가로지는 전조등의 기다란 불빛은 지독히도 곧은길을 따라 끝없이 이어진 울타리를 어둠 속에서 드러내는가 하면 줄줄이 늘어선 철조망과 기둥을 다시 후르르 집어삼켜 어둠 속을 보냈다. 희미하게 드러나는 수평선 위로 기차 연기가 서서히 흩어지며 어둠을 뒤쫓았고, 소리도 느릿느릿 연기를 뒤따랐다.(10)”

 

말을 타고 먼길을 가던 중에 야영을 하는 장면도 인상적입니다. “날이 어두워지고 그들이 땅이 봉긋 솟은 곳에서 잠잘 준비를 마치자 바람에 갈기갈기 찢긴 모닥불이 어둠을 톱질해댔다.(157)”

 

옮긴이는 이 책을 꿈을 찾아 용감하게 집을 떠나 온갖 위험 속에서 냉혹한 현실과 맞닥뜨리며 어른이 되어가는 한 소년의 슬프고도 매혹적인 이야기라고 요약합니다.

 
y*****2 2022.12.04. 신고 공감 7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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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접한 코맥 매카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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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격상 남들 다 좋다는 건 좀 가리는 편이다. '베스트셀러'라는 책은 절대 안 읽는다. 남들 다 읽은 다음, 좀 거품이 꺼지고 유행이 지난 후에 그래서 그 작품을 객관적으로 평가할 수 있을 때 읽는 편이다.   이 책을 다 읽은 후의 느낌은 '이 작가 작품을 원서로 읽고 싶다.'는 것이었다.   문체라고 할까? 서늘하고 쓸쓸하고 명징한 문장들을 직접 소리 내서 읽어보고 싶었기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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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격상 남들 다 좋다는 건 좀 가리는 편이다. '베스트셀러'라는 책은 절대 안 읽는다. 남들 다 읽은 다음, 좀 거품이 꺼지고 유행이 지난 후에 그래서 그 작품을 객관적으로 평가할 수 있을 때 읽는 편이다.

 

이 책을 다 읽은 후의 느낌은 '이 작가 작품을 원서로 읽고 싶다.'는 것이었다.

 

문체라고 할까? 서늘하고 쓸쓸하고 명징한 문장들을 직접 소리 내서 읽어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내 입술을 통해서 나오는 문자들을 내 귀를 통해 들어보고 싶었다고 할까?

 

이 작가의 책들을 본격적으로 읽어보기 시작해야겠다.

 

개인적으로 어떤 작가를 처음 시작할 때 어떤 작품을 읽느냐에 의미를 많이 부여하는데, 이 책을 선택하길 잘 했다는 생각이 든다.

딱히 이 책을 선택한 특별한 이유가 있었던 건 아니고, 국내에 번역된 코맥 매카시의 책 중 이 책이 리뷰가 제일 적어서 읽었던 건데 기대 이상이다.

 

나한테 무려 세 권'씩'이나 있는 『더 로드』도 이젠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고, 이 책과 더불어 흔히 '국경 3부작'이라 불리는 두 권의 다른 책들도 번역이 되는 대로 읽어봐야겠다(내가 알기로는 조만간 나올 예정이라고 한다).

 

영어 원서에 소개된 책의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텍사스 한 농장의 John Gray Cole은 어머니가 돌아가시자 평소 꿈꿔왔던 여행을 떠난다. 친구와 함께 떠난 여행에서 그는 여러가지 어려움을 겪기도 하지만 멕시코 대지주의 딸과 사랑에 빠지는데...... 한 젊은이의 모험과 사랑이 잘 그려져 있는 이 작품은 National Book Award 수상작이자 맷 데이먼, 페넬로페 크루즈 주연의 영화로 만들어지기도 했다.

 

아니, 이런. 영화화까지 됐다니! 나만 모르고 있었던 건가? 맷 데이먼이 나오는 영화를 어떻게 몰랐던 건지... 원작의 느낌을 잘 살렸다면 매우 볼 만한 영화일 것 같다. 책으로 접하기 전에 혹은 책을 접한 이후에 영화도 같이 봐도 좋을 듯.

 

[덧붙임] 1. 이 작품까지 포함해서 최근에 읽었던 세 작품이 '명예'와 관련된 내용이다. 마르께스의『예고된 죽음의 연대기』, 하인리히 뵐의 『카타리나 블룸의 잃어버린 명예』, 그리고 『모두 다 예쁜 말들』. 앞의 두 작품이 '명예'를 전면에 내세우며 문제제기를 하고 있다면 『모두 다 예쁜 말들』은 서부나 남자들간의 우정 등과 함께 이야기를 끌어가는 하나의 요소이다. 주인공이나 친구들의 '말'(이 책의 원제는 『All the Pretty Horses』이다)에 대한 집착이 나로서는 이해가 안 가지만 그 시대의 정서로는 그게 당연할 수도 있겠다 싶다. 가치 판단을 신중하게 해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그의 외할아버지는 여덟 형제 중 맏이로, 형제 중 유일하게 스물 다섯 살을 넘겼다. 다른 형제들은 물에 빠지거나 총에 맞거나 말에 걷어차였다. 어떤 이는 불에 타 죽었다. 그들은 침대에서 죽는 것만 빼고는 세상에 무서운 것이 전혀 없는 듯 싶었다. 제일 밑 형제 둘은 1898년 푸에르토리코에서 살해당했는데, 바로 그해에 외할아버지는 결혼하여 아내를 목장으로 데려왔다. 그는 토지를 둘러보며 신의 섭리와 장자 상속법에 관해 깊이 생각해 보았음이 틀림없다. 12년 후 아내가 유행성 독감으로 목숨을 잃었을 때 그들 사이에는 여전히 자식이 없었다. 1년 후 외할아버지는 죽은 아내의 언니와 재혼하여 다시 1년 후 그의 어머니를 낳았으나 다른 자식은 더 이상 없었다. 그래디라는 성은 간이 의자가 거센 북풍에 날려 묘지의 죽은 잔디 위로 데굴데굴 구르던 그날. 그의 외할아버지와 함께 땅에 묻혔다. 소년의 성은 콜이었다. 존 그래디 콜(14-15쪽).

 

아, 케 부에노.(아, 아주 좋겠구려.) 명예를 획득하여 지키고 의지를 강화하고, 다른 힘을 모두 잃은 후에도 상처를 치료하고 생명을 유지하는 힘을 지닌 이들의 미소와 따뜻한 마음을 그는 이후로도 오랫동안 잊지 않고 되새겼다(304쪽).

 

 

2. 거칠게 말하자면 '미국 소년들의 멕시코 수난사'인데 사실 그 역의 경우는 얼마나 많았을까 생각해보면 안쓰럽다. 엄밀하게 따져 텍사스를 비롯한 미국의 남부 주들은 멕시코 땅이었는데 말이다. 두 나라를 자유롭게 오갈 수 있었던 사람들이, 그리고 그 땅의 주인이었던 사람들이 어느 때부턴가 '불법 체류자'가 되어 버린다. 영어가 안 되니 그들이 당하는 불이익은 더욱 클 수밖에 없다. '멕시코인들의 미국 수난기'를 작품으로 만든다면 어떤 분위기가 될까?  

 

3. 요즘 들어 책 표지가 '안습'인 책들을 자주 접한다. 이 책도 그 중 하나다. 표지 디자인 한 분께는 죄송한 말이지만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표지를 저렇게 만들었을까 그런 생각이 든다. 책을 다 안 읽어본 걸까, 읽기는 읽어 본 걸까 뭐 그런. 책의 제목이 책 전체의 내용을 압축해서 보여주는 것처럼, 책의 표지 역시 책 전체의 분위기를 집약적으로 보여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과연 이 표지가 코맥 매카시의 정서를 잘 드러낼까? 안타까울 따름이다.

c*****g 2009.08.09. 신고 공감 2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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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드를 읽고 나서는 이책을 읽지 마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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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4살먹은 아들의 아버지다 [로드]를 단숨에 3번 읽고 전철에서 눈물을 짜던 내가 코맥 매카시의 다른 책에서 비슷한 향수를 느껴보리라 생각하고 3박4일간 고민한 끝에 집어든 책이 바로 [모두다 예쁜 말들]이다 코맥 매카시의 로드를 너무나 감명깊게 읽은 탓일까? 이책은 무척이나 지루하고, 재미가 없다 국경3부작중 다음편인 [국경을 넘어서]를 읽어볼 생각이 들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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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4살먹은 아들의 아버지다

[로드]를 단숨에 3번 읽고 전철에서 눈물을 짜던 내가

코맥 매카시의 다른 책에서 비슷한 향수를 느껴보리라 생각하고

3박4일간 고민한 끝에 집어든 책이 바로 [모두다 예쁜 말들]이다

코맥 매카시의 로드를 너무나 감명깊게 읽은 탓일까?

이책은 무척이나 지루하고, 재미가 없다

국경3부작중 다음편인 [국경을 넘어서]를 읽어볼 생각이 들지 않는다

 

책에대한 평은 주관적이다

독자가 일부러 감동을 짜내어 리뷰를 달필요는 없다.

 

 

y******i 2011.02.01. 신고 공감 1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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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 다 예쁜 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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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에 로드란 소설을 읽고 이런 작가가 다 있네. 라고 생각을 했었다. 그리고 우연히 어제 도서관을 빙빙 돌다 마치 일본소설 같은 제목에 코맥 메카시란 이름이 인쇄되어있는 것을 보고 주저하지 않고 책장에서 꺼냈다. 공군이었다는 것을 읽자 셍텍쥐베리가 떠올랐다. 뭔가 분위기가 비슷했다. 소몰이용 말을 다루던 16세의 카우보이 소년 존 그래디 콜과 롤린스. 이 책은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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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에 로드란 소설을 읽고 이런 작가가 다 있네. 라고 생각을 했었다. 그리고 우연히 어제 도서관을 빙빙 돌다 마치 일본소설 같은 제목에 코맥 메카시란 이름이 인쇄되어있는 것을 보고 주저하지 않고 책장에서 꺼냈다.



공군이었다는 것을 읽자 셍텍쥐베리가 떠올랐다.
뭔가 분위기가 비슷했다.

소몰이용 말을 다루던 16세의 카우보이 소년 존 그래디 콜과 롤린스. 이 책은 그 중 존의 이야기이다.

 

현관에 들어서자 촛불과 거울 속 촛불의 상이 비틀거리다 우뚝 섰다. 문이 닫히자 또다시 비틀거림과 곧추섬이 반복됐다’로 시작되는 이 문장이 참 좋았다. 인생이란 촛불처럼 비틀거리다 우뚝서고의 반복이니까. 사실 이 소설은 주인공이 누구인지 파악되기까지 꽤 읽기 불편했다. 코맥씨는 친절한 리얼리즘으로 묘사하는 작가가 아니었다. 물론 번역본이라서 그렇기도 하겠거니와, 내가 영어권의 사람이었어도 읽기 힘들었을 것이란 생각이 든다. (그래서 번역한 사람이 위대해보였다)

 

그는 늘 달리던 곳으로 말을 몰았다. <....> 그는 늘 달리던 시간에 말을 몰았다. <...> 그가 말을 좋아하는 이유는 사람을 좋아하는 이유와 똑같았다. 그들에게는 피가 있고 피에는 열기가 있다. 그의 모든 존경과 모든 사랑과 모든 취향은 뜨거운 심장을 향한 것이었고, 그것은 영원히 변함없을 것이었다’

이 소설은 마치 무뚝뚝하고 불친절하지만 사물을 디테일하게 볼 줄 아는 남성의 시선 같은 느낌으로 흘러간다. 말과 함께 일생을 살고픈 존 그래디는 자신의 베프인 롤린스와 함께 멕시코로 오직 말만 타고 떠난다. 그러다 블레빈스라는 사고뭉치이지만 애정이 가는 캐릭터를 만나면서 사건이 터지게 된다.

 

말을 타고 지나가는 그를 두고 뭐라고 평하거나 서로 수군대거나 손을 들어 올려 인사하거나 큰 소리로 인사를 건네는 이는 아무도 없고, 그저 가만히 바라보기만 할 뿐이었다. 알아야 할 것은 모두 안다는 듯이. 그들은 다가왔다가 멀어지는 그를 그 자리에 서서 가만히 바라보았다. 그저 그가 지나가는 길이기에. 그저 그가 살아질 것이기에. <...> 기다란 검은 그림자는 마치 세상에 유일한 존재의 그림자인 양 말을 바싹 뒤따랐다. 그러다 어두워지는 땅속으로, 다가올 세상 속으로 점점 사라져갔다’

 

나이 먹으면서 표현능력이 딸려 어떻게 묘사해야 하는 지 모르겠지만.. 저런 담담한 어투에서 나오는 인생의 진실이 참 좋았다.. 모두가 많이 듣고 읽어 잘 알고 있지만 받아들이는 데에는 평생이 걸리는 인생의 진실. 그것을 참 군더더기 없이 코맥씨는 표현했다.

 

최근 베트남의 피가 흐르긴 하지만 한국 소년인 완득이와 ‘오 마이 잉글리쉬 보이’에 나오던 중국소년 류아이의 성장소설을 읽어서인지.. 이 동양 소년들과 비교하기에 존 그래디는 너무 애늙은이였고... 역시나 결론은 백인은 동양인에 비해 발육이 빨랐다? 는 것이었다...

 

참 멋있는 녀석이었다. 존 그래디.

완득이나 류아이에겐 없는 그런 야성의 매력이 있었다.

 

추천해주고 싶습니다. 간만에 뻔하지 않은 줄거리의, 재밌는 책이었습니다.

 

f****j 2011.11.02. 신고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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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초적인 인간 정신에 대한 탐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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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 다 예쁜 말들 All the pretty horses>는 코맥 매카시의 국경3부작이라고 일컬어지는 작품 중 하나이다. 16살인 존 그래디 콜과 17살인 친구 롤린스는 새로운 삶을 위해 텍사스 국경을 넘어 멕시코로 그들이 사랑하는 말을 타고 밀입국하게 된다. 그러던 중 신원을 알 수 없는 16살이라고 주장하는 블레빈스를 만나게 되고 그들은 그들의 나이에 걸맞지 않는 아픔과 고통을 겪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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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 다 예쁜 말들 All the pretty horses>는 코맥 매카시의 국경3부작이라고 일컬어지는 작품 중 하나이다. 16살인 존 그래디 콜과 17살인 친구 롤린스는 새로운 삶을 위해 텍사스 국경을 넘어 멕시코로 그들이 사랑하는 말을 타고 밀입국하게 된다. 그러던 중 신원을 알 수 없는 16살이라고 주장하는 블레빈스를 만나게 되고 그들은 그들의 나이에 걸맞지 않는 아픔과 고통을 겪게 된다.

 

우선 이 소설은 주변 배경이나 풍광에 대한 묘사가 세밀하고 뛰어나다. 책을 읽고 있자면 마치 내가 풍경 한가운데 서 있는 듯한 착각에 빠진다. 흔히 말과 카우보이가 등장한다고 하면 숱한 서부 영화들을 떠올릴 지 모르나, 그가 글 전체를 통해 수놓고 있는 멕시코 곳곳의 풍경들은 마치 <아웃 오브 아프리카>나 <브로크백 마운틴>의 영상들을  떠오르게 한다. 그러한 배경에 대한 묘사와는 대조를 이루는 대화의 간결성은 이 작품을 지루하지 않게 만드는 역할을 한다. 뛰어난 묘사와 간결성이 한 작품에서 조화를 이루는 경우란 드문 법인데 코맥 매카시의 작품은 이 고난도의 기술을 너무나 자연스럽게 구사하고 있다.

 

주인공 존 그래디 콜을 보고 있자면 <호밀밭의 파수꾼>의 홀든이 연상되지만, 이 카우보이 소년이 겪는 일들을 단순한 성장통으로 치부하기에는 그 고통이 너무 거대하게 다가온다. 황량하고 드넓은 서부의 평원도 삼키기를 버거워하는 이 작은 소년의 용기와 열정과 사랑은 원초적인 인간 정신을 탐색하려는 매카시의 의도를 짐작케 한다.

 

그의 작품에는 일기장에 메모를 해놓고 싶은 멋진 구절이 많다.

몇가지만 나열해보자면,

 

"겁쟁이가 가장 먼저 버리는 것은 바로 자기 자신이라는 사실 말이야. 자기 자신을 버리게 되면 남들을 배신하는 것도 쉬워지지"

 

"사람이 가질 수 있는 가장 강한 유대감은 슬픔의 유대감이며 가장 견고한 단체는 비통의 단체이지"

 

"역사에는 대조군이 없어. 달리 이랬을 수도 있다고 아무도 말할 수 없는 거지. 그저 이랬을 수도 있는데라고 한탄할 뿐, 그것을 현실로 만들 수는 없어."

 

"세계의 심장은 끔찍한 희생을 바탕으로 뛰는 것이며 세계의 고통과 아름다움은 지분을 나눠 가지는데, 끔찍한 적자로 허덕이는 와중에 단 한송이의 꽃을 피우기 위해 어마어마한 피를 바치는 것인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외에도 메마른 감수성에 단비를 뿌려줄 수많은 표현들에 감동하고 말았다.

국경3부작의 다른 작품들도 어서 읽어야겠다.

 

l********d 2010.04.21. 신고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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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과 함께 어른이 된 소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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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국경을 넘어>를 읽고 인상이 너무 깊은 나머지 매카시의 국경 3부작을 모두, 그리고 체계적으로 읽기 위해서 3부작의 첫편인 <모두 다 예쁜 말들>을 바로 구해 읽기 시작했다.   끝내 주게 재미있어서 책장이 팍팍 넘어가는 책은 아님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문장이 너무 건조하여 책장은 쉽게 넘어가지 않는다..) 읽다보면 참 재미있다는 느낌을 주고 있는 희안한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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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국경을 넘어>를 읽고 인상이 너무 깊은 나머지

매카시의 국경 3부작을 모두, 그리고 체계적으로 읽기 위해서

3부작의 첫편인 <모두 다 예쁜 말들>을 바로 구해 읽기 시작했다.

 

끝내 주게 재미있어서 책장이 팍팍 넘어가는 책은 아님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문장이 너무 건조하여 책장은 쉽게 넘어가지 않는다..)

읽다보면 참 재미있다는 느낌을 주고 있는 희안한 책인데,

마치 볼 때는 너무 졸려서 힘들지만 보고 나면 참 기분이 좋았던

안드레이 타르코프스키의 영화와 같은 느낌도 조금 주는 듯 하여 재미있기도 하다.

 

광활하며 메마르며 모래와 풀이 가득한 땅일 것만 같은

미국 남부와 멕시코에서 카우보이로 살아가는 이에게 말이란 당연히 가장 소중한 재산일 것이다.

두 소년이 그 말 하나씩을 탄 채 자신들 만의 길을 떠나며 이 소설은 시작한다.

떠날 때는 철부지, 아직 사춘기 소년 같은 둘.

그러나 그리 길지도 않았던 그들의 여정에서

소년도 만나고, 사랑도 하고, 죽음도 보고, 모험도 하면서 점차

소년에서 남자가 되어 간다.

 

그 여정에는 항상 말이 있다.

소년을 만난 것도 말 위에서 말과 함께

사랑을 할 때도 말을 타면서

죽음은 말 때문에,

모험은 말을 찾기 위해서..

그 모든 말들 때문에 소년은 성장했고 결국 그 말들은 성장시켜준 '예쁜' 선생님이 될 것.

 

매카시는 이 책을 통해서

척박한 자연 속에 말과 목장과 함께 살아가는 소년을

그 자연과 말이 어떻게 성장시키고 있는 지를 보여 준다.

그들의 삶은 잘 모르나 한 남자가 된 소년의 모습은 사뭇 감동적이다. 

l*****4 2009.09.28. 신고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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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 다 예쁜 말들 All The Pretty Hors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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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토씨는 책을 놓고 책상 위로 다리를 들어 올렸다. 등받이가 높은 검은색 가죽 의자가 끼이익 소리를 내며 뒤로 기울었다. 비토씨는 두 팔을 공중으로 길게 뻗어 기지개를 켰다. 몸이 부르르 떨렸다. 동시에 입이 크게 벌어졌다가 닫혔다. 그리고 몹시 흡족한 표정으로 눈물을 흘리며 두 손을 가지런히 배 위에 올려 놓았다. 눈을 감았다. 마치 이제 막, 맛있는 식사를 마친 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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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토씨는 책을 놓고 책상 위로 다리를 들어 올렸다. 등받이가 높은 검은색 가죽 의자가 끼이익 소리를 내며 뒤로 기울었다. 비토씨는 두 팔을 공중으로 길게 뻗어 기지개를 켰다. 몸이 부르르 떨렸다. 동시에 입이 크게 벌어졌다가 닫혔다. 그리고 몹시 흡족한 표정으로 눈물을 흘리며 두 손을 가지런히 배 위에 올려 놓았다. 눈을 감았다. 마치 이제 막, 맛있는 식사를 마친 강아지가 길게 앞발을 뻗어 기지개를 켜듯 만족스러운 모양새였다.

      그랬다. 비토씨는 행복한 모습이었다. 그는 그렇게 의자에 기대어 눈을 감고 이 작품의 첫 문장을 떠올렸다.

      <현관에 들어서자 촛불과 거울 속 촛불의 상이 비틀거리다 우뚝 섰다. 문이 닫히자 또다시 비틀거림과 곧추섬이 반복됐다.>

 

      비토씨는 매카시의 작품을 읽으면서 행복하다는 생각을 했다. 작품의 내용이 행복해서가 아니었다. 이 정도 수준의 작품을 접할 수 있다는 사실에 감격하는 것이었다.

      솔직히 내가 문학을 적게 읽는 편은 아니잖아. 비토씨가 말했다. 그런데 사람들이 말하는 고전이나 좋은 소설을 읽고 정말 위대하다는 생각을 하지는 않았거든. 기껏해야 정말 좋아, 그 사람 작품 최고지. 라고 말하는 정도잖아. 하지만 매카시의 작품은 말이지. 정말 위대해. 이런 작품을 읽는다는 자체만으로도 감격스러워.

      누군가 정말로 그렇게 좋아? 라고 묻는다면 비토씨는 딱 한 마디로 말할 것이다.

      지존이지. 그리고 고개를 심하게 끄덕이고 다시 한 번 말할 것이다. 정말 지존이야.

 

      비토씨는 단지 매카시의 묘사만을 두고 말하는 것이 아니었다.

      멋진 묘사를 구사하는 작가는 많으니까. 비토씨가 덧붙였다.

      비토씨가 매카시옹의 작품을 경외의 눈길로 바라보는 것은 노인네가 가진 범접할 수 없는 공력 때문이었다. 

      어렸을 때는 말이야, 잘 몰랐어. 말하자면 모든 게 잔소리일 뿐이었으니까. 다 개소리였지. 그래서 요즘 애들도 입버릇처럼 주절거리잖아. 생각이 다른 차이니까요, 라고. 마치 나도 알 건 다 알아요, 라고 말하는 듯한 표정을 지으면서 말이야. 비토씨는 잠시 말을 끊었다. 

      피식. 

      이렇게 웃고는 눈알을 위로 한 번 굴리고 과거의 기억을 끄집어내듯 말을 이었다.

      나도 그랬어. 그냥 각자의 생각이 다를 뿐이라고 생각했지. 하지만 말이야. 시간이 지나니까 이젠 좀 알 것 같은 게 있어. 음...그래. 의견 차이가 아닌 분명한 뭔가가 있지. 그래서 간혹, 어릴 때 그렇게 까불었던 게 조금 민망할 때도 있다니까. 하지만 뭐, 젊다는 게 개기라고 젊은 거니까 그때를 후회하지는 않아. 게길 수 있을 때 맘껏 개겨야지. 그리고 비토씨는 당장에 무엇에라도 게길듯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비토씨는 세월이 지나 나이를 먹는 것이 무척이나 만족스러웠다. 무엇보다 자신의 생각에 연륜이 덧씌워지는 걸 굉장히 흡족해했다. 그래서 비토씨는 종종 사춘기 개념없는 꼬마처럼 행동하는 걸 즐기기도 했다.

      좀 역설적인 얘기이기는 하지. 비토씨가 말했다.

      지혜로울수 있기 때문에 장난 꾸러기가 된다는 건, 확실히 역설적인 주장이었다. 말만 들으면 말이 안 되는 얘기이기도 했다. 하지만 긍정적으로 이해하려면 이해가 안되는 것도 아니었다. 굳이 세상을 많이 안다고 어깨에 힘을 주지 않아도 알 사람들은 눈빛만으로도 다 안다. 어려운 말을 지껄이면서 똑똑한 척 하지 않아도, 목소리를 깔면서 무게 있는 척 하지 않아도, 그가 세상에 가치 있는 사람으로서의 역할을 할수 있다는 자신감에는 높은 점수를 줄만했다.

      어차피 갈 길인데 즐겁게 걸으면 좋잖아. 비토씨가 말했다.

      이게 비토씨의 문제였다. 누군가 자신을 칭찬하면 쑥쓰러운듯 몸을 배배꼬면서 무얼, 이라고 리액션을 보여줘야 할텐데 비토씨는 늘, 한 술 더 뜨고 앉아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의 지인들이 누군가에게 그를 소개할 때는 항상 귓속말로 이렇게 속삭였다.

      절대 칭찬을 해주면 안되요, 아시겠죠? 후회하신다고요.

      하지만 그러면 그는, 또 남들이 자신을 칭찬하지 않기 때문에 스스로 칭찬해야 한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퍼거슨 감독이 차범근을 두고 해결 불가능한 존재였다고 말한 것처럼 비토씨를 아는 많은 이들도 그렇게 말했다.

      굶겨 죽이는 수 밖에 없어.

      그러나 그는 굶지 않았다. 집에서 밥을 안주면 옆집에 가서라도 밥을 얻어먹었다. 

      어쨌든 잔뜩 힘주지 않아도 살아가는 데 필요한, 실제적인 다양한 해법에 대해서 알아 간다는 건, 분명히 삶의 여유가 된다는 걸, 비토씨는 알고 있었다. 비토씨는 아마도 앞으로 나이를 먹어가면서 더 많은 방법들을 알 게 될 것이다.

      맞아. 비토씨가 말했다. 점점 살만한 세상이 되는 거지.

      또 나서는 비토씨. 이런 경우, 참다 못한 그의 친구가 이렇게 말하기도 했다. 

      닥쳐.

      그 친구만 비토씨에게 그렇게 말하는 건 아니었다. 그 옆에 친구도 이렇게 말하곤 했다.

      제발 좀 닥쳐.

      그 상황을 아는 모든 이들은 비토씨의 친구들이 비토씨를 그냥 지우개로 지워주기를 바랐을지도 모를 일이었다.     

      닥쳐도 진실은 진실이니까. 비토씨는 입이 지워져도 닥치지 않았다.

      그래서 니가 밉상이라는 거야. 급기야 비토씨의 어머니도 이렇게 말씀하셨다. 그의 어머니가 그렇게 말씀하신 건 별로 놀랄만한 일은 아니었다. 이런 말씀도 하셨기 때문이다.

      니가 이렇게 자랄 줄 알았으면 아예 이름을 '그래서 니가 밉상인거야.'라고 지었을 게다.

      그러면 비토씨는 이렇게 대꾸했고,

      어차피 지금도 '이 새끼야'라고 부르잖아. 남들은 그게 내 이름인 줄 안다고.

      그렇게 매를 벌었다. 수도 없이.

      물론, 친구들은 그의 이름을 진상으로 바꾸어 불렀다. 혹은 꼴통.

      난 참 이름이 많아. 비토씨가 어깨를 으쓱거리며 말했다. 심하게 긍정적인 비토씨.

      아무튼 밉상인 비토씨는 힘을 빼도 쉽게 길을 헤쳐나갈수 있다는 걸, 우스개 소리를 하고 즐기면서도 같은 길을 갈 수 있다는 걸, 나이를 먹어가면서 가질 수 있는 최대의 혜택으로 여겼다. 언제라도 상황을 제압할 수 있는 능력이 있기 때문에 상황을 제압하지 않는다는 그의 논리는 깜빡 들으면 매우 그럴듯 하게 들렸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의 얘기를 깜빡들었기 때문에 자주 속았다. 그 즐거움의 맛을 비토씨는 개구쟁이처럼 만끽했다. 

 

      그런데 비토씨의 이런 논리가 승마에서도 통했다. 말은 참 예민한 동물이라서 기승자의 긴장도를 온몸으로 받아들인다. 다시 말해 숙련된 기승자가 자신을 탔을 때와 초보자가 자신을 탔을 때의 느낌을 말은, 타는 그 순간 알아 차리는 것이다. 근육의 느낌을 근육으로 안다. 그래서 이 겁많은 동물을 야외에서 타게 될 경우, 기승자의 태도를 보아 경륜을 알아차릴 수 있다. 말은 예민하고 겁이 많아서 심한 경우, 나비가 날아가는 것만 보아도 펄쩍 놀란다. 그때, 기승자가 펄쩍 놀라면, 말은 더 펄쩍 놀란다. 결국 떨어지는 건 사람이다. 외승시에 사고는 대개 그런 식으로 일어난다. 그래서 초보자를 외승에 내보낼 수 없는 것이다. 울타리 없는 곳에서 말의 돌발적인 행동을 침착하게 통제할 능력이 없는 것이다. 사람이 말 때문에 말보다 더 겁을 먹고 말은 그 때문에 또 겁을 먹는다. 기승자를 의지하기는 커녕, 불안한 존재로만 생각하게 되는 것이다. 악순환의 연속이다. 그러나 고수들은 다르다. 고수는 말이 펄쩍 뛰든, 앞으로 갈 놈이 옆으로 가거나 뒤로가든 별로 개의치 않고 경치 구경을 한다. 일행중 누군가가 형님 말은 무지 산만하네요, 그러다가 또랑에 빠지겠어요. 라고 말해도 고수는 개의치 않는다.

      내비 둬. 얘도 간만에 야외 나와서 신나서 그런 거니까.

      그러면 말은 희한하게도 기승자의 말을 알아듣는다. 자신의 등 위에 앉은 사람이 누구보다 여유롭다는 사실을 말은 깨닫는다. 그러면 말은 마치 믿음직한 백그라운드가 있는 꼬마자식처럼 건방지게 사탕을 빨면서 침을 뱉는듯이 행동한다. 6학년 형이 인상을 써도 쫄지 않고 뭐? 라고 말하는 것처럼 행동한다. 대신 백그라운드의 지시는 귀신같이 따른다. 완전히 의지하는 것이다. 점점 침착해지고 여유로워지며 나비 아니라 트럭이 지나가도 놀라지 않는다. 고수는 펄쩍 뛰는 말 위에 느긋하게 않아서 말한다.

      이 녀석아, 이 정도로 놀라면 쪽팔린 거야. 가오가 있지, 자식이. 

      말은 고개를 끄덕인다. 말이 고개를 끄덕이는 것을 그 말을 한 사람이자, 그 말을 탄 사람은 느낄 수 있다. 그러면 이제 겁을 먹어서 일어나게 되는 사고는 사라진다. 한마디로 경치 구경할 거 다하고 온 들판을 뛰어다니면서 놀 거 다 놀고도 여유롭고 평화롭고 즐겁게 마장으로 귀가할 수 있는 것이다. 종아리로, 말의 갈비뼈를 통해 전해지는 심장 박동을 느끼면서. 말을 통제할 수 있으면 이보다 더 사랑스러운 동물은 없다. 말의 심장 박동을 느끼면서 해변을 달리고, 함께 서서, 같이 숨을 몰아쉬고 나도 땀이 나고 말도 땀이나며 내가 침을 탁, 뱉으면 말도 푸르르, 고개를 휘두르며 침을 튀긴다. 그리고 다시 달린다.

 

      매카시의 작품에서 바로 그런 냄새가 난다. 고수의 느낌. 공력이 높은 노인네만이 풍기는 그런 여유와 눈길이 있다. 그러면서도 할 거, 볼 거, 놀 거, 즐길 거 모든 것을 다 챙긴다. 신병이 지도에 각도기를 대가면서 독법을 하며 불안하게 자신이 가야 할 길을 찾는 것과는 달리, 유유자적 아무렇게나 가는 것 같으면서도 누구보다 정확하게 목적지에 도달하는 그런 공력을 느낄 수 있다. 비토씨는 바로 그 점에서 작품에 대한 경외심을 느끼는 것이다.

     

      매카시의 작품은 풍경 묘사가 유난히 많다. 풍경과 이야기가 함께 흘러간다는 표현이 적합할 정도이다.

      그게 바로 삶을 바라보는 여유일 거라 말이지. 여유있게 풍경 하나하나를 세밀하게 들여다 보면서도 가야 할 목적지에 늦지 않고 당도하는 거야. 여기 이 표현을 한 번 봐, 비가 오고 난 뒤에 바닥에 난 자국을 이렇게 말하잖아. 비토씨가 말했다.

 

      <마치 빗물이 전기였던 양 전기회로를 온 땅에 깔아 놓은 듯 했다.>

 

      상상이 가지 않아? 비토씨가 다시 말했다. 이 노인네는 말이야, 사물의 아주 자그마한 것도 놓치지 않아. 모든 걸 눈 여겨보지. 그러면서도 지도 전체를 알고 있는 느낌이라니까? 

 

      <우리를 구속하는 힘의 존재는 시대에 따라 이름만 달라진다네.>

 

      지식보다는 지혜가 담긴 문장들이 곳곳에 산재해 있어. 비토씨가 또 말했다.

 

      <오래지 않아 내가 지금 찾고 있는 것은 이미 알고 있는 것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네. 용기는 언제나 지속되는 법이며, 겁쟁이가 가장 먼저 버리게 되는 것은 바로 자기 자신이라는 사실 말이야. 자기 자신을 버리게 되면 남들을 배신하는 것도 쉬워지지.>  

 

      비토씨는 작품에 대한 얘기를 하면서 점점 흥분했다.

      특징이 또 있어. 그가 나지막하게 말했다. 죄다 길바닥에 나 앉아 있지.

      마치 비밀이라도 속삭이는 양 말하는 그의 얘기는 제법 일리가 있었다. 매카시의 작품에 등장하는 주요 인물들은 항상 어디론가를 향해 끊임없이 움직인다. [로드]도, [핏빛 자오선]도,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도, 그리고 이 작품도. 모두 그렇다. 길을 떠난다. 머무르고 어떤 일을 만나게 되고 다시 길을 떠난다.

      매카시 옹이 그려내는 그 길은 항상 황량하다. 그리고 현실을 보여준다. 그런데 매카시옹이 절대 놓치지 않는 게 한가지 있다. 거대한 현실과 황량함 속에 아주 조그마한 용기, 혹은 도전, 혹은 인간의 끊임없는 노력과 열정. 

      그렇기 때문에 이 노인네가 말하는 용기와 도전이 더 값어치 있게 느껴지는 건지도 몰라. 비토씨가 또 설레발을 쳤다.

      비토씨의 말만 들어보면 도저히 존경심이란 찾아볼 수 없지만 반짝거리는 그의 눈을 보면 그가 확실히 매카시옹에게 매료되어 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그냥 집을 나와 어딘가로 정처없이 떠나는 거야. 그런데 그 여정에 모든 인생이 담겼다니까? 우리의 인생이 전부 매카시의 이야기 속에 담겨 있어! 급기야 비토씨는 소리를 지르기 시작했다. 삶에 대한 얘기를 이 노인네처럼 이렇게 표현할 수 있는 지구인이 있다는 건 말이야! 과연 외계에서도 경계할만 해! 어떻게 이런 식으로 표현이 가능한지, 난 정말 알 수가 없어! 어떻게 그게 가능하지? 비토씨는 혼잣말도 큰소리로 했다.

      이윽고, 비토씨는 자신이 흥분했다는 것을 느꼈는지 잠시 숨을 골랐다. 

      나이를 먹었다고 다 매카시옹처럼 현명할 수는 없지. 게다가 인생 여정을 이 노인네처럼 거대한 은유로 들려주는 건 불가능 해. 비토씨가 조용히 턱을 문지르면서 중얼거렸다. 비토씨는 턱을 문지르며 말하는 행동이 더 신중해 보인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그러나 그의 눈빛이 영, 진지하지 못하다는 건 생각지 못했다.

      

      정확히 말하자면! 비토씨가 다시 소리쳤다. 매카시옹의 작품에는 힘이 들어가 있지 않다는 거야!

      그가 하고자 하는 말은 이런 의미였다. 매카시의 작품은 높은 수준의 삶에 대한 통찰을 담겨 있다. 그것이 매우 극적이고 은유적으로 흘러간다. 살풍경한 장면과 함께.(그러나 매카시의 문장은 그 살풍경한 환경에 생명을 불어넣어 살아 움직이게 만든다. 이 얘기를 써 놓지 않으면 비토씨가 또 이때다!하면서 나설 것이다.) 그 가운데 삶의 공력이 높은 사람들이 흔히 보여주는 자세, 고압적이고 고집스러운 무게, 매카시의 작품에는 그게 실려있지 않다. 그는 그냥 보여줄 뿐이다. 찬찬히, 세밀하게. 독자와 같이 바라본다는 표현이 더 적합할 수도 있다. 

      어찌보면 약간 방관자 같은 자세라고도 생각할 수 있겠다. 그러나 그의 작품을 읽어보면 그렇지는 않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매카시가 바라보는 세상은 치밀하고 냉소적이다. 그렇지만 절망적이지 않다. 여유있다. 넉넉하다. 여유와 여유 사이에 범접할 수 없는 지혜가 녹아있다. 99%의 냉소속에 1%의 희망을 말하는 매카시의 작품은, 그 희망이 마치 꺼질듯 꺼지지 않는 촛불같은 느낌이어서 더 강렬하게 가슴 한 켠으로 다가선다. 그리고 이 세상은 정말 그렇다. 바라보면 볼수록 황량하지만 단 1%의 희망과 도전과 열정으로 멈추지 않고 걸어간다. 어쩌면 그 작은 1%가 훨씬 많은 99%보다 더 큰 존재이기를 매카시는 바라는지도 모르겠다. 그러니까, 타협하지 말라고. 이 노인네는 그 말을 하고 싶은 건지도 모르겠다.

      맞아. 비토씨가 말했다. 내가 하려는 말이 그거야. 

       

      <내 아버지는 이렇게 말씀하시곤 했지. 무엇인가를 너무 되씹다 보면 그것이 너를 먹어버릴 수도 있다고.>

 

      이 작품의 주인공인 존 그래디 콜의 "진짜"를 향한 갈구, 규정된 도덕이나 사람들의 평판으로 이루어진 어떤 기준을 떠나 자신만의 '진짜'를 되씹으며 방황을 멈추지 못하는 젊은이에게 들려주는 저 이야기는

 

      <가로등이 빚어낸 빛 웅덩이>

 

      를 지나 어둠속으로 사라지는 소년의 뒷모습을 지켜주는 듯하다. 존 그래디는 그렇게 

 

      <어두워지는 땅속으로, 다가올 세상속으로 점점 사라져 갔다.>

 

      1%의 진짜를 찾아서. 라고 비토씨가 또 껴들었다.

      좋아. 비토씨가 말했다. 이 말만 딱하고 닥칠게.

      이 작품의 역자는 김시현이야. 핏빛 자온선도 김시현이고. 그런데 이 사람 좋아. 나머지 매카시의 작품도 이 사람이 번역을 했으면 좋겠어. 이 사람은 작품을 완전히 이해하고 번역했다는 느낌을 줘. 어떤 역자들처럼 그냥 말만 바꾸어서 옮기는데 정신이 없는게 아니라, 역자 스스로 작품을 깊이 이해하고 옮기는 거지. 몰라. 내 생각엔 그런 거 같아. 그런 느낌이 들어.

     이 말은 비토씨의 의견일 뿐이지만 돈을 주고 사보는 건 비토씨 일테니까 그가 그런 의견을 내는 것을 나쁘다고 볼 수는 없었다.

     걱정이 되는 건, 비토씨가 잠깐을 쉬지 못하고 다시 말을 이었다. 책이 좀 팔려야 출판사도 매카시옹의 다른 작품을 출판할텐데 안 그럴까봐 그게 문제라는 거지.

     아마, 이런 걸 두고 걱정도 팔자라고 말하는 것이겠지만 비토씨가 그런 걱정을 하는 건 약 0.75초 정도이므로 귀담아 들을 필요는 없다. 그는 곧바로 돌아서서 계란이 완숙이 되었다고 투덜거리니까.  

   

      비토씨는 이 작품을 계곡 물소리가 흐르는 독채 팬션에 누워 읽었다. 초록이 무성한 자연속에서 빤스만 입고 책을 읽어서 더 광분한 것인지도 모른다. 사실 그는, 간만에 개구리 합창 소리를 들었다. 푸른 산속에 갇혀 계곡물 소리를 들으면서 희부옇게 밝아오는 날을 맞이하고 그 속에서 책을 읽는 건 상당히 기분 좋은 일이기는 하겠다.

      좋아, 그래도 여기까지만.  

b******k 2009.05.11. 신고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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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 다 예쁜 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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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맥 매카시의 국경 3부작 중 첫번째 작품. [모두 다 예쁜 말들(1992), 국경을 넘어(1994), 평원의 도시(1998)] 국내에 출간된 매카시의 작품은 모두 읽어 보았는데, 이번 작품은 개인적으로 느끼기에 이때까지 본 매카시 작품 중에서는 가장, 순순하다고 느꼇다.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는 정말이지 매카시 특유의,  건조한 스타일과 함께 난해함이 진했었고, '로드'에서
"[모두 다 예쁜 말들]" 내용보기
코맥 매카시국경 3부작 중 첫번째 작품.
[모두 다 예쁜 말들(1992), 국경을 넘어(1994), 평원의 도시(1998)]
국내에 출간된 매카시의 작품은 모두 읽어 보았는데,
이번 작품은 개인적으로 느끼기에 이때까지 본 매카시 작품 중에서는 가장,
순순하다고 느꼇다.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는 정말이지 매카시 특유의,
 건조한 스타일과 함께 난해함이 진했었고,
'로드'에서도 역시 매카시 특유의 묵시록 적이고 짧고 간결한 문체가,
작품의 분위기를 다소 살갑게 느끼게 해줬다.)
물론 이 작품역시 매카시 특유의,
'굴곡없는 수평선'같이 쭉 펼쳐지는 건조한 느낌을 주기는 한다.
그러나 매카시 글이 정말 재미있는 점은 ...
이런 냉정하게 느껴지는 건조한 그의 글들이 ..
한편으로는 매혹적으로도 다가온다는 것.
(대체 왜 그런지는 정말 모르겠지만 ...
 보면 볼수록 매카시의 글이 끌리는 것은,
이게 어쩌면 그의 글이 가진 [독특한 아름다움]이리서 그럴까 ? ... 생각해본다.)
서부극을 이렇게도 표현할수가 있구나 하는점에서 신선했고,
소년들이 국경을 넘어서 세상과 맞닥드리며 겪게되는 고통과 환희속에서,
성장해가는 점은 인생에는 누구나 그 나름의 상징이 있다는 것에 대해 생각하게된 시간.
(그것은 목표나, 목적과는 조금은 다른 말로 표현하기 어려운 그 무엇 ... )
이후에 나올 매카시 작품들이 정말 기대가 되는 가운데 ...
이번 작품도 두번 세번 읽어 볼때면 그 느낌 또 다를것만 같은 설레임이 벌써부터 든다.
소년들에게 말은 살아가는 의미가 됬을수도 있고,
혹은 그것을 넘어 그들의 일부가 되지 않았을까 ...
마치 ... 서로가 있기에 존재 하는 의미가 있는 것처럼 ...
ps:
사람은 누구나 자신의 삶을 살아간다.
다른이들이 어떻게 말하든 ..
스스로의 상징과 의미를 가지고서 ...

 

a*******0 2008.10.27. 신고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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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맥 매카시의 은유적 세계
"코맥 매카시의 은유적 세계" 내용보기
코맥 매키시는 『로드』를 언젠가 아들과 함께한 호텔에서 어린 아들을 지켜보면서 구상했다고 했다.  『모두 다 예쁜 말들』에서도 죽음을 앞둔 아버지와 호텔에 투숙한 소년이 처음에 등장한다.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작가가 이 작품을 쓰면서 '로드'를 구상하지 않았을까라는 생각도 해본다.     죽음을 앞둔 아버지와의 마지막 말을 탄 여행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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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코맥 매키시는 『로드』를 언젠가 아들과 함께한 호텔에서

어린 아들을 지켜보면서 구상했다고 했다.  『모두 다 예쁜

말들』에서도 죽음을 앞둔 아버지와 호텔에 투숙한 소년이

처음에 등장한다.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작가가 이 작품을

쓰면서 '로드'를 구상하지 않았을까라는 생각도 해본다.  

  죽음을 앞둔 아버지와의 마지막 말을 탄 여행을 통해

아들은 아버지가 방황을 통해 찾지 못했던 무언가를 자신이

아버지가 가지 못했던 곳을 탐험함으로써 찾게 될 것임을 

예감하게 된다.

 

「~그들이 마지막으로 함께 말을 탄 것은 날씨가 풀려

길가에 노란 멕시칸 햇이 만발한 3월 초의 어느 날이었다. 

 ~그들은 온종일 거의 아무 말도 안 했다.  ~안장

앞쪽으로 조금 쏠려 앉은 소년의 아버지는 안장 머리

5센티미터 위에서 한 손으로 고삐를 쥐고 있었다. 

부서질 듯 여윈 몸은 옷 속에서 길을 잃었다. 

움푹 들어간 두 눈은 저 앞의 세상이 변해 버렸다는 듯,

혹은 다른 곳에서 목격했던 것들로 인해 저 앞의 세상까지

의심스럽다는 듯 그 일대를 둘러보았다.  마치 다시는

그곳을 볼 수 없다는 듯이.  더 끔찍하게는 이제야

그곳을 보았다는 듯이.  예전이나 앞으로나 언제나

변함없을 듯이.~소년은 그 땅이 본디 자신의 땅이었으며

자신이 곧 그 땅이라는 듯, 더구나 악의나 불운으로 말이

없는 기묘한 땅에 태어났다 하더라도 기필코 말을 찾아내고

말겠다는 듯 말 위에 앉아 있었다.  그는 올바른 세상이

되는 데 필요한 무언가가 혹은 자신이 세상에 올바로 서기

위해 필요한 무언가가 빠져 있음을 알고 있었고, 그것을 찾기

위해 언제까지고 방랑할 것이며, 우연히 마주친다면 그것이

바로 자신이 찾던 것임을 깨달을 것이고 그 깨달음은 옳을 것이었다.

P36~37

 

  소년은 친구인 롤린스와 동행해서 말을 타고 길을 가던 중

블레빈스라는 소년을 만나게 된다.  영혼의 안식처를 찾지

못한 채 방황하는 소년과 다르게 블레빈스는 '말'을 통해

무언가를 알게 된 존재이다.  블레빈스는 의식주보다도 '말'에 

집착하는 모습을 보인다.  하지만 잔인한 운명은 그런

블레빈스로부터 말을 빼앗아 가고 그는 말을 되찾기 위해

예기치 않은 살인을 저지르게 되어, 그와 동행했던 소년과

롤린스는 곤경에 빠지게 된다.  

 

「~누구?

불레빈스

무슨말인데?

그 새끼는 말을 뺏기고는 절대 못 살 놈이야.」p124  

 

  코맥 매카시의 작품 『핏빛 자오선』과 『모두 다 예쁜

말들』은 시대적 배경은 달리 하지만 미국의 국경부와

맞닿아 있는 멕시코의 황량한 사막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또한 이 두 작품의 중심인물인 '소년'들은 병약하거나

현실에 실패한 아버지를 두고 있으며, 어머니에 대한 애정을

갖지 못한 존재들이다.  그의 '국경 3부작'의 나머지 두 권인

『국경을 넘어』와 『평원의 도시들』을 읽지 않아 확실치는

 않지만 코맥 매카시의 가장 최근작인 『로드』에 이르기까지,

그의 작품 속에서 등장하는 중심인물이 '소년'인 까닭은

의미심장한 것이다. 

 '로드'와 '모두 다 예쁜 말들'에서 소년은 엄마의 존재를

부정한다.   

 

「~그 여자는 샌앤토니오에 갔어요.  소년이 말했다. 

그렇게 부르지 마라.

엄마 말이에요.

알고 있어.」p16

 

  어머니를 갈망했던 애정마저도 희미해지거나 없었던 존재인

소년들은 아직은 세상과 삶에 대해서 아는 것도 부족하고

판단력도 많이 부족한 독립적으로 삶을 꾸려나갈 수 있는 성인이

되기도 전에 황량한 사막을 떠돌게 된다.  부족한 존재인 소년들은

서로에게 의지하며 서로가 말하는 것을 진실로 받아들인다.   

 

「죽음에 대해 생각해 본 적 있어?

그래, 가끔.  너는?

나도 가끔.  천국이 있을까?

응.  왜, 없을 것 같아?

모르겠어.  있겠지.  지옥은 안 믿는데 천국은 믿는 게 가능할까?

「~코요테 본 적 있어?

아니.  너는?

줄리어스 램지가 그레이프 개천에서 개들을 데리고 사냥해서

죽인 것을 본 적 있어.  글쎄, 놈이 나무에 기어오르더니 개들한테

 나뭇가지를 휘둘렀데.

그게 정말이라고 믿어?

응.  진짜 그랬을 것 같아.

존 그래디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럴 수도 있겠지.」P128~129

 

그들은 죽음과 가장 가까이 맞닿아 있는 존재들로 죽음에 대한

자각과 공포로 인해 소년의 현실은 더욱 치열해져만 간다. 

 

「~약간의 포솔레만으로 아침을 때운 그들은 운동장에서

스스로를 방어해야 했다. 

~감옥은 벽으로 둘러싸인 작은 마을이나 다름없었고,

~모든 것이 쉼 없이 물물교환되었다.

~이로 인해 유리한 지위와 자리를 차지하기 위한 싸움이

끊임없이 일어났다.  ~이 모든 물물교환을 밑받침하고 있는

것은 부패와 폭력이었다.  그곳에서 모든 사람은 평등하게도

하나의 기준으로 평가받았다.

그것은 바로 언제든지 기꺼이 누군가를 죽일 준비가 되어

있느냐 하는 것이었다.」p252

 

그 사막을 떠돌면서 겪는 삶의 비정함은 소년들의 순수성을

변질시키고 작품의 말미에는 더 이상 소년이지 않은 존재를

독자들에게 보임으로써 운명을 벗어나려 하면 할수록

더 깊숙하게 운명의 무게에 침잠당하는 인간사의 부조리함을

증거한다. 

  『핏빛 자오선』에서 부조리한 삶을 소년에게 몸소 실천하며

보여줬던 판사의 역할을 『모두 다 예쁜 말들』에서는

알레한드라의 고모할머니가 그 역할을 수행한다.  고모할머니는

역사에 대해 존 그래디에게 다음과 같이 말한다.

 

「~역사에는 대조군이 없어.  달리 이랬을 수도 있다고

아무도 말할 수 없는 거지.

그저 이랬을 수도 있는데라고 한탄할 뿐, 그것을 현실로

만들 수는 없어.  역사를 모르면 같은 실수를 되풀이한다고들

말하지.  하지만 역사를 안다고 해서 실수를 피할 수 있다고는

생각 안해.

탐욕과 어리석음과 피에 대한 욕망은 역사에서 끊임없이

반복되네.」p330

 

  이는 『핏빛 자오선』에서 '판사'가 소년에게 전쟁은 인류의

역사 이전부터 존재했으며 인류의 욕망에 힘입어 갈수록

더 잔혹한 모습으로 진화해왔다고 말했던 것과 같은 맥락의

애기이다.

  이러한 인류의 역사를 알게 된 소년은 이제 더 이상 소년일 수

없다.  그는 인생이라는 황량한 불모의 역사를 견뎌내야할 뿐이다. 

그 속에서 진실은 누가 가르쳐주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살아가는

역사가 곧 진실이 될 것이므로 그는 그저 그 길을 계속해서

자신의 그림자(곧 진실을 증거해줄 '말')만이 유일한 동반자가 된다.

 

  「~붉은 사막을 지나자 붉은 먼지가 피어올라 말의 다리를

맹렬히 공격해 댔다.  ~불모의 땅인 만큼 소라고는 거의 눈에

띄지 않았지만, 해질 녁 핏빛 태양 앞에 황소 한 마리가 제물로

바쳐져 고통당하고 있는 짐승처럼 먼지 속에서 데굴데굴 구르고

있었다.  핏빛 먼지가 태양을 온통 휘감았다.  

~기다란 검은 그림자는 마치 세상에 유일한 존재의 그림자인 양

말을 바싹 뒤따랐다.  그러다 어두워지는

땅속으로, 다가올 세상 속으로 점점 사라져 갔다. 」P411~412

 

  사막을 떠도는 소년들의 모습은 일견 삶을 살아가는 우리의

모습과 닮아 있다.  이는 코맥 매카시의 작품이 시대를 벗어나

문학사에 오래 남게 될 요인이 될 것이다.  고전들이 갖는 인류의

원형적 요소를 그의 작품들은 갖고 있기 때문이다.  인간들은

누구나 정신적·육체적으로 완숙해지기전에 사막과도 같은

세상에 내던져진 존재들이다.  그들은 누군가 기대고 싶은

존재나 닮고 싶은 존재를 찾지만 주변엔 온통 초보기술자가 구워낸

과자들처럼 엉망인 실패작들 뿐이다.  그의 작품 속 '소년'들에게

어머니가 없는 이유도 이와 마찬가지이다. 

세상에 던져진 인간은 돌아갈 곳이 없다.  '태초의 낙원'

즉 '엄마의 뱃속'과 같은 낙원은 현실에는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한번 구르기 시작한 수레바퀴는 뜨거운 사막에

그 철테가 다 닳아 없어지는 그 순간까지 멈추지 않는다. 

그의 무미건조하고 짧은 문맥들은 그러한 삶의 진실을

은유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불편한 현실을 애써 외면하고

싶어하는 사람들에게 그럼에도 그 삶의 무게를 온전히

감당해내야 한다는 진실을 그는 언어를 통해 애기하는 것이다. 

 

 

b******g 2008.12.30. 신고 공감 0 댓글 0
리뷰 총점 종이책
뭔가 대단해
"뭔가 대단해" 내용보기
싸늘하다. 비수가 와서 꽂히는 것 같다.멕시코로 떠난 두 소년, 그리고 동행하게 된 꼬마. 이들에게 날아오는 모든 것들이 '타짜'의 대사를 연상시킨다.그들은 말을 사랑했다. 말을 아꼈다. 그들에게 말은 운명적인 것 그 이상이었다.다른 사람들도 그 가치를 알았다. 말을 빼앗으려 했다. 돌려주지 않으려 했다. 죽음, 냉혹함.꼬마의 죽음. 남겨진 소년들은 정착한다. 그곳에서 얻은 사
"뭔가 대단해" 내용보기

싸늘하다. 비수가 와서 꽂히는 것 같다.

멕시코로 떠난 두 소년, 그리고 동행하게 된 꼬마. 이들에게 날아오는 모든 것들이 '타짜'의 대사를 연상시킨다.

그들은 말을 사랑했다. 말을 아꼈다. 그들에게 말은 운명적인 것 그 이상이었다.

다른 사람들도 그 가치를 알았다. 말을 빼앗으려 했다. 돌려주지 않으려 했다. 죽음, 냉혹함.

꼬마의 죽음. 남겨진 소년들은 정착한다. 그곳에서 얻은 사랑. 희망을 떠올리려는 어느 순간, 다시 찾아오는 싸늘함, 비수.

그들은 감금되고 마는데, 차갑다. 비수, 싸늘함.

읽으면서 자꾸 그런 이미지를 떠올렸다.

코맥 매카시의 소설을 탐독하고 있다. '로드'와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에 이어서 세번째 소설이다.

이 싸늘함을 어찌 감당해야 할지 모르겠다. 육박하는 감동적인 그 무언가를 받아들이는 것도 어찌 감당해야할지 모르겠다.

대단한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p.s
다른 작품들과 비교해보면?
'로드'보다는 촌스럽지만 그래도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보다는 품격 있다.

b****n 2008.09.15. 신고 공감 0 댓글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