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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나와 우리 집안 사람들의 이야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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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지금까지 이렇게 공감되는 이야기를 본 적이 없다! 책에 대한 사랑이야기나 그것을 재배치하는 문제, 헌책을 샀을 때 거기 적혀있는 헌사에 대한 묘한 감정, 표절에 대한 이야기도 물론 그러하나, 내가 가장 배꼽을 잡고 공감한 부분은 오자, 탈자, 철자법에 대한 저자와 가족의 반응이었다. 나는 지금까지 우리 가족이 아닌 다른 가족들이 이렇게나 언어에 민감해하는 것을 본 적이
"이건 나와 우리 집안 사람들의 이야기이다!" 내용보기
나는 지금까지 이렇게 공감되는 이야기를 본 적이 없다! 책에 대한 사랑이야기나 그것을 재배치하는 문제, 헌책을 샀을 때 거기 적혀있는 헌사에 대한 묘한 감정, 표절에 대한 이야기도 물론 그러하나, 내가 가장 배꼽을 잡고 공감한 부분은 오자, 탈자, 철자법에 대한 저자와 가족의 반응이었다. 나는 지금까지 우리 가족이 아닌 다른 가족들이 이렇게나 언어에 민감해하는 것을 본 적이 없다. 지구상에 이런 가족이 또 있다니 얼마나 재미있고 신이 나던지! 혹시라도 책을 읽다가 맞춤법이 틀린 글자를 보고 당황한 적은 없는가? TV프로그램을 보다가 진행자가 하는 말이 어법에 맞지 않아 황당했던 적은? 식당에 가서 메뉴판을 보며 정작 음식은 고르지 않고 맞춤법을 고치던 기억은? 친구가 써준 편지에서 자기도 모르게 오자를 찾아버려 겸연쩍게 웃어 보았는가? 슬픈 이야기지만 나는 항상 그런다. 어떤 상황에서 어떠한 활자를 보더라도 거의 무의식적으로 잡아버리는 오자, 탈자, 맞춤법의 문제점. 어디 그것 뿐인가. 나는 발음상의 문제에도 민감하다. 처음 만나는 누군가가 내게 한 마디만 하면, 나는 대번에 알아차린다. '이런, 'ㅐ' 와 'ㅔ' 를 혼동해서 사용하고 있군. 'ㅅ' 발음은 새고 있어. 왜 이렇게 쓸데없는 곳에서 ㅆ,ㄲ,ㅃ 등의 된소리를 쓰는 거야?' 이 얼마나 편집증적이고 쪼잔한 성품이란 말인가. 그러나 이는 정말 나로서도 어쩔 수 없다. 나로서는 도저히 조절할 수 없는 부분인 것이다. 왜냐하면 어떠한 글을 보거나 누군가의 말을 들을 때, 나도 모르게 거의 자동적으로 생각해버리니까. 어쩌면 나의 이런 성격은 앤 패디먼처럼 유전자 속 깊숙히 숨어있는지도 모른다. 언어의 사용과 활용에 있어서는 우리 집안 사람들 모두 만만치 않은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앤 패디먼의 "서재 결혼 시키기"는 그런 나보다 더욱 심한 활자중독증에 편집증적 교정교열 능력을 가진 여자가 있다는 것을 알리기 위해 태어난 책 같다. 이야기 하나하나가 얼마나 나와 나의 가족을 업그레이드해서 빼다 박았는지, 책 읽다 뒤집어지는 줄 알았다. 독서광인 앤과 또 다른 독서광인 남편 조지가 만나서 5년을 함께 살다가 드디어 서재를 합칠 생각을 한다. 오오, 그런데 그 과정이 만만치 않다. 정리파인 부인과 자유파인 남편. 결국은 정리파 부인이 승리하여 책을 분류별로 정리하기로 결정. 그러나 거기서 끝난 것이 아니다. 한 작가별로도 연대를 맞추어 늘어놓아야 한다는(연도가 불분명한 세익스피어의 책 마저도!) 아내의 말에 남편은 결혼 후 처음으로 심각하게 이혼을 생각하기도 한다. 거기서 끝났겠는가. 이번엔 둘 다 소유하고 있는 책 중 누구의 책을 남길지에 대해 격론. 아아, 정말 못말리는 부부 아닌가! 앤은 자신의 책벌레 소질이 유전적으로 타고난 것이라고 믿고있다. 그런데 이걸 빈말이라고 일축할 수 없는 것이... 앤의 부모님도 책벌레인걸! 특히 교열과 교정에 관한 대목을 읽다보면 정말 너무나 우스워서 데구르르 구르게 된다. 나는 이 글 만큼 공감되는 글을 본 적이 없다! 우리 집이 딱! 그렇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우리집의 거실 상황이다. 언니 : 오시랍니다? 나 : 오시라니? 한상궁이 정상궁보다 위였어? 엄마 : 대본을 잘못 썼네. 원래 높임말 제대로 하는 게 힘들거든. 언니 : '오라십니다'가 맞지. 엄마 : 쟨 2차원에 사는 앤가보다. 나 : 그러게, 팔랑팔랑 날리나봐. 언니 : 쟤는 두꺼운 도화지를 굵은 도화지라고 말 할 애인데? 나 : 그러고보니 중 1때 우리 학교 국어 선생님이 두꺼운 바늘이라고 했었지, 아마. 엄마 : 그 선생 뒷돈 대고 학교 들어갔나보다, 얘. 국어 선생 아니라 수학 선생아니니? 언니 : 우리 선생님도 틀리게 쓰곤 했어. 엄마 : 그걸 학생에게 들키다니 자격 미달이네. 어째 나도 아는 걸 선생이 모를까. <엘리베이터 낙서 : '철수랑 영희랑 연예한대요'> 엄마 : 여언예에?!?!?!?! 언니 : 아이고~ 요즘 애들은 연예계를 커플로 진출하나보다. 나 : 왜 아니겠어, 가끔은 '연애인' 얘기도 하던걸. 언니 : 그 '연애인' 이라는 사람들은 매일 연애질만 하는 사람이니? 엄마 : 받아쓰기부터 다시 시켜야해! 언니 : 요즘은 '손 짚고 앞돌기' '무릎굽혀 뒤구르기' 를 중고생에게 내도 틀린다던데? 나 : 엉? 그거 진짜야? 이해찬 세대들은 다 그래? 우리 집안 사람들이 이런데 어떻게 이 책을 읽으며 웃음을 참을 수 있겠는가! 정말이지, 책을 좋아하고 교정 교열에 대한 강박관념이 있는 나로서는 최고의 책이었다! 여담이지만 오자나 탈자나 잘못된 표현이 하나도 없어야 마땅할 이 책에도 잘못된 부분이 꽤나 있다. 아마도 역자의 능력이 저자인 앤 패디먼을 따라가지 못해서일 것이리라.(그러나 만약 앤이 우리 말을 할 줄 안다면 오자, 탈자, 잘못된 표현이 군데군데 박혀있는 자신의 책을 끔찍하게 여기며 못겨뎌 할 것이다!) 여러가지 잘못된 표현이 있었지만 그 중 44쪽 맨 아래의 '우연찮게' 는 정말 견딜 수 없는 실수였다. '우연히' 가 맞단 말이다!! 우연찮게라니, 그럼 작정했다는 뜻인가! 결국 빌려온 책이지만 너무나 화나서 교정을 해뒀다. 평소 책에 티끌 하나 안 앉게 조심하는 내가(앤의 이야기에 따르면 나는 궁정파이다!) 이런 짓을 한 것은 아마도 책의 내용에 감명을 받아서 였을 것이다. 그런데 그런 사람이 나 뿐만이 아니었다! 이 책의 뒷부분에 나같은 사람이 또 하나를 바로잡은 것 아닌가! 정말 배를 잡고 구르고 싶었다! 이 책을 고르는 것만으로도 독자의 부류가 가히 상상이 가는데 거기에 교정까지! 그러나 그 교정은 잘못된 것이었고 본문이 옳았기에 나는 교정위에 다시 교정을 보았다. '원문이 맞음' 이라고.
l******y 2004.06.12. 신고 공감 28 댓글 8
리뷰 총점 종이책
모든 것은 책으로부터 시작되었다. 그러나 나는 책 자체에 연연하지는 않는다.
"모든 것은 책으로부터 시작되었다. 그러나 나는 책 자체에 연연하지는 않는다." 내용보기
저자가 말했듯이, 책을 사랑하는 방식은 다양하다. 누군가는 책갈피를 쓰고, 누군가는 모서리를 접는다. 책종이를 씹어 먹는 사람도 있다지만, 나처럼 열심히 책안에 무언가를 쓰는 사람도 있다. 그리고, 책이 무슨 성스러운 것이라도 되는 양, 처음 샀을 때 그대로 깨끗한 상태를 유지하는 사람들도 있다. 그러나, 저자의 이러한 책사랑 방식의 다양성 인정은 책 안에 들어 있는 문자
"모든 것은 책으로부터 시작되었다. 그러나 나는 책 자체에 연연하지는 않는다." 내용보기
저자가 말했듯이, 책을 사랑하는 방식은 다양하다. 누군가는 책갈피를 쓰고, 누군가는 모서리를 접는다. 책종이를 씹어 먹는 사람도 있다지만, 나처럼 열심히 책안에 무언가를 쓰는 사람도 있다. 그리고, 책이 무슨 성스러운 것이라도 되는 양, 처음 샀을 때 그대로 깨끗한 상태를 유지하는 사람들도 있다. 그러나, 저자의 이러한 책사랑 방식의 다양성 인정은 책 안에 들어 있는 문자에 미치면서 사그러든다. 그러니까 문자자체나 문법의 오류 만큼은 인정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녀의 오빠는 소프트웨어 매뉴얼에 들어있는 수많은 오타들을 찾아내어 그 회사에 알려 주지만, 그들은 바꾸지 않는다. 그것은 중요한 것이 아니기에 당연한 것이다. 그것의 중요함은 그녀 가족에게만 해당되는 이야기이다. 나는 식당에 가서 메뉴에 쓰여 있는 문자들의 잘잘못을 가려내고, 어떠한 문자를 보더라도 교열 강방증에 시달리는 그들 가족의 모습을 보며 그들이 정말로 사랑하는 것은 진리가 아니라, 책이 진정 말하고자 하는 그 뜻이 아니라, 단지 표면, 단지 언어를 많이 다루어 보았다는 기술적 우위에 의한(마치 목수가 정丁을 쥐는 자세에 대해 고집을 부리듯이) 표면적 책 사랑이었음을 알게 되었다. 나는 그 의미를 제대로 이해할 수 만 있다면 책 자체에도, 문자 자체에도 연연해 하지 않는다. 그러나 나 또한 가슴속 깊이 책을 사랑한다. 솔직히 나는, 오히려 당신들의 그런 사랑 방식이 의심스럽다. 무엇이 본질인지 알겠는가? 책이 왜 존재하는지 알겠는가?
g*****e 2004.11.01. 신고 공감 11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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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과 책읽기의 일치
"삶과 책읽기의 일치" 내용보기
책 읽기에 취미를 들여 가는 요즘 다른 주제보다도 책 자체를 주제로 삼은 책들이 내 관심을 자극한다. 특히 다치바나 다카시의 " 나는 이런 책을 읽어왔다" 와 표정훈이 쓴 "책은 나름의 운명을 지닌다" 또 요새 세간의 화제인 "전작주의자의 꿈"과 더불어 이 "책 서재 결혼 시키기"는 이러한 내 관심에 묘한 청량제 역할을 해주었다. 나름대로 독서를 취미라고 애기 할 만큼은 된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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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읽기에 취미를 들여 가는 요즘 다른 주제보다도 책 자체를 주제로 삼은 책들이 내 관심을 자극한다. 특히 다치바나 다카시의 " 나는 이런 책을 읽어왔다" 와 표정훈이 쓴 "책은 나름의 운명을 지닌다" 또 요새 세간의 화제인 "전작주의자의 꿈"과 더불어 이 "책 서재 결혼 시키기"는 이러한 내 관심에 묘한 청량제 역할을 해주었다. 나름대로 독서를 취미라고 애기 할 만큼은 된다고 생각 했던 내 사고방식에 신선한 충격을 던져준 저자의 책 사랑은 거의 독서와 삶을 구분하기 힘든 경지에 이르고 있음을 보게 된다. 다카시의 책 읽기가 실용적인 독서를 강조하는 것이라면 앤 패디먼의 책 읽기는 책 그 자체를 사랑하는 애서가의 전형적인 표본이다. 더불어 수많은 시간동안 이어져 내려온 그들 나라의 책에 관한 역사가 사뭇 부럽지 않을 수 없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100년이 훨씬 넘는 고서를 헌 책방에서 발견하는 행복을 누릴 수 있는 나라의 도서역사는 우리나라의 짧은 도서시장의 역사와 비교되면서 부러움을 자아내게 한다. 앤 패디먼은 삶 그 자체로서의 책 이야기 18편으로 우리에게 삶 속에서의 책의 의미를 되새기게 하여 주고 있다. 남편과 자신의 서재를 합치는 첫번째 이야기부터 주인을 잃은 책들의 의미를 말하는 열 여덟번째 이야기까지 책과 삶을 따로 구분 짖기 힘든 그녀의 삶이 향기롭게 베어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특히 부모는 독서를 안 하면서 자식들의 독서를 바라기는 힘들 다는 이야기와 책이라는 것은 한 주인의 다른 책들과 부대끼며 있을 때, 그 값어치가 빛난다는 이야기는 새삼 공감으로 다가왔다. 나도 생활의 구석구석에서 책의 향기가 피어 오르는 삶을 살고 싶다는 나로서는 의미 있는 희망을 품으며 이 책을 내 소중한 책장 속에 보관한다. 먼 훗날 다른 사람으로부터 나를 생각할 때 처음 떠오르는 이미지가 책을 읽는 모습일 수 있다면 내 삶 또한 아름답다고 할 수 있지 않을까?

[인상깊은구절]
그래서 나는 책이라는 것은 어떤 사람이 소유한 다른 책들과 공존할 때에만 가치를 얻게 된다는 것, 그 맥락을 잃어버리면 의미도 잃어버린다는 것을 깨달았지.
n****t 2003.06.24. 신고 공감 7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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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재 결혼 시키기 - 앤 패디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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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는 최근에 알게 된 책이지만,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꾸준히 스테디셀러로 사랑 받아온 책이라 내용에 대한 요약 보다는 인상 깊었던 부분을 몇 군데만 꼽아본다. 우선, 현장독서라는 말을 나는 이 책에서 처음 알게 됐다.저자인 앤 패디먼은 책이 묘사하는 바로 그 장소에서 그 책을 읽는 ‘현장독서’의 열렬한 신봉자인데, 예를 들면 <메밀꽃 필 무렵>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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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는 최근에 알게 된 책이지만,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꾸준히 스테디셀러로 사랑 받아온 책이라 내용에 대한 요약 보다는 인상 깊었던 부분을 몇 군데만 꼽아본다.

 

우선, 현장독서라는 말을 나는 이 책에서 처음 알게 됐다.

저자인 앤 패디먼은 책이 묘사하는 바로 그 장소에서 그 책을 읽는 현장독서의 열렬한 신봉자인데, 예를 들면메밀꽃 필 무렵을 메밀꽃이 흐드러지게 피어있는 들판에서 읽는 다거나, <태백산맥을 빨치산이 왕성하게 활동했던 지리산에서 읽는 것을 그렇게 부를 수 있을까 싶다.

저자는 현장독서가 아무 상관없는 곳에서 읽는 것보다 훨씬 자극적인 이유가 문자로는 모든 만족을 얻지 못하기 때문이며, 독자는 책의 물리적 환경 속으로 들어가고 싶어한다고 말한다.

최고의 현장경험은 저자가 묘사하는 그대로를 느낄 수 있도록 해준다고 한다.

 

여기에다 내 생각을 좀 보태어 보자. 사람의 의사소통 중에서 내용의 비중은 7퍼센트, 억양, 음조 등 말투를 포함해도 45퍼센트에 불과하다고 한다. 그 보다는 비언어적 수단인 몸짓, 표정, 자세 등이 전체 의사소통에 더 큰 영향을 미친다. 책도 이와 비슷하게 독자는 글의 내용을 읽는 것으로 작가의 세계를 탐험하지만, 그 책을 읽을 때 내 마음의 상태가 어떠한지, 날씨는 어떻고, 장소는 어디인지, 언제 읽는지에 따라서 그 세계는 다양한 색체를 띠지 않을까. 그렇다면, 내가 여태껏 감명 깊게 읽었거나 나의 마음을 달뜨게 했던 책들은 그 책의 내용이 나와 궁합이 잘 맞기도 했겠지만, 그와 더불어 글 이외의 것들이 최적의 현장독서를 연출하지 않았을까라는 생각이다.

 

비슷한 사례로, 어떤 책을 읽고 나서 별 감흥이 없었으나 시간이 오래 지난 후 읽으면 사뭇 다른 느낌으로(좋던, 싫던) 다가오는 경험이 있다. 나는 내가 좀 나아져서 그런 줄로만 알았으나, 다시금 생각해보면 글 이외의 요소가 나의 어떤 부분과 조우하여 화학작용을 일으켰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실제로 침대에서 읽는 글과 지하철에서 읽는 글과 휴가지에서 읽는 글은 뭔가 다르니까 말이다. 현장독서 정도는 아니더라도 최적의 장소, 또는 책과 잘 통하게 해주는 자신만의 아지트 정도는 다들 있을 거라고 본다.

 

두 번째로 이 책에서 짧은 에피소드로 등장했던 사례가 인상 깊어 요약을 해보련다.

어린 시절 저자가 뉴요커라는 잡지에 아르바이트를 하러 갔을 때, 그를 인터뷰한 숀이라는 사람은 저자가 신과 같이 여겼던 인물이다. 저자인 패디먼이 글을 써보고 싶은 잡지를 언급하며 <Ms.>라는 잡지를 발음하게 되는데, 그 당시에는 흔하지 않던 표현이라 패디먼은 잘못 발음하게 되었고(엠에스라 했음), 발음을 하면서도 본인은 아차 싶었으나. 이미 너무 늦어버렸다. 그러자 숀은 이렇게 반응했다.

숀씨는 눈도 깜빡 하지 않았다. 그는 내가 빙퉁그러진 말을 들었다는 내색을 전혀 하지 않았다. 그냥 차분한 태도로 그 새로 등장한 페미니즘 잡지에 대해 4,5분 동안 이야기를 해 나갔는데, 그 동안 그 이름(Ms.)은 한 번도 언급하지 않았다.”

아무렇지도 않게 느낄 수도 있고, 별거 아닌 배려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으나, 나는 왠지 저 모습이 인간이 원초적으로 가지고 있던 자기 중심의 본능을 제어하고 타인과 함께 살아가는 문명화의 힘을 보여주는 전형적인 사례라고 생각했다. 저 하나를 보면 그 사람의 많은 것을 알 수 있게 된다. 글을 쓰고 책을 좋아하는 사람은 다 그러하리라고 상상해 본다.

 

마지막으로 책을 읽는 방법으로 이 책에서는 궁정식 사랑의 신봉자와 육체적 사랑의 신봉자로 나누는데, 책에 밑줄을 긋고, 감상을 적고, 표시하고, 접고, 찢고어쨌거나 책하고 친해지는 방법으로 약간의 과격한 방법을 사용하는 부류를 육체적 사랑의 신봉자라고 하고, 그 반대를 궁정식 사랑의 신봉자라고 말한다. 대부분도 그렇겠지만 나는 육체적 사랑의 신봉자에 가깝다. 그렇다고 책을 찢는 새디즘적인 사랑을 좋아하지는 않는다. 내가 책을 읽는 방식을 조금 더 적어보자면, 기억해 둘만한 구절이 있는 페이지 하단을 접는다(저자의 방법과 유사) 그리고, 기억하고 싶은 구절은 밑줄을 긋고, 그 옆 여백에 내 생각을 적는다. 서평 등에 옮겨 적을 만한 소재나 문득 떠오르는 생각은 책의 맨 뒤에 대부분 여백으로 찬 페이지가 한두 쪽 있으므로 그곳에 적어 둔다. 그리고 밑줄 그은 문장에는 각각 어떤 연유로 그 내용이 기억해 둘만한 것인지 알파벳으로 적어둔다. 나중에 그 페이지를 보게 되면 내가 왜 밑줄 그었는지 기억할 수 있도록 말이다. 예를 들어 e는 표현이 맘에 들었을 때, i는 정보를 기억해 둘만할 때, w는 단어의 사용이 마음에 들 때 써 놓는다. 근데 사실 약어표시는 자주 추가 되거나 바뀌기도 한다. 뭐 책읽기는 정답이 없으니, 다른 사람의 책읽는 방법을 따라 해보다 그것이 내게 맞으면 내 것으로 삼기도 한다.

 

나이가 들수록 책을 읽고, 아이와 얘기하고, 음악을 듣고, 가족과 가까운 곳으로 소풍 가고 이런 소박한 것들에 행복을 느낄 수 있어 참 좋다. 행복은 역시 로또 1등 당첨 같은 큰 행운에서 얻는 것이 아니라 소소한 즐거움의 가랑비에 젖는 것이란 말. 점점 깨달아 간다.

c****s 2015.11.25. 신고 공감 4 댓글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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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벌레들의 결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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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의 비평가 홀브룩 잭슨이 쓰기를 "책은 음식이며, 도서관은 몇 개의 접시에 실려 나오는 고기 요리다. 우리는 다른 음식과 마찬가지로 이것도...대부분은 좋아해서 먹는다." 책을 먹고 사는 사람을 책벌레라고 하고, 우리 나라에도 책만 보는 바보라고 '간서치(看書痴)'로 불리는 이덕무가 있었다. 이 책은 책을 광적으로 사랑하는 남녀가 결혼해서 각자의 책을 하나의 서재로 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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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국의 비평가 홀브룩 잭슨이 쓰기를 "책은 음식이며, 도서관은 몇 개의 접시에 실려 나오는 고기 요리다. 우리는 다른 음식과 마찬가지로 이것도...대부분은 좋아해서 먹는다." 책을 먹고 사는 사람을 책벌레라고 하고, 우리 나라에도 책만 보는 바보라고 '간서치(看書痴)'로 불리는 이덕무가 있었다. 이 책은 책을 광적으로 사랑하는 남녀가 결혼해서 각자의 책을 하나의 서재로 합치는 일을 시작으로 책과 가족에 관한 재미난 일화에 대해 쓴 에세이집이다. 책의 속표지를 보면 책의 원제목은 Ex Libris (From Library), 영어사전을 찾아보면 장서표라고 나와 있는데 <서재 결혼시키기>라는 재미있는 이름으로 번역했다. 이 책을 통해 책의 속표지에는 저자 만이 서명 또는 헌사를 쓸 수 있고 독자는 면지에 쓰는 것이 예의라는 것을 처음 알게 되었는데, 그 사실을 모르면서도 책을 들쳐 보니 책을 읽은 날짜, 서명, 또는 감상은 겉표지와 속표지 사이의 빈 종이에 쓰고 있어서 지금까지 저자들에게 큰 결례를 범한 적은 없는 것 같아 다행이다.

  

    이제는 책이 너무 많아져서 집이 가정집의 분위기를 잃어가고 헌책방같이 되어 버리는데도 헤이스팅스 책마을로 가서 헌책을 구경하면 안사고는 못배기는 책벌레들의 결혼. 남편과 책을 통해 관심을 공유하고, 책에 "이것은 당신의 책이기도 해. 내 삶 역시 당신 것이듯이."라고 달콤한 헌사를 남겨서 환심을 사고, 침대맡에서 오딧세이를 번갈아가며 낭독하다가 잠이 드는 이 부부는 행복할까? 빈센트 스타렛의 <돈은 지혜롭게 책은 어리석게>라는 책에서 "새로 책을 찾아 나서는 길은 언제나 인도 제도로 항해하는 것이며, 묻힌 보물을 찾아나서는 것이며, 무지개의 끝으로 여행하는 것이다. 그 끝에 금이 든 단지가 있든 그저 즐거운 책 한 권이 있든, 거기까지 가는 길에는 늘 경이가 넘친다."라고 했듯이 경이가 넘치는 행복한 여행을 부부가 같이 할 수 있는 이 가정이 부럽기도 피곤하기도 하다.

 

   저자는 작가인 부모밑에서 태어나서 어린 시절부터 가족간의 지적경쟁으로 훈련된 활자중독녀이다. 음식점 메뉴판을 보면서도 오탈자를 발견하고 백화점 카탈로그를 보면서도 문법과 구문의 오류가 먼저 눈에 띄고, 책을 읽으면서도 표절 여부가 거슬리는 까탈스러운 편집자이다. 아는 것이 힘이기도 하지만 모르는 것이 약이기도 하여 차라리 평범한 일반독자가 책을 보며 즐거움을 누릴 수 있는 행복한 사람이라는 생각도 든다. 조지 오웰이 쓴 <서점 추억>이라는 에세이에서 헌책방에서 점원으로 일하던 시절을 회상한다. "정말로 책을 사랑하던 때가 있다...그러나 책방에서 일을 하게 되면서부터 책을 사지 않게 되었다. 책을 한 번에 오천 권이나 만 권씩 덩어리로 보게 되자, 책이 지겨워지고 심지어 약간 역겨워지기도 했다." 은퇴하면 해보고 싶은 일 중의 하나가 헌책방 또는 북카페인데 책과의 사랑을 잃지 않으려면 포기하라는 것이 책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충고이다. 

 



y***d 2012.02.28. 신고 공감 4 댓글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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못말리는 책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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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읽고, 짐이 된다는 이유로 잠시나마 내 책들을 헌책방에 팔아넘기려고 했던 사실, 그리고 나온지 한참 지난 이책의 가격이 거의 반값으로 떨어졌을 때, 그것도 인터넷 서점에서 이벤트로 이 책이 내걸렸을 때 꽤 오랜시간 고민하다 구입하게 된 사실에 대해 심한 죄책감을 느끼게 됐다.   책에 대한, 심지어는 활자로 찍혀 나온 것들에 대한 걱정스러울 정도로 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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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읽고,

짐이 된다는 이유로

잠시나마 내 책들을 헌책방에 팔아넘기려고 했던 사실,

그리고 나온지 한참 지난 이책의 가격이

거의 반값으로 떨어졌을 때, 그것도 인터넷 서점에서

이벤트로 이 책이 내걸렸을 때 꽤 오랜시간 고민하다 구입하게 된 사실에 대해 심한 죄책감을 느끼게 됐다.

 

책에 대한, 심지어는 활자로 찍혀 나온 것들에 대한

걱정스러울 정도로 심각한 내 집착이

이 책을 읽고나서 정당화되는 기분이다.

그리고 날 이해해주는 사람을 만나

악수를 나누고 껴안은 듯한 느낌이다.

 

"사람을 사랑하는 방법이 하나가 아니듯이

 책을 사랑하는 방법도 하나가 아님을 깨달았다. " p.64

 

물론이다. 그리고 자기 방식을 남에게 강요해서도 안된다.

예전에 나는 책을 아주 깨끗하게 봤다.

그리고 아직은 책에 대한 그런 태도가

미덕으로 여겨지는 듯도 하다.

그러다가 내 친구 m양이 미국으로 떠나기 전에 준

책 몇 권을 읽게 됐다.

그 책들에는 누군가의 헌사 뿐만 아니라 밑줄, 자기 생각,

어떤 때는 책하고 아무 관련없는 메모도 적혀 있었다.

그걸 보고 난 그 책의 정체성을 발견했다.

그건 'm양의' 책이었다.

이제 내 책장에 꽂기 위해

난 그 밑줄에다 덧칠을 하고 새 메모를 덧붙여 내 것으로 만들었다.

두 사람의 손때가 묻고 책 가운데가 쩍 갈라진 그 책이

이제는 내 소유라는 사실이 뿌듯하다. 

책을 그렇게 '내 것'이 된다.

그리고 당연히,

내 흔적이 남은 책들은 아무에게도 빌려주지 않는다.

 

" 전자제품에 비유하자면, 책갈피를 끼우고 책을 덮는 것은 '멈춤'

단추를 누르는 것이고, 책을 펼친 채로 엎어놓는 곳은 '일시정지'

 단추를 누르는 것이지. " p.66

 

저 글이 적혀 있는 책장의 여백에 스마일을 그려 넣었다.

내 주변의 사려깊은 누군가가 날 위한답시고

나 대신 펼쳐놓은 책으르 덮어주는 건 너무너무 싫다.

읽고 있던 책과 나 사이에 그렇게 불쑥 끼어드는 짓은

아무도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 내 사랑하는 아내에게. 이것은 당신의 책이기도 해.

내 삶 역시 당신 것이듯이. " p.93

 

작가가 최고로 꼽는 헌사이다.

이 책의 작가 만큼 그녀의 남편도 책벌레인데,

저 문장을 읽는 순간 내 남편도 저렇길 빌었다.

하지만, 책에 대한 과도한 내 집착을 너그러이 이해해주고

먼 미래에 사다리까지 갖춘 서재를 갖겠다는 내 꿈을

격려해주는 것만으로도 난 내 남편에게 감사한다.

참, 책을 팔지 말라고 끝까지 말린 것도 남편이었다.

 

" 나처럼 책을 사랑하여 죽은 사람들과 대화하며 비현실 속에서 살아갈 수 있다는 것은 얼마나 큰 축복인가! " p.96

 

두 말할 필요가 없다.

 

"우리는 너무 늦게 태어났기 때문에 무슨 말을 하든 누군가 이미 다 한 이야기다. " p.148

 

가끔 글을 쓰고 싶다고 느끼다가도

슬며시 손을 놓아버리는 내가

가장 잘 하는 변명이다.

쓸 이야기가 없어. 누군가가 다 써버렸기 때문에. ㅋㅋㅋ

 

"장서를 흩어놓는 것이 꼭 시신을 화장해 바람에 뿌리는 것과 같았다고나 할까... 책이라는 것은 어떤 사람이 소유한 다른 책들과 공

존할 때에만 가치를 얻게 된다는 것, 그 맥락을 잃어버리면 의미도

잃어버린다는 것을 깨달았지. " p.208

 

내 아이들이 먼 미래에 엄마의 서재를 보면서

엄마가 무슨 생각을 했고, 뭘 좋아하고 사랑했는지

내 책들을 통해 알게 되길 바란다.

그 책 속에는 스무 살의 엄마, 서른 살의 엄마, 엄마가 된 후의 엄마가 있을 것이며, 가족을 떼어놓은 상태의 온전한 나를 발견할 수 있을 거다. 그래서 난 서재를 갖고 싶다.

 

책에 대한 이야기를 하자면 아버지를 빼놓을 수가 없다.

늦게 퇴근하시는 날이면, 자는 내 머리맡에 책을 사 놓으셨다.

아침에 일어나면 '이야기 명심보감', '어린이 삼강오륜'

이런 책들이 베개 위에 단정히 앉아있었고,

지금 생각하면 다소 지루한 책일지 몰라도

그때의 백지같은 내 상태에서는 그 내용들을 쏙쏙 빨아들였다.

 

초등학생 때의 어느 해 생일에

아버지는 우리를 서점에 데려가서

갖고 싶은 만큼 책을 고르게 해주셨다.

당시 책이 2500원쯤 할 때, 나는 10만원 넘게 책들을 골랐고,

서점주인 아저씨가 덤으로 '몽실언니'를 준 기억이 난다.

(그 때 산 책들은 하나도 기억나지 않지만

몽실언니만은 또렷하게 기억한다.)

지금은 늙으신 아버지를 위해 내가 책 선물을 드린다.

아버지는 책을 받으시면 속지에다

날짜와 누가 준 선물인지를 꼭 기록하시고,

책 중간중간에 메모도 하신다.

피는 못 속이나 보다. ^^

 

책을 팔지 않기로 했다.

죄책감 없이 책에 낙서를 해댈 것이고, 헌책도 마다하지 않는다.

미래의 내 서재는 요새 유행하는 거실 서재처럼

다양한 기능을 갖춘 서재가 아닐 것이다.

오로지 책과 책읽는 사람만을 위한

편안한 공간으로 꾸밀 생각이다.

일회용 책이라는 건 없다.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책이란 것도 없다. 적어도 내게는.

 

남편이 활자중독자라고 부르는 나는

정 읽을 게 없으면 내가 활자를 만들어내서 읽고야 만다.

살아있는 동안 적어도 책 만큼은 내 맘대로 사랑하며 살고 싶다.

 

한 가지 바램이 있다면,

내가 불의의 사고를 당하거나 노쇠하더라도

책을 읽을 수 있는 눈과 책장을 넘길 수 있는 손가락 하나쯤은

무사하게 남겨주시길. 

 

w***r 2009.10.17. 신고 공감 3 댓글 0
리뷰 총점 종이책
생활이 된 책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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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 내 메모에서 밝혔듯, '처제 결혼 시키기'라고 제목을 잘못 읽었던 책. 덜컥 책을 집어든 이유는 일단 '서재'가 주는 동경과 부러움 때문이었다. 가끔씩 블로그나 클럽에서 특색있는 서재를 가진 분들을 만나게 된다. 한번도 넓은 집에 산 적이 없었기에(물론 변명이다), 내게 서재는 정말 듣기만 해도 매력적인 하나의 상징이 되어버렸다. 2년 주기로 이사를 하면서 제일 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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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 내 메모에서 밝혔듯, '처제 결혼 시키기'라고 제목을 잘못 읽었던 책.

덜컥 책을 집어든 이유는 일단 '서재'가 주는 동경과 부러움 때문이었다.

가끔씩 블로그나 클럽에서 특색있는 서재를 가진 분들을 만나게 된다.

한번도 넓은 집에 산 적이 없었기에(물론 변명이다), 내게 서재는 정말

듣기만 해도 매력적인 하나의 상징이 되어버렸다. 2년 주기로 이사를 하면서

제일 먼저 정리되는 것이 책이다. 둘 데가 없고, 쌓아놓을 데도 없는...

 

서재에 대한 이야기가 장황했다. 각설하고, 이 책은 작가 앤 패디먼의

책 이야기다. 책 좋아하는 부모와 형제들 틈에서 자라, 책과 함께 청춘을 보내고,

책을 통해 만난 남편과 많은 친구들. 그리고 아이까지. 책이 곧 생활이 된 그녀의

에세이 18편이 정갈하게 실려있다.

 

독서를 강조하는 책도, 그렇다고 대단한 담론을 끼고 있는 책도 아닌,

그냥 작가의 삶 속에서 건져 올려진 책이야기다.

일단 문화권이 달라 책 속에 등장하는 수많은(이름 모를) 책의 이름과 저자,

거기에 인용된 내용 등이 상당히 어렵게 다가왔다.

허나 바디랭귀지가 만국 공통어이듯, 독서 행위 또한 다르지 않다고 본다.

 

첫 에세이 '책의 결혼'은 장면 하나하나가 흥미로웠다.

책 벌레인 부부가 서재를 합치는 장면. 장르별로, 작가순으로, 연대기별로...

참 재미있다. 문득 내 작업실 뒷편 책장(5단으로 된 책장이 두 개 있다)을

뒤돌아봤다. 대부분은 디자인 관련 서적이고, 소설과 에세이, 자기 개발서,

요리 및 건강 관련 책들, 다수의 잡지들이 두서없이 꽂혀있다.

최근 자유로운 판형때문에 전집류를 가지런히 정리하던 서재는 아마도 없을 듯 하다.

제각각 높이도 다르고, 빼꼼히 고개를 내밀기도 하고, 아예 너무 커서

옆으로 엎어진 애도 보인다.

 

또 하나의 장면, 흔히 직업병이라고 우리가 말하는 '생활 속의 교정, 교열'(?).

식당을 가던지, 거리를 걷다가도 오타가 보이면 어떻게든 고쳐놓고 싶은

편집자들의 편집증. 나도 여기에서 자유롭지 않다.

책을 읽다가도 어느새 펜으로 교정을 보고 있다. 식당 메뉴판의 오타를 고쳐놓고,

심지어는 화장실 낙서까지도 고쳐놓는다. 가끔 아내가 타박하긴 하지만,

그래도 좀처럼 고쳐지지 않는다.

 

그 외에도, 식탐을 부르는 책, 표절에 대한 이야기, 카탈로그 이야기 등

담백한 유머가 가득한, 풍성하진 않지만 맛있게 책을 읽을 수 있었다.

무엇보다 이 어려운 책(나만 그럴 수도 있다. 원문을 못봤지만)을 담백하게

번역한 정영목 선생의 글이 마지막을 장식한다.

취미가 묻는 말에 독서라고 말하면, 왠지 무식의 소치처럼 여겨지던 시절이 있었다.

허나 지금은 진정 독서가 취미인 사람들이 많다. 누가 시켜서가 아닌,

개인의 의식에 따라 책을 사고, 읽고, 정리하는 것이다. 그 속에서 즐거움과

행복을 찾는 것이다. 결국 앤 패디먼은 '책을 위한 책'을 얘기한 것이 아닌,

생활이 된 책이야기를 펼쳐보인 것이다.

 

옮긴 이의 말처럼, '일급의 유머와 약간 건조한 듯한 따뜻함을 즐기는 독자들에게

두고두고 아껴가며 먹을 수 있는 좋은 양식이 될 것'이다. 허나 책 속에 등장하는

수많은 책의 홍수는 감수해야 할 듯. 



t******2 2009.06.25. 신고 공감 2 댓글 4
리뷰 총점 종이책
선배이자 동지와 교감을 나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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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랫동안 아껴놓았던, 책벌레들의 동반자와 같은 책을 꺼내다. 나도 꽤 책을 좋아하는 편이고, 주변에 그러한 친구들도 많지만 끼리끼리 모여서 가끔씩 얘기하면서도 웃고 넘기곤 했던 많은 에피소드들과 버릇들. 그 얘기들을 몸소 평생 가족 안에서 겪으며 (얼마나 행복한가!) 살아온 이가 자신의 이야기로 집대성하여 들려준다. 배우자와 서재를 합치며 배열에 대해서 티격태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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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랫동안 아껴놓았던, 책벌레들의 동반자와 같은 책을 꺼내다.

나도 꽤 책을 좋아하는 편이고, 주변에 그러한 친구들도 많지만

끼리끼리 모여서 가끔씩 얘기하면서도 웃고 넘기곤 했던 많은 에피소드들과 버릇들.

그 얘기들을 몸소 평생 가족 안에서 겪으며 (얼마나 행복한가!)

살아온 이가 자신의 이야기로 집대성하여 들려준다.

배우자와 서재를 합치며 배열에 대해서 티격태격하는 이야기.

책을 좋아하는 두 부부가 만났을 경우에 충분히 발생할 수 있는 이 에피소드는 참 공감이 간다.

그 외에도 무조건 반사와 같은 교열 이야기나,

책을 어느 정도로 다뤄야 할 것인지에 대한 취향 이야기.

새로운 단어를 알아가는 기쁨 이야기.

자신만의 책 이야기나 자신의 글을 쓰는 이야기.

헌책방을 찾아다니면서 옛 책을 찾아내어 사는 이야기나

책을 선물하면서 내지에 남기는 짧은 글을 쓰거나 찾아 읽는 이야기와

자신만의 펜 이야기.

낭독하는 기쁨이나 그를 쓰기 위하여 글을 따오는 이야기들..

새롭지는 않다.

십 몇년 전 책을 사러 헌책방을 다니면서 밤을 새워 책 이야기를 나누던 친구들과

나누었던 얘기들이기 때문이다.

덧붙일 수도 있다.

책을 구입하고 비닐이나 종이로 싸야 할 것인가, 그냥 표지 질감 그대로 둘 것인가.

밑줄을 치는 것이 괜찮은가, 괜찮다면 어느 펜이 제일 나은가.

헌책의 값은 어느 정도가 적당한가.

책을 배열할 때는 어떤 방식이 좋은가.

책장을 어떤 식으로 집에 설치해야 많은 수납 공간을 확보할 수 있는가.

책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한번쯤은 생각해보고

자신만의 답을 가지고 있는 생각들이다.

이 책의 저자인 패디먼은 유난히 책을 좋아하는 가족에서 태어나 그러한 남편을 만나서

계속 그러한 삶을 살며 직업까지 그와 관련된 일을 하고 있어

이러한 이야기를 써내어 책으로 낼 수 있었던 것이 조금 부럽다.

나 역시 이런 글들은 언젠가 쓴 적도 있고 정서해 보고 싶은 생각도 있었다.

친구 중에는 책을 이미 낸 친구도 있고..

많은 부분에 대한 선수를 뺏긴 듯 하여 약간 약오르기도 하지만

날이 갈수록 종이로 된 문자 텍스트를 좋아하는 것이 별종이 되어 가는 시대에

고수급 동지를 만난 기쁨이 더 크다.

아껴놓았던 보람이 있었던, 한번에 읽어내릴 수 있는 즐거운 책.

이 책의 저자도 그렇지만 내 책장의 한 켠에도 책에 대한 책을 모아 놓은 공간이 있다.

거기서 이 책과 함께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던 또 다른 책.

이제 <젠틀 매드니스>에 도전해 볼 때가 된 듯.

l*****4 2012.06.17. 신고 공감 1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