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쟁에서 패배하여 식민국을 잃어버린다는 것은 정신분석학적으로 보자면 여태까지 자기 것인 줄 알았던 남근을 잃어버리는 것과 같다. 패배자로 인식되는 것을 막기 위해 국가는 전쟁 자체를 감성-미학적 차원으로 덮고자 시도한다. 그래서 2차 세계대전 이후 일본과 베트남전쟁 이후 미국이 만들어낸 대중영화는 패배자로서가 아닌 위기에 몰린 국민의식을 부각하여 국가적 차원의 공감대를 불러일으키고자 하는 성향을 보인다. 그래서 전쟁을 묘사하는 영화를 분석하는 것은 그 나라의 정치, 역사의식을 엿볼 수 있는 중요한 행위가 된다.
여기에서 영화 속에 나타나는 공감대적 감정이 '정(情)'인지 '감상(感想)'인지를 구분하는 것은 중요하다. '정'이라면 남녀의 연애사이나 가족, 형제, 친구 간의 우애에서 발생하는 감정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고 '감상'은 스스로를 동정하는 나르시시즘을 공유하는 것이다. 이러한 점에서 일련의 전쟁영화들 속에서 부각되는 감정의 정체는 순수한 '정'이 아닌 관객의 '감상'을 불러일으킨다는 것이다. 저자가 분석대상으로 삼은 영화는 일본의 <버마의 하프>, 미국의 <디어 헌터> 등이다. 여기서 그려지는 전쟁 참여자들은 개인으로 그려지지만 그것은 필연적으로 알레고리적으로 해석되어야 한다. 그들을 통해서 전쟁 참여자들은 관객으로부터 심정적 동의를 얻게 되고 그렇게 함으로써 자신들 역시 전쟁의 피해자라는 사실을 강조한다. 이러한 전략적 장치는 그들 국민 사이에서 공감을 얻고 역사적 책임에서 벗어나려는 태도를 보이려는 의도에서 비롯되는 것이다.
한국의 독자들에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