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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유학의 거장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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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유학의 지형도는 크게 기학과 이학 두 계열로 나뉜다. 이학은 이념과 도덕을 중시하는 경향이고, 기학은 현실과 자연을 중시하는 경향이다. 이학이 선험적, 형이상학, 관념론, 원리주의, 도덕윤리, 종교, 슈퍼에고, 주자학의 의미군이라면, 기학은 경험적, 형이하학, 유물론, 공리주의, 자연물리, 과학, 에고, 실학의 의미군으로 분별할 수 있다.   조선 유학의 주류는 주자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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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유학의 지형도는 크게 기학과 이학 두 계열로 나뉜다. 이학은 이념과 도덕을 중시하는 경향이고, 기학은 현실과 자연을 중시하는 경향이다. 이학이 선험적, 형이상학, 관념론, 원리주의, 도덕윤리, 종교, 슈퍼에고, 주자학의 의미군이라면, 기학은 경험적, 형이하학, 유물론, 공리주의, 자연물리, 과학, 에고, 실학의 의미군으로 분별할 수 있다.

 

조선 유학의 주류는 주자학, 즉 이학이다. 이학의 근본 사유는 인간 존재의 우주적 의미와 책임을 강조하며, 그 창조적 과정에 동참하기를 요구한다. 그 참여는 마음의 혼탁함을 지우고, 자기 존재의 우주적 의미와 책임을 확인하며, 그것을 일상의 구체적 삶 속에서 지속적으로 실천해나가는 것에 다름 아니었다. 이학은 이의 유위를 주장하는 주리파와 이의 무위를 주장하는 주기파로 구별된다. 율곡 학파가 주기파이고, 퇴계 학파가 주리파이다.

좀더 상술한다면, 이학 계열은 크게 유기(서경덕, 이광사, 임성주), 주기(이이, 정도전), 주리(이황, 조식), 유리(이항로, 최익현, 신채호) 네 가지로 구분된다.

 

이기이원론理氣二元論 생명의 자연성과 의미의 초월성을 이원화. 생명 너머의 형이상의 의미를 독립적으로 인정하고 추구한다. 이 점에 있어 퇴계와 율곡 사이에 아무런 이견이 없다. 주리와 주기는 이기이원론하에서 갈라지는데 그 특성은 다음과 같다.

a)주리主理 이理의 유위有為를 강조, 즉 의미의 능동적 권능을 확신(이때 '의미'는 '의지'의 성격을 갖는다). 물론 같은 주리의 계열에도 세부적 차이는 있다. 가령 퇴계는 이의 유위와 동시에 기의 유위를 인정하여 대대對待의 호발互發을 말하나, 조선 후기 주리론은, 특히 노사 기정진에게 특징적인데, 이의 유위가 절대적으로 강조된면서 기는 종속적 위상을 갖게 된다.

b)주기主氣 기氣만의 유위를 인정하고 이의 무위를 강조한다. 율곡은 말한다. "우주간에 의미理는 생명과 사건들 속에서만 드러날 뿐, 자신의 존재를 형이하학, 즉 물리적 활동으로 내보이지 않는다! 그러므로 이가 사단의 발發로 자신을 증거한다는 퇴계의 주장에 동의할 수 없다." 퇴계는 선생 주자가 그렇게 믿었다고 주장하는데, 율곡은 만일 주자가 진정 이의 유의와 능발能發을 믿었다면 그 역시도 틀렸다고까지 극언한 바 있다. 조선 후기 주기의 대표인 간재는 이 노선 하에서 그의 세계관과 인간관을 구축했다.(355, 356쪽)

 

기학은 인간을 그 개인적 사적 기에서 읽는다. 기학은 인간을 우주적 유기적 전체의 관점에서 읽지 않고 분절된 몸의 욕망 위에 선 주체로서 읽는다. 기학은 사적 개인적 관심과 욕망을 통해 자연을 이용하고 사람들과 관계를 맺는다. 혜강 최한기가 대표적인데, 기학의 정치적 성향은 실용주의다.

 

이학의 주류는 단연 노론의 주기다. 주기는 출사, 즉 참여를 통해 현실의 실질적 개선을 향해 나아갔다. 주기는 내성보다 외왕을 강조하면서 사회적 예치 질서의 확립을 추구했다. 주기는 '이의 선험적 절대'를 강조하고, 이를 외적 규범과 지식의 습득, 타율적 적응의 의미 지형에서 바라본다. 주기는 기의 일탈과 불완전을 다스리기 위해 외면적 규율, 즉 예교에 의존한다. 주기의 대표자는 율곡 이이인데, 개인의 수양도 중시했지만 사회구성원들의 공동체적 덕성을 더욱 강조했다. 율곡의 수양론은 『격몽요결』에 잘 드러나 있는데 여기서 입지, 거경, 궁리, 역행을 강조했다. 율곡은 성인이 되는 길에 가장 큰 걸림돌이 무리와 어긋날까 싶어 두려워하는 것으로 꼽았다.

한형조는 양명학, 서학, 원시유학, 문학자들을 주기에 대한 다양한 회의와 대안의 유형으로 간주한다. 양명학은 소론 강화학파로, 최명길과 정길두가 있다. 서학은 남인 성호좌파로 이익, 권철신, 정약용이 있다. 윈시유학은 소론 남인으로 윤휴, 박세당, 장약용이 있다. 문학자들은 북인, 소론, 노론, 서얼 등 다양한데 허균, 이광사, 박지원, 이옥이 있다.

반면에 주리는 외부적 규범보다 자기 내적 주체성을 더 중시했다. 주리는 현실의 기에 좌절했으므로 인간의 기를 낙관하거나 신뢰하지 않았다. 물러나 은거하여 수신하는 것을 강조했다. 율곡이 정치적이라면 퇴계는 종교적이다. 이런 특성은 사회 정치적 여견의 탓도 있지만, 이들의 기질과 개성 탓도 무시할 수 없다. 주리는 현실과 이상, 도학과 속학 사이의 골을 크게 파놓았고, 종교적 금욕에 가까운 칠정에 대한 견제를 지향했다. 한편, 퇴계와는 달리 남명 조식은 내적 주체성의 자발성과 자기 형성력을 옹호하고 경전의 권위적 지식이나 예의의 타율적 적응에 저항했다. 남명은 외적 표준의 인지와 그 내면화라는 주기의 발상에 동의하지 않았고, 주자학의 번쇄한 지식과 형식적 의례에 신랄하게 반발했다. 한말의 주리론자로는 화서 이항로, 노사 기정진, 한주 이진상이 있다. 

"인간과 다른 생명의 본성이 같다"는 외암의 주리적 견해는 과학적 객관성을 놓쳤을지는 모르나 신분적 제약을 풀어주고, 오랑캐인 청과의 대외적 관용 위에서 문화적 교섭과 회통을 진작시키는 사상적 기반이 되었다. 여기에서 북학의 실학이 자란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그리고 여성 유학자들 또한 이 바탕 위에서 주자학적 교양을 익히고, 주자학적 공부를 발전시킬 수 있었다. 녹문 임성주의 누이인 임윤지당과 또다른 여성 유학자 강정일당은 "하늘이 내린 성에 어찌 남녀의 차별이 있으랴"라고 말하면서 성인을 지향해 노력해갔던 것이다. 임윤지당이 낙론의 주리를 일층 발전시킨 녹문의 누이인 것 또한 내게는 우연처럼 보이지 않는다.(301, 302쪽)​

 

z***a 2014.10.31. 신고 공감 1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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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유학의 거장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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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유학의 거장들 한형조 지음 문학동네 2008.10.02 평점 조선유학의 거장들   요즘 내 마음속에 맴돌고 있는 유학의 궁금증과   많은 생각들을 정리해주는 저자 한형조 교수의 또다른 조선유학설명서   책은 시간의 순서대로 16세기 백화의 정원에서   1554년 금강산, 청년율곡과 어느 노승과의 대화로 시작   퇴계의 성학십도, 주자학의 설계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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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유학의 거장들

한형조 지음
문학동네 2008.10.02
평점

조선유학의 거장들

 

요즘 내 마음속에 맴돌고 있는 유학의 궁금증과

 

많은 생각들을 정리해주는 저자 한형조 교수의 또다른 조선유학설명서

 

책은 시간의 순서대로 16세기 백화의 정원에서

 

1554년 금강산, 청년율곡과 어느 노승과의 대화로 시작

 

퇴계의 성학십도, 주자학의 설계도

 

남명 조식, 칼을 찬 유학자

 

17세기들어 철학적 격돌과 심화편에서

 

인물성동이론의 논점과 해법

 

18세기 위로부터의 개혁론에서는

 

군사정조, 다시금 주자학을 외치다

 

주자학과 다산, 그리고 서학이 갈라지는 곳

 

실학, 혹은 흔들리는 이학의 성채

 

19세기 도학의 수호자들 편에서는

 

한말 유학자의 선택, 저항 또는 은둔

 

그리고 20세기 지구공동체를 향한 꿈 에서는

 

혜강 최한기의 기학을 통해 조선 유학사를 정리한다.

 

 

 

도대체 지금 시점에 고리타분한 유학이 왜 필요할까?

 

매일 뉴스에서 나오는 사건사고를 들을 때마다 도대체 왜 저렇게 까지

 

하는 의문과 화가 문득문득 올라올때

 

오래된 경구가 들려주는 깊은 울림에 그 답을 생각하게된다.

 

 

오랜시간변화와 발전을 계속한 조선유학 속에서

 

자본주의 이후 세상 의 가능성을 본다면 어떨까?

 

우리가 가지고 있던 인, 의, 예, 지 네 글자속에 해결의 실말이가 있다는 생각을 하면서

 

보수적이 고루한 유학의 이미지를 바꾼 남명 조식 의 시를 떠올린다.

 

 

40년 동안 더럽혀져온 몸

 

천섬되는 맑은 물에 싹 씻어 버린다

 

만약 티끌이 오장에 생긴다면

 

지금 당장 배를 갈라 흐르는 물에 부쳐 보내리라

 

 

남명 50세 되던해 기유년(1550), 지우들과 감악산 아래에서...

 

 

e*****a 2010.10.28. 신고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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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물로 살피는 조선 유학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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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물로 조선 유학사의 핵심을 살폈다. 논문집이다. 인물성동이론으로부터 이기철학의 핵심을 살폈다. 정조라는 인물의 사상적 배경을 알 수 있다. 특히, 조선 철학의 흐름을 한 눈에 알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다.   결국, 조선 유학사는 세상은 어떻게 움직이냐라는 질문에 대한 답이다. 그 답은 이기론으로 정리할 수 있다. 이는 세상을 움직이는 원리이고, 기는 '유한하고 일탈된 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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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물로 조선 유학사의 핵심을 살폈다. 논문집이다. 인물성동이론으로부터 이기철학의 핵심을 살폈다. 정조라는 인물의 사상적 배경을 알 수 있다. 특히, 조선 철학의 흐름을 한 눈에 알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다.

 

결국, 조선 유학사는 세상은 어떻게 움직이냐라는 질문에 대한 답이다. 그 답은 이기론으로 정리할 수 있다. 이는 세상을 움직이는 원리이고, 기는 '유한하고 일탈된 인간 존재의 조건이자 운명'이다. 실제 세상을 움지이는 것은 이냐 기냐라는 문제다. 퇴계는 이가 실제 작용한다고 보았고 율곡은 이는 무위이고 실제 작용은 기가 한다고 보았다. 그래서, 퇴계는 사람과 동물의 성은 동일하다고 보았고 율곡은 다르다고 보았다. 객관적인 현실세계에 맞는 것은 율곡의 주기론이다. 그런데, 일견 생각하기에 현실적인 율곡의 주기론이 실학과 연결된다고 보기 싶다. 현실은 다르다. 실학은 일반적 통념과 다르게 퇴계의 주리론과 연결된다. 주리론에서 노론 실학으로 이어지는 고리에서 연암과 같은 북학파가 있다. 실제 연암의 호질을 보라. 호랑이가 선비를 꾸짓는다. 호질을 보는 시각은 조선 유학사의 이기론을 통해 더욱 깊어졌다. 연암의 주리론과 연결되는 실학에서는 동물의 이나 사람의 이나 결국 차별이 없다. 마찬가지로 오랑캐인 청나라의 이와 조선의 이는 차이가 없다. 여기서 북학에 대한 열정과 경세치용이 나오고 현실과학이 발전하는 역설이 생긴다. 이 과정에서 주기론 계열인 율곡 계열은 독특하다. 기가 세계를 움직이는 원동력이다. 이는 더럽혀지기 쉽다. 그래서, 주기론 계열은 끊임없이 조심하고 자신을 경계한다. 그러다보니 예학이 발전하고, 이단을 경계하게 된다. 보수화되는 것이다.

 

또 주목해야 할 것은 서학과 주자학의 관련성이다. 천주학과 주자학은 서로 다른 동네 같지만 결국 절대적 일자를 놓는다는 점에서 일치한다. 천주학에서 일자는 주님이고 주자학에서는 이다. 여기서, 왜 주리론이후 남인 계열이 서학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일 수 밖에 없었는 지 알 수 있다. 그러나, 또 그 과정이 왜 일방적 수용이 아니라 창조적 수용이었는지도 알 수 있다. 조선의 선비들은 절대적 가치인 주님을 단순히 지옥이나 구복적 도구로 이용할 수 없었던 것이다. 주님 안 믿으면 지옥간다는 것은 조선 선비들에게 당연히 '何必曰利'라는 맹자의 말을 떠올리게 만들 수 밖에 없다.

 

한말 유학과 주리론의 관련성도 재미있다. 나는 조선 유학자들 특히, 주리론자들이 보수성 때문에 개화기에 문물을 받아들이지 않고 무조건 쇄국했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주리론자들은 심즉리라는 생각에 의해 마음에 의해 리의 본연지성에 누구나 가까이 갈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렇다면 인간은 누구나 동일한 가치를 가진다는 생각에 가까워진다. 즉, 인간은 노력하면 누구나 성공할 수 있다는 생각은 주체를 탄생시킨다. 여기서 이 주체는 한말 의병운동의 구심이 된다. 다시 역설적으로 주기론자들은 현실의 기가 더렵히지는 것이 두려워 보수적이 되고 현실과 유리되어 경학의 전통을 지키려고 한다.

 

 

이 책은, 정약용, 정조, 최한기도 같이 연결시켜 조선유학사 전체를 이해할 수 있다. 조선유학이 어쩔 수 없이 사변적이라는 사실을 부인할 수 없다. 반면, 역사 이해를 어떤 고정된 틀로 이해한다는 것이 얼마나 위험한 지도 알 수 있었다. 이 책을 읽지 않았다면, 나는 계속 주리론과 주기론을 오해했을 것이다. 주리론과 실학의 연관성을 몰랐을 수도 있으며, 서학과 주자학의 연관성도 몰랐거나, 고정된 시각에서 도식적으로 이해했을 것이다. 이 책은 조선 유학사를 역동적으로 이해할 수 있게 해 준다. 책에서 전달하는 정보량이 많아서 책의 내용을 정리하는 데 그쳤다.

 

 

 

 

 

g********m 2009.01.25. 신고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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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유학의 거장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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율곡은 천재로 소문났다. 누가 율곡전서 맨 첫머리의 파주 화석정 시를 여덟살 코흘리개의 작품이라 하겠는가. 그 어려운 한문책을, 무슨 소설책도 아닌데, 한눈에 열다섯 줄밖에 못 읽는다고 겸양해서, 검정 콩알에 코 박고 끙끙대는 나를 좌절시켰다. 예나 지금이나 그런 재주에 세속이 거는 기대는 비슷하다. 과거시험에 급제하여 높은 벼슬에 오르는 것. 어사화를 꽂고 3일 가두 퍼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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율곡은 천재로 소문났다. 누가 율곡전서 맨 첫머리의 파주 화석정 시를 여덟살 코흘리개의 작품이라 하겠는가. 그 어려운 한문책을, 무슨 소설책도 아닌데, 한눈에 열다섯 줄밖에 못 읽는다고 겸양해서, 검정 콩알에 코 박고 끙끙대는 나를 좌절시켰다. 예나 지금이나 그런 재주에 세속이 거는 기대는 비슷하다. 과거시험에 급제하여 높은 벼슬에 오르는 것. 어사화를 꽂고 3일 가두 퍼레이드를 한 뒤에 임금에게 첩지를 받는 것이 조선 선비들의 공통된 꿈이었다.

s*******i 2017.02.25. 신고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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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유학의 거장들_한형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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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독서는 작가와 독자의 상호작용의 결과물이다. 워낙 나 스스로 유학에 대한 배경지식이 없어서 처음 한형조 '조선 유학의 거장들'의 서술방식이나 주요 개념들이 잘 파악하지 못해서 읽어나가기가 부담스러웠다. 물론 재미도 없었다.  그러나 2장 퇴계를 읽어가면서 작가의 개념들이 이해되기 시작하고 작가의 중심 주제가 무엇인지 느껴지면서 재미있게 읽어 나갈수 있었다. 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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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독서는 작가와 독자의 상호작용의 결과물이다. 워낙 나 스스로 유학에 대한 배경지식이 없어서 처음 한형조 '조선 유학의 거장들'의 서술방식이나 주요 개념들이 잘 파악하지 못해서 읽어나가기가 부담스러웠다. 물론 재미도 없었다.  그러나 2장 퇴계를 읽어가면서 작가의 개념들이 이해되기 시작하고 작가의 중심 주제가 무엇인지 느껴지면서 재미있게 읽어 나갈수 있었다. 전에 읽었던 김교빈의 '한국철학에세이'가 많은 도움이 되었다.

조선시대 유학하면 어렸을 때 짧은 소견으로 부당한 남존여비의 사상을 습속화시겼다는 생각에 무진장 반감이 컸다. 유교, 유학 다 맘에 들지 않아 알고싶어하지도 않았다. 하지만 '학국철학에세이'를 통해서 유학이 철학의 일종이라는 것과 우리 성현들이 인간의 본성, 사회적 가치에 대해서 치열하게 논쟁을 하면서 중국의 학문이 아닌 조선의 유학을 발전시켰다는 긍정적인 생각을 가지게 되었다.

이 책은 시대별로 중심이 되는 유학자의 사상을 중심으로 조선 유학의 흐름을 살폈다.
경전의 해석에 치우치던 경학 수준의 조선 유학이 16세기 율곡에 의해 조선 유학의 화두가 던져졌다. 인의예지의 도덕적 본성인 이(理)가 기질을 통해 발현된다는 주자의 주장에서 율곡은 理의 무위(무위)를 주장하며 理의 발현능력에 의심을 품었다. 퇴계와 같은 유학자들의 반발 뿐만 아니라 같은 학파의 후배들에게서도 비판과 옹호의 학파로 나누어지면서 후세 학자들이 새로운 유학의 경지를 열어가는데 발판이 되어주었다.

퇴계는 인간의 본성에서 기의 유위와 무의 유위를 동등하게 주장하며 이의 능동적 발현 능력을 인정하였고 그 후학들은 이를 더욱 강화시켰다. 율곡의 후예들은 이의 본질에 대해서 인성과 물성의 차이점과 동질성을 주제로 논쟁을 확대해나갔다. 인물성이 모두 같음을 주장하는 외암의 낙론과 인물성이 다름을 주장하는 남당의 호론으로 나뉘면서 오랜 논쟁의 역사를 끌고 간다. 이러한 흐름속에서 지나친 이론적 논쟁이 유학의 본질이 아님을 강력하게 비판하면서 실천력있는 학문 수양을 강조하는 남명, 앞 선 학자들의 논리에 대해서 무비판적으로 받아들이며 실용적 가치로만 가치를 따지는 속학에 대해서 학문의 근본자세는 의심하고 비판하는 주자학의 회귀를 꾀했던 정조, 이기이원론의 틀을 해체하고 당시 새로운 학문의 내용을 취사선택하여 유학을 재구성한 다산, 주기론과 주리론의 논쟁속에서 주자와 같이 '지금'  현재에서 새로운 길을 모색하는 것이 진정한 학문의 길이라는 실학, 시대의 격동속에서 운둔을 통해 유학자의 기개를 지키며 학문을 수양했던 한많은 유학자들, 마지막으로 근대로 오면서 기존 유학의 선험적 규범을 무시하고 경험론적 사고를 발전시킨 기학의 최한기등을 모두 망라하면서 유학의 흐름을 보여주었다.

'조선 유학의 거장들'이라는 이 책을 통해서 유학 발전의 흐름이나 그 사고의 도저한 깊이를 어렴풋이나마 이해할 수 있었다. 그러나 사이사이 조선 유학의 안타까운 현실을 보게 되었다. 이것이 조선유학의 학문적 분위기인지 주자학이 가지는 태생적 한계인지는 알 수 없으나 비주류의 사상 속에서, 학문과 정치의 관계 속에서, 그리고 학문하는 기본적 자세 속에서 더욱 발전할 수 있었던 계기를 놓친 듯한 안타까움이 느껴졌다.

 남명의 날카로운 지적이 퇴계에 의해서 진지하게 받아들여졌다면 후대들에게 탁상공론으로 비판받지 않고 새로운 조선 유학의 지도를 그려냈을 것이다. 또한 학자들이 정치적 야망을 버리고 순수 학자의 입장에 있었다면 그 오랜 논쟁이 가능했을까? 정치 세력화 하면서 자유로운 학문의 비판을 거부하고 당파의 입장을 고수하기 위해서 무조건 따라야 하는 학문의 종교화를 만들어놓지는 않았나 의구심이 든다. 더불어 학문은 기존의 틀을 의심하고 비판하고 수용하고 발전시키는 순환의 과정인데 자신의 틀을 비판하기도 하고, 타인의 주장을 수용하기도 해야 하는데 그런 현실적 노력들이 보이지 않았다. 그래서 다른 집단의 주장을 받아들이려는 노력과 다양한 입장이 가능함을 인정했더라면, 그래서 실학자들의 주장이 진지하게 논의되면서 현실적 기반을 가질 수 만 있었더라도 조선의 역사가 달라졌을지도 모를 일이다.

y*****5 2011.11.15. 신고 공감 0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