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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고일이란 중세 고딕성당 지붕 등에 날개가 있는 괴물의 상이 놓여 있는 경우가 많은데 이것이 가고일이다. 원래 악마의 이미지로 만들어진 상이다. 기독교가 서양에 확산되자 그 때까지 믿고 있던 신들은 사신(邪神)이 되어 버렸다. 이 사신들이 건물 바깥에서 망을 보는 역할을 부여받게 되었는데, 그것이 바로 이 조각상들이다. 책 제목에서 부터 풍기는 이미지가 이런 신성과 악마와 연관된 사랑이야기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일종의 약간으 흔한 그리고 식상한 소재의 러브스토리로 여기서 책을 읽어나갔다.
하지만 책을 읽어 나가면서 상당한 지적 수준을 요하는 소설임을 알게되었다. 우선 단테의 신곡을 읽었으면 좀더 다른 감동을 받지 않았겠느냐 하는 느낌이 든다. 그리고 수없이 나오는 중세의 언어들의 향연이랄까 라틴어에서 부터 시작하여 중세유럽의 다양한 언어로 점철된 내용은 마치 언어학교재로써도 손상없을 정도이다. 그리고 중세 기독교의 이해 특히 수녀원과 수도사들 그리고 삼위일체등의 성서적 지식 또한 필요할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 또한 화상과 정신분열증에 대한 의학적인 지식 또한 풍부하게 설명되어 있고 무엇보다도 포로노영화의 실체를 알게 되었다는 점 또한 웃음짓게 하는 부분이다.
소설은 1인칭 화자인 전직 포로노배우 겸 제작자가 우연한 교통사고로 전신화상을 입고 생사의 고락을 넘는 부분에서 시작된다. 엄청나게 고통을 받고 있는 것을 자신의 척추속에 뱀이 들어왔다는 표현에서부터 그 뱀과의 사투가 시작되고 단지 살아있는것 보다는 죽는게 낫다고 생각한 그에게 어느날 마리안네 엥겔이라는 평범치 않는 여성이 나타난다. 물론 그 여성은 같은 병원 정신병동에 입원해 있는 정신분열증의 환자였고 더 커다란 충격은 자기가 700년을 기다려온 연인이라는 사실 그리고 자신은 중세의 수녀였다는 사실을 고백함으로써 소설의 시작을 알린다. 물론 여기까지는 여타 연애소설의 기본적인 구도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러나 현실의 시대와 과거 연인의 입을 통한 중세의 사랑이야기를 들으면서 특히 자신의 가슴에 난 상처의 역사적 인연을 알게 되면서 이 소설은 상당히 다른 방향으로 전개된다.
또한 이 소설속에는 주인공 자신의 사랑뿐만 아니라 다른 사랑이야기가 몇가지 나온다. 물론 오래된 연인들의 사랑이야기이다. 바이킹과 일본 다이묘시대의 이야기, 영국에서 귀족과 사랑이야기등을 보여준다. 물론 이 이야기들의 결말은 비극으로 끝을 맺는다. 남자가 죽고 여자가 죽고 아니면 시간적인 간격을 두고 뒤따라는 죽는 그야말로 가슴아픈 사랑이야기이다. 이 사랑이야기의 전제에 바로 주인공 자신의 사랑이야기도 묻어있다고 본다. 700년전 이루지 못한 사랑을 현실에서 다시 이루고 싶은 절실함이 몇몇의 사랑이야기의 공통점이 아닐까 하는 느낌이 든다.
이 소설의 또 다른 매력은 사랑을 소재로 펼쳐진 이야기이지만 상당한 역사적인 지식을 제공하고 있는 점이다. 중세의 기독교와 영주와 기사들의 관계 그리고 신곡을 둘러싼 필경사들의 내용과 일본의 다이묘시대상 그리고 바이킹의 삶등 다양한 면에서 역사적 사실을 기초로한 역사소설같은 이미지도 강하다.
필자는 소설을 통해서 많은 사랑이야기를 전해주고 있다. 700년이라는 기나긴 세월을 기다려 사랑하는 사람을 재회하는 주인공의 이야기 뿐만 아니라 남녀간의 사랑과 동성간의 사랑, 그리고 우정, 배려등을 말하고 있다. 아마도 사랑이라는 것은 아무리 많은 시간이 흘러도 변하지 않는 변할 수 없는 그런 감정이다는 것을 보여준다. 물론 그 사랑에 대한 확고한 믿음이 있는 이상 자기의 목숨은 큰 부분을 찾지 하지 않는 다는 불변의 진리에 대해서 말하고 있다. 무엇보다도 사랑에 대한 각국의 언어로 표현된 말들은 아무리 이국적인 언어로 표현되어도 들을수록 더 듣고 싶고 말할 수록 더 하고 싶은 말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사랑해. 아이 러브 유. 아이시테루. 에고 아모 테. 티 아모. 예흐 엘스카 시흐. 이히 리베 디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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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혼을 울리는 애절한 사랑의 노래 <가고일>은 두 남녀의 사랑에 관한 이야기다. 거친 풍랑을 이겨내고 난폭한 물살을 헤쳐 나가는 작은 배처럼 온갖 시련에 맞서 끝까지 자신의 사랑을 지켜나가는 한 연인의 애절하면서도 고결한 사랑의 노래다. 700년이라는 세월을 가슴에 묻어둔 채 잃어버린 사랑을 찾아 나서는 그녀, 마리안네 엥겔. 전생에 대한 기억은 없지만 자신의 상처 입은 육신을 돌보는 그녀의 손길에서 그녀가 자신의 진정한 사랑임을 깨닫는 그. 그와 그녀의 만남은 계속되는 고통 속에서 자살을 꿈꾸며 의미 없는 하루를 사는 그에게 불쑥 찾아온 반갑지 않은 손님이었지만 차츰 그녀가 들려주는 이야기에 매료되어 그 수많은 이야기를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는 마리안네라는 사람에 대해서 관심을 갖기 시작하면서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든다. 그리고 자신의 손으로 700년 동안 봉인한 사랑을 다시 찾기 위해 자신의 모든 것을 다바쳤던 마리안네의 혼신을 다한 노력이 그의 회복과 함께 조금씩 천천히 빛을 발하기 시작한다. 700년 전 그녀는 실제 기록에 존재하는 엥겔탈이라는 수녀원에서 살았던 수녀였다. 그녀는 일찍이 신의 은총을 받은 아이였으며 언어 면에서 뛰어난 능력을 가지고 있었다. 마리안네가 수녀원 꼭대기에 있는 필사실에서 자신의 능력을 한껏 발휘하면서 필사업무에 깊이 매진하던 중 깊은 상처를 입은 채 찾아 온 용병군인인 그를 만나게 된다. 마리안네는 거부감 없이 그를 정성껏 치료했고, 그 역시 자신에게 헌신하는 그녀를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봤다. 결국 둘은 마리안네가 단테의 지옥 편과 관계된 일로 더 이상 수녀원에 있을 수 없게 되자 함께 수녀원을 나가게 되고, 새로운 삶을 시작한다. 새로운 삶이 행복한 삶으로 변하는 데는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고, 다시 불행한 삶으로 변하는 것도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이유를 막론하고 군을 이탈한 그에게는 죽음의 응징만이 있을 뿐이었고, 그 일을 수행하고자 추격대가 찾아왔다. 장작더미 위에서 죽음의 불길에 신음하던 그의 가슴에 불멸의 사랑을 약속하는 힘이 담긴 화살이 꽂히고 마리안네와 그는 기약 없는 이별을 한다. 자신은 물론 마리안네의 전생에 관한 이야기를 들은 그는 현실처럼 생생한 꿈속에서 그녀가 들려준 이야기들 속 주인공과 그녀의 운명을 뒤바꾼 단테의 지옥 편에 관한 내용이 섞인 기묘한 ’지옥’체험을 한다. 안내자와 함께 지옥 곳곳을 돌며 그녀를 찾아나서는 그. 그에게 이 체험은 진실로 자신과 마리안네가 사랑이라는 700년 묵은 끈으로 연결됐음을 일깨워주고 수백 년 전 그날처럼 불에 그을린 자신을 헌신적으로 돌봐준 마리안네가 바로 자신의 사랑이요 자신을 살게 한 또 하나의 심장임을 알게 된다. 한편 끔찍한 사고로 온몸이 불에 타 흡사 괴물처럼 보이는 그와 그런 괴물의 모습을 한 조각품을 끊임없이 만들어내는 그녀는 기묘한 조화를 이룬다. 마치 현실 속에 지옥이 실제 하는 것처럼...지옥같은 고통은 당연한 것처럼 말이다. 고통을 통해서 비로소 신의 섭리에 닿을 수 있다고 외치는 마리안네의 모습은 고통 속에 조각 작업을 하는 그녀의 행동이 뜻한 바를 잘 보여준다. 결국 마리안네의 뜻을 이해한 그는 그녀가 하는 일을 묵묵히 지켜보며 그녀의 빈자리가 생길 즈음 700년 전 그녀처럼 이 모든 일들을 글에 옮기는 작업에 착수한다. 절망의 순간, 사랑하는 이의 심장을 겨눠야 했던 그녀의 선택. 지옥의 형벌이라고 할 수 있는 불의 고통 속에서 아파하는 연인을 바라봐야 하는 그녀의 심정. 사랑하는 사람에게 자신의 마지막 심장을 건네주기 위해 참아야 했던 그녀의 기다림. 이제 그녀가 겪었던 모든 일들이 그를 통해 한 편의 글로 재탄생하게 될 것이다. 죽음보다도 강했지만 지옥처럼 가혹했던 둘의 사랑은 한 권의 책을 통해서 사람들의 가슴 속에 오래도록 깊이 새겨질 것이다. 그리고 그녀가 그를 위해 남겨두었던 마지막 심장은 불멸하는 사랑의 상징으로 영원히 많은 이의 기억 속에 남아 있을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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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편에 이어 계속...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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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er Tod scheidet die Seele vom Leibe, die Liebe aber scheidet alle Dinge von der Seele. " ( 죽음은 육신에서 영혼을 분리하지만 사랑은 영혼에서 전부를 분리한다 )
이 책을 읽고나면 위 문장의 의미를 온 몸으로 느낄 수 있게 된다. 한 남자의 삶을 위해 나는 스러져가야한다. 그 사람이 나를 사랑한다면 나를 위해 아무것도 하지 말아야 한다. 700년전 내가 그를 위해 그랬듯이. 그저 나를 온전히 놓아주는 것이 사랑의 완성이며 진정한 사랑이다. 죽음도 감수할 정도로 사랑은 강하고 지옥의 모든 고통보다 가혹하다.
"가고일"은 고딕 성당의 외벽을 장식하는 괴물 형태의 물받이 조각상을 말한다. 서른 다섯살의 포르노 배우이자 감독인 주인공은 마약에 취해 운전을 하다가 생긴 교통사고로 인해 전신에 화상을 입고 그 어떤 가고일보다 흉측한 외모로 변한다. 화려하고 호사스럽고 잘생긴 외모로 한몫 잡았던 시대는 가고 이제 그는 누구에게도 환영받지 못하고 누구도 찾아주지 않는 화상병동의 괴물일 뿐이다. 모르핀 주사 없이는 끔찍한 고통을 견뎌내기 어려워 자살을 생각하는 그에게 어느날 마리안네 엥겔이라는 여자가 찾아와 그와 그녀는 700년 전 서로 열렬히 사랑했던 전직 용병인 석공과 전직 수녀인 필경사였음을 이야기하면서 그의 간호를 자처한다.
이야기는 1300년대 중세독일과 현대를 오가며 펼쳐진다. 마리안네의 중세의 연인들에 대한 이야기는 그 결말이 모두 비극임에도 불구하고 "아름답고 완전한 사랑"으로 기억된다. 그리고 그 완전한 사랑에 대한 이야기들은 주인공이 그 인물들과 함께 (본인이 환각이라고 생각하는) 단테의 신곡에 나오는 지옥의 모든 단계를 통과하고 스스로 완전한 사랑을 선택할 수 있도록 하는, 그래서 마리안네의 마지막 심장을 받아 그녀의 사랑을 완성시키는 기반이 된다. 700년 전 수녀원에서 한 서원과 수녀원장님을 배신했지만 자신의 사랑에 결백했던 마리안네는 결국 자신의 손으로 사랑하는 그의 최후를 장식한다. 하지만 세 스승들은 그녀는 아직 생을 마감할 때가 아니라는 것을 알았고 그녀에게 수천개의 심장을 주게 된다. 그 심장이 모두 사라질때까지 그녀는 다른 존재 속에서 생명을 찾아 심장들을 놓아주어야 했고 마지막 한개의 심장은 그녀가 사랑하는 사람이 직접 그녀의 심장을 받아들여야만 그녀 몸속에서 나갈 수 있으며 그래야만 그녀는 온전하게 신에 이를 수가 있게 된다.
결국 그녀의 심장을 받게 된 주인공은 이 불멸의 완전한 사랑을 영원함을 위해 그만의 방식으로 그녀의 마지막 심장을 풀어주게 된다. " 아이 러브 유. 아이시테루. 에고 아모 테. 티 아모. 예흐 엘스카 시흐. 이히 리베 디히. 사랑해." 이 단순한 문장이 바로 시간과 공간을 초월하는 강한 힘을 발휘한다는 것에 다시 한번 새삼 놀라게 되는 시간이었다.
"너는 내 것, 나는 네 것. 너도 이걸 확신하겠지. 너는 내 심장에 갇혔고, 열쇠는 내던져 버렸지. 너는 언제나 내 심장 속에 머물러야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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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편을 읽은 후 머리가 다소 혼란스럽다. 여운이 많이 남는 소설이다. 1편에서 생긴 궁금증을 해소하려고 했던 내가 욕심이었을까? 아니면 지나치게 논리적인 면을 기대했을까 마리안네의 나이를 봐서는 현실에서 다시 환생한 건데 왜 700년을 살아 왔다고 한 것일까 1300년대 마리안네는 어떻게 죽었을까? 현실에서 마리안네가 남자에게 들려 준 700년 전 이야기는 과연 진실일까? 정신분열증환자의 망상일까? 현실에서 마리안네는 죽고, 남자는 화상을 입은 채로 살아 남은 의미는 어떤 것일까? 등등.. 마리안네가 죽기 전에 남자에게 남긴 “지옥편”의 독일어 번역본과 화살촉이 마리안네의 말이 진실임을 암시할 뿐이다. 2편에서는 1편에 처음 언급되었던 회상과 화살촉이 이야기 끝까지 이어진다. 1편에서 700년 전에 마리안네가 남자를 처음으로 만나는 장면이 나오는데, 그 때 남자는 불화살을 맞고 화상을 입은 전사의 모습이었다. 이후 수녀원을 나온 두 사람은 탈영병을 쫓는 추격대에 의해 남자가 잡히게 되어 화형에 처하는 고통스러운 최후를 맞게 되는데, 그 죽음의 고통을 덜어 주기 위해 마리안네는 남자의 심장을 향해 활시위를 당겨 고통을 덜어 준다. 700년 전 죽어서 불에 탄 남자는 현실에서 그 모습 그대로 마리안네 앞에 나타난다. 바로 가고일의 모습으로. 마리안네가 1300년경에 이루지 못한 한 맺힌 사랑. 세상에서 처음 사랑했고, 가장 사랑했던 남자를 어쩔 수 없이 자신의 손으로 직접 활을 쏘아 죽여야 했던 한(恨)… 남자의 몸이 불에 타도록 그대로 두고 떠날 수 밖에 없었던 한(恨)… 이 마리안네의 처절한 한(恨)은 700년을 이어 내려와 마치 “다 이루었다”란 말을 마지막으로 십자가위에서 숨을 거둔 예수처럼 과거의 못다한 한스러운 사랑과 속죄를 이루고 나서 마리안네는 남자의 곁을 영원히 떠난다. 이 소설은 가만히 음미해 보면 볼수록 깊고 깊은 아름다운 사랑의 이야기다. 등장인물의 톡톡 튀는 듯한 말투와 마리안네의 입에서만 전해지는 700년 전의 이야기들은 애절한 사랑 이야기를 다소 희석시키는 면도 없진 않지만 불멸의 사랑, 이 말이 딱 맞는 표현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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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은 화살이 내 가슴에 들어온 세번째 사건이 될 터이다. 첫번째는 나를 마리안네 엥겔에게 데려다 주었다. 두번째는 우리를 갈라놓았다. 세번째는 우리를 재결합 할 것이다. (2권, P339) 사랑!이라는 이름처럼 쉽게 불리는 진부한 말도 그리 흔치 않을 것이다. TV브라운관을 통해 함께 할 영원한 테마가 아닐까 생각하게 된다. 너무 흔한 사랑이야기, 이제 그만 질릴 때도 된 듯 한데 사람들에게는 아직 그만한 매력을 주는 다른 어떤것이 존재하지 않는가보다. 쉬운 만남과 더 쉬운 이별속에서도 사랑은 인간이 가진 가장 고귀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어보인다. 사랑을 시작한 여자에게는 날마다 무지개가 떠오르기도 하고, 남자에게는 시인이라는 직업을 부여하기도 한다. 내가 가져보지 못한 물건에 대한 집착처럼 보다 감미롭고 현실과는 동떨어 진 로맨틱한 사랑을 꿈꾼다. 거칠고 나쁜남자와의 아슬아슬한 사랑이나, 죽음도 갈라놓을 수 없는 운명적 사랑을 동경한다. 한번쯤 사랑에 대한 동경과 환상을 꿈꿔본 사람들에게도 잊지 못할 새로운 사랑이 다가온다. 그 누구도 꿈꾸지 못했던 환상적이고 신비로운 불멸의 사랑! 그런 사랑의 이야기가 우리곁은 찾아온다. 700년이라는 시간을 넘나들며 펼쳐지는 감동과 환상 가득한 러브스토리, 이제 그 이야기를 하려한다.
'사고는 마치 사랑처럼, 의심하지 않는 사람을 종종 격렬하게 기습한다.' (1권, P14) 잘나가는 포르노 배우, 감독이자, 제작자였던 주인공(나)에게 찾아온 갑작스런 사고, 약에 취해 운전하던 그는 교통사고로 인간 바베큐가 되어버린다. 전신화상을 입고 성기능까지 잃어 버린, 삶의 의미를 잃어버린 주인공, 사고 후 7주만에 의식을 찾게 되고 죽음의 그림자에서 조금씩 벗어나지만 그가 치료를 받는 유일한 이유는 퇴원할 정도로 회복이 되면 스물네시간내에 죽어 버리는 거라고 다짐하는 그에게 한 여인이 나타난다. 마리안네 엥겔, 정신분열증 환자이면서 가고일 조각가인 그녀는 어떻게 된일인지 그가 태어날 때 갖게 된 가슴 부위의 상처를 알고 있었다. 병실을 찾아온 그녀는 700년전 화상입은 용병을 치료하고 사랑에 빠진 자신, 마리안 네의 이야기를 그에게 들려준다. 그의 아이를 갖게되고 사랑을 키워가지만 운명은 그들을 그렇 게 내버려두지 않은다. 죽음으로 이어지는 안타까운 사랑이야기... 그리고 700년후 화상을 입은 자신의 앞에 다시 선 마리안네 엥겔! 그녀는 그에게 그가 치료받고 살아가야 할 이유를 선물한다. 그의 얼굴을 보고 '폭풍이 멈춘 사막과 같아' 라고 말하는 엥겔. 시간을 초월한 그들 의 미스터리한 만남과 사랑은 그렇게 이어진다. 엥겔은 그들의 전생이야기와 함께 짧은 네가지 사랑의 이야기들을 들려준다. 대장장이 프란체스코와 그의 아내 그라치아나의 죽음도 갈라 놓을 수 없었던 눈물의 사랑이야기, 비키웨닝턴의 사랑이야기, 아버지와 사랑하는 이의 목숨 을 구하기 위해 비구니가 되고 죽음도 서슴지 않았던 유리세공사 세이의 이야기, 이루어질 수 없는 남자의 사랑을 담은 시귀르드르 이야기... 이 네편의 사랑이야기 속에는 죽음도 갈라놓지 못했던 운명적 사랑이야기들이 공통적으로 담겨있다. 의문에 쌓인 여인 마리안네와 그녀가 들려주는 사랑이야기들속에 담겨진 비밀과 불멸의 사랑이야기가 우리를 진한 감동으로 이끈다.
가고일은 교회나 성당의 지붕 네 귀퉁이에 인간과 새를 합성해 놓은 모습을 하고 날카로운 부리 와 날개를 가진 기괴한 형태를 한 괴물상을 말한다. 이 조각상들에는 모델이 있다. 그것은 기독교 에서 데몬 혹은 악마라는 이름으로 매도된 이교의 신들이다. 가고일을 세우는 이유는 종교적인 믿음을 가지라는 위협과 함께 악령을 쫓는 부적의 역할을 위해서라고 한다. 그렇다면 이 책의 제목이 <가고일>인 이유는 무엇일까? 가고일 조각가이기도 한 마리안네 엥겔, 가고일은 아마도 그녀가 가진 일종의 변치않는 사랑에 대한 신념과 사랑을 지키는 부적과 같은 상징이 아닌가 싶다. <가고일>은 또한 단테의 신곡 중 [지옥편]의 패러디라고 한다. 단테에게 지옥을 안내하는 베르길리우스, 단테의 로맨스 베아트리제, 죽음도 가로막을 수 없었던 사랑이 그렇게 <가고일> 속에 담겨있다. 700년이라는 시간의 기다림이 창조해 낸 불멸의 사랑! 그 환상적이고 감동적인 사랑의 이야기를 우리는 쉽게 잊기 힘들것 같다.
불한당과도 같던 한 남자에게 다가온 기습적인 사고, 인간 바베큐가 되어버린 그의 절망속에 찾아온 한 낯선여인, 마리안네 엥겔! 그녀가 들려주는 700년전의 이야기와 네가지 사랑이야기 는 재미와 함께 진한 감동으로 다가온다. <가고일>은 너무나 흔하고 진부해 보일 수 있는 사랑 이야기를 환상적인 요소와 재미있는 대화형식으로 풀어쓴 매력적인 작품이다. 작품의 재미와 더불어 사랑의 존귀함과 위대함을 새삼 느낄 수 있게해준 감동적인 작품이라 평가하고 싶다. 부제이기도 한 불멸의 사랑을 보고는 한 가수의 같은 제목을 가진 노래를 떠올리기도 했다.
영원히 널 사랑해 괜찮아 내 모든걸 준대도, 나 이 세상을 살아도 너 없이는 힘이들어
불멸이라는 말은 없어지거나 사라지지 아니한다는 말이다. 마리안네 엥겔의 시공을 초월한 사랑 과 그녀가 들려준 또 다른 사랑이야기들속에서 이런 사랑도 있구나하는 짜릿한 전율을 느끼게 된다. 불멸의 사랑이라는 감동과 더불어 <가고일>과 같은 사랑을 담아낸 불멸의 책을 발견한 멋진 시간이었다. '사랑'이라는 진부한 언어에 새로운 생명과 영원을 담아낸 신비로움이 가득한 작품으로 오래도록 기억될 것 같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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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문 경우이다. 음... 내가 리뷰를 쓰기 시작한 이후로 보자면 처음이라 할 수 있겠다. 두 권짜리 소설이 하나는 중급이라 리뷰코너로 밀려있고 하나는 블로그 메인에 자리잡는 상급으로 분류되는 경우 말이다. 어쨌든 뭐 어쩌겠나, 사실이 그런 걸. 그러니까 그 점에 대해서부터 간략하게 짚고 넘어가야겠다.
이 작품은 1권에 이어 2권 중반부까지 비슷한 분위기로 이어진다. 그러니까 딱히 지루하다고 할 수는 없지만 그렇다고 기대만큼 몰입력이 좋지도 않았다는 것이다. 1권 리뷰에 설명했듯이 작가의 맛깔스러운 문장력 하나로 버텼다고나 할까. 그러나 이런 젠장. 중반부부터 시작되는 흡입력은 가히 폭발적이다. 특히 챕터 29에 이르러서는 정점을 콱 찍고 뭔가 제대로 서사스러운 이야기로 제 궤도를 찾은듯 싶더니 팡팡팡 내달린다. 그래서 내가 혼자 중얼거렸다. "아 놔, 이 양반 진작 좀 이랬으면 안돼?" 그렇다. 이 소설을 추리 소설이라 할 순 없지만 서사 구조가 좀 그런 식이다. 앞에 잔뜩 뿌려놓은 씨앗을 29장에서 죄다 수확을 하고 나머지 장을 통해 낱알까지 죄다 쓸어담는다. 그러니까 작품 중간에 등장하는 '이게 이 소설의 맥에서 무슨 관련이 있는 걸까? 만약 아무 연결 없이 그냥 하나의 에피소드 소개라면 당신, 내가 지옥까지 쫓아 가겠어!' 라고 다짐을 했었는데 다행이다. 죄다 관련이 있었다. 그렇지 않아도 요즘 바쁜데 지옥까지 안 쫓아 가게 해주어 고맙다는 말을 전해야 하나? 어쨌든. 사실 그럴만도 했다. 2권의 중반부까지는 간혹 어떤 느낌이었는고 하니, 소위 아라비안나이트 처럼 화자와 주인공은 같되 각각 별개의 얘기들을 풀어나가는 건가...라고 생각도 했으니 말이다. 오해할 만했지. 29장에 등장하는 지옥에 대한 묘사는 가히 이 책의 백미이자 압권이다. 단테의 지옥편의 오마쥬라고 봐야하나, 아니면 역자의 말처럼 패러디라고 봐야하나, 어쨌거나 그게 낚시라면 난 제대로 걸렸다. 이 책 때문에 단테의 지옥편에 급관심이 생겼기 때문이다.
책의 전반적인 부분은 1권 리뷰에서 소개했으니 대충의 내용을 보자면 이렇다. 이건 사랑 이야기이다. 그러나 우리가 흔히 떠올리는 그런 로맨스 소설은 아니다. 일테면, "저기 달빛 속에 진아의 눈망울 찰랑이는 군." 뭐 이러면 여주인공이 몸을 한바탕 꼰 다음, 남자의 가슴을 팡팡치고 "아잉, 몰라잉." 뭐 이딴 식의 미친 로맨스 말이다. "알면 죽는 거다!" 라고 외치고 싶은 로맨스 말이다. 게다가 거기서 "나 잡아봐라!" 라고 소리치며 해변으로 무대를 옮긴다면 그 놈이 그 x을 잡기 전에 내가 두 x놈의 다리 몽둥이를 분질러 놓을 생각인 것이다. 그리고 이렇게 말하겠지 "기어서 도망가고 포복으로 잡아봐라!" 그러나 이 소설은 사랑이야기이면서도 뭔가 독특하고 새롭다. 굳이 무대가 중세와 현대를 오가기 때문이라서 그런 거라고 생각되진 않는다. 물론 어느정도 그렇다는 건 부인하지 못하겠지만. 매우 신선하다. 특히 1권 리뷰에서도 말했듯이 작가의 공이 많이 들어간 것을 느낄 수 있다. 동네 얘기로 날로 먹는 소설은 분명 아니다. 다만, 완성도 면에서 100%를 자랑하진 않는다. 워낙 직소퍼즐처럼 다양하게 얘기를 늘어놓아서 그거 끼워 맞추기도 쉽진 않았겠다, 싶었다. 그러다 보니 설정에서 몇 가지 의문점을 남기고 끝을 맺긴 했지만 작품의 이야기를 이해하는 데 있어서는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
어쨌든 상황이 이러다 보니 내 개인적으로 이 소설은 좀 두껍더라도 한 권이었으면 좋았을 뻔했다라는 아쉬움이 남는다. 이건 뭐, 내 블로그에 정리하자니 절름발이가 되어 버렸잖아! 이 놀라운 이야기를 조금만 압축했더라면 진짜 대박이었을텐데 말이지....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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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은 황당한 이야기 이지만 처음 가고일이라는 책의 제목을 보고 자연스레 눈길이 갈수밖에 없었다. 가고일이라는 이름을 컴퓨터 게임에서 평소에 접했기 때문이다. 게임을 아는 분만 아시겠지만 워3의 언데드라는 종족에 유닛으로 등장한다. 전혀 관련이 없는 이야기 이지만 이러한 이유로 인하여 처음에 책을 집어들게 되었다. ^^* 참고로 가고일은 고딕 성당을 장식한 괴물형상의 석상이라고 한다. 지금 생각하니 게임에 나오는 가고일과 석상의 가고일이 비슷하게 생긴것 같다. 정말 이상한 이유로 집어든 이 책을 읽으면서 사랑에도 유효기간이 있다면 기간이 얼마나 될까? 라는 생각을 해 보았다. 요즘에는 너무 쉽게 만나고 또 쉽게 헤어져 버린다. 심지어 결혼하고 몇일만에 이혼하는 사람들도 있다... 사람은 기억이라는게 있어 잊어 버리기도 하고 시간이 흐르면서 마음이 변하기도 하지만 요즘과 같은 이러한 만남은 정말 아닌것 같은 생각을 해본다. 지금까지 수도 없는 사랑 이야기를 읽고 또 직접 사랑도 해 보았다. 사람이 살면서 사랑이라는 감정이 없으면 너무 재미 없지 않을까는 생각도 든다. 역사적으로 사랑 때문에 일어난 많은 이야기들이 있지만 사랑이 없었으면 역사가 바뀌었을 사건들도 많이 있었다. 책이 2권으로 되어있어 조금은 긴 이야기라 생각보다 읽는데 시간이 많이 걸린것 같다. 어떤 남자가 자동차 사고가 일어나면서 이야기가 시작 된다. 아버지로부터 버림받은 어머니와 그 어머니로부터 내어나는 순간 어머니를 잃은 남자... 그리하여 외동딸을 죽음으로 몰고간 손자를 미워하는 외할머니 손에 자라난 남자의 가엾은 인생... 힘든 성장기를 거친후 살아남기 위해 택한 포르노 배우의 길... 금발의 조각같은 얼굴로 사람들의 호감을 자아내며 포르노 배우와 제작자로 순간순간의 인생을 신나게 살아가던 남자... 마약과 술에 쩐채 운전하다가 한순간 나락으로 떨어져 내린다. 외모는 한순간 사라지고 괴물이 된채 그동안 알아왔던 이들이 등돌리는 것을 바라보면서 그는 병원에서 나가는 순간만 기다리게 된다. 그 이유는 인생을 끝내기 위해서... 하지만 미지의 여인 마리안네를 만나게 되면서 그의 생각은 완전히 바뀌기 시작한다. 그녀는 재활 치료를 받는 주인공에게 큰 힘이 되어 주면서 사랑에 관한 이야기들을 들려준다. 수세기에 걸쳐 불멸의 사랑을 꿈꾸었던 연인들의 이야기... 그리고 오래전에 맺어 졌던 두 사람의 인연에 대해서도... 남자는 혼란스럽다. 사람들이 말하는 것처럼 마리안네가 정신적으로 문제가 있는 여자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면서... 하지만 어느새 그녀의 이야기에 몰입하게 되고 진심으로 믿게 된다... 프랑스의 훈남 작가 기욤뮈소는 자신의 이야기에 사랑이 빠진다는 것은 상상할수 없다고 한다. 사랑이 없는 삶은 상상조차 힘들기에... 이 책의 작가 앤드루 데이비드슨은 일본에서 오랫동안 생활했기에 동양적인 문화가 소설속에 많이 들어 있는것 같다. 작가는 가고일을 통해 지금 시대에 찾기 힘든 진정한 사랑에 관하여 쓰고 싶었던게 아닌가 생각을 해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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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넌 내 것이고, 난 네 것이네. 너는 이걸 확신할 수 있겠지. 네가 내 심장에 들어와 문을 닫고 열쇠를 내던졌네. 그 안에서 넌 언제나 머물러야 하네.”(264쪽) 소설 속의 여주인공 마리안네 엥겔이 들려주는 사랑가의 한 대목이 바로 소설 <가고일>의 전부라 해도 틀린 말이 아니다. 신예 작가 앤드루 데이비드슨은 소설 속에서 700년의 시공을 넘나드는 영원불멸의 사랑에 관한 서사를 놀라운 필력으로 우리에게 보여준다. 이 놀랄만한 작가의 상상력은 우리를 꿈에서도 보기 힘든 판타지의 세계로 이끄는가 하면, 마치 사물을 해부하여 보여주는 듯한 생생한 묘사를 통해 그 안의 사랑이 결코 판타지가 아닌 실제의 것이라 믿게 만든다. 물경 7세기의 시공을 초월한 사랑의 전설은 한 포르노 배우의 교통사고로부터 비롯된다. 소설 속의 남자는 한 때 성공한 포르노 배우이자 제작자였으나 불우한 출생과 성장은 그를 마약중독자로 만들었다. 그날도 술과 마약에 취해 운전을 하다 벼랑으로 떨어지는 사고를 당한다. 작가는 그 교통사고의 순간을 마치 자신이 직접 당한 것처럼 너무나 사실적인 그림으로 보여준다. 찰나에 지나지 않는 시간이 사고의 순간에는 영원의 그것처럼 길게 느껴짐을 우리는 안다. 순식간에 차는 화마에 휩싸인다. 남자의 “살점은 석쇠 위에 새로 던진 고기처럼 그슬리기 시작했고, 화염이 입을 맞추자 피부에서 지글거리는 소리가 났다.” 작가의 필력은 우리를 교통사고의 현장으로 이끌고 우린 그 사고의 목격자가 된다. 그래서 우리는 그가 겪은 사고의 순간을 체험할 수 있다. 우리는 이제 그가 “불길을 피할 수도 없이 차 안에 붙박여 쇼크 상태에 빠질 때까지를 낱낱이 의식한 일이 어떤 건지 이해하게” 된다. 사고의 순간에 남자가 본 것은 결코 환상이 아니다. 그러나 그것은 그 생생한 기억에도 불구하고 환상처럼 생각된다. 소설은 사고의 순간처럼 실제와 환상의 경계를 넘나들며 결코 믿을 수도, 그렇지만 믿지 않을 수도 없는 신화 같은 사랑이야기를 들려준다. 구사일생으로 살아났지만 화상으로 괴물처럼 변한 남자에게 정신병동에서 온 듯한 차림새의 한 여자가 방문하고, 그녀는 남자와 자신이 14세기 서로 사랑한 연인이었다는 믿기지 않는 이야기를 한다. -“증거의 부재가 부재의 증거는 아니다.”(137쪽) 남자는 14세기의 용병이었다. 여자는 중세 신비주의 신학으로 유명했던 엥겔탈 수도원에 버려졌고, 그곳에서 키워졌다. 어찌된 일인지 여자에게는 공부하지도 않은 라틴어 등을 자유자재로 구사할 수 있는 언어에 관한 탁월한 능력이 있었고, 때문에 수도원에서 필경사의 임무를 담당했다. 남자는 참전한 전투에서 부상을 당한다. 이동할 수 없는 부상자는 동료들을 위해 스스로 목숨을 끊거나 고통을 덜어주기 위해 끊어주는 것이 당시 용병세계의 불문율이었다. 다행히 그는 동료의 도움으로 죽음의 위기를 모면하고 수도원에서 부상을 치료하게 된다. 그 때 남자와 여자는 만났고 운명처럼 사랑하는 연인이 되었다. 그들의 사랑은 불같이 뜨겁고 정열적인 것이어서 그녀는 더 이상 신의 품안에 머물 수 없었다. 신에게 바친 서원으로도 그들의 세속적인 욕망을 막을 수는 없는 것이었다. 그들은 함께 수도원을 떠났고 수도원과 멀리 떨어진 곳에서 서로의 사랑을 키워간다. 꿈처럼 행복하고 달콤한 사랑의 시간이었다. 그러나 그들의 이 아름다운 사랑은 신이 허락한 것이 아니었다. 용병의 불문율을 어긴 남자를 향해 용병대의 추격은 점점 그들의 사랑을 옥죄어 온다. 죽음의 마수로부터 벗어날 수 없는 것이 그들에게 정해진 신의 예정이었다. 신도 허락하지 않은 사랑을 지키기 위해 남자는 추격대를 자신에게로 유인하고, 여자는 붙잡힌 남자가 당하는 형극의 고문을 숨어 엿본다. 여자는 가슴 찢어지는 아픔에 몸서리를 치다 활시위를 당긴다. 그녀가 겨냥한 표적은, 그러나 추격대가 아니다. 바로 자신이 가장 사랑한 남자의 심장이었다. 이윽고 화살은 바람을 가르고 신이 내린 가혹한 운명을 가른다. 남자의 심장에 난 그 칼자국은 바로 그녀의 화살이 박힌 자국이다. 그 자국은 화상으로 그의 피부가 “막 구워낸 비엔나소시지”처럼 부풀어 있을 때에도 너무도 선명하게 남아 있었다. 마리안네는 정신병자인가? 남자는 혼란스럽기 그지없다. 그녀의 입을 통해 전해지는 중세의 수도원과 신비주의 신학, 14세기 독일의 풍속 등을 헛소리라 무시하기에는 그녀의 말은 너무나 조리 있고 사실적이다. 사랑을 지키기 위해 비구니가 된 일본의 유리세공사 이야기, 바다로 나간 남편을 잊지 못해 바닷가의 망부석으로 살았던 한 여인의 일생, 한 남자를 사랑했고 그 사랑을 고백하는 순간 사랑마저 물거품이 되어버린 비극의 한 남자 등등 그녀가 전하는 사랑에 관한 전승들은 전설로만 머무르지 않는다. 그녀는 자신들의 사랑이 그와 같이 아름다웠던 것임을 확인시킨다. 그녀는 미치지 않았고 다만 그들은 미칠 듯이 사랑하였다. 그녀를 만나기 전, 잘나가는 포르노 배우였던 그에게 여자는 욕망의 배설구일 뿐이었다. 그러나 남자를 향한 그녀의 헌신은 그녀를 결코 욕망의 대상으로만 볼 수 없게 만든다. 사랑은 그녀의 노래처럼 그의 심장으로 들어왔고 그 심장의 열쇠는 사라졌다. 비로소 사랑은, 그녀는 영원히 그에게 갇힌 것이 되었다. -“조각은 거꾸로 가는 거잖아. 시작할 때보다 작아지면서 끝나니까.”(109쪽) 그녀는 조각가다. 그것도 신이 내린 조각가다. 중세의 수도원에서 그녀가 필경사로서 신의 섭리를 기록한 것처럼 오늘의 그녀는 조각가로서 신의 존재와 그의 신성을 위해 정을 박고 망치질을 한다. 영감에 휩싸이면 그녀는 돌을 다듬어 ‘가고일’을 조각한다. 가고일은 고딕식 성당 외벽을 장식하는 괴물 형태의 물받이 조각상으로 신에게 사로잡힌 악마의 형상이다. 신은 가고일을 자신의 처소에 잡아두고 파수꾼의 역할을 맡겼다. 그녀의 조각상은 바로 신의 존재를 드러내는 증거이기도 하다. 증거의 부재가 부재의 증거가 아니듯, 보이지 않는 신의 존재가 무신의 증거는 될 수 없다. 사랑 또한 마찬가지여서 “사랑을 묘사할 수 있다고 믿는 사람이라면 사랑을 전혀 이해하지 못하는 자”다. 그녀에게 조각은 자신들의 시간을 드러내는 징표이자 사랑을 완성해가는 순교의 고통이다. 그녀가 조각에 몰두할 때 그녀는 혼 줄을 놓을 만큼 자신의 전부를 던져야 한다. 왜냐하면 사랑은 고통 속에서만 피어나는 꽃인 까닭이다. “고통이 우리 사랑을 벼려 주지요.”(188쪽) 그녀는 말한다. 여자를 통해 중세로부터 전해진 단테의 <신곡> 필사본은 남자에게 지옥을 경험하게 한다. 그는 산 자로서 지옥을 방문하는 최초의 방문객이다. 그는 이 여행을 통해 사랑뿐만이 아니라 그의 삶에서 진정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깨닫는다. 단테 ‘지옥편’을 패러디하고 있는 이 대목에서 작가의 상상력은 발칙하다. “지옥은 선택이다.”라고 작가는 선언한다. 우리의 상식을 단번에 깨는 이 선언은 구원의 길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 길에 이르지 못하는 우리들의 비극을 역설적으로 웅변한다. 조각은 자연의 한 물체에 불과한 돌을 깨고 다듬어 하나의 예술품으로 완성해나가는 작업이다. 조각으로 빚어진 작품 속에는 예술가의 영감과 혼, 아름다운 숨결이 담겨 있다. 그것은 곧 신성의 다른 이름이다. 돌은 피조물로서 스스로를 아낌없이 내어준다. 사랑은 이렇게 전부를 내어주는 것이고, 인생이란 자신의 욕망을 이처럼 조금씩 비워가는 일인지도 모른다. 마리안네는 자신의 마지막 심장을 바쳐 처마 밑의 돌조각으로 남았다. 그 처마 밑에서는 오늘도 사랑 없는 세속의 욕망이 바람 소리로 울고 있다. “쿠드메 누트리트 메 데스트 루이트(나를 기르는 것이 또한 나를 파괴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