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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현희 선생님을 처음 본 것은 EBS에서였다. 처음으로 가르치는 경제 과목. EBS에서는 어떻게 풀어내는지 수강생이 되어 박현희 선생님을 만났다. 그녀의 첫인상은 예쁘고 밝은 선생님. 30대 중후반쯤 되어 보였는데 수업에 자신감이 있고 항상 밝게 웃으시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무엇보다 경제라는 어려운 과목을 아주 쉽게 풀이해주시는 것을 보고, 과연 저런 건 어떻게 생각해내셨을까 감탄하며 애청했었다. 그 뒤부터 내 머릿 속엔 박현희 선생님이 항상 박혀있었다. 교사커뮤니티인 '즐거운학교'에도 일반사회 모임에 박현희 선생님 이름을 온라인에서 발견하고 얼마나 반가웠는지. 아직 얼굴 보며 손을 마주잡고 인사 나눈 적도 없는데 그리 반가울 수가. 그런 나만의 인연을 만들며 박현희 선생님 이름 석자를 보는 순간 믿어의심치 않고 이 책을 집어 들었다. 뭐가 달라도 다를 것이라는 믿음.
다 읽고나서. 박현희 선생님에 대한 믿음은 더 큰 신뢰로 바뀌고 선배교사 중 모델로 삼고 내 모습을 그려나가고 싶은 마음이 더 커졌다. 이 책은 교육단체 출판사에서 나온 책이다. 그렇다보니 문고판 형식의 얇고 작으며 가볍다. 그러나 내용까지 적은 편이 아니여서 글씨체를 작게 해서 편집 출판했다. 한창의 나이인 나도 읽기가 부담스러울 정도의 글자크기였다. 그러나 싼 책값으로 이어지는 장점은 분명있다. 이 책을 대부분 교사들이 구입할 것이란 생각을 한다면 소장용으로 두고두고 참고하며 쓰일 듯 한데 좀 더 튼튼하게 만들어도 괜찮겠다는 생각도 든다.
박현희 선생님의 실제 수업 모습이 궁금했다. 교사들끼리 수업 공개와 참관을 자유롭게 하는 편이 아니다. 공개수업의 날이나 연구수업발표, 수업연구대회 등 공식적인 날이 아니면 참관하기가 힘들다. 수업을 하는 사람도, 보는 사람도 부담스럽다. 그러나 늘 마음 속으로 다른 선생님의 수업은 어떻게 진행되는지 궁금하다. 특히 아이들이 재미있어하고 인기 많은 선생님들의 수업은 그 궁금증이 더 커질 수밖에 없다. 박현희 선생님도 마찬가지였다. EBS에서 이 정도면 더 자유롭고 아이들과의 상호작용이 일어날 수 실제수업에서는 훨씬 재미있을 것 같았고 잘 가르치실 것 같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박현희 선생님도 내가 했던 고민을 그대로 하셨고, 어떻게 하면 아이들에게 더 쉽고 재미있게 가르칠 것인가가 가장 큰 고민이자 부담이셨고, 아이들의 인격을 존중할 수 있을까, 라는 것을 고백하셨다. 책으로 자신의 수업 방법과 수행평가 등을 밝히는 것은 글쓰는 어려움을 떠나 자신의 방식에 대한 자신감이 없으면 힘들다. 이렇게 책으로 낸 것만으로도 그녀의 교육철학과 아이들과 동료교사들에 대한 사랑, 교육에 대한 고민들이 고스란히 담겨있다고 감히 생각한다.
박현희 선생님이 아이들에게 가지는 태도와 인격을 존중하려는 마음이 다 들렸다(들리는 듯 했다). 여러 시행착오를 겪으며 자신도 수업방식을 개선해왔노라 하며 다양한 수업방식을 공개하기까지의 고충과 노력도 들렸다(들리는 듯 했다). 그 중 다양한 수행평가 방식이 도움이 많이 되었다. 수행평가의 취지를 제대로 살린 평가 방식은 아이들에게도 선생님들에게도 호평을 받을만했다. 고등학교에서는 교사들의 주관적 평가를 배제할 수 없는 게 현실인데 그것을 평가의 객관성 운운하며 불신의 목소리를 내는 현실에서 가장 적당한 방법은 서술형 지필수행평가로 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박 선생님은 실제 생활과 연계한 수행평가를 장기간 걸쳐 시행하였으며 실제로 아이들도 느낀 바가 많겠금 좋은 기회를 제공하셨다. 수업도 그렇다. 토론 수업의 경우 구체적으로 자신의 경험담을 풀어놓아 나도 시도해볼 용기를 가지게 했고 무엇을 더 준비하면 되는지 감을 가지게 해줬다. 짬짬이 수업시간에 활용할 수 있는 게임들, 그리고 아이들과 교사들에게 추천하는 책들까지 소개되어 있다.
고맙다. 이렇게 책으로 내주어 그것을 함께 공유해주니 정말 감사하다. 지식과 정보 전달자를 넘어 산 경험으로 연결될 수 있게 노력해왔던 그녀의 고민과 땀의 결실을 이렇게 오픈하여 '이런 수업 어때요?'라고 제안하는 쿨한 모습이, 나도 저런 선배가 될 수 있도록 해야겠다는, 정말 식상한 다짐을 진심으로 하게 된다. 이제 나도 교직사회에서 중견까진 아니지만 그 근처에 오를 정도의 경력이 되었다. 누군가에게 본보기가 되어야 할 입장이고 신규교사때처럼 몰라서 못하고, 실수하는 것들보다 잘 알고 후배교사들에게 귀감이 될 수 있는 교사가 되어야겠다는 책임감과 부담감이 점점 커지는 것이 사실이다. 나에게 기대는 듯한 질문과 눈빛들을 마주하는 경우가 많아질 때마다 그 무게감에 자리를 피하고 싶을 정도다. 아, 선배라는 자리가 힘들구나, 이러이러한 뒤담화나 평가 이전에 나부터 그런 모습을 보여야겠구나 하는. 아직 교육에 대한 사명감이 살아있고 이런 저런 시도를 해보려고 작은 도전들도 하는 내 모습을 격려하며 적어도 정체되지 말자,라는 다짐을 불끈 해본다.
| 땅콩 선생이 수업을 통해 학생들과 나누고 싶은 이야기도 바로 이것이다. 효율성과 유용성을 최고로 치는 이 세상에서, 세상에 유용한 능력에 따라 줄을 세우는 이 세상에서, 어떻게든 적은 비용을 들여 큰 만족을 얻으면 합리적인 사람이라고 부추기는 이 세상에서, 유용한 존재로 기능하기보다는 존재 자체로 충만한 삶, 그 행복을 학생들과 함께 누리고 싶은 것이다. |
| 이 책의 14p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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