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서관에서 이 책을 발견했을 때 지금 딱 열한 살인 우리 아이에게 읽히면 좋겠다싶어 기대를 하고 보게 했다. 아이는 두 번을 읽은 후에 뒤늦게 읽어보고는 적잖이 놀랄 수 밖에 없었다.
아이의 눈으로 바라본 4.3항쟁을 제주출신 작가가 썼다는 말에 기대를 했는데 미군과 국군의 공비토벌 작전으로 초토화된 제주양민들의 실상을 좌익의 잔인함에만 초점을 맞춘 황당한 시각에 무척이나 놀랐다.
주인공 세철의 아버지는 면서기였다. 즉 이 책의 주인공 세철은 친일파의 아들인 것이다. 적어도 이 책에서 세철은 자신의 아버지가 한 친일이란 행동이 얼마나 역사에 죄를 짓는 것인지에 대한 성찰은 도무지 없고 친일을 응징하고 자신의 가족에 비극을 준 좌익 세력의 잔인함에만 원한을 가진다.
친일에 대한 자성도, 왜 좌익들이 난폭해져야 했는지에 대한 성찰도 도무지 찾아볼 수 없는 실망스런 책이었다. 하긴 어른들의 역사도 온갖 왜곡으로 얼룩진 우리 현대사에서 어린이책 하나에 이렇게 비판하는 것도 우습지만 그래도 아이들이 역사의 그늘진 이면을 왜곡되게 인식할 수도 있는 책은 위험할 것 같다.
물론 11살에 불과한 세철이 이 모든 것들을 다 이해한다면 불행한 시간을 산 어린 영혼은 더욱 불행해졌겠지만.......
나는 이 책을 읽고 놀랍고 실망스럽고 두루두루 다 했지만 마지막으로 남는 생각은 요즘의 아이들이라고 그리 행복한 것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사회구성원들이 절대적으로 합의하고 동의하는 올바르고 보편적 역사의 판단 기준이 채 세워지지 않은 채 자본만이 맹위를 떨치는 사회에서 자라는 아이들이 어찌 행복할 것인가!
요즘 한국사회의 전반에서 맹위를 떨치는 뉴라이트를 위시한 산업화 친독재 세력들이 친일을 미화하고 결과만을 쫓아 등 따시고 배만 부르면 된다는 천박한 역사인식을 보는듯한 씁쓸함이 든다고 하면 어린이책 하나에 너무 가혹한 평이 될까?
(나는 나머지 이 작가의 책들은 우리 큰 애에게 읽히지 않기로 했다) |
|
맨처음 제목이 낯설었다. 하지만 책 마지막 장을 넘기는 순간 아 이래서 이 제목을 택했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일제 치하에서 일본어를 배우고 일본식으로 인사하는 것이 너무도 당연게 커온 남자 주인공. 아버지는 면서기였고, 삼촌은 일본군으로 참전했다 죽는다. 이런 분위기에서 동네 사람들의 신망이 두터웠던 이 집 가족은, 해방이 되고 남북이 38선을 놓고 나뉘고 미국 영향권에서 새로운 정부를 만드는 과정에서 많은 상처를 입게 된다. 또 남북한의 통합 정부를 소리높이던 사람들은 산속에 숨어서 '공비'가 된다.
누가 옳은 것이고 누가 그른 것일까? 주인공의 갈등은 바로 그것이다.
일제에 복종했다는 이유로 아버지는 쥐도새도 모르게 살해되고, 사람들의 손가락질을 받는다. '공비'들은 그 집의 전재산을 빼앗고 거리로 내몬다. 반대로, 산에서 내려온 '공비'나 '공비' 가족들은 처절하게 손가락질 받고 살해된다. 주인공은 사람들이 자기 아버지에게 한 행동이, 자신들이 공비에게 한 행동과 같다는 사실을 알아차린다.
책을 읽으며 주인공이 느꼈을 혼란,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머리에 뿔을 키우며 못된 짓, 세 보이는 짓을 할 때의 아이의 마음 등에 몰입할 수 있었다.
3권에 걸친 성장 소설이라고 들었다. 나머지 책도 읽어 봐야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