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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와 제목에 대한 느낌> 표지를 보며 한 가족을 표현하는 방법이 기발나네. 제목을 보며 그렇군.
<이책은> 서평 당첨 도서
<저자는>
<책읽은 소감> 소위 금수저라 불릴 가족이 있다. 이름하여 어쩌다 이런 가족. 이 가족의 가훈은 가화만사성. 가훈에 지극히 충실한 소음과 소란이 없다. 가족 모두가 이해심이 넘치고 인성이 좋아서 소음과 소란이 없는거라면 어쩌다 이런 가족이라고 할 수 있을까.
아버지 서용훈 의사 집안의 길을 가기 싫었던 서 회장은 출판사를 경영중이다. 베스트 셀러 두 권을 낸 전적이 있다. 사업상 필요했던 해결사 복어의 남동생 멸치의 생명을 구해준다. 비록 휠체어에 의지한 삶이었대도 자신을 살린 서 회장에게 형제는 충성(?)을 다한다. 그네의 여동생 현주가 구원투수가 될 줄은 아무도 몰랐다.
어머니 유미옥 늘 같은 이미지를 유지하기 위해 마음에 풍랑이 생기면 푸른 초원을 그리는 주문을 건다. 가식과 위선으로 무장한 전형적인 상류층 여성. 그녀의 모습은 어머니의 교육이자 세뇌 결과다. 자신과 달랐던 언니가 사랑하는 남자와 떠나자 존재하지 않았던 사람 취급을 했다. 그녀도 유학 생활중 한 남자를 운명적으로 사랑했는데 그 가족이 나락으로 빠지며 동반자살을 했다. 거기서 살아남은 구한은 식물인간. 그 상태를 유지해주는 조건으로 서 회장과 결혼했다.
큰 딸 혜윤 부모가 좋은 유전자만을 물려주기 위해 인공 임신으로 태어났다. 부모의 바람대로 성장해 준 딸은 변호사 경수와 약혼한 상태다. 아침만은 다같이 해얀다는 규칙아래 마주한 식탁. XX동영상이 유출되어 협박 문자가 왔다는 딸의 폭탄 발언. 부모에 순종하는 삶을 살던 어느날 자신안의 욕망을 알아버린다. 남자들에게 돈을 받고 관계를 해야 오르가즘을 느꼈다고.
작은 딸 혜란 미모에서만 언니에게 앞서나 여타 다른 면에서는 감추고 싶은 딸. 언니가 워낙 월등해서라는 건 안다. 그렇다고 기죽을 혜란이면 재미없지. 금수저 집안의 재력을 이용한 것들은 충분히 누리자, 이용하자 주의. 친구들에게 왕따를 당하는 형국이지만 실상은 자신이 친구들을 따 시키는 셈. 진환이와 명석이만 친구의 범주에 있다. 진환이는 어릴 때부터 맘이 맞았는데 서로의 모난 점과 원활하지 않은 교우관계 등에서 동질감을 느끼기 때문. 명석은 대표적인 흙수저지만 자신의 초대에 응하지 않은 1인이라 관심을 갖었다.
고진욱 고아에다 죽기살기로 노력해 이루는 인생. 혜윤을 만나 오르지 못할 나무라는 걸 알게 된다. 그녀의 조건을 보고 만난게 아니었다. 그녀의 조건을 알자 오히려 부담스러워하고 자신때문에 그녀가 다칠까봐 걱정하는 남자다. 혜윤의 진심을 알게 되면서 둘은 자신감으로 맞서는데...
애지중지 남들 앞에 선 뵈어도 하나 꿇릴 게 없던 딸이 XX동영상의 주인공이 되다니. 아버지는 해결사 복어와 멸치에게 USB를 찾으라 한다. 어머니는 자신을 닮았다 생각했던 큰 딸이 자신보다 더 높은 경지에 있음을 깨닫는다. 부모님의 자랑거리인 언니가 호박을 깠다니 혜란은 신이 난다. 언니가 그랬단 말이지. 언니가 임신중이란 말이지. 언니가...
어느 집이든 편차는 있어도 소란스럽고 시끄럽다. 그게 사람이 북적대는 분위기며 방식이다. 소음과 소란이 없는 집은 살아있는 집이 아니다. 소통을 위한 소음과 소란은 필수다. 좀더 큰소리가 나느냐 작은 소리로도 해결되느냐가 있을뿐. 대형사고를 친 촉망받는 딸 자식을 두고서 금수저 부모는 잃을 게 너무나 많다. 체면과 허례가 무너지는게 죽음과 견줄만하다. 그렇기에 위선으로 맞서야하고 가식으로 치장해야한다. 우아한 모습을 유지해야한다. 자신들의 치부를 감추기 위해 전전긍긍하는 부모. 언니에게 눌리던 삶을 탈출하기 위한 묘안을 제시하는 작은 딸.
고진욱이 입원한 병실에서 드뎌 네 가족은 언성이 높아지고 말다툼을 한다. 소통을 위한 소음이 생기고 소란이 일었다. 큰 딸이 그 좋은 머리로 쉽게 갈 수 있었던 일을, 계락을 꾸밀 수 밖에 없던 이유를 말한다. 간호사가 환자와 다른 병실의 환자를 위해 주의를 주고, 경고하고, 보호자의 퇴실 명령을 내린다. 우아함을 벗어던지고 할 말을 다하는 유 여사는 자유를 만끽한 기분이 되며, 서 회장은 아내의 첫사랑이자 식물인간인 구한을 언급한다. 작은 딸은 어안이 벙벙하면서도 얼씨구나 한다. 어쩌다 이런 가족을 만났으되 저자의 글력이 불편하지 않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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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자들의 삶을 동경해본 적이 있나 자문해본다. 돈이 많으면 이것도 하고 저것도 하고 정말 좋겠네 라고 바란적은 있지만, 실제로 삶의 격이나 차이를 느낄만큼 큰 부자를 만나보지는 못했고, 설사 그런 사람들이 내 인생을 스치고 지나갔대도, 차이를 확연하게 느낄만큼 다른 족속이지는 않았다. 이 책에서 이 가족들의 일상적 모습은 굉장히 이질적으로 느껴지는데 그 이유는 작품 속에서 부자가 가난한 자들에게서 자신들을 구분하는 삶의 형식 때문이었다. 돈이 가져다주는 그 우월감이 그들을 그렇게 보이도록 한 것일까. 둘째 딸 혜린이의 경우는 두 부모가 부자라는 점 말고는 자신 스스로의 능력이랄 것은 아무것도 없는데 그녀가 그녀보다 덜 가진 나머지 사람들에게 품는 그 경멸과 우월의식은 대체 뭔가. 이런 도발적이고도 모난 소시오패스의 가시 같은 여성, 일일 아침 드라마에서 말고도 진짜로 있는건가. 도대체 한국 사회가 아무리 막장 사회로 돌아간다 해도, "가난뱅이 새끼"라는 대사가 그렇게 나오나. 가난이 어째서 경멸받아야 되는건데? 수많은 가난한 자들이 묵묵히 어쩔 수 없이, 혁명을 하지 못해 견디기 때문에 초극소수의 부자가 더욱 더 부자가 되고 있는데 말이다. 소설 내용은 사실 위와 관계가 없다. 사실 매우 명확한 주제를 전달하는 이 소설의 주제도 위의 내용과는 관계가 없다. 혜윤, 혜란, 미옥, 용훈은 한 가족이다. 진환, 진욱은 각각 두 딸의 남친이다. 용훈은 성공한 기업의 회장이고, 미옥은 성공한 갤러리 주인이고, 혜윤은 성공한 집안의 성공한 딸이다. 혜란은 별로 스스로 성공할 필요가 전혀 없는 악의적인 철부지 둘째인데, 성격은 못돼 처먹었고, 얼굴 하나는 끝내주게 예쁘다. 할머니까지 대가족이 늘 아웅다웅하면서 자란 나는 가족끼리는 늘 그렇게 아웅다웅하면서 지내는 건줄만 알았었다. 부러울 거 없는 부와 성공을 가진 집안에서 각자 자신의 할 일들을 알아서 착착 하는 집안이라면 그리 할 말이 많지 않을 거 같고, 그래서 별로 말을 많이 하지 않고 살아도, 그게 딱히 불행을 뜻하는 이상징후로 느껴지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러나 언제나 모범생이고 착하고 똑똑하고 배려심 깊은 첫째 혜윤은 집안의 이런 분위기를 바꾸고 싶었었다고 말한다. 그래서 어떤 사건이 일어나고, 그 사건으로 인해 집안이 온통 뒤집어지고 그동안 조용하고 말없던 가족이 한바탕 싸우면서 사람사는 훈훈한 온기를 되찾는다는 내용이다. 사랑하는 사람끼리 사랑하는 행위가 동영상으로 유출되면 여자만 피해자가 된다. 사랑하는 것이 어째서 손가락질 당할 이유이며, 그런 동영상을 보면서 은밀히 쾌감을 느끼는 사람들은 대중이면서, 한 사람을 끝도 없이 추락시키기 위해 동영상 배포라는 게 작금의 사회에서도 유효하다는 현실이 씁쓸할 뿐이다. 혜윤은 어느날 조용한 가족에게 파문을 던진다. 동영상이 유출되었다는 거다. 사건의 발단은 여기부터다. 그런데 몇페이지 안넘어가서 동영상 유출은 자작극임이 밝혀지고, 그로 인해 가족은 혼란을 겪는데, 몇가지 이해되지 않는 사건들이 있다. 혜윤이 애초 동영상을 촬영한 이유가 그 지긋지긋한 침묵과 고요한 가족으로부터 벗어나고 사랑을 지키기 위해서였다는 걸 백번 양보해서 이해한다고 쳐도, 그녀를 사랑한다는 진욱의 행동은 완전히 이해불가다. 계속 혜윤이가 하라는 대로, 혜란이가 하라는 대로 생각도 없이 끌려다니더니, 나중에 스스로에게 가한 그 충격적 행동은 납득하기 어렵다. 훈훈하게 마무리되는 결말이 말하고자 하는 바는 서로 말하지 않으면 감정의 골이 깊어진다는 것이다. 싸우더라도 서로 많은 말을 하면서 살자라는 게 주제다. 내 생각은 좀 다르다. 말을 하지 않는 사람들은 이미 감정의 골이 깊어져서 말로 입는 상처보다는 침묵이 그어놓은 벽이 서로를 서로에게서 보호해주는 것일 경우다. 노력해도 안되는 사람들은 헤어져야 한다. 그런데 그 헤어짐이 말처럼 간단한 게 아니라, 용돈을 주고 먹여 살리고 부를 상속해줄 가족을 떼어놓을 수 없다. 그러니, 그렇게 필요보다 증오가 큰 서로를 무관심으로 견디면서 살아가는 거다. 하지만 최소한 다시 한 번 시도해볼 수는 있다. 막장 콩가루인채로 그대로 사는 게 섹스 동영상이 유출되는 거보다 더 견디기 힘들다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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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다 이런 가족 전아리 다산책방/2016.8.
여느 때와 달리 혜윤의 말수가 적다. 부모님이 질문을 해도 단답형으로 대답하고 대화를 자른다. 웬일이래, 식사를 마치면 아빠와 따로 미리 준비해둔 얘기를 나눠봐야겠다고 생각하며 혜란이 천천히 물을 들이켜고 있을 때였다. 언니가 젓가락을 내려놓고 입을 열었다. “저, 동영상 찍힌 것 같아요.” “동영상?” 엄마가 고개를 갸웃하며 되묻는다. 인터뷰라도 했나 싶어 기대가 어린 눈빛이다. “몰카요. 몰래카메라.” “어머, 너 친구들하고 장난쳤구나?” 엄마는 입 언저리를 눌러 닦으며 웃는다. 언니가 천천히 고개를 젓는다. “아니요, 섹스 동영상요. 저도 어젯밤에 알게 되었는데 그쪽에서 협박을 하더라구요.” 식탁에 정적이 감돈다. 혜란은 입을 벌린 채 언니를 쳐다보았다. “경수니? 걔가 그런 짓을…… 했어?” “아니요, 다른 남자에요.” “그게 누구니?” 엄마는 여전히 미소 짓고 있지만 말꼬리가 바람에 스친 전깃줄처럼 떨린다.(pp.10-11)
<어쩌다 이런 가족>의 어느 날 아침 식사시간의 대화 내용이다. 이집의 고상함을 한 몸에 물려받은 첫째 딸 혜윤이 ‘섹스 동영상이 찍혀서 협박을 받았다’고 폭탄선언을 한다. 그러면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아침 식사 시간 외에는 각자의 방에서 자기 나름의 생활에 몰두하던 가족들은 문제 해결을 위해 각자 나름대로의 방법을 동원한다. 대대로 의사집안의 아들로 태어나 부모님의 기대를 저버리고 사업을 벌여 성공한 아버지는 폭력과 협박을 동원하려 하고, 자기의 요구를 관철하기 위해 언니의 뒷조사를 통해 일을 해결하려는 둘째 딸 혜란, 그런 상황에서도 교육자 집안의 이사장 딸로 자라나 고고한 품위를 지키려 불편한 심기를 내색하지 않는 어머니가 어쩌다 이런 가족의 구성원이다. 이들에게는 경제적 풍족함으로 인해 부족함이 없다. 없는 것이라곤 이 집에서 다툼이나 생활로 인한 소음이 없다는 점이다. 가족들은 각자의 방법대로 문제 해결을 하려 애쓰지만, 최종적으로 아빠의 도움을 받은 둘째 딸 혜란의 계획대로 일이 추진된다. 그러나 뜻밖의 화재로 계획은 틀어져 실패하고, 둘째 딸 혜란을 비롯한 사건 당사자 2명이 병원으로 실려 가게 된다. 응급실에서 의식을 차린 당사자 앞에 모인 가족들은 서로를 비난하며 난생 처음 대판 싸움을 벌인다. 그동안 참았던 것들이 폭발하면서 원색적인 비난이 쏟아지고 급기야는 간호사의 연이은 경고에 싸움을 그치며 사건은 해결되는데…… 나중에는 각자의 개성을 살리되 서로를 이해하면서 하나가 되는 가정을 이루기 위해 노력하는 이야기다. 이 책을 읽으며 살아가기에 바쁜 우리네 가정의 한 단면을 보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그래서 함께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다.
“미옥은 우수한 교육을 유교 중심의 예의범절을 중시하는 엄한 집안에서 자라났지만 세상물정 모르는 뜨내기는 아니다. 품위란 식사예절이나 예복에 대한 예절처럼 가시적인 것만으로는 유지할 수 없는 것이다. 품위를 지키기 위해서는 사람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겉과 속이 다른 행동은 위선일 뿐이다. 상대방을 대할 때는 그를 진심으로 존중해야만 한다.(p.29)”미옥의 말과 행동을 통해 품위란 어떠한 것인지를 설명하고 있다. 겉과 속이 다른 행동은 위선이고 상대방을 진심으로 존중하며 대할 때 품위 있는 행동이 된다는 것이다.
“아름다운 색감의 책 표지와 드넓은 골프장의 푸르른 잔디 밑바닥에 얼마나 많은 수고가 매장되어 있는지, 아내는 모르고 있었다. 사업상의 적을 부수거나 아군으로 만들기 위해 무슨 짓을 벌여야만 하는지 대강 짐작만 할 뿐, 사회라는 곳은 짐작보다 더한 일들이 이루어지고 있는 전쟁터라는 걸 그녀는 평생 모른 채로 살아갈 것이다.(p.45)” 이 말에는 넉넉한 집안에서 곱게 자라고 생활한 아내가 이 사회를 제대로 모를 것이라고 생각하는 가장의 걱정이 잘 나타나 있다.
“나는 내 방식대로 사는 게 옳다고 생각했으니까 그렇게 가르치고, 행동한 건데, 뭐가 그렇게 잘못됐니?” “우리 네 명 다 가족이긴 해도 각자 다른 인격체고, 다른 생각을 하면서 사는 사람들이야. 근데 엄마가 그렇게 고집하는 품위 때문에 속 터놓고 얘기할 엄두도 못 냈어. 서로가 어떻게 사는지, 무슨 생각 하는지 모른 채로 사는 게 가족이야? 남이지.” (p.175) 한바탕 자기의 감정에 충실하게 자기의 주장과 상대를 비난하고 싸운 후, 간호사가 소리를 빽 지르며 경고를 하고 나가자, 얼굴이 벌게진 엄마와 큰 딸 혜윤의 대화다. 혜윤의 말과 같이 서로의 생각을 이야기 하고 공감하면서 살아야 가족이라 생각하지만 요즘은 너무 바쁘다는 핑계로 가족 간의 대화가 사라진 세상이다. 그래서 더 삭막한 사회가 되어가고 있다.
<어쩌다 이런 가족>의 작가는 중고등학생 시절 문학사상사 청소년문학상, 푸른작가 청소년문학상 등 다수의 상을 수상하며 ‘문학 신동’으로 이름을 알리기 시작한 젊은 소설가다. 2008년 제2회 세계청소년문학상을 수상하면서 다시 한 번 주목받았으며, 제3회 디지털작가상 대상-문화체육관광부 장관상을 수상했다. 저서로는 『시계탑』 『즐거운 장난』, 『직녀의 일기장』, 『구슬똥을 누는 사나이』,『주인님, 나의 주인님』,『한 달간의 사랑』등이 있다.
마지막으로 작가의 말에서 다음과 간이 말한다. “감정이 어떤 형태로든 조금이라도 남아 있을 때, 우리는 소리를 내야 한다. 그 사람이 내 말을 듣고 있지 않다는 걸 알더라도, 그 소리가 가끔은 소음일지라도 내가 지금 이런 감정을 갖고 있다는 사실을 끊임없이 상대에게 알려주어야만 한다. 그리고 혹시나 내가 그 사람이 내는 소리를 놓치고 있는 건 아닌지 귀를 기울여야 한다.(p.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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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다 이런 가족 | 전아리 | 다산책방
<어쩌다 이런 가족>(다산책방)은 텔레비전 드라마 혹은 다른 소설을 통해서도 어렵지 않게 접할 수 있는 주제를 다루고 있다. 지극히 평범한 스토리에 너무 흔한 플롯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상당히 낯설다. 그도 그럴 것이 그동안 다양한 매체를 통해서 접했던 재벌가의 생활방식이 전혀 다르게 전개되기 때문이다. 위신 떨어지는 행동을 한 번의 망설임도 없이 너무 가볍게 노출시키는 부분들은 독자로 하여금 상당한 인내를 요구한다. 솔직히 불편하다. 언행일치가 되지 않는 혜윤 부모의 모습은 실망감을 안긴다. 생각의 깊이는 낮고 언행은 요란스럽다. 작품은 작품일 뿐이라고, 마음속으로 수없이 되뇌며 읽었지만, 아쉽게도 내 정서와 끝내 부합되지 않았다.
그런가 하면 천하의 양가집 규수로 통한다는 큰 딸 혜윤의 설정은 지나치게 억지스럽다. 어설프고 어색하고 난감하다. 마치 몸에 맞지 않는 옷을 억지로 꾸역꾸역 쑤셔 넣고 있는 것처럼 말이다.
정말이지, 혜윤의 풍기문란(風紀紊亂)한 사생활은 이해불가였다. 약혼자까지 있는 혜윤이 다른 남자들하고 여러 번 잠자리를 하고 그것을 아무렇지 않게 부모 앞에서 까발린다는 것, 흔히 말하는 막장 코믹도 이 정도는 아닐 듯싶다. 그중 한 명의 남자가 동영상을 찍어서 유포하겠다는 협박을 한다는 이야기를 온 가족의 아침 식사 시간에 터트린다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語不成說)이다. 예전에 비해 우리 사회에 다양한 성문화가 확산되고 개방된 것은 사실이다. 그렇다고 이런 막장을 위한 개방은 좀 부담스럽지 않겠는가. 좀 더 건강한, 누구나 맘 놓고 공감할 수 있는 방향으로 흘러도 괜찮을 텐데.
이런 경우, 엄마에게 살짝 귀띔해 주고 도움을 받는 것이 자연스럽지 않을까. 그게 보편적이지 않을까. 하지만 이 작품에서는 아빠인 용훈이 잽싸게 끼어든다. 그럴 수밖에 없었을까. 혜윤이 엄마, 아빠, 여동생까지 모두 모여 아침을 먹는 식탁 앞에서 떠들었기 때문일까. 설령 그랬더라도, 그것이 아빠 용훈의 감정을 날카롭게 하였을지라도, 가족 사이에 이런 형태의 대화 주고받기는 난감하지 않은가. 이를 개방적이거나 민주적이라고 옹호할 수는 없다. 그것과는 전혀 별개의 문제이니까. 나카지마 나카시는 <리더의 그릇>(다산3.0)에서 “자식은 부모의 등을 보고 자란다”고 하였다. 따라서 혜윤의 이런 행동거지(行動擧止)는 아빠 혹은 엄마의 사생활을 그대로 답습한 꼴이 아니겠는가. 좋은 것이든, 나쁜 것이든 자식들은 부모의 모습을 보면서 그림자처럼 흉내 내기 마련이다.
"용훈은 도자기를 집어던졌을 때 치밀어 오른 분노가 무엇을 향한 것이었는지 알 수 없었다. 아내가 자신을 붙들었을 때에야 방금 도자기를 깼다는 것과 거실에 아이들이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121쪽)"
모든 문학작품은 작가가 처한 시대상황을 반영하기 마련이다. 그렇다면 이 작품 속, 가족들의 풍경은 우리 사회의 또 다른 이면이란 말인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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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가족 모두 다 나름대로 사연이 있는 구성이 좋았습니다.
전아리 작가..창의력도 있고 글의 짜임새도 좋군요.
처음에는 화자가 혜란이어서 혜란이 주인공인줄 알았습니다. 자기들이 낳은 친자식인데도 이렇게 가족 내에서 주목이나 사랑을 받지 못하고, 인정을 받기 위해서는 정말 대단한 노력을 하는 부모 자식 관계는 참 힘들것 같습니다.
[어쩌다 이런 가족]은 가족들 한 명 한 명 구성원들, 또 이들 구성원들과 연관된 또 다른 사람들이 그냥 행위만을 하는 것이 아니라 배경이 설명되고 그러한 배경으로 캐릭터를 가지고 행동하는 것이 좋았습니다.
가끔 어떤 이야기들은 주인공 두 명 외의 모든 인물들은 아무런 생각도 이유도 없이 스토리 진행을 위한 행동을 해서 설득력이 약한 경우들이 꽤 많으니까요.
엄마 미옥은 흔들지지 않는 품위와 우아함과 그리고 몸가짐과 생각의 정리 정돈까지 다 학습이 잘 된 케이스입니다. 대부분의 이런 캐릭터들은 갑질을 하고 상대방을 내려다보는데, 이 소설 내에서 미옥은 품위를 지키려고 애쓰고 또 갑을을 나누지 않으려고 애쓰는 우아한 엄마입니다. 한가지 이해 안 되는 것은 딸 혜란에 대한 태도이지요. 물론, 혜란은 거침이 없이 행동하는, 엄마 미옥의 기대와는 많이 다른 자식이지만 그래도 혜란에게도 평정심을 잃지 않고 애정을 표현할 수 있는 캐릭터 같은데, 유난히 딸 혜란에게만 가혹한 것이 좀 낯설군요.
아빠는 아주 전형적인 캐릭터입니다. 우리가 막장 소설이나, 요즘 영화들 [베테랑] 같은데서 볼 수 있는 가진자의 오만과 편견과 힘 자랑을 하면서도 속은 공허한, 애정과 관심이 필요한 그런 인물이지요. 다만 딸 혜윤을 마치 아들처럼 키우면서 자신의 기대에 미치도록 하는 행동은 요즘 재벌들의 행동과도 유사합니다.
가장 독특한 캐릭터가 큰 딸 혜윤입니다. 엄마 미옥도 포기한 진짜 사랑을 참 평점한 남자한테서 발견합니다. 물론, 그 남자를 만나게 되는 과정이 더 독특합니다. 재벌은 아니지만, 거의 준재벌 수준 가문의 딸이 성매매에 자신을 내놓고 그 과정에서 사랑을 찾다니..
어쨌든 진욱을 진정한 사랑이라고 생각하고 그를 자신의 정식 남편으로, 자신의 가족의 일원으로 만드는 과정을 참으로 무모하고 눈물겹습니다. 그 과정에서 많은 희생이 따르지요. 특히 동생 혜란은 자신이 얻고자 하는 바와 언니에 대한 질투심을 함께 폭발시키니까요.
이런 결말을 해피엔딩이라고 해야할까요? 아니면..새드엔딩도 아니고.
각자 얻으려고 하는 바를 다 얻지는 못했지만, 결국 주인공은 혜윤이었나 봅니다. 혜윤이 주위의 희생을 치루고 본인이 목적하는 바를 얻게 되니까요. 본인은 별로 다치거나 희생한 바가 없습니다.
오히려 이 과정에서 동생 혜란이나 아버지, 어머니의 가슴 아픔과 사연들이 드러나게 됩니다. 사실, 현실에서는 이런 사건은 아니지만 유사한 결말들이 일어납니다. 가족 내에서도 그럴 수 있지요. 한 이기적인 구성원이 끝가지 고집을 부리면, 그 관계나 평화를 깨고 싶지 않은 다른 가족 구성원들이 희생해서 결국 그 고집불통이며 이기적인 구성원의 뜻이 관철됩니다.
나머지 가족들은 상처를 입기도 하고 끝까지 힘든 삶을 살게 되기도 합니다.
[어쩌다 이런 가족]은 좀 극단적인 소재, 동영상 사건이라든지 사고로 인한 죽음 같은 소재를 사용해서 그렇지 스토리나 구성면에서는 우리가 사는 삶과 그렇게 많이 다르지 않습니다.
결국 가족들이 처음 큰 소리를 내어 싸누는 광경이 참 낯설면서도 좋습니다. 우리 가족도 모여서 큰 소리를 내어 싸워본 적이 한 번도 없는데, 가족은 곡 싸운다고 솔직해지고 속내를 보이는 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서로 대화할 줄만 안다면 나름 자신의 의사를 상대방이 상처받지 않는 방법으로 표현하면 더 좋겠지요.
그러나, 이렇게 서로 문을 닫고 다른 깊은 사연을 서로에게 감추고 사는 가족이라면 그 벽들을 깨부술 한 번의 큰 싸움을 필요할 지도 모르겠습니다.
끝부분이 너무 예측한대로 가서 좀 아쉬웠지만, 대체로 이야기도 재미있고 표현법도 깔끔하고 간결해서 좋았습니다. 책이 228페이지인데 저는 이렇게 쓰는 책이 좋습니다. 횡성수설 없고, 캐릭터 묘사나 사건묘사도 대체로 간결한 문장으로 담담하게 표현해서 좋습니다. 다만, 왜 부모가 혜란을 집안의 왕따처럼 대하는지에 대한 설득력은 좀 약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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년말이 되면 신춘문예 당선작 소설을 읽기 위하여 여성 월간지를 살 정도로 신작소설에 빠졌던 시절도 있습니다만, 소설에 대한 관심이 사라진 것은 어쩌면 TV드라마가 한 몫을 하지 않았나 싶습니다. 요즘에는 드라마마저도 시들해진 것은 다시 돌아간 책읽기에 필요한 시간이 더 많이 필요해진 까닭에 더하여 드라마에 재미가 덜해진 탓도 있지 않나 싶습니다. 드라마 가운데 ‘막장’ 드라마라는 정체가 모호한 분야가 있습니다. 세상에 저런 일이 있을까 싶은 그런 상황이 반복되는 탓에 그만 보아야겠다고 하면서도 묘하게도 끌어당기는 맛이 있는데, 그것은 어쩌면 결말에 대한 궁금증 때문이 아닐까 싶습니다. 막장을 지향하는 드라마 때문인지 막장을 지향하는 소설도 등장하게 된 것 같습니다. 막장을 내세운 전아리 장편소설 <어쩌다 이런 가족>입니다. 드라마처럼 등장인물도 부모와 두 딸이 핵심인물이고 핵심인물 주변에 조연이 몇 사람 등장합니다. 막장으로 가는 이야기에 특정 부류가 있을 까닭은 없을 것 같습니다만, 상류층이라고 하면 뭔가 색다른 무엇이 있을 것 같습니다. 국내 최고 출판사를 운영하지만 해결사를 동원하기도 하는 다혈질 아버지 서용훈과, 뼈대 있는 집안 출신으로 평생 우아하게 살아온 어머니 유미옥. 부모의 뜻대로 성장해온 별명마저 마더 테레사인 첫째 딸 서혜윤, 돌연변이처럼 튀는 행동을 해서 언니와 비교되는 둘째 딸 서혜란이 핵심 등장인물입니다. 사건은 첫째 딸이 XX 동영상을 미끼로 협박을 받게 되었다는 데서 시작됩니다. 핵심인물들은 성격대로 상황처리에 나서게 됩니다. 이야기가 진행되면서 이야기의 구성이 낯익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얼마 전에 읽은 히가시노 게이고의 <시노부선생님, 안녕!; http://blog.yes24.com/document/8811042>에 나오는 「시노부선생님의 상경」에서도 엄격한 집안의 아이들이 자작 납치극을 벌이고 시노부선생이 나서서 문제를 해결해주고 있는 것처럼 큰 딸이 벌인 자작극에 온 식구가 나서서 문제를 해결하러 드는 것이 차이라고 할까요? 그런데 그 해결방식이 지나치게 과격하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고 하겠습니다. 그래서 막장 드라마 같은 소설이라고 하는 것 같습니다. 대부분의 막장 드라마가 해피엔딩으로 마무리를 하는 것처럼 <어쩌다 이런 가족>도 해피엔딩으로 마무리됩니다. 하지만 천성이라는 것 혹은 오랫동안 몸에 밴 습관이 하루 아침에 바뀌는 것이 가능할까 싶은 생각도 들었습니다만, 결말의 충격이 대단했기 때문인지 핵심등장인물 모두가 하루아침에 개과천선한 것으로 비쳐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젊은 작가이다 보니 처음 듣는 유행어(?)를 읽는 재미도 쏠쏠합니다. 예를 들면 이런 대목입니다. “진짜 노는 물이 다르다는 건 태어나기 전 양수의 수질부터가 다르다는 거(15쪽)” 그런가 하면 “일단 집에 발을 들인 사람은 동냥을 하러 온 거지일지라도 손님이므로 먼저 예의를 차려 대접해야 한다(96쪽)”라는 고풍스러운(?) 개념도 등장합니다. 이 소설의 흥미로운 점은 주연급 등장인물 4명과 조연급 등장인물 3명이 이끌어가는 20꼭지의 이야기들이 교차되고 있고, 그 이야기의 핵심을 요약은 제목을 달았다는 점입니다. 작은 제목이 달린 소설을 읽어본 기억이 까마득하기에 눈길을 끌었는지도 모릅니다. 그런데 둘째딸 혜란이 가장 많은 여섯 꼭지에 등장하고 있는 것을 보면 혜란을 주인공으로 보아야 할 것 같습니다. ‘사람 일이란 자고로 없었던 듯 지내다보면 기억 한 구석으로 밀려나게 되고 종국에는 정말 없는 일처럼 되는 법’이라는 어머니 유미옥의 철학에 따라 일을 처리했더라면 막장 같은 상황을 만들지 않았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하면서, 한편으로는 그랬더라면 이야기가 되지도 못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어떻든 살아가면서 참고할만한 경구가 아닐까 싶습니다. 한편 작가는 이 막장 이야기를 통해서 소중한 사람과의 관계가 한계에 부딪히고 있다고 느낄 때일수록 서로를 외면하지 말아야 한다는 점을 깨닫기를 희망하는 것 같습니다. 불편함을 토로하고, 상대가 내는 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는 것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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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다 이런 가족 전아리 다산책방/2016.8. sanbaram 여느 때와 달리 혜윤의 말수가 적다. 부모님이 질문을 해도 단답형으로 대답하고 대화를 자른다. 웬일이래, 식사를 마치면 아빠와 따로 미리 준비해둔 얘기를 나눠봐야겠다고 생각하며 혜란이 천천히 물을 들이켜고 있을 때였다. 언니가 젓가락을 내려놓고 입을 열었다. “저, 동영상 찍힌 것 같아요.” “동영상?” 엄마가 고개를 갸웃하며 되묻는다. 인터뷰라도 했나 싶어 기대가 어린 눈빛이다. “몰카요. 몰래카메라.” “어머, 너 친구들하고 장난쳤구나?” 엄마는 입 언저리를 눌러 닦으며 웃는다. 언니가 천천히 고개를 젓는다. “아니요, 섹스 동영상요. 저도 어젯밤에 알게 되었는데 그쪽에서 협박을 하더라구요.” 식탁에 정적이 감돈다. 혜란은 입을 벌린 채 언니를 쳐다보았다. “경수니? 걔가 그런 짓을…… 했어?” “아니요, 다른 남자에요.” “그게 누구니?” 엄마는 여전히 미소 짓고 있지만 말꼬리가 바람에 스친 전깃줄처럼 떨린다.(pp.10-11) <어쩌다 이런 가족>의 어느 날 아침 식사시간의 대화 내용이다. 이집의 고상함을 한 몸에 물려받은 첫째 딸 혜윤이 ‘섹스 동영상이 찍혀서 협박을 받았다’고 폭탄선언을 한다. 그러면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아침 식사 시간 외에는 각자의 방에서 자기 나름의 생활에 몰두하던 가족들은 문제 해결을 위해 각자 나름대로의 방법을 동원한다. 대대로 의사집안의 아들로 태어나 부모님의 기대를 저버리고 사업을 벌여 성공한 아버지는 폭력과 협박을 동원하려 하고, 자기의 요구를 관철하기 위해 언니의 뒷조사를 통해 일을 해결하려는 둘째 딸 혜란, 그런 상황에서도 교육자 집안의 이사장 딸로 자라나 고고한 품위를 지키려 불편한 심기를 내색하지 않는 어머니가 어쩌다 이런 가족의 구성원이다. 이들에게는 경제적 풍족함으로 인해 부족함이 없다. 없는 것이라곤 이 집에서 다툼이나 생활로 인한 소음이 없다는 점이다. 가족들은 각자의 방법대로 문제 해결을 하려 애쓰지만, 최종적으로 아빠의 도움을 받은 둘째 딸 혜란의 계획대로 일이 추진된다. 그러나 뜻밖의 화재로 계획은 틀어져 실패하고, 둘째 딸 혜란을 비롯한 사건 당사자 2명이 병원으로 실려 가게 된다. 응급실에서 의식을 차린 당사자 앞에 모인 가족들은 서로를 비난하며 난생 처음 대판 싸움을 벌인다. 그동안 참았던 것들이 폭발하면서 원색적인 비난이 쏟아지고 급기야는 간호사의 연이은 경고에 싸움을 그치며 사건은 해결되는데…… 나중에는 각자의 개성을 살리되 서로를 이해하면서 하나가 되는 가정을 이루기 위해 노력하는 이야기다. 이 책을 읽으며 살아가기에 바쁜 우리네 가정의 한 단면을 보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그래서 함께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다. “미옥은 우수한 교육을 유교 중심의 예의범절을 중시하는 엄한 집안에서 자라났지만 세상물정 모르는 뜨내기는 아니다. 품위란 식사예절이나 예복에 대한 예절처럼 가시적인 것만으로는 유지할 수 없는 것이다. 품위를 지키기 위해서는 사람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겉과 속이 다른 행동은 위선일 뿐이다. 상대방을 대할 때는 그를 진심으로 존중해야만 한다.(p.29)”미옥의 말과 행동을 통해 품위란 어떠한 것인지를 설명하고 있다. 겉과 속이 다른 행동은 위선이고 상대방을 진심으로 존중하며 대할 때 품위 있는 행동이 된다는 것이다. “아름다운 색감의 책 표지와 드넓은 골프장의 푸르른 잔디 밑바닥에 얼마나 많은 수고가 매장되어 있는지, 아내는 모르고 있었다. 사업상의 적을 부수거나 아군으로 만들기 위해 무슨 짓을 벌여야만 하는지 대강 짐작만 할 뿐, 사회라는 곳은 짐작보다 더한 일들이 이루어지고 있는 전쟁터라는 걸 그녀는 평생 모른 채로 살아갈 것이다.(p.45)” 이 말에는 넉넉한 집안에서 곱게 자라고 생활한 아내가 이 사회를 제대로 모를 것이라고 생각하는 가장의 걱정이 잘 나타나 있다. “나는 내 방식대로 사는 게 옳다고 생각했으니까 그렇게 가르치고, 행동한 건데, 뭐가 그렇게 잘못됐니?” “우리 네 명 다 가족이긴 해도 각자 다른 인격체고, 다른 생각을 하면서 사는 사람들이야. 근데 엄마가 그렇게 고집하는 품위 때문에 속 터놓고 얘기할 엄두도 못 냈어. 서로가 어떻게 사는지, 무슨 생각 하는지 모른 채로 사는 게 가족이야? 남이지.” (p.175) 한바탕 자기의 감정에 충실하게 자기의 주장과 상대를 비난하고 싸운 후, 간호사가 소리를 빽 지르며 경고를 하고 나가자, 얼굴이 벌게진 엄마와 큰 딸 혜윤의 대화다. 혜윤의 말과 같이 서로의 생각을 이야기 하고 공감하면서 살아야 가족이라 생각하지만 요즘은 너무 바쁘다는 핑계로 가족 간의 대화가 사라진 세상이다. 그래서 더 삭막한 사회가 되어가고 있다. <어쩌다 이런 가족>의 작가는 중고등학생 시절 문학사상사 청소년문학상, 푸른작가 청소년문학상 등 다수의 상을 수상하며 ‘문학 신동’으로 이름을 알리기 시작한 젊은 소설가다. 2008년 제2회 세계청소년문학상을 수상하면서 다시 한 번 주목받았으며, 제3회 디지털작가상 대상-문화체육관광부 장관상을 수상했다. 저서로는 『시계탑』 『즐거운 장난』, 『직녀의 일기장』, 『구슬똥을 누는 사나이』,『주인님, 나의 주인님』,『한 달간의 사랑』등이 있다. 마지막으로 작가의 말에서 다음과 간이 말한다. “감정이 어떤 형태로든 조금이라도 남아 있을 때, 우리는 소리를 내야 한다. 그 사람이 내 말을 듣고 있지 않다는 걸 알더라도, 그 소리가 가끔은 소음일지라도 내가 지금 이런 감정을 갖고 있다는 사실을 끊임없이 상대에게 알려주어야만 한다. 그리고 혹시나 내가 그 사람이 내는 소리를 놓치고 있는 건 아닌지 귀를 기울여야 한다.(p.226)” (이 리뷰는 예스24 리뷰어클럽을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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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남 3녀였던 우리 집은 늘 시끄러웠다. 언니는 조용한 성격이지만 예민하고 까다로워 신경이 곤두 서 있었다. 그래서 언니의 물건을 만지거나 빌리면 한바가지 잔소리를 들어야했다. 오빠는 혼자만 남자여서 인지 조용한 편이지만 엄마의 관심을 한 몸에 받아서 나와 자주 싸우곤 했다. 나? 나는... 사실 조용한 편도 아니고 얌전한 편도 아니고, 목소리도 커서 시끄럽고 요란하기까지 했다. 조용하던 집은 내가 나타나면 시끄러워지고 사람 사는 집 같다고 부모님은 말씀하셨다. (이건 결혼하고 나서 하신 말씀이다. 그 전에는... 내가 늘 싸움의 중심에 있어서 엄마랑 사이가 좋지 않았다. 지금은 엄마가 날 별로 좋아하지 않았던 과거를 이해할 수 있지만 그 당시엔, 특히나 사춘기 때엔 견딜 수 없었으니까. 눈에 보이지 않는 차별이면 참았을까? 아마도 참지 않았을 것이다. 내 성격상. ^^ 엄마와 싸우기도 무지하게 싸웠는지 지금은... 농담처럼 그 당시를 회상할 수 있으니 다행이라면 다행이겠지? ^^) 나 역시 그 당시엔 시끄러운 우리 집이 너무 싫었다. 가능하면 혼자 있을 수 있는 공간이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지만 결혼할 때까지 나는 내 방이 없었다. 동생과 언니랑 늘 같이 썼으니까. 결혼한 지금도.. 나는 남편과 함께 방을 쓴다. 그래서 여전히 나 혼자만의 공간에 대한 로망이 있는 것 같다. ^^ 그럼에도 나는 이젠 알겠다. 시끄럽고 요란하고 또 웃음소리가 넘치는 게 얼마나 즐거운 일이라는 걸.
사실 나는 가족이라는 굴레를 별로 좋아하는 사람이 아니다. 결혼 전엔 입버릇처럼 이야기 했다. 엄마네 집 근처에는 절대 살지 않고 멀리서 살겠다고. 가족 간에도 어느 정도 거리가 있어야 하고, 효도는 셀프여야 한다는 것. 일가친척이 모여 서로의 신상을 캐는 것도 싫고, 내가 사는 모습에 답하는 것도 싫었다. 가족이 가진 연대 책임 역시 좋아하지 않았다. 가족이기에 힘이 되고 파이팅이 되는 것. 맞는 말일수도 있지만 그 무게감을 무시할 수 없었다. 결혼한 지금도 여전히 가족이 무엇인지 생각하게 되는 요즈음. 가족이란 대체 무엇일까
겉으로 보기에 품위 있는 가족. 국내 최고의 출판사를 운영하고 다양한 사업에 손을 뻗고 있는 아버지 서용훈. 교수 집안에 부모님의 뜻을 딱 한번만 어겼던, 그래서 우아함을 잃지 않고 살아 온 어머니 유미옥. 이런 부모의 철저한 계획에 따라 고품격 교육을 받아온 첫째 딸 서혜윤. 계획에 없던 탄생으로 외할머니의 눈치를 보며 성장했던 둘째딸 서혜란. 이 가족들에게 대화는 정치적 이슈나 사회 현상 혹은 회사 경영이다. 이런 가족에게 어느 날 혜윤이 폭탄 고백을 한다. “저 XX 동영상 찍힌 것 같아요." 사건이 터졌지만 집안은 침착하다. 아니 고요함을 위장한 폭풍 전야다. 난감하고 황당한 이 사건은 잘 해결될 수 있을까
이런 사람들이 가족은 맞을까? 아니 가족은 맞을 것이다. 가족이란 의미는 다양할 테고 이들이 생각하는 가족의 완벽한 모습일 수 있으니까. 하지만 가족에게 소음이 없다는 것. 나는 이건 이해할 수 없었다. 소음이 없다는 건 그 어떤 의견이나 생각도 제시할 수 없는 것이고, 복종만이 이들에게 중요한 것일 테니까. 그저 우리끼리 싸우고 부딪혀가면서 서로가 한 집에 있다는 사실을 좀 깨달았으면... 그러고 나면 모든 게 내 잘못이었다고 말할 작정이었어. 욕을 먹거나 쫓겨날지언정 한번이라도 우리 집에 가족들이 사는 집이라는 걸 내 눈으로 보고 싶었어. (178)
우리 집은 늘 시끄럽다. 큰 녀석, 작은 녀석 모두 노래를 좋아하고 늘 큰 소리로 노래를 부른다. ‘쇼미 더 머니’라는 프로가 유행일 때는 모든 말을 랩으로 해 정신 사납다고 제발 조용히 하라고 잔소리할 지경이었다. 두 녀석 모두 남자 아이지만 학교에서 있었던 재미있는 일을 얘기해 준다. 서로 하겠다는 아이들 때문에 순서를 정해줘야 할 지경이니 시끄러울 수밖에 없다. 침묵만이 존재한다는 사실 자체를 그래서 나는 이해할 수가 없었다. 어떻게 소음이 없는 가족이 있는 것인지... 다양한 형태의 가족에 대한 이야기들이 나온다. 가족이 가진 사연들이 많아선지 모든 가족 이야기는 묘하게 생소하다. 같은 모습을 한 가족들이 없으니까. 그래서 재미있다. 삶에 정답이 없는 것처럼 가족이 가진 모습 또한 정답이 없다. 다만 우리만의 정답을 만들어 갈 뿐.
금수저 집안의 진짜 가족 만들기. 상황 자체를 공감할 수는 없지만 유쾌하게 읽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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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느 때와 달리 혜윤의 말수가 적다. 부모님이 질문을 해도 단답형으로 대답하고 대화를 자른다. 웬일이래, 식사를 마치면 아빠와 따로 미리 준비해둔 얘기를 나눠봐야겠다고 생각하며 혜란이 천천히 물을 들이켜고 있을 때였다. 언니가 젓가락을 내려놓고 입을 열었다. “저, 동영상 찍힌 것 같아요.” “동영상?” 엄마가 고개를 갸웃하며 되묻는다. 인터뷰라도 했나 싶어 기대가 어린 눈빛이다. “몰카요. 몰래카메라.” “어머, 너 친구들하고 장난쳤구나?” 엄마는 입 언저리를 눌러 닦으며 웃는다. 언니가 천천히 고개를 젓는다. “아니요, 섹스 동영상요. 저도 어젯밤에 알게 되었는데 그쪽에서 협박을 하더라구요.” 식탁에 정적이 감돈다. 혜란은 입을 벌린 채 언니를 쳐다보았다. “경수니? 걔가 그런 짓을…… 했어?” “아니요, 다른 남자에요.” “그게 누구니?” 엄마는 여전히 미소 짓고 있지만 말꼬리가 바람에 스친 전깃줄처럼 떨린다.(pp.10-11) <어쩌다 이런 가족>의 어느 날 아침 식사시간의 대화 내용이다. 이집의 고상함을 한 몸에 물려받은 첫째 딸 혜윤이 ‘섹스 동영상이 찍혀서 협박을 받았다’고 폭탄선언을 한다. 그러면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아침 식사 시간 외에는 각자의 방에서 자기 나름의 생활에 몰두하던 가족들은 문제 해결을 위해 각자 나름대로의 방법을 동원한다. 대대로 의사집안의 아들로 태어나 부모님의 기대를 저버리고 사업을 벌여 성공한 아버지는 폭력과 협박을 동원하려 하고, 자기의 요구를 관철하기 위해 언니의 뒷조사를 통해 일을 해결하려는 둘째 딸 혜란, 그런 상황에서도 교육자 집안의 이사장 딸로 자라나 고고한 품위를 지키려 불편한 심기를 내색하지 않는 어머니가 어쩌다 이런 가족의 구성원이다. 이들에게는 경제적 풍족함으로 인해 부족함이 없다. 없는 것이라곤 이 집에서 다툼이나 생활로 인한 소음이 없다는 점이다. 가족들은 각자의 방법대로 문제 해결을 하려 애쓰지만, 최종적으로 아빠의 도움을 받은 둘째 딸 혜란의 계획대로 일이 추진된다. 그러나 뜻밖의 화재로 계획은 틀어져 실패하고, 둘째 딸 혜란을 비롯한 사건 당사자 2명이 병원으로 실려 가게 된다. 응급실에서 의식을 차린 당사자 앞에 모인 가족들은 서로를 비난하며 난생 처음 대판 싸움을 벌인다. 그동안 참았던 것들이 폭발하면서 원색적인 비난이 쏟아지고 급기야는 간호사의 연이은 경고에 싸움을 그치며 사건은 해결되는데…… 나중에는 각자의 개성을 살리되 서로를 이해하면서 하나가 되는 가정을 이루기 위해 노력하는 이야기다. 이 책을 읽으며 살아가기에 바쁜 우리네 가정의 한 단면을 보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그래서 함께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다. “미옥은 우수한 교육을 유교 중심의 예의범절을 중시하는 엄한 집안에서 자라났지만 세상물정 모르는 뜨내기는 아니다. 품위란 식사예절이나 예복에 대한 예절처럼 가시적인 것만으로는 유지할 수 없는 것이다. 품위를 지키기 위해서는 사람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겉과 속이 다른 행동은 위선일 뿐이다. 상대방을 대할 때는 그를 진심으로 존중해야만 한다.(p.29)”미옥의 말과 행동을 통해 품위란 어떠한 것인지를 설명하고 있다. 겉과 속이 다른 행동은 위선이고 상대방을 진심으로 존중하며 대할 때 품위 있는 행동이 된다는 것이다. “아름다운 색감의 책 표지와 드넓은 골프장의 푸르른 잔디 밑바닥에 얼마나 많은 수고가 매장되어 있는지, 아내는 모르고 있었다. 사업상의 적을 부수거나 아군으로 만들기 위해 무슨 짓을 벌여야만 하는지 대강 짐작만 할 뿐, 사회라는 곳은 짐작보다 더한 일들이 이루어지고 있는 전쟁터라는 걸 그녀는 평생 모른 채로 살아갈 것이다.(p.45)” 이 말에는 넉넉한 집안에서 곱게 자라고 생활한 아내가 이 사회를 제대로 모를 것이라고 생각하는 가장의 걱정이 잘 나타나 있다. “나는 내 방식대로 사는 게 옳다고 생각했으니까 그렇게 가르치고, 행동한 건데, 뭐가 그렇게 잘못됐니?” “우리 네 명 다 가족이긴 해도 각자 다른 인격체고, 다른 생각을 하면서 사는 사람들이야. 근데 엄마가 그렇게 고집하는 품위 때문에 속 터놓고 얘기할 엄두도 못 냈어. 서로가 어떻게 사는지, 무슨 생각 하는지 모른 채로 사는 게 가족이야? 남이지.” (p.175) 한바탕 자기의 감정에 충실하게 자기의 주장과 상대를 비난하고 싸운 후, 간호사가 소리를 빽 지르며 경고를 하고 나가자, 얼굴이 벌게진 엄마와 큰 딸 혜윤의 대화다. 혜윤의 말과 같이 서로의 생각을 이야기 하고 공감하면서 살아야 가족이라 생각하지만 요즘은 너무 바쁘다는 핑계로 가족 간의 대화가 사라진 세상이다. 그래서 더 삭막한 사회가 되어가고 있다. <어쩌다 이런 가족>의 작가는 중고등학생 시절 문학사상사 청소년문학상, 푸른작가 청소년문학상 등 다수의 상을 수상하며 ‘문학 신동’으로 이름을 알리기 시작한 젊은 소설가다. 2008년 제2회 세계청소년문학상을 수상하면서 다시 한 번 주목받았으며, 제3회 디지털작가상 대상-문화체육관광부 장관상을 수상했다. 저서로는 『시계탑』 『즐거운 장난』, 『직녀의 일기장』, 『구슬똥을 누는 사나이』,『주인님, 나의 주인님』,『한 달간의 사랑』등이 있다. 마지막으로 작가의 말에서 다음과 간이 말한다. “감정이 어떤 형태로든 조금이라도 남아 있을 때, 우리는 소리를 내야 한다. 그 사람이 내 말을 듣고 있지 않다는 걸 알더라도, 그 소리가 가끔은 소음일지라도 내가 지금 이런 감정을 갖고 있다는 사실을 끊임없이 상대에게 알려주어야만 한다. 그리고 혹시나 내가 그 사람이 내는 소리를 놓치고 있는 건 아닌지 귀를 기울여야 한다.(p.22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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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윈도 부부’라는 말을 넘어서는 ‘쇼윈도 가족’이 여기 있다. 부부에 한정된 표현이 아니라 가족을 두고 이렇게 말할 수도 있다는 걸 새삼 확인한다. 그래, 보여주기 관계가 어디 부부뿐이겠어. 내가 가끔 말했던 '가족놀이'가 생각난다. 문을 열고 보면 가족이 아니라 '각자'일 뿐인데, 대부분 그 문을 닫고 다른 이를 대하는 일이 빈번하니 누구나 '가족'이라고 보는 경우. 누구나 다 그렇게 살아간다고 생각했다.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이지, 그 안의 실상을 타인이 알지 못한다고 여겼다. 그렇잖아, 나 아닌 타인이, 그것도 같이 살아보지 않은 사람이 어떻게 그 가족을 다 안다고 말할 수 있어. 부족할 것 없고 고상해 보이는 이 가족에게 없는 단 한 가지를 찾는 여정이 시작되기 전까지는, 아무도 몰랐다. 가족이란 이름으로 계속 맺어가야 하는 그 가족이 답을 찾을 거라고는...
섹스 동영상이 유출되었다는 큰딸 혜원의 말에 가족 모두가 놀란다. 당연하지. 조용하게 조선 시대 여인처럼 살아온 혜원이 그럴 거라는 상상조차 해보지 않았을 테니까. 혜원의 한 마디는 온 가족을 하나의 문제에 집중시킨다. 이 동영상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이냐... 서로 의견을 모은 건 아니지만, 가족 각자의 방식으로 이 문제를 해결할 방법을 모색한다.
개성이 뚜렷한 이 가족이 재밌다. 돈이든 주먹이든 힘으로 대부분 일을 해결하는 출판사 대표인 아버지, 고상하고 우아한 이미지로 갤러리를 운영하는 엄마, 멋대로 사는 둘째 딸 혜란, 말이 없고 고요해서 양갓집 규수 같은 큰딸 혜원. 이 구성이 어떻게 살아갈까 궁금할 사이도 없이 사건이 터지고 각자의 방식으로 문제에 접근하는 게 흥미롭다. 그러면서 드러나는 이 가족의 진실이 더없이 황량하다. 각 챕터에서 각자의 목소리를 낸다. 그들이 어떻게 살아왔는지 하나씩 드러난다. 돈지랄 하면서 당당하게 오늘을 사는 혜란은 바를 여는 게 꿈이다. 공부도 별로다. 그저 부모님이 탄탄하게 쌓아놓은 돈으로 멋진 바 하나 열고 싶다. 엄마에게는 숨겨진 애인이 있다. 20년이 넘게 누워 사는 그 애인은 엄마가 유일하게 속내를 털어놓는 대상이다. 자신의 인생과 맞바꾼 애인의 목숨이 그렇게 유지된다. 눈에 거슬리는 것들은 무조건 처리하는 아버지에게는 충성심 강한 형제가 있다. 아버지의 거의 모든 일을 해결해준다. 혜원에게는 여기저기 찢어서 숨구멍 내고 싶은 일상이다. 세상 모두가 보는 그녀의 이미지는 그려졌다. 숨 쉬고 싶어서 일탈하던 그녀에게 드디어 살아갈 기쁨이 생겼다.
유출된 동영상으로 협박하는 상황을 이 가족이 어떻게 해결할까 궁금했다. 낯설고 서먹한 듯한 분위기도 이 문제의 해결을 기대할 수 없게 했다. 처음 이 가족의 분위기를 보고 어떻게 해결할지 뻔히 보였다. 힘 좀 쓰는 아버지가 범인을 경찰을 통하지 않고 직접 잡아다가 자기만의 방식으로 처리하겠지, 싶었다. 물론 그런 부분이 있다. 아버지가 나서는 거로 일단 문제 해결의 시작을 열었으니까. 드러내지 않아도 가족 각자가 신경 쓰는 모습을 보면서, 그래도 가족은 가족이구나 생각했는데... 각자의 목적과 이유가 생기니 본색을 드러낸다. 이때부터 재밌어진다. 오직 조식 자리를 지키는 게 이 집안의 규칙이었는데, 그 자리에서 형식적인 안부를 묻는 게 전부였는데, 점점 이들은 자기만의 목소리를 내기 시작한다. 아주 적나라하고, 소란스럽고, 바닥이 보이게.
그때부터 분위기가 전환된다. 소리치고, 욕하고, 나무라고, 싸우면서 뭔가 달라진다. 한 번도 제 목소리를 내지 않았던(못했던 게 아니라 안 했던) 가족들이 담아놓은 줄도 모르고 쏟아낸 말에서 진심을 읽는다. 아, 혜원이 찾아냈던 게 이거였다. 처음에는 둘째 딸 혜란이 주인공인 줄 알았는데(물론 혜란의 등장이 큰 비중을 차지하기는 하지만), 내가 볼 때 이 소설의 주인공은 혜원이다. 사건의 시발점을 연 것도 그녀이고, 가족들이 자기 문제로 서로 싸우는 장면에서 그 소란스러움을 찾아낸 것도 그녀이고, 그것 때문에 달라진 가족의 얼굴을 보게 한 것도 결국 그녀가 되었으니까. 각자의 방식으로 살았던 가족이 처음 싸우면서 서로를 향한 애정과 아픔까지 드러낸다. 다 드러내놓고 미친 듯이 퍼부어대고 개운해진다. 땅에서 넘어진 사람은 그 땅을 짚어야만 일어난다고 하더니, 서로의 밑바닥까지 보고 나니 다르게 보이나 보다. 뭐든 척척 해결할 것 같은 아버지에게도 이런 실수가, 품위 넘치는 어머니에게 20년이 넘게 감춰둔 애인이, 우아함의 극치였던 언니를 숨 쉬게 했던 일탈이, 한없이 당당해 보였던 혜란에게는 착한 본성이 있었다. 이 모든 걸 사건이 터지고 그들이 하나의 문제에 머리 맞대고 있을 때야 비로소 알아채다니...
결국은 말을 꺼냈을 때 관계에서 희망을 찾을 수 있는 건가? 아무리 개선하려고 해도 안 되는 관계를 두고 머리 싸매고 있기만 해서는 안 된다는 걸 이렇게 보여주려고 했나 보다. 혜원이 찾은 '소음'이란 답에서, 오늘 우리 가족이나 다른 관계들이 어떻게 살아가는지 마주하고 싶었나 보라고. 꼭 좋은 감정에서만 나오는 게 대화가 아닐 거다. 작가의 말을 듣고 있자면 더해지는 말, 원망이라는 감정이 든다면 아직 늦지 않았다고. 그게 정말일까, 묻고 싶다. 이런 말을 여러 번 들어왔기에, 정말 나쁜 감정만 남아 있더라도 아직 늦지 않은 건지... 미운 감정이 들 때는 뒤도 안 돌아보고 그냥 돌아서고 싶은데, 시간이 지날수록 아픈 손가락처럼 남아 있는 걸 보면 맞는 말 같기도 하고. 아직은 인격 수양이 덜 된 내 마음에 온전히 꽂히는 말은 아니지만, 적어도 그 감정과 상태가 어떻게 흘러가고 있는지는 알 것 같아서 새기게 된다. 이 가족이 찾은 답처럼 언젠가는 나에게도 찾아올 답이겠지, 싶은 기대를 해본다. 그래, 언젠가는, 언젠가는...?
전아리의 전작들을 몇 권 읽었는데 웃고 긴장하게 하는 매력이 있다. 유쾌한 웃음 속에 슬픔이 녹아든 이번 작품 역시 가독성이 좋다. 소중한 것을 소중하다고 여기지 못하는 상황에서 그 소중함을 찾는 길을 열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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