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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구운몽, 춘향전 같은 고전 소설의 착한 주제에서 벗어나 사랑을 중심으로 해석한 독특한 책이다. <고전, 전을 범하다>와 <프로이트 심청을 만나다> 같은 신동흔 작가의 전작들이 있고, 전작들도 꽤 많이 판매되었다.
한편으로 보면 이 책은 썸만 타다가 관계를 와해시키는 사람들에게 어떻게 진지한 사랑을 할 수 있는지 되묻는 책이기도 하다. 신동훈 선생의 <사랑이 있는 우리 신화>라는 책이 많이 판매되기도 했고, 한국 고전 텍스트를 해석해내는 저자로서는 각광 받는 필자라 인문, 신화, 고전 텍스트를 좋아하는 독자들에게는 익숙하다.
이 책은 대략적으로 썸을 끝내고 사랑을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지, 진정성 있는 사랑을 하려면 이렇게 하라, 또는 발 한 쪽만 담그는 것을 하지 마라 등 고전 문학에서 뽑은 사랑의 철학을 저자 나름의 관점으로 정리하여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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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나잇, 2:1, 양다리,
성적인 자유 분방함이 우려스럽게 확산 되는 요즘 시대에도 쉽게 입에 올리기 민망한 말들입니다. 그러나 3~4000년 전의 유적이나 문물에서는 이런 남녀관계가 버젓이 존재했음을 보여주는데요. 성경에 등장하는 성적인 타락으로 멸망했던 소돔과 고모라도 지금부터 4000년 전의 일입니다. 유교를 국교로 했던 우리나라는 어땠을까요? 남녀 관계를 소재로한 작품을 '남녀상열지사'로 분류하여 낮추어 부르거나, 작품으로도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그럼에도 남녀의 사랑, 그 중에서도 성에 관련한 이야기는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문학작품의 주요 소재입니다.
《신 로맨스의 탄생》(신동흔, 서사와치료연구모임 지음, 역사의아침)은 우리 문학작품에 등장하고 있는 남녀 간의 사랑을 찾아내 소개하고 있는 책입니다. 책에서 소개하는 남녀의 사랑의 기술은 때론 낯 뜨겁기도 하고, 숭고함에 고개가 숙여지기도 합니다.
<최치원>이라는 작품에서는 앞서 말한 원나잇, 2:1 성관계가 등장합니다. (여기서 <최치원>은 소설인지의 여부를 놓고 논쟁이 이어지고, 원작자가 우리가 아는 최치원인지 여부도 쟁점이라 합니다. 31쪽 작품 설명 참조)
첫 번째 파격은 '결연의 속도'다. 최치원은 뜻하지 않게 찾아온 아리따운 여성들이 자신에게 호감이 있음을 확인하고는, 이리저리 길게 말을 돌릴 것 없이 단도직입으로 그들에게 사랑을 나누고 싶다고 마음을 밝힌다. (중략) 얼굴을 처음 마주한 지 얼마 되지도 않은 때였다. 무례하다고 퇴짜를 당하기에 알맞은 상황이었다. 하지만 다분히 '작업용'으로 보이는 이 말을 그녀들은 물리치지 않고 기꺼이 받아 들인다. 그리하여 그들은 곧바로 '운우의 정'을 나눈다. 요즘 말로 하면 동침, 곧 성적인 결합이었다. (17쪽)
이들보다 더 놀라운 파격이 무엇인가 하면, 그 뜨거운 사랑의 장면을 한 남자와 한 여자가 아닌 '한 남자와 두 여자'가 만들어낸다는 사실이다. <최치원>을 처음 접하는 스무 살 무렵의 대학생들이 깜짝 놀라면서 실색하는 대목이다. "곧 정갈한 베게 셋을 늘어 놓고 새 이불 하나를 펴 놓았다. 세 사람이 한 이불 아래 누우니 그 곡진한 사연을 이루 다 말할 수 없었다."(중략) 두 여성과 '차례로'도 아니고 '나란히 함께'다. 더구나 그녀들은 남남이 아닌 친자매다. (19쪽)
요즘에도 <최치원>을 읽으려면 요즘 표현대로 엄빠주의, 후방주의하며 몰래 읽어야 할 것 같습니다. 여기까지만 소개하면 책이 지극히 외설적인 내용만으로 꾸며졌을 것이라는 오해를 할 수 있겠습니다. 그러나 고전문학 속에서 사랑을 찾아보며 '저자들이 하고 싶었던 이야기는 이런 것이 아니었을까?'라고 생각했습니다.
우리가 사랑 앞에 초라해질 때는 무게중심을 자신에게 두고 있지 않을 때다. 자기는 상대를 많이 사랑했는데 상대는 그러지 않았다는 식으로 사랑의 크기와 무게를 재는 일이야말로스스로를 초라함으로 몰아넣는 함정이다. 그것은 타인의 손길과 관심을 바라는 의존성일뿐 자신을 위한 사랑은 아니다. 춘향이 그랬던 것처럼 진정으로 나를 위해 기다리고 또한 인내할 때 이런저런 상황에 일희일비하지 않고 스스로 초라해지지 않을 수 있다. 이것이 망가진 몸으로 옥에 갇혀 목에 칼을 쓰고도 오히려 더 아름다울 수 있는 춘향에게서 배우는 사랑의 기술이다. (270쪽)
사랑은 상대가 아닌 나를 보는 것이며, 나를 발견하고, 나를 사랑하는 것이라는 뜻으로 해석했습니다. 총 17편의 고전을 소개하며, 그 안에서 찾을 수 있는 남녀 간의 사랑을 보여주는데요. 여기에는 우리가 잘 아는 <숙영낭자전>, <만복사저포기>, <춘향전>, <옥루몽>, <흥보가>, < 구운몽> 등도실려 있지만, 쉽게 접하지 못했던 작품들이 대부분입니다. 새로운 작품을 알아가는 즐거움이 있다는 뜻입니다.
(독사讀思의 글쓰기 by 보보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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