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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철학에 대한 텍스트는 이미 차고 넘친다. 그 가운데 서양인이 동양철학에 썼다는 것만으로도 이 책은 충분히 매력적이다. 동양인 우리마저도 서구적 생활과 사고방식에 물들어버린 우리 세대에, 스스로 한계를 느끼고 동양철학의 통합적인 접근방법에 관심을 가지는 서양인들이 늘어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서양철학보다 수백 년이나 앞선, 인류의 가장 오래된 사유형식이지만 이성과 논리 중심의 서양철학에 밀려 모호하고 체계화되어 있지 않다는 편견 속에 과거의 영향력을 상실한 힌두교, 불교, 도교를 비롯한 동양의 철학을 지리적 구분에 따라 인도철학과 중국철학으로 나누어 - 이 두 나라는 동양철학을 대표할 충분한 자격이 있으며, 이를 제외하고 동양철학을 논할 수 없을만큼 중요하다. - 그 원류로부터 개략적으로 소개하고 있다. 특히 '베다'에서 비롯되어 복잡하게 전개된 인도철학의 특징과 다양한 학파, 여러 사상의 핵심 개념 등에 관한 지식은 내게 전무했기에 매우 유익한 내용이었다. 또한 힌두교에 뿌리를 두고 있으나 전혀 다른 진리 체계를 지닌 불교와 베다철학의 차이점을 제시해주어 인도의 사유방식에 대한 이해를 (간략하게나마) 높일 수 있었다. 생소한 인도철학과는 달리 중국철학은 그나마 익숙했는데, 제자백가 가운데 사마천이 분류한 '육가'(음양가, 유가, 묵가, 명가, 법가, 도가) 중 유교와 도가 사상이 내용의 주를 이룬다. 번역에서의 문제인지 저자는 설명하면서 몇 가지 오류를 범하는데 역자는 이를 충분히 인지하고 친절하게 주석을 달아 교정 및 부연설명을 하는 성의를 보인다. 불만이라면 일본의 경우 신도(Shintoism)와는 다른 선(禪, Zen) 철학을 중국의 선(Ch'an)불교와 비교하면서 소개하는데 반해 통찰의 깊이에서 전혀 밀리지 않는 한국철학에 대해서는 단 한 번의 언급도 없다는 점인데, 현대 마오이즘까지 중국 철학이 전개된 역사, 동양철학과 포스트모더니즘의 관계, 동 · 서양의 철학적 종합의 가능성까지 언급한 부분은 개론서치고는 상당한 생각거리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매우 마음에 든다. 동양철학에 대한 나의 역량은 고교 교육과정에 해당하는 유교, 불교, 도가 등 대표적인 몇 사상에 한정되어 있고, 그마저도 깊이가 낮아 부족함을 실감하고 있기에 앞으로도 꾸준히 연구해야 한다는 반성을 하고 있다. 교사로서의 전문성과 동양인으로서의 정체성이라는 두 가지 목적을 위해 언제나 그렇듯 '저 높은 곳을 향하여 날마다' 지금부터 다시 시작이다. "마음이 너그러운 학자들은 내 짧은 지식으로 인해 해석이나 서술 과정에서 내가 범한 오류에 반감을 갖기보다는 친절하게 수정해주려고 하겠지." - 헤마찬드라(인도 자이나교의 성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