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살아가며 맞닥뜨리는 크고작은 삶의 어려움을 누군가와 의논할 때 '어린 시절의 상처'까지 거슬러가는 건 당연하고 '콤플렉스' '잠재의식' '투사' '방어기제' 따위의 어휘는 자연스레 흘러나오니 내 주변의 배운 사람들은 죄다 심리학 박사이고 상담가이다! 그럴 만도 한 까닭이 심리학은 아주 보편적인 언어로 수용가능한 텍스트로 우리 곳곳에 침투하였으니까. (언제나 느끼지만 현대의 놀라운 발견은 '무의식'이고, 최대 발명품은 '심리학'일 것이다!)
심리학이 대체 무얼까 궁금해져서 도서관에서 십진분류기호에 따라 그 앞에 가서 아무 책이나 꺼내어 보다가 큰 거부감 없이 동시에 굉장한 호기심으로 읽게 되었던 심리학 서적 중에 '융'의 저작이 있는데 융을 읽다 보면 명상서나 신화학, 종교서적으로 슬쩍 건너오기도 한다.
심리학의 궁극에는 무엇이 있을까 궁금해하다보면 어느 길목에서는 종교 비스무레한 걸 만난다. 둘 사이의 경계에서 이리저리 기웃거리는데 나의 이런 상태가 종교의 어느 대목과 닮아있지만 그 틀로는 다 설명하기 어려운 때가 있다.
그때 이 책은 대단히 유용하다. '자아초월심리학'이라는 프레임이 어떤 유형의 인간을 설명할 수 있는 것이다. 개별적 존재를 프레임으로 설명하고자 하는 이들은 얼마나 대단한가! 보편적 존재로서의 인간성을 보여줌으로써 자신의 독특함 때문에 세상과 불화하는 인간을 구원하기 때문이다. (물론 나는 불화하지 않는다, 하하하!)
심리학이 인간의 모습에 현미경을 들이대는 태도를 취할 때가 있다고 느낄 때가 있는데(모공의 솜털까지 다 보이는 고화질 텔레비전같은 태도) 그런 종류의 심리학이 불편하다면 이 책은 비교적 편안하게 읽을 수 있다. 어떤 장에서는 인간의 노화를 아름답고 새롭게 해석함으로써 나이 들어가는 우리가 수행해야 할 과업을 일깨울 뿐만 아니라 매슬로우의 5단계 욕구이론이 지닌 참의미도 전해준다.
이 책의 미덕은 학제간 비교 설명이다. 샤머니즘이나 불교와 같은 동양적 전통을 자아초월 심리학적 관점에서 기술한 것, 현대물리학과 자아초월 심리학의 닮은 부분, 인간을 설명할 때 결코 간과할 수 없는 '영성'을 심리학적 시선으로 다룬 내용 등 여느 심리학 책과는 구별되는 면이 많다. 게다가 책 말미에는 '자아초월 심리학과 정신의학, 영성 연구, 영적 전통에 있는 고전적이고 필수적인 문헌'을 실어서 우리에게 생경한 '자아초월 심리학'이라는 영역의 지도를 그리는 데 도움을 준다. (노자의 『도덕경』이 포함된 게 놀랍고 고맙다.)
사람을 온전히 그려내고자 하는 시도와 자기의 틀로 세상과 타인을 규정하지 않는 담대함이 핵심인 학문이 있다면 바로 '자아초월심리학'이 아닐까 싶다. 존재와 분절되지 않은 학문을 만나 참 기쁘다!
서문 일부를 옮기며 감동을 대신한다.
"인간적인 어떤 것이 나에게 이질적이지 않다면, 마음 영혼 정신 그리고 인간의 가능성을 다루는 과학에 이질감을 느낄 이유가 없을 것이다. 정통 심리학이 어떻게 인간 본성의 정점을 무시하고 추방하고 병리적인 것으로 만들 수 있었는가? 실증적 과학이 어떻게 그 모든 것을 감각적인 물질더미로 환원시켜 버렸는가? 우리의 세계 우리 자신 우리의 형제들을 깊이 들여다보았을 때 허공 속에 던져진 물질 원자 이상의 것은 아무것도 없는가? 우주 속에서 그런 철학 안에서 꿈꿨던 것 이상의 무엇은 없는가? 우리에게 경외심을 갖게 하고 고무시키며 우리를 무릎 꿇게 만드는 숭고한 아름다움, 진리의 광채, 우리들의 무미건조한 삶에 영혼의 빛을 비춰 주는 영적 세계의 진리와 선으로 우리를 이끌어 주는 깊고 높은 것은 없는가? 이런 것들이 인간 가능성의 초월적이고 비일상적인 스펙트럼의 부분이 아닌가?" |
|
이 책은 자아초월 심리학과 정신의학의 이론과 임상 실제의 주요 분야들을 총망라하고 있어 이 분야 입문서로 매우 훌륭하다. 자아초월 심리학과 정신의학에 영향을 미친 주요 연구자들의 이론 및 전 세계의 영적 전통을 개관하고 있으며, 여러 인접학문들과의 상호 연결성에 대해서도 밝히고 있다. 특히 자아초월적 심리치료 모델에 관심을 갖는 상담자나 임상가들에게 실제적인 정보를 제공해 준다. 종교적, 영적 문제들에 대한 진단과 함께 다양한 자아초월적 치료기법에 대해 소개하고 있으며, 통합적인 심리치료 접근의 중요성을 강조하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