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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들의 삶에 숭고한 충고는 하지 말라. 감당할 수 있겠는가
"그녀들의 삶에 숭고한 충고는 하지 말라. 감당할 수 있겠는가" 내용보기
레스토랑 창밖으로 보이는 풍경 하나, 네 명의 여자들이 마주 앉아서 두런두런 수다를 떨며 각자의 접시에 담긴 음식을 포크로 혹은 손으로 집어 먹는다. 그녀들은 각자 개성이 넘치는 아름다운 차림에 확실하고 분명한 목소리로 자신들의 이야기를 스스럼없이 하며 자주 웃다가 가끔씩 까물어치기도 한다. 그녀들의 직업은 섹스칼럼니스트, 연예 에이전시대표, 변호사, 큐레이터이다. 그
"그녀들의 삶에 숭고한 충고는 하지 말라. 감당할 수 있겠는가" 내용보기

레스토랑 창밖으로 보이는 풍경 하나, 네 명의 여자들이 마주 앉아서 두런두런 수다를 떨며 각자의 접시에 담긴 음식을 포크로 혹은 손으로 집어 먹는다. 그녀들은 각자 개성이 넘치는 아름다운 차림에 확실하고 분명한 목소리로 자신들의 이야기를 스스럼없이 하며 자주 웃다가 가끔씩 까물어치기도 한다. 그녀들의 직업은 섹스칼럼니스트, 연예 에이전시대표, 변호사, 큐레이터이다. 그들이 일하는 공간은 뉴욕 맨하탄, 세상에서 괜찮은 남자들과 수없이 연애하고 수없이 이별하지만 그녀들끼리는 언제나 한 통속이다. 그림같은 여자들의 패션과 사랑을 그린 미국드라마속에서 헤매다 보면 현실감이 사라지고 나도 한번쯤 그녀들처럼 했어야 하는데 하는 엉뚱발상도 해본다. 시즌별 보는 재미에 만족했지만 그걸 보면서 현실속에서 살고 있는 내 안의 뜬구름을 펼쳐보는 일은 꽤 쾌락적이었다. 

땅에 발붙이고 살아가는 일상속에는 이렇게 꿈결을 헤매는 드라마도 있지만 결혼을 한 30대 여성들의 일상을 그린 소설도 존재한다. 다만 그녀들의 일상은 꿈결처럼 부웅 뜬 그런 일은 없다. 여자 30대는 여전히 아름다울 나이이지만 결혼과 직업, 아이가 두 세명에 하루가 어떻게 시작되고 끝나는지 모를 정도로 정신없이 지나가면  스스로에게 아름다울 권리조차도 지나치게 된다.

어느 날 문득 거울에 비친 자신의 모습이 낯설 때가 있다. 아이 네명을 낳고 나면 임신 7개월정도의 몸매를 그대로 유지한 이제껏 본 적 없는 낯선 여자가 거울안에 있다고 말하는 여자, 어줍잖게 화장을 하고 마스카라를 바른 고등학교 3학년 학생들에게 캐서린과 히스클리프의 비극을, 브론테자매의 불우한 어린시절을 대화로 풀어가는 이전의 꿈은 원대했던 박사자격의 여자, 가족들이 이제껏 자신의 삶을 쪽쪽 빨아먹었다는 걸 깨달았다고 말하는 친정엄마의 말에 우울해하는 여자, 경제적인 문제때문에 집을 세놓으며 들고 나는 젊은 여자들의 바스오일향기와 자유로운 생활에 자신을 비교하는 여자, 이들은 <알링턴파크 여자들의 어느 완벽한 하루>에 등장하는 그녀들의 일상과 처지이다. 잠깐! 그녀들에게 섣불리 모성의 숭고함을 권하거나 현모양처의 미덕을 강요하지 말길 바란다. 이 소설은 그런 이야기를 하자는 게 아니다.

 

우린 다 재미있게 노는 방법을 잊어 버린 것 같지 않아요? 난민이나 지진 피해자, 유괴된 아이, 굶어 죽는 사람들 같은 것만 생각하다가 정작 나 자신은 잊어버린 것 같아. 그게 비극이지 뭐. 내 말은,  이게 무슨 낭비냐고요! 즐기지도 못할 인생일 바에야, 이게 무슨 낭비냐고. <p144>

 

요즘은 아이들을  기다리는 엄마들도 교문 바로 앞에서 기다리지 않는다. 그들은 단정한 코트를 입은 채 멀찌감치 떨어진 공원 한 쪽에 모여 있었다. 거기 모인 여인들은 놀이터에 새로운 아이가 나타날 때마다, 생각에 잠긴 채 놀이터 담장에 붙어 서 있는 젊은 엄마들을 볼 때마다 알 수 없는 상실감을 느꼈다. 그 모습에서 학교에 다니는 자녀를 둔 엄마들은 자신들이 잘 알고 있는 무엇, 하지만 잃어버린 무엇을 보았다. 인생에 대해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이 드는 것도 그런 풍경을 볼 때였다. <p194>

 

이 소설은 무자비하게 발전만을  강요한 문명속에서 안락함이라는, 편안함이라는, 가족이라는 이름하에 철저히 소외되고 사라져가는 그녀들의 자아상실에 대한 이야기다.

그녀들이 숭상했던 시간, 사랑, 혹은 아이를 품 안에 안았을 때의 따뜻한 느낌, 그것들은 더 이상 관심의 대상이 아니다. 그녀들은 영원히 소유할 수 있는 것에만 관심이 있다. 집, 능력있는 남편, 그리고 무엇보다도 자기 자신. 이제 그녀들은 파멸만은 피하고 싶을 뿐이다. 살아남는데만 정신이 팔린 정치인들처럼.

 

"절대로 나는 아기도 안 가질 거예요. 혼자 살면서 죽어도 결혼 안 할거라고요. 결혼은 증오의 다른 말일 뿐이니까."  그래 네 말이 맞다. 줄리엣은 생각했다. <p217>

 

남편의 손길이 머리카락에 닿을때마다 움찔한 기분을 버릴 수 없었던 그녀는 이제껏 길은 긴 머리카락을 삭둑 잘라버린다. 스멀스멀 기어오르는 갈색의 바퀴벌레가 자신의 머릿속을 헤집고 다니던 악몽과 겹치는 기분, 남편이 사랑하던 그런 머리카락을 자르고 학생들앞에 선 그녀는 의심스러운 호기심을 품은 한 여학생의 질문에 시달린다. 그러면서 단호하게 결혼하지 않을 것을 선언하는 그 여학생의 말에 긴 한숨을 쉰다. 한숨속에 내포된  '그래 네 말이 맞다. 절대 하지 말기를..'

 

돌아보면 파편같은 나날이었다. 현실은 이기심과 탐욕밖에 보이지 않고 그 안에서 가족이라는 구성원들은 그녀, 그녀들을 쪽쪽 빨아먹기만 했다. 어지간히 어지러진 집안 풍경을 대하다보면 누가 누구를 위해 이걸 치우고 정리해야 하는지, 이 일이야말로 그녀들의 의무임을 당당하게 말할 수 있는 사람은 누구일 지 자꾸 물음표만 만들어간다. 긍정적으로 가족을 위해서 내 집을 위해서 해야 한다고 지껄이지 말지어다. 그럼 니가 해봐라하고 바로 공격을 퍼부어댈 영혼들이다. 감당할 수 있겠는가?

 

이 소설의 원제와는 다른 역설적인 표현은 호기심을 자아내고 꽤 신경을 쓴 표지의 아름다움은  추천받을 만하다. 처음 이 소설을 읽어나갈 때 답답한 그녀들의 일상이 싫었는지 아니면 내 일상이 그녀들의 것과 겹쳐서였는지 한쪽으로 버려두었었다. 다시 읽기를 잘 한 것 같다. 답답한 그녀들속에서 일면 나를 발견했고 작가의 위트넘치는 표현속에서 제인 오스틴의 유머를 발견했으니 그 정도면 읽을 만하지 않은가.

 

 



b*******e 2012.02.20. 신고 공감 14 댓글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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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를 위한 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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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소설의 대세는 가벼움이고 감각이고 톡톡튀는 아이디어이다. 어디에도 깊은 주제의식이나 사회에 대한 성찰을 통한 문학의 순기능을 제대로 발휘하는 소설은 잘 찾아 볼수 없는 것이 요즘 소설계의 흐름인것 같다. 작가 이문열도 현대소설이 주제의식이 없이 가벼움으로 치닫는것에 대해 걱정스런 논평을 읽은 적이 있다.   이 소설 <알링턴파크 여자들의 어느 완벽한 하루>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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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소설의 대세는 가벼움이고 감각이고 톡톡튀는 아이디어이다. 어디에도 깊은 주제의식이나 사회에 대한 성찰을 통한 문학의 순기능을 제대로 발휘하는 소설은 잘 찾아 볼수 없는 것이 요즘 소설계의 흐름인것 같다. 작가 이문열도 현대소설이 주제의식이 없이 가벼움으로 치닫는것에 대해 걱정스런 논평을 읽은 적이 있다.

 

이 소설 <알링턴파크 여자들의 어느 완벽한 하루>는 매우 독특한 소설이라고 할 수 있다. 그냥 대충읽으면 30대 여자들의 그저그런 일상을 재미있게 그린 소설같다. 하지만 끝가지 읽어보면 이 소설은 그저그런 소설이 결코 아니다. 여자들의 평범한 삶속에서 느끼는 섬세한 감각을 재미있는 필치로 그리면서 여자들이 느끼고 겪는 환경을 작은 가정이라나 울타리를 넘어서 사회로까지 확장시킨다. 그래서 도덕적 무관심이나 경제적인 성취만을 우월하게 여기는 이 사회를 고발한다. 한편한편이 모두 완성도를 가지고 있지만 전체적으로는 사회비평서로도 가능할수 있다.

 

특히 남자들이 알지못하는 여자들의 복잡하고 미묘한 심리를 잘 느낄수 있을 것이다. 내 친구들에게 소개시켜줘야겠다 ㅋ

 

출판사도 믿을만 하고(출판사 관계자 절대아님~!! ㅋ) 표지도 이쁘다. 그래서 금상첨화 

YES마니아 : 골드 f****1 2008.11.26. 신고 공감 4 댓글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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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질감과 이질감,편안함과 불안함, 자만과 동정의 불안한 조화
"동질감과 이질감,편안함과 불안함, 자만과 동정의 불안한 조화" 내용보기
나는 30대 맞벌이 두아이 엄마.  새벽부터 밤늦게까지 일과 육아와 가사에 정신없이 하루를 보내고 지쳐 쓰러져 일어나면 어느새 또 하루가 지나가 있었다.  하루는 길고 한달은 짧은 생활이 벌써 10년이 다 되어간다.  이런 생활속에서 나를 위한 조금의 시간조차 내기 힘들었지만 나는 점심시간에 서점에서 훑어본 후 어떻게해서든지 읽지 않을 수 없었다.    나를 끌어당긴 것은 조
"동질감과 이질감,편안함과 불안함, 자만과 동정의 불안한 조화" 내용보기

나는 30대 맞벌이 두아이 엄마.  새벽부터 밤늦게까지 일과 육아와 가사에 정신없이 하루를 보내고 지쳐 쓰러져 일어나면 어느새 또 하루가 지나가 있었다.  하루는 길고 한달은 짧은 생활이 벌써 10년이 다 되어간다.  이런 생활속에서 나를 위한 조금의 시간조차 내기 힘들었지만 나는 점심시간에 서점에서 훑어본 후 어떻게해서든지 읽지 않을 수 없었다. 

 

나를 끌어당긴 것은 조금씩 내 삶이 이렇게 단조롭게, 나를 위해서가 아니라, 인류를 구원하는 위대한 일이 아니라 쓰레기통을 버리고 설겆이를 하는 사소한 일로 모두 채워질지 모른다는 데서 오른 허전함, 지루함, 불안함때문이었다.  책을 사면서 나는 어쩌면 그 답답함에 대한 변화의 방법과 사례를 수집할 수 있을수도있다는 기대를 했다.

 

책속 여인들 속에서 나는 조금씩 내 모습을 발견했다.  처음엔 나와 같다는 동질감속에 편안해졌고, 별수없다는 불안함을 느꼈고, 다른 모습을 발견할때는 나와 다르다는 사실에 뿌듯해졌다가도 그녀들이, 그리고 내 자신이 가엾어지기도 했다.

 

가상의 인물인 그녀들과 나는 하루를 공유하면서 공감을 나누었다. 그녀들의 하루는 도무지 완벽할 수 없었지만, 그 사실에서 나는 더한층 위로를 받았다.  책을 책장에 꽂으면서 계속 허전했지만, 달라진 점은 그대로도 괜찮았으며 앞으로도 괜찮을 거라는 지루한 느낌을 다소간의 긍정적인 시각으로 느끼게 되었다는 것이다.

 

나처럼 바쁘지만 허전한 30대의 여인들에게 이책을 권해드리고 싶다. 고속도로와 같은 나날에 더한층 애정의 눈길을 가질수 있을수도 있다는 이유로 말이다.

 

 

 

n*****1 2008.11.11. 신고 공감 3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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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들에겐 성공이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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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것이 침체된 요즘 같은 때에 제 집을 소유한 사람들은 이미 성공한 것일지도 모른다. 일할 곳이 없어 헤매는 사람들이 널렸음에도 여전히 직장 생활을 하고 있는 이들은 말할 것도 없다. 쾌적하고도 비좁지 않은 집, 안정적인 직장 그리고 문제 없이 자라는 아이들. 더 이상을 꿈꾸는 것은 철없는 아이에게나 어울리는 사치일 것만 같다. 하지만 모든 요소들이 갖추어진 듯한 환경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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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것이 침체된 요즘 같은 때에 제 집을 소유한 사람들은 이미 성공한 것일지도 모른다. 일할 곳이 없어 헤매는 사람들이 널렸음에도 여전히 직장 생활을 하고 있는 이들은 말할 것도 없다. 쾌적하고도 비좁지 않은 집, 안정적인 직장 그리고 문제 없이 자라는 아이들. 더 이상을 꿈꾸는 것은 철없는 아이에게나 어울리는 사치일 것만 같다. 하지만 모든 요소들이 갖추어진 듯한 환경에도 불구하고 외로움을 느끼는 이들이 있다. 그들의 이름은 다름 아닌 여성이다.

결혼은 환상 아닌 현실이다. 하지만 각종 매체에서는 화려함을 부각시키기에 급급하다. 현실에선 존재하기 힘든 백마 탄 왕자를 꿈꾸는 이들이 많은 까닭이랄까? 조금은 가슴이 쓰라리기도 하지만 그녀들에게 나는 이 책을 권하고프다. 겉으로 보기엔 완벽해 보일지라도 실상은 그렇지가 않다고, 이젠 현실에 눈을 뜰 때가 되었노라고. 이 책은 알링턴파크라는 이름을 가진 (가상의) 동네에 거주하는 여성들의 삶을 다루고 있다. 이 곳은 북적이는 런던과는 달리 고요한 시골풍을 띠고 있는, 하지만 입성을 위해서는 적지 않은 시간과 노력을 필요로 하는 중산층 마을이다. 이 곳에 삶을 꾸렸다는 것은 한 마디로 표현해 성공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마치 우리나라의 타워팰리스가 부를 상징하는 것처럼 하지만 그 곳에 사는 사람들의 면모를 들여다 보고 있자니 이것을 성공이라 칭해도 좋을까란 생각이 절로 든다. 남성들만 놓고 보면 성공일 수도 있다. 허나 이는 이 책을 쓴 작가의 그리고 읽는 우리의 관심사가 아니다. 여성을 중심에 놓고 보니 판단이 흐려진다. 주목 받기 힘든 여성적 삶을 전면에 내세우는 것 자체가 우리에겐 익숙한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학창 시절 꽤나 성적이 뛰어났던 여학생도 결혼 후엔 일차적으로 아내 그리고 어머니의 역할을 수행해야만 한다. 직장에서 제 아무리 높은 지위를 획득했더라도 일차적 역할을 제대로 감당해내지 못한 여성은 사회의 비난으로부터 자유롭기가 힘들다. 알링턴파크의 여성들도 그와 같은 사회의 시선을 감당하며 살아가고 있었다. 여성으로 태어난 자라면 받아들여야만 하는 일종의 원죄랄까? 그녀들은 제 안에서 꿈틀대는 자신의 이름을 억누른다. 여성으로서, 아니, 한 개인으로서 꿈꾸고픈 것들이 스스로에 의해 부인된다. 피상적으로 느끼기에 가정에 안주하는 그리고 직장에서 별볼일 없는 현실에 대한 책임은 그녀들이 져야만 한다. 그렇지만 주어진 역할을 박차고 나가는 것이 가능하냐? 그것도 아니다. 영원히 충족될 수 없는 욕망을 끌어안은 채 살 수밖에 없는 운명에 놓인, 그녀들의 문제는 어디서부터 해결해야 좋을지 알 길이 없는 부류의 것이다.

 

그렇게 영국은 사라지겠지

그림자도 평원도 길도

공회당도 합창단의 조각 의자도

책들이 남아 전시실을 지키겠지만

우리에게 남는 것은

콘크리트와 타이어뿐인 것을

 

누가 지은 시인지 알 길은 없지만, 이 책의 후반부에 등장하는 이 시는 아름다운 것들이 파괴되고 있음을 의미한다고 했다. 꼼짝도 하지 않는 남편, 혼자서 8인분의 식사를 준비하면서도 좋은 소리는 못 듣는 크리스틴도 알고 보면 아내나 엄마이기 이전에 한 명의 여성이다. 현재는 그저 그런 교사의 삶을 살고 있는 줄리엣도 한 땐 촉망 받던 여학생이었다. 그녀들에게는 나름 괜찮았던 과거가 있다. 현실이 불우한 것은 아니지만, 오히려 행복한 가정을 꾸리고 있는 듯해 보이기도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녀들의 삶은 지긋지긋하다. 꿈은 이룰 수 없는 것으로 변해버린 지가 오래고, 끊이지 않는 가사 노동과 좀체 가만히 있질 않는 아이들의 재잘거림까지. 결혼은 둘이 하는 것이련만 이 책에서 남편들은 거의 부재 상태다.

작가는 누군가를 원망하려 들지 않았다. 소설의 결말도 여성 주인공들이 가정을 박차고 나가는 형태가 아니다. 오히려 하루 죙일 가사 노동이 시달린 크리스틴을 못미더워하는 조의 시선을 등장시킴으로써 저자는 부당한 구조가 반복될 수밖에 없는 것임을 암시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의 제목은 완벽한 하루란다. 그녀들의 삶이 진정 완벽했는가? 고개를 젓다가도 완벽치 않은 부분을 수정하려면 어찌 해야 좋을지 마땅한 생각이 떠오르지 않는다.

그렇게 여성적인 것은 우리 사회에서 인정받기 힘들다는 것을 저자는 말하고 팠던 게 아닐까 싶다. 어제나, 오늘이나 별반 다른 게 없는 삶을 꾸리고 있는, 아내 그리고 어머니란 명찰을 달고 이 땅에서 살아가는 여성들이 많음을 그녀는 말하고 팠던 모양이다.

이달의 사락 q*****2 2008.11.16. 신고 공감 1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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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벽하지 않은듯하지만 완벽한 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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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잡으면 좋든 싫든 다 읽었으면 좋겠다. 이 책이 아니라고 생각하면 책을 덮어야한다고들 많이 말하지만 내가 선택한 책은 왠만하면 다 읽고 싶다. 아니면 그 책들을 볼 때마다 그냥 책에 미안함이 든다. 책장 속에 마안함이 가득 쌓이는 것 이 싫어 이 책을 정말 끝까지 읽었다. 다 읽고 나서 나에게 칭찬해 주웠다. 수고했다고 잘했다고. 알링턴파크 여자들의 어는 완벽한 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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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잡으면 좋든 싫든 다 읽었으면 좋겠다. 이 책이 아니라고 생각하면 책을 덮어야한다고들 많이 말하지만 내가 선택한 책은 왠만하면 다 읽고 싶다. 아니면 그 책들을 볼 때마다 그냥 책에 미안함이 든다. 책장 속에 마안함이 가득 쌓이는 것 이 싫어 이 책을 정말 끝까지 읽었다. 다 읽고 나서 나에게 칭찬해 주웠다. 수고했다고 잘했다고.

알링턴파크 여자들의 어는 완벽한 하루는 정말 지루했다. 무엇을 말하고 싶은 것일까? 여자들의 생각을 솔직히 담는다고 하는데 잘 모르겠다. 인간의 생각을 꼭 굳이 다 들어낼 필요가 있을까? 다들 조금씩 자신을 속이면 살아간다. 그거 누구에게든 말이다. 거짓말을 하지 않는 사람을 없다. 다른 사람을 위해 자신을 희생하면서 살아가지 않는 사람은 없다. 그게 여자라고 더하고 엄마라고 더한다고 말하는 이소설이 읽는 내내 불편했지만 여자들에게 무조건적인 모성을 강요하지 않는 것은 맘에 들었지만 그래도 불편했다.

솔직히 나에게 많이 부족한 모성을 딱 집는 것 같아서 더욱 그랬다. 여성들이 결혼을 회피하는 이유를 솔직히 표현한다. 남편과 아이들 속에서 살아가는 기혼여성들의 삶의 이야기 속에서 나는 살아지고 가족이라는 단어만 남는다. 솔직히 먹고 살만한 아줌마들의 특혜 받은 고민 같은 이야기라고 하는 사람도 있을 수 있지만 다른 사람의 고통을 무어라고 평가할 수 없다.

솔직히 다 이해할 수가 없어 읽으면서 지겨웠고 이해하고 싶지 않아 힘들었다. 결혼하면 다 그렇게 자신의 존재감이 없어지는 것일까.. 정말 이것이 현실일까.. 그럼 난 어떻게 살아가야 나 자신을 지킬 수 있을까..

결혼에 대해 생각이 많아지는 나이여서 그런지 그냥 스쳐지나 가는 책은 아니었다. 이 책을 놓지 못한 이유는 다만 책에 대한 미안함 때문이 아니라 미래에 펼쳐질 내 삶에 대한 미안함 때문이지 않을까 했다.

 

“과거에만 묻혀서 살 수는 없는 거잖아요, 안 그래요? 그냥 똑같이 머무르는 게 행복한건 아니잖아요. 변화를 받아들이고 미래를 맏아들여야죠!”

“그렇게 생각하신다면 당신 자신이 미래인 겁니다.”

.....계속 앞으로 나아가며 얻을 수 있는 것은 모두 얻고 절대 한계를 두어서는 안 된다.

 

그냥 이 말이 좋았다. 결혼은 절대 안한다고 생각하면서 살았는데 어느 순간에 결혼은 꼭 해야 한다고 생각하면서 살아가고 있다. 내 자신의 변화에 무언가 한계를 두는 것이 아니라 자연스럽게 받아들인다면 좋을 것이라는 생각을 했다. 정말 끝까지 읽길 잘했다고 또 한 번 칭찬해 주웠다.



f*******s 2011.02.22. 신고 공감 1 댓글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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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링턴파크에서 무슨일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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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다보니 자연스럽게 몇년 전 유럽여행하면서 들렀던 영국의 하이드파크가 떠올랐다. 그곳에 사는 사람들의 생활이 이러했을까? 비가 오는 음울한 날씨를 닮아 성격마저 가라앉고 조금은 신경질적으로 느껴지는 알링턴파크의 여자들. 물론 책에 등장하는 알링턴파크는 실제하지 않는다. 또한 처음부터 풍경과 사물에 대한 묘사가 풍성하여 머릿속에 그 곳의 풍경과 등장 인물들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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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다보니 자연스럽게 몇년 전 유럽여행하면서 들렀던 영국의 하이드파크가 떠올랐다. 그곳에 사는 사람들의 생활이 이러했을까?

비가 오는 음울한 날씨를 닮아 성격마저 가라앉고 조금은 신경질적으로 느껴지는 알링턴파크의 여자들. 물론 책에 등장하는 알링턴파크는 실제하지 않는다. 또한 처음부터 풍경과 사물에 대한 묘사가 풍성하여 머릿속에 그 곳의 풍경과 등장 인물들을 머릿속에 상상하면서 책을 읽었다. 이 책은 알링턴파크에 살고 있는 기혼 여성 다섯 명의 하루를 섬세하게 그리며 그들의 불안함과 허무함을 묘사하고 있다.

 

줄리엣은 똑똑했지만 문제학교 선생님인 베네딕트를 만나 두명의 아이를 낳고 알링턴파크에 정착해 시간제 교사를 하며 살아가고 있다. 알링턴파크 내의 가장 좋은 주거지역에 들어가는 것이 목표였던 어맨다는 그 꿈을 이루자 예상과는 다르다는 사실에 당황하고 알링턴파크의 안정적인 주거지역에 자리잡은 크리스틴은 지나친 집착을 보인다. 네 번째 아이를 임신한 솔리는 남는 방을 외국인 유학생들에게 세를 주면서 자신과는 다른 여성들의 삶을 통해 불안했던 자신의 삶에 대해 비로소 안도한다. 마지막으로 런던에 살다가 알링턴파크로 이사를 온 메이지는 그 이사가 자신의 한 시절을 끝나게 만들었다는 것을 깨닫고 후회한다. 모두에게 공통적인 알링턴 파크는 줄리엣에게는 자신의 꿈을 이루지 못한 공간이요 크리스틴에게는 그녀가 아는 세계의 전부이다. 이처럼 알링턴파크가 다섯 여자에게 의미하는 바는 모두 조금씩 다르다. 그들에게 한 가지 공통점이 있다면 현재 자신의 삶에 만족하지 못하고 있으며 결혼과 출산에 따른 결과로 나타난 자아의 상실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남자들은 아이와 관련된 일들은 모두 여자들에게 맡겨지는게 당연한 것처럼 생각한다. 이러한 결과로 여자들은 출산과 육아에 쫓겨 자신만의 시간을 갖을 수 없게 되고 자아의 상실이라는 현상이  발생하게 되는 것이다. 그녀들에게 하루하루는 결코 완벽할 수 없지만 나름대로 자신만의 삶을 조용히 이어나가는 모습이 마치 우리 여자들의 변함없을 미래의 모습인 것만 같아 조금 씁쓸한 기분이 든다. 분명 우리는 다섯 명의 여자들 중 하나의 모습으로 살아가게 될 테니 말이다.

 

허리까지 내려오던 긴 머리를 짧게 자른 줄리엣에게 학생이 왜 머리를 잘랐느냐고 묻자, 줄리엣은 다음과 같이 대답했다. 그녀의 목표 상실에 대한 허무한 마음을 그대로 드러내는 말이었기에 더욱 기억에 남는다.

"뭔가 기다리고 있는데 말이야. 그 일이 절대 일어나지 않을 거라는 걸 깨닫게 될 때가 있단다. 기다리는 동안 뭘 기다리는지도 정확히 모르지. 그냥 다음 단계를 기다리는 거야. 그런데 결국 끝에 가서는 그 다음 단계라는 게 아예 없다는 걸 깨닫는 거지. 지금 있는게 전부라는 걸."

 

 

k******8 2008.12.05. 신고 공감 1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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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특한 시공간 안에 펼쳐진 매우 흥미로운 이야기의 흐름
"독특한 시공간 안에 펼쳐진 매우 흥미로운 이야기의 흐름" 내용보기
표지의 아름다움이 손에 책을 들도록 만들었다. 영국 분위기가 나는 소박한 시골 마을, 몇백년 전으로 생각되는 과거. 가상 시공간. 그런 마을길을 여유롭게 다니는 마을 사람들. 뭔가 흥미로운 이야기가 펼쳐질 것 같은 느낌이 드는 표지그림. 실제로 책 속의 내용은 매우 흥미로운 이야기로 흘러갔고, 다양한 얼굴을 보여주었다. 여성의 생활과 심리에 있어 탁월한 묘사를 보여주었고,
"독특한 시공간 안에 펼쳐진 매우 흥미로운 이야기의 흐름" 내용보기

표지의 아름다움이 손에 책을 들도록 만들었다. 영국 분위기가 나는 소박한 시골 마을, 몇백년 전으로 생각되는 과거. 가상 시공간. 그런 마을길을 여유롭게 다니는 마을 사람들. 뭔가 흥미로운 이야기가 펼쳐질 것 같은 느낌이 드는 표지그림. 실제로 책 속의 내용은 매우 흥미로운 이야기로 흘러갔고, 다양한 얼굴을 보여주었다. 여성의 생활과 심리에 있어 탁월한 묘사를 보여주었고, 시대와 문화 전반에 대한 이해는 적절한 배경에 어울리는 적묘한 이야기를 우리에게 들려주도록 해준다. 감탄할 정도로 정말 재미있다.

m*****0 2008.11.25. 신고 공감 1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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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라는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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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보다도, 첫장을 넘기며 나는 나 스스로가 여자임을 떠올렸었다. 이책을 그리도 현실적이라고 누구는 그랬었지. 그렇담, 시공간을 초월해서라도 일단 책의 대상이자 주인공들과 같은 여자인 내게는 어떻게 다가올 것인가... 같은 별 도움 안되는 생각들을 하면서... 그러나 미리 생각하고 먼저 상상하는 것은 때때로 도움이 안될때가 있다.그리고 내가 간과한 사실이 있다면 그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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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보다도, 첫장을 넘기며 나는 나 스스로가 여자임을 떠올렸었다. 이책을 그리도 현실적이라고 누구는 그랬었지. 그렇담, 시공간을 초월해서라도 일단 책의 대상이자 주인공들과 같은 여자인 내게는 어떻게 다가올 것인가... 같은 별 도움 안되는 생각들을 하면서...

그러나 미리 생각하고 먼저 상상하는 것은 때때로 도움이 안될때가 있다.그리고 내가 간과한 사실이 있다면 그건 나의 스무몇해 삶에서 진짜 여성으로서의 삶에 근접해 보지 못해보았다는 것이었다. 어머니도 아니고, 아줌마도 (아직은) 아니고. 그래서 아직은 상큼?한 내 이십대에 약간 우울한 상상을 보태줄것 같았던 이 이야기들은 결국엔 공감이 되어서 더욱 가슴찌르는 부분도 있다는 것을 나중에서야 알았다. 그리고 책을 덮고나면 한결 가벼워진 마음과 그러나 아직 풀리지 않은 문제들이 생각날것이라는 것도. 

 

 

 

r*******8 2008.10.31. 신고 공감 1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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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픔보다 슬픈 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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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은 인생의 무덤."이라는 말을 입에 달고 살던 여고생 시절이 있었다. 결혼은 절대 하지 않을 거라고.하지만, 어른이 되고 사회의 일원이 되는 과정에서 그 사고방식까지 흡수해버렸던 걸까.. 그 다짐을 잊고 무슨 숙제라도 해 치우듯 결혼해 버렸다. 물론, 행복하다..안정된 가정과 친밀함, 아기가 주는 기쁨은 어디에도 비할 데 없다. 하지만, 순간 순간서서히 '아내'이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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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은 인생의 무덤."이라는 말을 입에 달고 살던 여고생 시절이 있었다.

결혼은 절대 하지 않을 거라고.
하지만, 어른이 되고 사회의 일원이 되는 과정에서 그 사고방식까지 흡수해버렸던 걸까..
그 다짐을 잊고 무슨 숙제라도 해 치우듯 결혼해 버렸다.

물론, 행복하다..
안정된 가정과 친밀함, 아기가 주는 기쁨은 어디에도 비할 데 없다.


하지만, 순간 순간
서서히 '아내'이며 '어머니'라는 이름 안에 죽어가는 나를 본다.
가끔은 그것이 나를 미치게 한다.


<알링턴파크 여자들의 어느 완벽한 하루>의 첫 에피소드에서

"남자는 다 살인자다."라는 문장을 읽고,

순식간에 거기 공감하는 나 자신에게 당혹스러움을 느꼈다.

남편에 대한, 자식에 대한 깊고 진한 애증이 설명되는 순간이었다.

읽으면 읽을수록 동감하게 된 소설.
그러나, 그렇기에
"여기 대한민국에서 뿐이 아니라, 어느 엄마든..어느 아내든 겪는 고통이고 상실이구나..."

하면서 오히려 위로를 받은 소설이었다

a******j 2012.12.31. 신고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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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은 미친짓일까 _ 알링턴파크 여자들의 어느 완벽한 하루
"결혼은 미친짓일까 _ 알링턴파크 여자들의 어느 완벽한 하루" 내용보기
런던 인근의 베드타운 알링턴파크에 사는 중산층 여성들의 삶을 그린 소설이다. 위 문장에서 '런던'을 '서울'로, '알링턴파크'를 '분당'으로 바꾸면, 그러니까 '서울 인근의 베드타운 분당에서 사는 중산층 여성들의 삶'이라고 하면 그것은 곧 나의 어머니의 삶이기도 하다.   지금으로부터 25년 전, 어머니는 학교를 졸업하고 바로 직장에 들어가 친정 식구들을 부양하기 위해 일만 하
"결혼은 미친짓일까 _ 알링턴파크 여자들의 어느 완벽한 하루" 내용보기
런던 인근의 베드타운 알링턴파크에 사는 중산층 여성들의 삶을 그린 소설이다. 위 문장에서 '런던'을 '서울'로, '알링턴파크'를 '분당'으로 바꾸면, 그러니까 '서울 인근의 베드타운 분당에서 사는 중산층 여성들의 삶'이라고 하면 그것은 곧 나의 어머니의 삶이기도 하다.  

지금으로부터 25년 전, 어머니는 학교를 졸업하고 바로 직장에 들어가 친정 식구들을 부양하기 위해 일만 하다가 옆 부서에서 일하던 신입사원, 그러니까 지금의 나의 아버지와 1년 연애 끝에 결혼했다. 결혼을 하면 여자가 직장을 그만두는 것이 그 때의 상식이었고, 어머니도 자연스럽게 직장을 그만뒀다. 그리고 그 때부터 오로지 나와 동생을 키우고 내조를 하는 데에만 전념하며 25년을 보냈다. 

이 책을 읽는 내내 어머니의 인생에 대해 생각했다. 이제까지 어머니는 과연 행복하셨을까? 당신 입으로는 행복하다고 말씀하신다. 좋은 남편, 안정적인 생활, 부족하지 않게 키운 자식들... 하지만 어머니 인생에도, 자식인 나는 감히 짐작하지도 못할 만큼의 권태와 괴로움, 갈증이 있었을 것이다. 높은 학업, 직장에서의 성공 같은, 어머니 인생에는 허락되지 않았던 것들에 대한 소망들... 못난 딸은 이제서야, 그것도 소설을 읽으며 겨우 그것들을 헤아릴 정도가 되었다.


100년 전의 여자들은 임신하는 순간 자신의 삶도 끝장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줄리엣은 임신을 하고 나면 지혜가 필요하다고, 뭔가 쉽지 않은 일이 분명히 있을 거라고만 생각했다. 얼마 동안 그녀는 가정과 남편과 아이들이 보상이라도 되는 것처럼, 마치 그런 것들이 평범하지 않은 일이고, 인간의 경험을 좀 더 세련되게 만들어 주는 무엇이라도 되는 것처럼 생각했다. 

하지만 정작 그런 것들을 가지고 나서는 그녀의 혈관 안에 매일 조금씩 납덩이가 쌓이기 시작했다. 자신이 장을 보지 않으면 집 안에 먹을 것이 없다는 사실을 처음 알았을 때, 바나비가 태어난 지 일주일 만에 베네딕트가 다시 직장에 나가 버리고 자신이 혼자 아이를 돌봐야 한다는 사실을 알았을 때, 처리해야 할 집안일들이 너무 많아서, 베네딕트에게 부탁하느니 직접 하는 것이 더 편하겠다고 생각하다 보니 어느덧 일에 익숙해졌다는 사실을 깨달았을 때 -  그런 생각이 처음 들었을 땐 그녀도 많이 놀랐고, 거의 분노를 느꼈다. 

그녀가 알고 있던 정의에 따르면 그런 일상적 폭력의 흔적은 언젠가 드러나게 마련이고 가족들도 알아차려야 했지만,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어머니에게 불평을 한 것은 실수였다. 어머니의 얼굴에 떠올랐던 그 기쁨의 표정, 사악한 기쁨의 표정을 잊을 수가 없다. (pp.55-6)


  
 

책에는 다섯 명의 중산층 여성이 나온다. 각각 캐릭터는 조금씩 다르지만, 한 남자의 아내이자 아이들의 어머니라는 점은 같다. 그리고 지겹도록 단조롭고, 숨막힐듯 갑갑한 남편의 속박, 아이들을 부양해야 한다는 부담감에 짓눌리고 있다는 점도. 그러나 세상이 그녀들에게 허락한 것은 얼마 안 된다. 기껏해야 근처 쇼핑몰에서 사지도 못할 야한 옷을 입어보며 여성성을 확인하고, 쉬는 시간마다 한 집에 모여 수다를 떠는 정도이다. 

그 수다 조차도 처녀 때 같지 않은 몸매와 자신에게 신경을 써주지 않는 남편, 말 안 듣는 아이들 얘기를 하고나서, 그래도 자신들에게는 따뜻한 집이 있고 가족이 있으니 낫다는 위로 같지도 않은 위로를 하는 것으로 끝이 난다. (수다 끝에 자기 삶을 합리화하기 좋아하는 크리스틴이 던진 말은 그 중 압권이다. "하긴 지금 세상에서 벌어지고 있는 끔찍한 일들을 생각하면, 저기 인도네시아에서 있었던 지진이나 그런 거 말이에요. 그런 생각을 하면 우리는 불평하면 안 돼. 그렇죠?" 크리스틴이 말했다. - p.140 뉴스나 신문을 보면서, 하루에도 얼마나 자주 이런 생각을 했던가!)

 


배경은 비슷하지만 이 소설이 '위기의 주부들'과 다른 점은 여성들 스스로 삶의 전환을 맞이한다는 것이다. 누구는 문학에 대한 사랑, 문학반에 대한 열정을 확인하고, 누구는 딸에 대한 사랑을 다짐하고, 또 누구는 어머니의 삶을 반추하면서 권태감으로부터 벗어나 새로운 삶의 자세를 찾는다. 특히 솔리가 파올라를 홈스테이 게스트로 맞이하면서 여성성을 되찾게 되는 에피소드가 인상적이었다. 파올라는 친구나 가족, 물건 등 세속적인 것에는 전혀 연연하지 않고 자유롭게 자신의 인생을 만끽하면서 사는 여성이다. 솔리는 그런 파올라를 보면서 한없는 부러움을 느낀다. 그래서 그녀의 인생이 '에사타멘테(Esattamente)', 즉 눈가리개에 불과하다고 말하는 파올라에게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눈가리개. 결핍과 상실감을 가리기 위해, 그리고 그것을 보상받기 위해 사는 인생이라니, 이보다 더 비참할 수 있을까. 하지만 이 땅의 많은 어머니들, 아내들은 지금 이 순간도 자신의 삶을 희생하여 가족을 위해 눈가리개 같은 삶을 살고 있다. 그리고 이 사회는 여전히 많은 딸들, 며느리들에게 그런 삶을 강요하고 있다. (물론 아버지, 남편, 아들, 사위들의 삶도 고단하긴 마찬가지다)  

 

'결혼은 미친 짓이'라는 영화 제목에 이어 노래, 그리고 이제는 '결혼은 무덤'이라고까지 말한다. 기술이 발달하고 생활이 편리해져도 가족, 부부 관계는 여전히 불합리하고 불편하다는 걸 증명이라도 하듯이. 하지만 소설 속의 여성들이 끝내 삶의 희망을 놓지 않았던 것처럼 나 또한 여성으로서의 삶에 대한 희망을 놓고 싶지 않다. 알링턴파크 여자들의 '불완전한' 생활이 그녀들의 변화로 인해 '완벽한' 모습이 될 수 있었듯이, 나의 삶 또한 내가 변하면 달라질 가능성이 있는 게 아닐까? 그런 지혜가 필요한 날이 왔을 때 꼭 이 책을 떠올려야지.

 

이달의 사락 j****y 2011.06.18. 신고 공감 0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