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학교양시간에 강사님의 추천을 받아 책을 샀었다. 책은 세계각국의 불교미술에 대한 서술로 시작되는데 심층적이지 못하고 다소 산만해 보여서 읽기를 포기했던 책이었다. 그런데 동남아 여행을 계획하고, 동남아의 주요종교인 불교와 그 미술에 대해서 더 기본적 지식을 습득하기 위해서 위해 다시 펼쳐 들었다. 세계각국의 불교 미술을 소개한 전반부가 끝나고 불교미술의 유형(불상, 탑,가람등)을 분류해서 발전과정을 설명한 부분은 역시 이 분야의 거장의 책이구나 하는 생각이 절로 들게 만들었다. 거시적이면서도 역사적 시각에서 불상, 탑, 가람등의 지역적 발전과정과 그 상징체계를 설명하는데 서양미술과의 적절한 비유를 들어가며 - 한국의 책들이 가장 부족한 것 중 하나이다.-서술하는 것이 문장하나하나가 가볍게 넘어 갈 수 없을 정도의 알찬 내용이 들어 있었다. 단지 초판이 간행된지 40여년이 지났고 이후 개정이 되지 않아 그동안의 연구성과가 반영되지 않은 점이 무척 아쉬운 점이지만, 아시아를 대표하는 미술양식인 불교미술의 변천을 폭넓게 이해 할 수 있는 정말 좋은 책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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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 나아가 예술이라는 것은 물론 인간의 예술욕 - 예술개념은 시대에 따라 다양한 변천을 겪어왔으므로 여기에서는 ‘미적 작품을 형성시키는 인간의 창조 활동’으로 규정하기로 하고, 이에 따라 예술욕은 ‘몸의 예술 창조 활동을 하고자 함’으로 규정하도록 하겠다. - 이 원천이 되겠지만, 단순히 여기에서만 비롯되는 것이 아니라 정치, 종교, 철학, 도덕 등의 기타 의식형태와 밀접한 관계를 맺기 마련이다. 때문에 통시적인 관점에서 예술을 둘러싼 해당 사회의 정치, 종교, 철학, 도덕 등과의 다양한 관계를 살피고 나아가 지역과 지리적인 관계성까지도 고려해야 한다. 이러한 점에서 디트리히 제켈의 「불교미술」은 특정 지역과 시대에 국한되지 않고 지리적/지역적 접근, 통시적․역사적 접근, 체계적/유형론적 접근의 세 가지 방법론적 접근을 시도했다는 사실에 주목할 만하다.
더욱이 미술사 수업을 들으면서 가장 불편했던 점은, 기본적인 미술사 방법론이나 곰브리치, 파노프스키와 같은 저명한 학자의 저작들임에도 불구하고 우리 나라에는 번역본이 존재하지 않거나 혹은 우리말로 된 번역본임에도 불구하고 영어로 된 원서보다도 더 이해하기 어렵다는 것이었기에, 이번에 새로 번역되어 나온 디트리히 제켈의 「불교미술」이 지니는 의의는 미술사학계는 물론 번역계에서도 상당하다고 본다.
불교미술품을 있게 한 ‘불교’라는 구체적인 종교와 그에 대한 신앙은 우리의 마음속에 상징적으로 자리잡고 있던 믿음이 눈앞에 실재하는 것이고 또 살아있는 것이다. 믿음이라는 것은 눈앞에 보이지 않는 것이다. 그리고 그것은 어떠한 언어적인 표현으로도 완벽하게 구현해낼 수 없는 것이다. 우리의 삶이고, 우리의 마음속에 살아있는 것이다. 때문에 그러한 믿음을 머리로 읽는다는 것은 아무래도 어려운 일이다. 아니, 어쩌면 애초에 불가능한 일이었는지도 모르겠다. 그럼에도 이 책은 ‘미술사’의 맥락에서 인류의 역사 속에 남아있는 다양한 유형의 불교미술품을 지역에 국한되지 않고 통시적으로 살펴보고 있기에 불교미술품을 둘러싸고 있는 정치, 경제, 사회적인 역학관계에 관한 서술이 좀더 강화되어야 할 것 같다.
디트리히 제켈의 「불교미술」의 내용 가운데 현재의 연구결과와 비교했을 때 수정해야 할 부분은 분명 존재한다. 또한 앞에서도 언급했던 대로 한국불교미술에 관한 연구결과도 제대로 다루어져야 할 것이다. 이 책이 출판된 지 40년 가까이 지났기에 그 시간의 간극을 뛰어넘기 힘들테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방대한 분량의 자료와 연구결과를 방대한 범위에 걸쳐 포괄적으로 서술하고 있다는 점은 2002년이 되어서도 다시 번역될 만한 가치를 지니고 있다고 생각한다. [인상깊은구절] 불교미술을 연구함에 있어서 주목해야 할 점으로, 지역적으로 나타난 크고 작은 차이와 변화를 초월하는 ‘동질성과 내적 일관성’, 그리고 문화 단위별로 등장하는 ‘특수한 양식’을 꼽는데, 다양한 불교 국가들은 각기 분명히 독자적인 양식을 갖고 있었고 이러한 독자성은 불교가 들어온 뒤에서 불교가 억압할 수 없었던 재래의 비불교적 관념들에 기초한 것이라고 설명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