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에게 있어선 무라카미 하루키님과의 두번 째 만남이 된 책이다. 일본에 있을 때 하루가 멀다 하고 키노쿠니야에 기웃거리기 시작할 즈음, 예쁜 커버 디자인과 타이틀에 마음이 끌려 결코 싸다고 할 수 없는 가격에 조금은 망설였지만 결국, 1680엔이라는 거금을 주고 덜컥 사 버렸던 책이었다.
일단 내 마음을 끌었던 우미베노카프카라는 제목. 소설 내용과 어느 정도 결부될 뿐 아니라, 뭔가 신비스러운 느낌을 자아내며 독자를 끌어당기는 부분이 있다고 본다. 그 밖에도 표지의 간략한 설명 중에 1. 15세, 2. 나카노쿠, 3. 고양이 라는 데이터들이 묘한 궁금증을 불러일으키고, 결정적으로 세계적으로 인기를 누리는 무라카미 하루키의 작품이라는 것. 과연 이런 여러가지 미끼들에 부응해 얼마나 날 만족시켜 줄런지 잔뜩 기대를 하며 한 장 한 장 책장을 넘겨 가기 시작했다.
첫 시작부터 심상치가 않다. 까마귀라 불리는 소년과 15세 생일을 맞이 해 가출을 하려는 나(소년)와의 대화는 평범하고 흔한 인생 이야기처럼 보인다. 허나 그 짧은 에필로그에서부터 하루키는 이 소설의 전체 흐름을 미미하게 암시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주인공 소년의 가출과 전혀 연관성을 찾을 수 없는 전쟁 중 야마나시현의 작은 시골 마을에서 발생한 오왕야마(밥그릇 산이라 해야하나-_-) 사건 이야기가 발단 부분의 주를 이루고, 이야기가 깊어지며 15세 소년 카프카와 오왕야마 사건의 피해자였던 나카타상에게 일어 난 여러 가지 사건으로 인해 본격적으로 이야기가 전개되기 시작한다.
처음 이 소설을 단 숨에 읽고 난 후, 요즘 다시 한 번 천천히 되새기며 읽고 있는 중인다. 책을 다시 읽으려고 하면 왠간해선 내용을 다 알기때문에 좀처럼 쉽게 읽혀지지가 않는데, 처음 읽을 때처럼 숨가쁘게 읽어 내려가는 건 아니지만, 역시나 하루키라는 생각이 들 뿐이다. 하루키의 소설이래봤자 솔직하게 제대로 된 장편을 읽어 본 건 이 우미베노카프카가 처음인지라 다른 하루키의 작품이 얼마나 더 좋은지는 모르겠지만 내 개인적으론 이 소설 덕분에 하루키를 사랑하게 되었다.
하루키님의 소설은 문장 하나하나가 굉장히 매력적이다. 특별히 독특한 문체를 사용하는 것도 아니고 어려운 단어를 쓰는 것도 아니고, 짤막하고 쉬운 문장들로 이루어져 쉽게 읽혀지는데 다시 한 번 돌아보면 왠지 모르게 어렵게 느껴진다.
그리고 이 소설의 등장인물들은 상당히 깨끗하고 예쁜 일본어들을 사용한다는 점도 내 마음을 끄는 부분이었다. 호시노상은 조금 예외이겠지만, 나카타상이 사용하는 독특한 경어도(내가 일본인이 아니라서 또 잘은 모르겠지만) 고품격까지는 아니지만 좋은 인상을 주는 부분이라 생각한다.(나카타상의 말투에 대해서 과연 번역서들은 어떻게 표현했을런지 자못 궁금해지기도 했다.)
마지막으로 이 소설의 가장 큰 매력은 캐릭터성이 아닐까 싶다. 하루키님도 우미베노카프카는 각 캐릭터들이 잘 움직여줘서 만족했다라고 했다는데 역시나다. 이 소설에 등장하는 주요 캐릭터들은 반짝반짝 빛이 난다. 내 개인적으로는 특히 오오지마상, 나카타상과 호시노상 정도가 굉장히 인상 깊고 사랑스러웠다. 소년 카프카에게서는 이유없이 하루키님이 투영되는 듯한 느낌이 들기도 했다.
이 소설은 뭔가 애매하다. 어딘가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평범한 이야기인 듯 하면서 몽환적인 가상이란 느낌이 강하게 든다. 카프카는 상당히 어른스러운 15세이고 소설 속의 숫자 놀이에 지나지 않는 것으로 생각했다가도 영락없는 어린애로 보이기도 한다. 상권에서는 본격적으로 흥미진진하게 진행되는 중간 과정의 이야기이기 때문에 결론은 아직 내지 않으려 한다. 실은 설사 하권에 대한 리뷰를 쓴다 해도 제대로 된 감상의 정리를 써 내려갈 수 있을런지 자신이 없다.
여하튼간에 상당히 재미있는 내용의 소설이다. 허나 각자의 사고에 따라서 조금은 의견이 다르게 나올 수 있는 소설이기도 하다. 내 경우엔 어느 정도 카프카에게 동화돼서 책을 읽어나가려 했기 때문인지 조금 허무한 듯한 부분도 달게 받아들일 수 있었다.
그리고 하루키님의 글의 참맛을 보려면 역시 원서로 읽는 게 정석이라는 생각이 든다. 하루키님의 책은 번역서로 읽어본 적이 한 번도 없어서 잘 모르고, 일본어 번역은 왠간해선 망가지진 않는 것도 알기에 번역서로서도 하루키님 느낌을 전달받는 데 큰 문제는 없을 거란 생각도 드는데, 그래도 원서쪽이 제맛을 느낄 수 있다고 본다. 또 일본의 분위기같은 것도 알면 더 재미있을테고, 나도 이 소설의 배경인 나카노쿠노가타 근처에 살다시피 했었고, 동네 분위기를 아니까 뭔가 그립기도 하고 덕분에 더 재미있게 읽었다는 생각도 들었기 때문에 말이다.
한 번 쯤 읽어보면 기억에 남을 책이 될 거라 본다. 대신 가볍게 읽는 책이라기보단 가벼운 마음으로 책장을 열고 무겁게 읽는 느낌의 책일 듯 하다. [인상깊은구절] 彼は目の前に出てくるものをただだらだらと眺め、そのまま受け入れているだけです。もちろんそのときどきの感想みたいなのはあるけど、特に眞險なものじゃない。それよりはむしろ自分の起こした戀愛事件のことばかりくよくよと振りかえっている。そして少なくともみかけは、穴に入ったときとほとんど變わらない狀態で外に出てきます。つまり彼にとって、自分で判斷したとか選擇したとか、そういうことってほとんどなにもないんです。なんていうのかな、すごく受け身です。でも僕は思うんだけど、人間というのはじっさいには、そんなに簡單に自分の力でものごとを選擇したりできないものなんじゃないかな <甲村圖書館でカフカくんが大島さんに夏目漱石の「坑夫」について話しているところ。(第13章)-この話からメタファ-という話がでてき始まったと思うし、何となく感心した。>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