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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얀 거짓말 라임 청소년 문학 22 재스민 왈가 지음 라임
원제는 'My Heart and Other Black Holes'로 오하이오 주 출신의 작가로 미국에서 과학 교사로 학생들을 가르치다 청소년 소설을 발표한 재스민 왈가의 작품이다. 청소년 들을 대상으로 한 만큼 중학생인 작은 딸이 읽고 리뷰를 써줬으면, 좋겠는데, 요즘 하는 행실(?)을 봐서는 도무지 씨도 먹히지 않을 상황이라 어쩔 수 없이 과제를 수행해야 하는 늙은 어미가 읽게 되었다. 청소년들을 곁에서 지켜봐 온 까닭인지, 가족의 불행을 떠안고 어두운 절망에 빠진 십 대 소년, 로만과 소녀 에이셀 세란의 불안정한 심리 변화를 마치 거울에 투영이라도 하듯 선명하면서도 정밀하게 그려 내었다. 작품 중반부에서 시작되는, 보통의 청소년 소설에서는 쉽게 만날 수 없는 두 소년 소녀의 달달 로맨스도 관전 포인트로 꼽을 수 있다. 두 사람의 달달 로맨스는 절망에 빠진 소녀의 감성을 한껏 자극해 희망으로 전환시키는 역할을 톡톡히 해낸다. 열여덟 살이라는 아직 미성년자인 청소년이 자동차 운전을 하고, 캠핑을 하면서 와인을 마시고 달빛 로맨스를 펼치는 것이 다소 생경한 풍경인 것은 틀림없다. 4월 7일에 동반 자살을 계획하는 두 사람은 서로에게 자살하려는 이유를 털어놓고, 과학 프로젝트를 위해 동물원도 함께 가고, 에이셀의 아빠를 만나기 위해 맥그리비 교도소도 찾아가면서 사랑을 느끼게 되고, 죽지 않고 살아가야 할 이유를 찾게 된다는 뻔해 보이지만, 결코 뻔할 수 없는 이야기를 만나게 된다. 2016.9.6.(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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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 남은 시간"이라는 첫 단원 소제목을 보고서 처음 든 생각은 주인공이 병에 걸렸나~ 하는 것이었다. 보통 이런 제목은 다소 뻔하지만 죽을 병에 걸린 주인공을 예측하는 게 맞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비록 이 소설이 청소년 소설이라 하더라도 말이다. 그게 아니라 소재가 "자살"이라면... 너무 직접적인 것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많은, 다양한 책을 읽어도 고정관념, 혹은 청소년들에게 기대하는 꼰대식 생각은 잘 변하지가 않나보다.
하지만 잘 생각해 보면 청소년들이 죽을 병에 걸릴 확률 보다는 당연히 자살을 생각하는 확률이 높은 게 맞는 것 같다. 뭘 해도, 무엇을 생각해도 잘 안 된다고 생각되는 때, 마냥 좋다가도 추락하듯 어마어마한 좌절이 느껴지는 때가 바로 그 시절이니 말이다. 내가 자살을 처음 생각했던 때는 5학년 때였다. 지금까지의 내 인생을 통틀어 부모님의 사이가 가장 좋지 않았던 때이다. 더불어 사춘기가 시작되던 때였고 담임 선생님과도 사이가 좋지 못했다.
청소년들의 사망 원인 1위는, 자살이라고 한다. 청소년 시기 특유의 우울감이 원인이 될 수도 있겠지만 그보다는 많은 비율을 차지하는 부분이 바로 "가정 문제"라고 한다. <하얀 거짓말>은 청소년의 자살이라는 놀라운 소재와 그 원인인 가정 문제, 극복해 나아가는 과정 등을 담고 있는 청소년 소설이다. 현실과 동떨어져 무조건 해피엔딩으로 결말을 맺지도 않는다. 그래서 이 소설이 무척이나 현실적으로 느껴진다.
아이셀은 자살을 준비중이다. 하지만 평소 자신의 성격을 생각할 때 막판에 자살을 그만둘지도 몰라 동반 자살할 사람을 구하고 있다. 이미 학교에서나 집에서나 혼자인 아이셀은 자신이 이 상황에서 벗어날 방법은 자살 뿐이라고 생각한다. 아이셀의 동반자살자가 된 로만 또한 아픔이 있다. 자신의 실수로 동생이 죽었다는 죄책감에서 벗어날 수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둘은 정말 자살을 해야만 이 상황을 벗어날 수 있을까?
"우주가 약간만 움직여서 관측점이 조금만 바뀌면 갑자기 모든 게 견딜 만해지는 것이다."...237p
언제나 문제 해결의 중심은 "대화"임을 다시 한 번 깨닫게 된다. 혼자 오해하고 생각하지 말고 믿을 수 있는 사람과 온전히 터놓는 것. 그럼 내가 생각했던 것들이 모두 잘못된 것일 수 있다는 것이다. 아주 조금만 고개를 돌려도 이 세상이 살 만한 곳이라고, 견딜 만한 곳이라고 생각이 들 수도 있다. 그리고 <하얀 거짓말>은 바로 그런 과정을 보여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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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시기보다 정서적으로 힘들고 예민한 시기인 청소년기의 자살은 보통 사전 계획 없이 순간적인 충동에 의해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작고 사소한 계기, 즉 친구와의 다툼, 부모의 꾸중, 경쟁에서의 패배 등이 자살로 이어지게 하는 사건들인데 청소년기의 자살은 정말로 죽으려고 하는 의도보다는 자신의 괴로움을 극단적인 방법으로 표현하려는 의도가 강하다고 볼 수 있다고 한다. 헌데 여기 이러한 청소년기의 자살이 보여주는 특징과 달리 자살을 계획하고 있는 한 소녀가 있다. 클래식을 즐겨 들으며, 우중충한 쇼핑센터 지하에 있는 터커통신판매회사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는 고등학생 아이셀은 요즘 '평탄한 길'이라는 인터넷 자살 사이트에서 동반 자살방을 관심 있게 살펴보고 있다. 어두컴컴한 미래로부터 달아나고 싶은 아이셀은 혹시 마지막 순간에 변덕스러운 충동 때문에 육체가 정신을 배반하고 일을 그르칠까봐 걱정이 되기 때문에 누군가와 함께 자살한다면 결과는 빼도 박도 못하기에 치명적일 수 있다. 그러던 중 아이셀은 열여덟 살짜리 소년이 자살 파트너를 구하는 것을 본 후 인생 처음으로 행운이 찾아왔음을 예감한다. 4월 7일, 한 달만 버티면 되는 것이다. 그렇게 아이셀은 함께 자살 계획을 세우기 위해 얼음 로봇을 만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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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년 전까지만 해도 주중에는 아빠와 주말에는 엄마와 지냈던 아이셀은 아버지와 어머니의 올림픽에 출전할 뻔했던 랭스턴 최초의 소년인 티모시 잭슨을 살해하면서 철창에 갇히는 신세가 된 후로 엄마와 재혼한 스티브 아저씨네 집으로 오게 되었다. 엄마가 말한 적은 없지만 아이셀은 행복한 가정에 끼어든 침입자가 되어 그들에게 기생충 같은 존재가 되었음을 느낀다. 엄마와 스티브 아저씨 그리고 그 둘 사이에서 태어난 조지아와 마이크 사이에 끼어서 어정쩡하게 살아가고 있는. 얼음 로봇의 이름은 로만으로 동생의 죽음에 대한 죄책감으로 자살을 하려고 한다. 엄마의 과잉 보호로 혼자서는 도저히 자살을 해낼 수 없어 파트너를 구하려했던 로만이었기에 엄마의 눈을 피해 자살 계획을 세우기 위해서 로만은 아이셀을 친구로 소개해야겠고, 아이셀은 로만의 엄마 식사 초대에도 응해야했다. 그렇게 자살 계획이라는 명목으로 두 사람은 함께 하는 시간이 많아졌고 자살할 마음에 변화가 없으리라 생각했던 아이셀의 마음이 변화가 일어나는 사건이 발생한다. 자살하기 전에 아빠를 만나봐야겠다고 생각한 아이셀은 로만과 함께 교도소를 방문하기로 하는데, 이를 위해 캠핑을 핑계삼는다. 캠핑장에서 로만과의 첫 키스에서 아이셀은 변하는 건 아무것도 없다는 로만과 달리 마음 속 깊은 곳에서 모든 게 변했다고 말하고 있음을 느끼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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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오랫동안 누구에게도 마음을 드러내지 못했으며, 아빠가 티모시 잭신을 죽게 했다는 사실은 앞으로도 변함이 없을 것이고, 자신 안의 시커먼 구멍이 영원히 사라지지 않을지도 모르며, 영원히 그 무게를 견뎌야 할지도 모르지만, 아이셀은 이제는 자신 안에 있는 슬픔과 맞서 싸워야 할 시간이 다가왔다고 생각한다. 이제는 어둠을 몰아내고 싶어진 것이다. 아이셀은 로만을 만나보고부터 모든 게 달라 보이기 시작한 것이다. 어쩌면 아이셀은 사람들은 따가운 눈초리와 숙덕거리임 아닌 관심과 사랑을 통해 살아가야 할 이유를 찾고 있었던 것인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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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아주 오랫동안 내 미래를 피하기만 했다. 그 어떤 것도 상상하기가 두려웠다. 내 마음속의 미래는 늘 정지 상태였다. 어쩌면 이제 내 미래를 그려 보아야 할 시간이 온 건지도 모르겠다. 내 안에 있는 슬픔과 맞서 싸워야 할 시간이 다가왔는지도. (본문 281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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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혹 뉴스에서 동반 자살 소식을 듣게 된다. 삶의 무게가 얼마나 무거웠기에 이들은 자살을 감행할 수 밖에 없었던가. 아이셀도, 로만에게도 미래는 어둡게만 느껴졌고 힘겨웠을 것이다. 자살을 계획하면서도 동생들의 이야기에 가슴이 두근거림을 느끼는 아이셀을 보면서 누군가의 관심과 사랑만이 이 세상에서 사라지고 싶은 생각을 멈출 수 있게 한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서로 표현하지 못했던 아이셀과 아이셀의 엄마를 보면서 너무도 안타까운 것은 이때문이리라. 이렇게 나의 작은 관심과 사랑이 누군가에게는 살아갈 이유가 될지도 모른다. 동반 자살을 할 파트너를 구하고, 함께 자살 계획을 세운다는 특별한 소재를 통해 저자는 우리는 저마다 살아가야 할 이유가 있음을 이야기하고 있다. 다소 무겁고 어두울 수 있을 소재에서 자살 파트너로 만나 사랑을 느끼게 되는 스토리는 소설의 특별함을 더하고 있는데, 우리가 살아가는 가장 큰 이유가 바로 사랑임을 더욱 절실하게 보여주고 있는 듯 하다. 청소년기에 가족의 사랑은 더욱더 목마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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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인생은 살만하단다>
멀고 먼 길을 돌아온다. 그것이 인생에서 자연스러운 과정이 아닐까? 문득 이 소설을 읽고 나니 그런 생각이 들었다. 매번 어려움 없이 정해진 탄탄한 길로 나아가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때로는 제 자식이 험한 길로 가는 게 두려워 길을 닦아 놓고 꽃길만 밟게 하는 못난 부모도 있다. 그렇지만 역시 인생은 남이 살아주는게 아니라 자신이 살아가는 길..그래서 그 길이 모나고 때로는 멀리 돌아가더라도 제 스스로 밟고 가야 하는 길이 정답인 거 같다.
하얀 거짓말 속에 두 소년과 소녀가 서 있다. 라임에서 나오는 요즘 청소년 소설의 표지 속의 주인공들은 흡사 만화책속의 주인공처럼 너무도 이쁘게 그려져 있어서 확 눈에 뜨인다. 여하튼 너무도 아름다운 두 소년소녀의 만남 속에 하얀 거짓말이 존재한단다. 하얀거짓말이라 하면 좋은 거짓말?이라고 해석해야 하나? 선의의 거짓말을 보통 하얀 거짓말이라고 표현하는데 두려움이 따른다. 좋고 나쁨에는 역시 주관이 따르기 때문이다.
역시나 소년과 소녀의 만남은 그리 밝지만은 않다. 소녀 아이셀과 소년 로만은 동반 자살 사이트를 통해서 만난 사이다. 동반 자살이라니...섬뜩했다. 우리나라 같은 경우는 자살 비율이 높아서 그런지 더 현실감 있게 다가왔다. 동반자살을 꿈꾸는 아이들에게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을까?
아이셀은 이혼하고 새 가정을 꾸린 엄마와 함께 살고 있다. 이전에는 아빠와 살았지만 말이다. 그러나 아빠가 가게를 하면서 물건을 가지고 장난치는 아이들에게 충동적으로 휘두른 방망이에 한 아이가 죽게되는 사건이 벌어졌다. 이 일로 인해 아빠는 감옥에 가고 아이셀은 엄마와 함께 살게 된다. 그러나 아이셀은 자신에게 아빠처럼 살인자의 피가 흐를지도 모른다는 생각, 엄마의 행복한 가정에 이방인이 되어서 불행을 가져다 줄 지 모른다는 생각에 스스로 소멸하고자 한다. 로만 역시 여자친구와 시간을 보내고 싶어서 경기를 일으킬 위험이 있는 동생을 방치한 결과 어린 동생이 욕실에서 익사하는 사고를 겪게 된다. 이로 인해 로만 역시 타인과의 모든 관계를 끊고 칩거하면서 자살을 꿈꾸는 소년이다.
이렇게 서로의 삶이 가치가 없다고 느끼는 두 소년 소녀가 만나게 된 것이다. 삶에서 가장 중요한 건 역시 자신이다. 자신이 가치없는 생각을 한다는 것도 결국 자신의 생각에서 비롯된 것이다. 자신의 생각에만 갖혀 있던 두 아이가 서로를 만나서 함께 자살을 하고자 하면서도 상대방의 삶에 관심을 갖게 된다. 그게 바로 이 소설의 가장 중요한 포인트가 아닌가 싶다. 서로의 삶을 엿보면서 서로에게 "너는 살만한 가치가 있는 아이가"라고 느끼고 말해주고 싶다는 것.
읽는 순간만다 조마조마한 마음이었다. 주인공인 아이셀의 마음의 변화는 알겠는데 로만의 마음이 항상 불안하고 의심스러웠다. 혹시나 나쁜 생각을 하고 혼자 일을 저지르지나 않을까 하는...마지막 순간 로만을 죽음에서 구해준 아이셀. 그리고 모든 사람이 자신을 싫어할 거라고 생각했지만 현실에서는 그렇지 않다는 것, 결국 자신만의 생각으로 스스로를 가둬두고 살았다는 걸 알게 된다. 결국 이 어린 친구들에게도 인생은 살만한 가치가 있다는 진실을 알려줄 수 있어서 다행이다.
결코 쉽지 않은 주제인 동반자살을 소재로 다룬 책을 만나게 될 줄은 몰랐다. 라임에서 나오는 청소년 소설은 늘 사회 한 구석에서 문제가 되고 있는 중요한 주제를 이끌어서 생각하도록 해주는 것 같다. 이번 책도 자신의 생각에 민감하고 몰입하기 쉬운 청소년들이 읽으면 좋을 책인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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