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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순간부터 지구의 환경이 급격히 나빠지기 시작했다. 공기 중에는 방사선이 퍼져갔고 인구증가율은 0에 가까워졌다. 전 세계의 1/4이 기근에 시달리고 이집트에는 새로운 질병이 퍼지고 있다. 그뿐만 아니라 홍수와 가뭄이 빈번하게 일어나며 사막화가 진행되었고, 곡식류도 병에 걸려 식품 수출이 제한되었다.
많은 땅과 재산을 가진 섬너 할아버지는 근방에 모여 사는 가족들을 위해 골짜기 위쪽에 마을을 지었다. 그가 세상을 떠난 뒤, 아들인 월트 박사와 손자 데이비드가 막대한 현금 자산을 물려받았다. 대학에서 과학을 전공한 데이비드는 월트 삼촌을 도와 가족, 친척들을 먹일 식물과 동물들을 복제해냈고, 나중엔 클론까지 만들어낸다.
"클론들 사이에서 인간은 천민이나 다름없어질 거라고요. 우리가 이루기 위해 그토록 애썼던 것을 파괴해 버릴 거예요." p.92
종말이 다가오는 것을 예상한, 선견지명이 있던 할아버지 덕분에 데이비드의 가족과 친척들은 먹고사는 걱정 없이 살 수 있었다. 하지만 불임인 사람들이 대다수라 오랫동안 아이가 태어나지 않고, 임신이 된다 하더라도 유산되기 일쑤였기 때문에 과학적으로 이뤄낸 결과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아이를 키워 가르쳐야 했다. 그래서 가축에 도입해 성공을 이룬 과학적 방법을 인간에게 도입하게 됐다. 월트와 데이비드, 그리고 친척 사이지만 데이비드와 사랑하는 사이였던 셀리아의 유전자를 따서 클론을 만들어냈고, 조산의 위험이 있었지만 어찌 됐든 새로운 아이들이 태어나게 된다. 친척들은 반발했지만 이내 그 아이들이 자신들과 다를 바 없는 사람이라는 걸 인정한다. 이 문제가 여기서 끝난다면 해피엔딩이었겠지만, 아직 시작일 뿐이었다. 어느 정도 세월이 흘러 월트나 데이비드가 "원로"라 부를 나이가 됐을 때, 그들이 만든 클론들은 무언가를 꾸미고 있었고 곧 데이비드는 골짜기에서 쫓겨나게 된다.
그 후, 얼마만큼의 세월이 흘렀는지 모를 골짜기에는 클론들만 살고 있었다. 똑같이 생긴 형제, 자매들을 대여섯 명씩 복제해 내 각기 다른 특별한 능력을 부여했고 다른 도시로 탐사를 보내기도 했다. 그리고 충격적인 건 클론들을 품을 씨받이들이 따로 있었다는 것이었다. 클론인 몰리는 탐사를 떠났다가 돌아오는 길에 그동안 전혀 감지하지 못했던 "감정"이라는 것을 느끼게 되고, 함께 다녀왔던 벤 역시 의사로서 그녀를 돌보다 동화된다. 그리고 그들 사이에 씨받이를 통해 만들어진 클론이 아닌, 옛날 방식의 성관계로 마크가 태어난다.
소설은 3부와 에필로그로 나뉘어 있었는데, 1부는 클론을 만들었지만 그들에게 내쳐진 인간 데이비드, 2부는 클론으로 태어났지만 감정이 생긴 몰리, 3부는 클론에게서 태어난 인간 마크의 시점으로 진행됐다. 인간에서 클론으로, 클론이 감정을 가지는 모습으로, 그리고 다시 인간으로 이어지는 모습이었다.
"내가 여기에서 다른 자아를 찾았던 것처럼, 너도 다른 자아를 만나기 위해 이 집에 찾아오겠지. 그리고 마크, 바로 그것이야말로 그들이 네게 주거나 빼앗을 수 있는 어떤 것보다 중요하단다." p.209~210
"저는 단일한 존재예요. 개인이에요. '하나뿐인 사람'이라고요!" "마크, 잠깐만. 다른 개미집에 떨어진 엉뚱한 개미에게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봤니?" 마크는 문 앞에 서서 고개를 끄덕이고 말했다. "그렇지만 저는 개미가 아니에요." p.263
인간이 왜 인간으로 불리는지 보여주는 소설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감정이 없던, 자신의 자매들과 같던 몰리가 감정이라는 걸 느끼게 되면서 더 이상 클론이라 부를 수 없는 존재가 됐다. 똑같이 생긴 형제, 자매들이지만 벤만은 특별하게 그렸던 게 결정적이었다. 사랑에 빠진 사람의 눈은 그 존재를 특별하게 느끼게 되니 말이다. 그리고 그건 마크가 주인공인 3부에서도 비슷한 상황으로 등장했다. 엄마를 닮아 손재주가 좋은 마크가 눈으로 인간 조각상을 만들었을 때, 다른 클론들은 그걸 보고 아무것도 느끼지 못했지만 마크를 돌보던 배리는 어느샌가 감정이 생겨 조각상이 특별하다는 걸 느꼈기에 그 역시 클론이 아닌 인간이 되었다고 말할 수 있었다.
클론들 사이에서 홀로 감정을 느낀 몰리와 혼자만 인간이었던 마크의 외로움이 사무치게 느껴졌다. 감정을 혼자만 느낀다는 게 이렇게 외로울 거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다. 같은 외모로 태어났더라도 그들 안에 있는 영혼은 전혀 다른 존재였다. 자신과 상관없는, 심지어 자신을 싫어한 클론들의 죽음에도 슬퍼할 수 있었던, 감정을 가진 진짜 인간이었다.
수많은 클론들과 단 하나의 인간 마크의 모습에서 어떻게 끝날지 궁금했는데, 많은 클론들이 배운 것만 알고 스스로 생각이란 걸 하지 못하는, 창조라는 걸 전혀 할 수 없는 만들어진 존재였기 때문에 결말은 하나뿐이었다. 생각하지 않고 감정이 없는 클론은 그 모든 것들을 가진 우월한 존재를 이길 수 없었다. 인간다움이란 이렇게 위대한 것이었다.
SF 소설로 상을 받은 작품이지만 여느 장르 소설과는 다르게 잔잔하고 서정적인 내용을 담고 있었다. 그래서 중간엔 좀 늘어져서 읽는 속도가 더뎠는데, 소설이 말하고자 하는 바와 결말, 그리고 마지막 문장이 참 인상적이라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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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래하던 새들도 지금은 사라지고 (2016년 초판) 저자 - 케이트 윌헬름 역자 - 정소연 출판사 - 아작 정가 - 14800원 페이지 - 374p 클론의 역습 '행복한 책읽기'출판사 에서 출간 됐을때 별로 끌리지 않는다는 이유로 넋놓고 있었더니 어느새 절판되버린...그 뒤 되팔이들이 비싼 값에 올렸을땐 비싼값주고 보고 싶진 않아서 또 넋놓고 있던 작품이 '아작'출판사에서 재간 되어 내 드디어 품에 안겼다...-_-; 역시 SF작품의 시리즈 넘버링은 컬렉터 들에겐 필수불가결의 요소랄까...머..'아작'이야 넘버링으로 출간하진 않지만 출간물들이 아작 시리즈로 보기에 충분하다고 볼 수 있으니... 그래서 다른 판본이 있어도 눈물을 머금고 구매하는 실정이긴 하다만...ㅠ_ㅠ 어찌됐던... 읽었다. -_-;;; 환경오염과 질병이라는 대재난 이후 인류를 지속시키기 위한 노력과 넥스트 제너레이션 과 구세대 사이의 갈등과 이후 넥스트 제너레이션들의 갈등등이 그려지는 포스트 홀로 코스트 장르의 작품이다. 역시나 여성 작가의 SF란듯이 서정적이고 유려한 문체로.... 폭력이나 자극적 설정은 최소화되있는 작품이었다. -_-;;(공교롭게도 얼마전 읽었던 [스테이션 일레븐]과 상당히 흡하사하다고 볼 수 있을것 같다.) 총 3개의 Phase로 구성되어 있고 각 Phase별로 각 주인공과 배경 이벤트등이 다르게 전개된다. [Phase 1] 도저히 돌이킬 수 없을 정도의 환경오염과 기아, 질병등으로 인류는 더이상의 수태가 불가능해 지는 시대가 도래한다. 데이비드와 그의 일족은 정부로부터 기금을 지원받아 인류 절멸을 막고자 연구소를 건립한다. 그곳에서 사촌들과 본격적으로 클론 연구에 돌입하고....마침내 결실을 맺는데..... [Phase 2] 현인류의 시대가 가고 클론의 시대가 도래한다. 같은 종류의 클론 별로 그룹화와 획일화된 생활방식 속에 마을의 자원은 바닥을 보이고 이를 타게 하기 위해 타도시의 탐험대를 조직하여 부족한 물자를 조달하고자 한다. 그러나 그룹생활에서 처음으로 밖을 경험한 소수의 클론들은 이내 고립감과 막대한 혼란을 경험하고 대부분 미쳐버려 죽거나 사라진다. 일부 소수의 탐험대가 귀환하고 귀환한 클론은 기존의 개성없는 그룹생활에 거부감을 보이는데.... [Phase 3] 탐험대에서 귀환한 남성과 여성 사이에 태어난 마크는 다른 클론들과는 달리 첫 자연 수태로 태어난 아이로써 클론과는 다른 개성과 상상력을 갖고 있는 유일한 아이이다. 자연스럽게 기존의 클론 그룹들과는 분쟁이 일어나고 마을의 자원 고갈은 심각한 수준에 이른다. 마을의 원로 클론은 마크에게 숲에서 살아남는 법을 클론들에게 교육하라고 명령하고 마크는 탐험대를 위해 숲에서 살아남는 법을 클론들에게 가르치는데..... 인간과 클론, 클론과 클론 사이에서 생길 수 있는 거의 모든 문제들을 다루고 있는것 같다. 배척과 상생이라는 어려운 문제를 이 작품을 통해 알기 쉽게 풀어주는것 같다. 인간이 그렇게 염원하던 클론을 통한 자연 수정은 수태 능력이 없는 클론들의 배척으로 인하여 씨받이로 전락하고, 평생을 병원에서 노동자 클론을 위한 애낳는 기계로 전락 해버리는 충격적 설정이 으스스하게 느껴졌다. 어쨌던...내일에 태양은 뜨는 법이니까.. 결말이 약간 무리수가 있긴 해도 나름 맘에 드는 결말이었다. -_- 그럭저럭 잘 읽힌 작품인데, 부분 부분 은유적인 장면이나 우화들이 흐름을 끊는 느낌 이고 너무 서정적이라 그게 아쉬웠다. 추가로 클론들의 난교 장면이 좀 더 자극적이었으면 더 좋았을듯..-_- 사촌과의 이루어질 수 없는 애절한 사랑, 자아에 눈떠버린 클론과 클론과의 비밀스러운 위험한 사랑, 다름에 서서히 눈떠가며 지켜야할 보호자로서의 내리 사랑...지독히도 힘겹고 극한의 상황에서 사랑을 통해 희망을 노래하는 치명적이게 아름다운 작품.....이었나?...-_- |
흥미로운 소재고 글도 잘 쓰는데 이상하게 막 재미가 있는 소설은 아니었다. 돌이켜보면, 시녀이야기 때도 이런 느낌을 받았었다. 다양성을 가진 인간만이 창조성을 발휘할 수 있고, 그게 생존의 필수 조건이라는, 그리고 그런 인간이 되기 위해선 자아의 형성이 필수적이다 라는 말을 하고 싶었던 건 알겠는데 그게 너무 직접적으로 쓰여 있어서 마치 이 말을 하기 위해서 쓴 소설같이 느껴져서 그런 것일까? 아니면 미국인 아줌마가 쓴 SF소설이라는게 뭔가 미묘하게 나랑을 결이 안 맞는 지점이 있어서 일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