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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고창신의 선비 리더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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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 대학 법과대학의 모 기념관에 가면 어느 분의 명필로 "법고창신"이라는 큰 휘호가 걸려 있습니다. 뭐 터프하게 말하자면 "온고이지신"과도 비슷한 뜻이겠는데, 옛 것을 새기고 익혀 새로운 것을 만들어낸다는 뜻으로, "온"보다는 "법"이란 글자가 더 간절하며, "지"보다는 "창"이 훨씬 강하고 적극적인 의미임에 아마 누구라도 동의할 것입니다. 이 책의 저자께서는 바로 이 "법고창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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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 대학 법과대학의 모 기념관에 가면 어느 분의 명필로 "법고창신"이라는 큰 휘호가 걸려 있습니다. 뭐 터프하게 말하자면 "온고이지신"과도 비슷한 뜻이겠는데, 옛 것을 새기고 익혀 새로운 것을 만들어낸다는 뜻으로, "온"보다는 "법"이란 글자가 더 간절하며, "지"보다는 "창"이 훨씬 강하고 적극적인 의미임에 아마 누구라도 동의할 것입니다.

이 책의 저자께서는 바로 이 "법고창신" 네 글자에 우리 한국의 전통적 사상이자 "얼"인 선비정신이 강하게 농축되었다고 주장합니다. "고"를 "법"한다는 것은 말처럼 쉬운 게 아닙니다. 우선 옛 것 중에서 폐풍과 인습이라 할 만한 것을 모두 걸러낸 후, 남은 중 가장 순일하고 옛 성현들의 가르침 정수를 추려내어, 이를 본받고 나의 정신에 함양하는 게 바로 "법(法)"이라는 글자 하나에 담겨 있는 자세입니다. 영어의 law와는 차원이 다른 의미 체계라 하겠는데요. 한자 문화권의 이런 풍성한 형이상학 구축에 우리 조상들이 기여한 바는 비단 이런 예 하나만이 아닙니다. 우리가 공문의 거대한 사상 체계에서 반드시 거대 지분을 마음 놓고 주장할 수 있는 건, 김부식, 안향, 점필재, 퇴계, 율곡 등의 엄청난 성취가 객관적으로 존재했고, 이를 중국, 일본 어느 나라에도 자랑스럽게 내세울 수 있기 때문이죠.

한편 "창(創)"은 어떻습니까? 공자께서도 옛 것을 배우고 익히는 것의 기쁨을 특히 강조하셨지만, 배우는 자가 성현의 글자와 어구에 매몰되기만 하면 이는 선비의 정도에서 치명적으로 어긋난 길을 걷는 결과를 낳습니다. 그래서 동양 문화권의 현자들은 이런 썩은 선비를 가리켜 "자구 수집에나 몰두하는 천한 것들"이라며 크게 비웃은 겁니다. 요즘 같은 세상이라면 더욱 그렇습니다. 강력한 검색 엔진의 도움을 얻어 어떤 문구, 팩트, 기사(아티클)의 일부, 혹은 전부라도 찾아낼 수 있는데, 그런 걸 노트에 적어 놓고 박제화하는 게 무슨 의미가 있겠습니까? 꿍쳐 두고 바른 방식으로 활용도 못하는 건 과거 의적을 자칭했던 김강용 같은 범죄자도 얼마든지 흉내낼 수 있는 수법이죠. 혁신을 강조하는 요즘 같은 때에, 이 "창신"이야말로 선비 정신의 현대적 변용이라 하겠습니다.

이 선비 정신은 그저 조선 시대에 들어와 새로이 유행한 게 아닙니다. 과거 화랑들은 임신서기석 같은 도드라진 표석에 대고, 자신이 어느 시점까지 어느 경전을 학습하겠노라며 야무진 다짐을 공시하기도 했습니다. 이런 이들이 자신처럼 바른 생각과 단정한 태도를 가진 동무를 모아 무리를 형성하여 궁극의 도로 정진하려 애쓴 게 바로 "풍류도" 사상입니다. 이런 도도하고 유장한 민족 정신과 정기의 한복판에, 당나라까지 건너가서 과거에 합격한 최치원 같은 이들의 고고한 정신이 스며 있는 법이지요. 부정부패가 난무하고 법치주의가 저만큼 실종되어 온갖 소인배와 어리석고 사악한 무리가 말도 안되는 변명거리와 합리화 핑계를 내세우며 준동하는 요즘, 이 선비 정신의 현창은 현대에 이르러 전혀 새로운 존재의의를 우리에게 설복한다 하겠습니다.

v*****7 2016.07.25. 신고 공감 0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