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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10월에 친정 아버지가 급성 심근경색으로 갑자기 돌아 가셨다. 바로 전날까지만 해도 전화를 하면서 내일 날씨가 좋으면 손주랑 집 근처 놀이터에서 놀아야겠다고 이야기까지 했었는데.. 새벽에 함께 사는 동생이 아빠가 많이 아프시다고 응급실에 가봐야할 것 같다고 해서 남편이 차를 몰고 응급실까지 갔는데.. 응급실에서 아무도 임종을 지키지 못한 채 갑자기 돌아 가셨다.
벌써 6개월이 지났는데, 아직도 나를 비롯해서 가족들 모두 그 죽음이 믿기지 않는데, 하물며 5살 아들은 오죽할까 싶다. 특히 친정이 집 근처에 있어서 첫 손주를 물고 빨며 좋아하시던 외할아버지였던지라.. 5살 아들은 툭하면 외할아버지가 보고 싶다고 외갓댁에 가자고 해서 내 속을 뒤집어 놓는다.
오늘 아침에도 지난 밤에 외할아버지 꿈이라도 꾸었는지 뜬금없이 "엄마, 외할아버지 보러 가자! 외할아버지랑 놀이터도 가고, 뒷산에도 가고, 물고기 그려진 과자도 사먹고 싶어!" 하면서 나를 졸라대는 아들 때문에 아침부터 눈물 한가득 쏟았다.
그래서 외할아버지는 돌아가셨다고, 지금 하늘나라에서 너가 엄마아빠 말씀 잘 듣는지 지켜 보고 계시다고 알려 줬지만, 5살 아들은 굳이 외갓댁에 가야 겠다고 생떼를 부려서 참 난감했다. 전에도 외갓댁에 가서 잘 놀다가 갑자기 울면서 외할머니에게 외할아버지 어디 갔냐고? 보고 싶다고 말해서 친정 엄마가 말없이 우셨던 기억이 있기 때문에 데리고 갈 수도 없었다.
이럴 때 읽어 주려고 사둔 시공주니어 [네버랜드 마음이 자라는 성장 그림책 09] 할아버지는 어디 있어요?를 꺼내서 다시 천천히 읽어 주었다.
사실, 이 책이 마음에 들어서 지난번 행사 때 저렴하게 나왔을 때 네버랜드 마음이 자라는 성장 그림책 셋트를 구매했었다.
시공주니어 [네버랜드 마음이 자라는 성장 그림책 09] 할아버지는 어디 있어요? 마리알린 바뱅 그림 · 콜레트 엘링스 글 / 이정주 옮김
이 책은 부제에 '가족의 죽음을 경험했을 때'라고 적혀 있는데, 바로 주인공 톰의 외할아버지가 돌아가셔서 그것을 톰이 받아들이는 과정을 아주 사실적으로 감정의 가감없이 적어 내려간 그림책이다.
처음 네버랜드 마음이 자라는 성장 그림책 시리즈가 도착했을 때 바로 이 책부터 읽어 주었는데, 아직 5살 아들에게는 외할아버지의 죽음이 주인공 톰처럼 쉽게 받아들여지기 어려운 듯 싶다.
책의 첫 시작은, 외할아버지의 죽음을 알리는 전화를 한통 받는 것으로 시작된다. 내가 친정 아버지가 위독하시다는(이미 CPR을 시행 중이라 가망이 없을 때) 전화를 받았을 때는 새벽 3시였던지라.. 이미 아들은 옆에서 곤히 잠들고 있던 상황이라 아들은 내가 우는 모습을 보지 못했다. 그래서 이 첫 세 줄의 의미를 여전히 이해를 잘 못하는 것 같다.
외할아버지가 돌아가셔서 톰의 엄마는 내내 울고, 저녁도 아닌데 아빠까지 일찍 퇴근을 한다. 톰은 아빠가 일찍 오셔서 너무 좋지만, 아빠와 엄마 모두 슬퍼 보여서 톰 역시 눈물을 흘린다.
톰의 아빠는 아주 사실적으로 외할아버지가 돌아가셨다는 이야기를 연거푸 하지만.. 아직 어린 톰에게 외할아버지가 돌아가셨다는 건 크게 와 닿지 않고, 그저 엄마 아빠랑 같이 나가니 좋을 뿐이다.
아마 내 5살 아들도 톰처럼 외할아버지 장례식장에서 그런 생각 뿐이었을 거다. 외할아버지는 왜 안 보이는걸까? 가족들은 왜 우는걸까? 얼굴을 잘 모르는 어른들에게 원하는대로 과자랑 아이스크림도 얻어 먹고 막 뛰어 노니깐 좋다....
5살 아들이 낯가림이 심해서 시부모님께서 맡아주지 못하신터라 3일 내내 장례식장에서 함께 있었는데.. 아들은 3일 내내 울고, 떼쓰고, 신나게 뛰어 다녔다. 외할아버지 영정 사진 앞에서 "외할아버지는 어디에 있어? 왜 사진을 걸어놨어?"라고 자꾸 물으면서 외할아버지에게 가고 싶다고 졸라서 내가 너무 힘들었던 기억이 난다.
서양의 장례식은 우리와 달리, 장례식장이 아니라 집에서 장례식을 치르고, 공동묘지에 관을 안장시킬 때까지 가족이 함께 한다는게 다소 생소했다. 아마, 이 내용만 아니었다면 이 책을 필독서로 주변 사람들에게 추천하고 싶었을텐데.. 어른도 이질감이 느껴지는데, 3일간 장례식장에 있었던 아들은 더더욱 이질감이 느껴질 듯 싶었다. 외할아버지가 갑자기 돌아가신터라, 외할아버지랑 마지막 인사도 제대로 하지 못한 채 떠나 보내서 그런지 아들은 이 책을 읽어줄 때, 특히 이 페이지를 읽어주면 조금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였다.
어른들이 장례식 준비를 하는 동안, 주인공 톰과 다른 사촌들은 마당에서 노는데, 할아버지와의 추억이 담긴 손수레가 놓여 있는 장면에서 꼭 한번씩 눈물을 흘리곤 한다.
5살 아들도, 외할아버지랑 함께 했던 많은 추억들이 있는데...... 아마도 너무 어린 나이라서 점점 커가면서 거의 잊게 될 듯 싶다.
이럴 줄 알았다면, 헐렁한 나시티에 실내복 차림으로 손주와 놀아주는 모습이라도 더 많이 사진을 찍어 두고, 동영상에 담아두는건데.. 그간 남긴 사진이라곤 몇 장 되지 않아서 너무 아쉽다. 친정 아버지 장례식이 끝나고 집에 돌아와서 몇가지 물건만 빼놓곤 유품들을 모두 태우거나 버렸는데... 더 이상 외할아버지를 추억할 물건들이 없어서 더더욱 아쉽다.
우리나라와 사뭇 다른 외국의 장례식 풍경.. 친정 아버지는 베트남전 참전군인이라서... 화장한 뒤, 이천 호국원에 안장했는데.. 5살 아들을 맡길 곳이 없어서 벽제 화장터에도, 이천 호국원에도 아들을 데리고 가야만 했었다.
어느 정도 이곳에 할아버지가 묻혀 있다는 것을 인지했을텐데도, 어른들이 그렇듯 아들도 자꾸 부인하고 싶어하는 것 같다.
시간이 흘러, 외할아버지의 손수레를 타고 외할아버지가 묻힌 묘지에 가는 톰의 가족들~ 외할아버지가 돌아가셨을 때 심은 장미 나무가 이만큼 자랐다고~ 앞으로의 희망을 이야기하면서 끝을 맺는다.
죽음이라는 것이 아주 슬프고 힘든 경험이 아니라, 누구나 언젠가는 죽게 된다는 것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수 있도록 쓰여진 그림책이다. 우리 가족에게는 우연히 그 대상이 일치해서 더욱 마음에 와 닿는 그림책이 되었고, 종종 외할아버지가 보고 싶다는 말을 할 때 마다 이 그림책을 읽어 주면서 예전에 외할아버지랑 했던 일들을 계속 되새김질한다.
맨 처음 읽어줄 때는 책 페이지를 넘길 떄마다 가슴이 먹먹해서 한참 훌쩍이면서 읽어 줬는데... 이제는 덤덤하게 읽어주고 마지막 페이지를 넘기면서 "우리 조만간에 외할아버질 보러 가자~ "라면서 말을 맺는다. 아마도 더 시간이 흐르면, 그때 쯤에는 외할아버지의 죽음을 자연스레 인정하고 더 이상 보고 싶다는 말을 안하게 되는 날이 오게 되면... 그때는 더 이상 이 책을 읽어주지 않아도 될 듯 싶다.
시공주니어 [네버랜드 마음이 자라는 성장 그림책] 시리즈에서 제일 마음에 드는건, 마지막에 나오는 부모님을 위한 우리 아이 성장 이야기 편이다!
장례식을 마치고 맨 처음 아들이 외할아버지가 어디 있냐고 물었을 때, 나는 아직 죽음을 알려주면 안될 듯 싶어서... 외할아버지는 병원에 계시다고 했었다. 그런데, 지금도 간간히 외할아버지 보고 싶다고, 외할아버지 보러 병원에 가자는 말을 할 때마다 내가 잘못했다는 것을 깨닫는다. 이 책의 톰의 부모가 그런 것처럼 솔직하게 말해주고, 마지막 작별할 기회를 줬어야 하는데 그러지 못한 것이 안타깝다.
그래도 이 책을 읽고 난 후에 계속 외할아버지는 돌아가셨고, 지금 하늘나라에 계시다는 이야기를 틈틈히 했더니.. 가끔은 공룡을 갖고 놀면서 "엄마, 외할아버지는 하늘나라에서 공룡이랑 놀고 있겠다~ 공룡도 아주아주 옛날에 다 죽었쟎아!" 라면서 이야기를 한다.
내일은, 두달 만에 또 친정 아버지를 만나러 이천 호국원에 간다. 오늘 이 책을 읽어 주면서 아들에게 내일 외할아버지를 만나러 갈 거라고 이야기해뒀는데.. 톰처럼 작은 화분이라도 하나 사 가야할 듯 싶다. 어짜피 그곳에 두지 못하고 다시 가져와야 할테지만, 외할아버지가 하늘나라에서 화분에서 꽃이 피길 기다릴거라고 마음을 다독여줘야할 듯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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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놀아도 재미나요'에 이어 두번째로 만나는 네버랜드 마음이 자라는 성장 그림책은 생활 동화로 아이들이 생활하면서 겪는 다양한 에피소드와 그런 일을 통해서 무엇을 느끼고, 배우는지를 접하면서 스스로 생각하고 깨달을 수 있게 해주는 책이예요. 사실 엄마의 열마다 잔소리 보다 더 큰 힘이 있기도 하고요. 이번에 접한 책은 '할아버지는 어디 있어요?'란 책으로 다소 무거운 주제를 담고 있어요.
아직 경험한 적도 없고, '죽음'이란 단어의 뜻을 모르고, 그것이 무슨 의미인지 알지 못하는 아이에게 가족의 죽음을 이야기 해준다는 것이 어렵게만 느껴졌어요. 책을 읽어 주면서 아이가 어떻게 하면 알아 들을 수 있을까 나름 이야기를 해줘도 다시는 볼 수 없다는 것과 죽으면 땅에 묻힌다는 것을 이해를 하지 못하더군요. 아직 어린 아이에게는 어렵게 느껴지는 주제이기도 하고, 이왕이면 행복하고, 좋은 이야기만 보여주다가 어려운 주제의 책이라서 아이가 놀라지 않을까 걱정스러웠어요.
하지만 아이 나름대로 엉뚱하게 상상하게 하지 않고 정확하게 죽음에 대해 얘기해주는 모습과 장례에 직접 참석해서 함께 하는 모습을 보면서 다소 직선적이라고 느껴지긴 했지만 마냥 어리다고 언제까지나 미화된 모습으로 알려줘서는 안된다는 것을 알기에 좀더 진지해질 수 있었지만 결코 무겁지는 않았어요. 그런 마음이 아이에게도 자연스럽게 전달이 되었고요. 그래서 사랑하는 사람을 잊지 않기 위해서 어떻게 해야 하는지 이야기 해주고, 지금 함께 하는 시간을 더욱 소중하게 생각하며 최선을 다해서 대해야 한다는 것을 말해줄 수 있는 시간이었어요.
죽음이란 것이 마냥 무겁고 접하기 싫은 주제라고 생각했는데 의외로 아이 눈높이에서 쉽게 접근하니 죽음에 대해 좀더 진지한 마음으로 생각해 보게 되었고, 사실을 있는 그대로 받아 들일때에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상처 또한 회복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어요. 마음이 자라는 성장 그림책을 통해서 왠지 우리 아이가 한층 더 자란 것 같아요. 다양한 주제로 접근하며 아이 마음을 어루 만져주는 그림책 정말 마음에 들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