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木洩れ日に泳ぐ魚 :: 恩田 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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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 있는 은전한닢 나는 단지 그냥 은전한닢을 가지고 있고 싶었을 뿐이다 내가 그토록 갖고 싶어했던 은전한닢을 만들어준 책 나에게 있는 은전한닢 나는 단지 그냥 은전한닢을 가지고 있고 싶었을 뿐이다 내가 그토록 갖고 싶어했던 은전한닢을 만들어준 책 나에게 있는 은전한닢 나는 단지 그냥 은전한닢을 가지고 있고 싶었을 뿐이다 내가 그토록 갖고 싶어했던 은전한닢을 만들어준 책 나에게 있는 은전한닢 나는 단지 그냥 은전한닢을 가지고 있고 싶었을 뿐이다 내가 그토록 갖고 싶어했던 은전한닢을 만들어준 책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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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이 온다 리쿠답게 참 서정적이다 싶었다. 나뭇잎 사이로 비치는 햇살 속을 헤엄치는 물고기라니. 그런데 후기를 읽다보니 '나뭇잎 사이로 비치는 햇살'을 지칭하는 일본어 문구가 따로 있고, 그 속을 헤엄치는 물고기라는 제목을 번역자가 멋지게 살려낸 것이었다. 마치 물속에서 산란하는 햇빛을 보는 것처럼, 나뭇잎 사이로 반짝거리는 태양을 올려다보는 순간을 잘 잡아낸 따뜻한 제목이다 싶다.
하지만 제목에 비해, 내용은 소설로 나오기엔 너무 소박한 장치가 아니었나 싶다. 그와 나, 혹은 그녀와 나 둘밖에 안나오는 얘기가 서로의 시점을 번갈아가면서 진행된다. 뭐든지 다 담아낼 수 있는 종이의 지면에 담기엔 좀 아쉬운 이야기이지 않았나 싶다. 연극으로 구성한다면, 큰 공연장보다 조그만 공연장에서 두 사람의 긴장과 초조함을 더 잘 드러내지 않았을까 싶은 그런 이야기였다.
그러고보면 온다 리쿠의 작품에는 연극에 대한 얘기가 곁가지처럼 자주 나온다. 그리고 연극이 사람에게 불러일으키는 심리적인 효과를 잘 이해하고 있다는 느낌이다. 일상과 괴리된 곳에서 벌어지는 극적인 감정의 폭발을 소설 속으로 끌어들임으로서, 소설 속 일상에는 현실감을, 이야기 전체로는 환상적인 감각을 극대화시킨다. 다만, 이번 이야기는 이 자체로 극본같다. 그리고 그 자체로 완결되어 아쉬움을 남긴다.
어릴 때 헤어진 남매인 줄 알았던 두 사람이 그들의 과거를 되짚어 나가는 마지막날 밤에 대한 이야기로, 그들의 기억은 이야기가 진행될수록 조금씩 바뀌어나가고, 그들이 쌓아온 '사실'들이 사실은 '진실'이 아니었음을 느끼게 된다. 쌓아온 사실들이 무너지고 진실이 드러나는 순간까지, 그들의 이야기는 계속 된다. 때로는 술의 힘을 빌려서, 담배의 쌉싸름한 연기를 들이키며, 또는 서로 침묵을 하면서. 그들이 마지막으로 바라보게 되는 것은 무엇일까. 온다 리쿠 특유의 몰아치는 몰입력은 덜하지만, 소박한 여운이 남는 이야기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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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적 입양간 쌍둥이 여동생과 재회, 남매임을 알면서도 지속되는 연인관계. 치히로와 치아키의 주변 사람들 모두 그들이 남매임을 알고 있다. 그들도 남들에게 남매라고 스스럼 없이 말하지만 자신들도 진심에 대해 의심하고 있다. 이 둘의 친아버지는 어릴 적 그들을 두고 떠났다. 그게 발단이 되어 이 남매는 아버지를 만나기로 결심한다. 산악가이드로 활동하고 있는 사실을 알아내고 손님인척 위장해 그의 가이드를 받기로 한다. 하지만 휴식시간에 그들의 아버지는 시체로 발견된다. 각자 휴식을 취하고 있던 사이 가이드인 아버지가 돌아오지 않는다. 이 사건이 발단이 되어 둘은 상대방을 의심하고 그게 자신을 짓누르기 시작한다. “그때 이 표현이 맞는지는 모르지만, 곧게 뻗은 한줄기 검은빛이 자신의 장래를 어둡게 비추는 것을 보았다는 글이 있어. 친구의 죽음이 앞으로 자신의 인생에 영원히 어두운 그림자를 드리울 것이라는 예감 같은 거지. 나, 지금 그것과 비슷한 기분이야. 어두운 빛이 나의 장래를 비추는 듯한 느낌을 알겠어. ‘선생’의 기분이 이해가 돼. 지금이라면 작품에 대한 공감이 가득한 독후감을 쓸 수도 있는데.” - 온다 리쿠, <나뭇잎 사이로 비치는 햇살 속을 헤엄치는 물고기> 177p 서로에 대한 의심으로 결국 관계에 충실하지 못하고 겉돈다. 게다가 치히로는 어정쩡한 관계를 어쩌지 못하고 미루고 회피하는 성격 탓에 도피처로 미사코를 만난다. 치아키는 그 일을 눈치채고 상처받는다. 보송보송한 모래사장 위에서 자신은 결코 젖을 일이 없다고 확신하고 있는 순진한 아가씨를 바다에 둥둥 뜬 채로 바라보고 있다. 조금만 기다려라. 조금만 있으면 이 파도는 너에게로 갈 것이다. - 온다 리쿠, <나뭇잎 사이로 비치는 햇살 속을 헤엄치는 물고기> 189p 의심이 지속된 채 조금씩 그들의 연인관계도 삐그덕거린다. 결국 그들은 관계를 정리하기로 마음먹고 함께 지낸 보금자리를 처분한다. 보금자리에서 마지막 날, 드디어 마음속에 담아두었던 이야기를 하나씩 풀어놓고 그 결과 의심한 부분이 진실이 아님을 알게 된다. 진실의 퍼즐을 맞추기 위해 아주 어릴 적 기억까지 더듬어 간다. 하지만 둘의 기억은 겹치는 것이 없다. 게다가 치아키는 기억의 일부분을 소실해 버려서 치히로의 이야기에 도무지 공감할 수가 없다. 아버지의 죽음이 발단이 되어 그 동안 그들이 당연하게 여긴 것들이 진실이 아니었음을 맞닥뜨리게 된다. 치히로와 치아키는 남매가 아니었던 것이다. 어린 시절 불의의 사고로 치히로의 진짜 쌍둥이 남매는 사망하고, 이미 입양을 약속했던 탓에 비슷한 나이였던 치히로의 이모의 딸이 치아키라는 이름으로 입양을 간 것이다. 그런 그 둘의 기억을 더듬었으니 도통 겹치는 것이 없는 게 당연했을 것이다. 장애는 없었다. 그게 믿을 수 없었다. 서로 필사적으로 넘지 않으려고 애써왔던 노력이 전혀 의미 없는 짓이었다. - 온다 리쿠, <나뭇잎 사이로 비치는 햇살 속을 헤엄치는 물고기> 258p 그리고 나는 무서운 사실을 깨닫기 시작했다. 그에 대한 흥미가 급속도로 사라지고 있었다. 장애 따위는 이제 없다. 그러나 우리가 사촌 사이였다는 사실을 확신한 순간부터 그에 대한 감정이 점점 식는 것을 자각한 것이다. (…) 장애가 없음을 알자마자 이 정도까지 마음이 식어버릴 줄은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었다. - 온다 리쿠, <나뭇잎 사이로 비치는 햇살 속을 헤엄치는 물고기> 259p 남매가 아님을 알았다면 이제 더는 장애가 없다며 환영할 것만 같았는데 오히려 감정이 식고 말았다. 자신조차 놀랄 만큼 말이다. 분명 둘이 끌린 것은 사실이지만 이만큼 애틋하고 애절해진 것은 특이한 상황 탓이었나 보다. 그렇지 않고서야 감쪽같이 감정이 식을 수는 없지 않았을까. 결국 결론을 놓고 보면 치아키를 힘들게 했던 건 남매라는 특수한 상황이었던 거 같다. 그 상황 때문에 평범하게 연애할 수 없고 사그라들지 않는 마음 때문에 힘들어했던 것 같다. 그 애틋함 때문에 치히로의 모습이 또렷하게 눈에 들어오지 않았던 것 같다. 가장 자신을 괴롭힌 문제에서 벗어나니 그제서야 다른 것들도 눈에 들어오기 시작한 것이다. 치히로에 대한 자신의 진심도 그제서야 보인 것이지 않을까? 마지막에 치아키는 고등학생 시절의 남자친구를 회상한다. 자신을 좋아해서 사귄 남자친구. 자신은 그 아이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았지만 그 아이가 좋아할만한 행동을 골라한다. 결국 ‘좋아하는 척 하지 않아도 돼.’라는 이야기를 듣는다. 이 상황이 꼭 지금 상황과 맞물려 있는 듯한 느낌이다. 진심보다는 다른 사람의 환심을 사기 위해서 말이다. 그 누구를 위한 행동도 아닌데 말이다. 결국 치아키는 이번 일로 진심에 귀 기울이게 되지 않았을까? 자신과 상대를 동시에 상처입히는 행동은 그만 두고 말이다. 하마터면 평생 마음에 그림자를 드리울만한 일을 벗어나게 되어 참 다행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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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을 찍을 때면 누구나 웃는 얼굴이 되잖아. 학교 사진도 그렇고 직장 사진도 그렇고. 아무튼 카메라를 보면 반사적으로 웃게 되어 있어. 그러니까 앨범에는 웃는 얼굴뿐이지. 그런 사진들만 보고 있다 보면 점점 기억이 바뀌어버리는 것 같아. 당시, 그 집단이 정말로 화기애애했던 것 같은 착각에 빠지고 말지. 실제로는 삐거덕거렸거나, 괴롭힘을 당했거나, 사랑과 미움으로 뒤죽박죽이었다고 해도."
그렇게 우리들은 지금 이 순간의 절망도 미움도 공포도 체념까지도 모두 웃는 얼굴 뒤로 버리고 잊어버린다. 세월이라는 필터로 걸렀을 때, 모든 것이 달콤한 과거가 되도록. 모든 것이 행복한 기억이 되도록. [P.297]
한 장의 사진에 대한 이야기이기도 하고 어떤 남자의 죽음을 둘러싼 이야기 이기도 하고, 산에 관한 이야기 이기도 하고 어떤 남녀의 이별이야기 이기도 한 이 책. 온다리쿠의 신간 '나뭇잎 사이로 비치는 햇살 속을 헤엄치는 물고기'는 참 독특한 소설이다. 나뭇이 사이로 비치는 햇살 속을 헤엄치는 물고기라 !! 나뭇잎 사이로 부드러운 초록빛 햇살이 찬란하게 부서지는 상쾌한 풍경 같은 이 제목속에 눈을 찌를듯한 날카로운 햇살, 숨이 턱턱 막히던 등산로, 압도하게 위대했던 산, 발밑에서 후끈하게 올라오던 풀숲의 열기등등 그들이 느꼈을 그 모든것들이 고스란히 느껴진다. 무엇이 해결되고 무엇이 해결되지 않았을까 ? 다양한 음모가 난무하던 밤은 종말을 맞이하였고 공명정대한 새벽이 밝아왔다. (새벽은 인간을 정신차리게 하고 모든것을 일상으로 되돌려놓는 힘이 있다. 몇 시간 전에는 심각했던 문제가 하찮아 보이고, 요염하게 빛나던 것은 천하게 색이 바래 보인다.) 더 이상 알 수도 없었고 아무래도 상관없어진 일들. 처음부터 이렇게 될거라는 걸 알면서 시작된 것 같은 이별유희!!
그래. 어짜피 우리는 아무것도 공유하지 않았었어. 처음부터 뭔가를 공유한 적도 없었어. 공유하고 있다고 생각했던 그 모두가 환상이었을 뿐이야. 그런데 우리는 지금 이런 곳에서 뭘 하고 있지 ? 후딱후딱 나가면 될 것을. 아무것도 없는 방에서 이렇게 어색한 것을 참아가며 뭘 꾸물거리고 있지? 시간과 인생을 낭비하고 있을 뿐이잖아. [p.139~140]
다른사람에겐 어떨지 몰라도 나에겐 '아 ~ 역시 온다리쿠구나' 말할 수 있을만큼 온다리쿠만의 독특함이 잔뜩 묻어나 있었다. 이야기의 줄거리는 의외로 간단하다. 내일이면 헤어져 각자의 길을 가게 될 두 남녀가 마지막 날 밤 빈 방에 마주 앉아 두 사람 사이에 숨겨진 비밀을 밝히는 이야기인데 이 둘은 어떤 관계일까, 왜 이별을 하는걸까, 그 날 S산에서는 어떤일이 일어났던 것일까 ?? 등등등 그 속을 들여다보면 볼수록, 파헤치려 하면 할수록 그 깊이를 알 수 없는 블랙홀로 빠져들어가는 느낌이었다.
하룻밤이라는 시간이 이리도 길었던가 . . 긴 여행을 하고 돌아온 것만 같은 그 까마득한 느낌을 이 글을 읽는 그대도 맛볼 수 있기를.
나의 마음 이기도 하고 우리들의 마음이기도 한, 내 맘을 그대로 옮겨놓은 듯한 글귀들에 시선을 뗄 수 없었으니 이 것 역시도 큰 수확.
위험이 가득한 곳에서 살고 있을 때는 빨리 피난처에 들어 가고 싶어 안달이겠지만, 실제로 위험이 사라진 다음에도 피난처에 계속 있다 보면 그것도 고역이겠지. '안전'한 생활이 일상이 되어버렸을 때, 나는 그 평온함을 계속 견뎌낼 수 있을까 ? [p.179]
어려서는 감정을 그때마다 모두 벗어 팽개칠 수 있었다. 관계를 깨끗이 끊고 떠날 수도 있었다. 하지만 나이를 먹으면 그것도 어렵게 된다. 타협과 계산도 하기 마련이고 무엇보다도 외로움이 두려우니까. 외로움에 시달리거나 언짢은 상황이 되기보다는 서로의 싫은 면은 눈감아주면서 몸을 웅크리고 물러나는 방법을 깨닫게 된다. 마음을 지키기 위한 어른들의 지혜. [p.282~28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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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로와 아키. 같은 지붕아래에서 몇년 동안 함께 살아 온 둘은 지금 이별을 하려고 하고 있다. 계기는 일년전의 사건. 여행지에서 둘이 고용한 가이드의 추락사. 남자의 죽음은 사고로 처리되었지만, 그 배후에는 확실히 무언가가 있었다. 그것은 정말로 사고였던 것일까. 그렇지 않으면.... 마지막 밤이 깊어가는 속에서, 그들은 진실과 마주하기 위한 이야기를 시작한다. 서로를 의심하는 마음을 가진 채로.
관계의 진실이 밝혀졌을 때의 아키의 깨끗한 변심. 역시 갑작스런 현실과 마주쳤을 때, 한발 빨리 냉정하게 되는 것은 역시 여자 쪽이려나. 히로가 아키가 아닌 누군가와 결혼 해서 가정을 이룬다고 해도, 역시 히로의 마음 속에는 아키가 계속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반대로, 아키는 깨끗하게 히로를 '과거의 인간' 으로 생각하며 살아가게 되지 않을까. 그건 뭐 어디까지나 개인적인 상상이지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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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뭇잎 사이로 비치는 햇살 속을 헤엄치는 물고기 - 온다 리쿠 우와아-, 제목 한번 길다. 읽다가 숨 넘어가겠지만, 어쨌든 원제를 우리나라어로 번역하자면 저렇게 된단다. 사실 일본어로는 이 나뭇잎 사이로 비치는 햇살을 이르는 말이 따로 존재한다던데, 우리나라 말에는 어떤 풍경을 이르는 말이 부족한게 사실인것 같다. 그래서 저런 숨찬 제목이 되어버렸지만, 그래도 뭔가 예쁘고 아기자기한 느낌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 아름다운 제목속에는 스릴넘치는 서스펜스가 숨겨있다는 사실! ;) 이 책은 어떠한 사실을 기억하는 두 남녀의 감정과 생각을 각 장마다 나눠가며 사이좋게 펼쳐진다. 어떠한 동일한 사건 속 다른 생각을 가진 두 사람. 그래, 이것이 진정한 동상이몽이라고 하는 것일까? 그리고 맞지 않는 기억속에서 맞물려 들어가는 드러나지 않은 새로운 진실까지. 마지막에 옮긴이의 말에 의하면 옮긴이는 한 편의 연극을 보는 것 같다고 했다. 그도 그럴것이, 여태까지의 책들이 한편의 드라마나 영화를 보는것이라면, 이 책은 남 녀의 서술적인 말들로 정말 내 앞에서 두 사람의 대화가 눈에 보인다. 한 사람이 말을 끝내면 그 사람이 거기에 대해 다른 말을 이어가는 형식으로, 이 책, 하루만에 다 읽었다. 사실, 불안한 동화에 이어 두 번째로 보는 이 책은 다소 지루하기도 하다. 확실히 영화와 연극은 느낌조차도 다르지 않은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루만에 읽게 된 것은 불안한 동화는 다소 뜬 이야기 였다면, 이 이야기는 지극히 현실적이면서, 지극히 인간적이다. 동상이몽. 어쩌면 이 말이 잘 어울린다고 볼수도 있겠다. 그 서로 다른 꿈 속에 맞물린 진실을 찾기까지, 이 두사람의 공방은 꽤 치열하게 까지 와닿는다. 옮긴이의 말에 의하면 온다리쿠가 어휘를 가지고 노는 무슨 마술사라 표현했는데, 딱히 기억력이 좋지 않아 그건 모르겠지만, 두 번째로 읽는 책에서 확실히 느낀것은, 온다 리쿠라는 작가는 색채의 표현력을 굉장히 잘 사용한다는 점이다. 전작 불안한 동화에서도 색채의 표현력이 두드러졌는데, 이 책 속에도 자연의 색채가 등장한다. 그 묘사가 과하지도 덜하지도 않아 정말 내 눈앞에서 편안하게 펼쳐놓은 기분이랄까. 두 사람의 인간적인 기억 속에서, 그리고 그 속에서 인간의 이중성과 잔혹하리만큼 잔잔한 전개까지. 이 책은 어떠한 사건을 전재로 시작하지만, 정작 그 사건에 대해서는 확실하지 않다. 다만, 그 사건대신 진짜 중요한 진실히 밝혀지니 거기에 초점을 맞추도록. 어떠한 사실에 대한 관점차, 시각차, 개인차를 알 수 있었던 한 편의 연극같은 책, 나뭇잎사이로 비치는 햇살속을 헤엄치는 물고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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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와 그녀의 운명을 가를 마지막 밤이 시작된다.
아마 이 이야기는 한 장의 사진에 대한 이야기가 될 것이다. 물론 어떤 남자의 죽음을 둘러싼 이야기이기도, 산에 관한 이야기이기도 하다.그리고 어떤 남녀의 이별 이야기라는 측면도 있다.
이 책을 읽기 전에, 그러니깐 어제 밤에 히가시노 게이고의 "옛날에 내가 죽은 집"을 먼저 봤다 그런데 묘하게도 두 소설은 어딘가 닮아 있었다. 히가시노의 '사야카'가 그랬던것처럼 온다리쿠속의'히로'와 '아키' 또한 과거 기억의 일부가 결여되어 있다. 더군다나 둘은 남매이면서도 서로가 공통된 기억을 제대로 가지지 못한다. 아니, 중요한 기억을 공유하지 못한다는 표현이 더 적절하겠다. 기억이라는 단어로 묘하게 연결된 이 책을 한번 읽기 시작하니, 그 기억의 끝이 어떤지 너무나 궁금해서 참을 수가 없었다. 그리고 또 한번 온다리쿠의 매력적인 언어의 세계에 빠져들었다.
남매인 히로와 아키는 함께 살던 집을 정리하고 이젠 각자의 길을 가기로 결심한다.서로가 서로를 아끼고 사랑했지만, 1년전 '그 남자'의 죽음으로 인해 그들의 시간은 어긋나고 말았다. 그리고 헤어지기로 결심한 전날밤, 분주하게 흐르던 시간에서 잠시 벗어나 서로가 서로에게 가지고 있던 의문점들을 풀기 위해 이야기를 하기 시작한다. 사실은 서로에 대한 탐색이였다. 과연 거짓을 말하고 있는자가 누구인지를 밝혀내기 위한.
"그때." 반사적으로 입에서 말이 튀어나갔다. "그 칼을 쓰지 않은 이유가 뭐야?" "응?" 그가 굳은 표정으로 나를 보았다.
그 둘은 한 남자를 찾아 자신들의 정체를 속이고 산행을 간다. 자신들이 태어나기도 전에 자신들과 어머니를 버리고서 유유히 사라진 아버지란 존재를 만나기 위해서였다.그리고 우연찮게 그들의 아버지가 자신들의 산악 가이드가 되고, 그곳에서 아버지는 죽게된다.히로와 아키는 서로 상대가 자신들의 아버지를 죽인것이라 생각한다. 섬뜩해하면서도 내심은,그(그녀)가 아버지라는 존재를 떠안아 주게 됨을 고맙게 생각한다. 이제껏 자신의 인생에 끼어든적 없던 아버지란 존재가 이제와서 자신의 인생에 끼어드는게 달갑지만은 않았기 때문이다. 허나, 두사람 앞에서 아버지가 죽어버린 지금, 아키와 히로는 모두 자신의 인생에 아버지가 깊게 개입되었음을 깨닫게 되고, 아키는 히로를, 히로는 아키를 살인자로 의심하게 된다.
하지만 우리 사이에는 뭔가가 있고 그 뭔가로 맺어져 있다는 예감 같은 것을 둘 다 느끼고는 있었다. 그런 아련한 느낌을 사랑의 예감이라고 생각했어도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우리는 너무 어렸다.
그 두사람은 가족이면서도 가족 이상의 감정을 가진채 살아가고 있었다. 아키가 양녀로 보내졌기에 함께 있던 시간이 길진 않았지만 성인이 되어 만난 두 사람은 금세 서로가 서로에게 이끌렸고 지금 이 순간까지 왔다. 하지만 단 하나의 사건으로 서로를 끊임없이 의심하며 함께 공유하던 그 시간과 공간이 뒤틀리고 있었다. 그리고 그 안에서 잊혀져 있던 과거의 비밀이 조금씩 드러난다.
읽으면서 조금 힘들었다. 나는 한없이 아키의 감정에 이입되어 유유부단한 히로를 비난하기 바빴고, 정작 중요한 순간엔 결정을 남에게 미룬다는 아키의 말에 심하게 공감하며 어서 히로가 자신의 입으로 진실을 말해주길 기다리고 있었다. 하지만 그건 히로에게나 아키에게나 너무나 가혹한 일이였다. 그리고 아키의 내면을 통해서 드러난 진실은 가히 효과적이였다고 생각한다. 그들의 시간은 처음부터 함께 시작하지 않았다. 아주 잠시잠깐 추억을 공유하고 있었을 뿐이다. 그러기에 아키의 사랑이 금세 식어버리는것도 이해할 수 있었다. 또한 "옛날에..."의 '사야카'만큼 이나 복잡한 가정사를 지니고 있던 히로와 아키의 이야기도 경악할 만 했다. 영원히 함께라고 생각했던 그 시간이 이제는 과거가 되어버렸음을 느끼게 되었을땐, 어떤 기분일까. 나도 과연 아키처럼 그런 사실들을 담담하게 받아들일 수 있을진 확신할 수 없지만, 아키가 표현하지 않은 그 어떤 슬픔들이 밀려올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나간 추억에 대한 예의랄까.? 짧은 하룻밤의 이야기를 한달여의 시간을 달려온것처럼 느껴졌던 온다리쿠의 소설은 오늘도 내안에 많은 감정들만을 남긴채, 묘한 여운을 주고 끝을 맺었다.
시계 저 너머에 우리들의 집이 있다. 우리들이 공유했던 세월이 그곳에 있다. 이렇게 시계 반대편에 서서 우리집을 보고 있자니 기묘한 심경이 되었다. 마치 그곳에 모르는 누군가가 살고 있는 듯한. 또 다시 나뭇잎 사이로 스며드는 햇살이 눈앞에서 어른거린다. 이곳은 그 산속이다. 우리는 나뭇잎 사이로 환하게 스며드는 햇살을 셋이서 나란히 보고 있다.아니, 지금 우리는 셋이서 저 창문을 올려다보고 있다. 행복했다고 믿었던 세월, 분명하게 존재했던 세월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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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번째 쯤 되는 온다리쿠
너무 한작가만 연달아 읽었나?
식상해지네.. 반복되는 패턴이 있는 것같다.
쉬던지해야지 , 로미오와 로미오는 영원히 , 초콜릿코스모스 , 호텔정원에서 생긴일
거기서 느껴지던 감성이 없다 ㅜㅜ
표지는 정말 이쁘더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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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인 같아 보이지만, 연인이 될 수 없는 가족. 가족이지만 가족으로 보이지 않는 가족. 부모자식이지만 서로가 서로를 알지 못하는 부모자식. 키워준 부모님과 낳아준 부모님과 나를 만들어준 부모님. 그리고 기억을 공유하지 못할 때 느껴지는 상대에 대한 낯설음. 온다 리쿠가 가장 자주 사용하는 가족 간의 연애감정을 잘 다루는 소설입니다. 온다 리쿠의 글들은 근친 소재나 늬앙스를 잘 써먹는데 그녀의 미스터리어스한 이야기를 굉장히 절제된 느낌으로 잘 담아내어 글이 천하거나, 음란하다는 느낌을 주지 않는 것도 특징이랄 수 있다.
그녀의 글은 89년에 서 있는 것 같다. 7080의 느낌도 아니고, 그렇다고 90이후나 21세기의 글 같지도 않다. 다만 그 중간에 서 있을 뿐. 그리고 약간, 아주 약간 더 80년의 느낌이 든다. 89년의 추억은 아무것도 기억나지 않지만, 아마도 89년을 말하라 한다면 이 책과 같지 않을까. 야하지만 음란하지 않고, 슬프지만 상처받지 않는다. 그녀의 글은 상처난 채 웃고 있는 아이 같다. 놀이터에서 오늘 데굴 굴러놓고도 집에서는 배시시 웃는 아이의 미소처럼, 상처 받았지만 상처 받지 않았다. 그녀의 글은 중립적이다.
글은 기억을 말하고 있다. 가족을 구성하게 하는 것은 기억이라고. 옛날의 기억을 공유한다는 것에서 우리는 편안함을 지닌다. 아버지가 기억하던 나의 7살과 내가 기억하는 7살의 추억이 완전히 다르다면. 나는 그 해 여름의 바다가 기억나지만 아버지는 그 해의 계곡을 말하고 있다면? 어머니는 내가 아팠을 때 복숭아 통조림을 사주셨다고 했다. 하지만 내 기억에 남아있는 것은 따뜻한 죽이라면. 어긋난 기억이 하나하나 확인될 때마다 나는 의심하게 된다. 사람은 기억이 어긋날 때, 사람을 의심한다. 그리고 기억이 공유되지 않는다면 사람은 가족이 될 수 없다.
그리고 가족이 아니라면, 더 이상 매력적이지도 않는다. 당신이 사랑스럽게 느껴지는건 나와 가족이기 때문에. 그렇기 때문에 당신을 사랑하고 있는 걸지도 모른다. 나는 너를 사랑하는게 아니라, 나의 가족인 너를 사랑하고 있을지 모른다. 너를 바라보지 않고, 나를 사랑해주는 너를 바라보며 나는 사랑을 연기한다. 그리고 그것이, 이 책이 말하는 가족이다.
순수한 그 사람을 보는 것이 아니라, 모든 것은 그 사람의 '역할'로 보일 뿐이다. 그 때 그 사람이 왜 그랬을까? 그 사람은 총무니까. 그 사람은 남자니까. 그 사람은 자식이 있으니까. 누구도 그 사람을 그 사람 자체로 보지 않는다. 그 사람이 연기하고 있는 포장을 바라보고 평가하고 추론할 뿐이다. 그리고 가족 사이에서 그 포장은 기억이 만들어낸다. 그리고 기억이 맞지 않아 그 포장이 벗겨질 때 눈 앞에 있는건 추하고 하찮은 한 사람 뿐이다. 그게 사실이다.
책은 단순한 미스터리물에서 하나의 단계를 더 밟고, 마지막에 이르러서 제목으로 한 걸음 나아간다. 우리는 세월에 가려진 진실 속을 헤엄치고 있는 기억력 짧은 물고기에 불과하다. 햇볕의 따뜻함은 추억으로 미화되고, 눈부심은 잊혀진다. 그늘의 시원함은 옛 날의 즐거움이 되지만 그 음산함은 망각되어 저 먼 곳으로 사라진다. 모든 인간의 기억은 사람을 포장하고, 우린 그 포장지를 보며 살아간다. 그리고 아무도 포장 안의 내용을 보려하지 않는다. 그리고 그 내용을 직면한 사람은 모두, 돌아서버린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