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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여덟의 여름. 제목만 봐서는 청춘소설이나 성장소설처럼 느껴진다. 표지도 나른한 여름 오후의 풍경을 담은 듯 해서 더욱 그렇게 느껴진다. 하지만, 책 뒷표지를 보면 생각이 좀 달라진다. 총 4편의 단편을 소개한 글에서는 뭔가 알 수 없는 것이 숨겨져 있다는 생각을 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미쓰하라 유리. 워낙 적은 작품을 펴내는 작가인데다가 우리나라에서 소개된 책도 이 한 권뿐이라 나도 이제서야 접한 작가이다. 하지만 이 한 작품이 이렇게 깊은 인상을 남길 줄은 이 책을 선택하면서도 전혀 생각지 못했다. 이 책은 총 네편의 단편이 실려 있다. 표제작인 <열여덟의 여름>은 열여덟살의 소년 신야가 강변에서 만난 수수께끼의 여성 구미코와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하지만 이 둘의 만남이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 그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다. 신야와 구미코조차도. 첫부분을 읽었을 때는 첫사랑을 하게 되는 소년의 이야기인가 싶었다. 왠지 분위기가 그랬기 때문이기도 하고, 제목자체도 뭔가 푸릇푸릇한 느낌을 주기 때문이다. "너무나도 그리워서, 그리운 만큼 너무나도 미웠기 때문에, 누군가를 죽여야지만 이 마음이 가라앉으리라 생각했어. 그런데 누구를 죽여야 할지 알 수가 없었어. 내가 가장 증오하는 그 사람을 죽일까, 그 사람을 독차지하고 있는 부인을 죽일까, 아니면 그 사람이 매일같이 돌아가는 행복한 가정인가 뭔가 하는 곳의 중심이 되는 아들을 죽이면 좋을까. 이 나팔꽃 화분은 바로 그걸 결정하기 위한 거야. '어느 쪽으로 할까요'하고 비슷한 거지. 가장 먼저 꽃을 피운 화분이 타깃이 되는 러시안 룰렛." (61p) 하지만, 읽으면서 점점 묘한 위화감을 느끼게 되고, 구미코가 '아빠', '엄마', '그', 그리고 '그녀'라는 이름을 붙인 나팔꽃 화분 네 개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것을 보면서 등줄기가 오싹해졌다. 그런 반면, 안타까움과 애틋함도 함께 느끼게 되었달까. 상대에게 완전한 자신을 보여주지 않는다. 그것이 신야와 구미코가 만나면서 선택한 방법이었다. 그리고 이것이 이 미스터리의 절정이다. 신야의 사랑과 구미코의 사랑, 그리고 두 사람의 접점이 무엇인지 밝혀지면서 클라이막스를 맞게 되는 이 단편은 미쓰하라 유리란 작가의 작품을 처음 접하는 내게 예상치 못한 충격과 안타까움을 안겨주었다. <자그마한 기적>은 아내와 사별한 남자 미즈시마와 그의 아들 다로의 이야기이다. 5년전 세상을 떠난 아내, 그리고 남겨진 건 아직 어린 아들 뿐. 아내를 사랑했던만큼 재혼은 생각지도 않았던 미즈미마는 아들의 육아를 위해 장인장모가 있는 오사카로 이사를 한다. 그곳에서 만난 서점 주인 아스카와 미즈시마 부자의 이야기는 '누군가'를 잃어 상실의 아픔을 가진 사람들이 또다른 만남을 가지면서 치유되고 재생되어 가는 이야기이다. 누군가를 잃었다는 기억은 큰 상처와 아픔을 남긴다. 그래서 새로운 출발에 대해 주저할 수 밖에 없다. 아들의 성장담, 그리고 아내와 결혼할 남자을 잃은 남녀의 만남과 새로운 한걸음에 관한 이 이야기는 너무나도 따스해서 참 기분이 좋았달까. 또한 단편답지 않게 꽤 많은 등장인물이 나오는데, 그중 미즈시마가 근무하는 서점에서 일하는 아르바이트생 레미의 이야기 역시 짧지만 무언가 가슴을 따스하게 채워주는 느낌을 받았다. 세번째 작품인 <형의 순정>은 이 작품집 중에 가장 짧고, 가장 유쾌하다. 반백수나 다름없는 허우대만 멀쩡한 연극배우 형과 그런 형을 보면서 자라서 속이 여물대로 여문 동생, 그리고 형이 사랑하게된 한 여자의 이야기를 담고 있는 이 단편은 유쾌하면서도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들었다. 자신의 일이란 것에 대한 진지한 생각이랄까. 그리고 가벼운 미스터리도 첨가되어 있어 더욱더 즐거웠다. 마지막 작품인 <이노센트 데이즈>는 가장 음울하고 어두웠지만, 반대로 너무나도 안타까웠던 작품이기도 하다. <열여덟의 여름>과 비슷한 느낌을 주지만 더 어둡고 더 애틋하며 안타까웠달까. 지금은 성인이 된, 학원의 제자가 가진 과거의 비밀이 하나둘 드러나면서 그 음울함과 어둠은 더 깊어진다. 사람들이 상상하던 것, 마음대로 추측하던 사실 이면에 숨겨져 있던 그 사건의 진실은 수년의 세월이 지난 지금 그 상처를 드러내고야 말았다. 재혼한 부모들이 가진 비밀을 알게 된 다카시와 후미카. 부모를 증오할 수 밖에 없었던 아이들의 상처받은 마음은 결국 치유되지 못했다. 피가 섞이지 않은 남매이고, 서로를 사랑했지만, 그것은 이루어질 수가 없었다. 후미카가 다카시에게 가까이 가도 다카시는 후미카를 받아들이지 못했다. 도대체 무엇이 다카시의 마음을 막고 있었던 것일까. 그러나 그후 다카시는 죽음을 맞았고, 후미카는 20살의 밝고 맑음과는 동떨어진 악의만을 남긴 존재가 되어 버렸다. 왜 부모가 저지른 일때문에 그 아이들이 고통받아야 할까. 죄마저도 물려받는 것일까. 담담하게 고백해오는 후미카의 이야기를 들으면 두렵고 오싹하기보다는 너무나도 안타까워서 꼬옥 안아주고 싶었다. 아이를 외면하는 어른, 그리고 그것이 가져온 현재는 생각보다 너무나도 참혹했다. 총 네편의 작품이 각기 다른 개성을 지니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 단편들이 연결되는 것은 꽃이란 모티브. <열여덟의 여름>은 나팔꽃, <자그마한 기적>은 금목서, <형의 순정>은 헬리오트로프, 그리고 <이노센트 데이즈>는 협죽도란 꽃이 등장한다. 꽃이 가진 비밀이랄까. 각각의 꽃이 상징하는 바가 다 다르다. 이런 것은 아주 사소한 것처럼 보여도 꽤 큰 역할을 담당한다. 그래서 더욱더 흥미로운 미스터리가 되는 것이다. 가벼운 마음으로 읽기 시작했지만, 미쓰하라 유리라는 작가에 대해 커다란 흥미와 관심을 갖게 만든 작품,『열여덟의 여름』은 우리가 가장 가깝다고 느끼는 가족에 관한 이야기이면서, 우리가 잘 안다고 생각했던 가족에게는 오히려 우리가 몰랐던 모습이 더 많지 않나 하고 느끼게 만든 작품이었다. 그리고 우리가 밖에서 보는 가족과 안에서 그 구성원들이 직접 겪는 가족의 모습이 다르다는 것도, 내심 알고는 있지만, 거듭 충격으로 다가온 작품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이 책의 매력은 각각의 단편이 내놓은 결말부에 있다. 일그러지고 생채기 났던 삶이 다시금 회복되어감을 암시하고 있기때문이다. 서늘한 미스터리 뒤에 남겨진 따스한 결말이랄까. 이런 점이 정말 매력적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
인상깊은 구절삭막하고 따분한 요즘 세상에는 산이 움직이는 일도, 빵이 하늘에서 떨어지는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하지만 어리석은 인간이 어리석은 착각 때문에 자신과 주위 사람을 불행하게 만드는 일을 막는 정도의 기적은 지금도 충분히 일어날 수 있다.
다다미가 깔려있는 그림의 표지가 인상적이다. 마치 나른한 일요일오후의 내 일상을 보는 거 같아 친근함마저 든다. 처음에는 일본소설이 대부분이 그렇듯 이 책 역시도 그냥 일상적인 이야기로 채워진 쉽게쉽게 읽을 수 잇는 책으로 여기며 가볍게 읽어내려갔지만.. 하지만 한장한장 넘길 수록 가볍게, 쉽게 쉽게 넘길 수 있는 책이 아니라는 걸 깨닫게 되었다.
이 책은 꽃을 키워드로 [열여덟의 여름, 자그마한 기적, 형의 순정, 이노센트 데이즈] 이렇게 총 네개의 단편이 실려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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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5회 일본추리작가협회상 단편부문을 수상한 '열여덟의 여름'을 비롯하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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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팔꽃, 금목서, 헬리오트로프, 협죽도등 네 가지 꽃에 숨겨진 4색(四色) 비밀 분명 단편집인데 왜 연작미스터리라고 하는거지? 하는 의아함이 있었는데 꽃이라는 소재 때문에 그런 듯. 원래 내용이 짧아 아쉬움만 하나가득인 단편은 안좋아하는데 예전에 나의 미스터리한 일상을 읽을때처럼 단편 단편의 이야기들이 주는 다양함, 새로움에 푹 빠져들어 읽었다.
18살 소년의 순정이 묻어나오는 것 같아 그 마음이 조금은 애잔했고, 자그마한 기적은 '금목서'의 향기로 인한 . .세대 차가 부른 오해와 가족의 정을 따뜻하게 풀어냈으며, 형의 순정은 헬리오트로프라는 이쪽저쪽에서 부르는 이름이 다른 꽃으로 막무가내 형의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이 애틋하면서도 미소 짓지 않을 수 없는 작품이었다. 미스터리가 아녔지만 그 상큼한 재미를 줬던~ 이노센트 데이즈는 독이 있는 꽃 협죽도. 하지만 폐허가 된 히로시마 거리에 피어난 협죽도의 강인함이 사람들의 희망이되어 히로시마의 시화(市花)로 쓰였던 . . 옛 제자가 겪은 과거의 비극에 얽힌 진실이 여러가지 면에서 충격적이었다. 네개의 단편중 최고가 아닐까 싶다. 페이지 분량이 제일 많은 것으로도 알 수 있을 듯~
절대로 알고 있음을 드러내서는 안 되는 비밀 때문에 진심을 전하지 못한 신야, 서로가 지닌 상처의 무게 때문에 쉽게 마음을 표현할 수 없었던 미즈시마와 아스카, 고백을 눈앞에 두고 돌아설 수밖에 없었던 도이치, 좋아하는 사람의 죽음을 막을 수 없었던 후미카, 그리고 이들의 안타까운 마음을 지켜보며 격려하는 주변 사람들까지. 애달픈 이야기, 따스한 이야기, 코믹한 이야기, 어두운 이야기한데 어우러진 모습이 자세히 들여다보면 모두 우리네들의 모습이 아닐런지. 결코 혼자가 아니라고 말해주는 듯 하다. 이 미스터리가 굉장하다 베스트 10위에 선정됨과 동시에 연애소설 부문 추천 1위를 차지한 독특한 전력을 지닌 단편집인지 이해가 되더라.
"원래 인간은 이기적인 동물이야. 누군가를 위해서 무슨 일을 하는 것은, 그 사람이 슬퍼하는 것을 보면 자기가 괴롭기 때문이야. 그 사람이 기뻐하는 것을 보면 자기 기분이 좋아지기 때문이란 말이야. 그게 나쁘다는 건 아니야. 단지 그 사실을 잊어서는 안 돼. 그걸 잊으면, 나는 당신을 위해서 이렇게 해줬다는 우월감이 생겨나거든. 그런데도 당신은 나를 위해서 해준 게 없다면서 원망을 품게 되지. 정말 바보 같은 이야기야. 네가 만약 아버지와 어머니를 위해 안정된 길을 선택했다면, 그건 부모님을 위해서가 아니라 부모님을 걱정시키는 쪽이 꿈을 포기하는 것보다 더 괴롭기 때문이라는 거지. 그걸 절대로 잊지 마. 그것도 네가 선택해야 할 몫이야. 어느 쪽이든 훌륭한 선택이지. 하지만 내가 희생한다는 마음이 계속 남을 것 같으면, 그쪽을 선택하지 않는 게 좋아. 원망을 품고 살아가는 것만큼 개떡 같은 인생도 없으니까." [p.119 형의순정 中에서]
덧)
자그마한 기적 -
이 분야를 생업으로 삼고 있는 사람이라면, 책 진열장만 봐도 그 서점의 수준을 한눈에 파악할 수 있다. 앨리스밀러의 영혼의 살인(심리치료의 세계적 권위자로서, 교육이라는 미명하에 이루어지는 아동대상 폭력 행위의 위험성을 이 책을 통해 알리고 있다) 을 추리소설코너에 진열해놓은 될 대로 되라 식의 서점이 있는가 하면, 아리스가와 아리스의 책을 여류작가 코너에 꽂아놓을 만큼 지식이 부족한 서점도 본 적이 있다 [p.86~87]
서점에서 일하는 미즈시마씨. 아내 친정 근처로 이사해 집근처 서점을 둘러보는 내용을 표현해놓은 글을 읽다 피식피식 웃고 말았다. 충분히 있을수 있는 일이란 생각에ㅋ 작가의 경험담이 아닐까 싶기도 하고 ~ 아리스가와 아리스 작가님 이름이 나와서 반갑고, 마침 읽으려고 빌려놓은 아리스가와 아리스님의 하얀토끼가 도망친다가 있어 다음책은 이걸로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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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볍고 일상적인 미스터리였던것 같다. 뭐라고 딱히 정의 내리기 곤란한 정체가 명확하지 않는 미스터리소설 같기도 하고, 그냥 일상적인 드라마적인 소설 같기도 했다. 간단히 말하자면 일상에서 흔히 품을 수 있는 의문에 대한 사건이나 사실을 미스터리적 요소로 풀어낸 이야기이다.
(열여덟의 여름)에는 4개의 단편이 있다. 각 단편마다 꽃에 관련된 모티브를 지니고 이야기가 전개된다. 나팔꽃, 금목서, 헬리오트로프, 협죽도. 누군가의 소망을 담은 꽃, 누군가의 저주와 증오를 담은 꽃, 누군가의 사랑과 희망을 담은 꽃에 관한 보고서 같았다.
(열여덟의 여름)에서 미우라 신야는 어느날 다리 위에서 그녀를 만났다. 그녀의 정체는 무엇일까. 그림 한장으로 그녀 스오와 신야는 친해지게 되고, 신야는 왠지 미스터리한 스오에게 관심을 가지게 된다. 그녀가 키우는 4개의 화분에 나팔꽃 씨를 심고 엄마, 아빠, 그, 그녀라는 이상한 이름표를 달아준다. 어느 화분의 씨가 가장 먼저 꽃을 피울지 기다리는 스오지만, 한편으로는 다 죽어 버렸으면 하고 바라기도 한다. 신야와 스오의 이상한 관계가 드러 났을 때 '아, 일반적인 미스터리와는 다르구나.'하는 느낌을 받게 되었다. 4편 중에서 가장 미스터리적 느낌을 가진 <이노센트 데이즈>는 부모에게 받은 상처를 이겨내지 못해 힘들어 하는 후미카의 이야기이다. 학원선생님이였던 고스케에게 은연중 도움의 손길을 바라는 후미카는 모든 가족이 떠나(죽음) 버려서 힘들어하는 것일까. 담담하게 자신의 이야기를 하는 후미카. 상처받은 후미카를 잡아 주고 싶은 고스케의 이야기는 죄를 떠나서 절망 앞에서 손내밀어 잡아주는 마음이 강하게 와닿는다. 총 4개의 단편들의 이야기가 모두 범인도 죄도 추궁도, 모든 것을 떠나서 희망적으로 느껴지는 느낌이였다.
"이런 생각을 한 당신을 전 이해합니다. 우리같이 이겨내요." 이런 느낌의 잔잔하지만, 인간적인 느낌을 받게 되었다고나할까?! 사람이 살면서 누군가를 미워하고 증오하고, 그래서 일어날수 있는 일들을 이야기한다. 그리고, 누군가에 대한 사소한 오해와 편견에서 비롯되는 헤프닝같은 이야기도 아주 맛깔스럽고 진지하게 말하고 있었다. 우리가 사는 모습을 조용히 객관적으로 바라보는 느낌이란 생각이 들면서 타인에 대한 인식과 편견, 오해에 대한 위험성과 중요성에 대해 생각 해본다. 일상적인 모습에 보이는 아름다움과 아름다움 뒤에 감추어진 비밀과 어두움과 오해는 아름답기는 하지만, 그 아름다움 속에 감춰진 꽃의 가시와 독에 비교되는 것같다. 사소한 오해와 편견이 꽃의 가시와 독이 되어 치명적인 결과가 되어 나타나듯이. 은은하고 잔잔한 이야기지만 생각해볼 것이 많은 시간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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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여덟.. 지금 생각해보면 딱 좋았던 학창시절.. 하지만 그때는 왜 그렇게도 싫었었는지... 얼른 어른이 되고 싶었던 마음, 책상위에 쌓여만 가던 문제집들, 더워서 부채를 펄럭거리던 교실.. 이런것만 생각나지 정작 즐거웠던 그 일을 그 시기가 지나고서야 생각나는 것 같다. 왜 그렇게도 지겨웠는지.. 지금 생각해보면 그때만큼 좋았던 시간도 없었건만.. 요런 생각을 가지고 책을 읽었는데.. 사실 미스터리란 말에 더 끌렸다.
책은 4개의 이야기로 구성되어 있고.. 각각 대표적인 꽃이 하나씩 나온다. 나팔꽃, 금목서, 협죽도, 헬리오트로프.. 꽃과 연관지어서 이런 소설을 쓸 수 있다니.. 새삼 소재의 다양함을 느꼈다.
이중에 좋았던 이야기는 2번째 금목서, 3번째 헬리오트로프와 관련된 이야기이다. 첫번째 이야기는.. 별로 좋아하는 않는 이야기였고.. 구성면이라던가 이런건 괜찮았는데.. 그 관계가 참.. 그리고 마지막 이야기는.. 생각보다 무서웠다. 역시 제일 무서운 것은 사람이라는걸 또 다시 실감했다.
금목서는 아버지와 아직은 어린 아들의 어찌보면 의사소통에서 비롯된 오해다. 읽으면서도 무슨 뜻인지 모르다가.. 책 뒷편에 있는 작은 글귀를 보고 알게 되었다. 읽는 내내 아들의 영악함에 싱글싱글 웃으면서 볼 수 있었다. 이런 기특한 아들이라니.. 수동적인 아빠의 마음을 눈치채고, 아빠의 마음을 대신 전해주기도 하지만.. 직접 말해야 할 부분은 또 절대 나서지 않는다. 이 아들.. 정말 영리하지 않은가?ㅎㅎ
헬리오트로프.. 꽃 이름도 어렵다. 그치만 소제목 형의 순정은 너무나 제목이 절묘하다. 말 그대로.. 앞만 보고 달려왔던 형을 한번은 멈추게끔 만들고, 뒤를 돌아보게 만들었던 이야기. 이 두 이야기가 가장 좋았다. 무엇보다 가족이라는 것이 좋았는지도 모르겠다. 그러고보면 1,4편의 이야기는 가족을 파괴시키는 이야기였는지도? 그나마 1편은 끝이 괜찮았지만.. 4편은.. 허어.. 더 말하면 안되니까 나머지는 읽어보시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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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인을 위해서 자신의 인생을 선택하지 말라.
미쓰하라 유리의 작품에서는 미스터리, 스릴러 이런 장르에 흔한 피를 동반한 혐오스런 사건은 등장하지 않는다. 마치 이웃집 아는 이를 통해 들을 법한 동네 소문과 그 뒤에 숨겨진 진실을 엿보는 기분이랄까. 평범한 등장인물과 평범한 일상의 흐름에 한줄기 가느다란 균열이 생기듯 조심스럽게 들어나는 미스터리. 각기 다른 나이대의 남자 주인공들이지만 그들의 공통점은 약간 소심 하지만 의지가 곧고, 말수는 적지만 배려심이 깊고, 사물을 겉만이 아닌 내면을 들여다보려는 노력을 하고, 조금은 통찰력이 있는 듯하다. 세심함과 다정함. 그러기에 상대에게 휘둘리기도 하고 상처받기도 하지만, 상대의 내면에 숨겨진 비밀을 아우를 포용력을 발휘할 수 있는 것인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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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기 네 개의 꽃을 소재로 한 네 개의 에피소드. 그리고 비밀과 미스터리.
'아빠' '엄마' '그' '그녀' 이상한 이름의 화분에 숨겨진 비밀은? - 열여덟의 여름 "망설이고 있는 것 같아도 무의식 속에서는 이미 결정한 경우도 있다고.""심리학적으로 봤을 때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일이지요." - p 51~52 구미코가 화분에게 결정권을 맡긴 순간에도 이미 그녀의 마음은 결정되어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예상외의 변수인 신야가 나타났고, 구미코가 알면서도 인정하기 싫었던 것을 신야가 끄집어내고 말았던 것이리라.
"변소 같은 냄새가 나더라고" 아들의 말은 진심일까? - 자그마한 기적 인간이 얼굴에 웃음을 머금는 건 아름답게 보이고 싶어서, 또 상대방에게 호의를 전하고 싶어서, 그리고 누군가를 격려하기 위해서... 그 목적이 무엇이든 간에 어느 정도는 다른 사람에게 보이기 위한 것이다. 순수하게 자신의 기쁨에서 우러나오는 웃음은 아기를 제외하고는 좀처럼 보기 힘들다. - p 135 어린 아이의 솔직함은 때론 참 잔인하다. 하지만 있는 그대로의 사실을 말했을 뿐이다. 어른들이 이렇게 저렇게 꼬고 꼬아서 여러 번 생각해서 내뱉는 말과는 다르게 그 안에 어떠한 의도가 담겨있는 것은 아니다.
"정정당당하게 구혼하고 오겠습니다." 형은 사랑을 이룰 수 있을까? - 형의 순정 "형은 말이지, 자신의 길이니까 자기 혼자 걸어가면 된다고 생각하는 것 같지만, 주위에는 다른 사람들도 걸어가고 있고, 형이 서슴없이 성큼성큼 걸어가는 바람에 가고 싶은 코스에서 비켜 가야 하는 삶도 있다는 거, 생각해본 적 있어?" "원래 인간은 이기적인 동물이야. 타인을 위해서라고 해도, 결국은 자기 자신을 위해 행동하는 거지. 누군가를 위해서 무슨 일을 하는 것은, 그 사람이 슬퍼하는 것을 보면 자기가 괴롭기 때문이야. 그 사람이 기뻐하는 것을 보면 자기 기분이 좋아지기 때문이란 말이야. 그게 나쁘다는 건 아니야. 단지 그 사실을 잊어서는 안 돼. 그걸 잊으면, 나는 당신을 위해서 이렇게 해줬다는 우월감이 생겨나거든. 그런데도 당신은 나를 위해서 해준 게 없다면서 원망을 품게 되지. (중략) 네가 선택해야 할 몫이야. 내가 희생한다는 마음이 계 속 남을 것 같으면, 그쪽을 선택하지 않는 게 좋아. 원망을 품고 살아가는 것만큼 개떡 같은 인생도 없으니까." - p 197, 199 참 귀여운 열혈 형이구나 싶다. 형의 순정을 무조건 지원해주기도 그렇다고 말리기도 난감하지만. 한 가지 밖에 볼 줄 모르는 형의 순박함에 웃음이 절로 난달까.
"나는 독이 있는 꽃이에요." 비극의 끝은 어디일까? - 이노센트 데이즈 돌에 걸려 넘어졌던 장소를 가르쳐주면, 학생들 스스로 그 돌을 뛰어넘어 앞으로 달려 나가는 경우가 있다. - p 218 무언가 좋지 않은 기운이 스멀스멀 피어나는 분위기의 에피소드다. 터무니없는 낙천주의자 같은 고스케이기에 대조적으로 후미카의 어둠이 더욱 깊어 보인다.
동화 같은 파스텔 톤의 표지 속 화분 네 개는 단순히 열여덟의 여름에 나오는 구미코가 키우던 나팔꽃 화분4개로 보아도 좋고, 조금 더 나아가서 이 책에 등장하는 네 가지 ‘꽃’을 키워드로 하는 네 편의 미스터리로 보아도 좋겠다. 꽃을 피운 것도 있고 아닌 것도 있다. 아직 활짝 꽃을 피운 모습이 아닌 것은 아직 이들의 청춘이 여물지 않았기 때문이다. 쉽게 쓰러질 수도 있는 어린잎처럼 이들도 쉽게 좌절하고 분노하고 번뇌하고 아파한다. 하지만 여름이 끝나고 환하게 피어날 거라 믿음이란 싱싱한 생명력을 발산한다. 이미 활짝 핀 꽃이라도 어린잎과 다를 바가 없다. 그리고 숨겨진 의미랄까? 누워있는 사람의 다리 위로 드리운 창틀의 그림자. 마치 발목이 묶인듯 잡힌듯한 모습이다. 그것은 신야의 발일 수도 있고 이 책에 등장하는 누군가의 발일 수도 있다. 나아가기 위해서 떨쳐내야 할 그늘. 누구에든 그러한 그늘이 자리 잡고 있다. 스스로의 힘으로든 누군가의 도움을 받아서든 말이다.
네 개의 에피소드가 갖는 공통점은 남자 주인공들의 성격적 공통점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바로 그들의 역할이다. 유약하지만 곧은 성격인 신야, 미즈시마, 요지, 고스케 이 네 사람은 섣부르게 행동하기보다 조금 소심해 보이기도 관망하는듯 보이기도 하지만 묵묵하게 사태를 지켜보며 세심하게 배려를 한다. 비판도 성급한 판단도 비난도 하지 않는다. 이해하려 하고 배려하려는 노력 그것이 상대에게 전달되어지는 것. 그리고 그것이 구원이지 않았을까 싶다. 누군가 날 이해해주고 있다, 누군가 날 배려해주고 있다고 느끼며 안심하게 만드는 것. 인심이 메마르고 사회가 극도의 개인주의화 될수록 사람들은 더욱 외로움과 고독함에 빠져들고 만다. 해야 할 필요가 있는 말들이 생략되고, 외면하고, 감정적 단절을 하여, 누구에게도 속을 털어놓지 못하기에 더욱더 안으로 침잠하여 속으로 곪아버리고 마는 것이다. 하지만 저기 네 사람은 그러기 전에 손을 내밀어 상대를 밖으로 끌어내어 준다. 곪은 상처를 터트려 피가 날지언정 고름을 짜내어 새살이 돋을 준비를 해주는 것이다. 이해의 손길이란 약을 발라 주는 것, 그것이 그들의 역할이다. 미쓰하라 유리가 말하고자 하는 것도 그런 게 아닐까 싶다. 비판하기에 앞서 먼저 손을 내밀어 주고, 하고 싶은 말들이 많더라도 우선 상대의 말을 들어주라는. 무관심과 외면으로 벽을 쌓기보다는 세심함과 다정함, 이해와 배려로 서로에게 다가서자는 것이라 여겨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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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개천절 연휴에 이책을 받아 들고 네가지 내용의 단편으로 엮어져 있는 "열여덟의 여름"
그 각각의 단편의 내용을 읽다보면
이 책은 꽃이라는 키워드로 연결된 네가지의 이야기인데, 열여덟의 여름에는 나팔꽃이,
일본추리작가협회상을 받은 이 책은
하지만 뒤로 가면 갈수록 역시 추리소설이구나.. 하며 감탄할수 있었다.
특히 맨 마지막 이야기인 이노센트 데이즈는 섬뜩한 추리 이야기로
읽을 당시에는 잘못느꼈는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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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읽기 전 까진 미스터리의 느낌을 받지 못한책입니다. 하나도 못 받은 건 아니지만 그래도 약간 따뜻한 이야기에 미스터리적 요소가 조금 가미된 기분이라 해야할지, 비교적 최신간인 히가시노 게이고의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처럼 미스터리 작가가 쓴 일상물에선 어쩔 수 없이 미스터리의 향기가 난다. 뭐 이런 느낌이었습니다. 하지만 이 소설이 그래서 별로였다! 이런 것이 아니고 상당히 괜찮았다는 것입니다. 기분 좋아지는 훈훈한 이야기들 속에서 그런 미스터리라는 흥밋거리가 있으니 더더욱 집중해서 읽을 수 있었습니다. 소설은 각각 네개의 단편 소설로 이루어져있으며 핵심 키워드는 '꽃'입니다. 아마 작가가 염두해둔듯. 꽃말까지도 연관되어있는 꽤 재미있는 퍼즐이라고 생각되네요. 거기다 꽃을 좋아하고 꽃 처럼 상큼한 여운을 느낄 수 있었기에 소재 선택을 아주 잘 했다고 생각했습니다.
각 단편소설을 소개하자면 너무 지루해지니, 제가 가장 인상깊었던 한 소설만 애기하겠습니다. 형의 순정이라는 가장 마지막에 실린 단편 소설인데, 그 형의 활발함과 이기적임, 냄비 근성이 굉장히 좋았습니다. 마치 저를 보는 것 같았거든요. 좋아하는 여자가 생기면 앞뒤 안가리고 무작정 돌진하며 자신이 원하는 것을 쟁취하려 하는 화끈함과 터프함도 좋았습니다. 그 동생의 심정도 이해가 되는 것이 저런 사람과 언제나 함께라면 꽤 지칠법도 하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뒤치다꺼리를 하려니 진땀이 다 빠지겠죠, 제 주위 사람들에게도 괜시리 미안해졌습니다. 언제나 다 읽고 짧게 메모를 해두는데 이 소설을 읽고는 이렇게 메모를 했습니다.
'사람은 이기적이라 타인을 생각한다고 해도 자신이 좋을 대로 산다.'
제가 이기적인 사람의 표본이라고 생각되지만… 아무튼 예기치못한 자아성찰을 하기도 했습니다. 전체적인 분위기는 유쾌해서 내내 즐거운 기분으로 읽었네요. 형의 사랑은 이루어지지 못했지만, 그런 사람들은 언젠가 얻어 걸려서라도 성공하기 마련이죠!
인간관계가 사실적이고 꽃밭에 앉아있는 듯 향기롭고 나른해지는 이야기.
이건 책을 전부 다 읽은 뒤 한 메모입니다. 어떤 책인지 감이 오시나요? 가을이 만연해지니 향기, 나른, 훈훈 같은 키워드랑은 점점 멀어지는 듯한 기분이 듭니다. 여름을 좋아하시고 가슴 한 구석에 하와이라도 만들어두고 싶으신 분들은 한 번쯤 읽으셔도 좋을 것 같은 책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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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여덟의 여름>은 총 네 편의 단편소설로 구성되어 있고, 그 중 첫번째로 소개되는 작품이 '열여덟의 여름'이다. 재수생 소년의 덜 여문 사랑과 비밀이 주제. '자그마한 기적'은 아내를 잃은 남자에게 새로운 사랑이 생겨 아들의 반응을 살피는 내용이다. 아들의 말 한 마디에 남자는 역시 희망을 잃을 뻔하지만 곧 그 말에 숨겨진 뜻이 드러난다. '형의 순정'은 현실감각 없이 꿈만 먹고 사는 청년에게 느닷없이 시작된 사랑을 동생이 지켜보는 이야기. 마지막 '이노센트 데이즈'는 가장 추리소설다운 작품인데, 한 소녀와 소년, 그리고 그들의 부모님의 죽음에 관한 내용이다.
소설은 전체적으로 따스한 느낌이 든다. 약간은 시원한 바람이 부는 여름날처럼. 주인공들은 좌절도 실패도 하지만, 그러면서 한층씩 성장해나간다. 꼭 청소년 주인공이 아니더라도 그렇다. 마음으로 한 단계씩 커나가는 것이다. 아픔도 있지만, 그렇기 때문에 성장하고 그 과정이 굉장히 따뜻한 느낌이라서 훈훈했다. 특히 '형의 순정'에서 그랬다. 꿈만 먹고 사는, 재능이라곤 쥐꼬리만큼도 없고 제멋대로 착각해서 사랑에 빠지는 덜렁이 형이지만 그의 꿈을 응원해주고 싶은 것은 위태위태하지만 한층 성숙해진 그의 모습이 보이기 때문이다.
또 책 소개에서 나왔듯이 각 이야기마다 꽃이 하나씩 등장한다. '열여덟의 여름'의 나팔꽃, '자그마한 기적'의 금목서, '형의 순정'의 헬리오트로프, '이노센트 데이즈'의 협죽도. 그때문에 조금 더 서정적인 느낌이 되지 않았나 싶다.
따뜻하고 감성적인 이야기들, 하나씩 숨겨진 비밀들은 포장된 선물상자같다. 따뜻한 감성을 느낄 수 있어 참 좋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