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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그 남자는 거기 없었다 The Man Who Wasn’t There > '죄는 지은대로 받고 복은 뿌린대로 거둔다'는 믿음을 영화 속에서 어김없이 보여주는 조엘 코엔 감독이 2001년에 만든 작품이다. 미국 캘리포니아주 작은 도시 산타로사를 바탕으로 삼았는데, 컬러로 찍었다가 흑백으로 뽑아냈다고 한다.
잔잔한 듯 하면서도 느와르 느낌을 주고, 사내와 계집의 알듯 모를듯한 사랑과 일, 피붙이로 사는 일 따위를 꼼꼼하게 하나씩 풀어 놓아 눈이 다른데로 갈 틈이 없는 영화다.
2. 만난지 몇 주만에 같이 살자고 한 도리스(프랜시스 맥도먼드)한테 넘어간 에드 크레인(빌리 밥 손튼). 말이 그리 없는 게 마음에 들었든지, 아니면 등신 같다는 생각에 마음대로 할 수가 있겠다 싶었든지, 도리스의 패에 말려든게 틀림이 없는 사내다. 그래도 같이 지나온 세월이 몇 해인지...
어쩔 수 없이 처남 프랭크 라포(마이클 베덜루코)가 꾸려가는 이발소에서 일하면서 산다. 날마다 남의 머리 뒤통수만 쳐다보면서 가위질이나 하는 삶이 이젠 지겹다. 게다가 경리를 맡아 백화점에서 일하는 아내는 사장 데이빗 브루스터(제임스 갠돌피니)와 바람을 피우고... (말은 안 했지만 속이 부글부글 끓는다. 이럴 때는 말을 해야 하는데...)
이발하러온 사내 클레이튼 톨리버가 속마음을 털어 놓는다. "요즈음 드라이 크리닝 사업이 좋은데, 사람들이 투자를 안 해요...하기만 하면 그냥 돈이 떨어지는데..." "물이 들어가나, 옷이 줄어드나...돈만 있으면 정말 앞으론 좋은 사업인데..."
머리를 깎으면서 그냥 생각없이 들었지만, 따분한 삶을 박차고 나갈 좋은 생각인 듯 하여 호텔로 찾아간다. 그런데 1만 달러가 있어야 한다고 꼬시는 클레이튼한테 기다리라 한다. (아니 돈이 어디 있어. 처남 가게에서 빌붙어 사는 주제에...)
3. 드라이 크리닝 사업으로 돈 있는 사람을 꼬셔서 1만 달러를 챙기려는 클레이튼 톨리버, 떠돌이 장사꾼을 하다 아내 앤을 잘 만나 장인이 꾸려가던 백화점을 물려받아 이젠 사장이 되었는데 뒷간에 갈 때 하고 나올 때 마음이 다르다고 일터 아랫 사람인 도리스와 바람이 난 빅 데이브, 말이 거의 없을 뿐 나쁜 짓은 하지 않고 잘 해주는 옆지기를 두고 출세를 해 보겠다고 바람이 난 도리스, 이들에 얽혀 말없이 지내다가 도리스와 바람을 피우는 일을 집에 알리겠다며 1만달러를 내놓으라는 협박 편지를 데이브 한테 보내는 에드.
그냥 하는 일에 마음을 쏟으면서 제 분수에 맞게 옆지기를 사랑하며 살았으면, 아무런 일도 없었을텐데... 뒤집기도 하고 비틀기도 하지만, 코엔 형제 감독은 나쁜 짓을 하는 이들은 그냥 두지 않는다. 끝까지 일어난 일을 잘 보면, 일부러든 어쩔 수없이 일이 벌어지든 벌을 받도록 해준다.
4. 곳곳에 잔잔하게 웃기는 대목이 많다. 아는 변호사인 월터의 집에서 그 딸인 레이첼 버디(스칼렛 요한슨)의 피아노 치는 모습을 보고는 "좋은 곡이네. 네가 만들었니?" 하는데, 버디가 말한다. "아뇨. 베토벤 아저씨가 만들었어요" 뒷통수를 맞은 에드는 기껏 말대꾸를 한다. "어쩐지 대단하더라" (ㅋㅋㅋ 베토벤이 만든 곡 '월광 소나타'이니 어련하겠수...)
그런데 스칼렛 요한슨은 풋풋한 모습으로 나오다가 끝이 좋지 않다. (이런 역을 맡다니 눈이 있어 없어.)
데이브가 협박 편지를 받고는 에드한테 틀어놓는다. "자네가 모르는 아낙네와 바람을 피웠는데 돈을 주지 않으면 마누라한테 다 털어 놓겠다는데 어째?" 까닭은 잘 아는 에드가 넌즈시 말한다. "돈을 주면 되겠네" "돈이 어딨어. 다 마누라 것인데" 나중에 알려지면 사장 자리에서 쫓겨난다며 덩치는 산만한 사내가 질질 짠다. (이거 사내 맞아. 호기롭게 바람을 피울 땐 언제고...)
마음이 아픈 대목도 있다. 줄곧 담배를 피우는 에드를 맡은 빌리 밥 손튼이 아니라면 맛이 안 나올 장면들이다. 아내가 아이를 가졌다는 말을 해주는 사람한테 몇 해동안 잠자리를 하지 않았다며 남의 일처럼 말한다.
도리스와 바람을 피운 것을 알면서도 모른채 지낸 에드한테, 데이브가 제 일터에 불러놓고 말한다. "다 알면서도 말하지 않는 너는...너는 도대체 어떤 놈이야?" 나중에 처남인 프랭크가 성이 나서 주먹으로 에드 얼굴을 때릴 때도 똑 같은 말을 한다. (글쎄 나도 잘 모르겠는데, 에드는 속으로만 생각하고 말을 안 하니...)
돈은 밝히지만 일 솜씨는 뛰어난 변호사 리든 슈나이더(토니 살훕)는 사실이야 어떻든 법정에서 이길 수 있는 방법만 찾으려 한다. 그런데 이런 전문가가 우리 곁에도 많다. 더구나 유능하다고 이름난다.
5. 옆지기 사이의 속마음을 잘 들여다보고, 사람의 마음을 꿰뚫어보는 감독의 눈길이 놀라운 영화다. 말없이 꿈꾸듯 애처롭고 외롭게 살았으니 그 곳은 에드가 사는 곳이 아니었을 것이므로, <그 남자는 거기 없었다>고 해도 틀리지 않는 말이다.
흑백으로 영화가 나왔는데 시간이 흘러 컬러도 같이 나와 디브이디는 2장짜리다. 골라서 보면 된다. 다른 영화를 찍다가 벽에 걸린 이발하는 모습을 찍은 사진을 보고는 이 작품을 만들려고 생각했다는 감독의 이야기와 잘라낸 장면, 나온 배우들의 영화 뒷이야기 따위가 보너스로 나온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