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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내용에 대해서는 많은 분들이 리뷰를 통해 소개를 하셨으니 생략하기로 하겠습니다. 우리나라 출판사들의 고질적인 문제점 - 쓸데없이 양장본으로 만들어 가격만 높이려 드는 썩은 상술은 말할 것도 없이 양장본임에도 불구하고 약 50페이지까지의 제본 상태가 불량해서 책을 읽으면서도 불안할 정도였습니다. 그리고 오탈자는 뭐 이리 많은지 도대체 인쇄 전 한 번이라도 어떤 식으로든 확인 과정을 거치기는 한 것인지 의심스러울 정도입니다. 때때로 한 페이지에서 서너개 씩의 오탈자를 찾을 수 있었는데 오탈자야 어느 책에서든 발견할 수 있는 것이고 많지 않을 경우 책을 읽어 나가는데 크게 지장을 주지 않지만 이 책의 경우 심한 경우 한 문장에서 두 개의 오탈자가 발견되기도 해 중간중간 짜증을 유발하기도 합니다. 차후 개정판이 나온다면 조금 더 저렴한 가격에 휴대성 좋은 Paperback으로 오탈자 없이 나올 수 있기를 바랍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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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이제까지 본 정치고발 서적중에 가장 과감했다고 볼 수 있는 책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나는 오히려 이 책에 대한 의문을 갖게 되었다. 오랫동안 은폐되어있던 진실을 파헤지는 과정에서 이런 관점은 불필요한 것일수 있다. 그러나 내가 그렇게 생겨먹었으니 어쩔 수 없다. 보자.
이 책의 저자 팀 와이너는 뉴욕타임즈 기자이자, 저널리스트이다. 결정적으로 퓰리처 상을 받은 사람이다. 당연히 화려한 경력의 저자가 수집한 이 엄청난 자료는 그 값어치가 상당할 것이다. 또 한번의 퓰리처를 노려볼만한 가치가 있을는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나는 바로 그렇기 때문에 진실의 이면에 숨겨진 무언가가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이 책은 묘하게도 미 공화당 정부 말기에 출간되었다. 다음 정권을 잡게 될 정당이 민주당이 될지 공화당이 될지는 아직 미지수이다. 그러나 그 미지수라는 부분에 초점을 맞추어 본다면 출간 시기에 대한 의문을 갖지 않을 수 없다. 나는 개인적으로 현 미 대통령을 골수 공화당원의 전형이라 여기고 있다. 다른 측면으로 말하자면 대의를 위해서라면 소수의 희생은 얼마든지 감수해야한다고 주장하는 과격한 인물이자, 시대에 역행하는 주인공이라 보는 것이다.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라면 아군의 군사라도 보급창고에 둔 채로 몽땅 불살라 버리는 조조와 같은 일면을 가진 인물이라는 것이다. 왜 이 얘기를 하는가. 이 책을 보면 그런 게 느껴진다. 전반적인 흐름안에 숨겨진 두 가지가 그것이다. 첫째, CIA는 가공할만한 무소불위의 기관이었으므로 한 때 대통령도 통제하기 힘든 조직이었다. 그러므로 그들의 실수는 미국 행정부와 다른 의견일수도 있다. 다시 말해 그때의 과오는 미 정부가 저지른 것이 아니라 미 정부 역시 골치아파하는 CIA가 저지른 것이다. 라는 식의 논리 말이다. 즉, 한 국가안에 조직을 통제하지 못하는 행정부도 문제이지만, 그럴 수밖에 없는 조직이었다는 것을 당신들도 이해해야 한다. 라는 식으로 얘기를 꾸려나감으로써 마치, 미국과 CIA는 별개의 조직인 것처럼 인식의 분리를 꾀한다. 그것이 CIA에 수치스러운 과오의 폭로라는 허울속에 감추어져 있는 하나의 목적이 아닌가 의심해보는 것이다. 이것은 부시 행정부가 CIA를 신뢰하지 않았다는 점과 희한하게 맞아떨어지고, 더불어 필요하다면 처자식도 잡아먹을 수 있을 만한 행정부라는 점을 감안해봤을 때, CIA가 최종적으로 낙찰된 동네북 혹은 희생양으로 채택된 것이 아닌가하는 의심을 해보는 것이다. 물론 책의 말미 부분에서는 부시 행정부의 어이없는 정책과 결단에 대한 부분이 등장하기는 한다. 그런데 시작은 그렇게 해놓고 또 교묘하게 CIA의 실책으로 결론을 몰아가는 식이 그랬다. 마치 아무리 정부가 이라크 침공을 우겼어도 CIA 니네가 능력이 있고 소신있게 눈치를 안봤다면 침공까지는 안했을 거 아니냐, 라는 식으로 우격다짐을 하는 것처럼 보이기도 했다. 둘째, 지극히 미 우월주의적인 사상을 교묘하게 책 속에 숨겨놓았다는 생각이다. 그러니까 이 문제를 곰곰히 통찰해보면 이렇다. 냉전이 종식되고 독고다이 강대국으로 선 미국은 그 이전부터 세계 민주주의를 위해 엄청난 노력을 기울여 왔는데, 그중 실패한 사례들에는 유독 CIA가 개입되어있다는 점이다. 즉, 자신들의 치부를 눈물을 머금고 충격적으로 공개하겠다, 라고 말하면서 그러나 그것이 미국 전체의 뜻은 아니었다. 라고 묘하게 변호하고 있는 것이다. 더불어 은연중에, 그래도 미국이 세계 민주주의 질서를 잡아나가고 있는 노력은 끊임없이 하고 있지 않느냐, CIA의 어설픈 실패가 있었다 할지라도 현재 전 세계가 평화적 민주주의의 기틀을 잡아가고 있는 중심에는 여전히 미국만이 존재한다는 식의 메시지 말이다. 물론 전혀 그렇지 않다고 부정할 수는 없다. 그러나 필요 이상이지 않나 하는 생각을 저버릴수 없다.
이러한 양심선언이 마치 한 유능한 기자의 폭로에 의해 밝혀지는 듯한 형태로 대중에게 드러나는 이유가 뭘까를 고민해보면 그속에 노쇠한 미국이 웅크리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그야말로 궁지에 몰린 이빨 빠진 호랑이 꼴이다. 그러니까 이제 썩을대로 썩은, 회복 불가능해보이는 신체 일부를 과감히 잘라내면서 "이게 문제였으니, 이젠 다를거야"라고 주장하는 것처럼도 느껴지는 것이다. 그렇게 정보 권력은 펜타곤으로 옮겨간다. 가면 뭐가 달라? 부시 행정부가 들어서면서 CIA의 위상은 급격히 줄어들었다. 부시가 근본적으로 CIA를 신뢰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 와중에도 부시 행정부는 CIA를 이용해 빼먹을수 있는 단물은 일단 빼먹고, 서서히 그 조직을 버릴 준비를 했던 것으로 보인다. 그러니까 이미 오래전부터 계획되어진 일일 수도 있다는 것이다. 가까운 일면으로 살펴보면 우리가 즐기는 블록버스터급 헐리우드영화를 봐도 그렇다. 과거 첩보영화는 그야말로 정보부의 영웅주의였다. 그러나 언젠가부터 그 양상은 바뀌고 있다. 일례로 멧 데이먼이 주연한 [본 시리즈]를 봐도 그렇다. 개인 첩보원의 영웅주의는 관객 흥미를 위한 한 요소로 격하되었다. 대상이 제3국 테러리스트가 아닌 자국 조직의 비밀을 파헤치는 방향으로 선회한 것이다. 우리가 잘 아는 [프리즌 브레이크]도 다르지 않다. 영화가 정치와 무슨 상관이 있냐고 묻는다면 나는 과감히 말할 수 있다. 헐리우드 영화야 말로 미국의 정치선전의 첨병이라는 것을. 실제로 헐리우드 제작자와 미 정재계의 관계는 떨어뜨려놓고 볼 수 없는 것이다. 얘기를 하다보니 내가 마치 불쌍한 CIA를 옹호하고자 하는 것처럼 되어버렸는데 그런 것은 아니다. 또한 나는 좌파 사상을 가진 것도 아니다. 단지, 전현직 CIA 국장 절반에 달하는 인원과 300여명의 요원과의 인터뷰, 참고문서만 5만건이 넘는다는 이 대작이 2008년 미 대선을 앞둔 절묘한 시기에 출간되었다는 것에 의문을 가질 뿐이다. 이것을 과연 최고 통치자 권력 누수현상의 틈을 탄 결과물로만 볼 것이냐하는 문제인 것이다.
이 책의 저자는 이것이 음모론이 아니라고 말한다. 그리고 그 수많은 자료와 인터뷰를 통해 사실을 증명하고 무엇보다 저자의 경력이 그것을 말해주고 있다. 그래, 그렇다고 본다면 다시 한 번 짚어봐야할 문제가 생긴다. 이 책에 등장하는 불편한 역사적 진실 가운데는 과거 음모론으로 치부되었던 내용도 담겨있다. 다시 말해 현재까지 밝혀지지 않은 부분에 대한 음모론의 진실여부까지 되돌아볼 필요성을 느끼게도 해준다는 말이 된다. 나야, 끼야호지. 워낙 그런 걸 좋아하니까. 그런데 한 번 보자. 전직 CIA국장들이 저자 팀 와이너에게 진실만을 말했을 가능성은? 저자가 입수한 비공개 문건들이 전혀 조작되지 않았다고 주장할수 있는 확률은? 그러니까 전체가 100이라고 봤을 때, 이중 진실이라 여길만한 부분이 몇 퍼센트인가, 라는 관점에서 생각하는 것도 놓지 말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폭로라고 해서 그 모든 것이 진실이라는 법은 없다. 대중의 인식을 어느 한 곳으로 몰기 위한 제2의 정치 선전물이라고 말한들, 그게 무조건 틀렸다고 누가 말할 수 있겠는가. 고작해야 또 음모론 얘기냐? 라는 말 밖에. 저자의 책속에 그같은 말이 등장한다. "그의 요원들이나 분석가들 가운데 사실과 허구를 분간할 수 있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내가 생각하는 예로 저자가 말하는 진실중에 양면성의 하나를 꼽아보자면 진주만 폭격사건을 들 수 있다. 저자는 일본의 암호를 해독하기는 했는데 각기 다른 부처에서 조각나진 쪼가리 정보를 파악했던 것에 불과했기 때문에 전체의 의도를 알 수 없어 당했다라고 말한다. 그래서 그것이 CIA의 창설의 주요 동기가 되었다고 말이다. 이것에 관한 내가 아는 이론 중에는 이런 게 있다. 조지타운 대학의 역사학 교수 찰스 스탠의 말에 따르면, 일본의 작전은 1933년 루즈벨트 대통령이 취임하기 이전부터 구상이 끝났다는 것이다. 1932년 미 해군은 진주만 해역 96킬로미터에서 태평양함대를 습격할 것이라는 사실을 확인했고 1940년 8월 미 정보부에서(CIA는 47년 창설. OSS->GIG->CIA) 암호를 이미 해독했다는 것이다. 즉, 루즈벨트 대통령은 이미 진주만 습격사건에 대한 정보는 입수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당시 루즈벨트 대통령이 미국 명문가로써의 자금력과 정치력을 감안해본다면 전혀 불가능한 얘기가 아니다. 다시말해, 진주만을 희생양으로 하여 대일전쟁을 선포하게 되는데 그때까지 고립주의를 고수하던 미국에게 그처럼 좋은 빌미는 없었을 거라는 얘기다. 상원의 만장일치로 2차대전에 참가하게 된 루즈벨트는 대공황이후, 또 한 번 위기극복의 위대한 대통령으로서 완전한 자리굳힘을 하는데 이것은 현대까지도 그를 위인이라 불리게 만드는 중요한 요인을 차지한다. 미국의 경기침체가 본격적으로 급상하기 시작한 것이 2차 대전 이후라는 점도 눈여겨 보아야 사실중에 하나이다. 우리중 아무도 2차대전이 미국을 경제대국으로 만든 계기였다는 사실을 부인하지는 못할 것이다. 이 얘기는 길어지면 한도 끝도 없으니 여기서 땡.
자, 이런 관점을 고수해 나간다면 과연 어디까지를 진실로 바라봐야 하는지 참 모호한 지경이다. 그러므로 나는 내가 아는 다른 지식과 끊임없이 대조를 하며 읽어야 했던 게 사실이다. 이 때문에 이 책을 읽는 시간은 다른 책에 비해 두 배의 시간이 들었다. 무려 1000쪽이나 되는데 말이다. 다른 인문서들은 차치하고 우리가 쉽게 절합수 있었던 매체만을 가지고도 비교는 가능하다. 이를테면 이 책에 등장하는 CIA의 갖은 수법가운데 쿠바의 카르트로 정권을 전복하려는 수단으로써 등장하는 마피아 세력, (이것은 명작 대부 2 에서도 잠깐 다루어진다.) 결론은 실패지만. 콩고 내전의 배경에는 CIA가 있었고 그 반대편에는 체 게바라가 있었다. 즉, 이것은 체 게바라의 혁명 전투를 통해 다른 각도의 시각으로도 볼 수 있다는 것이다. 부시 행정부가 들어 선 이후에 벌어진 놀라운 두 사건 9.11과 이라크 침공 또한 마찬가지이다. 알카에다를 몰아붙이는 CIA의 헛다리 짚기와 이라크 정보에 대한 무지함으로 인해 벌어진 오류라는 식의 결론이 이 책에서 말하는 진실인데, 내 개인적으로는 이라크 뿐 아니라 9,11 테러 역시 부시 일당이 저지른 일이라고 믿는 편이다. 그러고도 남을 인간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왜 보급창고에 자신의 아군을 가둬준 채 불을 지르는 만행을 저질렀는 가에 대한 이유도 상당히 많다. 일례로 태러 대책법이란, 이름도 그럴싸한, 공산주의에서나 가능할법한 골때린 법안도 생기지 않았는가. 그러나 여기서 그걸 또 논하자면 내가 응급실에 실려갈 우려가 있으므로 패스.
아직 CIA 미공개 자료중에는 박정희의 집권 과정이나, 전두환의 구테타에 관련된 부분도 상당할 거라 추측된다. 특히 전두환의 경우는 말이다. 나는 이 책을 읽으면서 묘하게도 CIA 5대 국장인 앨런 덜래스와 보안사령관 출신인 전두환이 오묘하게 닮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20대 중반에 사귀었던 친구가 안기부에 근무했었다. 그 친구는 출판사 명함을 들고 다녔는데 근무지는 남산이었다. 그들은 203호, 104호 하는 식으로 자신의 업무영역을 분류 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당시 안기부의 표어가 이것이었다. "우리는 음지에서 일하며 양지를 지향한다." 그 얘기를 듣고 푸훗, 웃었던 기억이 난다. 김대중 정부가 들어서면서 "정보는 국력"이라는 표어로 바뀌었지만, 우리나라 정보력이 전적으로 미국을 의지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점에서 아쉬움이 많다. 이 책에서 소개되 듯 엄청난 아마추어들 집단을 롤 모델로 삼고 있으니 말이다. 동구권의 정보부 역사가 훨씬 오래되었고, HVA 전설적인 수장 마르쿠스 볼프와 같은 치밀한 인물이 아직 서방권에는 없는 듯 하다. 그러니 공산권 정보부에서 김일성을 암살하는 사실에 대해 미 CIA는 손을 놓고 볼 수 밖에 없었겠지. 물론 이것도 음모론이다. 이것도 길게 얘기하면 골 때리니까 패스.
(이야, 이거 너무 벌려놨네. 어떻게 마무리 하냐...에이, 모르겠다 대충 가자.)
앞서 소개했던 멧 데이먼 주연의 [본 시리즈]는 내가 각별히 좋아하는 정말 잘 만들어진 작품이라 생각하는 영화인데, 이 영화에 국가 대테러 센터가 등장한다. 초장기엔 CIA소속이었던 이 부서는 부시에 의해 DNI로 옮겨졌지만 어쨌든 이 영화에서 소개되는 그 부서의 임무가 앨런 덜레스가 추구하던 임무라는 점에서, 첩보 영화중에 가장 진실에 접근한 영화라고 보여지기도 한다. 극중 부국장이 자신의 부서를 이르길, 창으로 치자면 자신의 부서는 창 끝이라고 얘기하는 장면이 떠오른다. 이 영화의 시리즈가 등장했던 시기도 참 절묘하달 밖에. 본 시리즈 강추. (이렇게 끝내면 또 황당하구나...아 놔.)
궁극적으로 어떤 목적을 가지고 이 책이 탄생했든, 굉장히 중요한 의미를 지녔다고 생각한다. 한 편으로 이런 책을 접할 수 있었다는 점에 대해서도 참 행운이라 생각한다. 그만큼 심취해서 보았을 뿐더러, 같은 시기에 연속적으로 두 번을 읽은 거나 다름없다. 이는 보다 확실한 이해를 위해서 그렇기도 했지만, 이 퓰리처상 받은 아저씨의 기술 방식이 좀 산만하기도 했다. 뭔 얘기를 하면 한 줄기로 쫘악 꿰어가는 맛이 좀 있어야 하는데 확 뛰어넘어갔다가 다시 원위치하고 하는 바람에 계속 앞 뒤를 들척이면서 봐야하는 어려움이 좀 있었다고나 할까. 덕분에 거의 두 번을 봤다고 생각하게 된 것이다. 게다가 이건 무려 1000쪽이다. 800쪽 부터는 글씨가 절반 크기로 줄어서 읽으면서도 어쩐지 억울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말이 주석이지, 복습의 번외편이었나고나 할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은 재미있었다. 다르게 표현하면 그렇게 시간과 공을 들일만한 충분한 가치가 있다고 여겨지는 바이다. 서두에 말했듯, 저의에 대한 약간 의심의 눈초리를 지니고 읽긴 했지만, 이 책의 내용을 기반으로 하여 더 나은 역사적인 진실을 판단해 볼 수 좋은 기회가 되기도 했다. 이 책으로 인해 한 뼘 더 넓어지는 시각을 지니게 되었으면 좋겠다. (어쩐지 급마무리하고 있어....)
음음, 그럼 안녕. (후다닥==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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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저술의 표제인 “세계역사를 조종한 CIA의 모든 것”은 한편으론 정당하지만 다른 측면에선 부당한 왜곡의 논리라 할 수 있다. 20대째의 CIA 국장은 19대까지의 CIA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그 규모와 수행업무분야가 축소된 기관을 맡고 있을 뿐이다. 21세기 초, 세계를 속인 이라크전쟁에 이르기까지 가장 추악한 인류의 시대인 20세기의 무자비한 횡포를 행사한 역대 미국정부의 책임을 고스란히 떠넘기기 위한 희생양으로 CIA를 삼았다는 시선을 피 할 수 없기에 더욱 그렇다. 1946년 이래 CIA의 창설에서 오늘에 이르는 CIA의 각종 세계 공작과 첩보활동, 준군사적 활동의 정치적 배경과 시대별 미국 대통령과 로버트 케네디, 헨리 키신저와 같은 실질적 권력행사자의 가치관이나 이데올로기에 휩쓸려 저질러진 무지한 음모들과 전쟁의 비밀을 적나라하게 정리하고 있다. ‘팀 와이너(Tim Weiner)'의 이 정리된 CIA역사는 내게 몇 가지 뚜렷한 주제를 시사한다. 그 첫째는 민주주의와 공산주의라는 이데올로기 투쟁으로 대변되는 20세기 후반의 왜곡된 기막힌 세계사의 어처구니없음이며, 둘째는 정보전의 그 비밀스런 공작과 첩보활동의 수확이 실제 얼마나 무익하고 무지할 수 밖에 없는 것인지를 보여주고 있다는 점이다. 또한, 이렇듯 은밀한 정보전쟁의 이면에 행사된 추악한 권력의 도덕성, 이성의 파괴적인 행태들이 오늘 우리가 당면하고 있는 가치의 혼란과 무관하지 않음을 이해케 된다는 것이다. CIA를 통해 취해진 비 서구국가들에 대한 자유주의와 민주주의의 확산이라는 미명하에 행해진 수 많은 암살과 음모와 쿠데타, 그리고 전쟁의 동기가 오로지 미국의 정치, 경제적 이익과 소심한 자국 안보주의에 기인한 것이라는 은폐되었던 진실에서 20세기 지구촌을 지배하고, 경찰국으로 자임해온 미국 정부의 거짓과 속임수와 몰염치에서 인간의 사악함의 그 극한을 보는듯하여 자괴감을 떨치기가 쉽지 않다. 2차 세계대전의 종전과 함께 시작된, 지금은 해체된 소련(소비에트 연방)과 미국이란 양대 진영의 냉전은 공산주의 세력의 확장을 저지하고, 민주주의 이념을 확산하여 자국(미국)의 영향력을 증강하겠다는 오만에서 비롯된 탐욕과 무지의 권력을 보게 된다. 서구사회로는 이탈리아의 정치인과 바티칸 정치조직에서부터 남아메리카의 쿠바, 과테말라, 칠레 등 여러 국가들, 그리고 한국, 일본, 인도네시아, 중국, 대만, 베트남, 라오스, 캄보디아의 동아시아지역 국가, 그리고 이라크, 이란, 파키스탄, 아프가니스탄 등 근동지역 국가, 아프리카, 동유럽 등 전 세계에 대한 CIA를 통한 미국의 제멋대로이고 터무니없는 기만은 바로 20세기 전 인류를 피비린내 나는 전쟁과 내전, 갈등으로 온통 뒤덮는 최악의 세기로 빠뜨렸음이 그들의 증언으로 명료해졌다. 그들(미국 정부)은 그들이 은밀하게 진행한 수없는 준군사적 행동과 쿠데타의 부추김, 반군의 지원, 전쟁의 야기를 통해 그들의 명분인 자유민주주의의란 신념을 강화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CIA의 공개 자료에서와 같이 그들의 순간적 이익이란 편의성에 의존한 무분별한 행동이었음을 말하고 있다. 일례로 “부패하고 믿을 수 없는 두 지도자인 남한의 이승만과 중국 국민당 지도자 장개석의 정보기관”을 단지 CIA가 동반자로 삼았기에 그들은 이 무능하고 사악한 정권들을 지원했을 뿐이며, 마약밀수범이나 살인자 등 범죄자는 물론, 잔인한 독재군사정권을 불문하고 미국의 권력자들의 한 마디에 친구가 되었고, 다시 적이 되어 반복되는 쿠데타와 내전 등 혼돈과 무질서에 휩싸일 밖에 없었음은 충격이상의 고통을 던져준다. 이러한 공개된 자료와 증언에서 이미 민주주의라는 이념의 가치는 그 의미를 모호하게 하고 있으며, 미국을 비롯한 서구유럽이 지구촌에 강요해온 보편성이란 가치의 붕괴를 직시하게 된다. 한편, CIA라는 정보원천의 60년에 이르는 연대기에 있어 비밀정보 활동의 속성과 그 한계를 성찰하게 된다. “개방적인 민주주의 사회에서 비밀첩보 사업을 어떤 방식으로 운영 할 것인가? 거짓말을 수단으로 해서 진실에 복무한다는 것이 어떻게 가능 할 것인가? 속임수와 교활함을 이용해서 민주주의를 널리 확산시킨다는 것이 어떻게 가능 할 것인가?”하는 본질적이고도 고통스러운 질문을 하게 된다. 이와 관련하여 군대의 파병으로 우리와 무관치 않은 베트남전에 대한 미국정부(백악관,국무부,국방부 등)와 CIA의 거짓과 속임수, 그리고 오만으로 점철된 실패사례는 이 질문에 대한 한 단면을 시사해 준다. 또한 21세기에 초기부터 시작된 미국의 이라크 침공 역시 세계를 속인 가장 극악한 거짓이었음을 모두 알고 있다. 여기서 전직 CIA요원들의 “지식이 없는 행동, 정보가 없는 전쟁은 위험한 일이었다.”는 자성(自省)과 같이 “60년 동안 수 만 명의 비밀 공작요원들이 수집한 정보들 가운데 정말 중요한 정보는 극히 조금밖에 되지 않는다. 사실 이것이 CIA의 가장 은밀한 비밀이다.”는 비판은 비밀정보활동의 속성을 신랄(辛辣)하고 솔직하게 지적하고 있다하겠다. 소련의 붕괴(소비에트 연방의 해체), 인도의 핵실험과 같이 전혀 감지하지 못한 CIA의 정보활동이나, 중동(근동)에 대한 무지와 실패, 쿠바의 카스트로에 대한 미국의 끊임없는 압박과 침공의 실패, 베트남전의 완벽한 패배 등에서 “첩보활동의 실패, 사진 분석의 실패, 보고서 이해의 실패, 사고의 실패, 그리고 관측의 실패”와 같은 정보활동의 근원적 한계를 볼 수 있으며, 권력자(미 대통령 등)의 이해관계와 통치스타일에 따른 정보 왜곡현상의 불가피성을 목격하게 된다. 그러나, 시선을 달리하여, 한 국가의 안보유지를 위한 정보활동을 실천하는 요원의 자질은 어떠해야 할까? 하는 질문으로 부터 “주어진 일을 하는 과정에서 교활하게 거짓말을 잘해야 합니다. 이런 특출한 재능을 가지고 있으면서 도덕적인 안정감을 잃지 않을 수 있는 비범한 인재”여야 한다는 지적이나, 정보활동이 지니는 원천적 속성으로서 적(상대국)의 기밀을 획득하기 위해 우리가 인정하는 도덕적 행동규범이 지켜져야 하는가 하는 근원적 질문에 “지금까지 인정되어왔던 인간 행동규범은 이 대치(전쟁 등) 상태에서 적용이 되지 않습니다. 본질적으로 비위에 거슬리는 이 철학에 익숙해져야 하며, 이 철학을 이해하고 또 지지해야합니다.”하는 대답은 과연 진실인가 하는 것이다. 이러한 정보활동에 있어 인간 행동, 조직 행동에 대한 일탈이란 측면만으로 20세기, 그리고 21세기 오늘에 이르는 동안 미국행정부와 그 권력의 수반인 대통령, 그들의 수하인으로서의 권력집행자, CIA가 인류에게 저지른 행동이 정당화 될 수 있는 것인가? “전쟁에서 이기려면 정보가 중요하다고 우리는 생각한다. 하지만 전쟁은 정보로 이기는 것이 아니다. 우리가 전쟁터로 내보내는 청년들의 피와 용기로 이긴다.(...)정보가 정말로 도움이 되는 것은 전쟁을 피하도록 할 때이다.” 그들은 전쟁을 억제하고 전 지구촌 인류의 평화와 자유를 위해 정보와 권력과 힘(무력)을 사용하지 않았다. 단지 그들의 이익을 위해서만 사용되었으며, 그리고 뻔뻔한 거짓말로 세계사회를 기만했다는 점에서 더 이상의 세계경찰로서의 오만한 지위를 버려야 할 것이다. 이 저술에는 “‘잿더미의 유산’만을 남긴 채 떠났다. ”는 표현이 수차례 등장한다. 즉, 돌이킬 수 없는 폐해만 남긴 그네들(CIA, 미국의 최고권력들)의 수치스런 오점을 의미한다. 이 충격적인 보고서이자 증언이며, 역사서인 이 저술에서 자유와 정의, 그리고 혼돈에 가려진 이성과 파괴된 인류의 도덕적 가치를 바로잡고자 하는 저자의 용기를 읽는다. 자유주의적이지도 않고 민주주의적이지도 않은 20세기에 보여준 미국과 유럽적 가치의 몰락은 불가피하다. 이제라도 전 지구적 보편적 가치와 새로운 이성의 세계를 위해 확장된 사유와 지성을 위해 모두 노력해야 할 것이다. 이 저작물을 단순히 CIA와 미국 정부의 숨겨졌던 비화로서, 그리고 비밀정보 활동이란 용어적 고뇌에 국한하여 보기에는 그 질량이 둔중하다. 우리의 현실과 미래를 위한 철학적 반성의 기반으로서 이해되었으면 하는 바램이 든다. 저자의 오랜 세월에 걸친 노고와 뛰어난 통찰력이 만들어낸 노작(勞作)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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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이 세계 유일의 초강대국으로 남겨지기까지는 지리하고 길었던 소련과의 대결이 있었다. 이른바 냉전으로 불리우던 동서진영의 차갑고도 첨예했던 순간 언제나 소련은 미국에게 버거운 상대였다. 2차 세계대전을 거치면서 그들은 유럽의 거의 절반을 장악했고 나치가 사라진 그곳에 그들의 붉은 군대를 진주시켰다. 그러한 그들에 맞서 미국의 모든 관심은 더이상 그들의 팽창을 막아야 한다는데 모아졌다. 그리고 세계 어느 국가에서도 미국의 적이 도발한다면 그 행위는 미국을 공격하는 행위로 보아야한다는 트루먼 독트린을 통해 그들은 소련과의 대결을 선언한다. 그리고 1947년 6월 비밀정보기관인 미국 중앙정보국(CIA)을 창설해 그 지휘를 맡긴다.
이 책 <잿더미의 유산>은 미국방부와 CIA등 미국의 정보기관을 파헤친 기사로 퓰리처상을 수상하기도 한 '뉴욕 타임즈'기자 팀 와이즈가 미국 현대사에 있어 결코 간과할 수 없는 CIA의 역사를 1000여 페이지에 이르는 방대한 양으로 집필해 낸 책이다. 그는 이 책을 통해 CIA가 얼마나 무능했는지 또한 그들의 잘못된 판단을 통해 얼마나 수많은 인명이 아무런 의미없이 희생되었는지 생생하게 고발한다. 그의 취재에는 수많은 CIA의 전현직 요원의 인터뷰가 있었으며 이제는 비밀에서 해금된 CIA의 문서들이 커다란 도움을 주었다고 한다. 저자는 이 책을 통해 CIA의 요원들이 우리가 소설이나 영화에서 만나는 그러한 완벽하고 강력한 요원들만이 아님을 이야기 한다. 책에서 가끔 거론되는 동유럽이나 소련에 잠입한 스파이들의 정체를 보면 실소를 금할수가 없다. 어쩌면 그만큼 우리가 CIA를 보는 눈은 실제와는 많이 달랐을지도 모르는것 같다.
법에 명시된 CIA의 공식적인 임무는 미국이 수집한 모든 정보를 분석하며 평가해서 대통령에게 보고하는 것이다. 그러나 창설초기 CIA에게는 그러한 권한이나 자금이 너무나 부족했다. 결국 의회에서 의결된 CIA법은 이루 말할수 없는 커다란 권한을 부여했다. 그들은 이제 여타기관의 견제없이 예산을 쓸수 있게 되었으며, 어떠한 사건이라도 기밀사항이라는 이름 아래 법률적인 저촉을 받지 않게 되었다. 이제 그들은 본격적으로 스탈린과 맞설 준비가 되었던 것이다.
발칸과 우크라이나 등 동유럽에서의 잇단 패배에도 불구하고 CIA는 소련, 중공, 북한을 잇는 전신내용을 해독해내는 정보력을 통해 극동에서는 우위를 가지고 있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단 한명의 첩보원으로 인해 그러한 시스템이 모두 파괴되어 버릴정도로 그들은 허약하기만 했다. 한국전쟁은 그러한 그들이 맞이한 첫번째 시험대가 되었다. 엄청난 예산이 들어가고 수많은 한국인의 목숨이 희생되었지만 CIA는 아무것도 얻은 것이 없었다. 정보력의 부재는 CIA를 곤경에 빠뜨린다. 30만에 이르는 대규모 중공군이 국경에 집결했을 때도, 그 이후 미군이 기습을 받고 큰 피해를 입었을때도 CIA는 중공군의 한국전쟁 개입은 없을거라 판단했다. 전쟁이 끝나고 많은 세월이 지나서야 그들은 그것이 중국과 북한이 만들어낸 역정보였음을 알게 된다. 역정보의 피해는 심각했다. 장개석이 이끄는 국민당이 모택동의 공산당에 패해 대만으로 완전히 물러난 이후 CIA는 중국본토에 대규모의 저항군이 존재한다는 역정보에 속아 엄청난 양의 무기와 군사물자를 공급했으나 그것은 모두 모택동의 손으로 넘어가 버리는 황당한 사건이 발생하기도 한다. 그만큼 그들은 정보에 대해 무지했다. 헝가리에서 대규모 민중봉기가 일어났을때도 진짜 봉기가 일어난 것인지, 앞으로 어떻게 전개가 되며 소련은 과연 이 봉기를 진압할 것인지조차도 몰랐다고 한다. 심지어 부산 앞바다로 놀러나온 이승만 대통령의 요트에 총격을 가할정도로 그들은 인력이나 장비 그리고 체계마저도 허술한 조직이었다. 하지만 우연한 이란에서의 쿠데타 성공과 과정되어 전해진 과테말라 정부의 전복은 그들에게 어떤 국가의 정부도 무너뜨릴수 있다는 허황된 환상을 심어주기 시작한다. 이제 첩보세계의 초보자 CIA는 소련에 맞설수 있는 상대가 된 것처럼 보여졌다.
최고조의 냉전으로 언제나 일촉즉발의 위기가 오가던 시절 CIA는 현대사의 두가지 커다란 사건을 만난다. 존 F.케네디의 지휘 아래 승리한 대결로 비춰졌던 쿠바사태는 소련과의 협상의 결과물일 뿐이었으며, 미국에게는 잊을수 없는 전쟁인 베트남전은 다시한번 정보부재에 시달리는 CIA의 현주소를 여실히 보여주는 기회였을 뿐이다. 이후로도 저자가 고발하는 CIA의 오판은 끝이 없다. 소련의 아프칸 침공때도 CIA는 소련의 의도에 대해서 전혀 알지 못했으며, 걸프전 역시도 전혀 감지하지 못했다. CIA는 워싱턴을 방문한 고르바초프를 열렬히 환영하는 미국인들의 의중조차도 몰랐으며, 소련의 와해 직전 소련경제는 꾸준하게 성장하고 있다는 보고서를 대통령에게 제출하기도 했다. 또한 베를린 장벽의 붕괴는 CNN의 보도를 통해 접할만큼 그들은 그들의 임무조차도 방관하는 조직으로 전락하고 말았다.
"만일 우리가 믿음을 받지 못한다면, 우리에게는 아무런 목적도 있을 수 없습니다."
방대한 이 책을 통해 조작과 과장 그리고 나아가서 오만에 이르는 과정을 낱낱히 보아왔다. 남북이 대치하고 있는 우리에게도 정보전은 너무나 중요한 현실이며, 승부를 좌우할 수 있는 가장 커다란 요소이기도 하다. 또한 그것이 어떠한 결과를 불러오는지에 대해서도 결코 잊지 말아야 할 교훈을 우리에게 일러주는 것 같다. CIA 한국전쟁 관련 일급 비밀문서의 글귀가 눈에 띤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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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껏 잘못 알아 온 CIA의 '불편한 진실들'을 담은 책 !
내 할아버지에게 미국은 '아버지의 나라'였다. 1950년 6월 25일,(날짜를 모르는 젊은이가 허다하다니 굳이 적는다) 한국전쟁을 참전하셨던터라, 게다가 총 한 번 쏴보지 못한 채(나중에 할머니가 할아버지 몰래 말하셨다) 총상을 입고 가까스로 살아나셨던 당신에게는 '나라를 구해준 훌륭한 나라'였다. 그래서인지 4-5 살 때 늘 저녁때만 되면 할아버지의 무릎 위에 앉아 빅 머로우가 출연했던 미국드라마 컴뱃Combat 을 꼭 봤다. 그리고 내게 늘 말씀하셨다. "미국은 좋은 놈, 독일군은 나쁜 놈이란다." 그것은 국민학교 3-4 학년때 학교에서 단체로 관람했던 반공영화 '똘이장군'에서 북괴의 수괴로 나온 김일성은 '붉은 돼지'였던 것과 크게 다를 바 없었다. 나는 오래도록 그렇게 믿었다. 영화속 주인공은 항상 '좋은 놈'이니까.
![]() 그래서 일꺼다. 대학 새내기 때 붉은 깃발을 두르고 '양키 고 홈'을 외쳐대는 80년대 학번의 선배들을 이해할 수가 없었고, 그들과 어쩔 수 없이 함께 한 '학습'은 간첩교육과 다름없었다. 지금껏 듣고 믿으며 자라왔던 사실과 너무나도 달라서 제대로 영글지도 못한 정체성은 혼란을 일으키기에 충분했다. '언론'이 말하는 '좌익 용공세력'들과 함께 한 학기를 보내며 전경에게 잡혀가고 매맞기를 되풀이 하면서 나 또한 그들이 말하는 '빨갱이'가 되었다. 차라리 '모르는 게 약'인지도 모른다. 뒤늦게 알게 된 게 화가 났고, 그동안 속아왔던 것이 더 화가 났고, 앞으로도 속아야 한다는 것에 치를 떨게 되었다. 내가 사는 세상은 속고만 있는데, 이 세상을 움켜쥔 우두머리는 여전히 '아버지의 나라'로 받들고 있었으니, 그 시절은 정말 '웃는다고 웃는 게 아니었고, 살아간다고 사는 게 아니'었다. 비밀秘密 을 만들고 또 그것을 가지고 있는 자의 쾌감은 인생에 있어 색다른 맛이 아닐 수 없다. 물론 전제는 알지 못하는 자도 그 비밀에 관심이 지대함에 있다. 비밀의 유효기간은 그것을 몰랐던 자들이 알게 되는 그 때까지만 일테지만, 밝혀진 후엔 비밀을 가졌던 이유에 대한 막대한 책임과 알리지 않은 사실에 대해서도 비난을 감내해야 한다. 하지만 그 결과의 무서움을 견디는 것은 현재는 밝힐 수 없다는 것이다. 비밀의 크기가 커지는 만큼 그 위험도도 커지지만, 알고있는 자들에게는 들키지 않는 한 인간만이 가지는 즐거운 '스릴'도 된다.
'비밀'을 지켜야 하고, 또 다른 '비밀'을 만들어 내야 하는 자, 그것을 '업業'으로 하는 자들은 아직도 이 세상에는 존재하고, 앞으로도 존재할 것이다. 비밀을 모르는 자들을 보호하기 위해서라는 미명아래 물론 아직도 존재하고 있다. 우스운 것은 그것을 만들어낸 자들은 '비밀'이었다고, 어쩔 수 없는 상황이었다고 말을 할테지만, 나중에 안 이들은 '속았다'고 분개할꺼란 사실이다. 다시 말해 '비밀'이 노출되어 대중화되면 '사기'가 되는 것이다. 비밀을 품고 있는 자들에게 있어 세상에 알려지지 않은 '비밀'들이 끝까지 지켜져야 이유는 여기에 있는지도 모른다.
비밀에는 무섭고 사악한 마성魔性이 있다. 네가 알지 못하는 '어떤 사실'을 내가 앎으로써 갖는 작은 우월감, 바로 그것이다.그래서 어떤 병적인 이들은 '습관적'으로 비밀을 만들어내고, 즐거워 할 수도 있다. 어쩌면 이 마성때문에 비밀이 만들어지고, 지켜지는지도 모른다. 이 매력적인 '비밀'에는 치명적인 단점이 있는데, 그것은 바로 '혼자되기를 자처하기'라는 것이다. 내가 가진 비밀때문에 다른 이와 공유할 수 없고, 스스로가 배척하기 때문에 혼자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왕따'가 아닌 '자발적 외톨이'가 되는 것이다. 그러고 보니 결국 남과 공유할 수 없는 '비밀'은 '공상'이 되어버리는 결론에 치닫는다. 비밀은 비밀을 낳고, 그것이 반복될수록 현실과는 멀어지고, 그 속에 갇혀버리게 되는 것이다.
언젠가는 밝혀지는 숨겨진 비밀. 어쩌면 세상에 나오지 말아야 할 비밀이 감당할 수 없을 만큼 쏟아졌다. 지금껏 미국을 세계 제일의 자리에 있게 해 온 조직, CIA를 낱낱이 파헤친 책이 나온 것이다. 저자는 이 책을 집필하기 위해 수년간 CIA 전·현직 국장 10명과 요원 300여 명을 수천 시간에 걸쳐 인터뷰했으며, 참고한 문서만 5만 건이 넘고 아프가니스탄을 비롯한 분쟁 국가들을 여러 차례 직접 여행하기도 했다. 책이 나온 후 그 파장은 실로 대단했다. 이 책은 이미 미국 출간과 동시에 아마존,뉴욕 타임스에 베스트셀러로 오르며 미국의 정치계, 학계, 언론계를 발칵 뒤집어 놓았다. 아울러 ‘미국 대통령 후보들이 반드시 읽어야 할 책’으로 선정되고, 비난에 대해 침묵으로 일관해온 CIA의 공식 논평을 이끌어내기도 했다. 화제의 책, 팀 와이너Tim Weiner 의 [잿더미의 유산 LEGACY of ASHES]이다.
![]() 저자 팀 와이너Tim Weiner 는 '뉴욕 타임스'의 기자이자 국가 안보와 비밀 공작에 관한 최고의 저널리스트로 지난 20여 년 동안 미국 정보기관에 대해서 글을 써 왔으며, 1988년 미 국방부의 비자금을 파헤친 기사로 퓰리처상을 받은 바 있는 명실공히 베테랑 기자다. 그런 그가 이번엔 미국의 최고 정보기관이었던 CIA를 목표로 파고 들었다. 현재 CIA는 미국 정보 분야에서 2류 조직으로 밀려난 상태다. 60년 만에 사형선고를 받은 셈인데, 그 결정적인 계기는 바로 9.11 사태에 있었다. 그들의 세계를 잘 모르는 우리 조차도 "세계 최고의 정보력과 장비를 갖춘 미국이 왜 몰랐는가?"하는 의문을 이구동성으로 쏟아부었을 정도이니, 미국인의 토로는 얼마나 대단했을테고 그것에 미국정부도 할 말을 잃었다. 결국 CIA는 지난 2005년 CIA 국장 체제를 없애고 국가정보국장DNI 이 총지위하는 체제로 만들기에 이른다. 하지만 여전히 미국은 정확하지 않는 '실제 정보'로 정권자의 의도에 맞도록 왜곡되고 가공된 채 정책을 펼치고 있다. 미 행정부가 세계에 슬로건을 내건 '테러와의 전쟁'의 관건은 테러를 미연에 방지하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인데, 그것을 이룩하기 위해서는 가장 중요하고 정확해야 하는 것이 '정보'일텐데, 그런 정보를 핵심업무로 하고 있는 CIA가 실제를 왜곡하거나, 실체를 알지 못하고 있었다는 사실은 정말 어처구니가 없었다. 이것은 우리나라의 북핵 현실을 놓고 보더라도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부분이다. 이 책은 우리의 그것까지도 건드리고 있다.
정보기관의 정보 업무는 해외에서 진행되는 사실들을 제대로 파악하거나 혹은 그런 사실들을 다른 방향으로 바꾸는 것을 목표로 한다. 드와이트 D. 아이젠하워의 말을 빌리자면 '역겨운, 그러나 반드시 필요한 일', 즉 넓은 세계를 바라보면서 어던 일이 다가오는지 파악하고 외부의 공격으로부터 국민을 보호하기 위한 필요악으로서 존재하는 것이 그들의 일인데, '세계의 보안관'을 자처한 미국의 CIA가 지난 60년 역사동안 이런 업무를 제대로 하지 못했다는 것을 이 책은 하나하나 파헤쳐서 소개한다. CIA는 공산주의와 대결하기 위해 전 세계 독재정권에 돈과 무기를 제공했고 심지어 폭력을 동원해 다른 국가를 전복시키는 ‘미국을 위한 테러’도 서슴지 않았다. 그러나 영화나 소설에서 미화된 CIA의 성공 스토리와 달리 CIA는 잘못된 정보수집과 정세 판단으로 한국전쟁에서부터 이라크전쟁까지 끊임없는 실패와 실수를 저질렀고 이는 지금의 세계적인 테러 현상의 원인을 제공했다. 구체적으로는 일본 자민당과 CIA의 반세기에 걸친 밀월관계, 이슬람 근본주의 단체에 무기를 제공한 CIA의 비밀 공작, 미국의 도움으로 전 세계 수백만 명을 학살한 독재정권의 폭력 행위, 부시 대통령의 이데올로기를 만족시키기 위해 정보를 왜곡한 이라크전쟁의 진실 등 지금까지 우리가 믿어왔던 현대사의 진실을 뒤집는 충격적인 내용을 소개하고 있다.
이 책에서 주목할 점은 CIA가 창설된 이후 처음 일어난 전쟁이었던 한국전쟁에 대한 그들의 한반도 정책은 모두 실패로 거듭된 것들이었고, 저자는 현재의 한반도 위기의 한 원인으로 CIA의 북한에 대한 무지와 잘못된 정보 분석때문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부시 행정부는 북한을 ‘악의 축’으로 규정하며 북한을 압박하고 있지만 정작 북한에 대한 정확한 정보의 수준은 극히 미미한 형편이고, CIA 내부에 있는 북한 전문가 중 북한을 방문한 적이 있는 사람이 거의 없을 정도로 북한 내부사정에 어두우며 특히 북한의 의사결정 과정에 대해서는 접근통로조차 제대로 없다는 것이다. 이런 사실도 모르고 우리는 현재까지도 북한의 징후에 대해 우리 정부가 기대하는 것은 미국 정부의 공식발표이고, 그들의 발표는 우리의 그것보다 더 정확하고, 훌륭하다는 판단 아래 정부는 물론 언론과 학계가 한 목소리로 입을 모은다는게 정말 어의가 없었다. '에이 설마, 정말 그럴까?' 추측이나 억측없이 1차 보고서 및 문서들을 바탕으로 작성했기에 '진실만을 이야기 하고 있다'는 저자의 말이 차라리 '거짓이라면 좋겠다'고 바랄 만큼, 알고 있던 사실과 너무 다른 것들이었다. 더욱 걱정이 되는 것은 아직도 그 사실들이 현재진행형으로 유지되고 있다는 것이다.
"독자들이 이 책을 읽고 경고의 메시지를 받아들이길 바란다. 역사상 그 어떤 공화국도 300년 이상 지속되지 못했다. 미국 역시 만일 세상에 존재하는 것들을 있는 그대로 바라볼 수 있는 눈을 가지지 못한다면, 즉 원래 CIA가 수행했어야 할 임무가 제대로 수행되지 않는다면, 강대국이라는 지위에서 언젠가는 밀려날 것이다." (서문중에서...)
저자는 이 책을 통해 CIA는 사라지지만 다른 이름의 또 다른 정보기관은 'CIA'의 역사를 통해 전철을 밟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이 책을 썼다. 하지만 이 부분에서 또 다른 해석이 필요하다. 만약 CIA가 온전히 미국을 위해 제대로 활동했더라면, 즉 실패하지 않고 승승장구하면서 원했던 모습으로 있었더라면, 이 책은 나오지 않았을테고(저자가 쓸 이유가 없다), CIA의 강력한 반대로 나올 수도 없었을 것이다. 이젠 종이호랑이가 되어버린 CIA와 정권 교체시기가 다가왔기 때문에 시의적절하게 나올 수 있었던 것이다.
위에서 말한 저자의 숨은 의도를 잘 살펴볼 필요가 있다. 저자는 결코 석고대죄하며 "우리 미국은 바보였습니다. 우리의 이익을 위해 세계를 상대로 괴롭히고 이용했습니다. 잘못했습니다."라고 고해성사하지 않았다. '제대로 잘 했으면 좋았을 것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고 비판하면서 이후에 정보기관을 만들거나 속할 '독자'들에게 이렇게 말한다. '정권의 손아귀에서 놀아나는 정보기관도 되지 말 것이며, 개인의 사익을 위하지도 말 것이며, 오로지 미국이 강대국으로 거듭날 수 있는데 도움이 되는 정보기관으로 거듭나길 바란다'는 내용과 다름이 아니다. 다시말해' 9.11이 아니었으면 CIA는 없어지지 않았을 것이고, 그랬다면 지금까지 세상을 주무르면서 벌인 '불편한 진실'도 드러나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미국 땅에 테러가 벌어질 만큼 무능력하고 썩은 CIA 였기에 사실을 밝히는 것이다'라고 난 해석하고 싶다.
과연 저자는 이 책을 내면서 알게 된 모든 진실을 알렸을까? 그리고 그들은 늘 '진실'만을 추구하는 나라 사람들이기에 언론은 그에게 '수상의 영광'을 줬을까? 과연 그럴까? 나로선 알 수 없는 일이다. 하지만 확실한 것은 이 책을 알고, 읽게 된 이상 우리나라가 지금껏 미국의 정보통을 통해 얻어왔던 진실의 경로는 수정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 길 밖에 없다고 한다면, 최소한 전해준 그대로 믿을 것이 아니라, '추악한 CIA의 역사'를 생각하며 또 다른 분석의 여지를 두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 책은 결코 세계의 독자들에게 이야기하는 책이 아니다. 미국인들을 겨냥해서 쓴 책이다. 이 책이 나온 이유에는 CIA 보다 더 강력한 정보기관이 출현되어 강대국으로서의 미국을 지켜나가는데 일조하기를 바라는 저자의 마음이 담겨있다. 그것을 비판할 수 없는 것은 '실패를 뒤집어 보는 것은 더 나은 미래을 만들기 위함'이라는 역사탐구의 올바른 자세에 근거했기 때문이다. 오히려 '실패'에 대하여 "세계가 알면 우리를 어떻게 볼 것인가?" 걱정하며 숨기기에 급급하는데 익숙한 우리가 볼 때는 '미국의 관대함' 또는 '저자의 용감성'에 칭찬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 책은 '보다 강한 미국을 만들기 위한 자성의 목소리'임을 명심해야 한다. 여지껏 당해온 CIA 보다 더욱 강력해진 조직을 감당해야 하는 것은 우리이고, 세계임을 깨달아야 한다.
이 책을 통해 우리가 만들어야 할 것은 미국에만 의존할 것이 아니라 자국 스스로 알아낼 수 있는 많은 정보의 루트를 새로 개척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책을 통해 이제 정말 '믿을 놈 하나도 없다'는 말이 재확인 되었다. 아니 '제대로 믿어야 할 놈을 믿어도 끝내는 시원찮더라'라는 것을 깨달아야 한다. 지난 역사의 진실을 알려고 하는 것은 그것을 믿고서 펼치는 현재와 미래의 역사에 누를 범하지 않기 위함이다. 이 책을 읽고 배우고 느껴야 할 점은 많다. 특히 위정자와 언론, 그리고 학계와 젊은이들이 '역사'란 세상에 들어난 것을 재해석한 것 뿐, 진실은 그림자 속에서 항상 여지를 남겨두고 있다는 것을 이 책을 통해 배워야 할 것이다. 옛말을 따르면 '믿지 못할 놈은 상종하지 말아야 하는 것'이 이치이거늘, 상종할 수 밖에 없는 우리가 한스러울 따름이다. 앞으로는 '내 네놈에게 또 당할쏘냐?' 각오를 단단히 다지고 상대할 수 밖에 없다. 그것이 우리가 앞으로 가져야 할 자세가 아닌가 생각된다. 많은 한숨과 분노와 각오를 안겨준 '불편한 진실'을 담은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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잿더미의 유산! CIA가 꾸미고 실행했던 비밀 공작과 전쟁에 관한 진실을 파헤친 책 ˜˜˜˜˜˜˜˜˜˜˜˜˜˜˜˜˜˜˜˜˜˜˜˜˜˜˜˜˜˜˜˜˜˜˜˜˜˜˜˜˜˜˜˜˜˜˜˜˜˜˜˜˜☀☀☀☀˜˜˜˜˜˜˜˜˜˜˜˜˜˜˜˜˜˜˜˜˜˜˜˜˜˜˜˜˜˜˜˜˜˜˜˜˜˜˜˜˜˜˜˜˜˜˜˜˜˜˜˜˜˜˜˜˜ 미국의 중앙정보국(CIA)을 소재로 한 영화는 즐겨보진 않지만 그 중 기억에 남는 영화는 ‘미션 임파서블’, ‘에어 울프’, ‘굿 셰퍼드’ 등 몇 편의 영화가 인상 깊었던 것 같다.
특히 ‘굿 셰퍼드’의 영화배경은 제2차 세계대전 직후 CIA의 탄생 배경부터 1961년 쿠바 위기까지, 전 세계를 20세기 냉전으로, 3차 세계대전 위기라는 긴박감 속으로 몰아넣었던 쿠바 사태를 담아낸 영화로 감독인 로버트 드 니로와 주연 배우 맷 데이먼, 안젤리나 졸리 등 쟁쟁한 연기파 배우들과 감독이 만나 당 시대의 리얼리즘을 통해 관객에게 미국의 이면을 생생하게 전달하는 데 힘을 실었던 영화였다.
실존했던 CIA의 역사적인 인물을 모델로 1961년에 발생한 쿠바사태에 얽힌 CIA의 비밀을 다룬 스릴러 ‘굿 셰퍼드’는 명배우에서 감독으로 변신한 로버트 드 니로가 세계의 정치, 경제를 움켜쥐었던 CIA의 리얼리티를 살리기 위해 전 CIA요원과 전미 UN 미국 대사관을 비롯하여 전 세계 각지에 흩어져 있는 주요 기관의 요원들을 찾아다니며 8년 동안 이 작품을 준비해 미국의 이면을 생생하게 전달한 것으로도 세인들의 관심을 끌었었는데 나에게 이 영화가 인상 깊었던 이유는 감독의 열정과 철저한 준비과정 등도 높이 샀지만 대부분의 첩보스릴러가 오락성이나 화려한 액션에 무게를 두어 미국적인 가벼움이 보였던 것과는 달리 ‘굿 셰퍼드’는 국가와 개인 간의 삶의 가치관 사이에서 갈등하는 인간적 고뇌를 다루어 한 비밀 많은 인간의 ‘국가를 위해...’라는 대의명분과의 갈등 등을 통해 누구도 진심으로 믿지 못하는 자신의 이름조차 함부로 말할 수 없는 존재인 그들이 전쟁을 최소화시키기 위해 설립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전쟁을 확산시키는 주범들로 전락해 버린, 도둑처럼 교활하게 민첩하게 움직여야 살아남을 수 있는 늘 누군가의 감시를 당하는 불안에 떨며 모든 것을 희생해야 했던 ‘이 일을 하는 건 애국심이 아닌 신념이야’라는 주인공의 말을 몇 번이나 되짚어 생각해 보게 했던 것이었다.
그때 기억에 왜 남의 나라의 일까지 미국은 오지랖 넓게 '감내놔라, 콩내놔라'라는 거지? 그리고 CIA요원은 왜 자신의 목숨을 걸고 철저한 비밀 속에서 그들의 존재가 있는지 없는지도 세상에 알려지지도 않은채 누구를 위한 애국을 하는거지? 미국만의 '인류를 위해 목숨걸고?'라는 건가라며 도무지 그들의 행동이 이해가 가지 않았었다. 하지만 이런 저런 얘기와 시간이 흐르고 난 후 그들은 그들만의 이유가 있다는 것을 조금씩 알게 되었고 국가적 이익과도 큰 연결고리가 있다는 것도 약간은 알게 되어 CIA라는 존재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보고 씁쓸해 했었다.
어릴 때 철모르던 그때 그 시절에는 영국 첩보원이나 CIA는 무조건 착하고 정의롭고 유능하고 잘생기고 신사적이었던 완벽한 존재였고 러시아첩보원은 무조건 비열하고 남의 뒤통수나 치고 살쾡이같은 야비한 존재로만 생각한 이상한 고정관념을 가지고 영화를 봤었다. 하지만 점점 커가면서 첩보영화의 첩보원의 미녀사냥꾼 같은 그렇고 그런 영화보다 인간의 심리와 정보 전쟁의 치열한 안보이는 전투가 점점 재밌어지기 시작해 CIA영화를 몇 편 봤었는데 『잿더미의 유산』 이 책으로 그들에 대한 나의 감정이 사기당했다는 강력한 배신감이 든다. 그것은 아마도 내가 미국영화를 너무 많이 봐서 세뇌?되었을 것이다.
그렇다고 그들의 존재에 대해 그다지 좋은 감정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세계적으로 활약?하는 그들의 위상이 이렇게까지 치졸하고 멍청하며 모르면서 아는 척했던 또는 거짓정보까지 올렸던 그들이 자국의 이익을 위한 그들만의 시나리오가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도 들게 하는 그들의 행동은 똑똑한 사람들만 모였다는 요원들이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그런 짓을 서슴치 않고 했을까? 라는 의구심을 갖게 하며 한 나라의 존재가 존재할 수도 파멸될 수도 있는 들었다 놨다를 좌지우지했던 무책임한 그들의 만행(만행이라고 밖에 달리 대체할 단어가 없다.)은 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 이 책을 읽으면서 어쩌면 우린 빙산의 일각만 만지작거리고 있는 건 아닐까? 라는 또 다른 의구심을 갖으며 1000페이지나 되는 책을 심란한 마음으로 읽었다.
영화와 버금가는 드라마틱한 내용의 서구 문명의 가장 강력한 국가가 일급 첩보 업무를 제대로 수행하지 못해 국가 안보에 심각한 위험과 끔찍한 결과까지 낳게 한 모든 것들을 적나라하게 묘사한 『잿더미의 유산』은 CIA가 꾸미고 실행했던 비밀공작과 전쟁에 관한 진실을 파헤친 미국의 중앙정보국이 처음 설립된 이후부터 지금까지의 60년간의 역사를 기록한 두툼한 책이다.
2차 세계대전 이후 영국이 붕괴함으로써 미국만이 유일하게 소련 공산주의에 맞서게 되었고 그래서 미국은 세계의 적들을 파악하고 대통령에게 통찰력을 제공하며, 필요할 경우 적국에 맞서 싸워야 했다. CIA의 임무가 무엇보다도 적국의 기습공격에 대통령이 놀라지 않도록 사전에 관련정보를 확보해서 대통령에게 제공하는 것이지만(본문에 실린 이 내용은 왠지 나에겐 미국우월성의 짙은 그림자가 느껴진다.) 그들은 권력의 정점에 있으면서 엄청난 명성은 갖고 있었지만 성과기록은 형편없어 제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해 소련이 치명적인 약점이 있어 곧 붕괴할 것이라는 사실을 전혀 모르고 있었고, 레이건 시절에는 CIA는 제3세계 국가들을 대상으로 중앙아메리카의 콘트라 반군을 지원할 자금을 마련하려고 이란의 혁명수비대에 무기를 팔아 신뢰를 잃었고, 적의 정보를 파악하는 주체가 사람에서 기계로 대체되면서, 과학기술이 고도로 발전하면서 CIA는 더욱 더 근시안으로 바뀌는 유일무이한 존재가 되어버렸다.
최신 첩보위성과 감청 장치 그리고 수천 명의 정보 분석 전문가와 비밀 공작원을 두고 엄청난 재정을 낭비하면서까지 왜 미국은 세계의 변화에 대처하지 못했을까?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테러와 살인을 기획하고 실행하고 이슬람 근본주의 단체에 대규모로 무기 지원을 했던 조직은 어디인가? 미국이 제공한 무기로 미국과 싸우는 중동의 비극은 왜 일어났으며, 민주주의 이름으로 미화된 '미국을 위한 테러들'은 무엇인가? 이젠 범죄행위도 스스럼없이 대의명분 속에 그들의 존재를 숨기면서 자행하는 타락한 집단으로 되어버린 그들의 덩치만 커져 집채만한 공룡같은 그들의 존재는 이젠 세계적으로도 건드리면 터질 것 같은 화약고같은 위협의 존재로 보인다. 과연 인간의 이기와 악행은 어디까지 이어질까.
『잿더미의 유산』은 저자가 한국어판을 위해 특별히 공개한 정보의 무지로 인한 파급이 얼마나 한 나라를 처참하게 몰고 가는지에 대한 비극적인 내용을 담은 CIA의 한국전쟁 일급 비밀 자료와 북한에서 죽음으로 내몰린 한국인 CIA 특공대 이야기, 부시 대통령의 이데올로기를 만족시키기 위해 정보를 왜곡한 이라크전쟁의 진실 등 충격적인 내용을 많이 거론하고 있어 마음이 편치 않은 책이다. 6.25전쟁 후 우리 정부는 뭘했는가 하는 생각과 어느정도까지 어떤 것이 잘못되었다는 것을 제대로 알았던 인물들은 누구일까? 그냥 멍청하게 앉아서 당해야 했던 우리의 무지와 무능력은 왜 아직까지도 온전히 벗어나지 못하는걸까? 나라가 부강해져야 하고 경제적인 자립이 되어야 한다는 그런 말은 하고 싶지 않다. 늘 진실에서 조금 빗겨가는 듯한 세상의 돌아감이 의아스러울 뿐이다. 무엇을 위한 것이길래...
부정은 부정을 낳는다고 이 책을 읽으며 그동안 베일에 싸였던 비밀스러운 정보가 세상에 다 드러났음에도 불구하고 명쾌한 기분이 들지 않는다. 아마도 그건 잘 믿지 않는 나의 성향때문일지도 모르고 떠도는 괴소문은 가끔 듣긴 했었지만 실제적으로 이 책을 읽으면서 적나라하게 드러난 정보들에 대한 깊은 내막까지 넓고 깊게 모르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책 안에 쓰여진 모든 비밀 정보들의 살아있는 실존인물들 모두를 인터뷰하고 문서로 기록된 다듬어지지 않은 실제 원고를 보면 믿을까? 떡하나 안겨줬더니 하나 더 달라는 꼴인가? 지금의 내 의구심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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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이 책에 급 호기심을 갖게 된 이유는 첫째, CIA라는 멋진 비밀요원들의(나에게는) 이야기를 다룬 다는 것이었고 둘째, 역사를 조종했다는 그들의 비밀에 대한 무한한 호기심 때문이었다. 책을 다 읽은 지금…. 내가 얼마나 가벼운 마음으로 이 책을 읽으려 했는지 낯이 뜨거울 정도이다. 현재 느낌은 그저 혼란스럽고 무겁기 그지없다. 어떤 이는 이런 나의 반응에 대해 ‘새삼스럽게 뭘 그렇게까지?’라고 의아해 할 수 도 있을지 모르겠다. 그러나 내가 이렇게까지 두려운 것은 누군가에 의해 만들어진 역사의 실체를 보았기 때문이 아니라, 그 당시에 명분도 대의도 없이 희생된 수많은 사람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이 책에 쓰여진 대로라면, 허위정보와 잘못된 작전으로 희생된 사람들이 너무도 많다는 사실이다. - 한 세대 뒤에 미국인 참전 용사들은 한국전을 ‘잊혀진 전쟁’이라고 불렀다. CIA에서는 고의적으로 이런 사실을 망각했다. 있지도 않은 허깨비 게릴라 부대에 쏟다 부었던 무기에 들어간 1억 5200만 달러는 회계 장부상으로 꿰맞추어졌다. 한국전 당시에 획득한 정보의 엄청난 부분이 허위였거나 적이 일부러 흘린 것이었다는 사실은 비밀에 부쳐졌다. 이런 허위 정보 때문에 수많은 사람들이 목숨을 읽어야 했던 사실에 대한 질문은 아무도 하지 않았고, 여기에 대한 대답 역시 아무도 하지 않았다.- p.115 막대한 자금을 미끼로 던져 사온 정보가 날조된 거짓 정보였고, 혹은 적이 넘겨준 정보였기에 그 정보만 믿고 비밀리에 각국으로 파견된 요원들은 지상에 착륙하자 마자 소리 없이 사라졌고, 다시는 그들의 연락을 받을 수 없었다는 말이 끊이지 않고 나오는 것을 보면 CIA 조직이야말로 지상 최대의 살인마집단이 아닐 수 없다. 게다가 저자가 비판하는 조직의 무능력함, 정보체계의 허술함은 자아비판으로 남겨놓는다 쳐도 그들이 전 세계인에게 행한 악행들은 차마 입으로 거론하기도 벅찰 정도이다. 소련을 상대로 경제전쟁을 위해 위조지폐를 만들고 시장을 조작하고, 쿠데타를 일으키도록 조장하고 무기를 팔아버리기도 하며 폭력과 무력으로 이해관계에 따라 한 국가를 전복시켜버리기도 하는….권력과 돈으로 행할 수 있는 모든 악행은 다 저지른 셈이다. 그리고 작전 수행의 결과가 어찌 되었던 상부에 올려질 보고서는 이미 그럴싸하게 포장되어 더 많은 권력과 자금을 위한 담보가 되어진다. 그렇게 행한 결과는 어떠한가? 가장 최근의 예로 들자면 당연히 온 세계를 속인 이라크 전쟁을 들 수 있다. 그 결과 지금까지도 죄 없는 많은 사람들이 죽어가고 있다. 속인자도 속은자도 아무도 책임을 지지 않는다. 단지 추악한 역사적 왜곡과 비참한 현실만 남겨질 뿐이다. 60년이나 되는 긴 역사를 가진 조직을 파헤치고 분석하다 보니 그들이 수행한 임무들은 지구촌 곳곳에 깊숙이 관여되는데 나는 한국인이기에 한국사를 언급한 부분을 가장 집중해서 읽었다. 사실, 얼마 전 신문에서 한국전 당시에 CIA의 비밀 요원이 파견되어 국가기관의 중요한 정보를 파헤치고 여러 임무를 수행했다는 기사를 읽었기에 적어도 우방이라는 미국이 한국전에서 믿음직한 역할을 해주었기를 은근히 바랬었다. 물론, 책을 몇 장 넘기기도 전에 그런 기대가 사라져버리는 느낌을 받았지만 실제로 접한 이야기들은 참으로 충격적이다. 그러나 이제는 충격을 넘어 아무도 가르쳐 주지 않았던 한국전 당시의 사실을 알려준 작가가 고맙기까지 하다. 확실히 나는 이 책을 읽고 세계를, 역사를 다시 보게 되었다. 교과서용의 단편적 지식일 뿐이지만 그 동안 배워온 역사적 지식들을 상당부분 새롭게 받아들여야 하는 필요성마저 느끼고 있는 중이다. 어찌 보면 이 책이 정말 무섭게 느껴진다. 지난 세월 CIA라는 비밀 조직이 만들어온 온갖 추악한 악행들은 ‘미국을 위해서’ 혹은 ‘민주주의를 위해서’ 라는 허울좋은 이념에 슬쩍 묻히고, 다른 한편으로는 이렇게 내가 너희의 약점을 까발리려는 것은 앞으로 더 ‘거대하고’ 더 ‘조직적이고’ 더 ‘위대한’ 비밀조직이 되어달라고 말하는 것 같았기 때문이다. 과거 잘못된 관행과 악습을 스스로 반성하고 잘해보라는 일종의 격려의 느낌도 들었는데 이것이 과연 세계에 좋은 영향을 줄 것인가 라고 묻는다면 난 단연코 “NO”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들이 위기를 기회로 삼아 비상할까 두렵다는 말이다. 현재 미국의 위상이 많이 떨어지기는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앞으로도 상당기간 강대국으로 군림하며 세계에 어떤 위협과 간섭을 할 지 알 수 없다. 설령 그들이 과거와는 달리 제대로 된 정보력과 특수요원들을 보유하고 활동하게 된다 할지라도 그들에게 있어 ‘정의’라고 붙여질 미래가 항상 보편적인 타당성을 가질 것이라고 보여지지는 않기 때문이다. 감겨있다고 느끼지도 못한 다른 한 쪽 눈을 뜨게 해준 책이었기에 긴 시간 감내하며 읽은 시간들이 전혀 아깝지 않고 고마울 따름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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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이 나오기 전에 미 중앙정보부(CIA)에서 이 책의 출간에 대해서 항의를 했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이미 50년도 더 지난 일들에 대해 비밀등급 해제가 된 마당에 왜 그랬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는데, 장장 1000페이지에 달하는 이 책을 읽으면서 그 이유를 알게 됐다. 전 세계 도처에서 미국의 대외관계 비밀업무를 관장하고 있다는 CIA는 제2차 세계대전 중 전략사무국(OSS)을 그 모태로 해서 탄생이 되었다. 사실 전쟁 이전까지만 해도 미국에서 대외 첩보 및 정보를 다루는 국가기관이 전무했고, 1941년 일본의 진주만 기습으로 그 필요성이 대두되게 되었다. 물론 세계대전이 끝나고, 소련과의 치열한 첩보전과 세계 패권을 다투던 상황에서 비밀 정보기관의 필요성은 긴급을 요했다. 하지만 구체적인 정보기관의 업무 계획과 장기적인 플랜 없이 거의 급조되다시피 한 CIA는 그 태생에서부터 라이벌 소련의 KGB에 적수가 되지 않았다. 그전은 물론 지금까지도 CIA의 대외 정보부 의존은 여전한데, 결국 1947년 9월 CIA의 정체성에 대해 의구심을 갖고 있던 트루먼 대통령 치세 하에서 CIA는 출범하기에 이른다. 연이은 공산주의 소련의 위협에 대항해서 CIA는 서유럽 각지에서 국회의 승인 과정을 거치지 않은 채 비밀 업무에 뛰어든다. 예나 지금이나 비밀정보 업무를 위해서는 자금이 필요했다. CIA는 전후 서유럽 경제부흥 계획으로 엄청난 자금이 투입된 마셜 플랜으로부터 비밀리에 무한정의 자금을 지원 받아(그 소용 처를 밝힐 필요도 없었던), 서유럽 각지에서 공산주의 활동에 대한 각종 비밀 업무에 준군사적 활동까지 아우르는 광범위한 활동에 돌입하게 된다. 특히 CIA는 동독과 동유럽을 석권한 소련군에 대항하기 위해, 나치 전범들과 세계대전 당시 독일군에 협력했던 우크라이나 유격대 출신의 난민들을 포섭해서 소련의 배후에 낙하시켜 후방을 교란시키려는 부단한 하지만 전혀 소용이 없었던 활동에 소모적인 자금과 인력을 투입했다. 비밀리에 진행되었다고는 하지만 거의 공개적으로 들어났던 CIA의 그 어느 활동도 전혀 효과적이지 못했으며, 정말 중요했던 사실들이었던 소련의 핵무기 개발 상황 그리고 냉전 무력 충돌의 시발점이라고 할 수 있는 한국전의 발발 조차도 CIA는 예측해 내지 못하면서 비등하는 국내의 비난에 직면해야 했다. 하지만 CIA 조직은 트루먼이 이끄는 민주당 정부를 대신해서 들어선 아이젠하워 정부 하에서 비로소 빛을 보게 된다. 실질적으로 CIA의 모든 비밀활동을 주재했던 프랭크 와이즈너와 앨런 덜레스 국장 아래서 CIA는 미국의 국익과 전 세계의 헤게모니 장악을 위한 발걸음을 내딛게 됐다. 게다가 CIA 조직은 인원과 자금 면에서 해가 갈수록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르게 된다. 우선 1953년 석유 국유화 조치를 단행하면서 점점 소련 측으로 가까워져가고 있는 징후를 보인 이란의 모사데드 정권을 무차별 금품살포와 준군사적 활동 다시 말해서 폭력에 근거한 테러를 부추기는 가운데 정부를 전복시키는데 성공했다. 그 후 팔레비 샤는 20여 년간 폭압적인 독재정치를 펼친 끝에 결국 1979년 회교혁명으로 권좌에서 내쫓기는 신세가 되고, 이 근본주의 무슬림 혁명은 CIA와 미국에게 또 다른 재앙으로 다가오게 되는 계기가 됐다. 또 다른 CIA의 성공신화는 소위 “성공작전”으로 불리는 과테말라의 아르벤스 정권을 전복시킨 사건이었다. 점점 사회주의화 되어가는 과테말라는 미국의 안마당으로 간주되던 중앙아메리카에서 그야말로 눈엣가시 같은 존재였다. 결국 CIA는 유언비어와 역시 뇌물 그리고 카스티요 아마스라는 반정부 인사와 반군을 지원하면서 과테말라에 합법적으로 수립된 정부를 전복시키는데 전력을 다하게 된다. 막판에 가서는 과테말라는 고사시키기 위해 해상봉쇄를 하고 미공군기까지 동원해서 과테말라를 폭격하는 등 그야말로 갖은 방법을 동원해서 마침내 그들의 목적을 달성하기는 했지만 그 성공신화는 행운의 연속이었다. 일본에서도 전범으로 기소된 기시 노부스케를 공공연하게 지원하면서, 새로 창당된 자민당과 야심찬 젊은 정치인들에게 막대한 자금을 제공하면서 맥아더 방식의 군정으로 일본을 지배하는 것이 아니라 CIA가 창조해낸 새로운 방식으로 미래의 일본을 지배하고 동아시아에서 최대한의 미국의 국익을 확보하기 위한 밀월관계를 조성하기에 이른다. 물론 냉전 초기에 이런 성공들만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중근동에서 지정학적으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던 시리아에서의 공작실패와 제3세계 론을 주창했던 수카르노를 제거하기 위해 지원했던 인도네시아 작전과 동베를린에서 소련의 정보를 얻기 위해 역시 많은 자금을 들여서 준비했던 땅굴작전들은 그야말로 처참한 결과를 불러 일으켰다. 게다가 아이젠하워 치세 막판에 벌어진 소련 영내에서 벌어진 U-2기 격추사건과 카스트로가 이끄는 쿠바혁명은 미국과 소련을 극한 대립으로 몰고 가게 되는 결정적 계기가 됐다. 카스트로가 이끄는 쿠바 정부를 전복시키기 위한 소위 몽구스 작전의 일환으로 계획된 1961년 4월의 쿠바 피그스만 침공 사건의 처절한 실패는 CIA 비밀공작 작전의 최대의 실패 중의 하나였고, 뒤이어 전개된 미사일 위기 사건은 그에 대한 당연한 귀결이었다. 이때에도 CIA는 정확한 정보에 근거한 예측을 하지 못함으로써 제 3차 세계대전의 위기를 몰고 왔다. 게다가 1963년 11월 JFK가 오스왈드의 총격을 받고 사망하게 되는데, 당시 CIA는 오스왈드와 쿠바/소련의 연계설을 은폐했고 그에 대한 의혹은 여전히 풀리지 않은 상태로 남아 있다. CIA의 강력한 경고에도 불구하고 미국은 도저히 이길 수가 없었던 전쟁이었던 베트남 전쟁에 1964년 8월 가공된 정보 조작으로 미 의회가 베트남에 선전포고를 하면서 개입을 하게 됐고, 부패한 남베트남 정권에 막대한 경제 및 군사원조를 퍼부었지만 그들의 패망을 저지하는데 결국 실패하고 인도차이나가 도미노 이론처럼 차례차례 공산화 되가는 것을 지켜봐야만 했다. 이런 CIA의 계속되는 실패에도 불구하고 1967년 볼리비아에서 체 게바라의 사살과 1973년 칠레의 합법적으로 선출된 살바도르 아옌데 정권을 몰락시킨 비밀공작은 CIA 최고의 작품 중의 하나였다. 닉슨 행정부를 결국 좌초하게 만든 워터게이트 사건을 통해 미국의 정치지도는 크게 훼손되었고, 그 하수인 역할을 했던 CIA 역시 카운터펀치를 먹고 비틀거리게 됐다. 하지만 80년대 들어서 신보수주의 반공노선을 표방한 레이건 행정부 하에서 CIA는 다시 한 번 화려한 비상을 하게 된다. 아프간을 침공한 소련군에 대항해서 미국은 아낌없이 무자헤딘 전사들을 지원하고(나중에 자신들에게 큰 해가 되는), 이란-이라크 전쟁을 통해 양쪽 편에서 교묘하게 줄타기를 하면서 중앙아메리카 콘트라 반군을 지원하기 위한 비밀자금을 마련하는 등 세계각처에서 수많은 비밀공작들을 다시 한 번 CIA가 화려하게 장식하게 된다. CIA는 정작 중요한 소련의 붕괴를 예측해내지 못하면서 급작스러운 붕괴를 맞이하게 된다. 이후 등장하게 된 테러조직과의 싸움에서도 전혀 예측 불허한 상황들에 민감하게 대처해내지 못하고 다시 한 번 2001년의 9-11과 2003년 이라크 전쟁에서 존재하지도 않았던 대량살상무기(WMD)를 천명하면서 그 위상은 급전직하하게 되었다. <잿더미의 유산>에 등장하는, 2차 세계대전이라는 인류 미증유의 재난 후에 설립된 CIA는 미국의 전후사와 그 맥을 같이 하고 있다. CIA는 기본적인 자신들의 본연의 임무였던 국가의 수반인 대통령에게 장기적 전략 정보를 제공함으로써 국익을 도모한다는 취지보다, 무소불위의 통제되지 않는 권력과 막대한 예산을 통제하면서 초법적인 존재로 군림해 왔다. 그리고 미국의 국익을 위한다는 전제 하에, 많은 나라들에서 선전선동, 쿠데타 지원, 요인암살 등과 같은 불법적인 행위들을 서슴지 않고 저질러 왔다. 그것은 음지에서 양지를 지향한다는 정보기관의 특성상 어쩔 수 없는 것이었을지도 모른다. 역대 대통령들과 CIA 국장들의 계속된 개혁 의지에도 불구하고 CIA는 그들이 가지고 있던 얼마 되지 않는 유용한 정보들조차도 제대로 다루지 못하면서 숱한 위기들을 자초했다. 그들의 잘못과 실수를 은폐하기 위해 역대 대통령들은 미국 사람들과 세계에 거짓말을 해야 했고, CIA 내부에서는 그 누구도 책임지지 않고 덮어가는 관행이 수립되어졌다. 결국 CIA가 정보 권력을 놓고 국방부와 벌인 지난 60년간의 치열한 경쟁은 국방부의 일방적인 KO승으로 끝이 났지만, 앞으로도 계속해서 국가 안보와 국민들의 안위를 위한 정보수집의 중요성은 그 가치를 잃지 않을 것이다. 팀 와이너의 역작 <잿더미의 유산>은 새로 거듭나게 될 과거의 ‘실패한 조직, CIA의 슬픈 묘비명’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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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은 2차 세계대전에서 진주만공습으로 큰 피해를 입었다. 다행히 미국의 막강한 군수산업 덕분에 재빨리 피해를 복구하고 강력한 함대를 재구성하여 일본을 격퇴할 수 있었다. 그러나 진주만 공습과 같은 대규모의 공격을 사전에 예방하지 못하고 속수무책으로 당했다는 것은 미국에 큰 충격을 주었다. 사실 당시 미군은 진주만 공습에 대한 정보를 입수하고 있었다고 한다. 그러나 그 엄청난 정보를 효과적으로 통제할 장치가 없었다는 점이 미국이 정보를 입수하고도 아무런 대책을 세우지 못한 원인이 되었다.
미국은 이렇게 정보를 통합적으로 관리할 필요성이 있다는 점과, 미국을 지도하는 대통령이 세상의 여러가지 정보를 취합하는 능력이 부족하다는 점에 대해 심각한 고민을 하여야 했다. 초기에 미국은 2차 세계대전 중에 일시적으로 OSS를 운영했었다. 이 조직이 사실상 미국 CIA의 전신이 된다. 그러나 이런 정보를 다루는 기관을 군대의 휘하가 아니라 대통령 직속기관으로 따로 존재를 시킨다는 것은 미국으로서는 무척 부담스러운 일이 아닐수 없었다. 미국은 민주주의 국가이며, 국가가 국민의 정보를 관리한다는 것, 그것도 정식 계통을 밟지 않고 특수한 조직을 따로 운영한다는 것은 민주국가로서는 정체성에 훼손이 가는 부담스러운 일이었다.
그런 부담감을 덜어준 기회가 바로 소련과의 대치로 인한 냉전국면에 돌입한 것이었다. 냉전은 말 그대로 전쟁은 아니지만 전쟁과 같은 상황이 지속되는 것을 말한다. 서로 상대방이 세력을 확장하는 것을 막기 위해서 더 많은 일들을 할 필요가 있었다. 단순한 정보의 수집만이 아니라, 자국에 이익이 가는 일을 비밀리에 행하는 것까지 포함하는 광범위한 행위가 CIA에 주어졌다. 눈 앞에 거대한 적의 위협이 존재하고 있는 현실 앞에선, 이젠 더 이상 민주주의의 이념을 훼손시킨다는 것을 이유로 정보행위를 막는다는 것이 부담스러운 일이 되었다.
첫 시발은 베를린 봉쇄였다. 독일을 분할해서 점령한 연합국의 양 당사국인 미국과 소련은 소련이 점령한 지역안에 존재하는 수도 베를린은 분할해서 점령하기로 협정을 맺었다. 문제는 베를린까지 연결되는 통로였다. 소련이 그 통로를 막아버리자 베를린은 소련의 점령지 안에 존재하는 섬과 같은 존재가 되었다. 미국이 소련을 경계해온 것은 오랜 일이지만, 직접 소련과의 대치로 들어간 것은 바로 베를린 봉쇄가 시작이었다. 그리고 CIA의 활약이 눈부시게 일어나기 시작한 것도 바로 이 시기였다.
CIA는 그 후 여러가지 국면마다에서 때로는 알려진 상태로, 때로는 잊혀진 존재로 큰 힘을 발휘했다. 한국전쟁에서도 CIA는 큰 역할을 했었다. 그러나 더욱 중요한 역할은 일본에 대한 접근이었다. 피점령국인 일본의 무장을 해제시키는 것만으로도 쉽지 않은 일이었다. 그러나 그 일본을 동맹국으로 전환시키는 것은 지금의 입장에서 생각하면 당연한 것 같지만, 서로 엄청난 피를 흘린 거대한 전쟁이 끝난 직후인 당시로서는 상상하기 힘든 일이었다. 그러나 그 엄청난 일을 해낸 존재가 바로 이 CIA였던 것이다.
그 이후의 CIA의 역할들에 대해서는 우리들이 흔히 아는 것들이 많다. 베트남전에서의 역할, 중남미의 반군들에 대한 역할, 중동에서의 역할들,,, 그리고 CIA는 국익을 위한다는 명분으로, 또 자유와 민주를 위한다는 명분으로 수많은 거짓과 폭력을 행사했던 것이다. 공산주의라는 거대한 적을 마주하는 시점에서 민주세계를 리더하는 국가에서 과연 이런 조직이 없이도 제대로 기능할 수 있었는가라는 문제는 여전히 논의의 여지가 있다. 그토록 많은 해악을 저질렀음에도 불구하고, 국가라는 것은 결국은 자국의 이익을 위해서 정의만을 행할 수는 없다는 현실을 인정하지 않을 수가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런 현실을 인정한다고 하더라도, 그 기관이 적절한 제한을 받지 않고 운영된다면 엄청난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는 것은 자명한 사실이다. 후버국장과 관련한 권력남용에 관한 일화들은 이러한 당위성을 웅변적으로 증명한다. 또 CIA가 자유를 지키고 국익을 수호하기 위한다는 명목으로 행한 그 모든 일들이 과연 그 목적에 합당한 것이었는가에 대한 의문에 대해서는 이 방대한 내용을 망라한 책이 웅변적으로 그 의문에 대한 대답을 한다.
오늘날의 세계는 그 어느때보다도 정보의 중요성이 강조되는 세상이다. 국가가 아니라 일개 기업의 경우에도 정보를 확보하는 것이 기업의 사활을 좌우할 정도로 중요할 수도 있는 세상이 되었다. 정보는 필요하다. 일개 기업에서도 정보가 그토록 중요한데, 하물며 수많은 국민들의 안위를 책임져야 하는 현대국가에서 정보의 중요성을 간과할 수는 없다. 그러나 정보는 힘이라는 점을 잊을 수 없는 것이 바로 이 책이 주는 미덕이다. 정보라는 장벽의 뒤쪽에서 국익이라는 이름으로 벌어지는 일반인들이 알기어려운 일들, 그런 이들이 국민을 기만하고 결과적으로 국민의 이익에 반대되는 행위를 하도록 하는 것은 용납 할 수 없는 일이다.
정보는 중요하다. 민주주의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정보의 평등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현대사회에서 언론의 중요성이 강조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러나 언론마저도 자본의 논리에 종속당하는 현실에서 이 책을 펴낸 작가와 같이 오랜기간동안의 노력을 기울여서 이토록 세세하게 문제를 파헤쳐 그동안 우리에게서 동떨어져 있던 진실을 다시 우리에게 돌려주는 일을 하는 것의 중요성이 얼마나 고마운지 모르겠다. 이제 우리는 이 책을 통해서 그동안 풍문으로만 돌던, 잘 알려지지 않았으나 중요한 일들의 진실에 대해서 비로소 접근할 수 있게 되었기 때문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