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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 고 일
가고일이란 중세 고딕성당 지붕 등에 날개가 있는 괴물의 상이 놓여 있는 경우가 많은데 이것이 가고일이다. 원래 악마의 이미지로 만들어진 상이다. 기독교가 서양에 확산되자 그 때까지 믿고 있던 신들은 사신(邪神)이 되어 버렸다. 이 사신들이 건물 바깥에서 망을 보는 역할을 부여받게 되었는데, 그것이 바로 이 조각상들이다. 책 제목에서 부터 풍기는 이미지가 이런 신성과 악마와 연관된 사랑이야기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일종의 약간으 흔한 그리고 식상한 소재의 러브스토리로 여기서 책을 읽어나갔다.
하지만 책을 읽어 나가면서 상당한 지적 수준을 요하는 소설임을 알게되었다. 우선 단테의 신곡을 읽었으면 좀더 다른 감동을 받지 않았겠느냐 하는 느낌이 든다. 그리고 수없이 나오는 중세의 언어들의 향연이랄까 라틴어에서 부터 시작하여 중세유럽의 다양한 언어로 점철된 내용은 마치 언어학교재로써도 손상없을 정도이다. 그리고 중세 기독교의 이해 특히 수녀원과 수도사들 그리고 삼위일체등의 성서적 지식 또한 필요할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 또한 화상과 정신분열증에 대한 의학적인 지식 또한 풍부하게 설명되어 있고 무엇보다도 포로노영화의 실체를 알게 되었다는 점 또한 웃음짓게 하는 부분이다.
소설은 1인칭 화자인 전직 포로노배우 겸 제작자가 우연한 교통사고로 전신화상을 입고 생사의 고락을 넘는 부분에서 시작된다. 엄청나게 고통을 받고 있는 것을 자신의 척추속에 뱀이 들어왔다는 표현에서부터 그 뱀과의 사투가 시작되고 단지 살아있는것 보다는 죽는게 낫다고 생각한 그에게 어느날 마리안네 엥겔이라는 평범치 않는 여성이 나타난다. 물론 그 여성은 같은 병원 정신병동에 입원해 있는 정신분열증의 환자였고 더 커다란 충격은 자기가 700년을 기다려온 연인이라는 사실 그리고 자신은 중세의 수녀였다는 사실을 고백함으로써 소설의 시작을 알린다. 물론 여기까지는 여타 연애소설의 기본적인 구도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러나 현실의 시대와 과거 연인의 입을 통한 중세의 사랑이야기를 들으면서 특히 자신의 가슴에 난 상처의 역사적 인연을 알게 되면서 이 소설은 상당히 다른 방향으로 전개된다.
또한 이 소설속에는 주인공 자신의 사랑뿐만 아니라 다른 사랑이야기가 몇가지 나온다. 물론 오래된 연인들의 사랑이야기이다. 바이킹과 일본 다이묘시대의 이야기, 영국에서 귀족과 사랑이야기등을 보여준다. 물론 이 이야기들의 결말은 비극으로 끝을 맺는다. 남자가 죽고 여자가 죽고 아니면 시간적인 간격을 두고 뒤따라는 죽는 그야말로 가슴아픈 사랑이야기이다. 이 사랑이야기의 전제에 바로 주인공 자신의 사랑이야기도 묻어있다고 본다. 700년전 이루지 못한 사랑을 현실에서 다시 이루고 싶은 절실함이 몇몇의 사랑이야기의 공통점이 아닐까 하는 느낌이 든다.
이 소설의 또 다른 매력은 사랑을 소재로 펼쳐진 이야기이지만 상당한 역사적인 지식을 제공하고 있는 점이다. 중세의 기독교와 영주와 기사들의 관계 그리고 신곡을 둘러싼 필경사들의 내용과 일본의 다이묘시대상 그리고 바이킹의 삶등 다양한 면에서 역사적 사실을 기초로한 역사소설같은 이미지도 강하다.
필자는 소설을 통해서 많은 사랑이야기를 전해주고 있다. 700년이라는 기나긴 세월을 기다려 사랑하는 사람을 재회하는 주인공의 이야기 뿐만 아니라 남녀간의 사랑과 동성간의 사랑, 그리고 우정, 배려등을 말하고 있다. 아마도 사랑이라는 것은 아무리 많은 시간이 흘러도 변하지 않는 변할 수 없는 그런 감정이다는 것을 보여준다. 물론 그 사랑에 대한 확고한 믿음이 있는 이상 자기의 목숨은 큰 부분을 찾지 하지 않는 다는 불변의 진리에 대해서 말하고 있다. 무엇보다도 사랑에 대한 각국의 언어로 표현된 말들은 아무리 이국적인 언어로 표현되어도 들을수록 더 듣고 싶고 말할 수록 더 하고 싶은 말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사랑해. 아이 러브 유. 아이시테루. 에고 아모 테. 티 아모. 예흐 엘스카 시흐. 이히 리베 디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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띠지에 쓰인 숨이 막힐 정도로 아름다운 러브 스토리라는 말에 헛웃음이 나왔다.허허허....그렇군요.아름다운 러브 스토리였군요.띠지를 가차없이 휴지통에 버려 버리고...리뷰를 쓰려 작가 연보를 보다 이 책이 <장미의 이름>이나 <영국인 환자>에 비견된다는 말에 눈 튀어 나오는줄 알았다.야,그건 좀 심했다.들이댈걸 들이대야지...참,끌어다 붙이는 재주들도 탁월해요.소재가 비슷하다고 은근슬쩍 한 묶음으로 몰아 넣음 되나? 농담도 이 정도면 심각한 명예 훼손이라니까...
<줄거리>잘 나가던 포르노 배우이자 제작자였던 나는 사고를 당해 전신 화상을 입고 간신히 살아남는다.매력적인 외모에 천부적인 섹스 감각으로 거칠 것 없이 살았던 나에게 이제 남은 것이라곤 고통뿐,악에 받친 나는 모든 것을 저주하면서 자살할 생각만 한다.그러던 어느날 마리안네 엥겔이라는 여자가 홀연히 찾아와 "이번에도 또 화상을 입었네."라면서 내게 아는 척을 한다. 또?라는 의문에 마리안네는 나와 그녀의 연인 관계가 700여년서부터 이어져왔으며 전생에서도 내가 화상입은 환자였다는 이야기를 드문드문 들려준다.정신병동에서 온 마리안네의 출현으로 화상병동 의료진들은 긴장을 하지만 결국 나의 회복에 그녀가 도움이 된자 항복을 하고 만다.마침내 힘든 병상 생활을 끝내고 퇴원을 해야 하는 시간이 오고,마리안네는 당연히 자신의 집으로 가야 한다고 우긴다.가고일을 만들어서 생활한다는 그녀,나는 그녀의 조건없는 사랑을 받아 들여야 하는가 고민이 적잖다. 남자로써 구실을 못한다는 자괴감이 나를 좀먹는 가운데,왜 이제서야 진정한 사랑이 찾아온 것인지 나를 절규하는데...그 둘의 애절한(!) 사랑은 어떻게 될 것인가?
이 책을 읽으면서 아름다움의 정의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됐다.이 책에 대해 아름답다,신비하다,구원에 대한 놀라운 이야기로 가득차있다,지루할 틈이 없다는 다른 리뷰어의 말에 동조하지 못하는 나를 보면서 든 의문이다.아름다움이란 무엇일까? 화상을 입어 가고일같은 괴물이 된 사람을 여전히 사랑하는 여자의 순애보와 그에 힘입어 다시 살아갈 힘을 얻는다는 이야기에서 난 전혀 아름다움을 느끼지 못했으니 말이다.감정이입은 커녕 감동의 잔물결조차 일지 않았으니,아무래도 내가 생각하는 아름다움이란 관념이 남들과는 다른가 보았다.내게 이 책은 그저 통속적인 멜로를 고급스럽게 포장한 것에 지나지 않아 보였다.감정 과잉에,고통의 극대화를 통해 눈요기를 적절히 가미하고,사랑의 말초적이고 자극적인 속성을 잘 이용한데다,사랑의 최대치는 희생이라는 환타지의 재생산,그리고 현대인들의 외모 콤플렉스에 편승해 진정한 사랑은 외모에 구애받지 않는거라는 위선적인 설교,조잡한 복선에 사랑=심장이라는 구태의연한 도식의 반복,거기에 뜬금없이 등장하는 (단테)신곡의 지옥편 패러디까지...아름다움은 고사하고 공감가는 문장 하나 건지지 못했다.작품의 격이란 것이 작가 자신의 통찰력으로 채워넣어야 함에도 그보다는 다양한 언어와 단편적인 문화지식, 고전의 언급으로 작가의 얄팍함을 메꾸려 한 듯 보여 눈살이 찌프려졌다.분위기야 장엄하게 띄우고 있었지만 진부한 줄거리에 뻔한 결론으로 균형이 안 맞는 느낌이었다.유일하게 제목과 부합하는 상황처럼 보였다고나 할까.
"나는 화상 환자를 사랑할 수 있을까?"이 책을 보면서 많은 사람들이 그런 질문을 할 거라 본다.그리고 그 점이 내가 이 책을 보면서 가장 불쾌했던 점이었다.나는 그럴 수 있다,없다라는 대답을 하면서 사람들은 그것이 자신의 사랑의 깊이라고 착각하실텐데,사실 그것은 사랑과는 상관이 없는 문제다.그것이 인간성의 문제라는걸 고찰하지 못한 채 그저 한 편의 사랑의 환타지를 그려내는데 급급한 작가를 보려니 사랑을 남용하는 것 같아 씁쓸했다.자극적인 소재와 사랑때문에 죽음도 고사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려 주면서 "사랑은 이렇게 아름다운 것이여..."를 외치고 있었지만,그거야 뻔드르한 부도수표보다 가치 없는 말뿐이고....아름답다고? 만약 그것이 진정한 아름다움이라면 난 아마 아름다움을 제대로 알고 있지 못하고 있는 것일 것이다.그리고 이 경우에 있어서만큼은 남들이 날 무지하다고 손가락질 해도 상관없다.나는 그저 내가 알고 있는 것을 고수할 생각이니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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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멸의 사랑"이라는 부제가 있는 가고일(Gargoyle)을 읽기 전에 가고일이 무슨의민지 궁금해졌다. 가고일은 교회나 성당, 큰 사원의 지붕 4 귀퉁에 달린 날개가 있는 괴물의 상으로 이 책에서는 고딕성당의 외벽을 장식하는 괴물형태의 물받이 조각상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가고일을 검색하다 우연히 저자의 인터뷰를 봤는데 저자가 책의 제목을 가고일이라고 한 이유는 여주인공 마리안네 엥겔은 가고일 조각가로, 주인공인 화자 역시 화상에서 살아남은 자신을 괴물, 즉 가고일이라 생각한다. 마리안네는 이야기 내내 조각상을 다듬듯 남자를 다듬어 내는 것에서 명명했다고 한다. 가고일이라는 용어를 알고 있었다면 아마도 SF물 정도로 생각했을 것이다. 하여튼 700년이란는 긴 세월을 넘나드는 불멸의 사랑이야기를 펼쳐본다.
잘나가는 포르노 배우이자 제작자였던 주인공이 어느 날 술과 마약에 취해 운전을 하다 자동차 사고로 불이 나서 전신이 불에 타 흉즉한 괴물처럼 심각한 화상을 입게 된다. 그 화상으로 인해 멋진몸매와 조각같은 얼굴뿐 아니라 사없도 부도가 나서 모든 것을 잃게된다. 사고 후 7주만에 깨어난 주인공은 삶의 의미를 잃고 자신이 퇴원하는 날 자살할 계획을 세운다. 문병오는 사람들에게 다신 오진 말라며 보내버리기를 수차례 이제는 문병 오는 이도 거의 없는 어느 날 정신병동에서 탈출한 한 것 같이 이상한 마리안네 엥겔이라는 여인이 찾아온다. 정신분열증 환자이면서 가고일 조각가인 마리안네와 이야기를 하면서 자신과 가까운 사람 외에는 모르는 자신의 태생 상처에 대해 알거나 그 밖에 것들을 마리안네가 알고 있는 것에 놀라움과 함께 처음에는 꺼려했던 마리안네가 문병이 오기를 기다린다. 마리안네는 4가지 사랑이야기와 함께 주인공과 마리안네의 700년 전의 사랑이야기를 <천일야화>의 세헤라자데처럼 이야기를 펼쳐 놓는다. 마리안네는 그들의 14세기의 사랑이야기를 잔잔하게 들려준다. 아기 때 엥겔탈 수도원 앞에 버려진 마리안네는 언어에 특별한 재능을 보인다. 어느 날 수도원에 화상을 입은 용병이 피신해 오고, 마리안네의 극진한 간호로 목숨을 건진 용병과 마리안네는 사랑에 빠진다. 새로운 삶을 찾아 떠나는 이들에게 죽음 아니고는 부대를 떠날 수 없다는용병단의 규칙에 따라 용병을 추격해 온다. 용병과 그의 아이를 임신한 마리안네는 도망치지만 험난한 여정이 기다리고 있다. 그리고 4가지 사랑이야기 중에 첫번째는 흑사병에 걸린 아내를 간병하다가 자살로 아내의 뒤를 따른 대장장이의 애절한 사랑이야기를 시작으로 해서 부모의 반대를 극복하고 결혼 남녀가 폭풍우가 몰아치는 저녁에 남편을 잃게되고, 매일아침 부인은 그 절벽에 간다. 그로부터 20년 후 폭풍우가 몰아치던 저녁에 아내가 남편이 실종된 절벽에서 생을 마감한다. 세번째는 사랑하는 사람의 목숨을 구하기 위해 비구니가 되어 생매장 당한 일본여인의 사랑이야기와 마지막은 결혼 한 남자를 사랑하다 그 남자의 아이를 구하고 불에 타 죽은 한 남자의 사랑이야기를 중간중간에 마리안네가 자신의 과거 이야기와 함께 펼쳐 놓는다. 이렇듯 여러가지 사랑이야기가 나오는데 이야기의 끝은 하나같이 해피엔딩이 아닌 세드엔딩이다. 하지만 처음이자 마지막을 장식하고 있는 700여년간을 이어온 마리안네와 주인공의 사랑이야기는 네버엔딩이다. 과거면서 현재진행형 사랑이야기다. 마약을 끊는 과정에서 단테의 지옥편처럼 지옥을 경험하기도 하고 마리안네의 헌신과 사랑을 통해서 마리안네의 이야기가 진실이고 서로에 대한 사랑이 진실임이 알게 된다. 그러던 어느 날 마리안네가 사라진다.
저자는 이야기 속에 단테의 <신곡>을 적절히 배치해 좀 더 판타지하면서 감동적이게 펼쳐 나간다. 시대와 공간과 죽음도 뛰어넘는 애절한 사랑이야기. 사실 미녀와 야수, 개구리 왕자 등의 동화에서부터 사랑이야기까지 겉모습이 아닌 내면을 보고 사랑을 하기란 쉽지 않다. 첫눈에 반한다는 것은 내면보다는 외면에 끌릴 수 없음을 단적으로 잘 보여주는 말이다.
책에서 약간의 비중있는 역할로 일본인 물리치료사 사유리가 등장한다. 사유리의 등장으로 일본문화나 일본에 대해 소개가 되는데 자자의 이력을 보니 일본에 5년정도 살았다고 한다. 아시아에 대한 매력을 가지고 있는데 일본과 한국에 더 매력을 느끼며 부산에도 왔었다고 해서 그런지 저자가 한층 가깝게 느껴진다. 그러면서 사유리가 한국사람이었으면 더 좋았을 걸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영화나 드라마 소설 기타 작품들에서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소재가 사랑이야기다. 이 책에서는 불멸의 사랑이라는 부제를 표방할 정도로 사랑에 대해 심도있게 다뤘다. "사랑이 어떻게 변하니?!"라고 하는 영화속 주인공의 대사처럼 요즘 사랑을 보면 정말 저들이 사랑은 했을까라는 생각이 들정도로 너무 쉽게 사귀고 쉽게 헤어진다. 물론 다 그렇지는 않겠지만 사랑에 대해 사람에 대해 예전에 비해 쉽게 생각하는 것 같다라는 생각은 요즘에 나오는 영화나 드라마 책들을 통해서도 알 수 있다. 절절한 애절한 사랑이야기를 경외하고 존중하기보다는 통속적이고 고리타분하다고까지 생각하는 경우들도 흔하니깐... 주인공과 마리안네의 시공을 초월한 사랑이야기는 그래서 요즘세대들에게 저런 사랑이 정말 존재할까에서부터 저런사랑을 해보고 싶다라는 생각이 들게 만든다. 저자는 사랑이야기를 쓰면서 어쩌면 독자들에게 "당신도 연인이 주인공 같은 상황에 처했을 때 변치않는 사랑을 할수 있어요?"라고 물어보는 것 같다. 주위 화상환자들을 보면 참 안타깝고 그렇기도 하지만 정도가 심한 사람들을 보면 두렵고 무섭기도 한 것도 사실이다. 사실 나에게 똑같은 상황이 온다면 나도 마리안네처럼 할 수 있을까?! 지금은 '예'나 '아니오'로 말할 수 있을 지라도 자신의 현실이 똑같은 상황이라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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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아름다운 사랑이야기를 읽고 싶었다. 가고일이라니 그 괴물말인가 싶은 제목이 조금 기괴하긴 했지만, "숨이 막힐 정도로 아름다운 러브 스토리"라는 띠지의 글이 잘못된 선택은 아니었다고 말해준다고 생각했다. 거기다 출간 동시 미국 베스트셀러, 캐나다 베스트 1위에 전세계 25개국 번역 출간된 책이라면 뭔가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먼저 이야기해둔다면 그 생각은 틀리지 않았다.
.. 그러나, 처음 시작부터 주인공은 포르노 배우다. 잘생긴 얼굴과 몸매, 가난했던 과거에서 벗어나고픈 추진력으로 업계에선 나름 성공을 거두고 있는 포르노 제작자에 술과 마약에 찌들어 교통사고를 당한다. 영화처럼 이어지는 자동차사고, 추락, 그리고 화재. 한 때 멋진 외모로 여자들을 사로잡던 말하자면 현대 물질문명의 대표격인 그가 전신화상을 입게 되는 것이다. 이전에 화상환자에 관해 쓴 글을 조금 읽었었는데, 화상이야말로 질병과 사고에서 살아난 사람을 가장 괴롭히는 후유증이라고 한다. 일단 외모에서 멀리하게 되기 때문에 기능상의 문제가 없더라도 사회복귀가 어려운 일이 된다. 더군다나 주인공처럼 외모의 가치가 중요한 일을 하던 사람이라면 충격이 더 클 것이 당연하지 않겠는가.
.. 그런 주인공에게 나타난 신비의 여인 마리안네는 그의 재활을 도우면서 수백년에 걸친 그와의 인연을 하나하나 이야기해 준다. 동화도 아니고, 주인공에게는 믿을 수 없는 이야기일 뿐 그에게 마리안네는 운명이 아니라 재미있는 이야기를 해주고, 병상의 삶에 활력을 주는 존재일 뿐이다. 그러나 그러면서 퇴원하면 자살하겠다고 결심했던 주인공에게 조금씩 변화가 나타나고 그녀가 무슨 말을 하고 어떤 행동을 하는 것은 이젠 전혀 문제가 되지 않게 된다. 그리고, '도대체 이게 무슨 이야기일까'라고 생각하던 것에서 '아. 러브 스토리 맞구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어떤 말로도 설명이 불가능하지만, 그와의 사랑을 운명처럼 믿던 여인과, 그 여인을 보내줄 수밖에 없었던 주인공의 인연은 시간이 지날수록 더욱 향기나는 술처럼 마음에 남아 있을 것 같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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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살아남아서 정말 고맙습니다. 하지만 그 걸로는 충분치 않죠. 여러분의 피부는 정체성의 상징이자 세상에 내보이는 이미지였습니다. 하지만 진짜 여러분은 결코 아니죠. 불에 탄다고 여러분이 인간 이하, 혹은 인간 이상이 되지는 않습니다. 그저 화상을 입은 것뿐이죠. 그래서 여러분은 사람들 대부분이 결코 이해하지 못하는 것을 이해하는 독특한 위치에 있습니다. 피부는 의복이지 결코 한 인간의 본질이 아니라는 것 말입니다. 사회는 아름다움이란 한 꺼풀에 불과하든 관념을 입으로만 떠들어 댑니다. 하지만 누가 우리만큼 그걸 이해하겠습니까?” (1권 p214 중에서) “사랑을 묘사할 수 있는 사람이라면 사랑을 전혀 이해하지 못하는 자입니다.” ( 2권 p251 중에서) 언제부턴가 세상이 변한 건지 내가 변한 건지 ‘낭만’을 입에 담는 게 어색하고 민망하다. 낭만을 꿈꾸고 노래하면 세상물정 모르고 또는 눈 가리고 아웅 하는 것 같아 역으로 속물적인 것을 넘어서 더 속물적으로 읽힌다. 어쨌든 이리저리 심사가 꽤 배배 꼬여 있나보다. 그런 요즘 낭만적이다 못해 철철 넘치는 소설 하나를 읽었다. 그리고 의외다 싶은 건 내가 그 흘러넘치는 낭만에 젖어 달콤한 아픔을 되새기며 감상에 젖어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하긴 사랑도 그냥 사랑이 아니다. 자그마치 700년을 푹 묵히고 익혀온 시간이 쩐 사랑이니 그 깊은 맛 앞에 누가, 무엇이 명함을 내밀겠는가? 『가고일』. 제목부터 수상하다. 대체 가고일이 뭐지 하는 질문은 극히 솔직하고 자연스럽다 하겠다. ‘가고일은 고딕 성당의 외벽을 장식하는 괴물 형태의 물받이 조각상을 말한다.’ (옮긴이의 글 중에서) ◆가고일=중세 유럽 건축물, 주로 사원의 지붕이나 처마 등에 붙어 빗물을 모아 흘려보내는 역할을 하던 괴물 조각상. 프랑스 파리 노트르담 사원의 괴물 조각상들이 그 전형적인 사례다. 중세 사람들은 가고일이 악령을 쫓아낸다고 믿었다. (중앙일보 10월 18일자 작가 인터뷰 기사 중에서) 남자는 잘생기고 잘나가는 성공한 포르노배우. 마침 마약에 쩐 상태로 운전을 하다 환각에 빠져 그만 치명적인 교통사고로 화상을 입는다. 그러니 그 아름다움은 순식간에 물거품이 되고 그는 괴물 같은 외모와 망가진 육체를 갖게 된다. 자, 여기까지는 그저 극적인 상황이다 싶어 넘어가겠는데 내가 점점 몰입하게 되는 것은 그 망가진 외모로 가는 화상에 대한 치밀한 묘사며 남자의 고통어린 심리를 작가는 너무도 잘 잡아내고 있다. 마치 눈앞에서 지글지글 타오르는 석쇠 위의 오그라드는 고기 살점을 연상시키듯 아니 타는 살 냄새가 진동해 내 코를 바로 움켜쥐고 막아야 할 듯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그리고는 바로 막막한 주인공의 심정에 내가 눌러 붙어 병원 침대에서 천장을 바라보며 단지 절망이라고 하기에는 너무나 빈약하고 무력해 좀 더 적당한 단어를 찾아야 할 것 같아 안달하면서 미이라처럼 붕대를 칭칭 둘러 감은 피고름 고인 육체의 소유자가 된 기분이었다. 피부가 세상과 자아의 경계선으로서의 역할과 의미를 주인공의 독백 속에 귀 기울이며 깊은 현실과 한계도 뼈저리게 느꼈다. 그러니 그런 그가 자신을 괴물로 자각한다 해도 감히 쉽게 동정의 감상에 젖는 일조차 무책임하게 생각되었다. 그런 그에게 여자가 다가왔다. 그 남자의 괴상한 외모 따위는 처음부터 눈길조차 주지 않는 듯하다. 얼마나 대단하고 고상한 정신의 소유자이기에? 사실은 대단한 여자의 대단한 사랑의 무게 때문이며 한순간에 가까운 현실 속에서 그의 화상으로 상처받은 육체에 매몰되기에는 너무나 기나긴 기다림의 시간이 있었기 때문이다. 여자는 가고일 조각가였다. 커다란 돌덩어리에서 비록 괴상한 몰골의 괴물 가고일을 정으로 쪼아 조각하는 작업이지만 결국 영혼 역시 생명처럼 잉태하고 간직한 또는 가둬놓은 돌덩어리에서 해방시켜 자유를 선사하는 산파로 존재한다. 그런 그녀가 괴물 가고일 형상의 살아있는 남자에게 사랑으로 영혼의 자유를 선사하는 것은 어쩌면 숙명일 것이다. 사랑! 남은 마지막 심장을 선사하고 자신은 산화하므로 마침표를 찍는 행위이자 각오가 필요한 일인지 모른다. 사랑은 비극을 동반하나보다. 소설 속에 액자소설로 작은 사랑이야기들이 들려온다. 모두가 실패한 슬픈 사랑이야기. 그러나 포기할 수 없는 감정의 끈으로 영혼을 사로잡는 깊이의 연가들이다. 사랑을 그렇게 할 수 있는가? 내게 묻는다면 나는 입을 다물고 침묵을 지켜야 한다. 나의 심장 너머로 상대의 영혼을 담아서 끝없는 세월의 장벽 앞에서도 흘러 흘러 갈 수 있는가? 자문해봐야 한다. 상대가 억울하게 지옥의 인질이 되어 애달프고 구슬프게 울며 그대를 기다려 지옥 속으로 기꺼이 찾아갈 수 있느냐 묻는다면 나는 도리질을 칠 것이다. 결국 이것이 나의 사랑의 한계일 것이다. 실패한 사랑의 이야기가 슬픈 것이 아니라 나의 연약하고 별 볼일 없는 사랑의 크기 앞에 나는 한없이 부끄럽고 초라해져서 더없이 슬프다.
『가고일』을 읽으며 나는 차마 낭만을 잃은 내 자신으로서 세상을 탓 할 수 없음을 알았다. 낭만(?) 따위에 코웃음을 치는 자신이 꽤 성숙하고 지성적인 냥 으쓱해 하는 꼴이 얼마나 어처구니없는 일인가 깨달았다. 그리고 조용히 흔하디흔한 사랑 얘기가 담긴 대중가요를 한 소절 흥얼 거려본다. 결국 사랑은 인간이 하는 것인데 아름다운 외모의 인간이 하는 게 아니라 아름다운 인간만이 할 수 있는 행위이고 그래서 더 아름다워지는 것이리라. ‘사랑’과 ‘인간의 본질’을 이리저리 둘러보며 아프고 슬프지만 아름다운 인간의 이야기로 이 가을의 시간을 채워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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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기욤 뮈소의 '사랑하기 때문에'라는 소설을 읽고 그 작가의 상상력에 감탄한 적이 있다. 처음 이 책을 접했을 때 기욤 뮈소와 나이도 비슷하고 사랑을 신비로움으로 풀어가는 공통점이 있어서 앤드루 데이비드슨이란 사람은 과연 어떤 상상력으로 어떻게 이야기를 풀어 나갈까 나의 궁금증을 유발했다. 약간의 기대와 함께.
이 책을 한마디로 표현하라면 나는 '숲'이라 하겠다. 하나 하나의 나무가 모여서 숲을 이루듯 작은 이야기 하나 하나를 엮어 하나의 이야기로 만들어 냈다. 묘하지만 아주 멋진 구성이다. 첫 장을 넘기면서 나는 이 책이 보통의 로맨스 소설과는 다름을 단번에 알아차렸다. 우선 이 소설은 1인칭 시점으로 쓰여져 있다. 주인공의 직업이 포르노 배우이자 감독인데 자꾸만 주인공에게 작가의 얼굴이 대칭되는 난감한 상황에 자주 맞닥뜨려야 했다. 하지만 그 덕분에 더 깊이 이입할 수 있었음은 부정할 수 없다. 또한 화상에 대해 그림을 그리듯 너무도 상세히 쓰여 있어서 왠지 내가 고통을 당하는 듯 그 부분에선 인상을 찡그리게 되었다. (아마도 작가는 이 책을 쓰기위해 이 분야에 대해 매우 깊이 공부했으리라.) 보통의 로맨스 소설은 읽기 쉽고 재미있다 라는 나의 고정관념이라도 깨듯 이 소설은 그리 쉽지많은 않다. 특히나 이 책의 클라이막스는 단테 신곡의 지옥편과 얽혀서 이야기가 전개되는데 단테 신곡을 읽지 않은 나로서는 조금 어려운 느낌이 든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작가는 이런 무거움을 조금은 황당무계한 나열법을 이용하여 덜어 줌으로써 한번씩 웃을 수 있게 해주는것 또한 사실이다. 예를 들면 파티 장면에서 파티에 쓰인 수십가지의 음식을 모두 나열한다. 전채 요리에서 후식까지 모두.
어쩌면 뻔한 전생에 관한 이야기지만 인생의 최악의 상황에서 나타난 전생의 사랑이기에 이 이야기가 더 흥미있을런지도 모른다. 화상으로 인해 주인공 본인조차도 스스로를 포기할 상황에 놓이지만 어느날 갑자기 찾아온 전생의 연인 마리안네 엥겔은 주인공에게 사랑뿐만 아니라 생명까지 불어넣어 준다. 또한 엥겔이 전하는 4가지 이야기는 사랑을 위해 자신을 희생하는 슬프지만 아름다운 이야기다. 요즘 시대엔 '쿨하다'라는 단어 아래 쉽게 사랑하고 쉽게 헤어지는 사람이 많은데 이 책은 사랑에는 자기 희생이 따를 수밖에 없음을 보여주며 사랑에 대해 깊이 생각할 수 있는 계기가 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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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툼한 책이 두권 배달됐다.. 700년의 기다림끝에 다시 시작된 사랑이란다.. 순간.. 드라큐라가 떠올랐다.. 하지만, 드라큐라가 아니었다..
화상입은 남자가 나오고.. 그를 찾아오는 한 여자가 나타난다.. 그녀는 정신병동에서 치료받은 적 있다.. 남자는 포르노 배우이자.. 약물중독자인.. 내가 보기엔 세상에 불필요한 존재이다..
죽어 마땅할거 같은 그 남자는 그러나, 살아난다.. 우리는 '삶'에는 그 마땅한 이유가 있기를 기대한다.. 그러기에 남자의 생존에 대해 그 이유가 궁금해진다.. 정신병자이리라 생각되는 그 여자는 '괴물같은 모습의' 남자를 지속적으로 찾아온다..
'미치광이와 괴물의 만남?!'..... 여자는 남자에게 아주 오래된 이야기를 들려준다.. 700년전 어느날.. 수녀였던 그녀와 지금처럼 심한 화상으로 죽을 고비를 맞은 그와의 만남에 대해.. 남자가 그러하듯, 나는 그것이 상처받은 남자를 위로하는 여자의 꾸며낸 이야기일거라 생각한다..
그녀는 뛰어난 이야깃군이고.. 뛰어난 요리사이고.. 뛰어난 조각가의 모습을 보여준다..
언젠가 그런 글을 읽었다.. 많은 여자들이 자신이 한 남자를 '사람'으로 만들 수 있기를 바라며 노력한다는 이야기..^^ 나 역시 아름다운 '벨 ' 아가씨로~ 아직 사랑을 모르는 '야수'를 내 사랑의 힘으로 '멋진 왕자'로 바꾸어주리라 꿈 꾼적이 있었다.. 그러나, 그건 어디까지나 공상 속의 이야기일뿐.. 나라면.. 화상을 입어 흉측한 모습을 한 이를 차마 쳐다보지도 못하리라~~
그런 면에서 남자를 찾아가고.. 그를 보살피고.. 애정을 쏟는 여자의 모습을 대단하단 생각으로 바라보았다.. 황폐했던 남자의 마음이 따스하게 바뀌었을때.. 그는 보살핌을 받는 입장에서 여자를 보살피는 입장으로 그의 모습을 변화시켜감을 볼 수 있다..
또 하나의 미녀와 야수처럼 변화되는 남자의 모습을 바라보는 외에도 이 책은 더 많은 매력을 갖고 있다.. 바로, 여자가 남자에게 들려주는 옛 이야기들이다.. 그들은 어딘가 남자와 여자의 모습을 닮아있어 그것이 그들의 또 자른 전생의 이야기인지? 호기심을 느끼게 한다.. 그러나, 그 이야기들은 하나같이 비극적이고.. 그럼으로서 이 이야기의 결말을 짐작케한다.. 하지만, 책을 읽으면서 내내 비는 것은 그들이 제발 행복해지기를~~
두권을 합하면 600페이지가 넘는 장편.. 평소 300페이지 전후의 단편에 익숙했던 내게는 결코 쉬운 과정이 아니었다.. 또, 틈나는대로 한 글자 한 글자 정독하는 책읽기 습관을 가진 내게는.. 이 책이 조금이라도 지루했더라면, 나는 미련없이 '뭉텅' 건너뛰고 대략적인 줄거리만을 마음에 담았을 것이다.. 하지만, 난 그럴 수 없었다.. '유감스럽게도' 이 책에 적힌 이야기들은 생동감 있고.. 버릴 부분이 없었다.. 결국 나는 근래 책 읽는 시간들 중 가장 오랜 시간을 이 책에 할애했다..
이틀이면 '뚝딱!' 해치우던 내게 이 책은 조금씩 음미하고픈 그런 책이었다.. 여자가 오래된 이야기를 마치 아끼듯이.. 한번에 남자에게 모두 들려주지 않듯.. 나는 이 책을 오래도록 공들여 아껴 읽었다.. 마지막을 읽은 후 좋은 친구를 하나 만났단 생각을 하면서.. 이 글을 쓴다..
다음에 내가 만나게 될 친구는 어떤 친구일까? 속도감있게 휘리릭 넘어갈 친구일까? 아니면, 한모금씩 음미하며 마시는 '차' 같은 친구일까? 궁금해진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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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같이 쌀쌀해지는 계절에 제일 먼저 생각나는 책은 아무래도 사랑이야기인듯하다. 낙엽이 지고, 해는 짧아지다 보면 누군가 곁에 있었으면 하는 생각이 든다. 그러던 중 눈에 들어온 책이 가고일이다. 나는 불멸의 사랑을 믿지 않는다. 왜냐하면 사람의 마음일 믿지 않기 때문이다. 사람만큼 간사한 동물(?)이 없다고 한다. 그만큼 사람마음은 쉽게 움직이고 변한다는 뜻일 것이다. 사랑이 변하는게 아니라 사람의 마음이 변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 책은 불멸의 사랑일 이야기하고 있다. 어쩌면 내가 불멸의 사랑을 믿지 않기 때문에 더 읽어보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다른 누군가의 사랑이야기를 보고 나도 믿고 싶어질지도 모르니까... 잘나가던 포르노배였던 주인공은 자동차 사고로 온몸에 화상을 입게된다. 끔찍한 사고에서 겨우 살아남은 주인공(나)에게 정신분열증 환자인 마리안네 엥겔이 찾아온다. 그리고 나를 지극정성으로 간호한다. 간호하는 동안 그녀가 들려주는 700년전의 사랑이야기. 화상을 입은 용병을 치료하던 수녀가 그와 사랑에 빠져 도망치지만 용병은 죽음이 아니고서는 부대에서 나올 수 없는 존재. 끝까지 추격해오는 부대앞에 그들은 비극적인 운명을 맞는다. 주인공의 이야기와 다른 사랑의 이야기들이 나온다. 하지만 그 모든 사랑은 비극적으로 끝을 맺는다. 어쩌면 사랑은 비극적으로 끝났을때 더 오래 기억에 남게 아름다운지 모르겠다. 중세시대뿐만 아니라 바이킹이나 다이묘시대의 모습도 잘 표현되어 있다. 700년을 이어운 불멸의 사랑이야기는 기괴하지만 신비로운 분위기를 풍긴다. 불멸의 사랑이야기라 많이 알고 있던 그렇고 그런 사랑이야기인 줄 알았지만 가고일은 색다른 매력을 풍기는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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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고일...이 작품을 7년동안 써내려 갔다는 말이 인상적이였다. 내가 생각했던 것과는 반대인 느낌이였지만, 그 이상의 재미와 감동이 있었다. 특히 작가의 상황묘사가 정말 탁월했다. 책 띠에 적혀있던 < 숨이 막힐 정도로 아름다운 러브 스토리> 라는 말을 머릿속에 새기고 봤지만, 아름다움보다는 신비로움과 깊음. 그것을 또 아름답다고 볼 수는 있겠지만. 또 아마 가고일이 영화로 만들어 진다면, 일단 화상을 당한 부분이 나오는 앞부분은 눈을 가릴 듯 하다. 정말 오랜만에 이런 분위기의 책을 만났다는 사실 만으로도 참 신선했고, 좋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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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넌 알았니? 누구랑 누구랑 사귄대~" "야~! 걔네들 사귀다가 헤어진지가 언젠인데... 완전 뒷북은..." 연예가를 다룬 기사란은 말할 것도 없고 주위에서도 남녀가 사귀고 헤어지는 것은 그다지 큰 충격으로 와닿지 않을 만큼 가쉽거리도 못되는 시대가 되었다. '인스턴트 사랑'이니 '원데이 스텐드'니 참 별별 신조어들을 잘도 만들어 낸다. 사랑에도 유효기간이 있을까? 씁쓸하게도 남녀간의 가슴뛰는 사랑은 18개월에서 30개월까지 라고들 한다. 사랑을 느끼는 순간 분비되는 호르몬이 어쩌고 저쩌고 하면서 과학의 발달이 가져온 통계라는 것은 때론 인간의 감정까지 숫자화하려고 한다. 역사를 돌아보아도 '사랑'에 관한 이야기는 많은 사람의 가슴을 울리기도 하고, 때론 훈훈함을 때론 안타까움을 자아내기도 한다. 세기의 스캔들로 알려진 헨리8세의 경우 앤 불린과의 사랑을 이루기위해 교황청과 등지면서까지 결혼을 성사시켰지만 그 사랑도 결국은 '천일'에 그쳤음을 떠올릴 때, 또한 음악계에서 유명한 슈만과 클라라의 사랑도(어릴 때 두 사람의 사랑에 관한 만화책을 본 적이 있는데 슈만이라는 작곡가의 이름과 함께 무척 오랫동안 기억속에 남아있다.) 힘겨운 과정을 거쳐 결혼에 이르렀고, 슈만이 작곡한 많은 아름다운 곡들은 대부분 이때 만들어진 것들이다. 결과적으로 이들 부부도 결혼으로 맺어진 후에는 전처럼 열정적이지 못했다는 것이 문제지만 말이다. <가고일> 이라는 제목이 던져주는 호기심과 함께 '불멸의 사랑'이란 글자에 잠시 눈길이 머물렀다. 죽어서도 잊지 못하는 사랑, 영혼이 되어서라도 사랑하는 이의 곁에 있고 싶어하는 사랑, 수백년의 세월뒤에 다시 환생해서 만나는 사랑등 '영원한 사랑'을 주제로한 영화나 소설은 흔하디 흔하다. 다만 그런 평범한 주제 속에서도 작가만의 빛나는 문체나 구성, 등장인물의 캐릭터가 살아 숨쉰다면 마음을 울리는 한 권의 작품일 수 있겠다 싶어 읽고 보고픈 충동이 느껴졌다. 덧붙여 이 책은 기대를 충분히 채워준 작품이다. (# 가고일은 고딕 성당을 장식한 괴물형상의 석상을 말한다.) 주인공은 잘나가는 포르노 배우이자 제작자로 불운했던 어린 시절을 뒤로하고 어느정도 성공을 이룬 캐릭터다. 그의 성공은 방종한 생활로 이어져 술과 마약, 여자에 빠져 살던 중 술에 취해 운전하다가 큰 사고를 당한다. 온 몸이 불에 탄 채 화상병동에서 눈을 뜬 남자, 그가 자리를 비운 사이 사업은 파산해 버렸고 하루하루 재활훈련은 죽음보다 더 큰 고통을 가져다준다. 남은 희망은 두 발로 걸어 병원을 나갈 수 있게 되는 것. 그리고 스스로 죽음을 선택하는 것 뿐이라고 생각한다. 적어도 미지의 여인 마리안네가 나타나기 전까지는 그랬다. 그에게 마리안네와의 만남은 삶을 이어갈 의지이며 새로운 삶을 꿈꾸는 한줄기 빛이 되어준다. 그녀는 재활치료를 받는 주인공에게 큰 힘이 되어주면서 사랑에 관한 이야기들을 들려준다. 수세기에 걸쳐 불멸의 사랑을 꿈꾸었던 연인들의 이야기, 그리고 이미 오래전에 맺어졌던 두 사람의 인연에 대해서도... 남자는 혼란스럽다. 사람들이 말하는 것처럼 마리안네가 정신적으로 문제가 있는 여자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하지만 그런것은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 어느새 그녀의 이야기에 몰입하게 되고 진심으로 믿게 되었으니까. 700년전 엥겔탈 수도원의 수녀와 부상당한 용병으로 만나 남자에게 사랑을 깨닫게 해 주었던 마리안네는 현실에서도 화상당한 주인공에게 진정한 사랑을 일깨워주는 존재가 되었다. 돌덩어리 속에 갇힌 가고일들의 목소리를 듣고 자신의 심장을 하나씩 꺼내줌으로써 조각을 한다는 마리안네는 그녀의 마지막 심장을 남자에게 주는 것이 자신의 임무라고 생각한다. 활 시위는 당겨졌고, 수백년동안 불멸의 사랑을 지키고자 하는 이들의 가슴에 꽂혔다. 사랑에 대한 한편의 대서사극이 눈앞에 펼쳐졌지만 먹먹해져오는 가슴을 쓸어내리며 그들의 사랑이 비극이라고 단정짓지는 못하겠다. 유행가의 가사였던가... 사랑이라는 흔한 말 하고 싶지 않아서 더 근사한 말을 찾아보려 했지만 결국은 사랑한다는 그 말보다 더 좋은 말은 없다더라 하는 말이 참으로 옳다. '사랑'이란 단어보다 가슴 설레게 만드는 말이 어디 있을까? 사랑에는 유효기간이 있다지만, 결혼하고 검은 머리 파뿌리 될때까지 신혼처럼 살 수 없는 것이 현실이라고는 하지만 유효기간 지난 사랑이라고 썩어 없어지기야 하겠는가. 남편과 만난지 16년째, 결혼 8주년을 맞은 올 가을에 산전수전 공중전까지 다 겪은 지난 세월을 돌이켜 보니 결혼이란 무엇이고 인생이란 무엇인지 마음 한구석이 뒤숭숭해져 온다. 우리 사랑은 갓 담은 김치처럼 뜨거운 사랑은 못되어도 청국장같은 깊은 맛 우러나는 사랑이기를... 푸하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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