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랜만에 책을 주문했고, 그 책이 이틀만에 배달됐다. 책을 보내는데에 4일 정도가 걸릴 것이라는 책도 두어권 있었는데 의외다. 그래서 얼른 배달 목록을 눈을 쪽 찢어가며 살펴본다. 혹시 빠뜨린 것이 없나 예리하게 관찰하지만 열아홉권 모두 맞다. 그리고 가장 먼저 부리나케 펼쳐든 것이 바로 최인석의 소설이다. 꽤 유명한 구비문학인 우렁각시 이야기를 깊숙한 토대로 삼고 있는 소설은 현대 사회에 가득한 욕망의 잔혹함과 부질없음을 동시에 드러내고 있다. 순진한 농사꾼 청년과 우렁각시의 행복한 사랑이라는 우렁각시 이야기는 그래서, 소설에서는 극악한 장사꾼이 우렁각시를 내세워 서커스로 돈을 벌어들이고 정작 자신은 국회의원의 딸과 결혼하고 나중에는 그 우렁각시를 다른 장꾼에 팔아버린다는 설정으로 뒤바뀐다. 그리고 그렇게 삐딱한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것은 완고하고 타협할 줄 모르며 자신만의 방법으로 하지만 자본주의 사회를 평범하게 살아가는 아버지를 둔 승호이다. 하지만 이러한 승호는 글의 서두에서 교통사고로 목숨을 잃는다. 이제 남은 것은 승호의 아버지인 승준과 그의 부인 정연이다. 이들은 상가의 한 켠에서 금은방을 하며 상가 사람들과 먹고 노는 여행을 갔다가 아들의 사고 소식을 듣는다. 돌아온 아버지는 한동안 자식의 죽음 앞에 태연했으나 어느 순간부터 죽은 아들을 위한 물건을 사들인다. 살았을 때는 한 번도 자신의 마음을 흡족하게 하지 못했던 아들, 살았을 때는 자신을 속이고 학업도 그만둔 채 영화판을 쫓아다녔던 아들, 살았을 때는 한번도 자신을 보여주지 않았던 아들의 방에서 아들의 모습을 흉내내며, 컴퓨터 속 아들과 관련된 사람들과 채팅을 하면서 아버지는 삶을 이어가는 중이다. 정연은 이런 남편을 이해하기도 하고, 이해하지 못하기도 하다. 여기에 카드 빚을 지고 살해의 위협을 당하는 승준의 조카, 어미를 폭행하는 아비를 피해 독립하려고 원조교제를 감행하는 여고생, 상가 임대료를 인상하려는 빌딩 주인들이 곁가지로 끼어든다. 인간의 욕망은 사회의 발전과 나란히 길을 걷는다. 이들의 사이는 꽤 좋아보이지만, 그것은 어깨를 걸고 있는 몇몇 사람들에게 국한된다. 어떤 이들은 보폭을 맞추지 못해 힘겨운 숨을 내쉬고 또다른 이들은 낙오한채 그 앞서 걷는 무리들을 선망의 눈으로 바라보고, 몇몇은 그들과의 간격을 줄이기 위해 비인간적인 일도 서슴치 않고 감행한다. 인간의 보폭이 사회를 규정하는 시대는 끝이 났다. 이제는 사회의 보폭이 인간을 규정하는 시대가 도래했음을 모두들 알고 있다. 같은 이유로 욕망은 이제 인간에게서 비롯되는 것이 아니라 사회에서 비롯되는 것이다. 작품을 통해 작가는 인간의 욕망에 대해 말하고 있는 듯하지만, 결국 그것은 사회가 부추긴 인간의 욕망에 다름 아니다. 끊임없는 경제적 욕망, 이러한 경제적 욕망을 해소하기 위한 사회적으로 합의되고 장려되는 비윤리의 윤리, 경제적 욕망과 궤를 같이하는 가해자와 피해자의 구별이 점점 불가능해지는 성적 욕망까지... 하지만 시사하는 바의 무게와는 상관없이 책은 스피디하게 읽히고, 과도한 메시지의 주입도 없다. 그럭저럭 볼만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