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 함께 즐기는 그림책 294
말 지식이 아닌 ‘말’을 사랑스레 가르쳐야 합니다. 다시 말하자면, 어른들은 여느 삶자리에서 이녁 마음을 나타낼 말을 사랑스레 써야 합니다. 아이들은 책상맡에서 말을 배우지 않아요. 삶자리 어디에서나 말을 배워요. 어른들은 아침부터 저녁까지 언제 어디에서나 사랑스레 생각하고 사랑스레 말하면서 사랑스레 삶을 일구어야 합니다. 말은 삶이고, 삶은 말로 드러납니다.
‘누렇다’는 가을날 들판에 잘 익은 나락 빛깔에서 나왔습니다. ‘푸르다’는 골골샅샅 어디에서나 푸르게 돋는 풀 빛깔에서 나왔습니다. ‘파랗다’는 바다와 하늘이 해맑게 탁 트인 눈부신 빛깔에서 나왔습니다. ‘빨갛다’는 어디에서 나왔을까요? 붉게 익은 맛난 열매 빛깔에서 나왔어요.
(최종규 . 2013)
|
|
책 속의 말이 하도 예뻐서 아이들보다 제가 더 호들갑을 떨었습니다. 이제 다섯 살인 아들에게 읽어주니 슬그머니 자리를 떠버립니다. 당연하죠. 다섯 살 아이에겐 별 감흥이 없겠죠. 하지만, 저는 단어 하나 하나 문장 하나 하나를 곱씹으며 흐뭇해하며, 어머 이런 말도 있었네 하며 읽게 됩니다.
해돋이 때 처음 솟는 가녀린 햇빛은 햇귀. 수많은 화살이 날어오듯, 내쏘는 햇빛은 햇살. 사방으로 확 퍼지듯 넓게 뻗치는 햇살은 햇발. 작은 햇귀가 쑥쑥 자라나 햇살이 되고, 햇살이 부채처럼 펼쳐져 눈부신 햇발이 되지. 네 꿈도 햇발처럼 활짝 펼쳐 봐! <p.9>
초승달이 조금 자라 조각달 되고, 조각달이 더 자라 반달 되고....달도 ' 한 달'을 재는 시계! 달이 돌리는 시계는 '음력', 해가 돌리는 시계는 '양력' <p.17>
오랜 가뭄 끝에 비가 내렸어. 그럼, 다디달게 느껴져서 단비. 모낼 무렵에 고맙게도 비가 내렸어. 그럼, 꼭 필요할 때 내렸다고 목비. 바쁜 봄에 내리는 비는 비를 맞더라도 일하라고 일비. 덜 바쁜 여름철에 내리는 비는 집에서 낮잠이나 자라고 잠비. 추수 끝난 가을에 내리는 비는 떡 해 먹는다고 떡비. 때맞춰 내리는 비는 하늘이 주는 축복이야. <p.28~29>
아, 이렇게 예쁘게 설명하는 사전, 이 세상에 또 있을까요? 이렇게 고운 단어가 있는데, 그동안 잊고 살았구나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해와 달과 별, 바람과 구름, 비와 눈, 그리고 들과 강과 바다에 대한 아름다운 우리 말들을 들여다보면서 잊었던, 몰랐던 단어들을 배웁니다. 목비, 잠비, 일비, 떡비는 처음 들어보는 비이름입니다.
이제 일곱 살인 우리 딸아이가 이렇게 아름다운 말들을 알게 된다니 다행입니다. 아이가 책에 나오는 예쁜 우리 말을 자연스럽게 말하는 날이 오리라 생각하니 뿌듯합니다. 아직은 우리 아이보다 제가 더 좋아하는 책이지만 언젠가 알게 되겠죠? 새털구름, 양떼구름, 작달비, 채찍비, 도둑눈, 설밥, 가람, 볕뉘, 선바위와 너럭바위, 황소바람, 건들바람, 남실바람 따위를 말입니다.
책을 읽으면서 느낀거지만 우리 말은 배워도 배워도 끝이 없는 듯 합니다. 그리고, 우리말이 아무리 곱고 예뻐도 사용하지 않으면 사라져버리겠죠. 안타깝지만, 국어보다 영어가 더 중시되는 지금의 상황은 더욱 그렇습니다. 그래서, 더 소중하고 고마운 책입니다. 첫번째 사전인 재고 세고! 수와 양에 대한 우리말 사전도 사야겠습니다. |
|
내가 알고있던 우리말..
이 책은 내가 먼저 읽었다..
지금 우리는 영어몰입이네~뭐네 하면서
그러려면 책이 많이 팔려야할텐데~~ |
|
끼리끼리 재미있는 우리말 사전 뜨고 지고! 박남일 글/김우선 그림(길벗어린이)
우연한 기회가 생겨서 방과후 맞벌이 가정 아동을 위한 자원봉사를 하게 되었다. 처음 시작은 초등 3학년에서 4학년으로 시작했으나. 아이들이 들쭉날쭉하게 되어서 지금은 2학년부터 4학년까지 아이들을 대상으로 진행하고 있다. 저학년에서 중학년으로 구성되어 있고, 아이들이 책을 준비할 여력이 되지 않아 책을 선정하는데 많은 고민을 했었다. 되도록이면 함께 읽고 공감을 나눌 수 있는 그림책으로 선정하고자 했다. 그림책을 서로 나누어가면서 읽고, 서로의 의견을 주고 받으면서 수업을 진행하면서 조금 욕심이 생겼다. 우리 아이들에게 우리말의 아름다움도 알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주면 좋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우리말 관련 책을 정해서 만날 때 마다 두 단어를 새로 배우고 문장을 만들어 보는 시간을 가졌다. 나역시 생소한 우리말이였지만, 아이들과 이런 활동을 하면서 우리말에 좀더 가까워 질 수 있었다. ’그느르다’- 우리 엄마는 우리를 항상 잘 그늘러 주신다. 난 애플 스네일을 그느르고 있다. 등 아이들이 예쁜 문장을 만들어냈다. 그런던 차에 길벗 어린이에서 새롭게 펴낸 뜨고 지고!를 만나게 되었다. 뜨고 지고에서는 우리말의 아름다움을 자연속에서 찾을 수 있도록 구성하고 있다. 하늘에서 내려오는 햇살, 햇빛, 가랑비, 가랑눈, 먹장구름, 매지구름, 실바람, 꽃샘바람, 별똥별 이름만 들어도 얼굴에 미소가 떠오르는 예쁜 우리말이다. 예전, 책에서 읽었던 기억이 난다. 어는 유학생이 외국 유학중, 수업 시간에 자신이 한국인임을 밝히자 "코은 시인을 아느냐?"라고 물었다고 한다. 나중에 알고 보니 "고은 시인’을 가리키는 말이었다고 한다. 노교수가 입에 침이 마르도록 고은 시인의 열정과 아름다운 시를 칭찬했다고 한다. 노벨 문학상의 기회도 여러번 있었지만, 우리말만이 가지는 아름다움을 다른 언어로 번역하기에는 뭔가 부족한 2%가 있는가보다. 자연에서 일어나는 작은 변화조차 아름다운 말로 표현할 수 있는 우리말의 매력인 것이다. 책에서 소개되고 있는 아름다운 개밥바라기등의 말을 들으면 아이들은 어떤 느낌이 떠올릴까? 아이들에게 무슨 뜻일까? 추측해보는 재미도 있을 것이다. 우리말의 소중함을 나눌 수 있는 책이라 더없이 반가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