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착각했다. 처음에 이 책의 제목을 보고 작가를 보았을때만 해도 나는 [64]의 작가 '요코야마 히데오'를 생각했다. 막상 책의 저자를 확인한 순간 나는 이 작가의 책을 한권도 읽지 못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꽤 유명한 작가고 작품의 제목도 들어본 것이 많은데 인연이 아니었을까, 이 책이 처음이었고 기분 좋은 출발을 하게 되었다. 작가보다는 오히려 번역자의 책을 더 많이 읽었다는 사실도 알게 되었는데 [여름이 끝날무렵의 라트라비아타]나 [나오미와 가나코] 같은 작품을 통해서 이미 번역자의 스타일을 알고 있는 터라 더 쉽게 잘 읽혔는지도 모르겠다.
방해자의 두번째 이야기는 내가 예상한것과 같은 방향으로 흘러가지 않았다. 앞부분은 방화사건보다는 오히려 교코의 고군분투기라고 해야 더 맞을 것 같다. 아르바이트 작업자들의 유급휴가, 퇴직금 같은 후생복리를 주장하면서 마트에 강하게 맞서 싸우는 교코. 처음에 제안을 받았을 때 그녀는 다른 사람들과 같이 나서지 않으려고 했다.
물론 좋은 조건이 주어진다면 마다할 필요는 없겠지만 그것을 위해서 싸우고 투쟁하고 그런 힘듦을 겪고 싶지 않았던 것이다. 누군가 해주면 그것에 묻어 가려는 일반사람들의 심리일수도 있겠다. 그런 것을 두고 니체는 착한 사람의 이기심이라고 했던가. 얼마전 읽은 니체의 인간학을 빌려 그대로 반영시 키자면 착한 사람의 전형적인 형태라고 볼 수 있을듯 하다.
그랬던 그녀가 마음을 바꾸게 된 것은 무엇때문일까. 아무래도 남편 시게노리의 사건과도 맞물려있다고 할 수 있다. 방화사건의 피해자가 용의자가 되어 버린 것이다. 주위에선 수군거리고 잡지에도 이름만 등장하지 않았을 뿐 자세한 설명과 함께 기사가 뜨고 친구들 뿐 아니라 가족들도 자신들에게 등을 돌린 상황에서 '우리 남편은 무죄'라고 외쳐봐야 공허한 메아리 일 것이다. 그런만큼 자신에게는 집중할 무언가가 필요했고 복리후생에 관한 투쟁이 딱 그 시기에 맞춰 등장한 것이었다.
지금까지는 자신에게 득 되는 일이 아니면 전혀 하려고 하지 않았다. 성가신 일들에 얽히는 것을 어떻게 해서든 피해왔다.(113p)
자신의 희생으로 말미암아 좋아진다면, 돈을 더 받게 된다면, 자신의 매장에 있는 다른 아르바이트 작업자들이 좋아할 것도 생각하기는 했을 것이다. 변호사와 다른 지지다들로 구성된 이 단체는 사장과의 교섭에 나서서 자신들이 원하는 것을 받아낼 수 있을까. 어떻게 보면 달걀로 바위치기에 해당하는 이 사건이 무사히 마무리 될 수 있을까. 교코는 저들에게 있어서 방해자인가 아니면 투사인가.
교코의 사태에 비해 방화사건은 오히려 묻혀버렸다. 심증은 가고 상황적인 증거는 있지만 아무리 찾아도 증명할 수 있는 증거는 없는 사태. 회사에서는 자기네들의 이익을 위해서 시게노리를 내어주지 않고 경찰은 야쿠자로 인해서 그 회사에 접근을 하지 못하고 있다. 회사와 야쿠자간의 결합. 그리고 경찰조직과의 결합. 어느 한쪽이 터지면 줄줄이 사탕으로 비리들이 쏟아져 나올 판이다.
다른 조직에 비해서 유난히 그들간의 단합이 잘된다는 경찰조직. 절대로 그 비리를 드러내지 않고 자신들만의 내부문제로 처리하기를 원할 것이다. 그러자면 덮어야 할 것이 하나둘이 아니다. 범인을 잡아야 하는 후더닛의 문제가 아니다. 어떻게 범죄를 저질렀느냐하는 하우더닛의 문제도 아니다. 모든 것이 다 주어져 있다. 하지만 그것을 드러낼 수는 없는 사회적인 병폐를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단단한 구조의 사회파소설. 괜찮은 느낌으로 다가온 책이다. 즐길 거리와 생각할 거리를 동시에 던져준 한 권의 책. 분명 이름을 많이 들어봤지만 처음 접하게 된 작가의 책으로 인하여서 나는 자신감있게 작가의 다른 작품들을 찾아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런 장르의 책들이라면 믿고 읽어도 되겠다. |
|
항상 믿고 보는 오쿠다 히데오 작가의 소설. 출간될때마다 음- 이 작가의 책이라면 재미있지 하며 선뜻 손이 갔던 작가라서 새로 출간된 '방해자'를 읽어봄에 주저함이 없었다. ![]() 독특하고 감각적인 표지, 그리고 표지의 얽혀있는 인물들 만큼이나 잘 구성되어 있는 소설 속 인물들. 많은 등장인물이 나오지만, 오쿠다 히데오 특유의 필력으로 좀처럼 앞으로 넘어가 이 사람이 누구더라? 하는 일은 없다. (나는 이렇게 앞으로 돌아가야 하는걸 정말 싫어한다) 불량청소년인 유스케와 늘 충혈된 눈으로 잠못이루는 형사 구노는 어느날 밤 우연한 악연으로 얽혀 서로에게 뜻하지 않게 방해자가 된다. 그리고 형사 구노가 쫓게된 사건에서는 사건 용의자의 아내인 쿄코와 뜻하지 않게 얽혀들어간다. 무엇보다 와닿았던 것은 평범한 가정주부였던 쿄코가 남편이 방화용의자가 된 것을 시작으로 일상 속에 자신도 모르는 균열이 생기고 평정심을 유지하려 하면 할수록 스스로 평화로운 삶에서 멀어져갔던 것이다. 소설 속 인물들 누구도 이렇게 상황이 흘러가게끔 의도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누구나 자신의 위치에서 자신의 일을 했고 자신의 입장에서 작은 선택들을 했을 뿐이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누군가는 누구에게 방해자가 되었고 그 과정에서 뜻하지 않게 서로의 삶을 망쳐놓게 된 것이다. 제법 두꺼운 상권을 다 읽고 잠시 숨을 고른 후 어느새 뒷 이야기가 궁금해 다시 책을 집어들게 된 하권에서 아무렇지 않게 툭- 뱉은 등장인물의 한마디에 등줄기에 식은땀이 흘렀다. 아- 오쿠다 히데오는 이런 작가였지. 내가 방심했다 싶었다. 술술 읽히는 문장을 따라가다 보면 어느덧 깜짝 독자를 놀래키는 그런 작가다. 그동안 출간되었던 오쿠다히데오의 책들도 물론 재미있게 읽었지만, 이번 '방해자'는 누구에게라도 꼭 권하고 싶은 그런 책이다. 특히 너무 두꺼운 책은 난 별로- 라고 하는 사람이 있다면 꼭, 읽어볼 것을 권하고 싶다. 두꺼운 책에 대한 거부감을 없애줄 좋은 시작점이 될 것 같다.
|
|
사실 이 소설은 제목 보다도 '악연'이란 단어에 많이 이끌렸었다. 좋지 못한 인연이 가져오는 사건과 그 것으로 엮인 사람들의 심리변화가 궁금했다. 특정한 플롯 없이 캐릭터가 저절로 흘러가게 내버려 두는 오쿠다 히데오가 쓴 글이 아니던가? 이 작품이야 말로 정해진 것 없이 언제 어디서 무슨일이 일어날지 아무것도 모르게 있다가 사건이든 반전이든 불쑥 불쑥 튀어나와야 하는게 묘미인 글이 아닐까 싶었다. 균열이 생기고, 틈이 벌어지고, 그렇게 서서히 무너져 가는 우리내 일상처럼 말이다. 소설 속 인물들이 무언가를 겪는다면, 우리의 것과 다를 바 없을 것 같았다. 역시나 예상대로 오쿠다 히데오는 허상이나 망상이 아닌 현실을 직시 했고 사회를 바라보는 섬세한 시선과 그 시선을 따라 덤덤히 바라보게 만드는 문체의 힘으로 나의 기대를 충족시켰다. 아르바이트를 하며 가정을 지켜야 하는 평범한 주부, 그녀의 남편을 수사하며 부패와 싸우고 정의를 추구하는 강력계 형사, 불량 하게 생활하는 것 말고는 할 수 있는게 없는 고등학생. 방화와 얽히고설킨 인물들의 심리변화를 통해 사건은 구성되고, 그 사건을 바라보는 각자의 시선을 통해 이야기는 잔잔하고 덤덤히 진행되는데.. '방해자'는 그럭저럭 나름의 인생을 살고 있는 아무 관련 없는 세 사람들을 데려와 그들의 일상 속에 악연이라는 커다란 돌멩이를 던진다. 아주 사소한 것에서 시작한 발화점이 자신의 삶을 태워버릴 만큼 커다란 불길로 변해 가는 과정을 시종일관 덤덤하고 냉철하게 보여줌으로써 사회에 숨겨진 문제들을 철저히 해부하고 낱낱이 고발한다. 조직폭력과 횡령, 비정규직,청소년 비행 같은 사회의 일상적 생활의 여러 방면에서 인생의 진실과 이면을 폭로하고 캐릭터가 휘말리는 어떠한 '상황'들을 통해 아다르고 어다른 부조리한 세계 에 자잘하게 깔린 어두운 단면을 객관적이고 차디찬 시선으로 바라보게 만든다. 어차피 현실보다 더한 악몽은 없다. 방해자 속 대사다. ....... 현실이 가장 끔찍하고, 잔인하단 뜻이겠지. 그렇기에 방해자란.. 이미 악몽 속에 발 담그고 있는 나 자신은 아닐까. 마지막 책장을 덮고 나서 몰려 오던 공허가.. 여전히 나를 뒤덮고 있는 것 같다. |
|
역시 오쿠다 히데오,라고 해야할까. 뭔가 예상대로 흘러가는 이야기를 거부하고 막판 뒤집기를 해 버린다. 해피엔딩까지 기대한 것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이렇게 모든 이야기를 다 비틀어버릴 수 있을거라고는 전혀 생각하지 못했다. 그래서인지 꽤나 긴 장편이지만 중반 이후 뜻밖의 반전을 접하면서 책읽는 속도는 더 빨라져버린다. 문장의 흐름 자체가 읽기 어렵지 않은 이유도 있지만 전혀 예상치 못했던 에피소드의 뒤틀림이 시작되면서 이야기가 어떻게 흘러가게 될지 궁금해지기 때문이기도 하고.
이 소설은 불량 소년들이 스쿠터를 타고 스피드를 즐기며 지루한 일상을 벗어나려 시도하는 이야기에서 시작되고 있다. 세 명의 소년이 충동적으로 행인을 폭행하고 돈을 빼앗게 되는데 그 작은 악행의 성취감에 또 다른 사람을 범행의 대상으로 삼았다가 오히려 폭행을 당하고 쫓겨난다. 그 소년들을 혼낸 것은 혼조 서의 구노 형사.
구노 형사는 7년전 교통사고로 아내를 잃고 독신생활을 하며 형사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아내의 죽음 이후 불면증에 시달리고 있는 구노 형사는 관내에서 발생한 방화사건에 투입된다. 방화사건이 일어난 곳은 하이텍스라는 회사인데 경찰에서는 이전 사건의 보복으로 야쿠자 조직인 기요카즈회가 일으킨 사건으로 보고 수사를 진행시킨다.
방화사건이 있던 날 당직은 시게노리라는 직원이었고 그는 불을 끄려고 시도하다가 화상을 입고 병원에 입원을 하게 된다. 그는 결혼을 하여 아내와 두 아이가 있는데 그의 아내 교코는 아이들이 학교에 있는 동안 시간제 아르바이트를 하며 가계 재정에 도움을 주고 있다.
어떻게 보면 그저그런, 자신의 일을 하며 일상을 살아가고 있는 이들이 자그마한 방화 사건으로 인해 얽혀들어가며 각자의 일상에 감춰진 밑바닥을 보여주게 되는... 그런 이야기가 담겨있다. 더 구체적인 이야기는 소설을 읽는 재미를 반감시키는 스포일러가 될 수 있어 조금 추상적이기는 하겠지만 이렇게 에둘러가며 도입부분만 슬그머니 꺼내고 말았는데 이 소설에는 정말 많은 이야기가 담겨 있고 좀 더 깊이있게 읽을 수 있다는 것은 슬쩍 언급하고 싶어진다.
오쿠다 히데오는 항상 재미있는 이야기를 쓴다는 이미지가 강하지만 이 소설에서는 좀 더 웃음기를 빼고 좀 더 집요하게 사람들의 밑바닥에 감춰져 있는 욕망과 악함을 끄집어내고 있다. 세상을 너무 뒤틀려 보는 것은 아닐까, 라는 생각이 잠깐 들기는 했지만 그가 이야기하는 뒤틀림을 온전히 부인할수가 없기에 뭔가 찜찜하지만 그의 이야기를 받아들일수밖에 없다.
뒤틀린 세상이 소설 속 이야기만은 아니라는 것을, 현실의 뒤틀림을 제대로 잡기 위해서는 그들 몇 사람만 사라지면 되는 것일까... 생각이 꼬리를 물고 이어지게 된다.
그러고보니 왜 사마邪魔라는 원제를 방해자라고 했는지 알 것 같기도 하다. 우리에게 익숙치않은 단어보다는 오로지 자신의 행복한 일상을 위협하는 방해자들을 치워버리고 싶어하는 인간의 악과 같은 욕망만을 드러내고 있는 이들의 이야기를 그려내고 있기 때문인 것인지도.
|
|
간간히 사람들의 돈을 뺏으며 폭주를 일삼는 십대 청소년 세명, 동료의 비리를 증명하기 위해서 잠복에 들어간 경찰 2인조, 재미삼아 경마를 할 뿐 평범한 한 가족의 가장. 여기 등장한 인물들은 저마다 사회속에서 다른 위치에 있는 사람들이고 아무런 접점도 없어 보이는 사람들이다. 그러나 사건이 발생하면서 전혀 상관없을 것만 같았던 사람들은 계속적인 관계를 유지하며 물고 물리는 일종의 먹이사슬에 놓이게 된다. 과연 누가 누구에게 방해자가 되는 것일까.
邪 간사할 사 魔 마귀 마. '사마'였던 원제는 번역이 되면서 '방해자'라는 제목으로 바뀌었다. 누가 누구인지 못 알아볼 표지도 한몫 단단히 하고있다. 자세히 보면 수많은 사람들이 겹쳐지면서 섞여 있다. 누가 나에게 간사한 마귀이자 방해자일까. 역지사지라고 나는 또 누군가에게 그런 존재가 되지 말라는 법은 없다. 나는 누구에게 방해자인가.
자신이 하려고 하는 일을 막는 사람을 흔히 '방해자'라고 한다. 방해자라는 단어는 긍정적인 개념으로 잘 쓰이는 편은 아니지만 상대방이 하려는 일이 좋이 않은 일일때는 오히려 방해자가 더 착한 개념으로 쓰일수도 있다. 가령 누군가 불을 지르려고 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을 방해하는 방해자는 오히려 방화를 일으키지 못하는 공적을 세운 사람이 되는 것이다. 그러니 방해자라는 명칭만으로 무조건 나쁜 사람일 것이라는 선입견을 버려야만 할것 같다.
간단히 돈 몇푼 뜯어내려던 십대들이 마주한 것은 형사들이었다. 가뜩이나 심기가 좋지 않았던 형사 구노는 십대 한명의 팔을 부러뜨리는 듯 조금은 과격하게 대응을 한다. 그냥 넘어갈수도 있었던 이 일은 나중에 구노의 발목을 거는 태클이 되어 돌아온다.
마트에서 아르바이트로 일을 하며 남편 시게노리가 벌어오는 돈으로 알뜰하게 살림을 꾸리는 엄마 교코. 어느날 시게노리의 회사에 불이 나고 그가 다쳤다는 전화 한 통을 받는다. 다행히 크게 다친 것은 아니지만 방화범의 소행으로 저질러진 범죄라는 것을 알자 범인을 잡기 위해 구노를 비롯해 전담팀이 꾸려지게 된다.
같은 장르의 책을 많이 읽은 베테랑 독자들은 어느정도 감을 잡을 것이다. 일찌기 자신의 생각을 굳히고 그 방향대로 이야기가 전개되는 것을 보면서 오히려 느린 전개에 답답해하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라 생각된다. 살인이나 강간등의 소재와는 다르게 방화라는 범죄는 쉽사리 그 정체를 드러내지 않는다. 오히려 제2, 3의 방화사건을 맞이하고도 알 수 없는 때가 많다.
심증은 있지만 증거가 없는 경우도 많이 있다. 방화사건의 특성상 증거가 다 불에 타 버리기 때문에 증명해 내는 것은 쉽지 않다. 이 책도 아마 그러한 이유때문에 십대들을 등장시키거나 교코의 마트 사건들을 곁가지로 집어 넣은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총 2권 중 이제 첫번째 권일뿐이다. 본격적인 이야기와 범인과 형사와의 팽팽한 기싸움은 후반부에 실려있을 가능성이 더 많다. 내가 생각한 범인이 그가 아닌 반전이 있을수도 있다. 약간은 느슨한 전개에 도화선이 되어줄 참이다. 이 모든 사건의 해결은 어디서부터 풀어나가야 하나. |
|
사람은 행복해지고 싶어서 살아간다. [방해자]
오쿠다 히데오의 신작이 나온 줄 알았는데, 신작은 아니고 2009년작이 복간된 것이다. 북스토리 재팬 클래식 플러스 시리즈의 하나다. 표지가 산뜻해져서 몰라봤는데 읽다보니 예전에 도서관에서 빌려다 읽은 기억이 되살아난다. [남쪽으로 튀어!]라든지 [걸] 등의 유쾌한 분위기가 엿보이는 책보다는 좀 어두운 기운이 지배적이다. 소소한 스토리를 올리면 된다는 '카카* 소토리'에나 올라옴직한, 정말 소소한 일상을 사는 사람들이 주인공으로 나온다. 이들의 별 볼 일 없고 소소한 일상이 어떤 일을 계기로 작은 눈덩이가 구르며 크기와 무게의 압박으로 위협을 가할 만한 커다란 눈덩이가 되듯이 점점 커져간다. 제발, 이 사건들을 누가 바로잡아주었으면. 제발 작은 이에서 시작한 일들이 어느 순간 적절하게 제동이 되었으면. 하고 마음속으로 바라게 된다.
혼조 시에서 새벽에 수상한 화재가 발생한다. 주식회사 하이텍스는 과거 어떤 정치단체로부터 협박을 받았던 적이 있어 경찰이 지대한 관심을 보인다는 신문기사도 났다. 방화범은 다름 아닌, 하이텍스의 사원 시게노리. 방화 사건 용의자로 시게노리를 지목한 경찰은 그에게 따라붙어 일상을 감시하고 있지만 명확한 증거가 없어 잡아들이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어렴풋이 남편의 짓이 아닐까, 의심만 하던 시게노리의 아내 교코는 동네 슈퍼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면서 '버찌회'라는 공산당 계열의 사람들에게 포섭되어 생각지도 않게 아르바이트 사원들의 처우 개선을 위해 앞장서게 된다. 상관의 명령으로 같은 경찰 동료를 감시 중이던 구노는 불량스런 청소년 세 명과 실랑이하다 감시대상인 하나무라에게 딱 걸리고 만다. 이거 영 껄끄러운 관계가 아닐 수 없는데... 구노는 아내와 사별하고 장모님을 자주 찾아뵈긴 하지만 '불면증'에 시달리며 약을 복용하고 있는 상태다. 하루하루가 불안해 보이는지 주변에서는 구노에게 자주 쉬는 게 어떠냐며 말을 하곤 한다. 이런 때에 방화 사건과 관련해서 시게노리에게 따라붙어 밀착감시를 하게 되고 그런 과정에서 시게노리의 아내 교코와도 얽히게 된다. 양심에 찔려 하루하루 초췌하게 변하가는 시게노리는 집에도 제때 들어가지 않고 밖에서 파친코나 하며 시간을 보내고 혼자 메밀국수를 사먹고 늦은 귀가를 한다. 아버지의 자리가 위태로워지고 있는데 아내 교코는 아르바이트를 하며 세상 물정에 눈을 떠간다. 형사 구노 또한 경찰 내부의 알력 관계 때문에 사직서를 종용받는 와중에 그가 자주 찾아가곤 하던 장모가 사실은 아내의 교통 사고 며칠 후 죽었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신경불안증을 앓아왔다는 것을 스스로도 깨닫게 된다. 구노가 만난 적 있던 불량 소년 중 한 명은 야쿠자에 입단해서 빨리 출세하고 싶다는 어리석은 생각에 방화범의 죄를 대신 뒤집어쓰고 자백하기로 한다. 작은 소용돌이가 눈깜짝할새에 커다란 태풍을 불러온 격이다. 이들은 그저 평온한 일상을 보내고 싶었을 뿐인데...
어차피 현실보다 더한 악몽은 없다며 벼랑 끝까지 내몰린 시게노리의 아내 교코가 중얼거린다. 그럴지도... 일상 속에서 이 정도까지는 용인되겠지라며 눈 한 번 질끈 감았던 것이 삐그덕거리더니 작은 균열에서 커다란 틈새로 금세 벌어지기 시작한다.
지금 나는 무엇을 하고 싶은가...정의를 관철하고 싶은 것인가, 악을 응징하고 싶은 것인가, 아니면 누군가에게 인정받고 싶은 것인가. 분명 그런 것은 아니다. 아마 자신은 사람과 깊이 관계하고 싶었을 것이다. 쭉 사랑하고 싶었던 것이다. -405
그저 행복해지고 싶었을 뿐인 평범한 사람들의 일상이 어떻게 어그러지는지 속도감 있는 빠른 전개로 그려내고 있는 소설이다. 안온한 일상에 기대고 싶은 마음은 불량 소년에게도, 평범한 가정주부에게도, 정의를 추구하는 경찰에게도 깃들여져 있다. 이런 마음이 어그러지게 하는 방해자는 무엇인가? 오쿠다 히데오식 유머가 없는 것이 아쉽지만, 건전하고 바람 한 점 일지 않는 안온한 일상에 존재하는 작은 불씨 하나에서 이처럼 거대한 소용돌이를 만들어낸 예리한 눈, 날카로운 독설은 여전하다.
|
|
인간은 의도치 않은 선택을 강요당할 때가 있다. 선택하고 선택당하는 그 순간은 분명 그 사람에게 위기가 찾아오는 그 순간이 된다. 최선의 선택이라 생각했던 선택이 최악의 결과를
야기할 때 인간은 절망하게 되고, 그로 인해 자신의 모든 걸 내려 놓으려 한다. 그동안 자신이 가져왔던 가치관이 무너지고,
누군가의 선택으로 말미암아 왜 살아야 하는지, 살아나갈 자신이 없을 때 인간은 어리석은 선택을 하게 된다. 이 소설에서 나타나는
선택이 강요된 그 순간, 등장인물들은 누군가의 설득에 흔들리게 되고, 그 안에서 자신의 선택은 최악의 상황으로 빠져들게 된다.
|
|
이
소설에는 세사람이 등장하고 있다. 혼조 서에 일하는 형사 구노 가오루, 일반 가정주부이면서 스마일 마트에서 아르바이트로 용돈을
버는 오이카와 교코, 그리고 불량학생 와타나베 유스케이다. 서로 각자 자기 나름대로 현실에 주어진데로 살아가는 세사람은 서로
교차될 수 밖에 없는 상황이 만들어진다. 세상 속에 주어진 어떤 사건들은 그렇게 서로를 엉키게 만들고 우리는 의도치 않게 서로 안면도 없는 사람과 만날 수밖에 없다. 작가 오쿠다 히데오는 그런 인간 세상을 말하고 있으며, 그들은 우리가 만들어 놓은 원칙들을 어떤 방식으로 지키는지, 그리고 어떻게 어기는지 보여주고 있다.
|
|
방해자 상 - 오쿠다 히데오
오쿠다 히데오 작가 공중그네를 너무 재밌게 본 기억이 있어서 요즘꺼 최신작인줄 알고 구매했는데 최신작은 아니었네요.. 2002년도 작품 범죄 미스터리 이런류의 작품을 좋아하는데, 내용이 충분히 끌리는 구성입니다. 글을 워낙 잘쓰는 작가라서 재미있습니다. 한번 읽으면 계속 읽게되면 매력있습니다. 굿굿!! 다음권 방해자 下 기대됩니다. |
|
1. 압도적인 스케일 설익은 결말은 다소 아쉬웠다. 하지만 그것을 감안하더라도 오쿠다 히데오의 <방해자>의 진지함은 독자를 압도할만큼 강렬했다. 곰곰히 생각해보면 예전부터 그랬던 것 같다. 일본소설. 그중에서도 특히, '사회파1 소설'을 좋아하는 사람들. 나는 그들이 일본 사회파 소설을 왜 좋아하는지 <방해자>를 읽으면서 다시금 이해할 수 있었다. 오쿠다 히데오가 2004년 발표한 이 소설은 하이텍스 혼조 지사에서 발생한 화재가 중요한 사건으로 등장한다. 소설은 이 사건의 진실을 하나씩 밝혀낸다. 소설 속 인물들은 모두 이 화재사건과 관련이 있다. 사건을 감추려는 사람과 사건을 밝히려는 사람이 있다. 이 등장인물들의 내적갈등은 읽는 내내 즐거움과 무거움을 함께 가져다주었다. 방해자라는 소설은 단순히 화재사건의 진범을 찾가내는 소설이 아니다. 이 소설은 다양한 층위에서 우리 사회의 부정적인 면면을 모조리 다루고 있다. 그래서 매료될 수밖에 없었다. 남편을 의심하는 이웃들의 소문과 뒷담화, 사생활을 보호하지 않는 언론의 과잉취재, 비정규직 아르바이트 사원의 열악한 처우문제, 노동환경 개선을 명분으로 헌납금을 요구하는 어그러진 노동쟁의, 자본을 등에 업고 누군가의 정신을 더럽히는 것에서 쾌감을 느끼는 기업가의 권력남용, 비행청소년들을 양산하는 꿈이 없는 사회와 미성년자 강력 범죄, 그리고 내부자들. 야쿠자와 기업 간의 비리, 경찰과 야쿠자 간의 비리, 기업 내부의 횡령과 배임, 경찰 내부의 비리와 권력싸움. 방해자는 이 모든 사회 문제들을 함께 이야기하고 있다. 2. 누군가는 누군가의 방해자 <방해자>의 주요 인물은 비행청소년 유스케, 가정주부 겸 파트타임 캐셔 교코, 그리고 혼조서 경보부 구노 이렇게 세 명이다. 이 소설은 세명의 시점을 교차시키며 서사를 구축하고 있다. 이 가운데서도 교코와 구노가 소설의 핵심인물이라고 할 수 있다. 평범한 가정주부면서 파트타임으로 아르바이트를 하는 교코와 경찰서에서 근무하는 구노는 하이텍스 혼조 지사의 화재사건 때문에 엮인다. 소설을 살펴보면 오쿠다 히데오 작가는 아주 세밀하게 유스케와 주변인물, 교코와 주변인물, 구노와 주변인물. 이러한 관련 인물들을 연관짓는다. 작가는 이들의 상호작용으로 줄거리를 이어나간다. 그의 방송작가 경력을 뒷받침하듯 드라마식 구성이다. 게다가 <방해자>라는 소설의 제목답게. 모든 인물은 선한 의도에서건 악한 의도에서건 관계없이 어떤 사람의 방해자 역할을 맡는다. 먹이사슬처럼 이리저리 얽혀있다는 말이다. 표지의 일러스트가 이러한 풍경을 굉장히 잘 묘사하고 있다. 3. 교코의 관점 교코의 남편이 저지른 범죄는 명백하다. 오쿠다 히데오의 <방해자>는 비밀독서단에서 소개된 최진영 작가의 단편소설 <남편>의 경우와는 다르다. 죄를 의심받는 상황에서 교코의 남편 시게노리는 알리바이를 만들기 위해서 2차 범행을 저지른다. 교코 역시 남편의 알리바이를 만들기 위해서 방화를 저지른다. 교코가 남편이 범죄자가 되었다는 상황에 직면해서 한 행동은 그것을 끝까지 은폐하려는 시도였다. 남편을 사랑하기 때문에 그의 죄를 감춰야 한다. 그 따위 것이 아니다. 교코는 경제적인 안정을 유지해야 했고, 두 아이의 미래를 지켜야 했다. 354. 늘 관객 편에 있었다. 감상만 말하면 되었다. 미칠 듯한 사랑도, 빵 하나를 열 명이 나눠 먹어야만 하는 치열한 싸움도, 아무것도 경험하지 않았다. 지금 그것이 오고 있었다. 그리고 자신은 이루 말할 수 없이 추한 모습을 낱낱이 드러내고 있었다. 368. 자신은 줄곧 조수석에 앉는 인생을 걸어왔다. 운전은 다른 사람에게 맡긴 채 끌려다니는 입장에 만족했었다. 앞으로는 본인이 직접 모든 핸들을 잡아야만 한다. 가오리와 겐타를 지킬 사람은 어머니인 자신밖에 없으니까. <방해자> 속에서 교코는 위의 독백처럼 미래에 대해서 크게 고민하지 않고, 그저 시간이 흘러가는 대로 수동적으로 살아왔음을 자책한다. 남편의 도벽을 어렴풋이 알고 있었음에도 그리 크게 신경쓰지 않았던 결과. 회삿돈을 횡령하고, 그것을 감추기 위해서 방화를 저지르는 최악의 결과를 마주하게 되었다고 생각한다. 남편이 범죄자라는 사실. 그리고 범죄자 가족이라는 연대의식. 그것을 떨쳐내기 위해 노조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한 결과는 처참했다. 교코에게 닥친 현실을 잊기 위해서 다른 곳에 신경을 집중해봤자 경찰의 추적은 사라지지 않았다. 이것은 아이들의 미래가 범죄자의 자식이라는 굴레에 갇혀 사라져버릴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을 가중시켰다. 교코의 심리묘사를 읽으면서, 그녀가 자신을 너무 학대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녀는 남편이 저지른 잘못을 혼자 뒤집어 쓰려하고 있었다. 교코는 "지금까지 가족을 위해서 자신이 한 것이 아무것도 없었기 때문에 고통이 한꺼번에 찾아온 것이다. 그러니, 이제라도 무언가를 해야만 한다."고 말한다. 이것을 읽으면서 나는 그녀가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녀는 두 아이의 어머니로서 잘 살아오고 있었다. 아무것도 하지 않은 것이 아니라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도록 지금까지 잘 해왔다. 잘못이 있다면 남편을 너무 믿었다는 것? 이 가족의 실질적인 문제는 남편인 시게노리의 도벽에 있다. 교코가 남편의 죄를 감추기 위해서 새로운 알리바이를 조작하러 나선 장면에서 가족을 지키려는 그녀의 단호한 마음을 읽을 수 있었다. 비록, 방법이 옳지 않다고 할지라도 말이다. 그녀가 잘못된 선택을 한 것에 대해서도 그녀를 비난할 수 없다. 이것은 그녀의 잘못이 아니라 그녀의 곁에 남아서 조언을 건네줄 사람이 아무도 없었기 때문이다.
418. 역을 찾자. 여기가 아닌 다른 어딘가로 가자. 다시 시작한다는 것은 아무래도 과한 표현이겠지만 되도록 나만의 인생을 살자. 아내도 아닌. 어머니도 아닌 나만의 인생을. 그래, 그렇게 살자. 그리고 자신만이 특별하다고 생각하지는 말자. 너무 정색하고 말하는 게 아닌, 나만의 비극에 도취되지 말자는 의미에서. 이런 결론. 이같은 깨달음은 올바르다고 생각은 하지만, 갑작스러운 결말이라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 뒤에 이야기가 더 있어야 할 듯 싶은데 중간에서 뚝 끊어진 감이 있다. 4. 구노의 관점 구노는 정의로운 사람이다. <방해자>의 인간들은 대부분 사악하기 그지 없지만 구노만큼은 악당과는 거리가 멀다. 이런 성격은 내부자들에게는 눈엣가시 = 방해자로 보였을 것이다. 물론, 그들도 구노에게 방해자였다. 구노는 아픔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다. 그에게 커다란 고통이 찾아온 시기는 7년 전이었다. 구노는 덤프트럭 사고로 인해 아내를 잃었다. 아내의 옆자리에는 장모가 타고 있었는데, 구사일생으로 목숨을 건졌다. 구노는 장모를 친어머니 삼아 7년의 시간을 견뎌오고 있었다. <방해자>를 읽으면서 가장 놀라웠던 부분은 모든 상황들을 직접 경험한 것처럼 굉장히 세밀하게 서술하고 있다는 점이었다. 마치 눈 앞에 보이는 것들을 하나도 빠짐없이 옮겨적듯이 말이다. 이건 구노의 시점에 한정된 것이 아니라 소설 전체가 그렇다. 결말로 치닫는 하권에 이르러서야 등장인물의 내면묘사에 상당부분 공을 들이긴 하지만, 기본적으로 실제 장면이 떠오를 정도로 사실적인 문장을 나열한다. 사실적인 묘사 때문에 더욱 그랬다. 그래서 구노의 지극한 효성과 그로 인한 사려깊은 행동을 보면서 어느 누구도 의심할 수 없었을 것이다. 여기까지 읽는 사람이 없을 것이기 때문에 방해자의 중요한 비밀에 관해서 계속 이야기를 써내려가겠다. 나는 이 비밀을 깨닫는 순간 알 수 있었다. 그의 시계는 7년 전에 멈춰있었던 것이구나. 그리고 그의 행복 또한 7년 전 그 날에 멈춰있던 것이구나. 구노는 화재사건을 조사하면서 이 사건이 자작극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피의자 수사를 하면서 남편의 부인이라는 여자와도 자연스럽게 알게 된다. 친해지거나 그런 것은 아니다. 그냥 피의자의 부인과 형사의 관계. 굉장히 어색하면서도 껄끄러운 관계다. 구노가 보기에는 남편이 벌인 자작극 때문에 가정의 행복이 깨어질 위기에 처한 여자였다. 다른 부서는 방화범을 유쾌범으로 특정하고, 야쿠자와의 관계를 집중적으로 수사하는데 반해서 이 형사는 진실에 접근하고 있었다. 문제는 구노 형사는 7년 전에 가족을 잃은 남자이며, 가족을 잃은 동시에 행복 또한 잃어버린 남자라는 사실이었다. 그런 그의 눈에 남편이 범죄를 저질렀다는 티를 내지 않기 위해서 애쓰는 교코의 모습은 가족을 지키기 위한 모습. 행복과 평화를 지키기 위한 모습으로 보여졌을 것이다. 애처로웠을 것이다. 게다가 구노의 부인 사나에가 살아있었다면 지금쯤 교코와 같은 나이이기도 했다. 피부도 새하얀 교코를 보면 볼수록 이상하게 사나에가 떠오르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이것은 불륜같은 그런 것이 아니다. 그저 행복을 잃어버린 한 남자의 눈에 자신처럼 행복의 끈을 놓아버리기 직전의 여자의 모습이 보이는 것이다. 구노로서는 교코가 더 큰 잘못을 저지르는 것을 원치 않았다. 왜냐하면 그것은 행복을 잃어버리는 것이었으므로. 사나에와 닮은 여인의 불행을 사나에의 불행과 연결시키고 싶지 않다는 일념으로. 그는 불안한 그녀를 쫓아간다. 5. 옮기지 못한 많은 이야기 <방해자>에는 여전히 언급조차 하지 못한 다양한 이야기가 존재한다. 다양한 인간 군상의 이해관계에 얽힌 이야기. 불공정한 사회에 대한 이야기. 누군가가 누군가의 방해자가 되기를 주저하지 않는 이야기. 어쩌면 방해자가 되었다는 사실조차 깨닫지 못한 사람들의 이야기. |