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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재구 시인은 이 책에서 이렇게 말하고 있다. '여행자가 길 위에서 길을 아낄 때 그 여행은 행복하다.'(254p)고. 나는 그 구절을 만나고서야 설레던 내 마음의 정체를 깨달았다. 책을 읽는 사람이 책 속에서 글을 아낄 때 책 읽는 일이 참으로 행복한 게 아니겠냐고. 나는 그렇게 한 구절씩, 한 바닥씩, 한 장면씩 아껴가며, 책장 넘어가는 것을 안타까워 해 가면서 읽었다. 얼마나 오랜만에 만나보는 기쁨이었던지.사람마다 미각도 다르고 취미도 다를 것이므로 책 읽는 취향도 다를 수 있을 것이다. 그래서 내가 이 책이 참 좋았노라고 하더라도 어떤 사람에게는 전혀 감동을 주지 않을 수도 있다. 나는 이 책이 나에게 그러했던 것처럼 다른 모든 사람들에게도 감동을 줄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은 하지만, 그래서 그들도 책을 읽는 내내 나처럼 행복할 수 있기를 바라기는 하지만, 나에게 너무 좋으니까 도리어 나의 지나친 찬사로 인해 잔뜩 기대를 하고 책을 읽을 독자에게 반감을 만들어내게 되는 건 아닐까 싶은 걱정도 된다. 이 책을 읽어나가다 보면 곽재구 시인이, 시인이 될 수밖에 없었던 필연적인 느낌을 받을 수도 있다. 그래서 나는 오래 전에 사 둔 그의 시집을 다시 뒤져보기도 했다. 얼마나 축복받은 능력인지. 세상을 이렇게 해맑은 눈으로 볼 수 있는 눈, 온갖 삶의 시름 속에서도 그리움과 따뜻함을 건져 올릴 수 있는 힘, 그리고 그 기억들을 고스란히 붙잡아 아름답고 정겨운 우리말로 풀어내고 압축할 줄 아는 언어능력... 같은 시대에 같은 땅에서 같이 살아가는 한 사람으로서 나는 그가, 그의 능력이 부러워 그만 견디기 힘들 정도였다. 사진 양면 가득히 펼쳐져 있는 우리나라 곳곳의 바다들, 갯벌들, 그리고 바다 위에 떠 있는 따스한 불빛들. 앞으로 문득 바다에 가고 싶을 때면, 혹은 지나간 기억 속의 누군가가 갑자기 그리워지기라도 하면, 난 아마도 이 책을 펼쳐서 내 마음을 달래게 될 것만 같다. 충분히 위로가 되어 줄 것을 믿는다. |
| 여행은 설레임과 동의어입니다. 여행 계획을 짜는 순간부터 개입한 설렘은 여행을 다녀온 뒤에도 좀체 참견을 멈추지 않습니다. 그래서인지 어떤 여행이든 좋습니다. 금년 여름휴가엔 어딜 다녀올 생각인가요? 『곽재구의 포구 기행-해뜨는 마을 해지는 마을의 여행자』의 저자는 특별히 포구를 찾아다니고 있습니다. 포구에 원수 맺힌 사람처럼 말이죠. 저자 말로는, 포구엔 시, 사랑, 추억, 무지개, 들국화, 길, 시간...처럼 좋아하는 말들이 있다는 군요. 쭉 그의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참 자연스러운 여행을 했구나 하는 생각을 거푸 하게되는데요. 더불어 여행기를 참 맛깔스럽게 잘 썼구나 하는 생각도 아울러 갖게 됩니다. 시인이며 아동작가니까 당연하다는 시각말고도 저자가 풀어내는 언어의 실타래는 좀체 그 끝이 보이질 않는데, 어떻게 정감 넘치게 그려놨는지 글이 다 보일 정도입니다. 글을 읽으면서 눈앞에 그림이 그려지는 상황이라고 하면 제 스스로 정신이 나갔다고 자인하는 격인가요? 여행자의 눈에 잡힌 사물과 사람들에게 묻어 있는 살가운 냄새를 흠뻑 마시고 기분 좋은 취기로 비틀거리게 하는 이 책은 한 편의 잘 만들어진 영상 이미지라 할 수 있겠습니다. 한 토막을 그대로 인용해 보겠습니다. 「 .... 해가 저물 무렵까지 멸치 터는 소리는 계속 이어진다. 새로 입항하는 멸치 배도 보인다. 외지인들 중 시간에 여유가 있는 이들에겐 이 무렵이 또한 가슴 설레게 기다려지는 시간이다. 멸치구이. 이 따뜻하고 습기 많고 영양분 풍부한 음식을 먹어본 적이 있는지? 파도소리를 들으며 바닷바람 속에서. 번개탄 불 위에 석쇠를 얹고, 그 위에 살이 피둥피둥해 얼른 꽁치 새끼쯤으로 보이는 싱싱한 멸치들을 얹은 뒤, 굵은 천일염을 고루 뿌린다. 그리고 화덕 주위에 쭈그리고 앉아 언 손에 군불을 쬐며 소주 한 잔씩을 나누는 것이다. 그리고 한 입, 두 입... 아, 오늘 세상에서 제일 맛있는 음식이 멸치구이임을 새롭게 안다. 안선생과 K, 나. 이렇게 셋은 아주 오래된 친구처럼 화덕가에 앉아 멸치구이 삼매경에 빠진다. 처음 굽기 시작할 때 두세 마리쯤 생각했는데 어느새 한 소쿠리의 멸치를 다 구워 먹었다. 소주 한 병을 곁들인 멸치구이의 가격은 7천원. 넷이 앉아 실컷 먹을 수 잇는 양이므로 이 가격은 가히 환상적이다. 방파제 주위에 모여 앉아 멸치구이를 먹는 사람들이 떠들썩한 이야기의 꽃을 피우고, 그들은 처음 본 사람들의 어깻깃을 붙잡아 앉히고 소주 한 잔과 구운 멸치 한 마리를 입 안에 직접 넣어주기도 한다. 소주 좋아하고 세상살이 펼쳐내기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이 방파제 주위는 천국인 셈이다. ... 」(p83~p84에서 일부 인용) 어땠나요? 생각 같아선 바로 짐을 싸고 싶지 않았나요? 사람 냄새가 물씬 나는 여행기는 사람과 사람들에게 많은 이야기를 들려준다는 것, 새삼 깨닫습니다. |
| 바쁜 일상에 삶의 의미마저도 저만치 밀어두고 살아가는 많은 사람들이 간혹 도피를 꿈꾸듯, 나 또한 책으로나마 메마르고 푸석한 일상에서 벗어나고자 곽재구 시인의 이 기행 산문집을 택했다. 고향이 섬마을이라 유년 시절 바다에 늘 근접해 살고도 그 광활한 포용력과 벅찬 아름다움을 음미하지 못하다가 지금도 마찬가지로 항구 도시에 살면서도 내 유년의 바다가 가슴 사무치게 그리워 질때가 있었다. 이곳의 항구도시는 하늘 무서운 줄 모르고 잔뜩 큰 건물 덩어리들의 그림자만 비추어대고 거대 해양 도시임을 증명해주는 갖은 오물들을 싸안고 있는 거울일 뿐이다. 이게 어찌 나의 기억 속에서 아련히 피어있는 바다의 모습일 수 있으랴. 곽재구의 포구기행은 내 기억 속의 바다에게 숨을 불어넣어주었고 철없이 짖굿기만 했던 그러나 지금 생각해보면 더없이 행복했던 그 시절로 휴가를 보내주었다. 지금도 가슴의 설레임은 밀물처럼 서서히 차오른다. 책 한권이 모두 바다 이야기라서 책장을 넘길수록 조금씩 단조로움을 느꼈던 것도 사실이지만 이 책을 통해 잠시의 휴가 기간동안에 꼭 다녀오고 싶은 목적지가 정해진 듯도 싶다. 많이 편리해지고 그만틈 많이 속박당해 있는 우리는 그것을 이미 잊어버린, 돌려받을 수 없는 먼지 흐부옇게 먹은 추억이라고 생각하는 것을 곽재구 시인은 현실로 되돌려 놓는다. 추억을 덮고 있는 것은 먼지가 아니라 쉽게 포기하고 망각하는 우리의 마음인 것이라고 얘기하는 듯 하다. 내가 가장 아름답다고 느꼈던 것은 팥죽 파는 아주머니의 해맑은, 악의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천진한 만개웃음이 담긴 사진이었다. 아직 섬에서 농사도 짓고 자맥질도 하시는 우리 큰어머니의 모습도 들어있고 우리 할머니의 모습도 언뜻 비친다. 게다가 팥죽...... 내 고향 뱃머리 부근에도 어설프게 지어진 판자떼기 안에 길다란 나무의자 하나 놓인 팥죽집이 있다. 인심 또한 김준임 아줌마(사진속의 주인공)에 견줄만하다. 한 며칠 팥죽 생각에 입맛만 다셨다. 여기서 잘못 사먹었다간 내 모든 기억이 깡그리 무너질 듯 오직 뱃머리의 그 팥죽집만 생각하며 4월달에 월차 내어 다녀올 친정 나들이 날만을 학수고대한다. 이 글을 쓰는 와중에도 머릿속으론 커다란 솥에 팥죽을 열심히 쑤어대느라 여념이 없다. |
| 학기말 시험을 앞두고 답답한 마음에 어디로든 떠나고 싶었지만, 상황이 여의치 않아서 기행문을 몇권 샀다. 이 책도 그중 하나였는데, 멋진 사진과 함께 시인이 쓴 기행문이라는데 끌려 망설임없이 구매했다. 받고 보니 갠적으로 싫어하는 재질의 표지여서(장기보관시 너덜너덜해지기 쉬움) 약간 실망했는데, 책을 읽어가며 더욱 실망했다. 혼자만의 감동을 시어로 풀어냈다지만, 읽는 나로서는 시어인지 기행문인지.. 시를 쓰고싶다면 시를 쓰고, 기행문을 쓰고싶다면 기행문을 쓰는 게 더 낫지 않았을까 싶다. 풍경에 대한 묘사나 여행기에 대해서는 별로 쓰여있지 않고, 솔직히 내 감상으론 저자의 습작연습장을 읽어본 느낌이다. 저자가 말솜씨가 있어 글이 재미있었다면 그것 나름대로 좋았겠지만, 시인이라 그런지 약간(사실 많이) 내용이 우울해지는 감이 있었다. 나는 인터넷으로 책을 사는게 대부분이기 때문에 실패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 책도 그중 하나였다. 서점에서 읽었다면 아마도 사지 않았을 듯.. 사진만은 마음에 든다. 아름다운 바다라든지 일몰이나 일출, 또는 사람사는 냄새가 물씬 풍기는 고깃배 사진등 보는 것만으로도 포구기행의 대리만족이 느껴지는 사진이었다. 처음 살 때부터 멋진 사진이 나를 유혹하긴 했지만.. 나는 그다지 자주 여행을 떠나진 않지만 익숙하지 않은 곳으로 향한다는 건 생각부터 유쾌하고 설레는 일이다. 굳이 화려한 미사여구를 사용하지 않더라도.. 안타깝게도 이 책 포구기행은 이런 설레는 마음마저 약간 무너뜨리는 우울함을 갖고 있는거 같다. 기행문에는 직접 보고 느끼는 것보다 더 감동을 주는 글이 있고, 그 반대의 글이 있는데 이 책은 후자인것 같다. 이 책에 나온 포구들은 모두 가보긴 어렵겠지만 몇 군데라도 꼭 직접 가보고 싶다. 내 자신은 어떤 감동을 받는지 궁금하기 때문이다. 저자와는 사뭇 다를 것 같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