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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로 만들었으면...2 : 가방 하나가 주는 편안함과 삶에 대한 경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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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방 하나                                                                      백무산   두 여인의 고향은 먼 오스트리아 이십 대 곱던 시절 소록도에 와서 칠순 할머니 되어 고향에 돌아갔다네 올 떄 들고 온 건 가방 하나 갈 떄 들고 간 건 그 가방 하나 자신이 한 일 새들에게도 나무에게도 왼손에게도 말하지 않고   더 늙으면 짐이 될까 봐 환성하는 일로 성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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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방 하나

 

                                                                   백무산

 

두 여인의 고향은 먼 오스트리아

이십 대 곱던 시절 소록도에 와서

칠순 할머니 되어 고향에 돌아갔다네

올 떄 들고 온 건 가방 하나

갈 떄 들고 간 건 그 가방 하나

자신이 한 일 새들에게도 나무에게도

왼손에게도 말하지 않고

 

더 늙으면 짐이 될까 봐

환성하는 일로 성가시게 할까 봐

우유 사러 가듯 떠나 고향에 돌아간 사람들

 

엄살과 과시 제하면 쥐뿔고 이문 없는 세상에

하루에도 몇 번 짐을 싸도 오리무중인 길에

한번 짐을 싸서 일생의 일을 마친 사람들

가서 한 삼 년

머슴이나 살아 주고 싶은 사람들 

 

    소록도. 처음 글을 통해 본 것은 고 이청준 작가의 <당신들의 천국>을 읽으면서였다. 그 작품을 읽으며, 학위논문은 거의 다 봤었다. 한 15년 전 쯤에...그리고, 작가는 가공속에서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게 아니라 우리가 알고 있는 유를 다른 각도에서 많은 자료를 바탕으로 다시 보게 하는 사람이라 생각했다.

 

    소록도의 역사가 한 눈에 보였다. 일제시대부터 있었던 원장들의 실명과 한국인 원장의 모습. 시대가 암울했어도 우리가 기억하는 일제강점기는 만세운동, 학생운동, 소작운동처럼 뭔가 대한민국의 연결된 땅덩어리 안에서 뿐이었다. 작은 섬에서 벌어지고 있는, 생과 사의 사투는 알지 못했다. 그리고, 우리가 만든 소록도가 아니라 소록도 1세대부터 2세대가 만들었던 돌길 하나, 문틀 하나. 그 모든게 삶의 처절함이고 우리의 무관심이었다. 그런데, 그 곳에 하얀 피부의 두 젊은 여인이 있었다. 물론, 한국전쟁을 전후로 한 시간이었지만...

 

    얼마 전에 송혜교 주연의 <오늘>이란 영화가 있었다. 흥행...잘 안 되었다고 이야기하는게 편할 것 같다. 잘 되길 바라는 소재지만, 배우의 적합성이란 게 있다. 예쁘고 연기 잘하고...이게 다가 아니니까...그동안 보여준 역할은 귀엽고(풀 하우스), 상처받았지만 꿋꿋하고(그들이 사는 세상), 강하면서도 부드러운(황진이)로 기억되는데, 갑자기 삶의 진지한 문제를 던지는 화자가 된다면? 어색하다는 게 먼저다. 영화의 의도나 모든 게 다 맞아도 TV에서 화사하게 웃으며 화장품 광고하는데, 매치100%가 될 수 있을까? 배우의 연기변신이나 흥행을 기대했던 제작부가 관객에게 기대했던 것은 무엇일까? 생각하게 했다...

 

   처음엔 <가방 하나>라는 말이 일반 사람들에게 떠오르는 이미지를 화면에 담아낸다. 마치 "러브 액츄얼리"의 처음 화면처럼. 대부분, 배낭, 명품 백 하나, 아이 기저귀 가방 등 "나에게 필요한 것"이 이야기될 것이다. 그런데, 영화를 찍는 과정에서 참여한 스태프들의 목소리와 모습이 뒷부분에 같은 방식으로 3-5분 정도 이야기된다. 영화를 찍으면서 최소한 그들에게 <가방 하나>가 어떤 의미를 지녔는지...나의 것인지...내가 줄 수 있는 것인지...아주 오래 전에 그녀들 또한 귀하고 어여쁜 아기였다. 그런데, 한국인들도 돌아보지 않는 곳에서 함께 눈맞추고, 손잡아준 그녀들. 그런데, 우린 아무것도 보답해준 게 없다. 미안하고 미안하게...

 

    삶에 대한 질문을 던질 때, 먼저 연기파 배우 혹은 대중성을 확보한 배우를 찾을 것이다. 그런데, 차라리 오스트리아와 독일, 한국의 소록도를 배경으로 진짜 사람들의 목소리를 담아낸 다큐식 영화가 이 시에 가장 적합하지 않을까 싶다. 말많은 곳에서 괜찮은 배우가 어떤 일에 의혹만 받아도 홍보의 역할은 제한적이 된다. 배우의 삶이 그 사람의 진짜 삶인 사람을 영화 속의 화자로 등장하게 해서 1시간 30분 혹은 40분량으로 두 수녀님들의 가족과 그녀들이 가치관을 볼 수 있는 곳을 찾아보는 기행다큐식 영화.



YES마니아 : 골드 n********y 2011.12.22. 신고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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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을 이겨낸 나무는 지친 새에게 쉴 자리를 내어준다
"바람을 이겨낸 나무는 지친 새에게 쉴 자리를 내어준다" 내용보기
나는 백무산 시인을 존경한다. 나는 인간성이 좋지 않은 작가를 좋아하지 않는다. 언젠가 그의 강연을 듣고 그의 모습에 너무도 놀랐다. 그 진지함, 진정성, 그리고 겸손함 때문이었다.  그의 시는 운동시였으나, 목적문학의 한계를 뛰어넘어 아름다웠다.    그의 시를 좋아하는 이유는, 그리고 그를 좋아하는 이유는 '바람이 지나간 뒤의 고요'가 느껴지기 때문이다. 그 바람이 그
"바람을 이겨낸 나무는 지친 새에게 쉴 자리를 내어준다" 내용보기

 나는 백무산 시인을 존경한다. 나는 인간성이 좋지 않은 작가를 좋아하지 않는다. 언젠가 그의 강연을 듣고 그의 모습에 너무도 놀랐다. 그 진지함, 진정성, 그리고 겸손함 때문이었다.

 그의 시는 운동시였으나, 목적문학의 한계를 뛰어넘어 아름다웠다.

 

 그의 시를 좋아하는 이유는, 그리고 그를 좋아하는 이유는 '바람이 지나간 뒤의 고요'가 느껴지기 때문이다. 그 바람이 그저 시간이 흘러서 지나간 것이라면, 그건 별것이 아니다. 누구에게나 나이가 먹어가면서 오는 변화이니까.

 

 그러나 그의 고요는 처절한 투쟁 끝에 찾아온, 바람을 온몸으로 견뎌내고, 찾아낸 것이기 때문에 아름답고 빛난다.

 

 우리 문단에 이런 시인이 있음에 감사한다.  

 

YES마니아 : 플래티넘 p*******7 2011.02.11. 신고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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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기 다른 생이 밀려오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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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분노와 투쟁도 자주 노예노동의 연장이 되었다 아, 그렇게 만든 것은 우리들이다 더이상 노동은 신성한 것이 아니다 우리의 노동이 자주 그렇게 만들었다 만들어가고 있다, 또다른 치욕도 저 치욕과의 대면이 이제 일상이 되리 그것이 우리의 즐거움도 되리 역사도 정치도 세계도 저항도 허공도 그 무엇도 일상 아닌 것 없는, 거대한 일상이 - 「치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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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분노와 투쟁도 자주 노예노동의 연장이 되었다


아, 그렇게 만든 것은 우리들이다

더이상 노동은 신성한 것이 아니다

우리의 노동이 자주 그렇게 만들었다

만들어가고 있다, 또다른 치욕도


저 치욕과의 대면이 이제 일상이 되리

그것이 우리의 즐거움도 되리

역사도 정치도 세계도 저항도 허공도 그 무엇도

일상 아닌 것 없는, 거대한 일상이

- 「치욕」에서


백무산 시인의 노동에 대한 인식이 확 바뀌었음을 알 수 있다. 백무산 시인은 1980년대를 대표하는 노동자 시인이다. 첫 시집『만국의 노동자여』(청사, 1988년)를 통해 노동자 계급의식이라는 확실한 당파성을 드러냈고, 두 번째 시집 『동트는 미포만의 새벽을 딛고』(노동문학사, 1990년)에서는 현대중공업 노동자들의 128일 파업 투쟁 기록을 장시로 형상화했다. 그 누구보다 전위적인 노동자 시인으로 활동하던 그이의 행적은 『인간의 시간』(창비, 1996년)『길은 광야의 것이다』(창비, 1999년)『초심』(실천문학사, 2003년)『길 밖의 길』(갈무리, 2004년)을 거치며 인간의 내면과 길 밖을 떠돌았는데 ‘더이상 노동은 신성한 것이 아니’라는 인식에까지 도달한 것이다. 그것은 바로 ‘비용 대신, 시간 대신 사람들을 밀어넣은’ 자본의 전방위적인 공격에 의한 것이고, 더불어 ‘낡은 시간에 포섭’되어 자본의 ‘노예노동’으로 연명하는 우리 노동자 자신에 의한 것이다. 그리하여 시인은 이번 시집에서 도저한 이 현실 인식 아래 다른 삶을 꿈꾸고 있다.


시인에게 현실은 ‘기계노동이 내 몸을 훈육해왔네 / 훈육되어 스스로 실토해온 시간’ (「졸음」)이다. 그리하여 먼저 해야 할 것은 지금의 삶을 떠나는 것이다. 이를테면 ‘이제 떠나야겠다 / 불길 속에 녹아들어 / 불길 파도를 타고 / 몸의 배를 타고 건너야겠다’ (「난로」)고 떠나겠다는 의지를 불태운다. 그러한 떠남 또는 ‘나의 절연은 모든 죽은 것과의 절연이며 / 살아 있는 모든 생명과의 연대이다 / 붉은 것은 죽은 심장을 뛰게 하는 대신 / 불처럼 흩어놓고 또 국토를 욕망하지만 / 푸르름은 영토를 넘어 연대의 숲을 이룬다’ (「생명의 이름으로」)며 자신의 절연 의지에 정당성을 부여하기도 한다. 그런가 하면 ‘새집 짓고 새짝도 만나 / 첫봄 맞듯 처음 살듯 다시’ 살아가는 새들처럼 ‘다른 생’을 살고자 한다. 이러한 다른 생이 물론 호락호락하지 않거니와 완전히 다른 생도 아니다. 그렇지만 ‘내 빈손 끝내 빈손이게 해달라는 / 기도’ (「기도」)를 드리는 것이나 다음과 같은 시편은 다른 생을 살기 위해 어떻게 해야 하는지 보여주는 사례라 할 수 있다.


길의 숲

방하(放下) 


새들에게도 처음엔 손이 있었다

높은 언덕에 살던 그들은

바람과 이웃해 살았으므로 알고 있었다

저 허공에도 길이 있는데

그 길을 갈 수 없는 이유를

자신을 땅바닥에 바위처럼 붙들어둔 것은

중력장이 아니라 바로 자신의 손이라는 것을


새들에게도 원래 수천개 손이 있었다

자신을 잡고 있는 손이 천개

자신이 가진 것을 잡고 있는 손이 천개

자신이 세상을 잡고 있는 손이 또 천개

존재는 소유의 물목에 있기에


그러나 새들은 알고 있었다

땅의 길을 걷는 자는 숲속에서

숲을 보지 못하듯이 길 위에서는

길의 숲을 볼 수 없다는 것을

길에도 길의 숲이 있음을

새들은 알았다


새들은 자신의 손들을 놓기 시작했다

수천개의 손을 다 놓았다

그 모든 손들을 놓았을 때

허공은 오히려 바위계단처럼 견고하였다

새의 손은 그 허공을 밟고 일어설 발이 되었다

그 수천개의 손이 바람의 계단을 밟을

바람보다 가벼운 발이 되었다


길이 어두운 것은

길의 숲을 보지 못하기 때문임을 알았다

YES마니아 : 골드 g*******g 2011.02.04. 신고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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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은 아름답습니다 (거대한 일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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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를 노래하는 시 66   삶은 아름답습니다― 거대한 일상 백무산 글 창비 펴냄, 2008.10.10.     아이들을 샛자전거와 수레에 태우고 나들이를 다니면, 이웃마을 할매들이 모두들 ‘아이고 좋겠네’ 하고 이야기합니다. 저렇게 다니니 얼마나 즐겁겠느냐 하고 이야기합니다. 앞에서 자전거를 이끌면서 이런 말을 들을 적마다 그러려니 하고 지나칩니다. 딱히 깊이 생각하지 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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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를 노래하는 시 66

 


삶은 아름답습니다
― 거대한 일상
 백무산 글
 창비 펴냄, 2008.10.10.

 


  아이들을 샛자전거와 수레에 태우고 나들이를 다니면, 이웃마을 할매들이 모두들 ‘아이고 좋겠네’ 하고 이야기합니다. 저렇게 다니니 얼마나 즐겁겠느냐 하고 이야기합니다. 앞에서 자전거를 이끌면서 이런 말을 들을 적마다 그러려니 하고 지나칩니다. 딱히 깊이 생각하지 않습니다.


  오늘도 이런 이야기를 듣고 집으로 돌아옵니다. 땀으로 젖은 옷을 빨래합니다. 아이들한테 저녁을 차려 먹입니다. 등허리를 펴려고 살짝 자리에 눕습니다. 드러누워서 아까 들은 이야기를 곰곰이 되새깁니다. 자전거 나들이는 참말 좋을까요. 어머니나 아버지하고 자전거로 나들이를 다닐 수 있으면 참으로 즐거울까요.


.. 갯벌은 둥글다 / 모든 어미의 둥근 젖가슴 / 생명의 수프다 ..  (새만금 사각 바퀴)


  어버이와 자전거 나들이를 다니는 아이는 퍽 드뭅니다. 예전에도 요즈음에도 퍽 드뭅니다. 아이를 자가용에 태우고 다니는 어버이는 퍽 많습니다. 예전에는 자동차가 적었으니, 이렇게 다니기 힘들었다 할 테지만, 이제 웬만한 집마다 자가용 한 대쯤은 거느리는 만큼, 도시에서나 시골에서나 웬만한 여느 집에서는 아이들을 자가용에 태우고 돌아다닙니다.


  그러면, 자가용이 적던 지난날 사람들은 아이들을 자가용에 태우고 돌아다니는 모습을 바라보며 ‘아이고 좋겠네’ 하고 이야기했을까요. 자가용이 참 널리 퍼진 오늘날 사람들은 아이들을 자가용에 태우고 돌아다니면서 스스로 ‘아이고 좋아라’ 하고 이야기할까요.


.. 마음에 티끌 하나 남기지 않고 비구니는 / 어둠속으로 사라졌다/ 순결한 것은 스스로 기댈 곳이 없다 ..  (기대와 기댈 곳)


  아파트에서 살아가는 사람이 아주 많습니다. 아파트는 아니지만, 빌라나 연립주택에서 살아가는 사람도 매우 많습니다. 오늘날에는 물을 길어다 쓰는 집이 거의 없습니다. 오늘날에는 어느 집에서건 전기와 가스를 씁니다. 전화도 인터넷도 잘 들어옵니다. 그런데, 아파트에 살면서 ‘아파트에 살아서 좋아요’ 하고 말하는 사람은 얼마나 될까 궁금해요. 아파트에서 지내는 삶이 아름답거나 사랑스럽다고 말하는 사람이 얼마나 될는지 궁금해요.


  물질문명을 실컷 누릴 수 있어 즐거운 삶일까요. 전기와 전화와 인터넷을 걱정없이 즐길 수 있어 사랑스러운 삶일까요. 가게가 많고 돈으로 못 사는 물건 없다 할 만하니 아름다운 삶일까요.


  학교도 많고 극장도 많습니다. 고속도로와 고속철도 길고 공항이 많습니다. 대학교는 백 군데도 넘으며, 일자리가 없다 목소리 높아도 이주노동자 숫자가 어마어마하게 많습니다.


  오늘날 이 나라에서는 무엇이 모자랄까요. 오늘날 이 사회에서는 무엇이 없을까요. 넘치고 가득한 것들만 많은데, 사람들 얼굴에서 왜 웃음과 노래를 찾아보기 어려울까요. 한겨울에 얼음 깨며 빨래하거나 물을 긷는 사람도 없는데, 왜 오늘날 사람들 얼굴은 파리하기만 할까요.


.. 할머니 가신 뒤로 세상의 이야기는 / 사람끼리만 사람의 말로만 떠들고 있습니다 / 세상은 많은 이야기들을 나날이 만들고 / 나날이 많은 이야기의 길을 내고 있지만 / 말이 모자라고 소통이 모자란다 합니다 ..  (사람들끼리만)


  연필이 없어 글을 못 쓰지 않습니다. 종이가 없어 그림을 못 그리지 않습니다. 사진기가 없어 사진을 못 찍지 않습니다. 자전거가 없어 자전거를 못 타지 않습니다. 하고 싶은 일은 무엇이든 할 수 있습니다. 하려고 하면 어디에서나 다 할 수 있습니다.


  글을 못 쓴다면 글을 쓸 마음이 없기 때문입니다. 그림을 못 그린다면 그림을 그릴 뜻이 없기 때문입니다. 사진을 못 찍는다면 사진을 찍을 사랑이 없기 때문입니다. 자전거를 못 탄다면 자전거를 탈 꿈이 없기 때문입니다.


  삶은 아름답습니다. 아름다운 빛이 흐르는 삶입니다. 삶이 아름다운 줄 느낄 적에는 글이든 그림이든 사진이든 실컷 누립니다. 아름다운 빛이 흐르는 삶을 깨달을 적에는 살림과 사랑과 꿈을 즐겁게 이룹니다.


  학교에서 하는 교육이 아닙니다. 스스로 배우고 가르칩니다. 사회에서 베푸는 복지가 아닙니다. 스스로 삶을 살찌우고 북돋웁니다. 정치로 이루는 통일이나 평등이 아닙니다. 스스로 사랑을 꽃피우면서 나눕니다.


.. 누구는 파출부를 하면서 극우파이고 / 누구는 농민이면서 친미파이고 / 누구는 부동산으로 돈깨나 벌었고 ..  (견디다)


  백무산 님 시집 《거대한 일상》(창비,2008)을 읽습니다. 한자말로 ‘거대’와 ‘일상’이라고 적었지만, ‘큰 삶’이요 ‘한 삶’입니다. ‘아름다운 하루’이고 ‘사랑스러운 나날’입니다.


  대통령이나 재벌회사 우두머리쯤 되어야 큰 삶이지 않습니다. 대학교수나 이름난 작가쯤 되어야 아름다운 하루이지 않습니다. 연예인이나 운동선수 될 때에 사랑스러운 나날이지 않습니다.


  스스로 지어서 누리는 삶입니다. 스스로 가꾸면서 나누는 삶입니다. 마음속에서 샘솟는 빛이 있을 적에 삶이 즐겁습니다. 마음속에서 흐르는 꿈을 꽃피울 적에 환하게 웃습니다.


.. 나는 바람의 말을 알아들을 수 있었습니다 / 내가 계산이 되기 전에는 // 나는 비의 말을 새길 줄 알았습니다 / 내가 측량이 되기 전에는 // 나는 별의 말을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 내가 해석이 되기 전에는 ..  (나도 그들처럼)


  바람과 속삭이면 됩니다. 빗물을 읽으면 됩니다. 별과 노래하면 됩니다. 나무와 어깨동무하면 됩니다. 햇살을 사랑하고, 꽃송이를 아끼면 됩니다. 아이들 눈빛을 좋아하고, 내 눈빛을 맑게 틔우면 됩니다.


  인문학을 해야 하지 않아요. 역사를 배워야 하지 않아요. 철학을 해야 하지 않아요. 문학을 읽어야 하지 않아요.


  삶이 바로 인문학이요 역사입니다. 삶이 바로 철학이요 문학입니다. 삶에서 태어나는 인문학이고, 삶에서 자라는 역사입니다. 삶에서 샘솟는 철학이고, 삶에서 튼튼히 뿌리를 내리는 문학입니다.


.. 생전에 뵙지 못한 권정생 선생께서 가신 / 안동병원을 찾았지만 / 나는 곧 빈소를 잘못 찾아왔음을 알았습니다 / 고인은 아직 집에 계신 듯, 문상객들의 눈치놀음이 / 데면데면한 것이 민망하여 술자리를 물리고 / 집으로 조문을 갔습니다 / 마을 이름 하나만 달랑 전해 듣고 / 짐작 하나만 믿고 마을에 와서도 집을 묻지 않았습니다 / 집은 곧 그 사람이기 때문입니다 ..  (돛대도 아니 달고)


  시는 바로 이곳에 있습니다. 시는 언제나 우리 가슴에 있습니다. 시는 머나먼 별나라에서 똑 떨어지지 않습니다. 시는 책이나 강단에 있지 않습니다. 시는 학자나 평론가 손끝에 있지 않습니다. 시는 문학상이나 문학잡지에 있지 않습니다.


  아기한테 젖을 물리는 어머니 눈길에서 태어나는 시 한 줄입니다. 아이와 함께 들마실을 하다가 들나물을 뜯는 어버이 손길에서 태어나는 시 두 줄입니다. 밥을 짓고 옷을 깁는 어른들 하루에서 태어나는 시 석 줄입니다.


  문학을 배우려고 하면 문학은 배우리라 생각합니다. 시를 배우려고 하면 시는 배우리라 생각합니다. 그런데, 삶을 누리지 않으면, 삶이 없는 문학만 말해요. 삶을 가꾸지 않으면, 삶과 동떨어진 시만 써요. 삶을 지으면서 문학을 아름답게 누릴 수 있어요. 삶을 일구면서 시를 사랑스레 쓸 수 있어요.


  저마다 다른 사람들이 저마다 다른 삶자리에서 누리면서 나누는 문학이고 시입니다. 다 다른 사람들이 다 다른 눈빛으로 노래하면서 즐기는 문학이고 시입니다. 4347.1.12.해.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시골에서 문학읽기)

 

 

h*******e 2014.01.12. 신고 공감 0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