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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시대 어른들을 위한 판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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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있는 소재들로 구성된 소설집이다. 예전부터 누구에게서인지, 무엇으로부터인지는 대체로 기억해낼 수 없지만, 흔히 들어와 알고 있는 동화 속 이야기들을 차용, 단편소설의 기품에 맞게 변주해낸 것 하며, 미래 달나라에서의 일상적 생활을 소재로 삼은 것 하며 이 단편집에 담긴 총 아홉편의 단편 모두가 다소 비현실적으로 느껴지긴 하지만, 독특한 소재를 바탕으로 쓰여졌다. 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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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있는 소재들로 구성된 소설집이다. 예전부터 누구에게서인지, 무엇으로부터인지는 대체로 기억해낼 수 없지만, 흔히 들어와 알고 있는 동화 속 이야기들을 차용, 단편소설의 기품에 맞게 변주해낸 것 하며, 미래 달나라에서의 일상적 생활을 소재로 삼은 것 하며 이 단편집에 담긴 총 아홉편의 단편 모두가 다소 비현실적으로 느껴지긴 하지만, 독특한 소재를 바탕으로 쓰여졌다. 고전 동화 속 인어 이야기나 달나라의 방아질을 하던 토끼 이야기가 이제는 어른이 되어버린 그들과, 그대로는 더이상 어우러질 수 없는 현실에 맞추어 변형되어버린 느낌이랄까.

 

<본드걸 미미양의 모험>과 <외국어를 공부하는 시간>라는 두 편의 장편을 통해 이미 오현종 작가의 매력은 어느정도 맛보았기에 비록 포지셔닝이 약간 다른 단편이었지만 별다른 생경스러움 없이 편안하게 읽어갈 수 있었다.  읽어가면서 소위 <환상문학>의 대표작으로 꼽히는 가브리엘 마르케스의 <백년동안의 고독>을 읽을 때와 비슷한 느낌을 받았다. 환상문학이나 마술적 리얼리즘이란 표현을 이 책의 수사로 쓰기엔 아무래도 좀 지나치게 거창하다는 느낌도 있으나, 이 책을 장르상으로 분류한다면 그 쪽임에는 별로 틀림이 없지 싶다.

 

 

어떤 문학비평가는 그녀를 아라비안 나이트(천일야화)에 등장하는 세해라자데에 비유했다. 동화적이거나 환상적인 소재를 일상의 차원으로 끌어내려 처지거나 늘어지지 않게 생기와 신선함을 유지해가며 자신의 손맛을 곁들여 다양한 방법으로 요리해가는 수완에 어울리는 비유라고 생각한다. 그녀의 단편들을 읽어가고 있노라면 일상과 동화의 경계가 모호해지는 듯한 느낌이 든다. 즉 동화가 현실이 되고, 평범한 일상도 본드걸 미미양이 그랬던 것처럼 모험할 것이 가득한 판타지 월드가 되어버린다고해야 하나.  



p***i 2012.06.14. 신고 공감 5 댓글 6
리뷰 총점 종이책
소설과 이야기의 차이는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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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트모던 셰에라자드'라는 평론가의 평에 솔깃해진 책이었다. 동화적인 환상이 엿보이면서도 무언가 환상과 동화의 이면의 이야기를 담고 있을 듯한 겉표지도 인상적이었다. 난 처음 들어본 작가였지만 사람들의 평도 좋았다. 이미 한 권의 소설집과 두 권의 장편소설을 써 낸 이력을 가진 작가였다. 이야기는 술술 읽혔다. 퍽 재미있는 것도 있었다. 하지만 단편 하나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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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트모던 셰에라자드'라는 평론가의 평에 솔깃해진 책이었다.

동화적인 환상이 엿보이면서도 무언가 환상과 동화의 이면의 이야기를 담고 있을 듯한 겉표지도 인상적이었다.

난 처음 들어본 작가였지만 사람들의 평도 좋았다.

이미 한 권의 소설집과 두 권의 장편소설을 써 낸 이력을 가진 작가였다.

이야기는 술술 읽혔다. 퍽 재미있는 것도 있었다.

하지만 단편 하나하나를 읽을 때마다, 그래서 뭐? 뭘 말하고 싶은 건데?

하는 생각이 들었다.

도대체 작가는 무엇을 말하고 싶었던 걸까?

재미있는 이야기에 의지해서 하루하루 목숨을 이어갔던 셰에라자드처럼 작가는 몇몇 동화에 의지해서 쉽게 소설을 써 내려간 건 아닐까.

그래서 해설을 쓴 평론가도 해설의 마지막 부분에서 '다만 유념해야 할 것은, 이야기를 들어줄 왕이, 이제 더이상 남의 얘기는 그만두고, 너 자신의 이야기, 네가 만든 이야기, 오로지 너의 방식으로 세상과 적대하는 삶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라고 종용할 순간이 언젠가, 머지않은 장래에 도래할지도 모른다는 점이다. 왕들은 대개 싫증을 잘 내고, 또 종종 자신을 불쾌하게 할 만큼 당돌하고 용감한 이야기꾼을 총애하는 버릇이 있기 때문이다.'라고 염려섞인 말을 달았던 것 아닐까.

널리 알려진 동화의 제목, 혹은 몇몇 소재만을 빌려와 소설과 관련지은 방식은 동화에 대한 새로운 해석도 없고, 새로운 상상력도 없고, 남의 이야기(동화, 동화에 대한 새로운 연구, 다른 사람의 소설)를 그냥 쉽게 가져다 쓴 짝퉁같은 느낌을 준다.

이러한 방식이 새로운 형식 실험으로 느껴지지 않는 것은 왜 일까.  

소설이라기보다 말 잘하는 이가 들려주는 이야기같다는 느낌.

다 읽고 나서 어쩐지 좀 불쾌하고 짜증스런 기분. 

 

s*****n 2009.04.21. 신고 공감 3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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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단하고 달콤한 사과 먹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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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과의 맛>은 참 잘 만들어진 소설집이다.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   그녀는 우리를 달로, 줄을 타는 남자의 가난한 일상으로, 재수없는 시어머니를 증오하는 며느리의 식탁으로, 아버지를 방에 가둔 아들이 사는 집의 거실로 안내한다. 그곳은 일상이기도 하고 상상 속의 세계이기도 하다. 가장 행복한 일은 우리가 그녀가 안내하는 세계 속으로 몰입하게 된다는 사실.   그것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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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과의 맛>은 참 잘 만들어진 소설집이다.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

 

그녀는 우리를 달로, 줄을 타는 남자의 가난한 일상으로, 재수없는 시어머니를 증오하는 며느리의 식탁으로, 아버지를 방에 가둔 아들이 사는 집의 거실로 안내한다. 그곳은 일상이기도 하고 상상 속의 세계이기도 하다.

가장 행복한 일은 우리가 그녀가 안내하는 세계 속으로 몰입하게 된다는 사실.

 

그것은 오현종이라는 작가의 상상력이 매우 흥미로웠기 때문이다.

그녀는 동화와 신화를 우리의 현실에 끌어들이고 동화적인 삶을 사는 주인공들에게 종말을 선고한다. 그러니까 그녀가 우리에게 내미는 사과가 반드시 달콤하다고 볼 수만은 없는 것이지. 어쩌면 어떤 사람들은 그 사과를 한입 베어물고 망설일지도 모르겠다.

과연 나는 이 사과를 삼켜도 되는 것일까?

걱정하지 마시라. 꼭꼭 씹어서 삼켜도 된다. 설사 목에 걸린다 한들....책을 덮기만 한다면 당신은 현실세계로 아무런 문제 없이 돌아올 수 있으니 괜찮다. 어쨌든 난 당신이 집어든 사과가 목에 걸리지 않았으면 좋겠다. 이 책은 사과가 목에 걸려 갑작스레 현실의 세계로 귀환하지 않으면 안 되는 방법보다는 꼭꼭 씹어 사과의 심만 남을 때까지 알뜰하게 먹어치우는 것이 훨씬 어울리는 책이므로. 사과가 단단하고 달콤해서 아삭아삭 소리도 좋고 상큼한 맛과 향도 좋다.

 

...

 

소설들을 읽으면 읽을수록 생각하는 거지만 나는 너무 파격적인 소재는 그렇게 좋아하지 않는 것 같다. 소소하면서도 독특한 소재를 다루는 것이 좋다. 그러니까 발은 땅에 닿아 있으면서도 머리로는 재미있는 상상을 하는 것 같은 소설들 말이다. 그래서 이 소설집의 소설들이 엄청 마음에 들었던 것 같다. 그런데 왜 <본드걸 미미양의 모험>은 그렇게 재미가 없었지?

그 책의 경우 읽다가 말았다. 하지만 이 책으로 그녀를 다시 발견하게 됐으므로 다시 시도해보려고 한다.

그나저나 그 책은 내가 어디다 뒀더라? 제발 상자 속에 들어 있지만은 않기를....수많은 책 상자들을 다 일일이 뜯는 기괴한 일은 별로 하고 싶지 않다.

 

...

 

두꺼운 이불과 뜨끈한 방바닥 사이에 몸을 집어넣고 귤 까먹으며 책 읽는 재미가 쏠쏠한 계절이다. 부디 그 재미에 이 책이 당신과 함께할 수 있기를.

s******y 2010.11.23. 신고 공감 1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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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명적인 독보다 더 강렬한 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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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현종이라는 작가를 알지 못했지만 이 책을 선뜻 구매하게 된 것은 작가의 이름 때문이었다. 시인 정현종님을 좋아하는 내게 현종이라는 이름은 그냥 지나칠 수 없는 이름이다. 당연 남자이려니 했던 작가가 여자라니 이 책은 나의 선택을 받기에 충분했다. ‘동화보다 발칙하고, 영화보다 기발한 아홉 가지 이야기’라는 광고 카피는 탁월했다. 그러나 어디에서도 사과의 맛이라는 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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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현종이라는 작가를 알지 못했지만 이 책을 선뜻 구매하게 된 것은 작가의 이름 때문이었다. 시인 정현종님을 좋아하는 내게 현종이라는 이름은 그냥 지나칠 수 없는 이름이다. 당연 남자이려니 했던 작가가 여자라니 이 책은 나의 선택을 받기에 충분했다. ‘동화보다 발칙하고, 영화보다 기발한 아홉 가지 이야기’라는 광고 카피는 탁월했다. 그러나 어디에서도 사과의 맛이라는 단편은 만날 수 없었다. 정말 의도적으로 기획된 소설집일까. 어쩌면 작가의 전작을 읽었더라면 아마 주저했을지도 모른다. 그런 면에서 사과의 맛을 시작으로 오현종을 만나게 된 것은 내게 다행인 셈이다.

 사실, 동화 속 백설공주나 잠자는 숲속의 공주를 떠올렸다. 여전하게 동화라는 것은 꿈과 환상을 안겨주는게 아니던가. 우리가 살고 있는 복잡하고 무미건조한 일상에서의 환상, 놀이공원에 만날 법한 고딕양식의 아름다운 성을 꿈꿨는지 모른다. 동시에 우리는 안다. 우리가 어린 시절 읽었던 동화가 모두 행복한 결말을 맺은 것은 아니며 때로는 무섭고 끔찍한 이야기가 숨겨져 있다는 것을.

 <상추, 라푼젤> 신선했다. 경어체로 시작하여 부드러움을 강조한다. 상큼함과 가벼움을 상징하는 상추와 상추를 먹는 아내의 뚱뚱한 모습의 설정이며, 상추로 아내의 남편을 유혹해 결국 라푼젤을 갖게 되는 옆집 여자는 마녀라기보다는 계획적이고 현실적인 여자였다.  아이만을 간절하게 원한 평범한 여자. 아름답게 자란 라푼젤을 사랑하는 왕자. 성이 왕이고 이름이 자인 어쩌구니 없는 이름까지 꽤 동화적이다. 그러나 아름다운 요정, 라푼젤은 현실속에서는 남편 왕자를 하염없이 기다리는 아내로 남게되니 이것이 바로 우리 시대의 라푼젤의 자화상이라 말하고 싶었던 것일까. 

 <연금술의 밤>은 열어서는 절대 안되는 판도라의 상자를 떠올린다. 과거의 사랑했던 마리라는 여인을 잊지 못하는 형과 자신이 누군가의 대역으로 사랑받고 있었다는 놀라운 사실을 알고도 마리로 살고자 하는 여자, 그리고 과거의 모든 사실을 알면서 그 둘을 지켜보는 나, 마리가 과거의 사진첩을 열어보지 않았다면 셋은 정말 영원하게 행복할 수 있었을까. 그러나 동화속 행복한 결말은 현실에서는 찾기 어렵다.

 <수족관 속에는 인어가>를 보면 성이 ‘인’이고 이름인 ‘어’라는 반인반어의 여자가 등장한다. 장애를 가진 아름다운 딸의 탄생은 가족에서 무거운 짐이 되며 더구나 창창한 미래를 펼칠 아들이 있다면 인어는 물 속으로 사라져 주기를 내심 간절하게 바랄 것이다. 어부인 아버지가 건져 올린 물병은 새로운 요술램프가 되지만 그들은 인어의 완전한 몸을 요구하지 않았다. 그저 쉽게 부자라는 소원을 말해버린다. 인어의 결혼과 동시에 이사를 가버린 가족과 인어를 사랑하지만 욕체적 교류를 원하던 남편은 그녀를 버리고 만다. 그녀가 선 곳은 탐욕과 음란이 가득한 현실의 공간인 지중해나이트의 수족관속.  목소리를 바꿔 왕자의 앞에선 인어공주처럼 이미 모든 것을 다 주었는데 우리의 인어는 두 다리를 갖지 못했다. 

 <닭과 달걀>단편을 최고의 점수를 주고 싶다. 홀로 아들을 키운 시어머니와 며느리의 갈등은 대부분 시어머니의 압승으로 끝나기 마련이다. 동화적 테마를 갖추지 않아서 다른 단편에 비해 더 돋보였다. 광산으로 금강석을 캐러 남편이 떠난 후, 독선적이고 욕심만 가득한 시어머니를 향한 며느리의 차분하게 치뤄내는 계획적인 결말은 섬뜩했지만 목에 걸린 독이 든 사과가 시원스레 빠져나오는 듯 했다. 음식을 소재로 하여 만든 독특함과 통쾌함은 이루 말할 수 없는 멋진 조화였다.

 동화라는 것을 꼭 같다 붙이지 않아도 이 책을 충분하게 재미있으며 나쁘지 않았다. 9가지 이야기속에는 동화에서 모티브를 찾거나 현대를 살고 있는 동화, 혹은 전설, 신화속의 인물을 상상하게 하지만 그런 설명이 아니더라도 그 자체로 빛나는 소설집이라 생각한다. 그러나 아쉬운 것은 이 작가의 전체적인 작품의 흐름이다.

 

 물론 나는 <동화를 위한 나라는 없다>라는 제목의 김형중님의 글에 전적으로 의지한 것이니 직접 전작을 만나게 된다면 다를지 모르나 <너는 마녀야><본드걸 미미양의 모험>등의 제목에서부터 사과의 맛까지 전체적인 소재나 테마를 모두 동화, 신화의 틀을 벗어나지 못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런 점이 이 작가의 매력이나 특징이 될 수는 있지만 이미 <사과의 맛>을 알아버린 나는 그녀가 더 넓고 다양한 문학을 그녀만의 프리즘을 통해 세상에 보여주길 바란다. 그녀가 새로운 변화의 나래를 펼칠 것이라 믿음도.

r*********s 2008.09.30. 신고 공감 1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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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으면 읽을수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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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을 고를 땐, 나도 모르게 제목에 눈이 간다. 얼마나 '내 스타일'인 제목이냐에 따라 책에 대한 애정이 깊어질수도, 아닐 수도 있다. 오현종의 『사과의 맛』은 그런 의미에서 애정을 더욱 깊어지게 한 소설이다. 몽환적인 일러스트레이션과 더불어 왠지 모르게 더없이 아삭아삭하고 예쁠 것 같만 같은 소설들. 그러나 표면적으론 모두 예쁘고 귀여운 '사과의 맛'은 사실, '표리부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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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을 고를 땐, 나도 모르게 제목에 눈이 간다. 얼마나 '내 스타일'인 제목이냐에 따라 책에 대한 애정이 깊어질수도, 아닐 수도 있다. 오현종의 『사과의 맛』은 그런 의미에서 애정을 더욱 깊어지게 한 소설이다. 몽환적인 일러스트레이션과 더불어 왠지 모르게 더없이 아삭아삭하고 예쁠 것 같만 같은 소설들. 그러나 표면적으론 모두 예쁘고 귀여운 '사과의 맛'은 사실, '표리부동'했다.

 

<상추, 라푼젤>에는 흥분될 때마다 '오 마이 갓!'을 외치는 상추를 좋아하는 아내와 그런 아내를 위해 이웃집 텃밭에서 상추를 훔치는 '신화 및 민간설화 연구소' 연구원인 남편, 그 남편이 상추를 따다 눈 맞은 이웃집 여자가 등장한다. 상추를 좋아하는 부녀회장에게  '간통'으로 과감한 복수를 한 이웃집 여자는 연구원과의 사이에서 라푼젤을 낳는다. 라푼젤은 배를 드러내놓고 밸리 댄스를 즐기다 성은 '왕'이고 이름이 '자'인 왕자와 결혼한다. 라푼젤에게 눈이 멀었다는 왕자는, 그러나 종당엔 나이트클럽의 인어쇼만 쫓아다니다 이렇게 내뱉고 만다.

 

"엄마, 이제야 내 눈이 멀쩡해졌나봐요. 차라리 그냥 눈이 멀어 있었으면 좋았을 텐데...... 머리를 짧게 자른 라푼젤은 꼴도 보기 싫어요. (중략)"

 

『사과의 맛』은 얼핏 동화적 상상력에만 기대는 듯 하지만, 사실은 텁텁함만 자아내는 우리의 일상을 고스란히 반영하고 있다. 이웃집 여자와 '신화 및 민간설화 연구소' 연구원의 간통이 사실상 터진 쓰레기봉투를 함부로 남의 집 앞에 버려놓고 혼자 사는 여자라며 반상회 날짜도 제대로 알려주지 않았으면서 꼬박꼬박 벌금 만원 씩을 걷어간, 상추를 좋아하는 얌체 부녀회장에게 복수를 하기 위함이었다 해도 그것은 그저 뜨악하지만은 않은 것이다.

 

<헨젤과 그레텔의 집>에선 더욱 심층적으로 이 사회의 악취를 파고든다. 숨 막히는 삶이 지긋지긋한 큰 딸이 할머니와 할아버지, 지체장애인 동생을 유기한다. '헨젤과 그레텔' 동화를 전복해 기괴한 이 사회의 일면을 그려낸 소설은, 그것이 짐짓 소설의 세계만은 아니기에 비통함을 자아낸다.

 

판도라의 상자 신화를 모티프로 한 <연금술의 밤>, 인어공주 이야기를 전제한 <수족관 속에는 인어가>와 <연못 속에는 인어가> 역시 각각 가슴 아프기는 마찬가지다. 사회적으로 '정상적인 가족' 범주에서 벗어나는 '비정상적인 가족'의 이야기라던가, 각각 장애인여성과 이주민여성을 다룬 이야기는 읽는 이의 가슴을 후벼파기 때문이다.

 

오현종의 이야기 세계에선, 자본주의 사회에서 '돈'으로 위시되는 권력다툼이 급기야 아버지를 가두고(<열역학 제2법칙>), 포스트모더니즘은 더욱 빛을 발한다.(<창백한 푸른 점>)

 

전혀 동화를 모티프로 하지 않은 듯하면서도 묘한 기시감을 자아내는 <곡예사의 첫사랑>과 <닭과 달걀>은 또 어떠한가. 결국 죽음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었던 옛 것에 대한 향수와(<곡예사의 첫사랑>), 눈을 감을수밖에 없게 만드는 고부갈등(<닭과 달걀>)이 작가의 상상력 안에 현실과 공존한다.

 

그리하여 결국 그저 얌전하기만 할 것 같은 오현종 작가의 얼굴은, 이 신비롭고 다채로운 각 소설 하나하나들과 묘한 대조를 이룬다.

 

씹는 사람마다 전혀 다르게 느껴질 '사과의 맛'은 읽는 이마다 다르게 느낄 게 분명하다. 어떤 이에게는 살의를, 어떤 이에게는 붉은 두근거림을 선사할 『사과의 맛』은 분명 진귀한 보물상자다.  

 

ⓒ Hyang 2010



m*********0 2010.02.11. 신고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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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과의 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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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과의 맛은 인어공주, 라푼젤 등 우리에게 널리 알려진 동화를 현실의 모습과 접목해 새로운 눈으로 바라본 소설이다. 그 시선이 참 신선하고 유쾌했다. 눈여겨 볼 만한 새로운 젊은 작가의 탄생한 것이다. 동화속 주인공들과 닮은 이들이 등장하지만 소설속 주인공들의 삶은 동화와는 다르게 진행된다. 비틀기와 덧보태기의 재미가 생생한 멋진 단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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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과의 맛은 인어공주, 라푼젤 등 우리에게 널리 알려진 동화를 현실의 모습과 접목해 새로운 눈으로 바라본 소설이다. 그 시선이 참 신선하고 유쾌했다. 눈여겨 볼 만한 새로운 젊은 작가의 탄생한 것이다. 동화속 주인공들과 닮은 이들이 등장하지만 소설속 주인공들의 삶은 동화와는 다르게 진행된다. 비틀기와 덧보태기의 재미가 생생한 멋진 단편집.
o******e 2008.12.06. 신고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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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의 깊은 맛, 쌉싸름하고 떫은 사과의 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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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는 동안의 달콤하게 느낄 수 있는 독서의 즐거움은 읽은 후의 씁쓸한 맛으로 바뀐다. 씁쓸하지만 그것이 진정 깊은 맛일 것이다....     인생은 동화가 아니고 동화는 진실이 아니다.   어쩌면 산다는 건 저 단순한 사실을 알기 위해 몸으로 부딪히는 여러 시련의 연속이 아닐까....     이 한 권의 책으로 그 과정을 누군가와 공유할 수 있다는 것이 바로 우리가 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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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는 동안의 달콤하게 느낄 수 있는 독서의 즐거움은

읽은 후의 씁쓸한 맛으로 바뀐다.

씁쓸하지만 그것이 진정 깊은 맛일 것이다....

 

 

인생은 동화가 아니고

동화는 진실이 아니다.

 

어쩌면 산다는 건 저 단순한 사실을 알기 위해

몸으로 부딪히는 여러 시련의 연속이 아닐까....

 

 

이 한 권의 책으로

그 과정을 누군가와 공유할 수 있다는 것이

바로 우리가 소설을 읽는 이유일 것이다. 

g*****5 2008.10.30. 신고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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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과의 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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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론, '어떻게 사람이 이럴수가..'싶어 차라리 소설이었으면..싶은 얘기들이 줄줄이 사회의 표면에 떠오르고, '이런 게 정말 사람답게 사는 건데 말이야..'하는 이야기들은 동화나 소설이 된다.  '소설 쓰고 있네..'의 포장지에 둘둘말린 그들을 우연이거나 호기심으로.. 누군가 포장지를 벗겨내고 세상속으로 존재를 드러내게 되기까지는 백 년이 걸릴지, 천 년이 걸릴지 아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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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론,

'어떻게 사람이 이럴수가..'싶어 차라리 소설이었으면..싶은 얘기들이 줄줄이 사회의 표면에 떠오르고,

'이런 게 정말 사람답게 사는 건데 말이야..'하는 이야기들은 동화나 소설이 된다.

 '소설 쓰고 있네..'의 포장지에 둘둘말린 그들을 우연이거나 호기심으로.. 누군가 포장지를 벗겨내고 세상속으로

존재를 드러내게 되기까지는 백 년이 걸릴지, 천 년이 걸릴지 아무도 모른다.

그저  오랫동안 호리병 속에서 (P.107) 웅크리고 와신상담, 쓸개즙을 마시며 기다리는 수 밖엔 ...

 

'동화적'이라는 말이 주는 해피엔딩이나 아름다움은,"니들이 인생을 알어?"로 반문하며 철처히 현실화된다.

눈물나게 아름다웠거나, 가슴을 쓸어 내리던 해피엔딩의 동화에서 얻은 모티브로 탄생한 주인공들의

옴니버스로 연결된 얘기를 읽다보면.. 마녀의  바구니에서 나온 독이 든 사과는 치명적이어서 더 맛있다!!

 

오현종의 사과의 맛은,

사람다운(?) 삶을 살고 싶어 천 년동안 호리병 속에서 쓸개즙을 마시던 소설속 아름다운 사람들이

(너무 오래 쓸개즙을 마신 탓인지..)현실속으로 뛰어든 순간, '현실보다 더한 소설이 어딨겠어?' 를 리얼 버라이어티 쑈로

동화의 망토를 벗어 재끼며 시작된다.

 

자~이제 변신의 시간이야!!

 

가족은 꼭 붙어 살아야 한다는 편견을 버리라(P.56)고 다그치는 혼자 다섯식구의 생계를 책임지는 나는

현대판 고려장을 보란듯이 실천에 옮긴다. 길잃은 가엷은 동생 그레텔에겐 고단한 현실의 단면인

"돌아오지마, 절대로."(P.64) 로 약간의 흔들리는 양심의 가책을 마무리하고,

다리가 없어 허리 아래 일은 알지 못하는(p.114) 남편에게 버림받은 수족관 속의 인어인 나는

부끄러움이 밥 먹여주지 않는 이상 가슴을 드러내고 머리가  먹먹해 지도록   열심히 흔들지않으면 끝장이다.

외국인 노동자나 화류계의 여인을 연상시키는 인어는, 콩쥐의 깨진 독에 물을 붓듯 갚아도 갚아지지 않은 빚 때문에 ,

지중해 나이트의 현란한 인어쇼를 계속(p.120)해야 하는 인어의 이야기를 읽다보면,

차라리 물거품이 될 수 있었던 인어는 얼마나 아름다웠는지를 실감한다.

 

 

 

라푼젤, 인어공주, 요술램프, 신데렐라, 헨젤과 그레텔, 푸른 수염, SF영화에나 나옴직한  달나라 로봇 손오공에 이르기까지

그들이 들이댄 사과는 거부할 수없는 유혹의 색깔로 흐르고  한 입 베어 문 사과의 맛을 느끼는 순간,

"삼켜!" 더 이상 동화의 나라는 없다는 걸 가르쳐 준다.

그들이 변신을 하며 이미 각오 했다시피, 현실은 언제나 냉혹하고  눈물 따위에 흔들리지 않는다.

 

포스트모던 세에라자드 오현종..

왕은 대개 싫증을 잘 내고, 또 종종 자신을 불쾌하게 할 만큼 당돌하고 용감한 이야기꾼을 총해하는 버릇이(p.299)있는 까닭에,

그녀가 건넨 바구니의 사과들을 다 먹기도 전에 너는 누구냐?로 점점 시선이 옮겨진다.

밤마다 들려주는 그녀의 이야기에 빠져들어 그녀을 사랑하고 마는 왕이 된다.

 

그녀의 전작들을 검색하고  주저없이 선택의 버튼을 누르게 하는 ..간만에 읽은 아주 읽을만한 소설이다!

 

때론, '어떻게 사람이 이럴수가..'싶어 차라리 소설이었으면..싶은 얘기들이 줄줄이 사회의 표면에 떠오르고,

'이런 게 정말 사람답게 사는 건데 말이야..'하는 이야기들은 동화나 소설이 된다.

 ('소설 쓰고 있네..'의 포장지에 둘둘말린 그들을 우연이거나 호기심으로..) 누군가 포장지를 벗겨내고 세상속으로

존재를 드러내게 도기까지는 백 년이 걸릴지, 천 년이 걸릴지 아무도 모른다.

그저  천 년동안 호리병 속에서 (P.107) 웅크려 와신상담, 쓸개즙을 마시며 기다리는 수 밖엔 ...

 

'동화적'이라는 말이 주는 해피엔딩이나 아름다움은 '니들이 인생을 알어?"로 반문하며 철처히 현실화된다.

눈물나게 아름다웠거나, 가슴을 쓸어내리던 해피엔딩의 동화에서 얻은 모티브로 탄생한 주인공들의

옴니버스 형식 연결된 얘기를 읽다보면..

마녀의  바구니에서 나온 독이 든 사과는 치명적이어서 더 맛있다는 것을 야금야금 느낀다.

 

오현종의 사과의 맛은,

사람다운(?) 삶을 살고 싶어 천 년동안 어둠속에서 쓸개즙을 마시며 기다리던 소설속 아름다운 사람들이

너무 오래 쓸개즙을 마신 탓인지..현실속으로 뛰어든 순간, '현실보다 더한 소설이 어딨겠어?'를 리얼 버라이어티 쑈로

동화의 망토를 벗어 재끼며 시작된다.

자~이제 변신의 시간이야!!

 

가족은 꼭 붙어 살아야 한다는 편견을 버리라(P.56)고 다그치는 혼자 다섯식구의 생계를 책임지는 나는

현대판 고려장을 보란듯이 실천에 옮긴다. 길잃은 가엷은 동생 그레텔에겐 고단한 현실의 단면인

"돌아오지마, 절대로."(P.64) 로 약간의 흔들리는 양심의 가책을 마무리하고,

다리가 없어 허리 아래 일은 알지 못하는(p.114) 남편에게 버림받은 수족관 속의 인어인 나는

머리가  먹먹해 지도록  열심히 흔들지않으면 끝장이다.

어느새 외국인 노동자의 신분이 된 듯한 인어는 콩쥐의 깨진 독에 물을 붓듯 갚아도 갚아지지 않은 빚 때문에 서러운

지중해 나이트의 인어쇼는 계속된다.(p.120)

 

라푼젤, 인어공주, 요술램프, 신데렐라, 헨젤과 그레텔, 푸른 수염, SF영화에나 나옴직한  달나라 로봇 손오공에 이르기까지

그들이 들이댄 사과는 거부할 수없는 유혹의 색깔로 흐르고  한 입 베어 문 사과의 맛을 느끼는 순간,

"삼켜!" 더 이상 동화의 나라는 없다는 걸 가르친다.

 

그녀의 전작들을 검색하는 계기가 된..간만에 읽은 아주 읽을만한 소설이다!

 

 

a********3 2008.10.19. 신고 공감 0 댓글 0
리뷰 총점 종이책
농익은 맛의 단편집, <사과의 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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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현종, 최근 한국소설을 자주 접하고는 있지만 내겐 아직 낯선 이름이었다. 그러나 아홉 가지 이야기가 담긴 이 한 권의 책을 통해 단숨에 그녀에게 반해버리고 말았다. 첫 장을 넘기고 첫 이야기를 읽기 시작하면서 첫눈에 반해버렸고, 아홉 가지의 색다른 이야기를 맛보면서 사랑에 빠져버렸다. 마녀의 유혹을 뿌리치지 못하고 독이 든 사과를 먹은 백설공주처럼 나 또한 그녀가 건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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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현종, 최근 한국소설을 자주 접하고는 있지만 내겐 아직 낯선 이름이었다. 그러나 아홉 가지 이야기가 담긴 이 한 권의 책을 통해 단숨에 그녀에게 반해버리고 말았다. 첫 장을 넘기고 첫 이야기를 읽기 시작하면서 첫눈에 반해버렸고, 아홉 가지의 색다른 이야기를 맛보면서 사랑에 빠져버렸다. 마녀의 유혹을 뿌리치지 못하고 독이 든 사과를 먹은 백설공주처럼 나 또한 그녀가 건넨 <사과의 맛>을 연신 입맛을 다시며 맛있게 읽어내렸다. 물론 나는 백설공주처럼 쓰러지지도 오래 잠들지도 멋진 왕자를 만나지도 못 했지만, 그대신 빛나는 작가 오현종을 만나는 행운을 잡았다. 책을 펼칠 때의 놀라움이 책을 덮을 때까지 이어지는 즐거움이란! 간만에 만난 톡톡튀는 단편집이었다.

독특한 시선, 신선한 감각으로 그러나 차분하고 내밀하게 이야기를 이어가는 그녀의 글은 참 재미있다. 한 번 읽기 시작하면 최소한 그 단편은 끝을 내야 책을 덮을 수 있게 만든다. 읽는 재미 뿐만 아니라 그속에서 생각하고 고민할 것들을 하나둘 던져준다. 작가는 동화를 모티브로 하되 거기에 머무르지 않고 그속에 현실의 이야기를 자연스럽게 녹여낸다. 그래서 독자들은 현실감이 느껴지지 않는 비현실적인 상황이나 상상으로 채워진 주인공들에게조차 거부감보다는 동시대의 풍경을 발견한다. 책장을 넘기다 보면 그속에 펼쳐지는 현실의 고단함은 어느새 내 이야기이자 우리들의 이야기가 되는 것이다.

오현종의 새로운 단편집 <사과의 맛>에는 제각각 다른 맛을 내는 아홉 가지의 이야기가 담겨있다. 책의 앞부분에 등장하는 단편 「상추, 라푼젤」, 「헨젤과 그레텔의 집」, 「수족관에는 인어가」, 「연못 속에는 인어가」 등은 제목에서 눈치챌 수 있듯이 너무나 유명한 동화 『라푼젤』, 『헨젤과 그레텔』, 『인어공주』를 모티브로 삼고 있다. 그러나 동화를 모티브로 한다고 해서 결말까지 동화와 같진 않다. 「상추, 라푼젤」은 동화를 유쾌하게 배반하고, 「헨젤과 그레텔의 집」은 버려진 아이들 대신 삶의 무게에 짓눌려 허덕대는 가족을 보여주며, 「수족관에는 인어가」와 「연못 속에는 인어가」에는 슬픈 사랑 대신 비참한 삶에 허덕이는 '인어'가 등장한다.

숱하게 들어왔던 익숙한 동화들은 작가 오현종의 손을 거치면서 멋지게 변주되어 현실의 옷을 입는다. 손자를 보느라 늙어서까지 꼼짝 못하는 이 시대의 부모님들, 숨쉬기조차 벅찬 현실에 밀려 버려진 노인들, 가족들에게 천덕꾸러기 취급받는 장애우, 외국으로 시집와 외로움에 눈물 흘리는 외국인 신부 등 고단하고 남루한 일상이 담긴 현실의 풍경들이 이야기속에 흩어진다. 출발점은 동화지만 도착점은 현실인, 동화 비틀기와 미묘한 어울림을 맛보게 한 이책의 단편들은 신선한 충격이자 즐거운 만남이었다. 

위의 단편들 외에 옛 연인을 잊지 못하는 「연금술의 밤」, 유산에 눈이 멀어 패륜을 저지르는 「열역학 제2법칙」, 우주시대에 인간보다 더욱 인간적인 로봇이 등장하는 「창백한 푸른 점」, 줄타기와 첫사랑을 놓지 못하는 「곡예사의 첫사랑」, 며느리와 시어머니의 팽팽한 긴장감이 감도는 「닭과 달걀」 등도 모두 맛깔스럽다. 어디선가 들어본 듯한 낯익은 소재들을 작가는 예의 그 차분함을 유지하면서 자신만의 스타일로 새로운 이야기를 창조해낸다. 첫 문장을 읽기 시작한 이상 독자들은 그 유혹을 뿌리칠 재간이 없다. 또한 한 편 한 편 자신만의 개성을 톡톡 터트리는 아홉 편의 이야기들와 그속에서 발견하는 우리들의 초상에 공감하지 않을 수 없다. <사과의 맛>은 간만에 맛본 아주 짜릿한 맛의 단편집이었다.



보통 단편집들의 제목은 책에 수록된 단편 제목 중 하나를 내거는 게 일반적이기에 <사과의 맛> 또한 동일 제목의 단편이 책에 담겨있을 거라고 짐작했었다. 그 이야기는 아마도 동화 『백설공주』를 모티브로 하지 않았을까 하는 뻔한 추측까지. 그러나 섣부른 나의 예상은 빗나갔다. 책속엔 「사과의 맛」이란 단편도 없고, 더구나 그 유래는 『백설공주』와는 아무 상관도 없음이 마지막 작가의 말에서 밝혀졌기 때문이다. 이책 제목의 탄생을 밝히는 작가의 말이 참 근사해서 옮겨본다.

- '사과의 맛은 사과 자체에 있는 것도 아니고, 먹는 사람 입 안에 있는 것도 아니다. 그 맛은 사과와 먹는 사람 간의 접촉을 필요로 한다'라고 보르헤스가 인용했던 버클리 주교의 말을 종종 생각합니다. 기적이란 건 이 아홉 편의 이야기에 존재하는 것도, 나와 당신에게 각각 존재하는 것도 아니겠지요. 책갈피를 뒤적여 기적을 만들어준 당신에게 진심으로 감사의 말을 전합니다. (작가의 말 中)






t****9 2008.10.18. 신고 공감 0 댓글 0
리뷰 총점 종이책
사과의 맛
"사과의 맛" 내용보기
오현종의 단편집 [사과의 맛]은 그동안 읽은 다른 단편집과는 색다른 책이었다. 동화책 같기도 하고 낙서 같기도 해서 정말 편안하게 읽을 수 있었다. 읽는 내내 부담이 없어서 좋았던 단편집이었다. 이 책의 모든 작품들이 그랬다는건 아니고 대부분 그랬다는 것이다. 쉬운 문장 속에서도 충분히 작가의 의도를 읽을 수 있었고 판타지 같고 동화 같은 줄거리들은 너무나도 재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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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현종의 단편집 [사과의 맛]은 그동안 읽은 다른 단편집과는 색다른 책이었다. 동화책 같기도 하고 낙서 같기도 해서 정말 편안하게 읽을 수 있었다. 읽는 내내 부담이 없어서 좋았던 단편집이었다. 이 책의 모든 작품들이 그랬다는건 아니고 대부분 그랬다는 것이다. 쉬운 문장 속에서도 충분히 작가의 의도를 읽을 수 있었고 판타지 같고 동화 같은 줄거리들은 너무나도 재밌었다.
 
두 가지 인어 이야기
나는 안데르센의 [인어공주]라는 동화를 그리 좋아하지 않는다. 비극적인 결말 때문이다. 슬픈 사랑얘기는 정말 싫다. 비극적인 사랑얘기는 정말 더더욱 싫다. 안그래도 울 일이 천지에 널렸는데 동화를 읽으면서 까지 울고 싶지는 않다. 그래서 난 인어공주 이야기가 너무 싫다.
난 두 가지 인어공주 이야기를 읽으며 기도를 했다. 제발 제발 비극적인 결말만은 안된다고. 하나는 비극적 결말, 하나는 그나마 조금 나은 결말... 아무튼 두 편 모두 내 눈에 눈물만 고이게 만들어줬다.
첫 번째 인어 [수족관 속에는 인어가]
음... 처음에 말했듯이 이 책은 약간 판타지 같은 동화들로 이루어져 있다. 여러 단편들 주 이 단편도 역시 판타지같은 느낌의 동화다. 멀쩡한 부부사이에 인어가 태어났다. 인어로 태어난 것 부터가 불행의 시작이었다. 인어를 짐으로 여긴 부부는 인어를 버리기도 해봤지만 결국 인어를 키우게 된다. 부부는 성인이 된 인어를 지참금을 얹어 시집보내고 도망가버린다. 인어만을 사랑하겠다던 남편은 인어를 버리고 인어는 수족관에서 쇼를 하며 겨우 구걸하는 인생을 살게 된다. 쇼킹한 내용이지만 저자가 말하려는게 무언지는 모르겠다. 아무튼 슬픈 내용이다.
두 번째 인어 [연못 속에는 인어가]
이 작품은 그나마 비극적 결말을 피해갔다. 장가를 못간 어부는 바다에서 인어를 납치해서 아내로 맞는다. 납치된 아내는 매일 비단과 진주를 만들어내어 시어머니를 부자로 만들어줬다. 시어머니의 욕심은 끝이 없었다. 부자가 된 시어머니는 젊어지고 싶은 욕심에 인어를 해하려 하고 그때서야 정신을 차린 착한(?) 어부가 인어를 고향으로 되돌려 보낸다. 이 작품을 통해 작가가 말하고 싶은 것은 인간의 욕심? 모르겠다. 재밌게 읽었으니 작가의 작품 의도를 이해 못한들 어떠랴. 정말 재밌고 슬픈 두 가지 인어이야기는 아마도 평생 잊지 못할 것 같다.
 
돌고 도는것 같은데 돌지 않은 상추 이야기
[상추, 라푼젤]은 상추 때문에 탄생된 이야기다. 상추를 좋아하는 여자, 상추를 좋아하는 여자의 남편을 계획적으로 꼬신 이웃집 여자, 이웃집 여자의 딸 라푼젤의 이야기다. 이 이야기도 그리 해피앤딩은 아니다. 비극이라고 하기엔 좀 모자라고. 이 책의 단편들이 그렇듯이 해피앤딩은 아닌 작품이다. 내가 왜 해피앤딩에 집착하는지 모르겠다. 아무튼 슬픈 이야기는 별로다.
이 이야기를 보면 작가의 표현이 너무 재밌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상추를 맛있게 먹는 여자를 얼마나 잘 표현했는지 마치 내가 실제로 상추를 먹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을 받을 정도였다. 나는 읽는이로 하여금 그 상황이 저절로 그려지게 만드는 마법을 가지고 있는 저자의 글들을 읽으며 신비함마져 느껴졌다. '정말 글 잘 쓴다.' 라는 말을 입에 달며 책을 봤을 정도로 내 맘에 쏙 드는 글들이었다.
작가는 해피앤딩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가보다. 이 이야기 역시 슬프게 끝이난다. 라푼젤에게 눈이 멀었던 남자는 다른 여자에게 반해 라푼젤에게 상처만 주며 이야기가 끝난다. 나쁜놈 같으니라고.
 
뛰는놈 위에 나는놈 있다.
[열역학 제2법칙]하면 떠오르는 말은 엔트로피다. 창조론(지적설계론)을 설명할 때 내놓는 증거 가운데 하나이기도 한 이 법칙은 쉽게 표현하면 쓸모있는 것들은 쓰모없는 것들로 변해간다는 것이다. 방청소를 하지 않으면 자연히 방이 어질러져지는 것 처럼 말이다. 쓸만한 에너지는 쓸모없는 것들로 바뀌는 것처럼 말이다.
뛰는놈이 있으면 반드시 나는놈이 있다. 이 소설속에서 바로 그 나는놈에게 뛰는놈이 된통 당하는 장면이 나온다. 뛰는놈이 아무리 나는놈을 이기려 해봐야 나는놈에겐 뛰는놈이 어디로 뛸지도 다 보이게 마련이다. 발버둥 쳐봐야 소용없다.
 
슬픈 이 시대 이야기
[헨젤과 그레텔의 집]은 정말 슬픈 이야기다. 이 소설을 읽으며 '설마 나의 미래가 이런 모습은 아니겠지'라는 걱정이 들었다. 돈이 전부인 이 세상에선 돈이 없으면 가족끼리 같이 살 수도 없다. 가난이 죄는 아니지만 가난이 죄를 만들 수 있다. 가난은 범죄를 만들 수 있다. 이 더럽고 치사한 세상에서 살아남기 위해선 돈을 벌어야 한다. 돈이 없으면 바보가 되는게 이 세상이다.
제목이 조금 의심스럽다. 아니, 의심스럽다기 보다는 이해가 안된다. 나는 한참동안 생각해 보았다. 왜 저런 제목을 지었을까? 작가가 그냥 심심해서, 넣을 제목이 없어서 저렇게 짓지는 않았을 것이다. 내가 무식해서 제목을 이해 못하는걸 어찌하랴. 그냥 내용만 기억해야겠다.
 
정말 쉽고 재밌는, 동화같은 소설들이었다. 오현종, 처음 들어봤지만 오래오래 잊혀지지 않고 기억에 남을 것 같다. 다음에 단편집에 또 나온다면 더욱더 재밌는 글들이 나오길 기대해 본다. 그 땐 해피앤딩으로 끝나는 단편도 좀 들어갔으면... 하는 기대도 함께.
n****7 2008.10.14. 신고 공감 0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