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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열한 영혼의 소유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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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죽이지 못하는 고통은 나를 강하게 만든다.-니체   도스토예프스키의『죄와 벌』에 가난한 대학생 로쟈가 나옵니다. 돈 때문에 불행의 콤플렉스에 시달리는 냉소적인 사람입니다. 사람들은 가난은 죄가 아니라고 용기 있게 말합니다. 하지만 마지막 순간까지 가난을 버텨내는 게 쉬운 일은 아닙니다. 더구나 가진 것이라고 몸 밖에 없는데 이런 몸으로 아무것도 할 수 없어 도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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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죽이지 못하는 고통은 나를 강하게 만든다.

-니체

 

도스토예프스키의죄와 벌에 가난한 대학생 로쟈가 나옵니다. 돈 때문에 불행의 콤플렉스에 시달리는 냉소적인 사람입니다. 사람들은 가난은 죄가 아니라고 용기 있게 말합니다. 하지만 마지막 순간까지 가난을 버텨내는 게 쉬운 일은 아닙니다. 더구나 가진 것이라고 몸 밖에 없는데 이런 몸으로 아무것도 할 수 없어 도무지 가늠이 되지 않는 끔찍한 절망에 빠지게 됩니다. 그래서 그는 오래도록 나폴레옹을 꿈꿨습니다. 나폴레옹이 세상을 지배한 영웅이었듯이 그 또한 영웅이 되어 부조리한 세상과 맞서 싸우고자 했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그가 노파를 살해한 것이 과연 정당할까요? 그에게는 얼마든지 정의로울 수 있으나 사회가 요구하는 정의가 아니라면 결국에는 죄인이라는 벌을 받게 됩니다.

 

만약에 그가 나폴레옹이 아니라 이순신을 멘토로 삼았다면 어떻게 되었을까요? 이순신은 임진왜란이라는 풍전등화의 위기 속에서 조선을 구한 최고의 영웅이며 2323승이라는 기념비적인 불패의 장군입니다. 다른 영웅들과 비교해도 더욱 존경심을 불러일으킵니다. 대단한 인생을 살고 싶은 사람들은 이순신 장군이 보여준 불굴의 용기를 신조로 삼을 만합니다. 무엇보다도 놀라운 사실은 영웅(英雄) 이순신이 아닌 성웅(聖雄) 이순신이라는 것입니다. 돌이켜보면 영웅은 누구나 할 수 있으나 성웅은 아무나 할 수 없는 위대한 사람입니다. 성웅은 세상에 맞서 싸워 자신을 지켜내는 것이 아니라 진심으로 올바른 삶의 가치를 실현합니다. 어떤 어려움 속에서도 품위를 잃지 않는 치열한 영혼의 소유자입니다.

 

김종대의이순신, 신은 이미 준비를 마치었나이다를 찬찬히 읽으면서 40년 동안 한결같이 이순신을 공부한 저자의 특별한 행복감을 많이 느꼈습니다. 생각해보니 초등학교 교정에서 맨 먼저 만난 위인이 이순신 장군이었으며 TV, 영화에서 왜군을 물리치는 이순신 장군을 보면서 얼마나 통쾌했는지 모릅니다. 한국인이라면 이순신 병에 걸려본 경험이 있을 것입니다. 반일(反日)을 가장 적극적으로 행동에 옮겼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저자의 이순신 병은 간절함에서 생겨났습니다. 이순신의 진면목을 아는 사람이 별로 없기 때문입니다. 이순신의 존재는 알고 있으나, 그의 인격에 관한 제대로 된 이야기를 들어본 적이 없습니다.

 

우리는 살아가는 동안 한산도해전, 명랑해전, 노량해전 같은 위험을 겪을 수밖에 없습니다. 그럴 때마다 우리는 매우 농도 짙은 절망감 때문에 제대로 싸워보지도 않고 탈출구를 찾느라 시간을 낭비합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죽음을 두려워하기 때문입니다. 도무지 자기 힘만으로는 감당할 수 없는 불행에 자신의 마지막 목숨을 바칠 사람이 얼마나 될까요? 임진왜란 때 왜군이 파죽지세로 국토를 유린한 것은 지도자들이 무사안일에 빠져 국민을 지키지 못한 사건입니다. 죽음에 대한 두려움으로 지도자들이 자신의 무능을 변명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결과인지 모릅니다.

 

하지만 이순신 장군의 강인한 정신력에서는 비장함이 솟아올랐습니다. 그는 유비무환(有備無患)으로 난세를 대비했으며 나라의 소중함을 일깨워 정신력을 극대화시켰습니다. 또한 조선 최고의 기념물인 거북선은 그의 창조성과 자조정신의 위대한 산물입니다. 그리고 죽고자하는 자는 살고 살고자하는 자는 죽는다.”는 결의를 통해 죽음마저 두려워하지 않았습니다. 결과적으로 그의 탁월한 리더십은 조선 수군의 12척을 무적함대로 만들었습니다. 그러니 왜선의 거대한 200여 척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무용지물이 되었던 것입니다.

 

이순신의 호국정신은 왜군에게 가장 무서운 적이었습니다. 그런데 당시의 선조(宣祖)를 비롯한 권력자들에게도 이순신은 가장 무서운 적이었습니다. 국난극복의 의지보다는 당쟁하느라 분열되었습니다. 이순신 장군의 승리에 대한 격려는 명분에 불과했습니다. 위정자들이 어떻게 그럴 수가 있나 싶을 정도로 온갖 모함과 질시로 그에게 백의종군하라며 침몰시켰습니다. 이러한 참혹한 심정에도 불구하고 그의 확고한 신념은 흔들리지 않았습니다. 가령, 정유재란이 일어나 다시 삼도수군통제사가 되었을 때 위정자들이 이름뿐인 수군을 폐지하려고 하자 그는 불신의 문제에 대해 다음과 같이 돌직구로 말했습니다.

 

아직도 신에게는 12척의 전선이 있습니다.

죽을힘을 다해 막아 싸우며 아직도 할 수 있습니다.”(p306)

 

이것이 유명한 명량해전이며 이순신을 이해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대목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의 상식으로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성격을 가진 굉장히 독특하고 아주 미래적입니다. 만약에 그의 불멸의 정신이 없었다면 조선은 멸망했을 것입니다. 저자의 주장을 통해 명량해전은 나라의 운명이 걸린 최고의 해전이었으며 동서고금에서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신비한 해전이라는 것을 알았습니다. 무엇보다도 감동적인 것은 끝내 목숨을 내놓고 싸워야만 승리할 수 있는 배수진을 선택할 수밖에 없는 먹먹함이 정말이지 가슴을 울렸습니다.

 

이순신의난중일기를 읽어보면 정유년(1597) 916일에 천행(天幸), 천행(天幸)이다.”는 감회로 명량해전의 승리를 담백하고 초연하게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명량해전을 자신의 공적(功籍)으로 말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하지만 이순신은 천행이라며 자신의 일을 묵묵히 수행하며 공직자의 사명감에 주어진 윤리적 소명을 담담하게 밝히고 있습니다. 그래서 처음에는 저의 소견으로 이순신 장군에게 오히려 천행이 아니라고 거듭 말하고 싶었습니다. 장군의 탁월한 전략과 전술이 없었다면 승리는 불가능했기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장군이 천행으로 답하는 것을 보면 뭔가 각별한 의미가 있음을 비로소 알게 되었습니다. 그것은 바로 민심은 곧 천심이라는 것입니다. 민심을 얻으면 천하를 얻을 수 있으며, 민심을 얻었는데 굳이 자신을 칭찬하는 것은 곧 민심을 잃는다는 역사적 책임의식의 발로였습니다.

 

그러면 이순신 장군은 어떻게 해서 난세의 시대에 민심을 얻었을까요? 이순신 장군에게 민심은 승리의 원동력인 동시에 자신의 내면을 고양시키는 의지의 원동력이었습니다. 전통적 방식으로 보면 백성은 통치의 대상입니다. 하지만 이순신 장군에게 백성은 사랑()의 대상이었습니다. 백성을 진심으로 사랑하지 않았다면 나라사랑은 공염불에 지나지 않습니다. 그리고 사랑이라는 이타(利他)와 더불어 정의(正義)를 실천해야 합니다. 우리는 얼마든지 이기(利己)를 위해 정의를 선택하는 딜레마에 빠질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정의는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필수로 지니고 있어야 합니다. 또한 모든 일에 정성(精誠)을 다하며 자력(自力)으로 문제를 극복해야 한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일찍이 류성룡은 이순신에 대해 백 가지 재주를 가진 사람으로 말한 바 있습니다. 사람이 한 평생 살면서 한 가지 재주만이라도 가질 수 있기를 바라는데 백 가지 재주를 가지고 있다면 천하무적이 됩니다. 하지만 천하무적에게도 두려워할 만한 적이 있으니 그것이 바로 내면의 적입니다. 내면의 적은 금방 사라졌다가도 어디선가 금방 나타나 괴롭힙니다. 그래서 평소에 수양을 하지 않으면 우리는 얼마든지 위선자가 될 수 있습니다. 만약에 이순신 장군이 갑옷과 칼로 무장만 하고 도덕적으로 무장을 하지 않았다면, 정돈된 인격이 없었다면 어느 영웅과 다를 바 없었을 것입니다. 그래서 나폴레옹을 흠모하는 사람들이 앞서 말한 로쟈처럼 벌을 받는다면 그것은 안타깝게도 영웅의 그림자에 지나지 않습니다. 우리가 지양해야 할 영웅은 밤하늘의 별처럼 빛나야 하는 성웅이어야 합니다.

 

가끔씩 국가에서 정책을 결정할 때마다 황당한 수준일 때가 한 두 번이 아닙니다. 그럴 때마다 왜 이렇게 현실을 모르고 있는지 답답했으며, 어떻게 해서 그런 결과물이 나왔는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물론 100% 만족을 바라는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미봉책이 되어서는 사회의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바야흐로, 우리는 국민행복시대를 꿈꾸며 살고 있습니다. 공평하고 안전한 삶. 그래서 더욱 이순신 장군과의 만남은 새로운 시대, 새로운 사랑이었습니다. 저자는 사랑하면 꿈을 갖게 되고 꿈은 목표를 갖게 한다고 말했습니다.

 

돌이켜보니 책 곳곳에 스며있는 이순신 장군의 생애는 단순히 과거지사가 아니었습니다. 이순신 장군에게 고마움을 느끼면서 한편으로는 계속해서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를 질문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그 질문은 사실상 내 자신을 향하여 회오리쳤습니다. 마치 명랑처럼 말입니다. 책 제목이 이미 모든 것을 말하고 있듯 이제 우리도 스스로 이순신 장군처럼 준비를 마쳐야 하지 않을까요? 혼탁한 사회에 이순신 장군 같은 큰 어른이 필요하다는 지극히 명쾌한 진실을 통해 그냥 어른으로 살아온 나를 반성하면서 이순신 장군의 후예가 되기를 간절히 소망해봤습니다. 이순신 장군은 이 세상에서 결코 사라지지 않을 빛과 같은 존재였습니다.

p******0 2020.10.13. 신고 공감 5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