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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우의 소설을 읽어온 지가 꽤 되었을 것이다. 그리고 늘 그의 글을 만족감을 느꼈던 것으로 기억한다. 이 책도 그 믿음으로 읽기 시작했고, 어긋나지 않았다.
나로서는 이 작가의 글을 오래 전부터 책이 출간될 때마다 읽어서, 즉 연속하여 몇 권을 읽은 게 아니어서, 읽을 때마다 새로움을 느끼게 된다. 솔직히 읽는 그 순간, 그리고 이후 잠깐 동안 좋았다는 인상 외에 그의 소설에 대한 기억을 오래 지니고 있지 못했던 덕분이라고 해야겠다. 또 그게 오히려 나에게는 더 좋다. 시시하거나, 지루하거나, 그저 그렇다거나, 또 이런 글인가 하는 식상함 따위는 전혀 느끼지 않아도 되니까. 그래서 나는 소설을 읽을 때만큼은 내 모자란 기억력에 고마움을 느낀다.
이 책을 읽으면서도 새로웠다. 전에도 내가 이 사람의 글을 읽으면서 이런 음산함을 느꼈던가 싶을 정도로. 공포 소설도 아닌데 좀 무섭기도 하고, 무언지 모를 것에 뒤덮여 그 속에서 아무 것도 모르고 살아가는 듯한 내가 좀 딱하기도 하고, 둘러보면 또 나만 그런 것이 아니어서 더 안쓰럽기도 하고, 이런 우리들에게 작가는 계속 경고도 하고 자극도 주는데 우리는 이웃 나라 이야기마냥 그냥 흘려 듣기만 하고 있는 것도 같고. 그럼에도 이 마음이 싫지가 않다는 데 이 책의 매력을 느꼈다.
공포 영화나 공포 소설이라면 선물을 준다고 해도 안 보는 내가, 온 몸이 으스스해지는 약하면서도 은근한 기운에 젖어 이 책을 읽고 있었으니. 놓쳐 보내고 싶지 않은 글이었으니. 아마도 늘 이런 매력에 그의 책을 주욱 읽어 왔던 것이리라. 분명하지는 않지만 무언가 내 주위의 환경과 사람들의 삶과 나 자신의 의식을 돌아보게 만드는 소설. 글을 읽는 그 순간에 살아있는 생명체로서 생각이라는 것을 해 보게 해 주는 소설.
간간이 몸이 또 마음이 오싹해지는 것을 느끼면서도 어느 덧 끌리는 분위기, 음산하거나 을씨년스럽거나. 모처럼 내 취향을 확인시켜 준 소설이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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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노적가리 판타지 자신의 죄마저도 허영심의 재료로 사용하는 인간에 대한 모습. 내가 밉다 혹은 나는 우울하다... 혹시 그런 감정을 즐기는 새디스트는 아닐런지??
2. 융프라우 현상학 목표를 잃어버려 활발한 삶을 살아가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잘려서 말라 미틀어진 장작처럼 죽어버린 것도 아닌 시간에 끌려 살아가는 인간에 대한 모습. 하고 싶은건 있는데... 그냥 있을 뿐 하기 위해서 적극적으로 무언가를 하는 것도 아니고 그저 시간이 흘러가는대로 살고있는 내 모습이 매칭되는 이야기.
3. 인생작법 삶에 대해 나름의 계획을 세우고 거기에 맞추어 살아가려고 해도 그것을 간단히 비틀어버리는 우연에 대한 이야기. 우연을 창조자의 힘으로 몰아 세우던 혹은 단순히 우연으로 치부해버리던 그런 일은 지금 이순간에도 벌어지고 있다. 이순간.. 누군가는 죽어가고 있을테지. 본인이 세워놓은 계획에는 없는 일이겠지만...
4. 야생동물 이동통로 집짐승처럼 순한 사람을 야생동물로 만들기 애초에 만나지 말았어야 할 두사람
5. 백일홍 멋진 삶, 화려한 삶을 살기를 바라고 있는가... 그런 목표를 위해 하루하루를 열심히 살고 있는가? 아니면 이상과 현실이 연결되어있지 못하고 따로 놀고있는가... 당신이 바라는 백일홍은 노력없는 욕심만으로는 꽃피울수 없다.
6. 독서형무소 ...
7. 인형의 마을 상처없는 완전한 삶을 꿈꾸는 인형들... 아니 우리 인간들... 아니 나. 나에게 주어진 선택의 순간에 내가 선택할 수 있는 항목들 조차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면서 상처입지 않을려고 해왔던 내모습이 생각났다. 상처라는 건 결과론적으로 인식되는 것일 뿐... 하지만 나는 아직도 두렵다. 내 선택이 상처가 되지 않을까 해서. 인형의 마을에서 탈출하면 이런 두려움이 사그러질까?
후기 인생이란 무엇인가? 에 대해 佛家의 가르침을 많이 받아먹었었는데 먹기만 하고 소화를 못 시키고 있어 점점 체증이 올라오는 단계에서 문득 이 책을 통해 많은 부분을 배설할 수 있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