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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도 돌보지 않는 길가의 꽃들이 내 어릴 적에는 제법 많았다. 그런 꽃 중의 하나가 채송화였다. 채송화는 예쁜 꽃이라기 보다는 작고 초라한 꽃이다. 초등학교 5학년 무렵 집에서 떨어져 있는 동네의 학원을 다니게 되었다. 오가는 길에 군데군데 채송화가 피어 있었다. 그 동네는 집마다 담 밑에 채송화를 심었다. 어린 마음에도 너무 작고 낮게 핀 꽃이 안돼 보였다. 그러나 초라함과는 별도로 앙증맞게 피어있는 그 느낌이 괜시리 좋아 학원 가는 길에 가만히 주저앉아 채송화를 보았던 기억이 있다. 지루한 길 위의 내게 채송화는 길동무가 되어 주었다.
내게 채송화는 작고 초라한 것들의 대명사다. 그런데 너무도 하찮아서 눈물이 핑 돌 것 같은 그 짠함이 어떤 빼어난 것보다 마음을 어루만질 때가 있다. 보잘 것 없는 초라함이 마음을 깊이 움직이는 경험은 자연의 소박함 속에서만 맛볼 수 있다. 얼마 전 신경림 시인의 '시인을 찾아서 2편'을 통해 그런 시인을 만났다. 이미 고전이 된 시를 위주로 선정했던 1편과 달리, 2편은 1960년대부터 90년대에 이르는 시인을 찾아 그들의 시를 소개하고 있다. 시인들 가운데는 친숙한 사람도 있고 처음 알게 된 시인도 있었다. 김지하 시인을 시작으로 정희성, 김종길, 도종환, 조태일, 강은교, 고은, 이성부, 이해인, 정호승, 김용택, 안도현등 23명의 시인이 신경림의 초대를 받았다.
이 시선집을 통해 서정춘 시인을 만나게 됐다. 신경림은 서정춘을 '균열이 심한 물사발 혹은 마디 굵은 대' 같다고 표현하며 그와의 첫 만남을 소개했다. 1970년대 초 신경림이 한 출판사에서 임시직으로 교정일을 하고 있을 때, 서정춘 또한 출판사와 인쇄소를 오가며 임시일용직으로 잔일을 하고 있었다. 허름한 옷에 구부정한 그를 보고 신경림은 시인이라고 생각조차 못했는데, 두 달여의 일을 마치고 갖게 된 회식자리에서 사장이 서정춘을 시인으로 소개했단다. 그후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초라한 자리의 일을 서정춘은 30년간 성심 성의껏 다하고 그 출판사에서 정년 퇴직했단다.
신경림은 그가 시집을 냈을 때 해설을 써주기도 하면서 그와의 인연을 오래도록 이어왔단다. 나는 처음 그의 시를 보고 단박에 좋아져 버렸다. 특히 그의 '30년 전'이란 시를 봤을 때는 울컥 울음이 솟아올랐다. 30년 전, -1959년 가을-
어리고 , 배고픈 자식이 고향을 떴다
아가, 애비 말 잊지 마라 가서 배불리 먹고사는 곳 그곳이 고향이란다
균열
내 오십 사발의 물사발에 날이 갈수록 균열이 심하다
쩍쩍 줄금이 난 데를 불안한 듯 가느다란 실핏줄이 종횡무진 짜고 있다
아직 물 한 방울 새지 않는다 물사발의 균열이 모질게도 아름답다
봄, 파르티잔
꽃 그려 새 울려 놓고 지리산 골짜기로 떠났다는 소식
신경림은 그를 절창을 위해 모든 것을 버리는 시인이라고 했다. 나는 그가 사람들의 평가와 스스로의 인색한 평가에도 불구하고, 시라는 대의를 위해 자신을 무섭게 다구치며 걸어온 사람이라는 생각을 했다. 무섭도록 힘겨운 어린 시절을 보낸 후 이미 초라해져 있는 자신의 모습을 보고도 그 상황에 쓸려가지 않고 꿋꿋이 시의 길을 걸어온 그를 통해 소박한 야생화의 아름다움과 자생력을 보는 듯 했다.
이어서 만난 시인은 김용택이었다. 예전 김용택의 글에서 그가 스무 살 이전까지 제대로 된 책의 세례를 받지 못했다는 글을 읽은 적이 있다. 지나가는 책 장사에게서 책을 받아 그 때부터 책을 읽고 시를 썼다는 고백같은 글이었다. 이런 사실에 나는 어린아이처럼 고무됐다. 꾸준히 책을 읽으면 글도 잘 쓸 수 있구나 하며 좋아했던 기억이 난다.
하루
하루 종일 산만 보다 왔습니다 하루 종일 물만 보다 왔습니다 환하게 열리는 산 환하게 열리는 물 하루 종일 물만 보고 왔습니다 하루 종일 산만 보다가 왔습니다
그 여자네 집
가을이면 은행나무 은행잎이 노랗게 물드는 집 해가 저무는 날 먼데서도 내 눈에 가장 먼저 뜨이는 집 생각하면 그리웁고 바라보면 정다웠던 집 어디 갔다가 늦게 집에 가는 밤이면 불빛이, 따뜻한 불빛이 검은 산속에서 깜빡깜빡 살아 있는 집 그 불빛 아래 수를 놓으며 앉아 있을 그 여자의 까만 머릿결과 어깨를 생각만 해도 손길이 따뜻해져오는 집 . . 중략 . . 그 여자가 꽃 같은 열아홉살까지 살던 집 우리 동네 바로 위동네 가운데 고샅 첫집 내가 밖에서 집으로 갈 때 그 집 앞을 다 지나도록 그 여자 모습이 보이지 않으면 저절로 발걸음이 느려지는 그 여자네 집 지금은 아, 지금은 이 세상에 없는 집 내 마음속에 지어진 집 눈 감으면 살구꽃이 바람에 하얗게 날리는 집 눈 내리고, 아, 눈이, 살구나무 실가지 사이로 목화송이 같은 눈이 사흘이나 내리던 집 그 여자네 집 언제나 그 어느 때나 내 마음이 먼저 가 있던 집 그 여자네 집 생각하면, 생각하면, 생.각. 을. 하. 면......
김용택이 자신의 마음을 온전히 풀어놓은 시들이다. 신경림은 '하루'를 향해 김용택의 게으르고 느린 미가 고스란히 담긴 시라 평하며 그의 삿됨 없음을 칭찬했다. '그 여자네 집'은 그의 삿됨 없음이 가장 잘 드러난 시이다. 아마 김용택은 그 여자를 짝사랑 한 것 같다. 눌러도 눌러지지 않고 끄려해도 꺼지지 않는 마음이 고스란히 읽혀진다. 얼마나 애타고 보고팠을지 너무도 명징히 그려진다. 밖에 나갔다 돌아와 그녀가 있을 거라는 상상만으로도 불이 지펴지는 그 마음이 서럽고 애잔하다. 참으로 뚝배기 같은 사랑이다. 어떤 채색도 하지 않은 사랑은 이뤄지지 않았기에 시로 쓰여질 수 있었다. 지난 날의 애틋했던 사랑은 아직도 그 안에 남아있다. 그래서 일회용 사랑이 넘실대는 이 시대에 태워도 태워도 남아있는 사랑의 참 의미를 전해주고 있다.
김용택의 시가 투박하고 정직한 시였다면 이선관의 시는 소박하고 정겹다. 신경림은 그를 가리켜 '시를 가지고 세상의 불구를 바로 잡는 시인'이라 했다. 발음과 동작이 불편하다는 표현으로 보아 뇌성마비를 갖고 있는 듯 했다. 그러나 그는 누구보다 열린 마음과 선량한 눈, 그리고 얼굴 표정으로 자신의 소리를 전달하고 있었다.
여보야 이불 같이 덮자 춥다 만약 통일이 온다면 이렇게 따뜻한 솜이불처럼 왔으면 좋겠다
맑고 고운 시다. '여보'라는 말이 없었다면 어린 아이가 썼다해도 믿겨질 정도다. 시인의 마음이 이 같을 것 같다. 한국에서 장애를 가지고 산다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 나는 알고 있다. 예전에 장애자 관련 프로그램을 한 적이 있기 때문이다. 장애아를 둔 엄마들의 마르지 않는 눈물과 아픔을 나는 3년이나 지켜 보았다. 모른 척해도 되련만 굳이 티를 내어, 안그래도 힘든 사람들을 더 힘들게 하는 사람들을 많이 보았다. 그래서 시인이 어떤 삶을 살았을지 짐작이 간다. 그런데 시인의 시는 부모의 따뜻한 배려와 보호속에서 자란 어린 아이처럼 상처 하나 느껴지지 않는다. 이런 마음을 갖기 위해 얼마나 힘든 나날을 보냈을까.
어머니 7
저 녀석들의 엄마가 제 울타리에서 뛰쳐나간 지가 어언 3년째가 됩니다 그 동안 앞으로도 그러하겠지만 두 아이에게 엄한 아버지가 되어야 하고 정이 많은 아버지가 되어야 하고 가루비누를 만지는 파출부가 되어야 하고 모든 것을 알고 있는 스승이 되어야 하고 서투른 주방장이 되어야 하고 몇 달 전까지만 하더라도 아침저녁 부엌에 들어갈 때마다 우리들 곁을 떠난 그 여자를 향해 씨발 X 씨발 X 하면서 미운 감정이 가실 줄 모랐지만 . . 후략
자신과 어린 자식들을 두고 떠나버린 아내를 향해 쓴 시다. 그는 아내를 향해 육두문자를 쓴다. 그런데 뒤에 가서는 건강한 아이들을 낳아준 것만으로도 고마운 마음을 갖게 된다는 고백을 한다. 아내를 미워했지만 충분히 이해한다는 느낌이 시 안에 배어있다. 그래서 그의 시는 폭이 넓다. '어머니 7'의 전문을 읽고 싶어 인터넷 검색을 했는데 찾기가 힘들었다. 그 와중에 이선관 시인이 2005년에 돌아가셨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그의 시를 잊지 못하는 사람들이 그를 기리는 모임을 갖고 있다는 기사도 보게 됐다. 살아있는 자들이 시인을 향해 돌려드리는 향연이다.
시는 생을 향한 노래며, 사랑의 편지며, 내밀한 자기 고백이다. 그 시에 시인들의 삶과 자신의 삶을 얹어 신경림은 시인들의 세계를 풀어놓았다. 좋은 시를 향한 끝없는 열정과 자신만의 시를 위해 일생을 매달린 시에 나는 감동을 받았다. 그 중에서도 특히 이 세 시인은 기억에 남았다. 작고 하찮기에 누군가의 관심을 오랜 동안 끌지 못했고, 그랬기에 아픔이 무엇인지를 그들은 알았다. 그들은 남들이 자신을 알아주기를 감히 꿈꾸지 않았다. 그러나 자신들의 삶을 시어에 옮겼을 때 그 말들은 살아서 각자의 울림으로 소박한 꽃을 피웠다. 더러는 정직함으로, 더러는 애잔함으로, 더러는 따뜻함으로.
그 옛날 공부하러 간다며 가방을 들고 타박타박 길을 걷던 나를 채송화는 한결 같은 소박함으로 반겨주었다. 주변에 다른 꽃들도 분명 있었을텐데 내 기억에 남아있는 꽃은 오로지 채송화 뿐이다. 챙겨주는 사람 없이도 채송화는 오무린 입을 스스로 벌렸고, 그 작은 꽃잎으로 주변을 환하게 비추었다. 나도 그 작은 잎의 하나가 되어 지금 있는 자리에서 소박한 생으로 꽃을 피우고 싶다. 그 시절의 채송화처럼.
사진 출처: http://blog.daum.net/weebal2004/15964109 사진 출처: 오 마이 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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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는 참 어렵다. 읽는 것도 어렵고 이해하는것도 어렵다. 미술관같은데 가서 작품감상을 하는것과 같다고나 할까.. 거기에 더욱 더 생각이 미쳐서 큰 종이에 띄엄띄엄 글들의 시를 보면 몇 분 보지 않으면 책갑 다 날리는데 이걸 왜 사.. 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시하고는 거리가 멀다..근데 이 책은 좀 다른것 같다. 느낌표 선정도서ㅣ니 어련하겠냐마는 딱딱하고 설명이 뭔가 부족한 일반적인 시집과는 다르게 친절한 해설이 첨가되고 저자에 대한 설명도한 빠드리지 않는다. 책에는 그림이나 사진이 곡 있어야 볼 맛이 난다는 사람들을 위한 것처럼 그림들도 있어 이 책을 어렵게 생각하는 사람들을 위한 배려도 잊지 않는다. 소설책이나 경제서적만 읽으며 여름을 보내는것도 좋겠지만 시집 한권 정도 읽어보는것도 좋을듯 하다. 우리시대의 진정한 시인을 찾아서 이 책을 읽어보는것도 좋겠고, 멋진 시 하나 외워서 여름밤에 사랑하는 사람에게 들려주는것도 멋진 추억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
| 첫번째에 이은 두 번째 시인찾기는 아직 살아있는 시인들을 만나는 책이다. 몇몇 시인들이 빠져있는 것이 아쉽기는 하지만. 시대의 변화를 거쳐 지금까지 살고 있는 그들에게서 보여지는 면면들은 시대의 변화만큼이나 첫 권에 드러난 시인들이 보여주는 신화적 요소들은 어느 정도 거세된 생활인의 모습을 쉽게 발견할 수 있었다. 그 중에서 나의 시선을 이끌었던 시인은 아무래도 교사시인인 도종환과 조향미, 김용택시인과 또 다른 시인 안도현이었다. 교사시인 세 사람의 시들은 각기 다른 분위기를 가지고 있다. 부드럽지만 할말은 하고야 하는 그래서 오히려 그 말이 사람들의 마음을 더 잡아당기는 사람 도종환, 신용길 선생님의 아내이기도 하신 조향미 선생님의 작은 것의 아름다움을 찾는 시의 애절함, 아무런 사상 없는 개구쟁이 아이와 같은 삶을 사는 김용택 이들은 각기 색다른 분위기로 다가오고 있었다. 그것은 분명 그들의 삶의 조건과 관계가 깊었다. 하지만, 무엇보다 <너에게 묻는다="">라는 시에서 ''연탄재 함부로 발로 차지마라 너는 누구에게 한 번이라도 뜨거운 사람이었느냐'' 이 시는 전에 모 선배에게서 주워들은 싯구였으나 늘 새롭고 가슴에 박히는 이 시를 통해 안도현은 시인으로 내 머리 속에 오래 남을 것 같다. 이외에도 소개되는 많은 시인들의 면면들을 보면 시인이라기 보다는 생활인으로 다가온다. 그만큼 시대변화가 시인들을 새롭게 규정하고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이다. 그 생활인의 시들을 잠시나마 짧은 시간에 맛볼 수 있는 재미는 이 책이 가지고 있는 또하나의 강점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결국, 시란 무엇일까? 그렇다! 사람을 감동시키는 짧은 글.....그 사람의 삶이 드러나는 글.....억지로 꾸미거나 거짓을 진실로 위장하지 않는 글..... 내가 앞으로 봐야 할 시들은 이런 시일 것이다. 특히 아이들에게 요구하는 시도 이런 시가 되어야 할 것이다. 그저 외우고, 그저 낱말의 의미를 분석하고, 2연 3연의 싯구를 바꿔보는 식의 죽은 시는 아이들에게 가르쳐서는 안될 행위라 다시 곱씹어 생각해 본다. 끝으로 '신경림의 시인을 찾아서 1,2'는 시인 신경림을 새롭게 보게 한다. 나는 '농무'라는 시인으로만 알던 그를 통해 한 세기를 시라는 언어로 채웠던 인물들을 살펴보았다. 한편, 신경림이라는 사람의 다양한 평가를 떠 올려 본다. 조선일보 등 수구언론에 버젓이 글을 내 놓은 김용택 시인과 더불어 홍세화씨에 의해 정치의식 수준을 의심 받는 가 하면, 최근엔 다시 한겨레에 글을 싣는 등 그의 행보는 갈지자 행보를 거듭하고 있는 듯하다.그는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우주를 얘기하는 시인은 그 어느 곳을 상관하지 않고 글을 쓸 수 있다고(홍세화 '악역을 맡은 자의 슬픔' 중에서)" 하지만, 그가 어떤 평가를 받던 신경림에게서 연출된 이 책 두 권은 그래도 한 번 읽어볼 가치가 있는 책이었다. 아~~ 최근엔 안도현도 조선일보에 글을 싣는다지 아마~~~`너에게> |
| 여러 해 전부터 신경림의 [시인을 찾아서]를 읽어보려 했었지만, 게으름으로 내내 미루다가, 이번 기회에 2권을 먼저 읽게 되었다. 스스로의 감식안을 믿고 있는 어떤 독자들은, 작품에 대한 해설이나 설명, 소개가 위주인 2차 텍스트보다 1차 텍스트를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 이런 책들은 물론 좋은 작품과 독자를 만나게 해주는 친절한 안내자나 다리가 되어주기도 하지만 천편일률적인 칭찬과 찬사, 편협한 판단기준으로 오히려 독자를 기만하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아무래도 대상이 되는 작품들에 의존하는 텍스트가 되다 보니, 글 자체의 긴장감이나 밀도가 대상 작품에 미치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는 이유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신경림의 이 책을 읽으면서, 나는 좋은 작품을 알리고 소개하는 이런 글들의 중요한 기능과 힘에 대해 다시한번 생각해보게 되었고, 긍정하게 되었다. 김지하, 김준태, 정희성, 정호승... 소개되고 있는 시인들과 인용된 시들을 보면서 이십대 초반에 이 시들을, 어쩌면 조금 뒤늦게 읽으며 홀로 뜨거워지던 기억이 되살아났고 좋은 시, 진정성을 지닌 시가 시간을 뛰넘어 전해주는 감동을 새로이 느끼게도 되었다. 그러나 한때는 내 삶의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했던, 시에 대한 믿음을 나는 얼마나 종종 쉽게 놓치곤 했는지. 신경림의 글은 나직하고 잔잔하지만, 시인들의 열정과 삶, 진정성을 차분히 전해준다. 일반독자들에게 많이 알려져 있지 않은, 그러나 꾸준한 열정으로 시를 품은 채 자신의 작업을 해온 시인들을 소개하는 것도 의미있는 작업이다. 이웃나라인 일본이나 서구에 비해 수천 부, 혹은 수만 부의 시집이 팔리는 유일한 나라라고 우리나라를 '시인의 천국'이라고 부르기도 한다지만, 글쎄, 그건 일부 유명시인의 경우에 한정되는 것일테고, 드러나지 않지만 묵묵히 시의 길을 가고 있는 숨은 시인들의 작업 은 좀더 알려져야 하지 않을까. 그러니 다시한번, 시가 아니라 삶이 우리를 울리는 것이다. 그러니 또 다시, 그 힘들고 고단한 삶을 담아내고, 살아내고, 노래하는 시가, 어찌 눈물겹지 않겠는가. 좋은 시, 시인들에 대해 좀더 알고, 그들의 시를 접할 수 있는 기회라는 점에서 신경림의 이 책은 유의미하다. 3권, 4권으로 이어져서 좀더 많은 시인들이 다루어졌으면 하는 바램도 든다. 하지만 여전히, 매스컴과 방송의 '띄우기'식 프로그램으로, 책이 팔려나가는 현실은 생뚱맞아 보인다. 부디 이런 과정이 과도적인 것이길, 이런 시도들을 거쳐 좀더 많은 사람들이 자발적으로 시를 읽고, 시집을 선택하고, 시를 가까이 하는 때가 오기를 바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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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이 든다
소를 몰고 밭을 갈기란
비탈밭 중간 대목 쯤 이르러
다리를 벌리고 오줌을 솰솰 싸면서
소는 이렇게 말했다
세상이 바뀌면
내가 몰고 너희가 끌리라
그런 날 밤
콩섞인 여물을 주고 곤히 자는 밖에서
아무개야 아무개야 불러 나가보니
그가 날개를 달고 훨훨 날아가고 있었다
----[축우지변] 전문, 이상국
"이 시에서 작중화자가 소에게 보이고 있는 것은 연민이 아니고 두려움이다. "내가 몰고 너희가 끌리라" 이 대목에는 주술 같은 저주가 들어 있다. 물론 이를 "내가 다스리고 너희가 따르리라'하여 통치자에 대한 농민의 말로 바꿔 읽을 수도 있겠지만, 더 중요한 것은 작중 화자가 가진 살아 있는 것에 대한 경외감을 읽는 일이다. 윤회사상에 따른 것이든 애니미즘이 되었든 이 경외감이야말로 "그가 날개를 달고 훨훨 날아가고 있었다"라는 동화적인 발상을 가능하게 하는 것이다." (75, 76쪽)
이상국 시인은 널리 알려진 사람은 아니다. 본래 시(詩)란 모든 사람을 독자로
가질 수는 없는 노릇이다. 선택된 소수만을 상대로 하는, 어찌보면 외롭고
고독한 작업이다. 이점은 신경림 시인도 피력했던바.. 25년을 한결같이 강원도
속초의 농협에서 근무하며 자연을 벗삼아, 가난한 농민들, 뭇짐승들에 대한 애환을
노래했는데... 특히 그는 소를 주제로 한 시를 많이 지었다.
뼉따귀와 살도 없이 혼도 없이
너희가 뱉는 천 마디의 말들을
단 한 방울의 눈물로 쓰러뜨리고
앞질러 당당히 걷는 내 얼굴은
굳센 짝사랑으로 얼룩져 있고
미움으로도 얼룩져 있고
(중략)
너희의 녹슨 여러 칼을
꺽어 버리며 내 단 한 칼은
후회함이 없을 앞선 심장 안에서
말을 갈고 자르고
그것의 땀도 갈고 자르며
늘 뜬 눈으로 있다
그 날카로움으로 있다
----[식칼론 2] 부분, 조태일
"결국 우리들의 순결한 시대는 혁명으로 파괴되었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는 뼉따귀와 살, 그리고 혼도 없는 것이 되어 버렸다는 것이 이 시의 내용이다. '나의 처녀막'은 회복하지 않으면 안 될 시대의 순결성을, '식칼'은 그 방법을 상징한다고 말할 수 있다. 혁명에 의해 파열된 이 시대의 순결성을 그의 시는 식칼이 되어서 회복하겠다는 메시지를 이 연작시들은 가지고 있다. 이 처녀막이라는 상황인식과 식칼이라는 방법은 1970년대에 들어서서 국토의 개념으로 발전, 저항과 외침의 포즈가 사랑과 포옹의 그것으로 바뀌면서 그의 시 세계는 깊어진다." (134쪽)
조태일 시인의 민주화에 대한 열정은 익히 알려진 사실이다. 그로 인한 고문후유증으로
오래 고생하다 병상에서 암으로 돌아가셨다. 그 분이 지은 책이 몇 권 있는데 내용도 충실
하고 시의 분석과 서정과 정취를 따라갈 땐 대단히 섬세한 면도 느꼈다. 이 분의 책을 어떤
시인이 추천해주어 감명깊게 읽었던 기억이 새롭다.
강원도 어성전 옹장이
김영감 장롓날
상제도 복인도 없었는데요 30년 전에 죽은 그의 부인 머리 풀고 상여 잡고 곡하기를
"보이소 보이소 불집 같은 노염이라도 날 주고 가소 날 주고 가소" 했다는데요 죽은
김영감 답하기를 '내 노염은 옹기로 옹기로 다 만들었다 다 만들었다" 했다는 소문이
있었는데요
사실은
그날 상두꾼들
소리였데요.
----[무설설 1] 전문, 조오현
"아들딸, 친척도 없는 팔자 험한 옹기장이가 죽었다. 아내는 이미 30년 전에 저세상 사람, 울어주는 사람 하나 없는, 상주도 복인(服人, 1년이 안 되게 상복을 입는 사람)도 없는 초라한 상여가 나간다. 상두꾼들이 그 사연을 소리에 담아, "보이소 보이소 불집 같은 노염이라도 날 주고 가소" 하고 앞소리가 선창하면 "내 노염은 옹기로 옹기로 다 만들었다 다 만들었다"하고 뒷소리가 받는다. 잘 뜯어 읽어 보면 결국 이런 내용인데, 순서를 바꾸어 놓음으로써 죽음과 삶을 같은 시간대에 짜 넣는 효과를 보게 한다. "내 노염은 옹기로 옹기로 다 만들었다 다 만들었다"는 일견 예술의 본질에 대한 생각 같기도 하다. 어쩌면 시인은 옹기장이=승려=시인이라는 개념을 머리에 그려 넣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둘째 연의 시각적 이미지가 셋째 연에 와서 청각적 이미지로 바뀌는 시의 재미도 보여 준다. 그러나 이 시의 맛은 말로 완전히 설명될 수 없는 데 있다. 신비성을 가지고 있다는 소리다. 정말 좋은 시는 합리적으로 설명될 수 없는 법이라는 선인들의 말에 수긍이 간다." (251쪽)
무산(霧山, 조오현스님, 낙산사, 신흥사, 백담사 회주, <만해축전>주관) 스님은
매년 백담사에서 열리는 <만해축전>을 주관하시는 분이다. <만해사상실천선양회>를
이끌고 계시면서도 시에 대한 열정을 수그리지 않는 분이신데 위에 인용한 시는 내용이
참 재미있다.
이 시 기행집을 처음으로 권한 사람은 오랜 문우(文友)였다.
그녀도 직장을 다니면서 문학공부(당시는 시인지망생)를 한 사람이었는데
마침 시를 배우는 곳의 강사 시인이 이 책을 권하더라며 내게도 보여주었다.
나는 책 욕심에 나도 사주라고 졸랐는데...
그녀 하는 말, "네 돈으로 사!"
나는 못내 서운해서 그녀 얼굴을 짠하니 바라보고만 있었고....
왜냐하면 나는 사람을 만날때 마다, 책을 선물해주곤 했기 때문이다.
그날 우리가 먹던 빈대떡과 동동주가 왜 그리 맛이 없던지...
이후 그녀는 어느 문예지에 시인으로 등단했다고 알려왔었다.
그때가 1998년이니 벌써 많은 시간이 흘렀구나 하는,
낭패한 느낌...
정말 흘러가는 시간을 막을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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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권에 이어 어떻게 읽다보니 2권까지 읽어 버렸다.
마땋히 읽으려고 사둔 책도 없었고, 1권을 읽고 나서 여운이 좀 남아 있었나 보다.
2권에는 현대시(현재 살아있는 시인들의 시)들을 위주로 엮어 나가고 있다.
이또한 1권과 마찬가지로 들어본 이도 있고 "누구셔유?" 하는 느낌이 드는 시인들도 있다.
전체적인 구성은 1권과 마찬가지로 시인들을 찾아 다니면서 인터뷰한 내용이나 자신의 기억, 혹은 이전에 알고 있던 친분에 의해 남아 있는 시인들과의 추억들을 잔잔하게 쓰고 있다.
1권과 다른 점이라면 현재 살아 있는 사람들이 대부분 이므로 시인과의 대화 등이 가능했다는 점일 것이다.
시인들의 삶을 엿보고 환경을 이해 한 후에 그 사람의 시를 다시 읽으면 그 시를 이해 하는데 더 많은 도움이 될 거란 저자의 생각은 많은 부분 일리가 있는 것 같다.
그냥 들어도 좋을 시들이지만, 한가지 더 숨겨진 사연들을 알고 읽는 다면 또 다른 맛이 있을 것이다.
그러나 나름대로 아쉽다고 생각되는 부분이 있다면, 시에 대한 해설, 시인에 대한 설명 등이 있어서 이해하기는 좋으나 나처럼 처음 시에 대해 무지한 사람들에게는 잘못된 편견을 줄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물론 모든 시 해설서에 해당하는 이야기겠지만 말이다.
차라리 이미 여기 나열된 시나 시인에 대해서 알고 있는 상태에서 이 책을 통해서 새로운 맛을 느낄 수 있다면 더 좋을 것 같다.
(처음 시를 접하는 사람에게는 해가 된다는 말은 아니다.)
처음에는 시에 대한 의미의 해설이 재미있었으나 지금은 사람에 대한 얘기가 더 재미있다. [인상깊은구절] 이승의 진달래꽃 한묶음 꺾어서 저승 앞에 놓았다. 어머님 편안하시죠? 오냐, 오냐. 편안타, 편안타. - 어머니를 찾아서, 조태일. |
| 글쎄, 어떻게 보면 나에겐 좀 지루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건 평소 내 수준낮은 독서 습관 때문인 것 같고, 제목에 쓴대로 좋은 책이다. 실제로 어떨지는 모르겠지만 1권보다 시인이 늘어난 느낌이었다. 1권보다 다소 작가에 대한 이야기가 간추려져 있다는 느낌도 받았고.. 그래서인지 1권을 읽었을 때 보다 기억에 남는건 별로 없었다. 1권의 경우 시인의 삶에 대해 구체적으로 기술되어 있어서 TV나 다른 매체등에서 어떤 시인이 나오고 시인과 관련된 시비같은게 나오면 '아, 그거~'하는 맛이 있었는데 2권엔 그런 건 좀 줄어든 것 같기도 하고.. 일단 현존하는 작가들을 위주로 하다보니 당연히 삶에 대한 평가가 짧아질 수 밖에 없는 건 사실이지만 그래도 좀... 하지만 좋은 책이다. 특히나 1권을 보고 2권을 산다 해도 후회는 없을 듯 싶다. 이런 잡소리에 혹해서 '이거 샀다 실망하는거 아냐?'하는 생각 하지 않으시길.(웃음) |
| 시란 언제부턴가 다가가기 어려운 속외 사람들이 즐기는 장르와 같이 인식되어 가고 있다. 주류에서 인기를 얻는 것은 류시화, 이정화 류의 소녀, 소년 취향의 시가 대부분인 것이 사실이다. 그 반면에 우리나라는 최대의 시집 소비국이기도 하다. 이는 분명 시를 즐기는 대중의 양적인 수량은 크나 그 질에 있어서는 의심할 만한 수준이라는 것이다. 신경림 시인의 시인을 찾아서 시리즈는 이런 상황에서 나온 좋은 시 길잡이 역할을 하고 있다. 1권과 달리 2권은 생존한 시인을 대상으로 한 책이다(조태일 시인을 제외한). 교과서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시인과 그리고 잘 들어보지 못한 시인이 골고루 선정되어 있으며 그리고 그 설명에 있어서도 시인의 인간적인 부분과 그리고 시의 객관적인 평가가 잘 어우러져 있어서 시인을 알고 시를 느끼기에 별 어려움이 없다. 시인을 찾아서 시리즈의 가장 큰 장점 중 하나가 바로 그런 점이다. 대중과 유리되어 있는 시인 개개인을 신경림 시인이라는 매개를 통해서 대중들 근처로 끌어내림과 동시에 그들의 결과물인 시에 대한 두려움을 없애는 역할을 하는 것.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큰 장점을 가지고 있지만 그 내용이 시의 입문서에 그칠 수 밖에 없다는 한계를 가지고 있다. 좀 더 자세하고 아카데믹한 내용을 요구하는 독자에게는 미흡하게 여겨질 수 있는 부분이다. 하지만 그런 부분은 이 책에 소개된 시인들을 길잡이 삼아 스스로 탐구해 나갈 수 있을 것이다. 1권에서의 아쉬움(선정된 시인의 수 등등)을 느꼈던 독자들은 2권을 읽음으로써 그 부분에 어느 정도 보상을 받을 수 있고, 그리고 지금 현재 활동하고 있는 시인들이 중점적으로 소개 되어 있으므로 그 시인들의 활약상을 기대하고 같이 하는데 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다. |
| 1편과 달리 대다수가 생존하고 있는 시인들을 찾아갔다는 것에 과심을 끌었다. 시인은 어떻게 살았을까 어떻게 살아가고 있을까 하는 궁금증을 풀어가며 왜 이런 시들을 창작하게 되었으며 앞으로 시인의 인생을 더욱 신중하게 생각하게 하는 글이 아닌가 싶다. 때론 객관적 설명에서 주관적인 면을 표현하고 말함으로서 더욱 시인을 친근감있게 다가가게 하며 적절하게 시를 적어 놓으므로써 자연스럽게 시를 이해하고 습득하게 만드는 것 또한 이 책의 장점이 아닌가 싶다. 시인속에 시인 아마도 이 말은 작가도 아니고 그렇다고 여기서 말하는 시인도 아닌 우리가 아닌가 싶다. 이 책을 읽고 시를 읽고 시인을 알아간다면 우리가 시인속에 시인이 아닐까 싶다. |
| 느낌표선정도서로 익히 잘 알려진 <신경림의 시인을="" 찾아서="">가 1권에 이어 2권이 나왔다. 뭐.. 선정도서에 괜한 선입견을 가지고 있는터라 한권도 읽어보지 않았는데 우연히 시인을 찾아서2권이 생기게 되었다. 표지에 있는 시인들의 이름을 쭈~욱 훌터보니 제법 익숙한 이름도 있고 처음 들어본 이름도 있고 언제나처럼 아는 시인들부터 읽어 나갔다. 시는 내게 일정한 거리를 둔채 어렵게만 느껴졌었는데 이젠 그 생각에서 조금 탈피해도 될꺼란 용기가 얻어졌다. 긴 설명없이 몇구절만으로도 가슴속에 파문을 일으킬수있는게 시의 매력이 아닐까 싶다. 노시인의 설명과 한분씩 찾아다닌 느낌들이 담겨있어 더 좋은거같다. 내가 제일 좋아하는 정지용님의 <향수>는 자주 읽었던 고등학교때가 아닌 이십대가 된 지금 더 좋아하게된 이유가 그걸 말해주는게 아닐까? 아직 다 읽어보진 못했지만 1권도 읽어보고픈 맘이 든다. 역시 뭐든 선입견을 버린채 다가가야만 진실되게 보이는것 같다!! 근데 내가 알고싶어하는 기형도 시인이 속하지 못한건 그가 세상에 없기때문일까? 3권이 나온다면 기형도 시인의 이야기도 담겼음하는 바람이 문득 든다.향수>신경림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