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앤서니 퀸이 라스페기 중령 역이지만 알다시피 이분은 프랑스인이 아니다. 조지 시걸의 여동생으로 나오는 클라우디아 카르디날레도 프랑스인이 아니다(물론 조지 시걸 역시도). 나머지 주연들, 알랭 들롱과 미셸 모르건은 프랑스인이며 디엔비엔푸. 알제리를 배경으로 삼은 이 영화와 여기서 구색을 맞춘다. 참고로 이 영화가 만들어질 무렵은 아직 베트남 전체가 공산화 안 되었을 시절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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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옛날 명화극장에서 본 영화를 이젠 디브이디로 본다. 어릴 때 보았던 느낌과 나이가 들어 보는 느낌이 다르고, 우리말로 더빙이 된 것과 그냥 보는 느낌이 달라 새로운 영화를 보는 듯 하다.
마크 롭슨이 감독한 1966년 작품으로 요즈음 싸움 영화 못지 않게 가슴 떨리게 하는 영화다.
안소니 퀸은 생김새로 봐선 그리 잘할 것 같지 않는데, 온갖 영화에 나와 우리를 즐겁게 하고 슬프게 한다. 말론 브란도와 같이 나와 아카데미 남우조연상을 받은 영화 <혁명아 자파타>, <노틀담의 곱추> <아라비아의 로렌스> <그리스인 조르바> ... 한번 나왔다 하면 눈에 확 띄고 머리에 오래도록 남는다.
그러나 피붙이들은 그리 좋아하지 않았다. 옛날 사람이어서 그런지 말을 듣지 않으면 때렸으며, 힘은 넘쳐 여러 아낙네(세번 혼인)와 같이 살았고, 돈은 제대로 주지 않는 노랭이였다. 그래도 많은 영화를 찍으면서도 틈틈이 그림을 그려 전시회도 열었으니 그 정열은 대단하다.
2. 프랑스군 공수부대의 연대장인 라스페기 대령(안소니 퀸), 시골에서 태어나 출세한 사람이다. 그러나 베트남의 디엔비엔푸 싸움에서 끝까지 버티다가 베트남 군대에 아랫사람들과 붙잡힌다.
그 탓에 프랑스와 베트남의 휴전 협정으로 풀려났으나 연대의 지휘권을 빼앗긴다. 이젠 정말 농사를 지으러 고향으로 돌아가야 한다.
그러나 늘 싸움을 즐기던 그로서는 답답한 노릇이다. 그래서 베트남에서 지원군으로 라스페기 부대로 가다가 죽은 클레어폰즈 소령의 아내를 만나러 간다.
클레어 폰즈 백작부인(2차 세계대전이 끝난 뒤인 1954년에도 프랑스에 백작이 있었나?)과 이야기가 잘 되었고, 백작부인(미쉘 모간)의 아저씨가 군대의 높은 사람이어서 다시 알제리에 있는 10공수연대의 연대장이 된다.
예나 이제나, 동양이나 서양이나 치맛바람이 무섭다. 제 뜻대로 사는 탓에 말썽을 많이 일으키는 라스페기 대령을 조카딸이 이야기 하니 그냥 봐준다.
나이가 들었으나 기품이 있는 미쉘 모간, 프랑스에서는 이름난 배우였다. 라스페기와 잠자리를 같이 한 다음 날 아침을 맞는 모습은 늙은이들의 주책이라기보다 나이가 들어도 젊은이 보다 아름다울 수 있음을 보여준다.
3. 알제리에서 뭔가 큰일을 해야 하는 라스페기 대령, 곧 베트남에서 같이 싸웠던 아랫사람들을 불러 모은다. 모두 싸움밖에 모르는지, 같이 알제리로 가려한다. 사내들이란 그저 싸우는 데에만 눈길이 가는지 질리지도 않는가 보다.
라스페기는 얼치기 뜨내기들을 모아 다시 싸움꾼 다운 사나이로 만든다. 오죽 했으면 시내에 나가서 포병들과 싸워 다친 이는 부대에서 빼버린다. 공수부대의 자존심을 해친 것으로 보아.
알제리는 만만찮다. 프랑스의 다스림에서 벗어나려 하기 때문이다.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제 나라가 남의 나라 밑에 있는 걸 누가 좋아할까? 우리나라도 일본한테서 벗어나려 온갖 애를 썼고 많은 사람들이 이 틈바구니에서 죽거나 다쳤듯이.
시대 흐름은 알제리 편인데, 싸움은 프랑스가 더 잘 하니 다툼만 벌어질 수밖에 없다. 시대의 반대편에 선 라스페기와 그 무리들, 알제리 편에 선 아랍 출신의 라스페기 아랫 사람들. 베트남에서는 같은 편으로 싸웠지만, 알제리에선 서로 총부리를 겨눈다.
싸우는 모습도 볼만 하다. 엄청난 돈을 쏟아 붓고 컴퓨터 그래픽으로 범벅을 만든 요즈음의 블록버스터에 견주면 시골티가 날지는 모르지만, 보는 느낌에는 모자람이 없다.
연대장이지만 싸움터에서는 미친듯이 달려가고 아랫사람들보다 먼저 뛰어드는 라스페기는 그야말로 싸울아비(군인)다. 뒤에서 뒷짐을 진채 아랫사람들을 죽음으로 몰아 넣는 이와는 다르다. (영화이니까 그렇지, 진짜 싸움터에선 윗사람들은 아랫사람한테 시킬 것이 뻔하다.)
프랑스 공수부대와 알제리 독립군의 싸움, 싸움에 앞장 선 프랑스군 라스페기 대령과 알제리 독립군 대장으로 탈바꿈한 마히디 대위(조지 시걸), 조지 시걸의 누이로 나와 알제리 독립을 위해 일하는 에이샤(크라우디아 카르디날레)와 알랑 드롱의 사랑, 이기려고 무슨 일이든 하는 라스페기 대령과 보퍼라 중위(모리스 로네), 이들과는 달리 이기는 것 보다 사람을 더 앞길에 세우는 에스칼리버 대위(알랑 드롱), 싸움터에서 나타나는 빛깔이 다른 사람들의 모습을 보는 것만으로도 시간이 아깝지 않은 영화다.
4. 알제리에서 뛰어난 성과를 보여 장군이 되면 클레어 폰즈 백작부인과 혼인하기로 다짐했는데, 과연 라스페기의 꿈은 이루어질런지... 서로 다른 나라를 위해 싸우는 에이샤와 에스칼리버 대위는 나라를 떠난 사랑을 이룰 것인지...
<로스트 코맨드> 곧 잃어버린 지휘권 일텐데, 라스페기는 누구한테 빼앗겼단 말인가? 아랫사람인 알랑 드롱한테?
디브이디에는 예고편을 빼면 보너스가 없다. 오래된 영화이지만 화질은 괜찮아 깨끗하게 볼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